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것들
노승현 지음, 박건주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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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때에 열다섯 살이었던 저자.
일흔 살도 훌쩍 넘은 나이에 한 편의 에세이를 우리 앞에 내 놓았다.



저자가 누구인지도 우린 잘 모른다.
저자 소개글에 보면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대한도시가스의 고문과 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도시가스 명예회장으로 있다."라는 글이 있을 뿐이다.
책 내용을 보면 근대기 최고의 출판사였던  박문서관의 맏손녀로 태어나서 굶주리고 가난한 시절에도 남부러울 것없이 여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사진첩에 보면 어머니가 시집올 때의 예단을 싣고 오던 사진이 있는데, 인력거가 여러 대에, 예단을 나르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물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남편도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그 시대의 여성으로는 어려운 세월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남편이 하던 사업을 이어 받아 경제계에서 활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젊은 층의 세대들에게는 좀 공감이 가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금에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은 저자가  인생의 뒤안길에서 자신이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를 24절기에 맞추어서 독자들에게 인생과 삶의 철학을 들려주는 형식의 글인 것이다.
" 겪어 온 세월의흐름 속에서 변한 세상의 모습과 그 안에서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 ( 프롤로그 중에서, p7) 가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을 쓴 이유라고 생각된다.

인생에 있어서 그 시기, 시기마다 우리들이 느끼고 깨닫는 것들은 매우 다르기도 하다.
20대에 미처 느끼거나 깨닫지 못한 것들이 그 다음 30대, 40대.... 로 가면서 또다른 깨달음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 30대를 살았을 때는 내가 보였고
                 40대를 살았을 때는 가족이 보이고
                 50대를 살았을 때는 주변이 보였다
                 50년
                 그리고 이제,
                 70년을 조금 넘게 산 지금에서야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보인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라고 말하고 있듯이 70 고개를 넘어서면서 저자는 자신의 깨달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에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러기엔 출판계에는 너무도 많은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와 있으니, 공감을 얻기는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는 것과 같은 순리를 닮은 24절기.
책의 구성이 24절기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들보다는 24절기에 맞춘 삶의 철학이 담긴 글들이 아름답기도 하고, 교훈적이기도 하고, 많은 깨달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의 깊이는 주름의 깊이와도 같다'고
세상과 함께 늙어가는 기쁨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 (p185)





그리고 한 권의 사진집으로 소장해도 좋을 것같은 포토 그래퍼 박건주의 감성적인 사진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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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집보내기
사쿠노 쓰키네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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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집보내기>는 미야쟈키 아오이가 주연을 한 영화의 원작으로 2010년 부산국제 영화제 해외초청작으로 상영되기도 한 작품이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이 소설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작가인 '시쿠노 쓰키네'는 일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과 기쁨을 주로 다루는데, 그의 일상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에 읽을 때의 느낌과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의 느낌이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으며 너무 가볍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 시집 보내기>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의 소재를 고루 갖추었다고 해야 할 정도로 막 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의 내용은 경박스럽다.
엄마와 딸, 그리고 애완견이 함께 사는 가정.
어느날 엄마는 만취하여 연하남을 데리고 온다. (엄마 나이 45세, 연하남 30세, 딸 25세)
엄마는 딸에게 그 남자를 소개하기를 스테오라고 한다. 그 뜻은 누군가 버린 남자라는 말이다.
그리곤 딸에게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그 다음날은 그 남자와 함께 살기로 했다고 한다.
딸인 쓰키는 엄마가 다니는 병원의 의사와 연애를 한다.  그 남자가 엄마를 짝사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어느 날 밤, 엄마가 남자를 주워왔다." (p9)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엄마와 딸 쓰키와의 대화, 쓰키와 새 아빠가 될 남자인 하토리 겐지와의 대화.
물론, 그들의 대화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가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엄마의 행동도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예외적인 모습인 것이다.
여기까지를 읽으면서  '가관인 가정도 다 있구나 !!'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또 그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시리도록 아픔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집주인인 사쿠 할머니의 이야기, 사쿠 할머니와 엄마의 만남, 스테오인 하토리 겐지와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하토리 겐지와 엄마의 만남, 딸인 쓰키의 이야기.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또 그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겉으로 나타나는 언행에 의해서만 평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엄마에게는 딸인 쓰키조차도 알 수 없었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딸이 쓰키가 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알게 되는 진실은 하나 하나 퍼즐처럼 맞추어지는 것이며, 그 퍼즐이 맞추어지는 과정에서 쓰키는 가족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미야자키 아오이'가 전하는 말의 의미는 책의 엔딩부분에서 모든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 가족이 함께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함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공감하면 좋겠어요" ( 책 뒤표지 글 중에서) 


