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서울은 나의 고향인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정말 많이도 돌아 다녔기에 웬만한 곳은 낯익은 곳들이다.
그렇지만, 몇 년 사이에 서울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을 살리는 개발이 있었기에 가끔은 서울의 곳곳의 모습은 낯설기도 하다.

세계적인 도시에 못지않은 전통과 현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가 어우러진 곳이 서울이기도 하다.
덕수궁, 창경궁, 경복궁, 창덕궁을 비롯한 궁궐과 궁궐에 이르는 길들은 옛스러움이 넘쳐 흐른다.
거기에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전통가옥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북촌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느린 세상과 빠른 세상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촌 말고 경복궁 너머에는 서촌도 있다.
북촌이 사대부의 거처가 있었기에 화려한 멋을 보여 준다면, 서촌은 중인들이 살았기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동네이다.


 
서울
이제는 세계인들도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 44 곳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오후의 서울 산책>이다.
5 년간의 서울시장 재직 동안에 서울의 모습을 바꾸기도 했고, 다듬기도 했던 저자인 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 여행에세이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의 명소들을 둘러 본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화창조의 공간'이 서울에 있는 것이다.
금천 예술공장, 연희 문학창작촌, 신당 창작 아케이드, 홍은 예술 창작센터, 서울 패션 창작 스튜디오.
서울 시민들의 예술활동을 도와주는 새로운 공간들.
관심이 없었기에 모르고 지냈던 공간들인 것이다.





언제 갔었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한 남산.
그래~~ 언젠가 시간을 내서 남산을 한 번 올라가 보아야 겠다.



대학로는 공연을 보러 자주 들리는 곳이지만, 남산은 그동안 나에게는 소외된 서울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서울의 신 풍속도를 그릴 수 있는 곳들도 소개된다.
신월 정수장이었던 곳에 새로 들어 선 서서울 호수공원.
이곳에는 김포공항의 비행기 소음을 이용하여 소리 분수가 멋지게 만들어져 있단다.
쓰레기 산이 명품 공원으로 탈바꿈한 노을공원.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실책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 '한강 르네상스'.
과연 '한강 르네상스'가 그의 업적이 될 것인지, 실책이 될 것인지는 서울 시민들의 평가이지만, 너무도 많은 예산을 쏟아 부은 것만은 사실인 것이다.
'한강 르네상스'의 첫 번깨 결실인 반포대교의 절경인 '달빛 무지개 분수'.



그밖에도 우리의 아픈 역사의 현장인 서대문 독립공원.


 
내가 서울의 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인 서울 시립 미술관에 이르는 덕수궁 돌담길을 끼고 도는 정동길.
또, 안국동에서 경복궁에 이르는 길, 가회동 공방길.
이 길들은 나의 옛 추억이 생각나는 길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에 캠핑장도 있다니....
이렇게 서울의 신명소 44 곳을 책 속의 글을 따라 함께 마음 속으로 거닐어 본다.



새롭게 변신한 서울의 명소들은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도 많이 있다.
낙엽이 떨어지면 걷기 좋은 곳들도 있어서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 서울 나들이를  떠나야 할까 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게 새로운 명소들을 사진과 함께 담고 있어서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지만, 읽는내내 약간의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의 저자가 정치가였었고, 행정가였기에,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업적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것이다.
정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서울의 명소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까?
아니면, 정치가로 발돋움하려는 발판으로 책을 쓰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더 들게 되는 것은 책 속의 명소 사진들이 그곳의 특색을 알리는 사진들이었으면 좋겠는데, 필요이상 저자의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순수한 마음에서 서울의 명소를 알린다면 그곳들의 사진만으로 충분할텐데....
그리고 독자들의 마음에 서울의 명소들이 더 친근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텐데...
이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볼 문제이고.
우리의 변모한 서울의 모습을 접고 싶다면 이 책을 따라서 서울을 둘러보는 것은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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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 변종모의 먼 길 일 년
변종모 지음 / 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잠깐 스쳐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여행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2 년에 1 번씩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쓰고 장기간 지구촌을 누비고 다니기를 습관처럼 한다면 그에게 여행은 병 중에서도 중병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실 그에게 여행이 어떻게 마지막이 되겠는가?) 전셋집과 차를 비롯한 모든 생활용품을 팔아 버리고 7 번째 사표를 내고 2년을 계획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의 하나는 8 년간에 걸친 사랑이 단 8 분도 채 안되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나 버린 후유증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떠난 여행의 기록이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에 담겨져 있다.



