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내용 중의 하나가 예고된 살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은 살인 현장에 다음번의 살인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간다.



그야말로 간큰 살인범이지만, 추리소설에서는 흔히 많이 등장하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언페어>에서는 다음의 살인 예고편이 추리소설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범인은 가장 처음의 살인 현장에 책갈피를 떨어뜨린다.
"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어서 <추리소설>이라는 제목의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의 전반부를 출판사에 배달시킨다.
이 소설을
"최고로 비싼 원고료를, 이 작품을 위해 지불하도록..."
살인을 막으려면, 소설의 다음 부분을 입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메시지의 문장끝에 씌여진 "T" 와 'H" 라는 이니셜.

<언페어>는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으며, 9월에는 <The Answer>라는 제목의 영화로 다시 태어난다.
이 소설은 거의 초반부를 넘어서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추리소설가를 꿈꾸는 미스터리 연구회 소속의 대학생이 이 작품의 원고를 출판사에 가지고 갔다가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한 후에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이 소설 속의 또다른 소설인  <추리소설>이  출판이 거절당한 이유는 "리얼리티가 없다"," 전개가 불공정하다." 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살인사건은 <추리소설>과 똑같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도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페어>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소설의 끝부분까지 범인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고, 소설 속의 범인을 알아 맞추는 것이 묘미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은?
그리고, 왜 그렇게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언페어>의 작가인 '하타 와케히코'는 소설가, 극작가, 연출가, 시나리오작가이다.
그중에서도 2004년에 <언페어>로 정식 소설가로 데뷔를 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드라마, 영화로 제작해야 더 빛이 날 것같은 느낌이 드는 추리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소설의 전개는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도 적절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역시, 한여름밤에는 추리소설이 대세인지 요즘에는 읽어 볼 만한 추리소설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어서 무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소설 속에는 추리소설을 쓰기의 기본이라든가, 출판사, 작가, 대필작가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한 권의 책이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어려움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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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자백>의 작가인 노나미 아사는 <얼어붙은 송곳니>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 대중문학을 대표하는 여류작가이다.

 


"치밀하고 정교한 심리묘사를 통해 긴장감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작가소개글 중에서)는 작가 소개글을 읽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첫 작품인 <낡은 부채>를 읽는데, 기존의 추리소설을 읽던 때의 긴장감이나 추리력은 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첫 장면인 에필로그에서 살인의 이유도 설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400만엔을 줄테니까, 사체 처리에 가담을 해 줄 것을 이야기하고, 그후 가타이사강의 하천부지에서 비에 흔적이 씻겨 나간 변사체가발견되고, 윗옷은 벗겨졌지만, 이름이 새겨진 바지를 입었기에, 변사체의 신원을 밝혀지고, 범인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살해를 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고, 부인의 사주를 받아 사체를 집근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기하는 것, 그리고 대충 유기한 듯한 행동.
살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가 어떻게 이렇게 엉성하게 구성되었단 말인가?
반전도, 트릭도 없으니....
<자백>은 '자백 받아내기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도몬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네 편의 중편 <낡은 부채>, < 돈부리 수사>, <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아메리카 연못>을 담은 연작소설인 것이다.
그런데,도몬 형사는 날카롭거나,날렵한 형사는 아닌 것이다. 다소 어수룩한 형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소박하고 성실하며, 푸근함이 있는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에필로그, 내용, 프롤로그의 형식으로 짜여 있는데, 많은 살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들이 그 사건에만 집중되는 것에 비하여, <자백>은 도몬 형사의 일상, 가정생활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도몬 형사의 인품이 엿보이고, 그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적인 인간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 <돈부리 수사>는 이야기의 진행이 <낡은 부채>처럼 확연하게 나타난 살해사건을 수사하는데, 어설픈 범인들은 꼭 지문을 남겨둔다. 그리고, 자신의 집주소까지도 버려진 종이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어설프다.
범인을 찾아 간 집에서 만난 것은 가스를 틀어 놓고 죽으려는 범인.
그런데, 파키스탄인이다. 잔돈을 훔치기 위한 택시강도살인.
그러나, 파키스탄인은 절도죄만을 인정하고, 살인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도몬은 돈부리수사를 하는 것이다. 일본이 가난했던 시절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가스돈, 오야코도 등의 음식을 시켜주면 이를 먹고 완고했던 용의자들도 범죄사실을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도몬도 파키스탄인의 집에서 보았던 냄비 속에서 카레를 생각해 내곤, 그들이 먹는 카레와 빵을 만들어 먹이고 자백을 받기도 한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에서는 금액은 작지만 400여건에 달하는 절도를 저지른 부부 절도범을 잡기 위해서 그 집앞의 어떤 집에 잠복근무를 하게 된다.
방주인이 건설노동자여서 몇 달씩 방이 비어 있는 곳에 주인의 허락을 받고, 잠복하게 되는데, 마침 집에 돌아온 방 주인과 마주치기도 하고, 이미 절도범은 형사들이 그 집에 잠복을 한 것을 알고 도망쳤지만, 그를 모르고 하룻밤을 잠복을 하기도 한다.
참 어처구니없는 형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백> 속의 이야기들은 내용은 다르지만, 사건을 풀어 나가는 어수룩함을 비슷비슷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몬 형사가 있다.
그의 형사로서의 신조 중의 하나는
" 결코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묻고 들어주기르 반복하면서 논리정연하게 조서를 꾸민다"(p 319)는 것이다.

