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책으로 널려 있다. 그중에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어라'라는 말들도 많이 하지만, 청소년들이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라 하는가에 대한 대안도 없이 그저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은 어쩌면 약이 되기보다는 독이 될 수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

연령에 맞는, 수준에 맞는, 오염되지 않은 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많은 책들 중에서 짧게는  100~200 년 이상, 길게는 1000~2000 년이상 살아 남은 책들이 있으니, 그 책은 천재들의 저작인 인문 고전들이다.

 

제법 어려서부터 많은 책들을 접해 왔다고 생각했던 나도,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소개되는 인문고전들중에서 읽어 본 책은 열 손가락에도 들지 않는다.

그것도 인문 고전 본래의 내용이 그대로 담긴 책이라기 보다는 어느 정도 역자들에 의해서 손을 본 간추린 책들도 있으니, 제대로 된 인문고전을 접해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문고전보다는 요즘 나오는 인문학 관련 서적들은 그래도 다수 읽기는 했지만...

이처럼 인문고전은 독자들이 접하기 그리 쉬운 책들은 아니다.

저자와 책제목 맞추기 정도로 학창시절에 배웠거나, 그 내용의 일부분만을 겨우 알고 있는 수준의 나의 인문고전에 대한 지식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인 이지성의 책들을 몇 권 읽어 보았다. 가장 처음 읽었던 책이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책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많이 실망스러웠던 책이다.

 

그후에도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스무살 절대지지않기를>을 읽었지만, 그때에도 책을 쓰기 위해서 많은 책들을 끊임없이 읽고 책 속에 많은 부분을 읽은 책 속의 글에서 인용을 하기는 하지만, 뭔가 책을 쓰기 위한 작업과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자기계발서를 쓰기 위한 책읽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책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자 자신이 상당히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가 쓴 책들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지만...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역사적으로 고찰해 볼 때에도 인문고전 독서를 중요시한 나라들의 세계사에서의 위치라든가, 오늘날에도 인문고전을 중요시하는 학교 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의 예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비교할  때에 너무도 부럽고 본받아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것이 인문고전의 독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학교 교육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교육인 것을 생각한다면...

또한 저자는 책말미에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교육과 단계별 추천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인문고전을 많이 읽고 있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의문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인문고전 읽기의 구체적 방법은

" 1, 통독을 하게 하라. 2. 정독을 하게 하라. 3. 필사하게 하라. 4.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하라. 5.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시켜라. " (p95) 인데, 어렵고 어려운 인문고전 독서가 될 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을 쓴 취지는 좋지만, 그가 말하는 것처럼 하루에 몇 페이지도 넘길 수 없는 독서가 된다면 책읽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학생들이라도 인문고전을 회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인문고전의 틀을 갖춘 읽기 쉽게 편집된 책들이 더 학생들에게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책으로 인문고전을 접한 후에 제대로 된 인문고전을 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논술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는 하지마라'(p89)고 하는데, 이 역시 폐단을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라도 인문고전을 접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 교육에서 체계적인 인문고전 읽기를 지도하고, 토론하는 방법이 이상적이기는 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그렇지 않으니....

이미 이병쳘, 정주영과 같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인이 인문고전을 많이 읽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코오롱의 부회장인 민경조가 '논어'를 1000번이상 읽었다는 것은 놀라울뿐이다.

 

독서의 목적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두어야 하고, 그것이 독서를 하는 사람들의 두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인문고전을 읽으면 생각하는 힘이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니, 이 책을 통해서 인문고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문고전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어준을 책으로 만난 것은 <건투를 빈다/김어준, 푸른숲, 2008>에서였다. 청춘들이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을 묻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갈등에 대해서 명쾌한 답변을 내렸던 책이라는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2011년에 <나꼼수>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각인된 인물 중의 한 사람이 김어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꼼수>를 한 번도 들어 보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 정도 밖에는 접해 보지 않았다.

