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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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동안 10 여 곳이 넘는 공항을 가보았지만, 그때마다의 설레임은 여행에 대한 설레임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면세점을 둘러 보는 것이 고작 공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9>을 읽으면서 공항의 일상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작가 특유의 한 장소에 대한 깊이있는 일상성의 발견들의 단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이 있어서 관심이 갔다.

일본인 작가인 '신노 다케시'의 <공항의 품격>이다.

 

 

이 작가 이력이 특이하다. 여행회사에 다니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노숙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왜? 작가적 체험을 얻기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공항의 품격>은 작가와 같이 여행사 직원이 회사에서는 한직이라고 하는 공항근무를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공항근무, 그런데, 6년간이나 사랑이라고 믿었던 여자 친구가 '마마보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헤어졌다.

공항에서의 근무란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야 하는 일들이기에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고, 어떤 일이 터질지 짐작할 수 없는 일들이 팡팡 터지는 곳이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첫번째 사건이 일어난다. 브라질계의 일본인 소녀가 아저씨 두 명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상한 여행을.

그런데, 소녀는 출국을 하게 되면 일본에는 돌아올 수 없어서 상황인데, 이 소녀를 보내지 않기 위해서 발휘하는 순발력.

가족들이 모두 휴가 여행을  떠나는데, 아들이 점퍼에 여권을 넣어 놓고 그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 엄마, 동생은 여행을 떠나겠다고 한다. 아들만 남겨둔체로... 아들은 외할머니에게 맡기고, 그런데, 그 아이의 외할머니가 나타나지를 않는다.

패키지 여행을 예약한 하늘하늘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예약한 해 놓은 채로 여행을 떠나지 않기 위해서 비행기 시간을 일부러 늦는다. 왜? 여행은  떠나기 싫고, 그것은 아들집에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

가장 엔도를 황당하게 만드는 사건은 헤어진 여자가 찾아 온 것이 아닐까....

그런데, 헤어진 여자친구는 새로운 남자와 장기 휴가여행을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잠깐 얼굴을 내민 것이다. 일부러?

 

 

 

이런 이야기들과 함께 정년 퇴직을 앞둔 스미타 소장의 이야기는 가장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서 그의 20년전의 또다른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는 이야기.

20년전의 스미타 소장의 꿈많던 시절의 이야기와 20년후의 무덤덤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일상의 이야기.

공항에서 근무하는 여행사 직원들을 '아포양'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이들에 대한 멸시가 담겨 있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 엔도는 이 말을 듣기를 싫어하지만, 이런 좌충우돌 공항에서의 1년간의 생활을 거치면서

" 나는 아포양이란 울림이 좋다. 상냥하고 따스해서 햇볕에 움츠려 앉은 고양이를 떠오르게 한다. 밝고 가벼워서 20번 정도 중얼거리다보면 힘이 솟을 것이다. 아마도.

아포양이 바보 같다는 느낌을 받는 분이 계시다면 꼭 한 번 공항에 와주시기를. 가능하다면 여객으로서, 그때 아포양을 만난다면 아마도 그 인상이 바뀔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 나는, 나는 아포양이 되고 싶다. " (p342~343)

그런데, 이 책은 그리 확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공항이라는 장소가 우리들에게 그리 친근감있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도 그리 공감이 갈 정도의 이야기들이 아니기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이런 일들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공감만을 받는 그런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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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고마워 - 옆에 있어 행복한 부부이야기
고혜정 지음 / 공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친정엄마와 2박3일>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연극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여기 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친정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아픈 마음이 이렇게 눈물로 변하는 것이었다.

연극을 볼 때의 그 마음이 <여보 고마워>를 읽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3일>,<여보 고마워>는 같은 작가의 에세이이고, 모두 연극으로도 공연된 작품들이다.

 

 

이번에 내가 읽게 된 <여보 고마워>는 신작 에세이가 아닌 2006년에 출간되었던 에세이이다.

이 책은 그후에 <여보 고마워>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으로 공연이 되고, 이번에 그후의 이야기가 몇 편 더 실려서 재출간된 에세이이다.