<엄마 시집보내기>는 엔딩부분까지 읽어야만 이 소설의 진가를 올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의 시끌벅적한 듯하면서도 가벼운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기때문이다.
철없는 엄마, 명랑엄마, 엉뚱 엄마. 
그녀의 진짜 모습은 겉모습과는 다르다는 것.
또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티내지 않으려는 듯 웃고 있는 사람들. 
꿋꿋하게 웃는 얼굴로....
그래서 그 모습이 더 슬픈 것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생각한다.
그날 밤, 엄마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다른 이야기였을 거라고.
웃음으로 얼버무린채 차마 말하지 못한 것. '할 이야기 있는데'라고 했을 때 살짝 떨리는 것처럼 들렸던 엄마의 목소리 뒤에는 분명 떨고 있던 엄마가 있었던  거라고." (p151)



<엄마 시집보내기>는 아픔을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이 참다운 가족임을 일깨워주는 작품인 것이다.
엔딩이 엔딩이 아닌...
독자들이 그 다음의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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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
에바 바론스키 지음, 모명숙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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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 가면 모차르트가 이 지역사람들에게 톡톡히 한 몫을 챙겨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종 상품에 모차르트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모차르트 초콜릿일 것이다. 
또한, 빈의 슈테판 대성당가는 길에서는 돈조반니를 비롯한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홍보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모차르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환생한 모차르트가 자신의 오페라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고가의 모차르트 초콜릿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로, 모차르트는 200년후의 이런 광경들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음악의 신동으로 음악사에 많은 공헌을 하였지만, 그의 최후는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비와 눈이 내리던 겨울밤에 그의 씨늘한 시체는 입회인조차없이 인부들에 의해서 매장되었고, 그후에 매장 장소를 찾았지만, 정확한 자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하니, 천재 음악가의 마지막은 이처럼 쓸쓸했던 것이다.
그날이 1791년 12월 5일.
그로부터 215년후인 2006년 12월 5일 모차르트는 환생하게 된다.



'에바 바로스키'의 소설 <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을 통해서....
에바의 첫번째 소설인 이 작품을 처음 접할 때에는 책표지 그림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머러스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소설은 음악적 소양이 있어야만 제대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속의 묘사가 음악과 관련지어진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소설의 내용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모차르트 자신이 서서히 정신이 들면서 죽지 않고 살아났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전혀 알 수 없는 세상.
죽지 않고 살아나서 그가 찾아 간 곳은 빈의 스테판 성당근처의 자신의 집.
낯익은 듯하지만 낯선 동네로 바뀐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200년도 더 후의 세상에 오게 된 것을 알게 된다. 