2011년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나꼼수>와 관련된 책들이 여러 권 나왔는데, 그 책들이 독자들에게 폭발적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장 먼저 읽기로 한 책이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이다.

 

 

이 책은 인터뷰어인 지승호가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을 인터뷰한 내용을 녹취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진보집권플랜>에서 오연호의 물음에 답한 조국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진보집권플랜>이 괜찮은 기획이기는 하지만,  조국은 그렇게 점잖게 소명의식만을 호소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 조국에 대한 생각을 김어준은 이야기하다보니, 가카를 이야기하게 되고, BBK를 이야기하게 되고, 삼성을 이야기하게 되고, 오늘날의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보집권플랜/조국, 오연호, 오마이북, 2010>을 아직 읽지 않았기에 조국에 관한 내용은 내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음에 다음에 꼭 읽을 책으로 담아두기로 했다.

김어준은 서문에서

" 다음 페이지부터 펼쳐질 내용, 어수선하다. 근본도 없다. 막 간다. 근본있는 자들은 괜히 읽고 승질내지 말고 여기서 덮으시라. (...) 반론은 받지 않는다. 열 받으면 니들도 이런 거 하나 쓰든가." (서문 중에서)

딱히 서문이란 글은 없지만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은 이런 글로 시작한다.

한 마디로 "닥치고 읽어" 라는 말이겠지.

그래서 닥치고 읽었다. 그런데, 읽을 수록 책 속으로 빠져 든다.

이래서 이 책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구나. (책 속의 김어준의 말을 생각한다면 그의 말처럼 '대박')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생각은 '김어준이 노빠이니, 책의 내용은 진보정당에 유리한 내용들이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먼저 그는 보수와 진보의 나눔부터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그리고, 조국에 이어서 강금실, 이회장, 손학규, 유시민, 정동영, 노회찬, 심상정, 박근혜, 문재인 등의 정치인에 대한 생각을 그만의 '무학의 혜안'으로 이야기한다.

왜 그들이 정치판에서 그런 위치에 서게 되었는가, 왜 그들 중의 어떤 정치인은 부상하고, 어떤 정치인은 추락하게 되는가에 대한 분석은 눈길을 끈다.

무조건 자신과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어떤 정치인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그가 거론하는 정치인들의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일상의 언어로 정치인들을, 그리고 오늘날의 정치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처한 현상황이라든가, 진보진영이 어떻게 변화해야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담아 낸다.

진보가 국민들과 소통이 안되는 이유로 대중언어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엘리트 의식을 버려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진보정당이 수도원이라면, 한나라당은 동물원 이야기거든" (p248)

김어준이 말하는 정당의 총평인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닥치고 정치'라는 책제목만큼이나 거침없는 독설과 김어준식 막말이 담겨 있기에 어쩌면 속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올해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은 정말 이 꼴, 저 꼴 똑같은 양상의 정치인들에게 실망하고 실망하다, 차라리 정치에 무관심해 지고 있지는 않은가?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인지, 정치성향은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정치인들의 모습은 닮아있으니, 어찌 투표를 해야할 것인가?

이 책의 모토가 '알고 찍자'라고 한다. 박근혜를 비롯한 정치인들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평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신랄한 평가를 보면서 자신만의  또다른 평가를 해봄직도 한 것이다.

이 책을 지금까지 읽지 않은 이유중의 하나가 정치색이 너무 짙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치관련 서적들이 가지는 이념이나 편견에 치우친 내용들이 싫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장을 덮는 이 순간에는 이 책을 읽었기에 정치판의 현상황을 조금이나마 심도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차라리 정치에 무관심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제발 정치인들 !!

닥치고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 좀 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하여 40 여년이란 세월을 작가로 살았고,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작가로 남기를 원했던 작가 박완서.

그의 작품들은 발표될 때마다 거의 따라 읽을 정도로 빼놓지 않고 읽어 왔는데, 어쩌면 박완서 작가의 글이라는 것이 많이 작용했던 것같다.

