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 길 위에서 만난 나누는 삶 이야기
박영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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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문맹에 가까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만났다"는 표현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일컫는 말인데, 거기에는 기부문화도 포함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에는 르포작가인 김영희가 만난 기부천사들의 이야기가 12편 실려 있다.
작가가 말했듯이 12편에 실린 기부천사들은 도저히 그들이 이웃을 위해서 기부를 하기에는 너무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니고, 가정 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건강한 것도 아닌, 너무도 아프고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인 것이다.
"진짜 아파 본 사람은 행복에 앞서 아름다움을 먼저 품는다"(작가의 말중에서)고 했던가 !!
청각장애인인 김영권 할아버지는 고물을 주워서 모은 돈을 따로 통장을 만들어서 1000 만원이 되자 방송국을 찾아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 건넨다.
전라도 진설리의 이공심 할머니는 도라지 농사를 지어서 꼬박 3년 모은 돈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한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할머니는 가슴 속 응어리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어찌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을까.
할머니는 자신이 위안부가 된 것이 못 배웠기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자신의 힘이 닿는데까지 장학금을 내 놓는 것이다.
교직 생활 37년을 평교사로 마무리한 선생님은 유신시대, 독재정치시대를 지나온 선생님으로 교직생활 처음부터 월급의 1/10을 제자들을 위해서 내 놓고 있다.
퇴직을 한 지금까지.
" 참사랑이란 유려한 말이나 감칠맛 나는 문장에 앞서 같이 밥을 먹는 과정에서 서로를 확인한다."는 그 말을 믿고 싶어서 그런 실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선생님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계신 것도 아니고, 건강한 편도 아닌데, 자신의 삶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먼저 살펴 보는 것이다.
쩌면 그건 나눔이 아닌 恨이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도 말하지 않았던가. 큰 아들이 중학교 1학년 2학기를 끝으로 학교를 접었을 때 집 앞 논두렁길을 오가면 하염없이 울었노라고" (p70)

  

  

그렇다. 그들의 기부는 어쩌면 한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겪었던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자신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자, 자신이 자신에게 주는 대견한 상일 수도 있고,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한 몸부림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며, 일생의 뒤안길을 걷는 노년들이며, 건강도 좋지 않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고물을 주워서, 농사를 지어서, 한 푼 , 두 푼 모은 돈.
자신은 얼음장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겨우 연명할 정도의 식사를 하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도움을 받아야 할 이웃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불행했지만...
나는 배우지 못했지만...
나는 가난했지만...
나는 건강하지 못하지만....
나의 이웃만은 나의 도움으로 조금은 나은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오래전의 가난을 버리지 않고 그 가난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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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을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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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어서 읽게 되는 만화들은 다른 장르의 책들에 버금가는 감동을 주곤 한다.



이림의 <봄, 가을>도 읽으면서 그리고 읽은 후에 가슴이 짠해지는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느낌이 있다.
대부분의 만화가들이 그렇듯이 이림도 성장기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전공이 아닌 만화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다.
포털 사이트  Daum 을 통해서 몇 편의 만화를 선보이면서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만화가가 되었다.
<봄, 가을>은 〈Daum 만화속세상>에서 선보였던 작품인데,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서 독자들 곁을 찾아 왔다.

학창시절, 학교 주변에 떠돌던 많은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의 실체를 증명할 길을 없지만, 먼훗날에도 그리움으로, 추억으로 남겨질 수 있었던 이야기들.
아마도 <봄, 가을>의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5월에 만나는 가을~~
모든 나무들이 신록을 자랑하는데, 교정의 한 그루의 나무만이 노랗게 물들었다면...
봄에 코스모스가 하늘 하늘 피어 있다면....
누군가의 뒤에 해바라기가 만발해 피어난다면....
이 모든 일은 봄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인데, 어느날 봄이는 이런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어느날 전학 온 남학생이 바라보는 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고. 그가 코스모스를 한참 쳐다보자 꽃망울이 터지고, 그의 뒷 배경에 해바라기가 만발하고...
봄인데, 그가 바라보는 곳엔 가을이 있는 것이다.
그 남학생의 이름은  한 가을.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봄이와  새로 전학온 가을이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가을이는 5년 전에 봄이의 친구인 한결이를 구하다가 사고를 당하였던 것이다.
그후 4년만에 정신이 들었지만, 가을이에게는 그 잃어버린 4년의 세월이 존재하는 것이고....