" 그가 차가운 돌이 성가시기라도 한듯 머뭇거리며 손가락 끝을 모서리 기둥에 올려 놓았다. 하마터면 대리석판을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그 대리석판은 위쪽에 높이 장착되어 있어서, 금빛 푯말을 해독하려면 머리를 뒤로 한참 젖혀야 했다. 모차르트가 1791년 12월 5일 세상을 떠난 집이 1849년까지 이 자리에 있었다. " (p61)  


18세기의 의상을 걸친 거지꼴을 한 모차르트.
자신이 볼프강 아마데 모차르트(모차르트는 자신의 이름을 이와같이 부른다. 실제로 그당시에도 프랑스어로 : Amade라 했다)라고 한들 그 누가 믿겠는가.
그는 볼프강 무스터만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신기하고 두려운 것들이다.
지하철, 자동차, 핸드폰, 수세식 화장실, 전기, 신분증, 여권, 청바지.
소설 속에서 모차르트는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청바지를 사 입는다.
흥미롭지 않은가.... 
모차르트가 CD 플레이어를 접하게 되는 장면은 이야말로 유머라고 해야 할까.
그 작은 원반 속에 많은 음악이 수록되어 있으니, 휘둥그래질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음악성이 인정을 받아서 취업을 하거나 콘서트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신분증, 여권이 필요한데, 그것에 대한 지식은 무지한 상태.
그런 문화적 충격이 상당히 재미있게 다루어져 있고, 마치 정말 200 년을 훌쩍 넘어온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차르트가 알 수없었던 200 년 후의 세상.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지만, 모차르트는 경험할 수 없었던 세상.
어떻게 이런 세상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작가는 왜 모차르트를 환생시켰을까.
모차르트는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 레퀴엠이 있다.
그의 사후에 제자에 의해서 완성되기는 했지만, 모차르트 자신의 작품은 아닌 것이다.
그는 처음 접해보는 현대음악, 재즈까지를 섭렵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랑도 하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평이할 수도 있지만, 소재가 특이하고, 소설 속의 내용이나 묘사가 음악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작가가 수준이상의 음악적 소양을 갖춘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F장조, 빌어먹을 경박한 F장조! 그는 고개를 흔들고 허둥지둥 뛰어갔다.
 F장조!  엷은 녹색의 음표들은 작은 요정들처럼 흥분을 억제할 길 없는 윤무를 맨살로 추다가 격렬한 16분의 1박자 룰라드(두 음 사이의 빠르고 연속적인 장식음)로 비약하더니 갑자기 짓궂은 장난으로 변했다.  (..) 그리고 남성복 매장에 도착하여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며 음악을 품위있는 안단테로 제어하자,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었다. " (p140)

" 볼프강은 피아노 위를 계속 나는 듯이 움직이며, 블루노트에서 종종했듯이 수백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세  가지 저녁 테마로 즉흥 연주를 했다. 때때로 무조음악 (악곡의 중심이 되는 조성이 없는 음악)적인 것의 한계를 부수고, 드디어 딸림음(주음에 대하여 5도의 관계를 가진 음)상의 긴 트레몰로와 함께 지휘자가 원하는 바로 그 부분으로 되돌아갔다. " (p266)
소설의 전개도 빠르고, 흡인력도 강해서 읽을수록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책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은 독일 최고의 권위 있는 상인 '프리트리히- 횔덜린'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기발한 소재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나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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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플래닛 - 당신은 오늘 얼마나 먹었나요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지음, 김승진.홍은택 옮김 / 윌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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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플래닛>은 Peter Menzel과 그의 부인 Faith D'Aluisio 가 전세계 30개국, 미국 12개주를 돌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평범하게 하루에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조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Peter Menzel은 국제적인 보도사진 기자인데, 곤충 로봇, DNA지문, 세계인의 식사 등 독특한 주제를 다뤄 '생각하는 사진'을 찍는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Faith D'Aluisio 은 TV 뉴스 프로듀서 출신의 작가인데, 이 책을 편찬하는 과정에서는 인터뷰 깆, 푸드 스타일리스트, 사진 촬영보조 역할.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이 표현하고자 한 음식과 영양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지구의 어떤 지역에서는 음식이 부족하여 하루에 한 끼도 겨우 먹는가 하면, 지구의 어떤 지역에서는 음식이 지천에 널려 있어서 먹어도 먹어도 부족함이 없기도 하고, 너무 먹어서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는 것이 오늘날의 지구촌의 현실인 것이다.
What I eat?  


