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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시장 - 부자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
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곽수종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 세계 금융은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는 위험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리스를 비롯하여 스페인, 포루투갈, 이탈리아에 이어서 프랑스, 영국의 경제까지도 위험하지 않은가 하는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2010년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도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세계금융의 중심인 월가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월가의 시위는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났지만, 이제는 인근 도시와 다른 나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나중에는 역사를 바꾸어 놓는 큰 사건으로 번지기도 하기에 그냥 간과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현재의 세계 경제의 동향과 미래의 예측을 수많은 자료 분석과 사례를 중심으로 예리하게 분석한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 책은 <그림자 시장>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에릭 J 와이너'는 각종 매체에서 세계 시장 분석을 담당하는 저널리스트인데 그의 칼럼을 비롯한 저서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데, 특히, 그는 세계 경제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기자로 정평이 나있다.
저자는 "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은 경제 붕괴가 아닌 경제의 구조적 변화" (책 속의 글)라는 말로 이 책의 요지를 정리한다.
특히 이 책의 부제가 "부자 나라들과 투자집단의 은밀한 세계 장악을 폭로한 충격 보고서"인데, 이 부제가 말하는 "부자 나라들과 투자집단"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은 "그림자 시장"인 것이다.
"그림자 시장"이란 용어가 생소하다면 그 의미부터 알고 가야 할 것이다.
"그림자 시장"이란 "부와 지정학적 권력이 융합한 글로벌 결합체, 눈에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합체,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최고 부자들과 주식, 채권, 부동산, 통화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이루어진 막대한 보유자산을 통해 국제 경제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투자자들의 집합체"(책 속의 글 중에서)를 말하는 것이다.
그 중심 세력은 중국과 여러 산유국, 싱가포르, 노르웨이같은 수퍼리치 국가들인 것이다.
21세기 세계 경제 위기의 시작은 1995년 멕시코의 페소화 평가절하 설정에 이은 잇따른 실패로 인한 위험에서부터였는데, 이것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은 이제는 세계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위험이 다른 국가로까지 파급된다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의 여러 나라의 경제 위기는 세계 금융 시장에 큰 여파를 가져오게 되고, 이런 와중에 세계 경제는 그림자 시장의 영향을 받게 되고, 지정학적 권력은 서서히 서양(미국, 유럽)에서 동양(중동의 산유국,극동의 부자나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 언스트 앤드 영의 보고서에 따르면 결국 세계 경제는 BRIC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네나라 중 한 나라가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
골드만 삭스의 경제 전문가 짐 오닐에 의하면 2027년 쯤 중국 경제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며, 브릭 국가의 경제가 G7 국가를 능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특히 BRIC 국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인 중국의 베이징 금융가인 진롱제를 통해서 하루에 15억 달러의 자본이 유통되고 거의 3조 달러에 이르는 자산이 관리된다고 하니, 꿈틀거리는 세계 경제의 이동은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림자 시장의 등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은 유럽이며, 유럽국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2009년 세계 지도자들은 G7이 아닌 G20을 세계 경제를 관리하는 지배적인 경제기구로 삼았으니, 그림자 시장의 등장은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한 2020년~2030년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를 장악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G2로 급부상한 중국의 위상을 말해주는 사례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니, 미국의 경제력의 상대적인 쇠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본, 독일, 영국과 같은 전통적 강대국의 국제적 영향력의 상실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되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세력이 교체되어 가고 있는 과정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활동하는 그림자 시장이 있는 것이다.

<화폐전쟁>을 비롯한 경제 서적들이 중국인들에 의해 많이 씌여지고 있는데, <그림자 시장>은 미국인이 쓴 책이라는 것과 미국인이 본 세계 경제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그림자 시장의 이야기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큰 것이 아닐까 한다.
미국인의 시각을 떠나서 <그림자 시장>을 읽으면서 한국 경제인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할 것인지도 큰 관점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경제는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미국의 경제적 변화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한국을 극동의 부자나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림자 시장의 범주에 넣지는 않은 것을 보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질 때에 한국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더 의문스럽기도 하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상당히 딱딱한 경제관련 전문서적으로 생각했지만, 저자가 관련 사례들을 많이 제시하면서 내용을 풀어나가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