" 한결아..."
"응?"
"눈을 떴을  때 4년의 시간이 흘러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 가을이 이야기야?"
"흐른 시간만큼 따라 잡는다고 노력한 들 결국 마음은 그 시절에 멈춰 있는거잖아.그치?"
"..."      (p55)

유독 봄이에게 까칠한 가을이.





그러나 어느새 친한 친구가 되지만.....





이렇게 1994년 봄에서 가을에는 봄, 가을, 한결, 소희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다.
사계절 중에 봄처럼 파릇파릇한 학창시절에 그들은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나고, 그들은 그렇게 성장했지만, 차마 말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그리고 물어보고 싶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가 함께 하는 것이다.

아름답지만 서글픈 추억.
그래도 잊을 수 없는 추억.
우리들에게도 학창시절 아름다운 추억, 신기한 추억, 믿기지 않는 추억들이 남아 있지는 않은가?





<봄, 가을>은 슬픈 추억 이야기이지만 슬프지 않은 이야기처럼 그려주고 있다.
학창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에 가슴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 소소하고 일상적인 당시 학창시절에 신기한 경험 한 번쯤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학교 동상이 밤이면 움직이는 것을 봤던 것이나
매번 오르는 계단의 숫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나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나...

모두 신기한 경험이었을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전 그 경험은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도 믿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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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도쿄를 만나라 - 도쿄 남자의 진짜 일본 문화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김동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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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 시리즈는 내가 즐겨 읽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시리즈는 동유럽, 스페인, 파리, 유럽의 클래식 등을 지금까지 주제로 삼았었는데, 여행 정보만을 담아 내는 것이 아니라, 책마다 특색있는 또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 <일생에 한번은 파리를 만나라>는 파리의 와인 이야기를,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라>는 유럽의 각 도시를 돌면서 수준높은 클래식이야기가 들려주었다.

 
 

이번에 읽게 된 <일생에 한번은 도쿄를 만나라> 역시 일상적인 여행자들을 위한 관광지 소개로 끝나지 않는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함께 하고 있다.
일본 문화를 알아야 도쿄를 제대로 알 수 있기에, 도쿄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김동운은 북경, 상하이, 그리고 방콕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방콕에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여인이 일본인이었다.
결혼후에 우리나라에 돌아와 살기도 했지만, 지금은 3 년째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그는 도쿄의 생활인이자 여행자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여행자들이 볼 수 없었던 일본의 특색있는 문화들을 접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닮은 듯하지만 같지 않고 다른 점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생활인으로서 깨닫게 되기도 한다.
도쿄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대한 여행 정보도 실려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없는 그런 일본의 어느 작은 도시의 역에서 내린다면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 주기도 한다.
노면전차인 도덴 아라키와센을 이용해 본다면 평소 접하기 힘든 일본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찾아 야나카를 돌아 본다면, 그런데 이곳에는 전보다 고양이가 많이 줄어 들었다고 한다.
3776 m 의 후지산.
일본을 대표하는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언덕 후지미자카에 올라도 후지산을 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한 번 그 언덕에 올라 보는 낭만을 누려 봄직도 하다.





도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도쿄 타워.
이것을 소재로 한 일본 소설도 영화도 많지만, 1950년 후반에 세워진 도쿄 타워는 이제는 추억의 아련한 흔적을 곱씹는 그런 타워가 아닐까..
 

 
빛바랜 사진 속의 증기기관차를 직접 타보기 위해서 오이가와테츠도혼센으로 간다면..
거기에서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다. 1시간에 40km의 속력으로 달리는 기관차.
아련한 추억과 느림의 미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멋진 여행인가~~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이런 정보에 대한 tip
꼭 알아야 여행을 좀더 잘 할 수 있는 tip 을 담아두고 있다.

 

여행은 볼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또 여행자 나름의 다른 것들이 가미되지만, 여기에서 도쿄의 맛을 지나칠 수는 없으니 규동, 카레, 스시, 소바, 우동 등을 비롯한 도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한꺼풀 벗긴 진짜 도쿄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못 알고 오해하고 있는 일본 문화를 정리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가족관계, 연인들의 동거문제, 풍습, 결혼, 장례, 일본의 출산과 육아 환경, 장애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일본인들에게는 이미 생활화가 된 Eco.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여행자가 도쿄를 여행하기 이전에 알고 가면 더욱 일본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여 이런 이야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일본을 알고 싶다면.
도쿄를 알고 싶다면.
그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일생에 한번은 도쿄를 만나라>를 읽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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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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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은 언제나 나에게 하나의 물음을 던진다.
<연금술사>는 나에게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나의 사랑을, <브리다>는 생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 보았다.
사랑, 운명, 소망, 인생, 영적 존재.
우리의 인생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코엘료의 소설은 이렇게 언제나 나에게 긴 침묵을 흐르게 만들어 주었고, 나의 생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번에 읽게 된  <알레프>도 나에게 어떤 긴 여운을 남겨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조심스럽게 펼치게 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어떤 영감을 얻어서 글을 쓰게 되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례자>는 그동안 코엘료가 하던 일인 음악, 저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등의 다양한 직업에서  세계적인 소설가로 자리매김을 하게 해주었던 작품인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순례하는 중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되었고, <브리다>는 순례길의 한 코스를 관할하는 '브리다 오페른'으로부터 자신이 걸어온 영적 탐색의 길을 들려주는 것에서 소설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진정한 순례자인 것이다.



