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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조명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절대적 진실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가 어떤 사실,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되는 진실들.
그것은 그 사실,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자신의 관점이 들어가기에 우리들이 생각하는 진실과 절대적인 진실사이에는 아무래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주제를 30년 전에 자살한 한 천재작가의 죽음을 통해서 조명해 보는 이야기가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
이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난 지 30년 후에 프랑스 기자가 이 사건의 인물의 전기를 쓰려는 의도에서 자살한 작가와 가까웠던 4명의 사람들을 인터뷰, 편지 등으로 방법으로 취재하면서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쓰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망명한 작가 베빌라쿠아.
그는 사진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어느날 <죽음의 예찬>이라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출판회를 가지게 되는 자리에서 돌연히 사라지고, 이틀 후에 자신이 자주 방문하던 작가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의 예찬>은 자신이 발표한 작품은 아닌, 오래동안 간직하던 작품인데, 우연히 그 작품을 발견한 여자친구로 하여금 출간되게 된 작품이다.
소설은 1장에서 4장까지는 그를 아는 사람 4명에 의해서 그를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실리게 되고, 5장은 이 사건을 추적하던 프랑스 기자 테라디요스의 단상이 실리게 된다.
같은 사람이지만, 4 명의 사람이 진술하는 내용은 서로 다른 진술들을 들려 준다는 것이다.
1장에서 베빌라쿠아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으로 망명한 작가인 망구엘은
"나는 그를 거의 몰랐고, 알았다고 해도 피상적으로 알았을 뿐이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나에게는 진심으로 그를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었소" (p11)
그러나 망구엘은 베빌라쿠아가 들려주었던 어릴적의 이야기, 성장기의 이야기, 여자관계, 시위, 감옥에 간 이야기, 작품활동을 하던 이야기 등 대체적으로 그의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왜 자살을 했을까?" 하는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망구엘이 본 베빌라쿠아는 우유부단하고, 의기소침하고, 우울하고, 모호하고 무능력한 인간, 고통과 박해로 인해 지친 희생자로 표현된다.
" 알레한드로 베비라쿠아라는 이름으로 내가 알았던 이 남자는 과연 누구였던가?
분면하면서도 흐릿하고, 환하면서도 어두운 이 모순적 인물은 대체 누구였단 말인가?" (p141)
2장에서 베빌라쿠아의 애인이었던 안드레아의 이야기에서는
베빌라쿠아가 천재작가로 불리게 되었던 <거짓말 예찬>이란 책의 출간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가 밝혀지게 된다.
<거짓말 예찬>은 유일무이, 주목할 만한, 경이로운 작품이란 예찬을 받는 작품이었고, 이 작품의 성공으로 작가의 천재성을 인정받게 되는데, 왜 자살을 선택해야 했던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안드레아가 이 사건을 보는 관점은 앞의 망구엘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장에서는 '하수구'라고 불리던 감방에서 만난 '돼지'라는 별명의 마르셀리노 올리 바레스가 본 사건 이야기이다.
그는 대체적으로 베빌라쿠아에 대해서 정직한 사람이라는 평을 한다. 그리고 <거짓말 예찬>에 대한 실체가 밝혀지게 된다.
4장에서는 가장 먼 곳인 무덤 저편에서 그에 대해 말해주는 한 남자가 있다.
이렇게 4명의 화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본 베비라쿠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의 퍼즐이 되어서 4개가 맞추어져야만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5장에서는 프랑스 기자인 테라디요스가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여 자신의 단상을 이야기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몰랐기에 다소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전체적인 소설의 윤곽을 알게 되니, 이야기가 쉽게 풀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60 페이지 정도를 읽은 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은 책 검색을 통해서 소설의 윤곽을 알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과 절대적인 진실과의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사실, 사건들을 접할 때에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은 진실이 아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은 절대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그 거짓말쟁이란 의식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시각에서 본 '부분적 진실'에 대한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절대적 진실에 촛점을 맞추고는 있지만, 소설 속에 삶, 죽음, 사랑, 글쓰기, 독재권력 등의 이야기들이 소설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작가 특유의 철학과 감성이 담긴 지적인 문장들이 많이 담겨 있기에 처음에는 다소 읽기가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분량을 넘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독특한 매력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