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 ㅣ아트북스 ㅣ2007 > 였는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ㅣ 랜덤하우스 ㅣ2009> 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다보니 읽게 된 작품들인데, 그이후에 <스테이 : 내 삶의 배경으로 떠나는 여행 ㅣ 갤리온 ㅣ2010 > 등을 비롯한 작가의 책들을 읽게 되었고, 그 다음에 소설들을 골라 읽게 되었다.

김영하의 최근작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 문학동네, 2010>가 단편 모음집인데 반하여 이번에 출간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작가가 5년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기에 기대가 컸다고나 할까,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그래서 예약판매를 통하여 두 권의 미니북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미니북은 <오빠가 돌아왔다> 와 <엘리베이터에 끼인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는데, 50 페이지 정도의 단 한 편의 작품만이 실린 미니북이었다.

이전에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 예약판매때의 미니북 <순례자>와 <연금술사>에 비하면 '좀 아니다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그동안 작가가 쓴 소설인 <검은 꽃>, <퀴즈쇼>와 함께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내용이 어두울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슬픈 사연으로 가득찬 제이.

그는 십대 미혼모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출산하는 순간 죽이려는 것을 경찰에게 발견되면서, 돼지엄마라는 사람에 의해서 길러지게 된다. 그러나, 생활이 여의치가 않은 돼지엄마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집을 빠져 나가면서 제이를 남겨두고 간다.

같은 동네에 살던 동규는 어릴 적에 원격 조정으로 움직이는 모형 헬리콥터가 자신에게 달겨드는 순간 패닉상태에 빠지면서 함구증에 걸리게 된다.

제이와 동규는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친구였으나, 제이가 재개발구역에서 몰래 숨어 살다가 시설로 붙잡혀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

제이가 시설에서 도망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거치게 되는 거리의 아이들과의 생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읽으면서 제이와 가출 소년소녀들의 동거 장면의 묘사는 차라리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십 대 청소년들의 방황, 가출, 가출후의 혼숙, 난교,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에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

" 여기는 인간의 세계가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야생이라는 것을" (p. 98)

거리의 아이들과는 비교도 안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청소년들.

지나친 부모의 간섭에 힘겨워하고, 과도한 학업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날의 청소년들.

그러나, 그들에 가려서 안 보이는 곳에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오는 거리의 아이들인 제이, 동규, 후드티, 야구모자, 금희, 한나, 목란 등의 아이들이 처첨한 모습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내내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분노가 치밀어 올 정도였다.

아이들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도 크기에.

이런 아이들의 삶은 대를 이어서 이런 아이들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나사건이후 제이는 수련을 쌓은 듯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그는 몸에 밴 자신감과 깊은 인상을 남겨주기에 폭주족의 우두머리가 되고, 동규 역시 가정의 불화로 인하여 가출을 하게 되면서, 다시 제이와 동규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 너희들은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로 인해 아프다. 아이들은 제이가 자기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존재라고 느꼈고, 그의 기이한 생활태도에 외경심을 품었다. " (p. 141)

이 소설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이 특색이 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와 작업 과정을 이야기로 들려주고는 있는데, 어느 부분을 읽을 때까지는 작가의 실제 이야기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이 부분이 소설 속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장치임을 느끼게 된다.

어디까지가 실세 이야기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적인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통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나 작가의 의도를 눈여겨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지영의 <도가니>가 출간당시보다 몇 년이 지난 후에 영화화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이 소설을 읽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너무도 많은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 누군가는 이런 청소년들의 문제를 그대로 덮지 말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선을 모두 차지하고 굉음을 울리면서 내달리는 아이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하늘을 날아 오를 듯이 질주하는 아이들.

그들이 이 세상을 향해서 내뿜는 절망의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신나게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곡예는 그들의 아픔의 몸부림이 아닐까.

 

 

강남 고속 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나 십 대 어미에게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버림을 받아야만 했던 제이.

제이는 우리 사회의 거리 곳곳에서 내 옆을 스쳐가는 어떤 아이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불쾌하리만큼 충격적인 장면들을 그냥 덮어버리기에는 가슴이 멍멍해지는 것이다.

이 땅에서 소외된 아이들. 아직 꽃봉오리도 피지 못했건만, 망가져 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의 목소리.

작가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독자들의 귀에도 그 목소리가 들렸으면 한다.

