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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2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방영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책이 소설 <해를 품은 달>인데, 1권과 2권을 다 읽은 후에 드는 생각은 작품 속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맑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여인을 두고 그리워하고 품고 싶은 마음은 같으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편린은 각기 다른 것이다.
또한, 연우를 향한 마음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품을 수도 있고, 접어야만 하기도 하는 것이다.
훤은 외척에 의해서 권력을 빼앗긴 부왕에게 간절히 원하여 연우를 세자빈 간택까지 갈 수 있게 하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연우를 대왕대비파에 의해서 죽음의 문턱에까지 가게 하고, 왕의 액받이 무녀 월로 다시 만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왕과 액받이 무녀는 결코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연우에게서 풍기던 난향만으로.
그리고, 온양행궁에서 만난 이름없는 무녀에게 내렸던 월이라는 이름을 인연으로, 연우와 월이 같은 그리움이 실체였음을 밝혀 나가게 되고, 결국에는 권력도 되찾고, 연우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운명이 이끈 인연의 작은 길이 우연이 아닌 하늘이 내린 운명이었던 것이다.
(사진출처 : MBC 방송국 홈페이지)
훤에 비하면 양명(陽明)군은 훤의 형이기는 하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훤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야만 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서자라는 자리, 왕에게 연우와의 결혼을 허락해주기를 바랐지만, 그 여인이 세자인 훤의 마음 속 여자이고, 세자빈의 자리에 오를 여인이기에 그 뜻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음을 그 어찌 양명군은 그당시 알 수가 있었을까?
마음 속에 품었던 여인을 찾았지만, 그는 양명군의 여자가 될 수는 없은 여인이니...
양명군, 밝은 햇볕이라는 이름이 뜻하듯이 아무리 그 햇볕이 따뜻해도 그것은 그저 해의 일부분일 뿐이지, 해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양명군의 처지는 애처롭기만하다. 왕의 자식이지만, 수많은 신하들의 눈이 무서워서 부왕은 한 번도 따뜻한 눈길을 주지도 못했고,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도 부왕은 자신의 한 손을 내밀어 양명군의 손을 잡아주지도 못했다.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기에 혹시라도 염려되는 역모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것은 어미인 희빈 박씨의 마음과 행동에서도 느낄 수 있기에 그만큼 애처로운 인생이 양명군의 인생이다.
(사진출처 : MBC 방송국 홈페이지)
운검인 제운 역시 서얼출신이기에 문보다는 무를 택해야 했고, 왕을 지켜 주어야 하는 그림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온양 행궁에서 얼핏 보았던 여인 월이 제운의 스승 대제학의 딸인 연우임을 알고, 그리움에 연우의 죽음을 밝혀 내기도 하지만, 이미 그 여인은 왕의 여자인 연우이니....
하늘의 구름인 제운의 운명이다.
구름은 달을 가리기는 하지만, 품는 것은 아닌 것이다.
허염은 동생인 연우를 둘러싼 세 사람의 중심에 자리잡은 사람.
뛰어난 학식과 예를 갖춘 나무랄 곳 없는 선비이기에 부왕은 그를 아껴서 세자시절 훤의 스승으로 삼고 앞날에 훤을 지켜줄 수 있는 신하로 만들고자 했지만, 천방지축 민화공주때문에 의빈이 되어서 세상에 그의 뜻을 펼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동생에 대한 그리움에,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 살아가야만 하는 선비 중의 선비.
이 책을 읽는 동안 궁금했던 점 중의 하나가 어떻게 민화공주의 부마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부왕이 훤의 신하로 아껴두기도 했고, 연우의 죽음으로 가문이 죄를 지었기에 부마가 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밝혀지게 된다.
한 여인에 의해서 자신의 날개를 펼 수 없었던 사람이 염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염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졌던 연우의 몸종 설의 이야기는 가슴이 저리도록 애절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목숨과도 바뀔 수 있는 사랑.
그 사랑이 설의 사랑인 것이다.
많은 독자들은 훤과 연우의 애절한 사랑.
외척인 훈구파의 대왕대비와 윤대형에 의한 음모와 야욕에 의해서 저질러진 끔찍한 사건이 결국에는 운명이기에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고, 그것은 훤이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원하였기에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 사람의 간절한 마음. 이것만큼 강한 주술은 없고, 상감마마와 아가씨를 한 곳에 묶은 주술은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었소." (p. 142)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각색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소설 속의 중전인 윤보경은 그 존재도 미미하고,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서 꾸며진 음모의 희생양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탐굿을 가장한 무고술의 기억에 짓눌려서 잠을 이루기도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고, 왕의 사랑은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비운의 중전인 것이다.
소설 <해를 품은 달>은 권력을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사건들보다는 훤과 연우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의 주변에서 그리운 마음만을 간직해야 하는 또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 촛점이 맞추어지기때문에 피튀기는 암투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애잔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이다.
작가인 정은궐의 소설이 역사 로맨스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것처럼.
작가의 다른 작품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서정성이 강한 묘사들이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해와 달, 그리고 구름...
안개 자욱한 밤이 연상되기도 하고, 달빛이 창문에 아련한 모습을 드러내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는 그런 묘사들이 이 작품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이다.
창문 너머 들어오는 달빛을 느껴 본 것이 언제든가 아련한 추억 속에서 떠오르듯이.
(사진출처 : MBC 방송국 홈페이지)
<해를 품은 달>을 읽으면 정은궐의 작품 중에서 2004년에 출간된 <그녀의 맞선 보고서>만을 제외하고 모두 읽기에 그 작품을 읽으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이미 절판이 되었고, 남은 책들이 없는지 품절도 뜨다.
인터넷 중고서점에 몇 권이 나와 았기는 한데, 가격이 정가의 몇 배이다.
가까운 도서관에도 이 책은 없다. 서울에서도 몇 곳의 도서관에서만 소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맞선 보고서>도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해를 품은 달> 독서는 이렇게 끝이 났다.
드라마는 한 편도 보지 않았지만, 연일 인터넷에는 줄거리와 관련 글들이 뜬다.
(사진출처 : MBC 방송국 홈페이지)
소설과는 또다른 내용이 첨가되는 듯한데,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기에 원작 소설과의 비교는 그리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소설 <해를 품은 달>은 소설 그자체로서 독자들에게 달콤함을 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