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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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서 였다.
실존했던 핵물리학자의 의문의 죽음에서 소재를 얻었던 이 작품은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인물까지 등장하면서 현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꽤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그당시만 해도 생소하기도하고, 특이하기도 한 소재와 주제의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이후에도 작가는 역사, 금융, 한미관계 등의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을 심도있게 다루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박이야기이다. 소설 '카지노'는 이전에 발표하였던 '도박사 1,2'를 합본하여 새롭게 개정한 작품이다.
다행히도 '도박사'를 안 읽어 보았기에 나에게는 새로운 작품인 셈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카지노에서 많은 돈을 잃고, 그들이 어렵게 쌓아 올린 명예까지 하루 아침에 실추되는 것을 보고 도박의 세계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과연 인간은 도박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이다.
카지노가 있는 강원랜드에서부터 마카오, 몬테갈를로,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도박을 하다가 파산을 하였을 경우에 마지막으로 생을 마치기 위해서 도박사들이 찾는다는 네팔까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 소설의 이야기는 전개된다.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고 히말라야에서 생을 마친 동생을 찾으려 네팔에 간 은교.
그리고 자신의 도박 자금때문에 친구를 자살하게 만들었던 시후.
이 두 사람이 네팔에서 만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은 일탈을 꿈꾸게 되고, 그 일탈의 저편에는 카지노가 있다고 한다. 카지노의 휘황찬란한 불빛 그것은 인간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을 확률은 돈을 벌 확률보다 훨씬 높다. 이 소설에서 주로 다루는 바카라 게임은 카지노를 상대로 한 게임인 것이기에 결국에는 돈을 잃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도박에서 사람들이 돈을 잃게 되는 것은 도박을 하는 동안에 평정심을 잃게 되기때문인 것이다.
작가는 '어리석은 욕망의 그림자를 좇아 광대 춤을 추는 것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도박에 대하여 이처럼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소설은 바카라 게임을 통해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돈과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어느 정도 바카라에 빠져 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박사들의 세계와 세계적인 카지노들의 현실, 그리고 게임의 법칙을 어느 정도 섭렵했기에 이런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은 평범한 소재가 아닌 어떤 특정한 세계를 깊이있게 알아야만 쓸 수 있는 작품들인데, 소설 '카지노'도 도박의 세계를 알아야만 쓸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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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의 복음
톰 에겔란 지음, 손화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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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 너무 재미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두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하지만, 읽다 보면 또다른 꺼풀를 뒤집어 쓴 것 같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처음의 내용과는 또 많이 다른 방향으로 와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잔잔하고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559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이 소설을 끝까지 읽지 않고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쓴 '톰 에겔란'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수 년간에 걸쳐서 종교학, 고고학, 천문학, 지리학,세계 각 문화의 종말론 등을 연구했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들과 '톰 에겔란'의 상상력이 어우러져서 '루시퍼의 복음'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세심하고 치밀한 구성과 수려한 작가의 필체 때문인 것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우연하게 발견되는 키예프의 지하묘소에서 발견되는 수도승의 손에 들려진 필사본으로 부터 시작된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훼손의 흔적조차 없는 양피지. 그것은 바로 '루시퍼의 복음' 인 것이다. 그리고, 그 미라가 놓였던 제단 뒤에서 발견된 표식.
이 '루시퍼의 복음'의 연구를 의뢰받은 사람은 고고학자인 비외른 뵐토.
그런데, '루시퍼의 복음'에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 둘 제례살생을 당하게 된다.
'루시퍼의 복음'이 무엇이길래.
루시퍼. 그것은 사탄, 빛을 가져오는 자, 빛을 전달하는 자.
'루시퍼의 복음'은 엄청난 불행을 예고하는 계시골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성스러운 성경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증명할 증거를 가지고 있는 예언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루시퍼의 복음'을 손에 넣으려는 두 집단.


 
'드라큘 기사단'은 예언과 계시를 그들 나름대로 해석하여 이것을 통해서 사탄의 아들을 이 세상에 오게 하려는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그런데 반해. '루시퍼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씨씨를 단장으로 한 집단은 또다른 어떤 것을 알아 내려는 움직임을 벌이는데.....
이 소설은 이런 큰 줄거리를 바탕으로 '루시퍼의 복음'의 세번째 내용을 지키려는 비외른 뵐토의 이야기가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또다른 축은 악마학을 연구했던 실종된 지오반니 교수의 이야기가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들이 섬세한 심리묘사와 상황묘사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오반니 교수의 딸인 '실바나'의 석관 속에서의 심리묘사는 너무도 정교하게 잘 묘사되고 있다.
또한, 작가는 고대 수메르, 바빌론의 신화, 유대교, 무슬림, 불교, 기독교의 성서의 구절들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해석하여 이야기속에 가미하여 넣고 있다.
선과 악, 천사와 사탄, 창조론과 종말론, 이런 풀리지 않는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그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소설의 내용 중간 중간에 슬쩍 슬쩍 들려주는 고고학자인 비외른 뵐토 교수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친구를 살해하려다가 자신이 죽은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지켜 보아야 했던 어린날의 소년. 그리고, 그 친구와 결혼을 하는 엄마에 대한 배신감. 새 아버지의 위선. 알비노라는 병으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어린 시절. 그런 콤플렉스와 트라우스를 가진 뷜토 교수의 심리적 상황과 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다.

