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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ㅣ 인사 갈마들 총서
김환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TV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특별 기획드라마~~~
각 방송사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것 역시 드라마가 아닐까.
뉴스를 방송하기 전에 어떤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가에 따라서 뉴스 시청율까지도 좌지우지하기도 했었던 때도 있었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드라마를 좋아하고 즐겨 보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측한 사회 문화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드라마 공화국, 드라마크라시(dramacracy)라는 말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방영되는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막장 드라마', '드라마 폐인', '폭력 드라마' 등의 역기능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드라마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방영된 드라마 중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들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해석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2000 년 이후에 시청율이 최고 드라마는 허준으로 63.7% 시청율이 나왔다고 하니, 허준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드라마 역사를 시대별로 나누어서 소개해준다.
드라마 하면 TV드라마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드라마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의 라디오 드라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1950년대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청실홍실>은 한국 최초의 삼각관계를 다룬 멜로 드라마였고, 라디오 드라마였다.
<청실홍실>이 방송될 시간에는 지나 다니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인기폭발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한국 전쟁후 겪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달래주는 역할을 드라마가 했기때문이다.
낭만과 꿈이 사라져 버린 1950년대의 청량제 역할을 하였던 것이 드라마이다.
이런 분위기는 식민지 시절, 그리고 남북한 분단,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멜로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동시에 눈물을 통한 카타르시스까지 제공하였던 것이다.
사회분위기는 가라앉아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무기력하고 억압된 사회에서 드라마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주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
1962년에 KBS가 개국을 하게 되면서 드라마가 생방송으로 방영되었는데, 그 첫작품이 <천국의 문>이다.
오래전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속에서 TV가 없는 집의 자식들이 TV를 보기 위해서 부자집 자식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나, 동네 사람들이 어떤 집의 TV를 모두 모여서 보는 장면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TV는 호화문화생활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까지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 의해서 이용당하게 되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의 국민 반공의식 고취의 종용으로 반공 드라마 <실화극장>이 10년 넘게 지속되기도 했고, 유신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방송법을 개정하여 TV 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게 되는데, 이때도 반공드라마에 대한 배려와 특혜, 그리고 새마을 드라마를 통해 개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드라마가 <꽃피는 팔도강산>이다. 이 드라마는 완전 정책 홍보용이었으니, 자식들이 팔도에 살고 있는데, 부모가 자식들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로 그 자식들이 경제 발전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여 그곳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박정희 정권을 드라마를 최대한 이용해 반공, 정책 홍보, 정권 찬양을 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도록 종용까지 했던 것이다.
이 와중에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1970년의 <아씨>나 1972년의 <여로>는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이후의 전두환 정권에서는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투하하여 정권 홍보용 대형드라마를 제작하도록 했는데, 컬러 TV의 보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을 즐겨 보게되기도 했다.
이때 나온 드라마가 <전원일기>이다. 농촌의 현실과는 다른 편안함과 넉넉함을 상징하게 되었으며, 도시인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용도로 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권에서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에 권력을 행사하던 시절에는 정권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내용이 들어가는 드라마는 조기종영하여야만 했다.
<수사반장>,< 암행어사>처럼 인기절정의 드라마가 치안이 좋은데, 무슨 <수사반장>인가, 국민을 암행할 필요가 없는데, <암행어사>는 필요없다 는 등의 말도 안되는 이유로 폐지된다.
여기까지는 많은 독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드라마들도 꽤 많이 소개된다. 1992년 이전에 방영된 드라마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중에서 내가 본 드라마도 꽤 많이 있었다. 드라마 제목만으로도 그 중 몇 장면은 기억이 날 정도로.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TV시청에 매달리기도 했었던 것이다.
<실화극장>이나 <수사반장>, <암행어사>는 인기가 많아서 이 시간에 도둑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 문단속을 잘 하라고 할 정도였다.
정말로, 이런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에 우리집에 도둑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안방에서 가족들이 드라마를 보고, 마루 건너에 있는 방에서 나는 동생과 놀고 있었는데, 이상한 기척이 들렸다. 방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무서워서 동생과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와서 여기 저기를 뒤지고 다녔다. 아마도 도둑은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가 보다.
숨을 죽이고 있던 동생과 나는 너무 무서워서 같이 안방으로 달려갔고, 그 와중에 2명의 도둑은 달아 났는데, 아마도 초보 도둑이었는지, 그들이 가져간 것은 두꺼운 '아라비안 나이트'와 또 한 권의 책이었다.
책을 훔치러 온 것은 아닐테고, 도둑도 놀라서 뒤적이던 책을 들고 뛰었던 것같다.
1992년이 지나면서 드라마의 스케일은 커지게 된다. <여명의 눈동자>는 2년여의 장기 사전 제작 과정에서 과감한 제작비를 쓴 작품이다.
<모래시계>와 같이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드라마도 있고, <태왕사신기>처럼 제작비 430여억원을 투입한 드라마도 있다.

요즘에는 제작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그 중의 80%는 주요 연기자의 출연료이다. 배용준이 <태왕사신기>에서 회당 2억 5천만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드라마 작가들중에는 회당 5000 만원을 받는 작가도 있다.
그러니, 제작비는 많이 들어가고 스케일은 커지지만, 허술한 제작이 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많은 드라마들이 국외로 수출되지만, 반대로 젊은 세대들에게서는 미드 열풍이 불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의 뻔한 스토리, 뻔한 연기는 드라만의 빛을 잃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철저한 기획과 자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미국 드라마 <CSI>, < 24>, <위기의 주부들>, <프리즌 브레이크>등은 안 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나도 한국 드라마는 별로 보지를 않는다. 뻔한 스토리 중에 출생의 비밀, 재벌의 아들과 결혼하는 신데렐라, 백혈병을 비롯한 희귀병에 걸린 주인공, 인생역전...
거기에서 거기인 드라마를 보면서 질질 끌려 다니는 것같아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 때는 미드의 열풍으로 <프리즌 브레이크>, <튜더스> 등을 몇 회씩 다운받아서 본 적도 있엇다.
한국 드라마도 이쯤에서 무언가 새로운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장 드라마'라고 해도, 방송사나 드라마 작가는 드라마의 시청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와 재미 추구이기에 우린 재미를 주었다고 이야기한다면 더 이상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라디오 드라마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드라마들의 사례를 들어 드라마가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드라마의 역기능도 이야기하지만, 드라마는 그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 현상, 유행, 가치관 등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것이니, 드라마와 시대를 결부시켜서 생각하라고 이야기한다.
드라마는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서 드라마를 바로 인식하는 것이 그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는 한국의 드라마 전반의 모든 이야기를 이렇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