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앵 지음, 양진성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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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는 그동안 이 살인사건'을 상황극으로 만든 작품들을 통해서 여러번 접했던 이야기이다.

 


그러나, '드드에 드쿠엥'이 저널리스토로 활약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세밀하고도 생생하게 소설로 재구성하니, 이전에 알았던 사실들보다 더 충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1964년 3월 13일 뉴욕에서 일어난 '키티 살인사건'.


그 사건은 귀가하던 28살의 여자가 자신의 집앞에서 무참하게 살해되는 것이다. 도망가는 키티 제노비스의 등을 칼로 두 차례 찌른 순간 그녀가 외치는 소리는 조용한 한 밤중, 아니 새벽에 가까운 겨울의 하늘에 울려 퍼진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p147)
그녀의 외침에 몸브레이 하우스 건물 위쪽의 유리창에 불이 켜진다. 그리고 또 몇 집에서도 불이 켜진다.
그리고 누군가 소리친다.
"야 ! 여기서 꺼져 !" 아니면 "너 거기서 뭐 하는거야 ?" (p148)
살인자 모즐리는 멈칫하고 재빨리 도망을 친다.
그리고 제노비스도 그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집을 향해 힘겹게 달아나지만, 아무도 더 이상 도와주지를 않는다. 제노비스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는 입구의 복도까지 도망치지만, 상처가 심하여 그곳에 머물게 되고 모즐리는 다시 쫓아와서 가슴 등지에 칼을 휘두른다.
그리고, 죽어가는 여자를 강간까지 한다.
그때도 누군가 복도에서 나오는 신음소리에 문을 열어 보기는 하지만....
이 광경을 목격하거나 살인의 소리를 들은 사람은 모두 38명이라고 한다.
주택가 한 가운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목격자들.
그들이 경찰에 신고만 했어도 2분 거리에 순찰차가 순찰을 돌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한다.
침묵의 방관자 38명도 제노비스를 죽인 공범자는 아닐까?
사건 발생후 그 공범자들은 제노비스의 살인사건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녀의 살아 있을 때의 성격 등은 이야기했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뉴욕 타임스의 로젠탈이 마틴 갠스버그에게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미국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후,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제노비스 효과', '방관자 효과'라는 심리용어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윈스턴 모즐리 (살인범)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부인과 아이가 있는 가장이다. 직장에서는 꼼꼼한 근로자이고, 모범적인 직원이다.
제노비스 살인 후에도 직장에 출근할 정도로 아무런 죄의식 조차도 없는 인간인 것이다. 그는 이미 애니 메이 강간 살인사건도, 바바라 클랙릭 살인사건도 저지른 후 였다.
그의 특징은 여자들을 살인한 후에 시체를 강간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도 모즐리가 법정에서 감사, 변호사와 나누는 법정 대화가 인용되는데, 검거된 후에 아무런 감정표시없이 자신의 범행을 이야기하고, 이전의 범행까지 자백을 한다.
변호사는 그를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하여, 사형은 면하고 무기징역을 받게 되는데, 이후에 자신의 직장에 금속물질을 넣고 병원에 가게 되는 과정에서 탈주를 하게 된다.
그리고, 빈 아파트에 숨어 있다가 집주인과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이상하게 여겨 아파트에 찾아오게 되자, 두 부부를 잔인하게 폭행을 하고, 그 중 아내와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강간까지 한다.
인면수심의 모즐리는 제노비스 사건후 40년이 지난 2008년에 13번째 가석방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다고 한다. 그는 또 다시 몇 년후에 가석방 신청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당시 나이가 72살이다.
모즐리는 낮에는 완벽한 남편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만, 밤에는 이와같은 살인마로 변하는 것이다.
그는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선과 악을 구별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내내 과연 인간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 것일까?
모즐리와 같은 인간에게는 인간의 바탕에 선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또한, 악랄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들에게 정신분열증이라는 이유로 감행을 해 주는 것은 어디까지 인정해 주어야 할까?
정말로 정신분열증에 의한 살인이라고 해도 이토록 잔인할 수가 있을까?