정말, 그에게는 여행도 병인양~~ 사랑도 병인양~~
철저한 계획보다는 가다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곳이 있으며 몇 달도 좋다고 눌러 앉아 있다가, 그곳을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



여러 책들을 통해서 많이 접해 왔던 훈자마을.
그곳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이냐?" 는 물음에
" 저 나무의 살구가 다 떨어질 때까지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여행자.
탐스러운 살구가 알알이 박혀 있는 살구나무에 살구가 샛노랗게 익어 가는데,  그 살구가 다 떨어지는 날까지를 기약할 수 있는 그의 마음.
훈자 마을은 주민들의 소박한 마음과 살구나무이야기가 너무도 유명해서 언젠가 나도 그곳을 찾고 싶은 마을이기도 한데....
이 책의 저자는 겨울의 시애틀을 시작으로 북미, 남미, 서남아시아 등으로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 다닌다.
그의 이야기는 너무도 짙어서 파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아려오기도 한다.
짙은 외로움이 묻어나는 글들은 너무도 감성적이어서 혼자 길 위에 서 있는 그를 따라가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그는 배낭보다 더 무거운 것이 마음이란다.









마추픽추에서 그는 생각한다.
"정상만 바라고 무던히도 걸었던 지난 밤은 무슨 의미일까? 태양과 조금 더 가까워지길 원했던 과거의 그들처럼 나 역시 무언가를 바라고 여기까지 왔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런 공중도시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p114)

또한,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더 이상 가고 싶은 곳도 없는 곳.
세상의 끝.
그러나 그곳은 세상의 끝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시작이기도 한 곳이다.







" 나는 단지 여행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다 가보니 여행도 가는 것이란 생각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여행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또다른 현실을 사는 일이다.
그래서 내게 여행은 특별하지 않다. 휴가도 휴식도 아니다. 단지, 잠시 다른 방법으로 다른 식으로 살아 가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나의 안녕을 위해서 말이다. " (p301)

여행자는 길 위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추석날 들었던 어머니의 목소리.
언제나 당신보다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
그는 언젠가 자신이 "폭풍같은 후회"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듯한 안부조차 건너지 못했건만,
그에게 날라 온 소식은 정말 "폭풍같은 후회"를 하게 만들고, 통곡을 하게 만든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모든 것은 끝이 나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장황한 변명도 어떠한 말도 필요 없으리라.

다만, 분명한 것은 죽도록 그리워만 해야 할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었다는 사실과
후회만 남았다는 사실." (p327)





2년 일정의 여행은 그래서 1 년만에 끝나게 된다.
여행후의 그의 생각은
" 여행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세상을 몇 번을 살아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익숙한 자신과 만나는 일이다. " (p333)

광고 아트 에디터답게 책 속의 사진들은 가슴에 와닿을 정도로 분위기가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사진은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환경에서도 예쁜 마음만은 잃지 않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그 치유 방법은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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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2 - 미천왕, 다가오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의 <고구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천왕,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에 이르는 대하소설인 것이다.
지금 TV에서는 드라마 <광개토대왕>을 방영하고 있다.
고국양왕이 통치를 하는 고구려의 태자 광개토대왕의 활약이 돋보인다.
광개토대왕의 영토확장이전에 이미 요동의 서안평을 점령하고, 대방군을 점령하여 고구려 영토를 넓혔던 미천왕의 일대기는 소설 <고구려>의 첫 번째 이야기인 것이다.