작가는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에 결혼 10 여년차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변리사 공부를 5년간에 걸쳐서 하는 실질적인 가장노릇을 하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작가였던 것이다.

결혼 당시에도 남편의 집안과의 환경적 차이 등으로 갈등을 빚기도 하였던 것이다.

사랑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한 결혼이지만, 결혼은 꿈이 아니고, 현실인 것이다.

연애할 때는 남편의 과묵한 성격이 매력만점이었겠지만, 결혼후에는 남편의 그런 성격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으로 다가오는 것이며, '제발 말 좀 하지~', 드디어 '속터져', '답답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결혼전에는 이것 저것 고장난 것을 고친다고 아예 못쓰게 만들어 놓던 손재주가 결혼 후에는 집의 고장난 물건들은 수리센터를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짱하게 고쳐 놓으니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애와 결혼은 현실 생활 속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 부부간의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느 정도 나이가 지극한 부부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고, 인생의 나이테가 쌓이면서 가지게 되는 잔잔한 부부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런 선입견으로 읽게 된 책 속의 문장들이 생경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부부간의 이런 대화나 생활상은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의 이야기들이지만, 작가가 남편을 향하여 던지는 대사들은 여자인 내가 읽어도 숨막히는 잔소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 저것 지적하고 퍼붓는 듯한 느낌의 남편을 향한 불만스러움이 그리 곱게는 보이지 않는다.

" 로봇은 시키는 대로 다 하기나 하지, 어떻게 된 게 남편이란 사람들은 알아서 하는 건 상상도 못하고, 시키는 것도 안하고, 안 시키면 절대 모르고, 속 터져 죽는 건 마누라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언성이 높아지고, 옛날 옛적의 사건까지 끄집어 내서 잘잘못을  따지게 되고, 그러다 처갓집이 어떠니 시댁이 어떠니, 처음 부부 싸움을 시작했던 원인은 어디에 묻혀버리고 엉뚱한 걸로 점점 커져서 결국은 성격 차이 때문에 못살겠다는 소리 나오고. " (p27)

콘서트장에 함께 가서 코까지 골아대며 잠을 자는 남편이 좋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책 속에서 그녀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고 해도 이 책 속의 글들은 치열한 삶의 단면들이 그대로 나타난 너무도 솔직한 표현들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그런 현실 속의 결혼 생활을 통해서 작가는 스스로 결혼 생활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 부부는 한 침대에 누워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 그렇다고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뭐든 같이 해야 되는 건 아닌 것같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고, 그 자체를 인정해 주는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p43)

여우같은 아내가 되기도 하고, 남편의 이해할 수 없었던 단면들에 익숙해져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은 인간관계로 맺어지게 되니, 남편 친구이야기, 시댁이야기, 친정이야기, 아들과 딸이야기가 가미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가 결혼 생활이 가져다 주는 이야기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되지만, 아내의 넋두리같은 잔소리와 비난의 소리는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다.

2006년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남편은 건강검진에서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성공적인 수술이었지만 재발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몇 편 더 소개된다.

" 세월은 갔지만 추억도 남았고, 사랑은 갔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하는게 인생이니까" (p244)

잔잔하고 아름다운 연륜이 쌓인 부부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삶 속에서, 결혼생활 속에서 부딪히면서 겪었던 걸려지지 않은 부부의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가 그리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삶 속에서 좀 더 배려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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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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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젠틀맨 & 플레이어>의 책장을 덮는 순간 나는 한 편의 스릴러 영화에 푹 빠졌다가 나온 것같은 느낌이 든다.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어느 한 순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에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책제목부터 강한 궁금증이 생기는데, <젠틀맨 & 플레이어>란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영국 정상급 크리켓 경기와 체스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각 장의 제목이 체스의 말을 의미하는  폰, 킹, 나이트, 체크, 비숍, 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스판에서 킹은 가장 강한 말이고, 폰은 가장 약한 말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체스판에서 전진하면서 더 강한 말로 바뀔수 있는 유일한 말이라고 한다.

