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 기 코르노의 자전 스토리
기 코르노 지음, 김성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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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은 그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그 순간을 알고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순간을 전혀 짐작도 못 한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아버지의 경우에는 3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셔서 직장에서 심근경색증으로 돌아가셨으니, 아버지 자신과 가족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침 식사 맛있게 하시고, 출근을 하셨으니...

어머니의 경우엔 평소에 기력이 없으셔서 한약을 드시던 중에 고열에 시달리시게 되고, 그것은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종양이 있었기에,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고, 푸르른 5월에 투병을 시작하여 장맛비가 내리는 7월에 먼 길을 떠나신 것이다.

중환자실을 오르내리시며, 겪으셨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 가시기 전날, 병실에서 뵙고, 갑작스럽게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가셨기에,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 드릴 수도 없었다.

돌아가시던 새벽에 내가 꾼 꿈은 하얀 옷을 입고 병실을 나오시는 모습이었다.

난 그 꿈이 병실을 나오시는 꿈이었기에 길몽이라고 생각했지만, 부음을 듣고 깨달았다. 하얀 옷의 의미를.

여기에서 꿈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의 저자인 '기 코르노'는 북미와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치유심리학자로 명성이 있는 사람이다. 20여 년간 전 세계를 돌며 강연, 자기계발 워크숍을 이끌어 왔으며, TV프로그램도 맡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승승장구에 자만심에 빠져서,

" 난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는 사람이야" 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청천벽력의 말을 듣게 된다. 림프종 4기.

"감기가 아니라 암이라고 한다..."

그때 그는 암 4기가 어떤 정도인가를 알지 못했다. 암에는 5기, 6기로 있으려니 했다고 한다.

나중에 의사에게 그는 암 4기의 의미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암의 마지막 단계가 4기임을 알았다면 그는 그 말에 질려서 죽었을 것이라는 회고담을 말한다.

자신의 죽음앞에서 명성있는 심리치료사는 일반인들과 달랐을까?

우리의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진다. 그도 정신분석가이기 이전에 나약한 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에 가졌던 저자의 마음이었고, 역시나 그는 투병과정에서 인생을 새롭게 배우는 학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사건, 만남, 생각, 치유훈련에 대한 생생한 체험의 내용을 그대로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

2006년 여름부터 2009년 여름까지의 자신이 암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써내려간다.

 

 

 

이미 그의 병은 주요 장기 3군데까지 퍼졌는데,

" 이 병에 대한 해결책은 의사가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거야" (p. 35) 하는 생각에서 그 해결 방법을 정신분석학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미 그는 대장염으로 20년간 고생을 했는데, 10년전부터 대장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치유 방법은 대체의학으로 다스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암에 걸리게 된 원인과 치유방법을 자신의 안에서 찾아 보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그 원인을 찾게 된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를 학자의 길로 가도록 했으며, 그가 그토록 유명한 정신분석가로 강단에 서고 있지만, 아버지는 그것 마저도 학자가 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인정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의 3장부터는 기 코르노가 암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질병의 심리적 측면의 고찰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같은 경험이라도 그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기때문에 어떤 경험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로 쌓이게 되고 그것이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질병의 심리학적 원인은 이런 감정들이 몸 속에 쌓이게 되고, 화가 되는 것은 간에 쌓이고, 슬픔이 되는 것은 폐에 쌓이고....

그는 병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야 병의 의미가 모습을 드러내고 치유의 길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너무도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것에 암의 치유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암을 다스리기 위해서 시도했던 세포들과의 대화법, 수련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상태가 우리 몸이 지닌 병을 치유하는 작용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치유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한의학이나 기에 관련된 내용도 몇 번 언급이 되는 것을 보니, 그런 것들에도 지식이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인용되는 책인 신경정신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의 예를 들기도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3년간 살았던 그가 '의미요법'이란 인본주의적 치료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바로 그 수용소에서 가장 잘 견뎌 낸 사람은,

"풍요로운 정신생활과 수행을 통해 공포를 초월하며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 (p. 215)는 것이다.

 

 

기 코르노의 경우에는 암을 물리치기 위한 화학치료 방법과 함께 자신이 스스로 병을 다스리는 심리요법을 함께 사용했던 것이다.

"뭘 어떻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그게 통했네요 ! 암이 크르노씨 장기들에서 사라졌어요. (...)" (p.253)

환자에게 이보다 더 희망적인 말이 어디 있겠는가.

 

 

책의 뒷부분에는 그의 소올 메이트인 야나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녀는 기 코르노보다 1년 일찍 암 진단을 받게 된다. 가슴에 두 개의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과 화학요법을 받기를 권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고, 심리치료만으로 투병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저자는 병의 원인을 그녀의 성장 단계에서 찾아내게 되고, 그녀가 수술과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도 그녀의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찾아내게 된다.

