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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워낙 독특한 소재로 독자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내기에 그동안 그의 신작들이 출간될 때마다 따라 읽어 왔다.
<웃음>은 출간되자 마자 구입했지만, 그동안 읽지 못하고 책장 속에 꽂아 놓기만 하다가, 얼마전에 <웃음 1>을 읽고, 그리고 어제 <웃음2>를 읽게 되었다.
<웃음 1>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별로 흡인력이 덜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내용은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언인 다리우스의 죽음을 살인으로 추정하여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비졍규직 여기자인 뤼크레스와 은퇴한 천재 과학 기자인 이지도르의 추적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책의 구성은 이런 내용과 함께 <다리우스 워즈니악 스탠드업 코미디>, <유머역사 대전>등과 같은 유머가 담긴 글들이 소설의 내용과 교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교차적인 구성이 범죄 스릴러 소설을 읽는 스릴감을 반감시킨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교차적인 구성에 쓰인 유머들은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등장시키는 유머들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 두 부분이 합쳐진 소설이라는 것이 독자들의 읽기를 분산시키기도 하는 듯이 생각되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속도감이 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웃음 2>을 다시 펼쳐드니, <웃음 1>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빠르게 전개되었다.
아마도 며칠간의 간격을 두고 읽었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뤼크레스는 마리앙주를 웃기지 못한 코미디언은 죽을 수 밖에 없는 <프로브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는 장면이 극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4월의 물고기로 그토록 수치감을 느끼게 해 주었던 마리앙주가 아니던가.
그런데, 마리앙주가 이 사건에 깊숙히 연류되어 있는 것이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게 되는 뤼크레스와 이지도르의 코미디 공연.
과연 그들은 청중을 웃길 수 있을까? 아니면 정체가 밝혀질 것인가?
절박한 상황에서 그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충분히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웃음>은 범죄 스릴러, 유머집, 역사 패러디의 속성을 골고루 갖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웃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폭넓은 지적 수준이 모두 동원되어서 웃음의 총체적인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웃음이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생산품처럼 그렇게 생산되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뤼크레스와 이지도르가 유머 기사단이 되기 위해서 단원들이 받는 과정을 속성으로 9일에 걸쳐서 받게 되는데, 그 과정이 기발하다. 입문경기의 마지막은 <프로브>경기이니, 뤼크레스와 이지도르 중에 웃기지 못하는 한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웃음의 역사, 희극의 역사, 유머가 생산되는 과정, 유머에 웃지 않는 연습 등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유머에는 수공업적인 유머와 산업적인 유머가 있다는 발상도 특별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설정도 아닌 것이다.
실제로 우리들이 즐겁게 보는 <개크 콘서트>의 한 코너를 시청하는데는 3분에서 5분이 걸리지만, 그것을위해서 개그맨들은 일주일을 꼬박, 아니 그이상의 시간을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유머는 은연중에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는 노고가 필요한 것이다.
우스갯 소리를 만드는 몇가지 기본적인 기법으로는 <주객전도>, <의외의 반전>, <중의법>, <인물 감추기>, <거짓말 시한폭탄>,< 터무니없이 한 술 더 뜨기>,< 외설적인 암시>,< 비논리적인 논리> 등의 기법이 있는 것이다.
각 나라의 유머 양상, 유머 창작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작품 속 곳곳에 흩어져서 담겨 있다. 그러니, 유머의 백과사전쯤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웃음~~
부처의 미소, " ... 참으로 아름답다. 저토록 절묘한 웃음도 있구나, 영혼의 완성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의 목표가 큰 소리로 웃는 것일 줄 알았는데... 아무튼 저 웃음은 우리의 통념을 뒤흔드는 매우 혁신적인 거으로 받아들일 만해 ." (P. 236)
국민 코미디언이라고 할 수 있는 다리우스의 코미디.
그가 코미디언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후에 코미디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그 이전의 어릴 적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이 다리우스가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가를, 어떻게 죽게 되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 그는 자신의 극한을 추구하는 사람같았어. 고통의 극한, 자기자신의 극한말이야. 그는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팬들의 열광사이에서 갈팡질팡했어" (P. 341)
다리우스의 웃기는 일 뒤에는 남모르는 자신만의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이다.
<웃음>에서 너도 나도 찾으려고 하는 '살인소담'
정말로, 그것을 읽는 사람은 모두 죽는 것일까?
이 이야기도 결국에는 사랑으로부터 출발된 비극인 것이다.
" (...) 우리는 서로 사랑했어요. 엄청난 비극들이 대개는 소박한 사랑이야기로 시작되죠. 이것 역시 인생이 우리에게 던지는 농담이 아니겠어요." (p. 385)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 중의 하나는 그의 작품인 <파라다이스>를 읽은 독자들이 그 책 속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을 <농담이 태어나는 곳 (있을 법한 미래)>였다고 하는데서 그 내용보다 좀 더 깊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 <웃음>을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웃음>을 읽으면서 이 유머는 어디선가 읽은 것같은데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웃음>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바탕이 되어서 한 권의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란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된다.
웃는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 책의 내용중의 일부분처럼 웃음이 생산되어 진다면, 남의 웃음을 도용하면서까지 웃음을 전달한다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웃음>을 읽는 동안에 웃음의 근원까지 파헤쳐 보니, 웃음의 모든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기는 한 것이다.
<웃음1>을 읽으면서 2% 부족하다는 생각이 <웃음2>를 읽으면서 과연 '베르나르 베르베르'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