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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ㅣ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은 역시 남다른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1Q84>의 폭발적인 인기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만이 가지는 색깔이 있듯이, 그의 소설이 아닌 작품들도 그만의 독특함이 담겨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도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하루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는데, <언더그라운드>는 이 글의 형식까지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평범한 소설가라면 이런 형식의 글들이 책으로 묶여졌을 때에 별 반응이 없으리라는 생각에 시도조차 해 보지 못할 내용의 글이다.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문장으로 바꾼 모음집이라니....
이 책은 1998년에 국내에서 출간되었으나, 그동안 절판이 되었다가 재출간한 책이기에 전에 읽었던 독자들도 많겠지만,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는 그리 많은 시선을 받지는 못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어느날 우연히 여성잡지 투고란을 하루키가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키는 여성잡지, 특히 투고란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거기에는 "지하철 사린때문에 남편이 직장을 잃었어요"라는 한 여성의 사연이 실려 있었는데, 그 내용도 투고한 여성이 심각하게 쓴 글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그 부부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깊고 아팠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키의 그 끈질긴 근성이1996년 1월부터 12월 1년동안에 걸쳐서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 리스트 700 명중에 140명과 연락을 그리고 그중의 40%와 인터뷰를 해 주었고, 그중의 62명이 책에 자신의 인터뷰 내용을 실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지만, 가명을 원하는 사람은 가명으로, 나머지는 실명.
그리고, 인터뷰 기사를 문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할 때에도 그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그들이 원하는 내용이어야만 책에 싣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지만, 그것은 그만큼 하루키의 글쓰기는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기때문에 책을 쓰게 된 경위를 적는 것이다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래서 이 책은 아주 사실적이고, 증언자 62 명의 이야기는 완전히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문장 표현상의 기교조차 없는 것이다.
이 아침에 일어난 옴진리교도들에 의한 사린 가스 노출사건은 지요다선, 마루노우치 선(오기쿠보 행), 마루노오치 선(이케부쿠로 행), 히바야 선(나카메구로 발), 히바야 선(기타센주 발)에서 일어나게 된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거의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그들의 시각에 따라서 약간씩 다름이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그 사건의 발생하던 초기에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급대의 늦은 출동이나, 병원 응급실의 환자 대처 능력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사건 현장에서 겪었던 공포와 두려움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껶는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다.
하루키가 이 글을 쓰기로 했었던 것 중의 또 다른 이유는
"'옴진리교'와 '지하철 사린 사건'이 일본 사회에 가져다 준 큰 충격을 아직도 유효하게 분석하지 않고, 그 의미와 교훈도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62 명의 이야기가 자신이 탔던 지하철 노선을 중심으로 실려 있는데, 비슷 비슷한 이야기여서 (같은 현장에 있었으니) 읽으면서 다소는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서 있다.
그것도 700 여 페이지에 이르는 내용이니.....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그당시의 사건을 방송하던 TV 화면이 스쳐 지나간다.
그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던 사건이고, 우리나라 지하철역에서도 사린 가스를 연상하게 하는 밀가루나 그 밖의 버려진 물건들에 대한 공포가 컸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루키가 이 책을 통해서 '옴진리교'나 '사린가스'의 살포'에 대한 어떤 인식을 를 파헤치는 것은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하철 사린사건에 관한 장기취재를 통해서 이와같은 책을 내 놓았다는 사실은 그가 일본에 대해서 그 무엇인가를 더 깊이 알기 위해서 벌인 작업의 일환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1Q84>도 옴진리교 사건에서 실마리를 찾아서 그것을 토대로 대작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무튼,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일들에 쏟는 열정은 이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