몇 년전에 작가의 에세이인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읽을 때에는 많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국내외 여행을 갔을 때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는데, 그 여행중에는 원하지 않았던 여행들도 있었는지, 불편했던 심기가 씌여지기도 했는데,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나이들어가는 작가의 까탈스러운 성격이 그대로 책전체에 전달되는 것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리고, 작가도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그녀는 한국 전쟁의 아픔을 작품에 많이 써왔다.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 " 6.25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 대해선 비극적인 가족사를 반복적으로 우려 먹는다는 평' (p34)을 들어 왔는데, 나 역시 그동안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 오는 가운데 그런 점을 많이 느꼈었다.

한국전쟁이 가져온 불행한 오빠의 죽음, 그리고 작가 어머니의 유난스러운 교육열, 그이후에는 같은 해에 남편과 아들을 떠나 보내야 했던 아픔의 흔적들이 여러 작품들에 등장하게 되면서 식상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박완서의 작품들을 많이 읽다보면 신선함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언젠가 읽었던 작품을 또 다시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속물스러운 등장인물들이 많이 보인다. 어쩌면 보편적인 우리 일상 속에서 접하는 인물들이지만, 그런 인물들도 어느 시점부터는 싫증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도, 박완서의 작품들을 읽게 되는 것은 평소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작가는 그 속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졌고, 그것을 글로 맛깔스럽게 옮겨 놓을 수 있는 날렵한 필치가 돋보이기 때문인 것이다.

<기나긴 하루>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6편이다.

 

 

 

 

앞의  3편은 발표는 되었지만, 책으로 묶이지 않았던 작품이고, 뒤의 3편은 작가와의 연관이 있는 평론가 김윤식, 작가 신경숙, 김애란이 추천하는 작품이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현대문학, 2010년 2월)
현대문학 창간 5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발간한 책에 실린 박완서의 마지막 소설이다.

이 책에는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9명의 작가가 쓴 자전 소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는데, 자전 소설이라는 말과같이 여기 실린 박완서의 소설은 이미 그녀의 소설을 통해서 잘 알려진 얼굴 조차 기억할 수 없는 아버지,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워준 할아버지, 유난한 교육열로 아들을 데리고 서울살이를 시작하는 어머니이야기, 그리고 어느날 남편을 떠나보내고 아들까지 먼저 보내야 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 접했던 이야기들이 많아서 새로운 작품이라는 생각보다는 작가의 일대기와 같은 느낌을 준다.

 

 빨갱이 바이러스 (문학동네, 2009년 가을)

얼마전의 홍수로 인하여 버스 운행시간이 변경된 것을 모르고 버스정류장에서 네 여인이 만나게 된다.

화자는 세여인을 근처 자신의 어렸을 적의 집으로 안내하여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세 여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데, 남자들때문에 받은 상처와 그 사연들이다.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여인들. 그들은 자신의 내면 속에 감추어 놓았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는다.

그런데, 화자에게도 이 집과 관련된 어릴 적에 우연히 보게된 비밀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북에서 내려온 삼촌을 아버지가 삽을 쳐서 죽이고 마당에 묻던 끔찍한 기억.

그러나, 세 여인이 자신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말하는데도, 화자만은 그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

세 여인이 자신이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 소설에서도 한국전쟁, 빨갱이, 이런 소재가 들어있는 것이다.

아마도 박완서에게는 빨갱이 바이러스는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치명적인 바이러스이고, 그녀가 평생 동안 짊어가야만 하는 것이었으리라.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문학의문학, 2008년 가을)

박완서의 소설 속에는 투덜거리는 여자, 까탈스러운 여자,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자랑하는 여자들이 등장하곤한다. 그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는 여자가 있기도 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것을 상대를 통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너무도 사실적으로 끄집어 내는 통찰력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런 심리적 표현이 잘 나타난 작품이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라고 생각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딸과 친정어머니, 같은 나이지만, 며느리 입장일 때와 딸 입장일 때가 다르고, 같은 여자이지만, 시어머니일 때와 친정어머니일 때가 다른 것이다.

