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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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책제목만으로도 공감이 간다.

분명 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애국가를 들어도 가슴이 찡해져 온다. 해외여행길에 '삼성', ' LG' 등의 광고 간판이나 상품들을 보게 되면 코끝이  찡해져 온다.

누군가 "대한민국"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거나, 나라 이름만을 알아 주어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 것이 과연 왜 그럴까?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의 제목을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쩌면, 내 맘을 저렇게 잘 표현했지?" 하고.

 

 

몇 년 전인가, 어린 유아들이 여름 캠프를 갔다가 밤에 화재가 나고, 이에 희생된 아이들이 있었다.

희생된 아이의 엄마는 대한민국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다. 그 마음이 오죽 했을까?

분명히, 우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내 조국을 사랑한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문제들때문에 조국을 등지고 싶을 때가 많이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박 에스더가 이런 떠나고 싶은 대한민국,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한민국에 가지고 있는 고질병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대한민국은 왜? 이러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이 책을 읽어 보면 저자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한민국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 뒷표지 글처럼 "독약같은 애증의 에세이" (김병근의 추천사 중에서) 인 것이다.

저자인 박에스더.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었다.  KBS 9시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저자는 KBS 보도국 시자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중에 파키스탄 종군기자로 갔었으며,  KBS 최초의 법조 출인 여기자, 2004년부터 약 4년간에 걸쳐 KBS 라디오 ' 라디오 정보 센터'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다녔와서 지금은 '취재파일 4321'를 맡고 있다.

이 책은 그녀의 체험담이 바탕에 깔린 이야기들이 주축을 이루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내용들이다.

책의 구성은 5 part 로 나누어져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말하고 있다.

권위주의, 집단주의, 합리성의 부재, 비교, 차별.

특히, 여자이기에 성차별을 받았던 경험들이 많이 소개된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다고 잘못 된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어떤 가치든 일단 존재해야 토론과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 (프롤로그 중에서)

장유유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헤체되지 않은 권위주의를 생각해 본다.

사회생활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위계질서, 남녀 차별, 폭탄주 문화까지. 그 속에 저자의 체험은 당연히 그 부분을 차지하고, 그렇기에 그런 문제점을 파헤치고 분석하는 수준이 남다르게 날카롭다.

장유유서는 권위주의적 문화, 상하 위계적 문화를 존속시키는 데 가장 일반적인 규범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지만, 권위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자신이 당했던 젊은 시절의 일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지고, 자신이 권위주의자의 수혜자로 바뀌어 버린다는 것이다.

아마도, 직장생활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 왔을 것이다.

 

또한 우리들은 다양성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가정만 보아도 집의 규모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가구에 비슷한 인테리어에, 비슷한 패턴의 가정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학교 공부나, 학교 밖의 공부나, 모두가 비슷비슷. 개성이 없는 것이다.

'단일 가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다양성'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다양한 사고, 다양한 생활방식,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임은 알고 있지만, 자신들은 단일가치 속에 얽매여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아마도 이부분의 내용만 잘 숙지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들. 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엄마의 영향력과 자식의 인생을 위한 엄마의 희생 (...) 그런데, 그 희생은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다. 때로 조건이 붙는다. (...) 우리가 이만큼 희생했으니, 너희들은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살기 바란다. (...)" (p. 131)

자식은 결코 부모들에게 속한 존재인 소유물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이 투영된 또다른 자신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이다.

이부분을 읽고 마음에 가책이 드는 부모들은 반성하고, 자식을 그들이 가고 싶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풀어주면 좋으련만.

저자가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를 하면서 인터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정치인들은 정당의 입장은 있지, 자신들의 소신이 없었음을 토로한다.

우리나라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매버릭(maverrick: 소속된 조직의 입장과 다른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TV토론을 통해서 많이 보아 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part 5는 성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 여성들에 대한 차별 등을 다루고 있다.

앞의 내용들보다는 좀 가벼운 것같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다.