 



이 두 명의 공동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아프리카에서 북극까지.
그러니, 그들의 직업, 종교, 나이, 소득, 국적은 다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 아닌 평상시에 먹는 하루치 음식을 자신이 하고 있는 일터에서 펼쳐 놓고 보여주는 아이템은 신선하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우리들은 음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더 흥미로운 것은 세계의 풍물 기행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루치 음식의 구성,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 사는 곳의 이야기, 그곳의 문화, 그 사람의 일상 등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케냐의 마사이족 목축인은 하루 800칼로리를 섭취하는데, 요즘은 가뭄이 들어서 마사이족뿐만아니라, 그들이 키우는 소까지도 등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말라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소에게서 우유를 얻는다는 것도 힘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의 스모 선수의 경우에는 먹고, 먹고, 또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체중이 증가하여 스모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스모 선수에게 음식은 건강을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닌 체중을 늘리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또 재미있는 이야기는 우주 비행사의 음식이다. 


 


무중력 상태의 밀폐된 공간에서의 음식은 전부 동결 건조, 가열 안정화 처리를 해 포장을 하지만,그외에 별도로 바로 먹을 수 있는 육포, 과자, 그래놀라바 같은 것도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먹는 영국의 질 맥티그는 음식에 대한 자제력이 없다.
"먹는 게 거기 있으니까 먹어요. 없으면 못 먹지요. 있으면 그냥 입에 밀어 넣지요? (p543)
이렇게 우리들이 음식을 과잉 섭취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는 1인분 양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버거킹의 예로 햄버거인 와퍼가 원래 670칼로리였는데, 현재는 치즈 트리플 와퍼가 1250칼로리의 대형 와퍼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1 과 같은 상품이 나와서 가격이 한 개를 사는 것보다 싸다는 이유로 이런 제품을 고르게 되지만, 결국에는 과잉 섭취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니, 정말 우리들이 가공 식품을 사는 과정에서 대용량, 덧붙여주는 상품들을 무심코 사게 되는 경우에 결국 우리들은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80 명이 먹는 음식을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칼로리가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것이 가공 식품, 간식, 음료수 등이 많이 좌우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도중에 혐오스러운 사진들이 여러 컷 등장한다.
짐승을 도살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인데, 처음에는 무심코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내용을 읽는 중에 그런 내용이 나오면 슬쩍 넘겨 버렸다.
차마 보기에는 우리 인간들의 행동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 이 책의 목적은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구를 위해, 더 좋고 건강한 음식을 고르도록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있다."(p558)
라는 말을 덧붙인다.
정말로, 이 책을 읽은 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식습관을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리고 지구의 앞날을 위해서도....
그렇다면  Peter Menzel과  Faith D'Aluisio 의 하루치 식단은 어떨까 궁금해질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저자들이 취재를 한 곳에서 가장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는 케냐의 마시아족 목축인 눌키사루니 타라콰이 에서부터 가장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는 영국의 간식 중독엄마 질 맥티그에 이르기 까지 80 명을 취재하여 그 내용을 올렸다.
800 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에서 12,300 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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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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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세계사를 접할 때마다 생각나는 선생님이 계시다.  아마도 '시오노 나나미'처럼 열정적이셨기에 더 생각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고2~고3에 걸쳐서 세계사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은 나의 고3 때 담임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여자 선생님이셨던 그 분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클레오파트라보다도  콧대가 더 높을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만만하셨는데,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때론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수업시간의 열정적인 강의는 우리들을 세계사 속의 한 시점에 몰입하게 만드셨던 것이다.  
워낙 이야깃거리가 많은 과목이기에 50분의 수업시간은 짧아서 항상 쉬는 시간까지 설명이 계속되시곤 하셨다.
그때 들은 이야기중에는 클레오파트라, 앤블린, 마리앙투아네트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 속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이후에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근처의 소읍에 있는 중학교의 사회과 교사가 되었다. 그당시에 사회과 1학년 수업은 내 전공인 지리였지만, 2학년 수업은 세계사 수업이었다.
전공이 아닌 세계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알게 되었고, 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 생각하면 그 몇 년의 기간이 나에게는 값진 시간들이었고, 역사에 관한 서적들을 많이 읽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니면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서 역사 서적을 읽던 중에 만나게 된 것이 <로마인 이야기>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대표작이기도 한데, 1992년에 <로마인 이야기1>을 출간하면서 매년 1권씩 <로마인 이야기>를 쓰기로 독자들과 약속을 하게 된다.
나는 <로마인 이야기>가 5권 정도 나왔을 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2007년 <로마인 이야기15>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입하여 읽을 정도로 <로마인 이야기>에 푹 빠졌었다.
<로마인 이야기 길라잡이>,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까지.
그 사이 사이에 '시오노 나나미'의 소설, 에세이를 골라 읽는 재미도 상당했던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을 문헌을 기초로 하여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면, 그녀의 소설과 에세이인 <은빛 피렌체>, < 주홍빛 베네치아>,< 황금빛 로마>, <르네상스의 여인들>,<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등은 이탈리아의 주요도시와 그곳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실성과 소설의  허구성이 잘 가미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기에 어떤 장르의 책이든간에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의 작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가 유익한 책이라면, 그녀의 소설과 에세이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를 보는 시각도,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시각도 곱지만은 않은 것이다.
황제중심의 패권주의,좌파중심의 이야기 등.

