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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라 - 황광우와 함께 읽는 동서양 인문고전 40
황광우 지음 / 생각정원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철학 !
이 학문은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골치아프고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도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좀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동안 철학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접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철학콘서트/ 황광우, 웅진지식하우스 ㅣ2006>이다.
이 책은 <철학콘서트 2>도 있지만, 나는 1권만을 읽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하듯이, "철학은 인생의 깊이만큼 이해가 된다 "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상당히 읽기 쉽게 씌여져 있다.
<철학 콘서트>에는 우리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동서양의 현인 10 명이 소개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석가, 공자, 예수, 이황, 토머스 모어,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노자.
어렵게만 느껴지던 접해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노자의 <도덕경>에 까지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책을 읽는 재미에 빠지게 해 주었다.
그러니, <철학 콘서트>를 쓴 저자인 황광우의 <철학하라>도 철학에 관한 이야기, 고전에 관한 이야기가 뭐 그리 어렵겠느냐는 생각에 덥석 읽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600 페이지가 넘는 책 두께부터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동서양 인문 고전 40 권과 그 책을 쓴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읽는데만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의외로 잘 읽힌다. '1부 : 나를 찾다 (동양편)까지만.
저자인 황광우는 항상 주문을 걸듯이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으니, 그것은 곧 "사유하라", " 철학하라"라고 한다.
동서양 인문 고전 40 권. 여기에서 고전 앞에 붙은 '인문'이란 단어가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책이라는 뜻처럼 생각된다.
책의 구성은 ,
1부 : 나를 찾다 (동양편)
2부: 불확실한 세계를 이해한다. (서양편)
3부: 세계밖으로 나아가다 (서양편)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내가 1부는 읽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학교 교육의 결과인 것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도덕, 윤리, 한문 등을 통해서 동양의 인문고전인 <논어>,<맹자>, <도덕경>, <순자>, <대학>,<중용>, <목민심서>, <성학십도> 등에 나오는 구절들은 그래도 많이 접해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익숙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에게 새롭게 조명되는 인물이 있으니, 그는 순자이다.
우린 그동안 공자와 맹자를 더 잘 알아고 있었다.
그것은,
" <순자>에서 주장한 사상때문에 순자는 죽은 후 유가 사상사에서 '찬밥'신세가 된다. '성악설'을 주장하고 '인격자로서의 하늘을 부정'했기때문이다. 특히 송나라 주자가 성리학을 완성하면서 순자의 학문은 거의 이단시된다. 그러나 이제 성리학 관점에서 자유로워진 학자들은 순자의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는 <순자>가 담고 있는 체계적이고 풍부한 사상을 재평가하는 것이다." (p. 44)
순자의 예가 공자, 맹자의 예와는 조금 다르며, 순자의 사상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이다. 그래서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교되데, 그것은 문제제기하는 방식과 논증하는 방법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순자의 <왕제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의 구절들이 비교되기도 한다고 한다.
제1부에서 어려운 부분은 나에게는 언제나 이황과 이이의 사상 비교이다. 학창시절부터 혼동을 하곤 하던 그 이기이원론.
여기까지 읽으면서 책 속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구구절절 옳은 말들뿐이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는 깨달음이 있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같다.
특히, 저자는 인문고전들의 내용을 현실의 실생활과 연결지어서 설명해주기도 하고, <tip>이란 공간을 이용하여 인문고전을 쓴 사상가들의 일생, 일화까지 들려주니, 재미있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안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 책을 읽으면 안다. 텔레비젼을 보고도 지식은 알 수 있다. 물론 아는 것은 중요하다. 모르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단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 (p. 58)
특히, 마음에 와닿던 노자의 도덕경과 현실과의 연관을 지어 생각해 본 구절이 있어서 적는다.
" 어떻게 사느냐가 어디에 사느냐보다 중요하다. (...) 노자는 컵과 집이라는 형체의 형식에 집착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형체에 집착하면 그 쓰임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 (p. 70)

또한, 삶과 사상이 하나였던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내용은 현실의 데자뷰가 그 책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요즘의 정치계나 권력층에게 따끔한 질책을 던진다.