 

 

이 게임의 규칙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젠틀맨 & 플레이어>가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 것인지 가늠할 수도 있겠지만, 그 윤곽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어떤 속단도 허용되지 않는 치밀한 구성과 기막힌 반전이 있는 소설이다.

그 반전도 한 번이 아닌, 반전이 일어난 후에 또다른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도중에 왠지 명확하지 않았던 주인공에 대한 묘사에서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 꼼꼼하게 책을 읽었는데, 무엇인가 이상하다.

'핀치벡이 호모?, 리언을 사랑해? ' 하던 의문이 벗겨지는 순간 지금까지 읽으면서 석연치 않았던 부분들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은 여기까지 이글을  읽으면서 많은 궁금증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하는 생각에...

책의 구성도 특이하여 이 소설에는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한 사람은 영국의 명문학교인 세인트 오즈월드 문법학교의 라틴어 교사인 스트레이틀리이다. 그는 33년간 이 학교에 근무한 교사로 99학기를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교사를 천직으로 아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 100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 그가 100학기를 무사히 넘기기가 힘들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되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으로 인하여.

 

그리고, 또 다른 화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처음에는 이런 구성에 익숙하지 않아서 책 속의 '나'란 존재에 잠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리곤, 두명의 화자에 의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이 책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즉 게임을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한바탕의 게임으로 쑥대밭이 되어가는 명문학교의 이야기는 이처럼 두 명의 화자에 의해서 이야기되어야 이 게임에 대한 객관성이나, 긴장감 그리고 대립 상황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체스판에서 벌어지는 게임처럼....

두 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덮을 때까지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의 작은 악마, 줄리아 스나이드는 세인트오즈월드의 사택에 사는 아이이다. 아버지는 이 학교의 수위이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 버린.

 "무단출입금지. 명령에 의해 여기서부터는 관계자 이외의 출입을 금함'이란 표지판이 아무나 학교 교문을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이 수위 아버지는 아들에게도 엄격하게 선을 그어 놓고 학교출입을 금하는 것이다.

스나이드에게 명문학교는 선망의 대상이고, 동경의 대상이며, 자신이 넘볼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어느날 금지된 학교안으로 들어가 보게 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스나이드는 차츰 더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지금은 유형지에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속한 곳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여겼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과 소소한 모욕들을 어떻게든 참아낸다면 언젠가 세인트오즈월드가 나를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 (p73)

 

 

아무도 없는 방과후의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수위인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열쇠로 훔쳐 도서관을 비롯한 교실, 교사들의 방 등 학교의 비밀스런 곳까지도 자기집 드나들듯이 활보하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 처음에 나는 세인트오즈월드를 선망했다. 세이트오즈월드를 향한 도전이 좋았고, 사람들을 속이는 데서 기쁨을 느꼈으며,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고, 존과 샤론 스나이드의 아이가 아닌 그 이상의 존재가 되기를 갈망했다. " (p302)

스나이드는 학교갈 나이가 되어 명문 세인트오즈월드가 아닌 서니뱅크파크라는 보잘 것없는 학교에 가게 된다. 그 학교에서 스나이드는 그곳의 학생들과는 다르게 똑똑하고, 책읽기를 좋아하고,  반항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기에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스나이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니뱅크파크의 학생이지만, 틈틈히 세인트오즈월드 교복을 입고 명문학교로 들어가서 그 학교의 학생처럼 이중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선은 넘으라고 있는 거야. 난 내게 늘 금지되었던 것, 그게 갖고  싶었을 뿐이야!" ( 책 속에서)

그런 와중에 혹독한 사건에 직면하게 되고....

 

세인트오즈월드는 스나이더에게는  자신이 정말 살아있다고 느꼈던 곳, 그곳에서 꿈을 꾸었고, 기쁨과 증오, 욕망을 느꼈던 곳이다.

몇년이 지나 그는 세인트오즈월드의 교사로 부임하게 되는 것이다.