특히, 로마인의 속주통치 방식을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와 관련지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특히, 역사학자들은 그녀가 쓴 로마제국에 대한 내용들이 너무 주관적이거나 상상력에 의존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오노 나나미가 수년간에 걸쳐서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그녀만의 로마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마인 이야기>전 15권을 읽다보면 어떤 역사학자 못지 않은 방대한 자료수집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이 책을 썼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인물, 인프라까지 총망라해서 서술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소수인들의  부정적 시각보다는 작가의 열정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럼, <십자군 이야기>로 들어가서
'시오노 나나미'는 1937년생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쓰면서 나중에는 건강검진도 받지를 않았다고 한다. 만약에 병에 걸렸다면, 독자들과의 약속인 <로마인 이야기>를 끝맺을 수가 없기에.
그래서 나는 그녀가 <로마인 이야기>를 끝으로 집필 활동을 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도전과 열정은 끝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십자군 이야기>이다.
중세 서양의 몰락을 가져오게 되고, 근세로 들어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십자군 전쟁.
그 전쟁은 약 200년 동안 8차에 걸친 전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십자군 이야기> 역시 간단하게 끝날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2010년부터 <십자군 이야기> 전 3권 시리즈를 쓰고 있으며, 그 1권이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되길 희망하는 내가 정성을 다해 조사하며 기록해 나간 전쟁 역사이다." (책 속에서)
<십자군 이야기>는 중세에 기독교의 권력이. 즉 교황의 세력이 얼마나 강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카노사의 굴욕'으로 부터 시작된다.
황제가 행한 인사에 교황이 반대한 것이 발단이 되어, 교황은 자신의 반대를 무시한 황제 하인리히를 파문하게 되고, 황제는 추운 1월 눈 속에서 맨발로 무릎을 꿇게 되는 사건이다.
이처럼 하늘높은 줄 모르던 교황의 권한이 서서히 저물게 되는 것이 바로 십자군 전쟁의 결과인 것이다. 


 


11세기 말,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성지 탈환',' 성도 예루살렘 해방'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원군을 모집하여 이슬람 세계가 장악하고 있는 성지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이 한 마디는 앞으로의 200 여년간의 긴 전쟁을 알리는 선포가 되는 것이다. 