우리 사회의 성문화가 예전과 같지 않고,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하게 되는 것,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저자의 생각, 미혼모 문제, 낙태문제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결혼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여성들의 결혼.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을 단일 잣대로 바라보지 말고 모든 것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부터 출발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많지만, 어떤 생각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될 수 있는 것과 이해되지 않는 것, 공감할 수 있는 것과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이 나에게는 있다.

저자가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수차례에 걸쳐서 자신을 싸가지 없다고 이야기한 이유가 때론 이유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자기주장이 상당히 강하기에 때론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들을 조목조목 따져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다른 대한민국"은 언제쯤 실현 가능한 것일까?

아니, 그런 "다른 대한민국"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그래서 마음이 더 답답한지도 모르겠다.

나도 "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그런 "다른 대한민국"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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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상점 - 100년 혹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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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아주 예쁜 소품을 파는 상점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벨기에에서는 손으로 뜬 레이스제품이 아름답게 작은 상점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베네치아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화려한 가면과 유리 세공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런 상점들을 기웃거리는 것도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여행객들은 명품을 쫒아서 유명 명품점으로 달려들 간다.

유럽의 이런 작은 가게들을 자세히 보면 가게를 알리는 간판들도 철제로 자신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새기고 그 아래에 숫자들을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 숫자의 의미는 가게가 문을 연 연도를 새겨 놓은 것이다. 이보다 좀 규모가 큰 오랜 전통을 가진 상점들은 상점 입구에 숫자가 적혀 있기도 한데, 그것이 바로 그 상점의 나이인 것이다.

상점의 나이? 숫자는 1800년대를, 1900 년대를... 아니 그 보다도 더 오래된 상점들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상점들은 대를 이어서 그 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으니,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믿음을 갖고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

유행의 도시라는 파리, 그곳에도 이처럼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상점들이 있는 것이다.

" ( ...) 빠사쥬는 파리의 몇몇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나 있는 일종의 샛길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개 그 길을 따라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통칭 갤러리라 불리는 좁은 길들은 유리로 덮여 있다." (p. 240)

빠사쥬는 파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파리상점>을 쓴 '김예림'은 파리로 전통 금박 복원기술을 배우기 위해 갔다가 파리의 유명 빠사쥬에서 우연히 'depuis 1761'이라 씌여진 상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은 1761년부터 초콜릿, 사탕을 파는 가게인 것이다.

1761년,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의 영조시대인데, 우리나라에서 영조시대부터 내려오는 상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파리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상점, 몇 대 위의 조상때부터 장인정신으로 물건을 만들어 오던 자부심이 넘치는 상점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파리에 있는 오랜 전통을 간직한 상점들을 취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제일 먼저 소개되는 곳은 장갑을 파는 곳인 메종파브로.

 

 

 

프랑스 장갑문화를 이어나가는 곳인데,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내 수공업 규모의 아틀리에에 최신 유행의 세련되고 멋지고 독특한 디자인의 장갑들이 전시되어 있다.

맞춤제작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장갑을 만들어 준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인들은 350명이나 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1820년부터 여자들이 좋아하는 주방기구를 파는 상점. 가장 많이 팔리는 구리제품이 이 상점의 주력 상품이다.

 

 

 

1890년에 문을 연 울트라 모드는 수예점이다. 아름다운 레이스 제품, 장식용 끈들이 굵기와 색깔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직접 만든 모자들도 한데 모여 있다.

동양의 향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홍차를 파는 마리아쥬프레르.

홍차, 샘플용 홍자, 홍차를 우려낼 수 있는 아름다운 유리 다기들. 직접 향을 맡아보고 구입할 수 있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올리브 오일, 몇 종류나 될까?

종류가 무려 50여 가지란다. 특히 지중해 요리를 할 때에, 그리고 샐러드 소스에서 고기, 생선, 야채 요리까지 두루 쓰이는 올리브 오일을 파는 상점도 1822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올리브 관련 지역 특산물을 팔기도 하고, 올리브 오일을 이용한 화장품도 판매한다.

 

 

<파리상점>이 아닌 다른 파리에 관련된 책에서도 보았던 상점으로는 파리의 우산가게인 시몽이 있다.

수작업으로 우산을 파는 곳인데, 손잡이가 특이한 오리, 토끼, 부엉이, 고양이 등의 동물 모양이다.