자격증을 비롯한 위조자료를 제출하여서 어린날 그렇게 속하고 싶었던 명문학교의 교사가 되는 것이다.

위조된 케임브리지 졸업장,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은근히 고급스런 옷차림.

그래서 그는 그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당당한 교사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멋지게 명문 세인트오즈월드의 명성을 땅에 떨어트리기 위한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이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들.

젠틀맨의 세계인 세인트오즈월드를 향해 플레이어인 주인공은 어떤 추락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리고, 그가 그런 게임을 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에 대한 답은 간단치가 않다.

    

 

성장기에 있었던 스나이드, 유령처럼 세인트오즈월드를 헤매던 핀치벡이 자신이 동경하고 꿈꾸는 세계에 대한 복수에서 그 학교의 추락을 원한 것만도 아니다.

그렇다면 핀치벡이 되어 명문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문제투성이 학생인 리언에 대한 사랑이나, 리언에 대한 복수심이 이런 사건을 만들었던 것만도 아닌 것이다.

명문학교의 수위였던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이나 애증때문만도 아닌 것이다.

 

" 단순한 복수?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안다. 복수가 그 일부라는 것은 인정한다. 줄리언 픽치벡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 속에 숨어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이길 절실히 바라던 그 유약하고 비굴한 아이라면.

 

그러나 지금의 나라면? 나는 근래의 나 자신에 만족한다. 나는 건실한 시민이고, 직업 - 의외로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 도 있다. 세인트오즈월드에 관한 한 아직 투명인간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역할을 단순한 사기꾼 이상으로 발전시켰다. (...) 핀치벡이라면 이 기회를 움켜잡았을 것이다. 무론 핀치벡은 투명인간으로 남아 있는 것에 만족했다. (...)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늘 원하던 것은 무엇인가? (...) 언뜻 보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젠틀맨'과 '플레이어'의 이 게임에서 열두번째 선수가 되는 것! 투명인간에게도 그림자는 있다. " (p375~376)

 

그의 행동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함께 존재하면서 유령처럼 떠도는 그의 모습이 아닌, 선을 넘을 수 없었던 젠틀맨에 대한 오만과 편견, 명예를 추락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마음이 큰 작용을 하게 된 것이다.

줄리아 스나이드, 줄리언 핀치벡, 그리고 킨과 미스 데어

이들의 연관관계가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기막힌 반전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묘미 중의 묘미인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조안 해리스' 가 명문 리즈 사립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교사이기에,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명문학교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함께 교사,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이 소설의 캐릭터들의 묘사와 심리분석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요즘 학교 폭력을 비롯한 학교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해주는 소설이란 생각도 들게 해준다.

이 한 권의 책은 독자들에게 엄청난 재미와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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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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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의 작가인 '크레이그 실버'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982년에 출생한다. 그는 변기청소부, 바텐더, 철물점,설탕공장 노동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19세인 2004년에는 '루바브'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2008년에 두 번째 작품이 이 소설을 쓰게 되는데, 이 책 역시 2009 년에 오스트레일리아 인디 어워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탄탄한 구성이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 거침없는 글의 흐름으로 볼 때에 아직 서흔 살도 되지 않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이 지방의 주지사의 딸이자 재스퍼 존스의 여자친구 '로라 위셔트'의 죽음이 깔려 있다. 자살인듯하지만 살인과 같은....

이 죽음을 발견한 재스퍼가 자신이 살인자의 누명을 뒤집어 쓸 것을 염려하여,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이 소설의 화자인 모범생 '찰리 벅틴'을 끌여 들이는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더럽혀진 크림색 레이스가 달린 잠옷을 입고 있다. 얼굴이 창백하다. 은색 달빛 덕분에 여자 아이의 팔에 긁힌 상처가 보인다. 종아리도 마찬가지다. 지저분하게 얼룩진 얼굴에는 멍과 핏자국이 있다. 그리고 긁힌 밧줄에 묶여 은빛 유칼립투스 가지에 매달려 있다. 아무런 요동도 없다. 축 늘어져 있다. 맨발인 두 발은 안쪽을 향하고 있다. 하나로 묶은 긴 머리는 올가미 아래로 늘어져 있다. 고개를 옆으로 비스듬히 둔 모습이 성화에서 본 것 같다. 얼굴에 절망과 슬픔이 서려 있다. 무기력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p21)