그러나, 어떤 해결책도 없는 우리들이 너무도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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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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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1권은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ㅣ 아트북스 ㅣ2007>이고, 그 두번 째에 해당하는 책이 <김영하 여행자 도쿄>이다.

 

 

이 책들의 특징은 김영하가 각각의 도시에서 여행자로 머물면서 찍은 사진들과 그곳에서 쓴 소설, 그리고 간단한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진 것이다.

작가는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콘탁스 G1으로, 도쿄에서는 Rollei 35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Rollei 는 요즘 흔히 쓰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이다. 줌기능도 없고, 렌즈교환도 안되고, 노출, 셔터 스피드는 손으로 맞추어야 하고, 거리는 눈대중으로 맞추어야 하고, 초점도 정확히 잡을 수가 없어서 자칫하면 안개낀 것처럼, 흔들린 것처럼 촛점이 안 맞는 사진이 되기 쉬운 아주 까다로운 카메라이다.

그래도, 김영하가 이 사진기를 들고 도쿄에 간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였기때문이다.

" 유쾌한 무관심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활보하는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에는 어떤 카메라가 어울릴까. 나는 롤라이 35를 골랐다. 유쾌한 무관심이 불쾌한 관심으로 변하기 전에 촬영을 마칠 수 있고 (롤라이 35는 빠르다.(...) 도쿄의 좁은 길과 골목, 작은 카페나 상점에는 40 밀리미터 화각으로 충분했다. " (p. 211)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에서는 그 책 속의 사진들이 느낌이 좋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김영하 여행자 도쿄>를 통해서 작가가 사진에 대해서 전문가적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김영하 작가 ~~ 사진도 포토그래퍼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니....

 

 

 

김영하 작가는 여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유럽여행이 아니었다면 쓰이지 않았을 작품이고, 언제나 떠나기를 희망하여 길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작품의 소재와 주제를 얻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여행자 시리즈 1 - 하이델베르크- 에서는 Short Story 로 < 밀회 >가 소개되었었는데, 여행자 시리즈 2 - 도쿄- 에서는 Short Story 로 <마코토>가 소개된다.

이 두 작품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ㅣ 문학동네 ㅣ2010>에 실린 작품들이다.

이번에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아니, 그 배경을 알고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책의 구성 중의 2 Eyes Wide Shots in Tokyo는 한 권의 사진집으로도 손색이 없는 도쿄의 이모 저모를 담고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찍은 사진들, 그 어느 포토 그래퍼 못지 않은 발상의 사진들.

" 도시에 대한 무지, 그것이야말로 여행자가 가진 특권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로는 나는 어느 도시에 가든 그 돗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다 신뢰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앎에 '갇혀' 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래서 여행자 시리즈는 색다른 매력을 갖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기도 하고, 한 도시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느낀 이야기를 쓴 글들을 읽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한 도시을 여행하게 되면 되도록 많은 것을 빠짐없이 보려고 바삐 바삐 움직이지 않던가.

다음에 이 도시에 또 오리라는 기약이 없기에.

그러나, 작가는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버리지 않는다.

 

 

"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으 다 보아 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 (p. 237)

물론, 작가의 말도 맞지만, 우리가 또 다시 그 도시를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다 보고 가리라 마음을 먹는 것이 우리 여행자의 맘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던 내 모습도 그런 마음에서 나올 것이 아니었던가.

김영하 작가의 눈에 비친 도쿄가 그의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이 책으로 옮겨 지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또다른 모습의 도쿄를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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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홍콩을 만나라 - 다채롭고 진솔한 홍콩 문화 속을 걷다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김동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벅차올 정도로 흥미롭다. 그래서 내가 그곳을 여행할 계획이 없음에도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으면 선뜻 구입하게 되곤한다.

그렇게 구입한 여행 서적들에는 같은 여행지에 관한 책들이 여러 권이 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

여행서 중에는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일생에 한번은 ~~ 을 만나라>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 시리즈이다.

동유럽, 스페인, 파리, 도쿄, 이탈리아, 클래식 등은 이미 읽은 책들이고, 이번에는 <일생에 한번은 홍콩을 만나라>를 읽게 되었다.

홍콩에 관한 책은 벌써 열 권가까이 읽었기에 책 속에 담겨진 홍콩의 여행 이야기는 그리 흥미롭지는 않다.

홍콩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기에, 영화 속의 홍콩만을 담은 책도 있다.