 

 

 

이밖에도 와인, 약, 쇼콜라, 초콜릿, 마카롱, 꿀, 화장수, 철물점, 예술품 복원 도구점 등 21곳의 상점이 소개된다.

 

 

 

 

파리하면 마카롱이 유명하여, 파리의 빵에 관한 책들에는 단골처럼 실려 있는 마카롱.

" 동그랗고 도톰한 과자껒빌 사이를 부드러운 가나쉬로 채운 마카롱은 먹기 전에는 화려한 색감에 반하고 한 입 베어 물면 그 진한 달콤함에 반하게 된다. 형형색색의 이 달콤하고 사치스러운 과자를 파리에서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라듀레이다." (p. 187)

 

 

마카롱의 맛이 궁금해서 며칠 전에 유명 백화점 마카롱의 맛을 보았는데, 우선 마카롱의 파스텔톤 색감이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그 맛은? 달콤하다. 그리고....

 

<파리상점>은 이렇게 21곳의 전통의 상점들을 소개해 주는데, 다른 파리 관련 여행책자들을 통해서도 몇 몇 상점들은 접해 본 내용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책들에서는 상점만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 왔겠지만, <파리상점>은 직접 저자가 그곳을 찾아 가서 그곳의 장인들을 만나서 취재하였기에 상점의 역사, 장인들의 철학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상점들의 전경을 찍은 사진들, 그리고 상점 안에 진열된 상품들의 사진, 그리고 상점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상점의 특색을 알 수 있는 사진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거기에 그 상점에서 가까운 광광명소와 거리지도가 있으니, 파리를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이곳 중의 마음에 드는 곳, 몇 곳을 찾아가 보면 좋을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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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1 - 가난한 성자들 조드 1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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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의 <조드>는 그동안 출간이 되기를 많이 기다리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이미 2010년 11월 15일부터 2011년 8월 9일에 이르기까지 181회에 걸쳐서 예스 24 블로그에 연재되었다.

물론, 그 연재소설이 그대로 출간된 것은 아니고, 연재가 끝난 후에 작가는 또 많은 날들에 걸쳐서 작품을 손질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조드>의 출간은 늦어졌다.

예스 24 블로그를 통해서 <조드>가 연재될 때에 소설의 앞부분은 읽었지만, 그 이후에 소설을 따라 읽는 흐름이 끊어지면서 읽기를 중단했다.

그러나, 작가의 블로그에는 <작가노트>라는 란이 있었는데, 거기에 올려지는 글들은 모두 따라 읽을 수 있었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라든가, 몽골 답사기가 주요 내용이었는데, 10 개월에 걸쳐서 집필을 한 공간, 저녁 노을에 물드는 유목민의 게르, 몽골 전통 결혼식 장면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요 무대인 헤를렌 강 근처, 오논 강, 젖통호수 들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조드> 1권에 나오는 물다람쥐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조드>는 김형수 작가의 몽골 사랑, 몽골 문화에 대한 천착, 글쓰기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몽골인들에게 칭기스칸은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존재이지만, 그만큼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고 한다. 그래서 몽골인 조차도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쓰기를 힘들어 하는데, 몽골인이 아닌 한국인이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쓴다고 하니, 집필 당시부터 몽골인의 관심이 집중되었기에 그 곳의 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였다. (작가의 블로그에 그당시 기사가 실린 신문의 사진이 올려져 있다,)

또한 올해는 칭기스칸이 탄생한지 85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러니, 850년만에 새롭게 재조명되는 칭기스칸의 이야기가 한국 작가에 의해서 씌여진 것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만큼 빠르게 읽혀지는 <조드>이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들과 몽골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속도를 줄여가면서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어가면서 읽게 된다.

이야기는 " 옛날도, 아주 옛날. 대지가 처음 모양새를 갖추고, 이제 해가 뜨는가하면 나뭇잎이 깨어나고 달이 솟는가 하면 창포가 푸르러지게 된 후의 일이다." (p. 8)로 시작된다.