 

  

 

38 명의 방관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우리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중고등학생들이 교복까지 입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때론, 한 학생을 괴롭히는 무리들을 볼 때도 있다.
영국의 BBC에 보도될 정도로 여학생들의 교복치마는 자꾸 올라만 간다.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부터 출발하였던 모 드라마의 영향도 있고, 하위실종이라는 연예인들이 뿌려 놓은 유행에서 기인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저 정도까지 올라갈 수가 있을까 하는 교복치마를 입은 학생들.
그러나, 어른들은 그냥 방관하고 있다. 부모도, 교사도, 동네 어른들도....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어른이 될 수 있으니, 그저 보고 눈살은 찌푸려지지만 지나치게 된다.
이런 현상이 결국에는 38명의 방관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약에 이 살인사건을 창문너머 나 혼자 보게 되었다면, 내가 신고해야 하겠다는 의무감에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같이 보고 있다면,꼭 내가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는 내가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신고를 할 경우에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작용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38명의 방관자들 중에서 이 사건으로 인하여 죽게 된 제노비스를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 " 나 아니라도 그 누군가가 하겠지~~" 이런 생각이 우리 사회에는 팽배해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다.
주택가에서 일어난 제노비스 살인사건.
약 30분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이고, 도움의 손길을 원했던 제노비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 왔다면 어떻게 했을까?
물론, 한 밤중에 어둠 속에 나가서 그녀를 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을까.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아니, 소설이라기보다는 실제 상황이었으니,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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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2 - 완결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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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 - 참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인 '다빈치코드'보다는 '천사와 악마'를 더 좋아한다. 끊임없이 전개되는 상상력과 추리력을 따라 가다 보면, 반전이 있고, 그 반전은 예상을 뛰어 넘기에 그의 작품은 흡인력이 강하다. 특히나,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이 풀어내려가는 암호 해석은 참 기발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에 읽기 시작한 '로스트 심벌1'은 그런대로 사건들의 전개가 흥미로웠다. 그런데, 로버트 랭던이 피터의 여비서를 가장한 전화를 받는 설정부터 너무도 친절하게 사건이 꼬임이 뻔히 보인다. 그리고, 앞의 두 작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로버트 랭던이 또 등장하는 것이 좀 식상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앞의 작품들과 비슷한 이야기의 전개라는 생각도 얼핏 머리를 스친다. 랭던과 그를 도와줄 여자 등장인물, 그리고 랭던이 구해야 할 사람과 풀어야 할 암호에 얽힌 이야기....  너무도 같은 설정이었다. 그렇지만 워싱턴 D.C. 라는 지역적 배경이 궁금해지기는 한다.

'로스트 심벌1'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너무도 배경지식이 없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상당히 나온다. 멜랑콜리와 예술과의 관계, 워싱턴 D.C.건설과 미국 건국의 역사에 프리메이슨이 어떤 관련이 있는가? , 워싱턴 D.C.의 건축에 숨은 의미를 어느 정도까지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소설적 설정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 랭던의 위기와 관련되었던 감각차단탱크의 존재여부와 실현가능성, 고대문명과 중세의 연금술, 오컬트 등....

정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와같은 것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읽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다빈치코드'나 '천사와 악마'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품이나 성당, 성채, 바티칸 등에 국한되어서 이해가 쉬웠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워싱턴 근처에도 안 가본 내가 워싱턴 D.C.를 둘러싼 국회의사당, 도서관 등에 얽힌 이야기, 그것도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어야 할 정도의 속도감이라면 이해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것 저것 검색을 해보니, '로스트 심벌 가이드'라는 책까지 나와 있다. 나와같은 독자를 위한 배려에서 일까? 한 번 읽어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로스트 심벌1'에서는 의심의 대상이 되었던 사토의 역할도 '로스트 심벌2'에서는 캐릭터의 변화가 엿보인다. 그리고 가장 이 소설의 핵심이 되는 '말라크'의 인물에 대한 캐릭터는 어쩐지 앞뒤가 안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스러움이 티가 날 정도라고나 할까?

말라크- 위대한, 하지만 추락한 천사... 빛과 맞서 싸우는 전사로서의 악마... 용감무쌍한 악마... 몰록(Molakh)이라 불리는 천사... 고대 언어로 말라크( Malakh) (p55)

말라크의 복수극은 어디서부터였을까?

분명 말라크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수리학, 비술, 마술, 기호학 연금술 등을 연구하면서 잃어버린 마지막 비밀을 찾아 자신의 정수리에 새겨 넣고 가장 성스러운 제물이 되기를 바랐다는 설정은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는 말라크의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서 이야기속에서 의식적으로 말라크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다르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에 느꼈던 분노가 그를 사이코패스로 만들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이해해 주어야 할 아버지로부터의 외면과 버림.... 왜 자식을 그렇게 되도록 어린 시절에 방치해 두었을까? 어린 날이 품성이 평생을 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잘못된 선택이었음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역시, 댄 브라운 소설의 묘미는 거침없이 반복되는 반전이 재미를 한층 더한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의 진실. 아마 반전의 순간까지도 독자들은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을 진실의 폭로....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많은 독자들이 억지스럽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작품이 앞의 작품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댄 브라운 작품의 특색인 기호학에 의한 해석도.... 피라미드의 갓돌에 새겨진 가로 세로 8칸씩의 8차 프랭클린 마방진, 그러나 독자들은 새롭기보다는 또... 이런 반응이 아니었을까?