미천왕편이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그 한가운데에 속하는 미천왕편 - 다가오는 전쟁은 고구려 봉상왕 9년 봄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왕손이면서도 도망자 신세가 되어 낙랑으로 소금장수를 하면 떠돌던 을불이 저가 일행과 함께 이제 숙신으로 들어가게 된다.
숙신은 을불의 존경하는 작은 할아버지인 안국군의 땅이자, 을불의 고향인 것이다.
과연 봉상왕을 몰아내고, 도탄에 빠진 고구려를 부흥시키려는 의지는 이 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을불은 숙신으로 들어가는 길에 본 백성들의 눈물겨운 삶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을불이 고구려 왕이 되어야 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한 밑천과도 같은 철을 백성들을 위해서 서슴없이 내놓는 모습에서 성군의 자질을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왕손님은 이런 철이나 재산이나 잘 훈련된 병사나 마필의 수가 힘이 아니란 걸 아시는거요. 진정한 힘은 백성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으신 분이란 말이요" (P86)

그렇다. 을불이 숙신의 백성들에게 베푼 것은 철이나 밥이 아닌 마음을 준 것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깨달을 수 있는 것이며, 여기에서 을불이 왕재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와 네가. 너와 내가 따로 없는 마음을....
또한, 이달휼이 을불을 잡은 장로들과 병사에게 내뺃는 말에서도 을불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 해 보아라!
누가 온 재산을 가지고 와 숙신에 토해 내겠으며, 누가 숙신 백성들을 위해 밥을 퍼주겠으며, 누가 전식을 하는 부부에게 말을 베어 주겠느냐 ?
저 개걸루가 그럴 것이냐? 아니면 단구가 그러겠느냐? 대답을 해 보아라 !"   (P118)

<고구려>의 작가인 김진명이 말했듯이.
우리는 <삼국지>,< 초한지>등을 비롯한 중국의 역사소설이나 만화에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넓은 영토를 확장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등한시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소설 <고구려>는 을불이 떠돌이 신세가 되었던 봉상왕시대의 주변국가들이나 한사군의 정세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 벌이는 전쟁이야기도 스펙터클하게 그려내고 있다.
독자들은 <고구려> 1권을 펼치는 순간 고구려의 역사에 궁금증이 하나 하나 풀려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고구려>2권의 후반부에서 창조리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상부의 마음을 얻어야 했음을 알게 되는 을불의 마음이 세세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봉상왕 8년간의 폭정이 끝나고 미천왕 시대로의 문이 열린다.
그래서 <고구려 >3권이 더욱 기대된다.
미천왕은 그렇게 어렵게 되찾은 고구려의 부흥을 위해서 어떤 치세를 펼칠 것인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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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진실 - 우리가 몰랐던 뜻밖의 디자인 이야기
로버트 그루딘 지음, 제현주 옮김, 박해천 해설 / 북돋움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디자인은 디자이너, 건축가들의 전유물은 이미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디자인이 들어와 있기에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디자인과 진실>도 디자인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인을 독자로 삼은 책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이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우리의 생활과 디자인의 관계를 파헤치는 내용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디자인을 바라다 보는 디자인 교양서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접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디자인의 세계를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 연구자인 '박해천'은 '한국어판 해제'라는 글을 통해서
" (...)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자인 관련 문제들에 대한 산뜻한 해답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성급한 기대는 마시라. 이 책은 독자의 고민을 해결해 주겠다며 섣불리 앞장서는 그런 부류의 책이 아니라 독자에게 함께 고민해보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유형의 책이기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독자들이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흥망성쇠를 몸소 경험한 세대의 노학자가 개인적 경험과 인문학전 지식을 서로 교직해가며 새로운 디자인의 개념을 찾아 나서는 지적인 여정이다." (p13)