소설의 핵심적 인물인 세 명의 소년

'재스퍼 존스' 15살로 원주민과의 혼혈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지방의 문제아 취급을 받게 된다.이 소설의 무대인 코리건에서 악명 높은 아이인 것이다. '몹쓸 천성과 못된 태도의 표상'이다.  흔히 주변에 이런 소년들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 ~~ 의 짓일거야.' '너 그 아이와는 놀지도 마' 이런 대상이 되는 소년인 것이다.

'제프리 루'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 혼혈로 '눈이 째진 야만인', '공산당'이라는 놀림을 받는 '크리켓'선수를 꿈꾸는 소년이며,  그의 이웃들은 광산촌 노동자의 해고가 그의 아버지때문이고 베트남전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동네의 따돌림 대상이 된 집이다.

'찰리 벅틴'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똑똑한 학생이나 그 역시 그런 것들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세 소년은 같은 동네에 살고는 있지만, 재스퍼 존스와 찰리 벅틴은 로라 위셔트의 죽음에 관한 사건과 연결되어서 만나게 되는 것이고, 제프리 루 와 찰리는 또한 크리켓 경기와 관련되어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세 소년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은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그 동네에서 따돌림을 받는 소년들이라는 것이다. 그 따돌림은 단순히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일 수도 있고, 그들에 대한 편견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재스퍼 존스는 어떤 의미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기에 더욱 강한 이미지로 변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찰리가 겪게 되는 재스퍼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도둑질, 거짓말, 폭력은 기본, 무단결석은 밥먹듯.... '(p14) 이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간다. 알지도 못하면서, 보지도 않았으면서, 누군가가 얼핏 하는 말들이 퍼지고 퍼져서 그런 편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강인한 줄만 알았던 재스퍼 존스도 때론 너무도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재스퍼가 큰 소리로 말한다. 마치 잭 라이어넬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재스퍼의 대담함이 돌아왔다. 재스퍼가 진입로를 따라 걸어 들어간다. 나는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간다. 그가 어깨너머로 말한다. "곧장 들어가자. 찰리, 직접 만나야 해. 그게 방법이야." 나는 그가 걸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활짝 폈다. 이제보니 그의 자신감은 위장술이었다. 소음이요, 산만함이며 허풍이다. 베트맨의 망토와 같은 것이며 아빠가 빗어 넘긴 머리아도 같은 것이다. 그러자 내 안에 있던 거품이 터진다. 여전히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 겁에 질리고 지친 보병처럼 느릿느릿. (p384~385)

재스퍼 존스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한 번쯤 그를 이해하려고 한 사람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우리는 태어날 때 운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잖아. 제비뽑기 같은 거지. 억센 운명이거나 너처럼 재수가 좋은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모두 우리 자신한테 달린 거야. 내가 담배를 배우건 말건 소고리 몇 점을 훔치건 말건 그딴 걸 상관하는 신 따위는 저 위에 없다고. 나는 그냥 나 혼자야. 나 혼자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 할 수 있어. 이곳에서는 아무도 내게 일을 주지 않으니 내가 일을 만드는 수 밖에 없었어. 걷고 말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우리는 각자 의 운을 만들어 나가는 거야.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하늘의 영 따위는 없어. 혼자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부분에서 나는 신이 정말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 찰리. 더 강하고 더 단단한 무언가가 내 안에 있거든.  (p252~253)

이 소설은 소위 말하는 '왕따'인 세 소년이 서로 닮은 점은 없지만 재스퍼와 찰리, 제프리 루와 찰리의 우정을 이야기해주고, 재스퍼와 죽은 로라 위셔트, 찰리와 그녀의 동생인 일라이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거기에 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 잭 라이어넬의 이야기까지....