 

 

 

워싱턴 상공에 해가 뜨자, 랭던은 마지막 남은 별빛이 희미하게 사라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과학을, 신념을, 인간을 생각했다. 그는 모든 시대가 공유하고 있는 한 가지를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 창조자를 가지고 있다. 각기 이름도, 얼굴도, 기도도 다르지만, 신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불변의 존재다. 신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상징이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의 모든 수수께끼의 상징이다. 고대인들은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신을 찬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고대의 상징은 잊히고 말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p405)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한 독자들에게는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댄 브라운의 상상력과 추리력, 속도감에는 좋은 평가를 해주고 싶다. '존 그리샴'이 법정 추리소설의 대가이지만, 그 설정이 다양하듯이, 댄 브라운의 소설도 한 작품의 특성을 닮기보다는 좀더 다양한 설정과 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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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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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미술작품인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등에 다빈치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았다는 암호를 찾아서, 예수의 마지막 성배를 찾아서 유럽의 각 성당과 성채를 드나들면서 보여주던 '다빈치코드'.

그리고 '다빈치코드'보다 더 치밀한 구성의 작품이었던 '천사와 악마'에서 첨단 과학과 바티칸 교황청에 대한 비밀, 비밀결사단인 일루미니티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바티칸 교황청 하늘위까지 넘나들던 '로버트 랭던'이 '댄 브라운'의 새로운 소설인 '로스트 심벌'로 워싱턴을 무대로 박진감넘치는 한판 승부를 보여주고 있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코드>가 8,100만 부, <천사와 악마>가 4,500만부이상 판매되면서,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올랐고, 세계 언론은 그를 '소설계의 빅뱅'으로 부르고 있다. (책날개글 중에서)

 

'로스트 심벌'을 통해서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오랜만에 접하게 되니 읽기도 전부터 흥분이 된다. 그가 그동안의 작품들 속에서 보여주었던 놀라운 추리력과 상상력이 느껴지기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의 댄 브라운의 상상력은 워싱턴 D.C. 의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프리메이슨'의 놀라운 비밀들을 찾아가면서 피라미드와 갓돌에 얽힌 암호를 풀어나가는 과정들이 그려진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언급되곤 했던 '프리메이슨'이 미국 건국을 비롯한 도시건설에도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지금도 정치, 경제계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 알게 모르게 작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 D.C. 16번가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은 기독교 이전 시대의 신전을 재현한 곳, '마우소로스 왕의 신전'의 템플룸에서 이루어지는 의식,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의식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입회자가 두 손에 힘을 주어 해골을 입으로 가져가자, 메마른 뼈에 입술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눈을 감고 해골을 자신의 입 쪽으로 기울였고, 한번도 입을 떼지 않고 포도주를 마셨다. 이윽고 그 섬뜩한 잔이 비자, 그는 천천히 해골을 내려 놓았다. (...) 입회자는 큰 숨을 내쉬고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어리석게도 아무 의심도 없이 자신을 이 조직의 가장 은밀한 서열로 승급시켜 준 잿빛 눈동자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P15)

바로 '잿빛 눈동자'의 주인공인 피터 솔로몬은 프리에이슨 33등급의 가장 높은 서열에 해당하는 사회사업가이자 역사학자, 과학자이며 로버트 랭던에게는 12살이나 연사이기는 하지만 친구이자 멘토, 그리고 아버지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그의 부드러운 잿빛 눈동자에서 우러나오는 겸손함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이다.