또한, 옮긴이인 ' 제현주'는 '옮긴이의 말'에서
" 이 책은 디자인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하나는 '소통으로서의 디자인', 또 하나는 '자기 창조로서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 주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고, 진실이요 자유라고 말합니다. " (p16)

두 사람의 말처럼 <디자인과 진실>은 예술서적이 아니라 인문학서적인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관련 서적이지만 생소한 시각의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의 의미부터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고 읽어야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이란 "디자인 행위의 대상과 그로부터 창출되는 모든 결과물을 일컫는다. 물질적인 인공물뿐 아니라 무형의 사상, 행동의 패턴 등도 디자인 행위의 대상이자 결과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물의 외양부터 총체적인 설계까지, 그리고 철학이나 사상의 골조, 특정행위나 일상에서 반복되는 절차나 계획 등을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p25)

철학이나 사상의 골조, 특정행위나 일상에서 반복되는 절차나 계획 등을 우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이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의 2장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복합적인 디자인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 소통으로서의 디자인
2부: 자기창조로서의 디자인
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소통으로서의 디자인'에서는



'좋은 디자인은 진실을 말한다'는 명제를 시험해 본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호흡을 하도록 해주는 것인데 반하여 나쁜 디자인은 얕은 식견 혹은 속임수에 가까운 착취적 생산전략의 징후라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은 진실을 말하고 나쁜 디자인은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그에 관한 내용으로 '과잉 디자인'에 관한 사례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을 든다.
나도 로마에 갈 기회가 있어서 성베드로 성당을 간 적이 있는데, 그 웅장함에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권위적인 종교의 힘에 회의를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성베드로 성당이 건축될 당시에 여러 차례 설계의 변경이 있었음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브라만테의 디자인을 채택한 후에 카를로 마데르나의 설계가 추가되어 거대한 건출물로 변했던 것이다.
이 거대한 성당은 로마와 교황의 압도적인 권력을 선포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권력이나 금권을 드러내는 과잉 디자인은 대중들에 대한 눈속임이기에 나쁜 디자인이고, 그런 디자인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또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게리의 작품인 스타타 센터의 조각조각 해체되어 떨어지는 것같은 디자인도 결국에는 떨어지지 않았던가....


좋은 디자인은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좋은 디자인은 자연에 가까워짐으로 자연의 진실을 흉내내기  때문인 것이다.
권력과 돈을 향한 추구와 결부된 거짓된 문화를 만들어낸 나쁜 디자인으로는 성베드로 성당, 베를린 시민회관, 세계무역센터, 자동차 엣셀의 예가 그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다.
세기적인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역시 거대한 프로젝트에 개입된 금전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디자인의 왜곡을 가져왔던 사례의 건축물이다.
이에 대한 설계단계에서부터 붕괴까지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왜 좋은 디자인이 진실을 말해주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건물은 야마사키가 설계했는데, 처음에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생각한 80층 타워였는데, 항만청의 야망이 110층의 타워로 만들게 한 것이다.
특히 이 건물은 이슬람 전통의 디자인이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기호적 선언을 만들어 낸 것인데,이는 이슬람 근본주의, 이슬람 법 에 의하면 신성한 언어를 침범한 것이다.
그러니 쌍둥이 빌딩이 비극적 참사의 주역이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슬람 디자인을 향한 건축적 오마주가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해석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히틀러와 그의 숙적인 윈스턴 처칠의 그림을 비교한 내용이다.



  


 사진에 나타나듯이 히믈러의 그림은 미술조차도 히틀러를 마음 속의 감옥에 가두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처칠의 그림에서는 일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즐거운 도피처가 미술임을 느끼게 해준다.
단 한 장의 그림이지만 이 그림은 그린 사람의 심리까지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에서 좋은 디자인이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진실을 가르쳐준다.