성경이 "태초에~~"로 시작되듯이, 우리의 전래동화나 건국신화가 "옛날, 옛날에, 아주 옛날에~`"로 시작되듯이....

늑대족의 서사는 늑대족 사내와 사슴족 처녀의 사랑으로,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 알란고아의 이야기로,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예수게이의 이야기로 물흐르듯 흘러간다.

주인공이 테무진이 예수게이의 아들이고, 그가 인류의 영웅인 칭기즈칸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내용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결코 <조드>를 통해서 영웅 칭기즈칸의 이야기를 쓰려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테무진이 키야트 족장의 아들이기는 했지만,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타르타르족에게 독살당하게 되자 넓고 넓은 초원을 숨어다니면서 헐벗고 굶주리고,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초원을 통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조드>1권에서는 테무진이 버르테와 정혼을 하자마자 이런 불행한 처지에 놓이게 되어서 숨어 다니다가 그를 도와주는 자무카와 보오르추, 젤마와의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버르테를 아내로 맞고, 얼마 되지 않아서 메르키드에 아내를 빼앗기게 되고, 아내를 찾기 위해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 속에 몽골의 신화와 전설, 민담, 민요들을.

그리고 유목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각을. 그리고 몽골의 광활한 초원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다.

작가가 1998년에 몽골을 처음 여행하게 되고, 그후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몽골을 가게 되고, <조드> 집필 기간동안에 그곳에 체류하면서 몽골의 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수집한 몽골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이 이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몽골의 풍경처럼 아름답기도 하고, 몽골인의 기질처럼 강하기도 하고, 아뭏튼 다양한 색채를  띤 그림처럼 여러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 언니, 이슬은 별들이 슬퍼해서 생기는 거야?"

"아니, 가축들이 울어서 생기지." (p. 266)

"헤를렌 강 상류에 아침마다 안개가 끼는 언덕이 있었다. 보르기 에르기! '물안개가 피는 언덕' 이라는 뜻이다. 보오르추는 그곳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테무진의 게르 두 채를 곱게 않혔다.  밖에서 보면, 막 털갈이를 끝낸 백조 한 쌍이 쉬는 풍경처럼 정다워 보였다. 또한 안에서 보면, 저녁 연기가 피고 노을이 질 때 제 길을 찾아 돌아가는 기러기 떼 너머로 빼어난 산봉우리들이 어슴푸레 보이곤 했다. 버르테는 주위가 너무 좋아서, 물을 길을  때마다 강물에 목가적인 꿈을 실어 머나먼 초원으로 떠내려 보냈다고 한다." (p.264)

서정적인 시인의 섬세함이 여성스럽게 나타나는 문장들이 소설 속에는 많이 담겨있다.

그런 반면에 <조드 >1권의 초반분에 등장하는 늑대들이 자무카의 말들을 추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어찌나 리얼하게 표현했는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나도 함께 화면에 빨려 들면서 쫒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3 D 영화로 보는듯한....

아니, 어떻게 이런 묘사를 할 수 있을까?

아마 <조드>를 읽는 독자들 모두 입이 벌어질 정도의 장면 묘사이다.

이런 장면은 남성적인 강인함이 그대로 표출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 후미에서 지휘하던 늑대도 자식을 잃었는지 필사적으로 말을 향해 뛰어 올랐다. 거기에 하나 남은 양치기 말이 걸려 들었다. 늑대는 말 갈비 뒤쪽의 가장 얇은 뱃가죽을 한입 가득 물고 온 몸의 무게를 실어 곡예를 하듯이 매달렸다. 그 상태로 말이 달리면 늑대의 하반신은 마릐 뒷다리 옆쪽으로 밀쳐지게 되는데, 그러면 놀란 말이 늑대를 떨어뜨리려고 뒷발굽으로 늑대의 하반신을 차게 되고, 늑대는 틀림없이 뼈가 부러지고 아랫배가 터질 것이다. (...) 늑대에 의해 복부가 찢겨진 말은 얇게 떠받치고 있던 뱃가죽이 대롱대롱 매달린 늑대 때문에 갈라지면서 거대한 밥통이 갖가지 내장을 눈밭에 쏟았다. (...) 그 상태로 더 가자 배안에서 쏟아져 나온 내장이 제 발에 으깨어 지면서 거기 매달렸던 늑대도 케-겡 - 밟혀 죽었다. (...)" (p.56~p.57)

말을 쫒아 가는 늑대의 추격전, 그 어떤 전투의 치열하고 피튀기는 장면보다 더 무서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의 묘사, 힘이 있고, 남성적이 필치가 느껴진다.