로마의 작가 푸블리우스 베르길라우스 마로에 의하면 인간은 각자의 지옥을 짊어지고 산다고 했다. 나는 자주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지옥을 짊어지고 사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p464~465)
오리온 자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주니까요.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그 진실된 속성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p326)


인간은 나름대로의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선과 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천사와 악마를 마음 속에 담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핵심은 신화속의 거인 네피림처럼 거대한 유골의 발견이 아닐까 한다. 그 유골의 주인은 '오우하' - 우주에서 온 손님.
'오우하'는 이 소설에서 가장 훈훈한 우주인임에 틀림없다.
뵐토 교수가 '루시퍼의 복음'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수수께끼처럼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거머쥐고, 생명의 위협을 여러번 느끼게 되지만, 그 여정은 뵐토 교수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모든 세계관과 우주관, 가치관은 새롭게 정립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하르가 - 메 - 기도 -돔' . 지구로 되돌아 온다. '

 

"인간의 세계관은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만이 독보적인 존재요,신에 의해 창조된 축복받은 존재라는, 어떻게 보자면 상당히 오만하고 이기적인 생각이지요. 은하수에만 수십억 개의 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은하수는 수천억 개의 은하계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거대한 우주에서 생명을 가진 유일한 존재라고 스스로 믿고 만족하지요" (...) "인간은 모든 것을 동시대적 지식과 경험에만 비추어 생각하고 분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발전의 마지막 단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우리의 사고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에 대해서는 이해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p500)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 질 것이다. 그것은 이 소설만이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루시퍼의 복음'에 대해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재해석을 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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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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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의 작가 신경숙은 오래된 친구와 같은 느낌이 드는 작가이다.

 

 

신경숙의 작품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작가이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리라.

이번에 출간된 <모르는 여인들>은 그동안 작가가 침울하거나 혼란스러울 때마다 써 두었던 단편소설 7편이 실려 있다.

장편소설은 장편소설대로의 느낌이 있고, 단편소설은 단편소설대로의 느낌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7편의 단편은 짧은 호흡으로 읽어 내려가기는 하지만, 읽은 후의 여운은 장편소설보다 더 길게 남는 것이다.

 

 

우린 어쩌면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기야, 내가 나를 모르는데, 상대방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우린 나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에게 너무도 무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우리는 소통의 단절, 소통의 부재 속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생각을 하기는 한 것일까?

<모르는 여인들>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가 지금 풀숲에서>에서는 남편과 아내는 소통이 없는 관계이다. 시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는 시어머니가 하는 같은 이야기를 또 듣고 또 들어주던 아내였지만, 시어머니의 죽음이후에 아내는 이상한 버릇이 생기게 된다. 버릇이라기 보다는 <외계인 손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린 것이다. 아내의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왼손, 때론 남편에게 폭력까지 가하게 되는 왼손.

그 왼소은 왜 아내의 의지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일까?

남편은 소통이 없는 사람이었고, 아내의 어떤 질문에도 단답형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항상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면서 사는 남편.

" 아내의 왼손은 아내의 마음이기도 한 것인가. 아내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의 대신이기도? (....) 밤의 풀숲에 버려지 채 그는 처음으로 아내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겼다. " (p116)

<숨어 있는 눈>에서의 남편과 아내도 별로 다르지 않다. 아내가 어느날부터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 오게 되고, 집안은 고양이로 난장판이 되어가고. 7마리까지 고양이가 늘어나자, 남편은 견딜 수 없어서 집을 나가게 되고, 고양이들은 다른 집으로 입양이 되고, 남편이 돌아 오지만, 또 아내는 길고양이들을 한 마리, 한마리 집으로 데려 오면서 21마리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들 부부 역시 아내가 집을 나간 후에야 서로가 얼마나 무심한 관계였던가를 알게 된다.

<어두워진 후에>는 어머니, 할머니, 자폐인 형이 살해당하는 살인사건 현장에 없었기에 홀로 살아 남은 남자가 세상을 떠돌아 다니다가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절 입구의 매표소 판매원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는 이야기이다.