 


도몬은 유능하거나 특별한 형사는 아니다. 아니, 자백을 받을 때의 인간미 넘치는 마음은 특별하지만.
그리고 사건도 특별하거나, 얼키고 설킨 그런 사건 이야기도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쇼와 40년(1965년)~쇼와 60년(1985년) 사이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품 속에는 이 사건이 일어난 때에 신문에 실린 뉴스들이 등장한다.
김대중 납치사건, 일본 항공기를 납치하여 서울로 몰고 왔던 적군파 사건, 세기의 결혼이었던 찰스 황태자 결혼이야기 등이 작품 속에 슬쩍 언급이 된다.
허구의 소설에서 역사 속의 진실의 이야기가 한 문장씩 감초처럼 쓰여진다.
이 시대를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런 일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네 편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된 때에는 과학 수사기법이 아무래도 미흡하였기에, 도몬 형사처럼 발로 뛰고, 기록을 하고, 끝까지 사건 해결을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용의자의 자백을 받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그러니, 옮긴이가 '옮긴이 후기'에서 썼듯이 "아날로그 향수를 자극하는 소박하고 성실한 사건 기록부"(p322)라는 표현이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너무도 자극적이고 흥미본위의 추리소설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너무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처럼 느껴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 들어가서 그 아날로그적인 그 시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다면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가 식상하다면, 아날로그 향수의 세계을 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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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웨덴의 작가이자 기자인 '스티그 라르손'은 폭력에 투쟁하고 정의와 자유의 가치를 추구한 강직한 언론인이었다.

 


'스티그 라르손'은 2004년에 첫 장편소설인 '밀레니엄'시리즈를 탈고한 후에 책이 출간되기 6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니, 아쉽게도 작가 자신은 자신의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밀레니엄>신드롬을 만들어 낸 사실을 알지도 못한 셈이 된 것이다.

 

작가는 "일상에 스며든 파스즘을 경계하며 인종차별과 극우파, 스웨덴의 여러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잡지 《엑스포 EXPO》를 공동창간하고 죽기 전까지 《엑스포 EXPO》의 편집장으로(작가 소개글 중에서) 있었는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주인공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잡지 <밀레니엄>의 편집장인 것으로 설정된 것이 바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스티그 라르손'은 원래 장편 추리소설인 <밀레니엄>시리즈를 총 10부로 구상하였다고 하는데,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하여 3부작만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3부작의 내용은 1부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1권,2권>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권, 2권>
                      3부 < 벌집을 발로 찬 소녀 1권, 2권>이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이후에 많은 독자들이 읽고 좋은 반응을 보였는데, 나의 경우에는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 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전개되니 때문에 "과연,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서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읽다 보니 새벽이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가의 일생이 정의로운 사회와 자유의 가치를 추구하였듯이, 사회의식, 도덕적 타락등의 사회문제가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매년 같은 날 배달되는 압화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누가 보냈는지 압화.
이야기의 장면은 바꾸어서 경제잡지인 <밀레니엄>의 편집장인 미카엘 블롤크비스트가 친구의 제보를 바탕으로 쓴 대기업의 실체를 다룬 기사가 허위기사로 재판을 받게 되고, 그 판결이 내려지는 된다.
기자로서의 명예를 실추당한 미카엘에게 다가오는 전직 대기업 총수인 헨리크 방예르의 제안.
그 제안은 자신의 종손녀인 하리에트의 살인사건을 추적해 달라는 것이다.
약 36 년전의 실종사건,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도 전력투구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사건인 것이다.
헨리크 방예르의 집착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사건.