 


과연 신은 전쟁을 원하셨을까?
또한,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도 확실한 명분은 없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유럽을 떠나 동방으로 향했던 은자 피에르를 따르는 무리들은 도시의 하층민들이었고, 그들을 '민중 십자군'이라 하지만, 그들은 성지까지도 가지 못하고 거지꼴로 여기저기 나뒹구는 주검이 된다.
'민중 십자군'보다 나중에 원정을 떠나는 본격적인 전사 집단은 보에몬드를 포함한 '제후들의 십자군'이고 그들이 제1차 십자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십자군 최고 사령관은 처음부터 없었고, 지휘계통의 일원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각각 다른 길로, 출발 시기도 제작각이었지만 집결지는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풀.
이들을 맞게 되는 이슬람세계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이슬람 세계에서는 십자군이 종교를 기치로 내건 군대라는 것조차 아무도 몰랐으며, 이들은 영토를 빼앗기 위한 침략자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 십자군이 신의 깃발 아래 모인 군대이고, 십자군 원정의 목적이 이슬람으 격퇴하고 그  땅에 십자군 국가를 세우는 데 있다는 것을 이슬림 측이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은, 이시기로부터 무려 80년이 지난 후에 등장하는 살라딘에 의해서다." (p110)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전쟁이 아닌가...
그러나 어쨋든 1차 십자군 전쟁은 결과론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가까이 걸려서 안티오키아에서 이슬람 군대를 물리치고 승리를 하기는 하니까.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구상에서 갈등이 끊일 날이 없는 성도 예수살렘을 해방시키는데, 그것은 1차 십자군이 유럽을 떠난지 3년만인 1099년 7월 15일인 것이다. 

" 예루살렘은 그런 도시였다. 사람들에게 이런 마음을 갖게 만드는 도시, 또 그것이,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와 이슬람교 구별없이 모두에게 그런 마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 일신교들 사이에서 마찰을 낳는 원인이기도 했다. " (p222)
안티오키아와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빚어지게 되는 학살, 살육, 강탈....
이것이 신이 원하는 것이었을까.... 
"선인과 악인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 인간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나 철학이나 윤리를 통해 교정하려 노력하는 것인데, 아직도 그 성과는 신통치 않다. 옛 사람들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 (p239)
1096 년부터 3년간 정복, 그후 약 20 여년간에 걸쳐서 십자군 국가는 확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보두엥의 죽음을 끝으로 제 1차 십자군의 주역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십자군 이야기>는 카노사의 굴욕에서 시작하여, 교황 우르바누스의 "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말에 의해서 제 1차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고, 원정대가 예루살렘을 정복하여 십자군 국가를 세우고, 제 1차 십자군의 주역들이 죽게 되는 것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15권으로 방대한 분량이고, <십자군 이야기>는 3권으로 출간 될 예정이지만, 내용은 <로마인 이야기> 못지 않게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그것은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에 대한 문헌 조사와 자료찾기, 그리고, 그런 작업에서도 누락되어서 알 수 없는 부분들은 그녀의 해박한 역사적 지식들과 상상력으로 보충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작가 자신의 사견임을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그녀의 역사적 관점이 주축이 되어서 십자군 이야기를 분석하고 설명을 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십자군 이야기1>을 통해서 겨우 제 1차 십자군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십자군의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 못할 것이다.
처음에도 뚜렷한 명분도 모르고 원정단에 끼어 들었던 전사들이지만, 이후로는 종교적인 전쟁이라는 의미는 더욱 퇴색해지게 될 것이다.
"신의 이름을 빌어서,
성지 팔레스티나를 탈환하기 위해서,
성도 예루살렘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는
한낱 구호에 해당할뿐이지, 사람들은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언제쯤 <십자군 이야기 2>을 우리들앞에 내놓을 수 있은까 궁금해진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 시절에 <십자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면 더 실감나게 , 더 정확하게, 학생들에게 십자군 전쟁을 알려 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나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나만을 위한 지식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또 다른 책들을 읽을 때에 배경지식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한다.


           [터키, 이탈리아 여행 중에 산 소품]

그 누구보다도 로마를 사랑하는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주는 <십자군 이야기> 역시 작가의 열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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