늑대와 말의 잡아 먹히고, 잡히는 장면을 한 두 번 구경하고는 쓸 수 없는 내용의 글이기에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했던 늑대왕은 '달의 아들'이란 이름의 늑대인데, 이 늑대의 이야기가 의인화되어 다시 등장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늑대의 심리를 잘 표현했는지, 책을 읽다말고, "작가가 늑대의 환생?"이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이 소설이 얼마나 오랜 몽골 체험에서 나왔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바로 늑대와 말의 추격전에서 자무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초원에 숨어 살던 테무진이었고,그들은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자무카는 테무진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에 새긴다.

" 약속하마, 은혜는 은혜로, 원수는 원수로 (...) 태어난 곳은 달랐어도 묻히는 곳은 함께 하자" (p.63)

그런데, 테무진은 황금가문의 흰 뼈이고, 자무카는 보돈차이 몽학이 거두어준 여인의 자식이니 황금가문의 검은 뼈이다.

 검은 뼈는 결코 흰 뼈가 될 수 없는 신분차이이니, 테무진이 초원을 통일하게 되는데 자무카의 역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조드>2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또한, 테무진과 보오르추의 만남은 잃어버린 말 8마리를 찾으러 가는 길에 이루어지게 된다.

테무진과 보오르추의 인연을 보오르추의 아버지는,

" 혼자의 힘으로 사람이 될 수 없고, 하나의 나무로 불이 될 수 없다고 했어. 너희 둘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꼬 함께 헤쳐가거라." (p. 172)

" 돌아오는 길에 테무진은 실로 오랜만에 사나이의 기쁨에 취했다. 보오르추가 사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런 친구가 살고 있었다니! 돌이켜 보면, 절망과 죽음의 그림자 조차도 그 어디엔가는 사람의 숨결이 숨어 있었다. 어머니말이 옳았다. 인간을 기르는 건 세상이다. " (p. 173)

테무진, 자무카, 보오르추, 젤마 등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가게 될지 <조드 >2권이 궁금해진다.

 

 

이 책의 제목인 '조드'란,

" 괴팍한 날씨 때문에 초지가 피폐해져서 가축들이 지쳐 죽는걸 조드라고 한다"는 것이다.

조드에는 하얀 조드, 검은 조드, 눈보라 조드, 거울 조드가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대재앙인 것이다.

조드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재앙이지만, 푸른 하늘의눈으로 보면 생태계를 정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한다.

푸른 하늘이 조드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 주는 것이란다. 칭기스칸은 푸른 하늘의 뜻을 실천했던 지도자였기에 책 제목과의 연관은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조드 > 1권을 통해서 몽골의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들이 그동안 서양 문화에 길들여져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만 익숙했는데, 중세의 유라시아의 넓은 땅을 지배하였던 몽골제국의 이야기는 너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광활한 초원에 아직도 살고 있는 몽골인들의 문화와 역사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가 말하듯, " <조드 - 가난한 성자들>은 흔한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칭기스칸 생애의 근간이 되는 유목민들의 삶과 역사에 주목했다. 조드와 맞섰던 중세 유목민들, 칭기즈칸을 중심으로 삶을 개척해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는 소설이다." (인터뷰 기사 중에서 발췌)

 

전쟁 영웅의 모습의 칭기스칸이 아닌, 인간미 넘치는 테무진의 모습과 유목민의 삶의 모습을 이 소설을 통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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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하라 - 세계를 뒤흔드는 용기의 외침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우석훈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날 갑자기 월가를 점령하게 되는 점령운동은 2011년 9월 잡지 <애드버스터>에 실린 광고에서부터 출발된다.