 

 

과연 <일생에 한번은 홍콩을 만나다>는 어떤 홍콩을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기대감보다는 그저 비슷한 홍콩의 이야기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일생에 한번은 도쿄를 만나다>의 저자인 김동운이 이 책을 쓴 저자이다.

저자는 도쿄의 일반적인 여행지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본 도쿄를 소개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홍콩도 처음 홍콩을 찾는 사람들이 가는 관광지보다는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많이 소개해준다.

홍콩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라면 북적거리는 인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홍콩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쇼핑을 하기에 좋은 곳 등을 주로 찾아 다니지만, 이 책 속에서는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지만, 가보면 정말 이곳에 오기를 잘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홍콩의 숨은 매력'을 가진 곳을 소개해 준다.

시간이 멈춘 해변 마을, 섹오.

 

 

아주 작은 마을인데,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다.

전통적 삶의 방식 그래로 살고 있는 곳인 란타우 섬의 타이오의 수상가옥이나, 신계 지역의 틴수이 와이.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홍콩의 숨은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홍콩섬 남부에 에버딘은 과거와 현재의 극명한 대조를 느낄 수 있는 곳.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인 드래곤 백.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트램.

우리나라는 트램이 없기에 유럽의 각 도시에 있는 트램을 보면 그 모습만으로도 흥미로운데, 트램의 색이나 트램에 쓰여진 그림이나 글들은 각양각색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영국과 홍콩에만 있다는 2층 트램을 볼 수 있으니, 2.3 홍콩달러를 내고 한 번 타봄직도 하다. (2층 버스가 아닌 2층 트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먹거리는 볼거리만큼이나 그 도시 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 홍콩에서 꼭 맛 볼 것으로 팀호완의 딤섬을 들 수 있다. 이곳의 딤섬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 딤섬일 것이다.

홍콩에서는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차찬템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분식점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홍콩이 사랑하는 특별한 음식인 첨판.

반투명의 얇은 전병에 달콤한 간장소스를 뿌려먹는 요리인데, 홍콩인들의 아침메뉴라고 한다. 맛은 어떨까?

" 사실 청판을 처음 먹을 때 그 불가사의한 식감때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컹거리는 반투명의 쌈, 까칠거리며 입에서 맴도는 마른 새우, 여기에 바비큐 양념을 한 돼지고기를 넣어 먹는 것도 어색했다. (...) 맛이 심심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물컹거리는 식감도 익숙해지면 괜찮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p. 154~p. 155)

실제로 입에 맞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같다. 다만 홍콩에서 맛 볼 수 있는 음식이기에 소개하기는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홍콩의 그 유명한 페닌슐라 호텔의 애프터눈 티도 소개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분식점이나 거리 음식에 해당하지만, 홍콩을 여행한다면 꼬 먹어 보아야 할 음식들을 소개해 준다.

홍콩 건강식인 거북이 젤리.

청나라때 궁정 한약방에서 사용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는 거북이 젤리.

처음에는 독특한 맛에 거북할 지도 모르나, 맛에 길들여지면 훌륭한 간식인 거북이 젤리.

홍콩 여행서들이 마지막 여행지로 마카오를 소개하듯이, 이 책도 마카오를 이야기한다.

마카오는 홍콩 여행 끝자락에 경품처럼, 아니면, 선물처럼 찾아가는 여행지인데, 생각보다 너무도 괜찮은 여행지이다.

마카오를 도박의 도시로 생각하지만, 카지노의 구경도 살짝하고, 세나도 광장을 중심으로 모여져 있는 포르투갈 점령시의 유적들을 보는 것은 마치 유럽의 한 도시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곳에서도 한적한 곳을 보기를 원한다면 타이파섬과 콜로안 섬으로 넘어가면 된다.

여기서도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유럽의 유적지같은 성당이나 파스텔톤의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도교의 작은 사원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마카오 여행중에 지도에 있는 틴하우 사원을 가기 위해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타이파 섬의 중심부에 있는 틴하우 사원을 가려고 했는데, 택시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구 마구 달리는 것이다.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서 기사에게 지도를 보여 주었지만, 문맹인지 전혀 지도를 못 보는 것이다. 영어도 물론 통하지 않는 기사였다.