" 백성이 궁핍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은 위정자의 커다란 임무다. 백성이 배부르도록 그 일을 마련하는 것도 위정자의 임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일이다. 사람들이 일할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고, 병을 고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지도자다. 어느 이익 집단에 휘줄리지 않고 국가와 지역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지도자다. " (p. 156)
마치 조선시대에 오늘날을 들여다 보고 그의 생각을 적은 것같은 이 문장이 왜 이리도 마음에 다가오는지....
동양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마천의 <사기>.
그것은 바로 사마천의 처절한 고통, 갈등, 방황,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한 산물이 아닐까.
이렇게 제 1부는 재미있고,흥미롭게 다가온다. 그에 비하면 동양의 인문고전에 비하여 좀 낯설게 느껴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서양의 인문고전들이다.
기라성같은 작품들.
<고백록>,< 순수이성비판>,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꿈의 해석>,< 역사철학 강의>,<자유론>,< 자본론>,< <국가>,<정치학> <군주론>...
이런 인문고전을 남긴 사상가들.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베이컨, 칸트, 니체, 밀, 마르크스, 베버, 홉스, 로크....
책이름과 사상가의 이름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그만큼 어려운 책들과 사상들이다.
그래서 동양편을 읽을 때보다는 서양편을 읽을 때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해도 힘들게 된다.
그나마 심리학에 공헌을 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쉽게 느껴진다. 인간이 꾸는 꿈을 가지고 그 뜻을 해석하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서 심리학에 일조를 하였으니.
그래도, 서양편의 마지막 6장인 세계밖으로 나아가다 <과학편>은 과학적 인문 고전들이어서 이해가 쉽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명언을 남긴 갈릴레오.
그것은 종교와 과학의 갈등이었을까?
" 아니, 그것은 지나간 과학과 새로운 과학의 충돌이었고, 나아가 우주를 바라보고 현상을 이해하는 세계관의 충돌이었다. " (p. 550)
그 유명한 명언마저 갈릴레오가 실제로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한다.당시의 사회분위기와 한 과학자의 냉소를 잘 보여주는 한 문장이고, 역사 속의 한 장면인 것이다.
과학사의 한 획을 그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뉴턴의 3대법칙'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이 담겨 있는 <종의 기원>.
다윈은 인간의 오만에 경종을 울리고 생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룬 과학자가 아니던가.
물론, 아직까지도 진화론과 창조론은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긴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것처럼 책읽기는 때론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 놓아서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아무리 쉽게 풀이해 주어도 가지고 있는 지적 수준이 모자라서 힘겹게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달콤하고 읽기 쉬운 책들에 길들여지기 보다는 세기를 넘어 공존하는 인문 고전들을 접하려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황광우는 새로 출간된 또 다른 책 < 고전 혁명 : 리딩멘토 이지성과 인문학자 황광우의 생각경영 프로젝트 / 이지성, 황광우 공저 ㅣ 생각정원 ㅣ 2012>의 인터뷰 기사에서 " 천 권의 책보다 한 권의 고전을 읽어라" 라고 말한다.
"그건 바로 고전을 읽는 것입니다. 저는 한 번에 책을 20, 30권씩 주문해서 읽습니다. 밤새워 가며 읽어요. 그런데 서른 권 중에 ‘정말 이 책 잘 만났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한 권이라도 있으면 아주 행복한 독서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고전은 천 권의 책을 구입해도 만나기 어려운 책이에요. 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고전 한 권을 읽으면 비용도 절약될뿐더러, 훨씬 더 위대한 효용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 선택인가요.” (채널예스 인터뷰 기사 중에서)
물론, 마음먹고 한 권의 고전을 샀다가 읽지도 못하고 책장 속의 장식품으로 남으면 안 되겠지만...
일반인들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책들인 인문고전들. 이 책들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은 그 책은 과거 속의 책들이지만,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고, 지금이 있게 한 책들이고, 앞으로 우리, 그리고 우리사회를 만드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달콤한 책들이 아니라고 도외시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가가는 독서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인문고전을 통해서 "사유하라", "철학하라"는 황광우의 말이 힘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