2부: '자기 창조로서의 디자인'



이 부분은 1부의 내용과는 많이 다른 이야기이다.
디자인이 심리적, 사회적 구동에 끼치는 영향을 탐색해 보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영역에 디자인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제퍼슨의 삶, 마키아벨리의 삶 등을 조명해 본다.
이들의 삶은 자기 디자인의 연속이었고, 그들은 자신이 참여한 포로젝트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들은 디자인이 인간 절대성의 한 종류, 자아실현의 형태임을 가르쳐준다.
결국에 이 책의 저자인 그루딘이 말하는  '소통으로서의 디자인'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행위이며, 여기에서의 디자인은 사물에 관한 디자인이 아닌 자기자신에게,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삶의 지평을 넓히고 자유를 선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이와같은 시각으로 접한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독자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일 것이다.
디자인에 관한 폭넓은 에피소드를 생각하고 이 책을 접했던 나에게는 디자인의 두 형태인 '소통으로서의 디자인'과 '자기 창조로서의 디자인'이라는 색다른 두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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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징용을 갔던 조선의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한수산의 <까마귀/ 한수산, 해냄,2003>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5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작가 한수산은 1990년 첫 취재를 하게 되었고, 거의 15년만인 2003 년에 출간을 하게 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일본의 나가사키로 징용을 간 조선인들이 지옥섬 하시마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이야기인데, 그들은 결국에 나가사키 원폭투하로 희생당한다.
일본의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투하에 의해서 일본인들만이 희생당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조선의 수많은 젊은이들도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가슴아픈 역사를 <한국사 100년의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주로 하는 사진작가 이재갑에 의해서 공개되는  것이다.
이재갑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1995 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인 강제 노동자를 포함한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건축물 등을 사진으로 찍고,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증언을 들으면서 사진작업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사진작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 책 속의 글중에서)

우리 민족에겐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들, 그리고 생생한 증언들은 읽는 사람들에게 진실된 역사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저자가  답사한 지역은 아래와 같은데, 지역답사에 관한 지도까지 책에 수록되어 있다.





후쿠오카 - 철도 침목 하나에 담긴 모질었던 삶의 애환
나가사키 - 원폭의 도시에서 만난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
오사카 - 여전히 계속되는 고난과 희망의 역사
히로시마- 가장 낮은 곳에서 싹트는 평화
오키나와-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과 기록
 
강제 징용을 갔던 조선인들은 탄광, 광업소, 댐, 해저탄광, 비행장등에거 혹독한 강제 노역에 시달려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먼 타국에서 억울하게 죽어가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죽은 조선인들은 묘지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애완 동물이 죽으면 묘를 만들어 주는데, 조선인들은 애완동물의 묘가 있는 사이 사이에 보잘 것 없는 작은 돌조각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관부 연락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 간 재일 조선인들이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이 머물렀던 곳은 창고였다니....
그곳에서 2~3일에 감금되어 있다가 각자 조선인들의 인력이 필요한 곳으로 흩어졌던 것이다.









한수산의 소설에도 나오는 원폭투하 지역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는 조선인들이 상당수 원폭의 희생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마저도 변변한 묘를 가질 수 없었기에 그들의 유해를 담은 작은 그릇에는 이름조차 적혀 있지 않다.


 
또한 오사카 평화박물관에는 많은 전쟁의 흔적들을 전시하고 있다.
" 특히 눈에 띈 것은 전쟁의 잔혹함과 비인간적인 모습을 재현한 전시실이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과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한국을 포함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각국의 피해 상황을 전개하여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일본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말하고 있다. " (p224)

지금은 퇴락한 강제 노역의 현장들이지만, 사진 속의 현장들을 눈여겨 보게 되면 우리들에게서 차츰 잊혀지고 있는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일본인들의 만행이 그대로 담겨 있는 역사의 현장.
결코 우리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우리들은 이 책을 읽고 보면서  좀더 강한 역사의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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