"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 내가 항상 같은 곳에만 머물러 있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사막과 도시와 산과 길 위에 있을 때만 내 영혼과 대화할 수 있다. " (p99~100)

 <알레프>도 역시 1986년에 산티아고 순례기를 떠났던 때에서 약 20년이 지난 2006년에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되고 그 마지막 코스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기로 하게 되는데,  모스크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터키 여인 힐랄과의 인연을 토대로 쓴 작가 자신의 체험이 담긴 소설인 것이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설적 허구의 세계인지 궁금해 질 정도로 진실과 허구가 구별되지 않는 자전적 소설인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번 순례길을 떠나기 전에 여러 번의 영적 경험을 하기도 했고, 튀니지에서는 사밀이라는 청년이 어떤 건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순간 천분의 일초동안 과거로 이끌려 들어가기도 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영적 순간은 힐랄을 만나는 순간부터 더 명료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힐랄은 브리다와 마찬가지로 스물 한 살의 여인.
힐랄의 첫 등장은 너무도 당돌하고 맹랑한 힐랄의 행동에 황당함을 느끼게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존재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모든 것이 한 시공간에 존재하게 되는 공간, 알레프에 나와 힐랄이 놓이게 되면서 그들은 전생의 어떤 한 시점에서 함께 존재했던 사람들임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 열렸다가는 다시 닫히게 되는 그 문 앞에서 그 문 뒤에 숨겨진 자신의 전생을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그는 자신이 19세기 프랑스 작가였던 전생을 보기도 했는데, 이번에 그가 보게 되는 전생은 어떤 모습일까.
그와 힐랄은 어떤 관계로 얽혀 있었을까.
그가 본 전생은 마녀사냥이라 일컬어지는 이단자를 심판한다는 종교재판의 모습.
그는 자신의 전생에서 힐랄에게 용서를 빌어야만 했던 사람이기에...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9288 킬로미터를 여러 날에 걸쳐서 몇 개의 도시를 거쳐야만 하는 긴 여행이건만, 그 기차 안에는 전생에서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들은 전생에 사랑한 사람이기도 했고, 상처를 준 사람이기도 하고, 배신을 했던 사람이기도 한 사람으로.
코엘료는 <알레프>를 통해서 환생을 이야기한다.





우린 결코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전생이 있었고, 전생에서 맺어진 사람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에서 만나게 됨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현실감이 없는 그런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끝난다고 해서 아주 끝나지 않음을,
그리고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이자 출발점임을 이야기한다.

"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잃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와 함께 합니다. 그들은 우리 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우리는 다른 방에 머물고 있을 뿐이죠. 나는 옆 객차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와 같은 시간에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 다른 객차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은 거기 있어요. 그러므로 우리는  '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개의 객차로 이루어진 기차와도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이칸에 탔다가 저 칸에 타고, 꿈을 꾸거나 기아한 경험에 휩쓸리면 이 칸에서 저 칸으로 가로지르기도 하는 것이지요.
(...) 사랑은,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언제나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울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들은 언제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 (p179~180)

" 생은 기차이지 기차역이 아니다" (p181)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들이 체험하게 되는  전생의 이야기는 상당히 가슴 아픈 이야기이기에 책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더해진다.
파울로 코엘료는 확실히 평범한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이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는 운명, 인생, 영성 등의 주제가 바탕에 깔리게 되는 것이다.
" 우리는 영원이 다하도록 서로 만나고  또 헤어지길 반복합니다. 한 번 돌아온 후에 떠나고, 떠난 후에는 또 돌아오기를 계속하는 거죠? " (p 181)

<알레프>는 나에게 "당신은 지금 몇 개의 인생을 살아가느냐? 아니 "당신은 지금 몇 개의 인생을 살고 있느냐?"고  묻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분명히 나는 그와 힐랄의 인생을 이 책을 통해서 읽었고, 또 느꼈건만....