추악한 악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말라크는 피터 솔로몬과의 악연으로 뭉쳐진 인생을 산 인물이다. 프리메이슨의 33등급에 올라가기 위해 오늘을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인물. 왜 '프리메이슨'의 단원이 되기 위해서 이 날을 기다렸을까? 그것은 비밀의 장소를 알기 위해서이다. 이것을 밝혀줄 인물은 물론, 로버트 랭던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무대로 차츰 차츰 가려졌던 비밀은 조금씩 밝혀지지만, 그것은  댄 브라운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기호학과 암호풀이, 그리고 미국 수도인 워싱턴의 건물들에서 벌어지는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프리메이슨'의 비밀.... 항상, 관심이 가는 부분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어지는 그에 관한 지식들도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소설적 장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진실과 허구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 랭던 교수님." 뒷줄에 앉아 있던 곱슬머리 남학생이 말했다. "메이슨이 비밀 결사체도 아니고, 기업체도 아니고, 종교 단체도 아니라면,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음, 만약 메이슨 단원한테 그런 질문을 던지면 아마 이런 정의를 내놓을 겁니다. 메이슨은 비유로 가려지고 상징으로 예시되는 도덕 체계다." (P57)

말라크에 의해서 착착 진행되는 끔찍한 사건....

랭던에게 고대의 수수께끼에 숨겨진 지식의 세계를 드러낼 신비의 관물으 열라는 명령을 보낸다. 그것은 랭던의 친구인 피터 솔로몬의 잘라진 오른손을 통해서....

그것도 워싱턴 중심부의 국회의사당의 '로툰다'의 방에서.

바로 워싱턴 D.C에 숨겨진 아주 소중한 보물.... 잃어버린 고대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댄 브라운의 소설의 특징은 암호해독이 아닐까?

 

 
 

그가 가지고 있던 피라미드의 갓돌에 새겨진 암호을 찾아라.그리고 그것으로 소중한 비밀의 지도를 읽어라.

메이슨의 피라미드는 지도? 갓돌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보물, 잃어버린 지혜가 숨겨진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비밀은 질서속에 숨어 있다.'

 

 

 

댄 브라운은 소설속에서 문화, 예술, 건축, 역사 등의 깊은 부분까지 다루기 때문에 그의 소설을 읽으려면 많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경우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가 검색창에 쳐보라고 했던 '조지워싱턴 제우스' 를 친다면 정말 어떤 내용이 나올까?

잃어버린 심벌을 찾기 위해서 로버트 랭던과 숨막히는 도주를 계속하면서 하나 하나 파헤져 나가다 보면 긴 겨울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는 것이 바로 댄 브라운의 소설들이다.

이 책 역시 까만 밤을 지새게 만들고, 작가의 작품속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실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하면서, 내내 흥미진진한 추격적에 동참하게 만드는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다.

영화로 제작되었던 '다빈치코드'나 '천사와 악마'가 소설에 미치기 못한 점들이 있는데, '로스트 심벌'도 책으로만 읽기에는 그 소설속의 배경들에 대한 지식이 없는지라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많은데, 영화화 된다면 또한 심리묘사나, 인물묘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런 작품은 영화와 소설을 함께 읽고, 보는 것이 작품 이해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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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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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우리 영화 '마누라 죽이기'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하고 살 것같았기에 부부가 된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미움이 싹트기 시작하고 웬수처럼 느껴지다가 마침내 마누라를 죽이는 법을 생각하게 된다면.... 현실속의 이야기일까. 소설속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현실과 소설속을 넘나드는 이야기일까.

'아카가와 지로'는 1976년에 등단하여 그동안 약 500 여편의 소설을 썼고, 그중에 12편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64편이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이미 1980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그당시 '놀랄 정도로 참신한 플롯을 가진 소설' (P339)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21세기인 지금에도 여전히 '눈부시게 새로운 소설'(P339)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읽는내내 새로운 구성에 한껏 몰입되었으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였다.

 

   

 

별 볼일없는 4명의 남자들이 '니시코지도시가즈'라는 하나의 필명으로 소설을 공동 집필하게 된다. 그들은 제각각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 공통점을 찾는다면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 그런데, 이들이 쓰는 소설은 어느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게 되고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된다.

'니시코지도시가즈' 의 필명의 주인공들.

니시: 니시모토 야스지 (41세) 전직 소설가, 신인상수상

코지: 고지 다케오 (35세),  시나리오 작가

도시: 가게야마 도시야 (42세), 전직 신문기자

가즈: 가가와 가즈오, 시인

이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장편소설의 주제는 '마누라 죽이는 법'

결혼전과는 달라진 아내들 또는 연인.

그들은 자신들의 아내를 생각하면서 마누라를 가장 세련되게 살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물론, 자신들이 범인으로 지목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그런 그들이 구상하고 초안을 잡은 작품들은 우연하게도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듯한데.....