별 생각없이 거절 당할 줄 알면서 매표소 판매원에게 표를 살 돈이 없으니 그냥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 본다. 의외의 대답인 그렇게 하라고 한다. 절에서 내려와서 또 거절당하리라는 생각에 배가 고프니 밥을 사줄 수 있냐고 한다. 그녀는 잘 아는 식당으로 함께 간다. 맛있는 저녁후에 잘 곳이 없다고 하니, 선뜻 자신의 집으로 안내한다. 아침 밥상에, 그리고 헤어지면서 버스비까지 얻게 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에게 거절당할 줄 알면서 내민 손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남자는 자신이 떠났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모르는 사람도 선뜻 받아주는 그 친절을 남자는 가족들에게 과연 하였던 것일까.

 

(다음은 신경숙 작가의 인터뷰 기사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에 수록된 <어두워진 후에>라는 단편은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처음 만나는 여자에게 위로받고 삶의 빛을 보게 되는 내용이다. 사실 여자가 베푸는 호의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타인에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기자가 이런 생각을 말했더니, 신경숙 작가는 “그럼 연쇄살인범 같은 사람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반문한다. 연쇄살인범 이야기는 뉴스나 영화에서 익히 봤다. 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람의 이야기는 마땅히 기억나는 게 없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전자는 사건이고 후자가 일상이어야 맞다. 무엇이 더 자연스러운가.

사실은 타인에 대한 선의가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게 이상한 거예요. 실제로는 그게 우리 인간들이 살아야 하는 삶이고 우리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본모습이잖아요. 타인에 대한 온기는 본래 다들 가지고 있어요.”    (인터뷰 기사 중에서)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읽으면서 소통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다가, 이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입을 닫아 버리기도 한다.

남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하려고도 하지 않게 되어 가고 있다.

얼마전에 일어난 중학생 자살 사건을 통해서도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13살 어린 학생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왜 부모에게, 아니면 운동도 잘 한다는 형에게 말을 하지 못했을까.

떠나면서도 가족을 챙기는 그 마음이라면 자신의 상황을 왜 가족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을까.

부모와 자녀는 왜 대화의 문을 닫아 버렸을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모르는 여인들>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가사 도우미와 노트에 글을 적는 것으로 가사일에 대하여 일을 시키고, 도우미는 그 노트를 보면서 가사일을 하고, 자신이 필요한 것들은 그 노트에 적으면서 아내와 가사도우미는 소통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 가사 도우미가 집안일에 익숙해지자 아내와 도우미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병에 걸리고, 남편의 곁을 떠나게 되는데, 그때에서야 남편은 아내가 가사 도우미와 의사 소통을 하던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 노트를 가지고 찾아온 옛사랑인 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남편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 자기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하지 말아달래. 혹여 낫게되면 그때 돌아 오겠대, 아이한테도 비밀로 해 달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가출한 줄로만 알았어. 이게 말이 되니? 이 노트를 보지 않았다면 아내가 병과 싸우고 있다는 것도 나는 몰랐을거야. 이게 말이 되니? 왜 자기 생각만 할까? 가족으로서도 할 일이 있는 법인데, 아내가 왜 그러는 걸까? 너는 알겠니? " (p253)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이 소설들에는 있다.

'신발', '맨발'의 의미를 소설 속에서 찾아 나가는 것이다.

<세상끝에서의 신발>, <어두워진 후에>, <모르는 여인들>에서의 신발, 맨발은 삶의 가장 내밀하면서도 누추하고 자신의 무게를 짊어진 부분들을 통해서 관계맺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지금까지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더 미스테리가 들어간 < 화분이 있는 마당>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인 것이다.

또한, 나는 오래전 작가의 작품 중에서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주려고 봄나물을 맛깔스럽게 무쳐 놓는데, 결국에는 오지 않아서 나물의 색이 추하게 변한 모습을 묘사한 장면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어떤 작품이었는지, 어떤 이야기였는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그 장면만이 기억되는 것이다.

이처럼 신경숙의 소설 속에서는 음식을 참 맛깔스럽게 만들어 내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어두워진 후에>에서

" 상 위의 밥그릇들 옆에는 파란 배추된장국이 한 그릇씩 놓여 있었다. 파를 종종 썰어넣어 무친 생굴에서 참기름 냄새가 맡아졌다. 큼직한 깍두기, 멸치볶음, 깻잎, 계란찜, 언제 만들었는지 숭늉이 담긴 큰 양푼이 밥상 아래 놓여 있다. (...) 소년이 생굴무침을 더운 밥 위에 얹은 뒤 싹싹 비비기에 남자도 그리했다. 소녀가 배춧국이 든 대접을 들고 국물을 후루룩 마시기에 남자도 그리했다. " (p147)

 

