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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ㅣ 추수밭 ㅣ2012>를 읽은 후에 내가 이 땅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태어나는 순간에 그들의 운명이 정해져 버리는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그 곳에서 몸과 마음이 아프게 살아가고 있다.
지구촌에서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 분쟁 지역을 찾아 다니는 김영미 PD.
그의 또 다른 책인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역시 그녀가 다녔던 분쟁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사람이, 아프다>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세계는 왜 싸우는가?>는 레바논에서 미얀마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분쟁지역 13곳에서 왜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저자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전에 취재차 스위스의 제네바에 가게 되었는데, 숙박하기로 한 호텔의 착오로 하룻밤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게스트 하우스의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방에서 우연히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토론에 가까운 그들의 이야기는 듀랜드 라인이 그어진 배경이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지대의 분쟁 이야기 등을 하고 있었는데,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의 그 사건들의 배경과 원인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에 끼이지 못하는 한국 학생들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묻자, 그들은 수능 공부만 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는 알지를 못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 저자는 자신이 분쟁 지역의 취재를 위해서 어린 아들을 두고 세계 곳곳을 돌아 다니고 있는데, 아들에게 훗날 자신이 다녔던 분쟁 지역에서 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쓰기 시작한 글들이 모여서 이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이 글은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청소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입학이기에 그들은 학교 성적이나 수능과 관련이 없는 것들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학교 교육 역시, 시험과 관련된 내용만을 가르치다 보니 청소년들은, 아니 그들이 성장해서도 세계의 분쟁지역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면 그저 '지구촌의 가난한 지역에서 싸움을 하는가 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영토분쟁, 종교문제, 인종문제, 권력다툼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들은 역사적 배경과 원인이 있는 것이고,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오고 있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세계의 화약고'라고 일컬어지는 중동지역.
그곳에서도 레바논의 베이루트의 분쟁에 관한 이야기가 첫 번째 이야기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평화가 흔들리게 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이 불똥이 튄 지역이다.
이곳에 무장세력의 근거지인 PLO의 임시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레바논은 팔레스타인의 난민을 받아주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미움을 사게 되는데, 여기에 이슬람 시아바가 조직한 합법적 정당인 헤즈볼라의 과격한 행동까지 가세되면서 종교 전쟁의 양상까지 나타나면서 이 지역에는 분쟁이 끊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만나게 되는 의사 선생님,
" 가난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어디서 돈이 나서 치료비를 지불합니까? 나는 국제 구호단체에 구걸을 하러 다니거나 동료 의사들에게 애걸하여 약품을 얻어 옵니다. 내가 환자를 볼 수 있게 숨을 쉬는 것만도 감사하지요." ( p. 35)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아물 수 없는 깊은 상처를 가진 분쟁인데, 이 시작은 1917년 11월에 영국이 발표하는 밸푸어 선언과 관련이 있다.
그당시에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던 영국이 유대인이 전쟁에 협력하는 대가로 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에 그들의 나라를 세워주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게 됨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들어가 그곳의 주민들을 내쫒고 죽이는 잔인한 점령 전쟁이 있었고, 그로 인하여 이스라엘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황당하게 하루 아침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
설상가상으로 2002년부터 2007년에 걸쳐서 이 지역에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요르단 강 서안의 경계지역에 콘크리트와 철조망으로 분리 장벽이 설치되게 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한 무차별적인 폭격들.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끝없는 원한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여기에서 만나게 되는 10대 미군 병사와 그 지역의 소년들.
가해자와 피해자인지, 피해자와 가해자인지...
미군 병사는 "대학에 가고 싶어서 군대에 입대했다"고 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한 소년은 "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 고 한다.

그래도, 팔레스타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분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상식들을 가지고 있지만, 동티모르의 분쟁이 유럽 강대국으로 부터, 일본, 인도네시아의 식민지 시절부터 유래되어 내려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막대한 석유이권을 둘러싼 체첸 분리주의자들이 왜 극장과 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였는가를,
'지구의 미아', '중동의 눈물'이라는 쿠르드족은 누구이며, 왜 떠돌이 신세가 되었는가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다이아몬드의 나라'인 시에라리온에는 왜 사지가 절단당한 사람들이 많은가를,
우리들은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 '인간은 어쩌면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경악했다. 아름다운 해변과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있으면 뭐하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나긴 내전으로 멀쩡하던 수족이 잘려 평생 굴러 다녀야 하는 그들을 보니 가슴이 아팠어" (p. 213)
단편적인 사건만을 접한 적이 많을 것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김영미 PD는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글을 통해서 지구상의 분쟁국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