" 9월 17일에 월가 금융자본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는 평화 점거를 벌이자" 라는 광고가 실리게 된다. 큰 반응을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월가 주코티공원에 150명 정도의 군중들이 모이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월가의 반대의미의 점령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점령운동이 번져 나가면서 현재 82개국 150 여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점령운동이 내세우는 구호는 "우리는 99퍼센트다" 이다.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운동.

내가  TV를 통해서 점령운동에 관한 보도를 접하게 되었을 때는 생활에 곤란을 느끼는 사람들의 단순한 시위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였다.

피켓을 들고 조용히 공원을 도는 사람들의 모습이 취직을 못했거나, 생계의 곤란을 느끼는 빈민층의 평화적 시위로 다가왔던 것이다.

물론, 월가를 중심으로 이런 시위를 하게 된 것이 월가를 비롯한 금융 자본들에 대한 정부의 특혜 등이 시위의 초점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점령운동이 일어나기 3개월 전에 가본 월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가.

그곳은 여행자로 넘쳐 흘렀다.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에 나부끼는 성조기, 그리고 월가의 상징인 황소 동상에는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북적거렸었다.

세계 만방에 미국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곳이 점령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선택된 1퍼센트의 부자들과 그들의 손에 놀아 나는 권력층을 향하여...

잠깐, 1 퍼센트의 불공평한 성장율을 들여다 보면

1979년 최상위 1 %의  몫은 바닥 20 % 전체가 가진  몫과 같은 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7년에는 최상위 1%가 가진 몫이 하위 40% 가 가진 몫과 같은 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은 최상위 1%의 몫이 더 증가했을 것이다.

미국 2008년 금융 위기에서의 구제금융은 그 누구의 세금으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일까?

"우리는 99 퍼센트다"라는 구호가 가슴이 와닿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경제 구조에 사람들은 조용히 그들의 생각을 나타내게 된 것이 점령운동인 것이다.

 

 

<점령하라>는 월가 점령운동 현장에서 나온 첫 번째 책이고, 점령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고,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점령운동에 관한 총괄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의 요구조건, 그것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이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내용보다는 점령시위의 전개과정, 점령 현장에서 행해진 연설문 몇 편, 날짜별로 기록된 점령시위의 현장 스케치, 그리고 점령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점령운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점령운동은 무엇에 관한 것인가? 우리 대부분은 대화를 여는 공간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 직접적 참여가 가능한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 " (p. 27)

 

 

월가의 점령운동에서 흥미로운 것은 '인간 확성기'이다. 미국은 시위현장에서 허가받지 않은 확성기는 사용이 금지된다. 그래서 시위현장에서 연설을 하는 발표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문장을 한 문장씩 끊어서 말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을 들은 모든 사람이 그 문장을 앵무새처럼 똑같이 따라한다. 그러면 그 문장을 들은 또 다른 사람들이 더 먼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똑같이 따라한다. 대규모 집회일 경우에는 서너 차례를 거쳐야 발표자의 연설이 도달되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발표자의 연설은 멀리 멀리 퍼져나가는 것이다.

월가에 있는 점령시위대의 존재 자체가 경제정의 실현, 부자증세, 기업자금의 정치권 유입금지 등을 말하는 것이다.

점령운동에서는 텀블러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그 제목이 바로 "우리는 99 퍼센트이다."

 

 

이 블로그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종이에 적어 들고 있는 사진들이 게제된다.

다양한 사연들....

 

 

 

또 어떤 사람은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될 경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미국 전국 법률인 조합의 전화번호를 몸에 새겨 놓기도 했다.

 

 

"우리는 99 퍼센트" 라는 것은 1% 부자와 나머지 우리들 사이의 차이를 강조하는 구호로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불공평함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를 정치 이슈화한 것이다.

그렇다고 점령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사회주의자들로 생각할 것인가?

물론, 그들은 사회주의자들은 아니다.

월가 점령을 오로지 비도덕성을 성토하는 시위로만 볼 것인가?

물론, 그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시위 참여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시위행동은 조직적이지도 않고, 일관성이 없기도 하고, 뚜렷한 계획이나 전략이 없기도 하다.