마치 자신이 쓴 창작의 세계가 그대로 현실이 된 듯한... 물론, 우연의 일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P145)

그들의 '마누라 죽이는 이야기'는 현실속의 이야기일까. 소설속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현실과 소설속을 넘나드는 이야기일까....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은 작품속에서 또다른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니시코지도시가즈'의 4 명의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들로~~

4 명이 내놓는 소설초안은 소설속의 또다른 소설로 일종의 옴니버스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 소설속에서 한 명의 작가가 쓴 작품인데, 이렇게 다채로운 문체와 내용으로 새로운 4 편의 소설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들의 전직이 말해주듯이, 소설, 시나리오 대본, 취재형식, 시 등으로 다양한 모습의 글로 쓰여진다. 또한 소설속의 소설 내용이 흥미롭기에 반전을 기대해 보기도 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마치 5 편의 소설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에 유쾌하게 웃어보기도 한다.  '마누라 죽이는 이야기' 인데 어떻게 웃음이 나올까 하는 반문은 이 소설을 읽어보아야만 이해가 된다.

재미있게 한 편의 영화를 본 듯도 한... 그리고 옴니버스 소설을 읽은 듯도 한....

 

어떻게 한 작가가 이렇게 색다른 느낌의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에 담아낼 수 있을까.

역시 '아카가와 지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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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딸이라서 행복해 - 오늘 미워하고 내일 또 사랑하는 엄마와 딸 이야기
홍희선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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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와 딸 !!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때문에 가장 큰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에게 엄마는 추억 속의 아련한 모습만이 남아 있고, 내가 엄마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딸이 없이 아들 하나뿐이니, 이 책 속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부럽고 부러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는 엄마 산소에 아주 작은 연보랏빛이 도는 소국과 함께 작은 송이의 분홍색 카네이션을 한다발 놓아 드리고 왔다.

그리고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를 읽는 마음은 쓸쓸하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를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의 어떤 엄마보다도 반듯하시고, 가정적이셨던 엄마를 기억한다는 것이.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는 감성 에세이이기도 하지만,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를 취재한 인터뷰집이기도 하다.

모두 12커플의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12커플의 이야기는 다양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시각장애인 엄마와 어린 딸의 이야기, 영화 배우인 엄마가 이혼후에 쌍둥이 딸을 키우는 이야기, 청각장애인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 - 자신 - 며느리, 3대가 해녀인 가족의 엄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이야기.

시각장애인으로 도쿄대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영미와 딸 신비의 이야기는 아직 딸이 너무 어려서 서로가 느끼는 모녀의 이야기를 말 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엄마는 딸에게 말한다.

 

"네가 옆에 있어도 엄마는 항상 네가 보고 싶단다." (p30)

이 책속 인터뷰어 중에 퇴근길에 집근처에서 성폭력을 당해서 미혼모가 된 김선희는 딸 은비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은비와의 만남은 선택된 만남이 아닌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그녀가 딸 은비를 만난 것은 운명같은 힘을 느끼게 해준다고.

아마도 엄마는 어떤 고통으로 태어난 생명에게서도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인가보다.

배우 송옥숙의 경우에는 친딸과 입양한 딸이 있다. 입양한 딸은 10살때에 입양하여 자신의 딸보다 2살이나 많고, 이젠 사춘기에 접어 들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의미의 딸일수도 있지만, 그녀는 두 딸에 대한 심경을 너무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1년 전쯤 정말 힘들었어요. 도저히 자신이 없더군요. 지원이을 위해서나 저를 위해서도 파양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지원이를  제 딸로 받아들인 이후 늘 우리의 인연에는 뭔가 특별한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 지원이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나도 우리 엄마에게 비슷한 딸이었지 않았을까.... (...)"  (p146)

 

태어나는 순간 부모의 걱정 속에 살아가는 것이 자식이라고 한단다.

 

 

 

 

이보다 더 특별한 엄마와 딸은 트랜스젠더'슈퍼모델' 최한빛과 그 엄마의 이야기이다.

 

 

"나는 분명 여자인데, 나의 몸은 남자인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진짜 몸을 찾았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 겨우 '나'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가짜란다. " (p107)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딸이지만,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엄마가 있었기에 최한빛은 세상을 질타 속에서도 굳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최한빛에게 엄마는 '거울'이라고 한다.

" 내가 웃을 때 같이 웃고, 내가 슬플 때 같이 우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거울" (p191)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에서는 인터뷰이들의 거침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숨김없이 소개된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련만, 그대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이다.

특히 이책의 저자가 찍은 사진들은 인터뷰이들의 표정과 단란한 모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와 함께 꽃사진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저자가 꽃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이런 행운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그리워진다면, 지금 당장 한 통의 전화를 걸어서 엄마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딸이라는 생각으로 엄마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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