파울로 코엘료는 순례여행 중에 사랑, 용서, 증오, 희생, 기쁨, 불행 등의 퍼즐 조각을 마주했고, 그를 맞추어 나갔던 것인데, 나에겐 그 퍼즐 조각이 맞주어지지 않는 것일까.
<연금술사>,<오 자히르 >, < 브리다>등이 남겨 주었던 인생의 질문들을 <알레프>도 역시 긴 여운과 함께 던져준다.

 

" 그 무엇도 탄생과  더불어 시작하지 않고
  죽음과 함께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결코 잃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합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알레프>가 출간되면서  예약판매가 있었는데,  <연금술사>와 <순례자> 미니북이 한정으로 증정이 되었다.
미니북이라고 해서 내용을 간추린 책이거니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미니북은 책만 작을뿐이지, 실제의 책과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순례자>는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이기에, 이번에 미니북으로 읽으려고 하는데, 또 다른 독서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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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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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하면 떠오르는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글들이 있다.
나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처럼 특이한 연애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연애가 진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철학, 역사, 종교 등의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서 쓴 자전적 소설이었기에 더 흥미로웠다.

또한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의 일주일>처럼 작가 자신이 직접 그 일을 체험하면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해 나가는 에세이들에게 신선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작가를 '일상 속의 발명가'라고 일컫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출간된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내년 2월에 영어판으로 출간될 예정인데, 예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먼저 출간된 책이기도 하다.
이에 맞추어 지금 '알랭 드 보통'은 한국을 방문했고, 사인회를 비롯한 강연 일정들이 잡혀 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어 보기도 했고, 자신의 새로운 책의 집필이 완성된 것을 알고 런던까지 찾아온 한국 출판사의 발빠른 열정때문이었던 것이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끊이지 않고 샘솟는 샘물같은 지식의 원천이 또한 그의 책을 가까이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인데, 역시 그는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의 역사를 공부했고, 앞으로도 한국 역사를 더 알고 싶다고 한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그 제목만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할 것같은 느낌이 든다.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그릇되게 이야기하면 심한 비판을 가할 수도 있는 사안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은 <무신론자를 위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이건 또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이 무신론자인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책의 도입부에서 용감하게 밝히는 한 구절이 눈길을 끈다.
" 하늘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의미에서 진실한 종교는 물론 하나도 없다. " (p11)







종교하면 머리에 떠 오르는 것이 영적 존재,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이룬 사례들, 인간의 부족함과 어려움을 채워줄 수 있는 신의 존재 등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그리고 유신론자들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존재가 신인데, 앞으로 펼쳐질 책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종교에 대한 비판서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종교 전반과 세속적인 영역을 비교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적으로 많이 믿는 종교 중에서 3개의 종교, 기독교, 유대교, 불교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와 유대교의 비중이 불교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어진다.
이 3 종교를 선정한 이유는 작가가 유대인이기는 하나 무신론자의 집안에서 자랐가에 유대교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기독교는 흔히 유대교의 적이라고 생각하기에, 불교는 건축양식에 관심이 있어서 좀더 깊게 알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었다면 알 수 있듯이, 그는 한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해석하고 분석하는 특징을 가진 내용의 에세이를 많이 쓰고 있는데,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도 종교 (기독교, 유대교, 불교)라는 주제를 여러 개념을 토대로 해석하고 분석한다.
풍부하고도 수준높은 지적 탐구를 함께 따라가면서 종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교리가 없는 지혜, 공동체, 친절, 교육, 자애, 비관주의, 관점, 미술, 건축, 제도 등으로 나누어서 종교를 심도있게 다룬다.
기독교의 성찬식, 기독교 교육과 세속교육의 비교.
유대교의 속죄의 날, 중세의 '바보들의 축제'
불교의 '선', '다도' '걷기 명상' 등은 그중에서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작가는 3 종교를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종교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인 종교에 관한 내용을 담아낸다.
종교는 오랜 세기동안 내려왔기에 그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따르기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종교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분석적 측면에서  종교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작가는 무신론자이기는 하지만, 종교의 실용적 가치는 높이 평가한다.
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종교가 가지고 있는 미덕과 제도는 여전히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인간은 위안을 받을 수 있고, 종교의 미덕을 실천하여 사랑으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신앙의 지혜는 온 인류의 것이며, 심지어 우리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초자연적인 것의 가장 큰 적들이라도 이를 선별적으로나마 다시 흡수해야 할 것이다. 종교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에 신앙인들만의 전유물로 남겨두기에는 너무 귀중한 것이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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