내가 신경숙 작가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일상 속의 묘사가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느낄 수없는 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묘사하는 관찰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작품 속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같으면서도 또 다른 그렇지 않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항상 내 말만 들어주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마음이나 아픔보다는 나의 마음을 더 드러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선을 넘게 되면 그때는 상대방과의 소통보다는 입을 닫아 버리고 체념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속의 주인공들도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소통의 단절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소통의 단절 속에서 서로 무관심하게 살아가다가 어느날, 어느 사건을 계기로 그때에서야 상대방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7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가족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내가 아는 그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아프면 아프다고, 마음이 울적하면 울적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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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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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93년 그당시 인터넷 통신망 하이텔을 통해서 '퇴마록'이 연재되고, 그것이 책으로 출간되어 85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면서 밀리언 셀러에 오른다. 그리고 그이후 '왜란 종결자' '치우천황기' '파이로매니악' 등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 작가 '이우혁'. 그가 15년동안이나 구상과 준비기간을 거쳐서 독자들에게 내놓은 책이 '바이퍼케이션' 이다. 이 책은 약 350페이지 정도의 내용의 3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우혁'하면 '퇴마록'이 떠오를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가져다 준 작품이 있기에 그의 신작 소설을 대하는 독자들의 마음은 그만큼 기대가 클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바이퍼케이션 1'의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책속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강하게 빠져 들 수 있기에 읽는 속도 역시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첫장면부터 심한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피비린내 나는 사체처리과정과 그를 꿰뚫어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휠체어의 여인....
잔인이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그 장면들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피튀기는 장면들의 연속.....
이야기는 미국의 어떤 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광란에 가까운 끔찍한 살인사건의 연속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베테랑 형사반장과 천재 프로 파일러가 중심이 되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중심에는 신화가 등장한다.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 그리고 그가 그렇게 끔찍하게도 미워했던 '헤라클레스' 그리고 '하이드라'.... 드라귤라에 버금가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뱀파이어'까지.
이야기의 첫 장면이었던 살인마 '리온'이 되려 죽음을 당하는 사건. 그것도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모습으로. 그러나, 그것은 의문의 휠체어의 여인의 말에 따라 고분고분 순응하면서 자신이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 엄청난 사건. 그리고 살인 현장에 남겨진 '헤라클레스'의 서명, 헤라클레스의 1과업이 이루어졌다는... 그렇다면 이렇게 비참한 살인사건으로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이 진행된다는 말일까?
이 도시는 며칠 사이에 괴물들의 소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괴물? 그것은 보통 알려진 사이코패스들의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창의적인 놈들(p 120)을 말하는 것이란다.
이 소설에서 이우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1권에서는 범죄심리학이나 사이코패스. 프로 파일러. 신화속의 헤라클레스, 헤라, 하이드라 와같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에 대한 설명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연쇄 살인사건의 실제 현장 묘사, 살인자들의 광기어린 행동들이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풀려가는 듯하지만, 아직 소설의 1/3 부분이기에 무엇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 이야기의 시작단계일 뿐이다. 앞으로의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도 궁금해지는~~~~ 2권, 3권에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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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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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인 '헤더 구덴커프'는 16 년간 초등학생을 가르친 교사이다. 그가 쓴 '침묵의 무게'는 그녀의 데뷔작인데, 미스터리소설 형태를 띤 가족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계속 소설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고해서 미스터리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복선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단순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많이 접해본 독자라면 소설의 전개부분에서부터 결말이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그런데,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침묵의 무게'만큼이나 그 무게가 점점 더 가중되어 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살 단짝 친구인 '칼리'와 '페트라'는 어느날 새벽, 비슷한 시점에 사라져 버린다. 침대에서 고이 잠들어 있어야 할 두 아이의 가족들이 그들을 찾아 나서게 되고, 여기에 경찰까지 동원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근처의 숲속을 헤매고 있는 7살 어린이. 그들은 왜 새벽의 어스름에 집에서 사라졌을까? 그리고, 주인공인 '칼리'는 4살이후 왜 말을 못하게 된 것일까?
그런데, 이 소설속에는 너무도 많은 아픔이 담겨져 있다. 가족이 어떤 의미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해 준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자녀들의 학대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결혼의 의미도 생각하게 해준다.
안토니아와 그리프의 결혼, 마틴과 필다의 결혼, 루이스와 크리스틴의 결혼....                          
그리고 그들이 이끌어가는 가정.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요즘 사회적 촛점을 받고 있는 아동 성폭행이나 자녀 학대 문제도 되짚어보게 된다. 
7살아이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성폭력. 그로 인하여 겪게 되는 정신적 충격, 그리고 자녀의 입을 다물어 버리게 만든 그 한마디와 아버지가 가하는 말도 안되는 의심과 학대.....   이런 환경에서도 동생을 끔찍하게 생각할 수 있는 오빠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칼리'와 '페트라'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제각각 1인칭 화자가 되어서 자신의 복잡한 가족사의 이야기를 펼쳐 보여주게 된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그 자리에 모인 화자들이 생각하고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조금씩은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건전하고 건강한 아이들이 자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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