그것이 점령운동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위 풍경을 스케치한 글들을 읽어보면, 뉴욕 시장의 대처방법이나, 뉴욕 경찰의 과잉진압이 비인간적이기도 하다.

루머인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점령운동의 시위현장에 노숙자나 마약 중독자 들의 투입설, 그리고 시위현장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사건들...

이 책은 짧은 글들의 모음이기도 하다.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의 글 34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의 1퍼센트를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도덕적으로 부를 축적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적 명품 매장을 들여오기 위해서 재벌가의 딸들은 혈안이 되어서 싸우기도 하고, 동네 작은 가게들의 매상을 갉아 먹기도 하고, 문어발식 경영으로 중소기업들의 품목을 빼앗아가기도 하고, 상속문제로 낯부끄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고...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어되지 않은 자본주의의 폐해와 금융의 지나친 권력화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월가의 시위의 소수의 군중의 외침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제시해 주는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인간 확성기가 되어 우리사회 99 퍼센트의 생각을 한 마디씩, 한 마디씩  우리 사회 1퍼센트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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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랑 - 심리학자 곽금주, 사랑을 묻고 사랑을 말하다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 그 설명할 수 없는 / 율리아 파이라노, 사드라 콘라트 공저ㅣ 쌤앤파커스 ㅣ2012>이란 책에서는

"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또한 가장 고통스러운 것" 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은 얼마든지 자신들의 생각에 따라서 "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랑, 그 설명할 수 없는>을 펴낸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의 <도대체, 사랑>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 그 설명할 수 없는>은 심리학자 겸 심리치료사인 외국인이  쓴 외국인의 사례를 통해서 본 사랑에 실패하게 되는 유형과 그 후에 오는 아픔, 그 아픔을 치유하여 새로운 사랑을 아름답게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라면, <도대체, 사랑>은 우리나라 심리학자가 주로 대학생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사랑의 본질, 사랑의 아픔, 그 치유방법 등을 생각해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두 권의 책은 함께 읽어도 좋고, 그 중의 한 권만을 읽어도 같은 내용의 이야기들이 많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하니, 거창한 사랑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이 책의 한 구절처럼 정과 신뢰로 이루어진 사랑이 아닐까 한다.

"세월은 사랑에게 열정을 앗아 가지만, 그 자리에 정과 신뢰" (p. 260)를 남겨 두게 되니, 바로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책표지 그림부터 눈길을 끈다. 하늘을 둥둥 날라 다니는 환상적인 그림의 작가, Chagall의 < Birthday>란 작품이다.

샤걀은 참 가난했다고 한다. 그런 샤갈이 만남 벨가는 부유한 보석상의 딸이었으니, 여자의 부모들이 샤갈을 달갑게 생각했을리가 없다. 겨우 벨라 부모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을 앞둔 샤갈의 생일날을 표현한 작품이다.

샤갈과 벨라의 달콤한 키스. 생일, 결혼.

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샤갈.

샤갈 특유의 하늘을 둥둥 날아갈 듯한 기쁨과 사랑이 그대로 표현된 사랑의 아름다움, 기쁨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이지만, 그 사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사랑의 결실인 결혼은 새로운 시작일까? 아니면 인생의 무덤일까?

결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데...

 

 

사랑을 둘러싼 많고도 많은 질문들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인 곽민주는 사랑에 묻고, 사랑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곽민주는 심리학자로 책으로도 출간된 <아이의 사생활>이란 EBS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고, 서울대 최고 명강의로 뽑히는 <흔들리는 20대>의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 중에 "솔직해지자"라는 구절이 있다.

사랑이란 이야기를 할 때에 어느 부분까지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만, 때론 거북스러운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저자 자신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입다물어 버릴 수 도 있으나, 그런 부분까지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사랑을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 어떠한 과장도 포장도 없이 그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사랑에 대해 내가  깨달은 바와 함께 고스란히 내어 놓으면 되겠다고" (프롤로그 중에서)

연애의 시작 단계에서 사랑은 일방적인 짝사랑이기 쉽지만 이것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서로의 마음을 확읺고 합의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안하고 두렵게 되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실을 맺게 되고, 그것이 일상 생활이자 현실이 되게 되면 보이지 않던 상대방의 단점들이 들어나면서 사랑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고, 심지어 헤어지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고통스럽다." 고 이야기하곤 한다.