 

"노인은 그를 낚을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도안 궁리해 온 것이 틀림없었다. 미카엘은 자신이 이 집에 들어온 이후 일어난 모든 상황이 치밀하게 짠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진실일 수도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기초적인 심리학을 이용한 심리 전술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서, 헨리크 방예르는 교묘한 조작가였다. 오랜 세월, 협상의 밀실에서 닳고 닳은 인물들과 접촉해 온 노회한 사업가. 그가 스웨덴 경제의 가장 이름 높은 거물 중 하나가 된 것도 우연은 아닐 터였다.
'지금 헨리크 방예르는 상당히 난처한 일을 내게 떠맡기려 하고 있어....' 이것이 바로 미카엘의 결론이었다." (p123~124)


 


또한,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힌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보안업체의 직원이기도 했던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비밀 정보를 수집하는데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여자이다.
1권에서는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각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과정만이 그려진다. 아직 그들은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독창적인 플롯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을 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기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새록 새록 전개되기에 읽는 재미가 더 가중되는 것디다.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 절묘하게 깔린 복선, 그리고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특징적인 캐릭터 등이 추리소설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의 비리, 사회 상류층의 도덕적 해이, 후견인 제도의 모순, 성폭력, 사디스트 등 사회 정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어서 흥미본위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비추어 보는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게 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작품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생각난다.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의 소재들이 공유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이 허구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1Q84>은 현실 속에는 없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그렸다면,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실제 스웨덴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것같은 느낌이 드는 현실 속의 사회고발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토당토 않게 관련이 없는 두 작품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만큼 두 작가들의 작품이 치밀한 구성과 세밀한 묘사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인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강하게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1권을 읽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또 오늘 밤을 새워 2권을 읽을 것같다.
그만큼 한 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는 그런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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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미 많은 독자들이 읽은 <비스트>


읽는 도중에도, 읽은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아동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원본에는 잔혹한 상황 묘사가 반복되었고, 소설 속의 인물들의 격렬한 감정 표현이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로 상스러운 욕설 등이 난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편집자와의 상의끝에 이런 부분들을 많이  순화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분노가 치밀 정도의 감정이 드는 장면들이 많이 있다.
그만큼 아동 성폭행은 그 어떤 범죄행위보다 엄중한 잣대로 처벌해야 하고, 근절해야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두 명의 작가에 의해서 쓰여졌다.  안데슈 루슬룬드는 스웨덴 공영 방송의 사회부 기자로 시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에 출소자들의 갱생을 돕는 '재소자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설립한 버리에 헬스트럼을 만나게 되고, 그를  계기로 <비스트>라는 소설을 함께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두 명의 작가 중의 '버리에 헬스트럼'(남자)이 바로 5살, 7살, 9살에 세 차례씩이나 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후 그는 성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폭력,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후에는 출소자들을 위한 갱생 단체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성폭행 피해자이자, 폭력과 마약 등의 범죄에 있어서는 가해자의 입장인 것이고, 그의 교도소 생활의 체험은 <비스트>라는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교도소 장면들은 작가의 생생한 경험, 기억, 아픔이 묻어 있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까?
이야기의 시작은 6살 아이에게 가해지는 아동 성폭행 장면으로 시작된다.
벤트 룬드라는 파염치한 아동 성폭행범은  두 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들을 자신의 먹잇감(?)으로 생각한다.
갈색 머리, 금발 머리 두 아이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장면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가학에 가까운 폭행후에,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데, 룬드는 그 사체의 발과 신발을 깨끗하게 핥는 이상한 흔적을 남긴다.
그는 분노로만 표출되는 성충동, 그것도 아주 나이어린 여아들에 대한 성충동이자 가학이자, 살해인 것이다.
룬드의 행동에 대항할 수도 없는  아이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가하고, 무기력하게 굴복당하는 모습에서 쾌락을 느끼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인 것이다.