딸이거나, 며느리, 시어머니거나 친정어머니라면 누구나 느꼈을 그런 소통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소통할 수 있는 입장과, 소통이 단절될 때의 입장.

그 핵심의 원류를 잘 잡아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다.

 

카메라와 워커 (한국문학, 1975년 2월,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문학동네>에 수록- 김윤식 추천작.
한국전쟁과 개발독재라는 시대상이 들어가 있다. 역시 한국전쟁에서 오빠, 새언니가 죽게 되어 고아가 된 조카에게 유난한 사랑을 베풀던 화자가 조카의 앞날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카가 고등학교 시절 문과를 선택하려던 것을 이과를 선택하도록 하여 공과대학 토목학과에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이에 별다른 반응이 없던 조카는 졸업후에 취직을 하지 못하고, 고모의 알선으로 영동고속도로 건설현장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단편소설에서는 한국전쟁을 거친 세대와 그이후의 새대가 한국사회의 구조 속에서 혼란스러움을 겪는 이야기이다.

고모의 욕망과 그것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조카의 이야기가 1960년대에서 1970년대의 사회상이기도 하고, 한국 전쟁의 아픈 산물이기도 함을 느끼게 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상상, 1993년 창간호 - <나의 자강 나종 지니인 것/ 문학동네 수록>- 작가 신경숙 추천작.

박완서의 작품 중에서도 많이 읽힌 작품이다. 작가가 아들을 잃은 후에 그 아픔으로 집필을 하지 못하다가 그 심경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손윗동서와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끊는 순간까지 화자의 통화내용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엄마가 오빠를 향해서 광신에 가까운 애정을 보냈듯이, 작가 자신도 아들에게 애정을  쏟았건만, 어느날 홀연히 떠난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물론 소설 속의 어머니는 아들을 민주화과정에서 잃게 되는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어머니에게 아들을 생각할 것같은 이야기나 경사스러운 일에 초대하는 것에 조심스러움을 보이게 되고....

어느날 친구는 위로를 받으라는 의미에서 아들의 동창생 중에서 사고로 하바신 마비에 치매에 걸린 청년을 같이 찾아가게 되는데....

짧은 소설 속에서 박완서 작가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 속에서 가슴이 찡한 여운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질투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닮은 방들(월간중앙, 1974년 6월- <부그러움을 가르칩니다/ 문학동네 수록> - 김애란 추천작.
집장만할 돈을 모으기 위해서 친정살이 끝에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고, 옆집 사람과 친해지게 되는데.

아파트란 같은 평수면 같은 구조, 같은 인테리어,비슷한 생활 수준.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면서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고 좋아했건만, 옆집과 동일시되어 버리는 생활.

평범한 일상같은 이야기이기에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후반부에 예기치 못한 전개는?

 

1970년대 작품에서 2010년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단편 소설 6편이다.

특별히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박완서의 작품의 경향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3편은 기존의 작품이고, 나머지 3편도 이미 발표되어서 많이 읽힌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박완서의 작품은 한 페이지만 읽어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익숙함이 익기도 하기때문일 것이다.

벌써 작가는 세상을 떠나신지 1년이 지났고, 앞으로는 새로운 작품을 접할 수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주성철 지음 / 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홍콩을 여행한 사람들의 반응은 현저하게 나누어지는 것같다. 생각보다 정신차리기 힘들 정도로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빌딩과는 대조적으로 허름한 건물들과 골목한 모습들은 겉으로 보는 화려한 홍콩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홍콩 여행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하는 것이 여행의 포인트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은 홍콩영화 속의 장소를 찾아 다닌다는 여행테마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주성철은 영화기자 출신으로 그동안 홍콩 영화배우인 성룡, 유덕화, 이영걸, 양조위, 양자경, 여명 등을 인터뷰하기도 하였고, 홍콩영화에 대한 애정도 깊다.