병원치료를 거부했던 야나는 온 몸에 암이 전이되어 결국엔....

" 기쁨은 우리를 빛나게 해주고 슬픔은 우리를 어두워지게 만든다.

기쁨은 반짝반짝 빛은 내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고 삶의 의욕을 준다.

슬픔은 우리를 어둡고 무겁게 만들어 계속 살아갈 기운을 빼앗는다. " (p. 217)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많은 정신분석 학자들이 꿈에 대한 해몽으로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 보는 것처럼, 기 코르노가 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꾼 꿈들에 대한 해몽, 야나가 꾼 꿈, 그리고 야나가 투병을 하는 과정 과정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곁에서 함께 했던 기 코르노가 꾼 꿈에 대한 해몽이 치유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일치된다는 것이다.

질병이란 마음에서 온다는 것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다가온다.

 

 

저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는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초연함'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자신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해 보는 것이다.

명상이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요즘 같은 봄날에는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고 잠깐 생각을 가다듬거나, 파릇파릇 물오르는 나무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아니면, 하얀 목련꽃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순간의 휴식들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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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맛집 투어 - 고단한 하루가 맛있는 인생으로 바뀌는 서울 맛집 가이드
콘텐츠 공작소 '베리베리스트로베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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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틀면 왜 그리도 먹거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방송되는지, 홍보를 위한 맛집 이야기같기도 하고, 연예인들을 비롯한 게스트들의 음식을 먹은 후의 감상은 보여주기 위한 가식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집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하이톤의 성우 내레이션, 당장 TV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맛깔스러운 음식들, 산해진미를 발견한 듯한 연예인 게스트들의 오버 액션" (여는 글 중에서)

그래서 찾아간 맛집은 생각 보다 맛이 없거나, 방송을 보고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가운데, 불친절하기 그지 없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소개되는 맛집들은 많으나, 정작 어떤 지역에 가서 '무엇을 먹을까 ?' 생각하면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는 때도 있다.

 

 

<퇴근 후 맛집 투어!>는 그동안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2 「VJ 특공대」, Y-STAR 「식신로드」, MBC 에브리원 「식신원정대」 등 TV 인기 맛집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집들에 저자들이 직접 가서 음식을 먹어 보고 실제로 맛있는 집이라고 생각되는 집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베리베리 스트로 베리'의 30대 싱글 4인방인데, 그들은 모두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니, 맛집투어에 길들여져 있어서 진짜 맛집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맛집들은 어떤 TV방송에서 소개되었는가를 알려주고, '이런 사람에게 추천', '음식 사진', '음식점 사진', 'tip', '상세정보 (약도 및 QR코드) ' 등이 수록되어 있다.

 

 

 

맛집이라고 하는 음식점들이 깨끗하고 분위기 있는 집들이라기 보다는 몇 십 년 전통을 가진 집들이 대부분이기에 찾기 힘든 골목길이나, 시장통에 있는 허름한 경우들이 많다.

음식점은 허름해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는 경우들도 있으니, 그런 점들까지도 책 속의 상세 정보에 담아 놓았다.

동대문 종합상가 뒷골목의 연탄 화덕에 구운 생선구이 백반. 집에서는 이런 맛의 생선구이는 불가능한 그런 맛. 그래서 꾸준히 이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찾아 오곤한다.

 

 

마포옥의 설렁탕은 사진 속의 고기가 맛있어 보인다.

 

 

어떤 곳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특별한 맛을 자랑하는 맛집들 소개와 함께 사찰음식, 웰빙음식, 별미, 빵집, 과자, 디저트까지 별스러운 음식들도 소개된다.

 

 

 

눈길을 끄는 우동이 있다 '조봉자 우동'은 주꾸미와 우동이 만났다. 우동이라기에는 주꾸미가 너무도 많이 들어간 우동.

이곳에서는 주꾸미 볶음 우동, 조봉자 우동, 열무 냉우동, 검은 냉국수, 해초물 냉면, 해초 비빔밥 등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흔히 맛 볼 수 있지만, 맛있는 음식점이 아닌, 해외 여행지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음식을 맛있게 하는 집들도 소개된다.

이탈리아 피자집, 중동의 양고기 요리, 이슬람의 견과류가 들어간 과자, 우리들에겐 너무도 생소한 불가리아식 요리, 도시락 스타일의 일본 음식,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인 하몽 등.

거대한 탑을 쌓아 올린 듯한 쟈코비 버거는 일명 내장 파괴버거라고 한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딱 벌어진다. 도대체 어떻게 먹으라고?