이 이야기들의 바탕에 깔린 주제는 '낯설음'과 어울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겉으로 나타나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편견'과 '위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장면부터 숨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읽는 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개로 강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오스트레일리아판 '앵무새 죽이기'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보아야 하겠지만,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만 가물가물하다. 이번 기회에 한 번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주변에 소외된 청소년들이 있다면 한 번쯤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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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유혹
시드니 셀던 지음, 정진우 옮김 / 세시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시드니 셀던'은 원래 시나리오 작가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인 영화 '독신남'과 '사춘기 소녀'가 아카데미상, 예미상, 토니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는 '시드니 셀던'하면 추리소설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고,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주는 '에드가 엘런 포'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니 탄탄한 추리력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로 181개국에서 3억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악마의 유혹'은 독특한 살인기법을 동원한 소설이다. 향수가 살인가 간접적인 살인의 무기이자, 그 향수의 냄새를 맡은 자신의 애완견에게 물려 죽는다는 설정이다.

 

 

앙리 버몽드는 세계적인 향수제조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이며, 젊고 아름다운 아내 클레아르가 있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어느날 자신은 회사의 경영에서 은퇴하면서 향수제조회사를 경영의 귀재인 마이클 케인에게 매각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각대금은 천만달러...... 클레아르가 앙리 버몽드를 사랑했다면 그 돈으로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여생을 마칠 수 있었을텐데, 젊은 아내에게는 향수회사 핵심 연구원인 연하의 매력적인 연인이 있었으니,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의 결별을 정해진 수순이겠지만, 이혼으로 받을 위자료보다는 '천만 달러, 전부가 탐날 수 밖에....

클레아르의 마음속 악마는 살인을 유혹한다. 살인 방법이 특이하게 향수. 남편의 스웨터 목둘레에 박하향의 향수를 뿌린다. 그리고 자신은 외출.... 향수의 정체는 무엇일까? 박하햐의 향수, 회색과 푸른색이 감도는 액체, 죽음을 부르는향수....

온순하던 애완견이 앙리 버몽드의 스웨터를 향해서 돌격하여 목덜미에 이빨 자국을 남기며 난폭하게 변한다. 남편의 비명소리를 뒤로 아내는 알리바이를 위해서 외출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추리소설의 읽는 재미인 살인범과 살인 방법이 처음에 공개된다는 것이다. 완전 범죄인 듯한  살인사건에 흥미를 보이는 것도 우연한 기회에 회사를 인수하려던 마이클 케인 부부에 의해서 별 큰 복선이 깔리지 않고 그저 그렇게 단순하게 파헤쳐지고 추적되는 과정 역시 간단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LA 시내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 그 살인 사건의 범인은 흉악한 몰골을 한 정신장애를 입은 사람과 같은 행동으로 길거리의 여인들만을 목졸라 죽인다.

이미 벌어진 향수에 의한 살인사건과 밤에 일어나는 창녀를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면서 이야기되지만 그 사건들은 처음부터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라도 연관이 없음을 이야기자체가 말해주고 있어서 조금은 싱거운 느낌이 든다.

추리소설은 작품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독자 스스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묘미이지만 그런 복선이 깔려 있지가 않다.

인간은 느낄 수 없는 향수의 향이, 냄새에 민감한 강아지에게 난폭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발상은 그럴듯하지만, 그 액체에 숨겨진 비밀도 그렇게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만, 살인의 이야기가 그렇듯이, 배신은 배신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과 친밀한 연인관계의 남녀가 살인후에 더 친밀해 지기 보다는 서로가 두려움이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육체적 사랑과 배경이 낳게 되는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 아니기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숨기기 위한 또다른 거짓말을 낳듯이, 살인은 또다른 살인을 부른다. 그것이 악마의 유혹이다. 달콤한 듯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것이 살악마의 유혹이다.

이 이야기의 또다른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의외의 인물이지만, 그 부분의 묘사도 좀더 정교하게 했다면 읽는 재미가 더해질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용도 간단하고, 책의 분량도 많지 않아서 어느날 하루 저녁을 이용하여 읽는다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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