이야기는 이후,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후송되던 룬드가 탈주를 하면서 또다른 아동 성폭행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어릴적에 아버지의 학대에 자살을 선택해야만 했던 형에 대한 기억을 가진 프레드리크.
이혼을 한 후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작가인데, 딸을 유치원에 보내는 길에 마주치게 된 사람이 탈주범인 룬드였다는 것.
그리고, 프레드리크의 딸이 유치원에서 실종되게 되었다는 것.


프레드리크에게 돌아온 것은 이전의 룬드의 아동 성폭행 살해사건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해된 딸의 주검.
여기에서 프레드리크가 선택하는 룬드에 대한 처벌은?

이런 이야기가 교도소 속의 풍경과 그속에서 또다른 범죄를 꿈꾸는 수감자들.
그리고, 교도소 소장을 비롯한 교도관, 호송기사 등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앞서서도 이야기했듯이 버리에 헬스트럼이 재소자였기에 교도소에 얽힌 이야기는 그의 경험을 토대로 한 날카로운 통찰력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들이 생각해야 할 점들은 참 많이 있다.
룬드는 상습적인 아동 성폭행범이다. 그가 살해하는 아동들은 6살, 5살, 9살이다.
이처럼 나이 어린 아동들에게 가해지는 성폭행후의 살해는 너무도 끔찍하여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그러나, 그에게 가해지는 법의 판결은 과연 우리가 수긍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룬드가 경미한 정신질환이라니...
이런 경우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기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프레드리크가 자신의 딸이 성폭행 살해를 당한 후에 할 수 밖에 없었던 행동인 연쇄 살인범에 대한
살인.
경찰보다 더 먼저 그의 소재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 무엇일까?
한 개인이 찾을 수 있는 범인의 소재를  많은 인원과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경찰은 왜 찾을 수 없었을까?
만약에 프레드리크가 룬드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두 아이가 희생을 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정당 방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연쇄 살인범이라고 해도, 법이 아닌 개인이 그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것을 허용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파장은 어떻게 할까?
그래서 프레드리크의 행동에 대해서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너무도 많은 물음을 독자들에게 묻는 것이다. 
특히, 사형제도가 없는 스웨덴에서는 그 어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연쇄 살인범일지라도 단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출소나, 탈주는 또다른 범죄로 이어지기에 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것이다.
이 소설에서 룬드는 두 차례나 탈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비스트>는 이런 많은 물음을 줄 수 있는 소설이기에 범죄 스릴러 소설의 범주를 뛰어 넘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소설의 마지막.

"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하는 것들을 소설 속에 풀어내기도 했다. (...)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 보기에 따라 비정상으로 보이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창작의 세계를 넘어서서 엄연히 현실 속에,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479)

그래서, 책장을 덮은 후에도 쉽게 소설 속의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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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가스통 르루 '하면 그 누구나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를 것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와 오페라가 있는데, 특히 오페라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986년에 런던에서 초연을 한 이래, 15개국, 91개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오페라의 유령>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첫장면인 경매과정에서 웅장한 '상들리에'의 등장부터 숨을 죽이고 공연에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읽으면서 밀폐된 공간이었던 오페라 공연장의 지하로 연결된 무대를 어떻게 뮤지컬로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웅장한 무대 장치를 보면서 그 의문이 풀리기도 했다.

 

 

         (사진출처 :<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서 찍은 사진 -2010년 8월) 

 

'가스통 르루'는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로 신문기자로도 활동을 하였기에 그의 밀실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노란 방의 비밀>에서도 그런 점이 많이 반영된다.

 

 

이 책은 1907년에 쓴 소설로 밀폐된 공간인 노란 방은 사건이 일어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를 가진 방이기에 이 방에서 일어난 사건을 추적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 것이다.

사건은 어느날 밤에 일어난다. 스탕제르송 박사와 그의 딸인 35살의 스탕제르송 양은 퀴리부인의 라듐 발견을 이끌어 내게 되는 '물질의 해리'라는 새로운 학설을 뒷받침하는 뢴트겐 사진에 대해 처음 시도되는 연구를 공동을 하는 물리학자이다.

저녁식사를 연구실에서 하인인 자크영감과 함께 하고, 연구를 하던 스탕제르송 양은 연구실 바로 옆의 자신의 침실로 가게 되고, 얼마후 비명을 지르게 된다.