저자는 심리학으로 본 일곱 가지 사랑을 말한다.

내 사랑은 어떤 종류일까?

친밀감만 있는 사랑, 낭만적인 사랑, 우애적인 사랑, 공허한 사랑, 얼빠진 사랑, 도취된 사랑, 사랑이 아닌 사랑.

성숙한 사람을 위한 세가지 조건인 친밀감, 열정, 결심. 이것이 '사랑의 삼각형 이론'의 바탕이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ㅣ 동녘라이프 ㅣ 2010>에서 남자와 여자는 평생을 가도 서로 닿을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았겠지만,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항상 아픔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 그 설명할 수 없는 >에서도 언급되는 항목인데, 인간은 어린 시절 엄마로 부터 어떻게 양육되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진 관계의 성격이 규정되는 것이다.

일관성 있는 사랑을 받고 자란 자녀들이 안정적 대인관계를 할 수 있고, 부모의 다툼과 한결같은 사랑을 받지 못한 자녀들이 자신의 사랑에 확신이 없고 불안해 하게 되니, 그들의 사랑이 어떤 사랑으로 결실을 맺게 되는가는 부모의 영향이 크게 마련이다.

주변에서 보아도,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이 부모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됨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자라온 환경도 중요하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으 알아 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사랑에 관한 많은 사례들을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동안 심리학자로, 교수로서 상담한 사례들, 주변 인물들의 사례들, 영화 속의 상황들을 들어서 이야기한다.

또한, 진화심리학에 의해서 왜 남자와 여자가 다른 성향을 가지게 되었느냐에서 부터 남자가 밖으로 나가기를 원하는 이유, 바람을 피우는 이유, 여자들이 안정적이기를 원하고, 남자에게 의존적인 이유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 사랑은 달콤한 순간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갈등으로 점철된 이야기기도 하다. " (P. 246)

만약, 자신들의 사랑이 순조롭지 않다면, 잠깐 멈춰서 생각하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게 행복은 무엇인지....

사랑 역시 행복해지기 위함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얼마전까지의 사랑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미덕으로 하고, 여자들의 순결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는 그와는 좀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대학 강의를 하기에 대학생들이 많이 찾아오고, 그녀가 하는 강의의 내용이 흔들리는 20대의 이야기이기에, 학생들이 연구실을 자주 찾아 와서 자신들의 사랑이야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수 앞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어떤 연애 전문가의 말이라고 하면서 사랑을 하게 되면서 섹스로 연결되는 것이 3개월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여대생의 이야기 중에는 한 여학생은 만나는 남자들과 쉽게 섹스까지 가게 되지만, 이번에 만난 남자와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 반면에, 아직 섹스의 경험이 없는 한 여학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중이라는 내용의 글이다.

세월은 변천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천하지만....

너무도 쉽게 사랑하고, 그것이 결혼 전에 섹스로 연결되고, 그리고 헤어지고...

요즘의 세태일까 의아심이 생기기도 한다.

흔히 하는 말로 '3포세대'란 말이 있다.

과연, 젊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것들이 어쩔 수 없어서 포기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지 않고, 배려하고 싶지 않고, 귀찮아지는 것이 싫으니까 그런 것은 아닐까?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 중에 결혼후의 생활이 가져다 주는 불편함 때문은 아닐까?

집안일, 육아, 결혼 후에 생긴 상대방의 가족들에 대한 불편함도 그 중의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조건을 따지고, 이해관계를 계산해 보고, 실리를 따져서는 아름다운 사랑이 될 수 없는 것이다.

" 사랑은 독립된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서로 신뢰를 쌓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성숙해 가는 과정" (p. 273)

이런 사랑을 터득해 나가는데에는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연령, 어떤 계층의 독자들이건간에,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네

 사랑은 무례히 행치않고, 자기의 유익을 굳지않고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네

 사랑은 모든 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이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중에서)

 

♡  당신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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