택시에 달린 Free Interpreter 를 통해 타이파 섬에 있는 틴하우사원을 찾아 갈 수 있었는데, 그곳은 사원이라기에는 너무도 초라하고 작은 한 칸짜리 건물안의 제단 정도였다.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틴하우 사원이라고 하면 바다의 신을 모시는 사원의 보통명사였던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의 사건때무에 콜로안 섬의 아름다운 바다가 아침 햇살에 빛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콜로안 섬은 세도나 광장의 북적거리는 모습과는 딴판으로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여행은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풍경과 마주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콜로안 섬의 한 제과점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에그 타르트.

그 맛을 한 번 보고 싶다면 꼭 콜로안 섬을 찾기를....

이 책에는 홍콩의 다른 여행서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 보다는 홍콩의 숨은 매력과 홍콩식 요리, 홍콩식 스타일, 그리고 홍콩 여행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뜻밖의 선물처럼 만날 수 있는 마카오의 한적한 곳들을 소개해 준다.

홍콩을 처음 가는 사람보다는 두 번째 가는 사람들이 여행를 갈 때에 들고 가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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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석용 지음 / 청어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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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 paparazzi] : 유명한 사람을 쫓아 다니며 사생활을 찍는 자유 계약 사진사, 그러한 직업을 가진 영화 속의 인물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Daum 국어사전 검색)

파파라치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영국의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가 생각난다. 살아서 그렇게 파파라치들의 추적을 받더니, 결국에는 파파라치때문에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그래서인지, 파파라치들이 세상에 내놓는 사진들을 볼 때에 드는 느낌은 깜짝 놀랄만한 사건의 사진이라고 해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유명인의 사생활을 들추어 내는 행위, 그것을 세상에 까발리는 행위. 그것이 그리 곱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석용의 소설 속의 파파라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요, 누군가로부터 부를 얻으려는 것도 아닌,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들의 속 마음을 깨우쳐 주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역할을 하는 파파라치인 것이다.

내가 이 소설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파파라치라는 소재가 특이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어릴 때의 열병으로 '들을 수 없기에 말하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인 19살 길도의 똑딱이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비친 세상 이야기이다.

길도는 누나가 장기 해외출장을 가게 되면서 10살 조카 다홍이와 독립 생활을 하게 된다.

길도 부모님의 걱정도 청각장애인이 아들이 세상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였기에 길도의 독립을 은근히 반가는 입장이기도 하고.

그러나,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나온 19살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길도에게 한상욱 신부는 똑딱이 카메라를 빌려준다. 언젠가 길도와 나들이길에 카메라를 주고 사진을 찍게 했던 기억으로는 길도의 사진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볼 수 있는 사진이었기에.

" 카메라는 참 재미있는 물건이에요, 어떤 걸 찍어도 모두 과거형으로 만들어 버리거든요. 늘 현재를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뒤돌아 보며 살게, 그래서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말게.' 하는 신의 메시지가 담긴 물건 같아요." (p. 45)

그래서, 길도는 똑딱이 카메라로 자신을 파파라치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파파라치한다.

 

 

길도에게 파파라치당한 사진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의뢰가 들어오게 된다.

직장을 그만 둘까 하던 여직원, 남편과 아들을 잃은 아픔을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여자, 어느날 갑작스럽게 술 마신 후의 필름이 끊어져 버리게 되는 직장인, 자신의 집에 개가 살고 있다는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힌 만화가 등.

이렇게 파파라치를 당한 사진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형식으로 꾸며진다.

" 남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 드러난 것과 감추어진 것 중 어떤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하는 물음이 맴돌았다. " (p. 107)

길도는 파파라치 의뢰가 들어오면 그 의뢰가 왜 들어 왔을까 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떻게 의뢰인을 파파라치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길도의 사진 찍는 감각은 사진을 찍는 기술을 배운 것도 아니지만, 그만의 생각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찍어내는 것이다.

"자네는 '파파라치'가 아니라 '예언자'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지도 모르겠네. " (p. 240)

그렇다. 길도는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꿰뚫어 보는 길도만의 뷰파인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도의 사진은 이면 (裏面)을 담은 사진인 것이다.

 

 

길도는 겉모습은 장애인이지만, 마음만은 정상인보다 더 정상인, 아니 선한 마음으로 꽉 들어찬 것이다.

그래서 겉모습은 정상인이지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 즉 심리적으로 장애인인 사람들의 마음을 몇 장의 사진으로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비친 세상의 모습, 그것은 만화경 속의 변화무상한 모습과 같은 것이다.

인간미가 넘치는 파파라치.