"살인마 ! 살인마야 ! 살려주세요. (...) 살인마! 살려주세요! 아버지! 아버지!" (p14)

놀라서 딸의 방으로 향한 박사와 하인, 그리고 문지기 부부는 스탕제르송 양의 방인 노란 방이 안에서 잠겨 있음을 알게 된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보니, 스탕제르송 양을 피를 흘리며 방에 쓰러져 있고, 이 방안에는 그녀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범인이 들어가 있을 수는 있다고 해도, 밀폐된 방을 나올 수는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의 화자는 변호사가 된 지 얼마 안되는 생클레르이고, 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 사람들은 두 명의 탐정이다.

그당시 파리에서 최고의 탐정이라고 일컬어지는 라르상과 갓 18살이 된 어떤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것을 계기로 초보 신문기자가 된 자칭 탐정인 룰르타뷰의 추리대결이 교차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사건으로 스탕제르송 양은 죽지는 않고 회복이 되지만, 또 한 번의 살해 위험이 뒤따르기도 한다.

첫번째 사건의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

남자가 남긴 바닥의 발자국, 숲 속으로 난 길에 생긴 큰 발자국과 작은 발자국, 노란방의 위에 사는 하인이 가지고 있던 총, 수수한 손수건 등이 물적 증거이자, 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스탕제르송 양이 곧 결혼을 하기로 했던 같은 학문을 하는 대학교수인 로베르 다르자크라는 약혼자도 있는 것이다.

 

 

추리소설을 상당히 많이 읽어 왔던 나로서는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사건의 윤곽이 밝혀지는 이야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소설 속에 몰입하여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탐정의 역할을 하는 추리소설을 더 좋아한다.

이런 소설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누구도 다 범인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범인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을 뒤집어라" , "나의 상황을 여러 방향으로 추적해 보아라"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지만, 왜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찾아나가기도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 (...) 당신은 일찌감치 누가 범인인지 점찍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 만약 그렇게 되면 당신의 생각이 뿌리부터 허물어져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찾았고, 그것은 낸 것입니다. (...) 그건 정말 위험한 방법입니다." (p127)

이 문장은 청년 탐정 룰르타뷰가 베테랑 탐정인 라르상에게 하는 말이다.

보통은 추리 소설의 초반부에 나오는 모든 묘사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이 소설은 좀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암흑 속에 묻혀서 풀리지 않는 불가사의한 사건인 노란 방의 비밀을 ( ? ))의 체포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 ? )를 법정에서 재판하는 날 룰르타뷰는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룰르타뷰는 범인을 알고는 있지만 6시 반이 되기 전에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4시간 후에.

그리고 드디어 6시 반이 되자.

" ( ? )입니다! 범인은 !

망연자실, 경악, 격분, 불신의 고함소리가 법정 안을 메웠다. 그 중에는 또한 이러한 대담한 고발을 감히 할 수 있는 이 용감한 청년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자도 있었다. " (p358)

과연 ( ? )이 범인인지는 끝까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동기까지도......

" (...) 눈에 보이는 사실은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어떻게든 해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종종 판단을 그르치는 원인이 됩니다. (...) 그것을 추리의 근거로 해서는 안 됩니다. 우선 추리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눈에 보이는 사실이 자신의 추리 안에 잘 들어가는지를 조사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 저의 수중에 있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의, 아주 작은 원입니다." (p380~381)

이것이 룰르타뷰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논리의 추리였는데, 어떤 상황이나 사실에 있어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보이는 것이 그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

 

 

<노란 방의 비밀>은 이 소설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는 독자들의 추리력으로 이 사건을 풀어 나갈 수 없는 이야기이다.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해명과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의외성은 소설의 끝부분에 가서 룰르타뷰가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이야기해 주는 형식을 빌리기에 독자들에게는 추리소설에서 독자 스스로 범인을 추적해 나가다 그 범인을 밝혀내는 그런 재미를  빼앗아 버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노란 방의 비밀>이 밀실 미스터리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장편 미스터리이고, 이 작품을 통해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시대상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지난 추리소설이기에, 번뜩이는 기법과 생각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추리소설으로서는 부족함도 많이 엿보이는 것이다.

오랜만에 읽게 된 정통 추리소설이게에, 간만에  머리싸움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런 재미를  빼앗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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