그는 한때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많은 홍콩영화들에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영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들을 꿰뚫고 있다.

영화 속에 스쳐지나가는 장소들을 얼핏 지나가는 거리 표시를 중심으로 홍콩 지도에 표시해 가면서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 장소를 찾아 다니면서 그 곳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게 된 것이다.

그것은 홍콩영화에 대한 애정없이는 할 수 없었던 일이기도 하고, 영화 속의 장소에서 이제는 사라지거나 떠나버린 옛 홍콩 영화배우에 대한 마음을 되새겨 보기도 하는 것이다.

 

      

 

1990년대 국내에서 상영된 홍콩영화 빅3를 고르라면 주윤발의 <영웅본색>, 장국영의 <천녀유혼>, 유덕화의 <천장지구>를 들 수 있는데, 그 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국영이 마지막 머물렀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그가 즐겼을 애프터눈 티를 즐겨 본다. 그를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곳 클리퍼 라운지에서 장국영과 고민을 이야기할 정도로 가까웠던 관지림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홍콩 최고의 풍경과 야경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 피크에서 빅토리아 항을 내려다 보는 곳에서 홍콩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해 본다.

 

세계 최장, 800m에 달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중경삼림>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모든 주인공이 이곳에서 만나고 헤어지지 않았던가....

홍콩영화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영화 속의 한 장면과 여행객이 저자가 찾아낸 그 장소를 함께 책 속에 담아내니, 책 속의 홍콩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1980년대이후 돈키호테와 햄릿처럼 서로 다른 유형의 남자 캐릭터를 연기했던 유덕화와 양조위의 비교는 흥미롭다.

 
    

 

대조되는 면을 많이 설명해주지만, 그중의 문장 하나를 소개한다.

" 유덕화가 하나의 스타일(style)로 서 있는 남자라면, 양조위는 어떤 무드(mood)로 다가오는 남자 (...) 유덕화가 자신이 맡은 배역과 끝없이 경쟁하려는 사람이라면, 양조위는 자신이 맡은 배역과 사랑에 빠지는 타입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모며하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  (p80)

 

어떤 장소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도 없고, 그곳에 대해서 모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리이며, 건물이지만, 그 장소에 대한 어떤 것들을 알고 있다면 그곳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같은 곳을 가더라도 많은 것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않고 하쟎은 곳으로 생각되기도 하는 것이다.

 

 

홍콩을 흔히 빡빡한 도시, 혼잡한 도시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홍콩의 녹지는 70%라고 한다. 그러니, 여행객들은 번잡한 홍콩의 일부분만을 보고, 홍콩을 모두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홍콩의 2배정도의 크기인 란타우섬은 섬 전체가 아름다운 국립공원이자 관광지인 것이다. 첵랍콕 공항이 들어서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

이곳에서도 홍콩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홍콩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카오는 casino의 도시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양의 분위기와 함께 꼴로안 섬과 타이파 섬에서는 또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드라마인 <궁>에서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성당과 근처의 에그타르트를 파는 베이커리, <꽃보다 남자>의 촬영지였던 타이파 섬등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마카오에서도 홍콩영화 <2046>, < 이사벨라>, <익사일>등의 영화 속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첫 번째 홍콩여행은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곳을 가보고, 두 번째 홍콩을 가게 되거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좀 긴 일정으로 홍콩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속에 소개되는 곳들을  따라 가 보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테마가 있는 여행은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지는 것이다.

아주 유명한 홍콩영화를 빼고는 별로 본 홍콩영화가 없기는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서 홍콩여행을 함께 다녀온 느낌이 든다.

홍콩여행 책들 속에는 홍콩영화를 찍었던 유명한 장소들이 있어서 여행길에 눈여겨 본 곳도 있기는 하지만, 어떤 책에서도 소개되지 않았던 곳들은 두 번째 홍콩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중의 몇 곳은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홍콩 여행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홍콩영화 속의 한 장면이란 여행테마를 잡아 보면 좋을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을 만나게 되네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