자신의 의뢰인들의 생활, 생각까지도 꿰뚫어 보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파파라치,

그래서 소설 <파파라치>는 읽는내내 마음이 따뜻해 지는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인 이석용은 건축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건축관련 강의를 하고, 건축관련 책을 낸 건축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두 장의 메모에서 출발했고, 투병중이던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차분하면서도 착하다. 그래서 인간미가 넘쳐 흐른다.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쓰게 된 소설이기에 앞으로 또 다른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일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독자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또다른 작품으로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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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 체험편 세트 - 전2권 테크놀로지의 세계
체험 활동을 통한 기술 교육 연구 모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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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 >체험판은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은 디자인, 정보통신,제조에 관하여 2권은 건설, 생명, 에너지와 수송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1권의 디자인과 정보통신에 관한 내용은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그러나, 2권의 내용인 건설, 생명, 에너지와 수송은 우리의 실생활과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쉽지만, 그것들 역시 바로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취지는 청소년들이 과학, 기술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국 산업 기술 진흥원'이 기업, 학교, 연구소 등으 연계시켜서 기획하게 된 책이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비롯하여 정부에서는 이공계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몇 년 전부터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책 속의 내용들을 직접 실험과 실습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고, 그런 과정이 과학이란, 기술이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줄 수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향후의 기술에 대한 이론서라는 의미도 가지는 것이다.

아이디어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어떤 제품을 사용하다가 불편한 점이 있게 될 경우 '이런 점이 불편하구나!' 하는 생각에서 떠오르는 것이고, 그것이 개선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개선한 제품으 손으로 직접 만든다면 그것이 신제품, 혹은 발명품이 되는 것이다.

* 제품의 문제 발생 → 문제점 해결 방안 → 구상, 수정 → 콘셉트 스케치 → 아이디어 실현 → 완성 → 성능시험 및 평가

" 마음에서 우러나는 창의성은 머리에서 이해된 것을 손으로 직접 창작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 ( 발간사 중에서, p. 5)

바로 이런 점을 이 책에서는 실행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 무엇이 문제인가?

(2) 어떻게 풀어 갈까?

(3) 만들어 보자.

(4) 문제가 해결되었나?

이런 과정을 청소년들이 평소에 생활화한다면, 멋진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발상이 우리의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상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책꽂이는 꼭 기존의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까?

계단을 책꽂이로 이용한다면, 가구와 책꽂이를 접목시킨다면, 두루마리식으로 수납공간을 만든다면, 등이 달린 책꽂이가 있다면, 칸의 모양과 위치를 변형시킨다면....

이 책은 이런 생각에서 끝나지 않고, 그런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어 보도록 도와주고 있다.

 

 

 

3D 입체 이미지를 청소년들이 만들 수 있을까?

QR코드를 직접 만들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홍보할 수 있을까?

이런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3D 입체 이미지의 원리, 사진 찰영 방법, 적청 안경의 원리를 알려 주고, 적청 안경을 만드는 법, 3D사진 촬영을 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사진 촬영을 하게 한 후에 자신이 만든 3D사진 영상을 적정안경을 쓰고 관람할 수 있게 해주다.

 

 

물론, 이 책은 청소년을 비롯하여 그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과 체험을 모두 할 수 있게 해준다.

 

원리를 알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제품들의 제작과정이 소개되기 때문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따라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동안, 주택용 에너지의 새로운 방법으로 태양광 주택이 선보였고, 많이 보급되어 있다. 그러나, 태양관 주택은 고정식의 주택인데, 집이 해의 이동에 따라서 같이 움직이는 해바리기 집도 있다고 한다.

그런 집의 경우에는 일정한 발전효율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해바리기집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그 원리를 이용해서 만들어 본다면 어떤 집의 모형이 나올까?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태양전지판만 회전시키는가?, 아니면 집전체를 회전시키는가를 생각하고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곳을 가다가 마주치게 되는 다리들. 그 다리들은 단순교, 아치교, 사장교, 현수교 등의 각각 다른 모양의 다리들인데, 다리의 종류에 따라서 교량이 하중을 견디는 실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는 어떤 과학의 원리만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 원리를 알고, 그것을 실험과 실습을 통해서 입증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창의력을 키워주는 책이라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 1권과 2권에는 각각 책의 내용에 관한 동영상이 담긴 CD가 1장씩 들어있다.

책의 내용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동영상을 통해서 볼 수 있다.

 

 

< 테크놀로지의 세계 플러스 >는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었던 내용들과 그것을 실제로 체험학습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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