아무리 입을 크게 벌려도 대책이 없는 버거. 뉘어서 포크로 잡고 나이프로 썰고.... 그렇게 해체한 내용물들을 먹어야 할 듯....

너무 커서 3인이상이 가서 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천 원에 설렁탕을 파는 집도 있단다. 맛이 정말 있을까? 어떻게 천 원으로 원가나 될까?

이곳의 막걸리 이름도 재미있다.

도수가 낮아서 마셔봤자 아무도 눈치 못 채는 '남몰래'.

얼큰하게 취하는 '취할래'

마시고 나면 뻗기 때문에 보호자를 동행한사람에게만 판매하는 '뻗을래'

 

 

 

 

책을 읽던 중에 추억 속의 장소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반포 치킨'

구반포 도로 양쪽으로는 낮은 상가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197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 촌인데, 한 마디로 세월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에 1990년대의 경양식 집의 모습을 아직도 그대로 간직한 추억의 장소가 '반포치킨'이다.

아마 이 곳에 가면 추억 속의 경양식 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치킨집이지만, 특색있는 마늘치킨과 그밖의 다른 경양식집 메뉴들(1990년대)

캔 맥주대신 아직도 병맥주를 고수하는 곳.

내가 가끔씩 갔던 그곳이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니, 한 번쯤 들러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렇게 퇴근길에 들릴 수 있는 맛집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연령에 따라서, 남녀에 따라서 선호하는 음식들이 조금씩은 다르고, 입맛도 천차만별이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먹고 싶은 날이라면... 아니, 자주 먹던 음식이지만, 옛 추억이 떠오른다면, 그냥 맛있는 것이 생각난다면 이 책을 뒤적여서 마음에 드는 맛집을 찾아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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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미동 사람들 2
변기현 지음, 양귀자 원작 / 북스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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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미동 사람들>의 원작인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 최근에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고 한다.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1980년대의 사회상을 소설을 통해서나마 느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교과서에 실린 소설을 해부하듯이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원미동 사람들>이 어떻게 보여질까도 걱정스럽다.

자칫하면 소설이 소설이 아닌, 공부를 해야 하는 지겨운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고스란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원미동 사람들>도 많은 학생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양귀자는 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작가였다.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 중에 기억되는 것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1992년>, <천년의 사랑 / 1995년>, 그리고 1992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숨은꽃>이 생각난다.

그중에 <천년의 사랑> 상, 하, <1992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만화 원미동 사람들 1>에서는 은혜네 집 이야기, 진만네 이야기, 강노인 이야기, 원미동 시인 몽달씨 이야기로 4편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만화 원미동 사람들 2>에도 원미동에서 일어나는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5화 :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비록 서울을 떠나기는 했지만, 내 집 마련을 했다는 꿈에 부풀어서 살게 된 원미동 무궁화 연립의 은혜네 집. 이사오던 겨울부터 천장, 벽에서 물이 흐리기 시작하더니. 난방 파이프가 터지기도 하고, 주방 하수구가 막히고, 보일러 굴뚝이 무너지고....

드디어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목욕탕 파이프가 터져서 아랫집에 물이 흐르게 된 것이다.

1980년대, 공사비를 줄이거나, 공사비를 횡령하는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성행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아파트 입주시에도 이런 경우는 허다했었다.

다시 공사를 하기 위해서 인부 임씨를 부르게 되고, 은혜 아빠는 조금이나마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서 임씨를 도와주다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인부 임씨는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간다는....

왜?

5화에서는 여기 저기 펑 펑 터지는 부실공사의 책을 보면서 은혜 아빠가 느끼는 심경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당시에 서울 인구가 1,500 만 명이었나보다, 서울 거주 시민 1,500 만명에 끼지 못하고 원미동까지 내려 오게 된 자괴감(?) 같은 것을 느끼는 은혜 아빠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서울이건 지방도시이건 별 상관없이 잘 살고 있지만, 그당시만해도 서울을 떠나 소도시로 간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무능력쯤으로 생각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당시의 원미동은 개발 초기였기에 소도시라고는 하지만, 도시답지 않은 풍경들이 아니었을까.

임씨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가난한 사람을 등처먹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게 되는 것이다.

임씨의 울음 소리 " 끄윽... 끄윽... 으흐흑.... 으흐으으흑... 으흐 으으윽....으악... 으악... 으흐으으흑"

6화 : 찻집 여자

엄지, 엄선, 엄미. 세 딸을 둔 '나는야 원미동에서 자칭 타칭 '행복한 사나이' 행복 사진관을 경영하는 사진사와 찻집 여자의 로맨스.

로맨스(?) 아니, 불륜(?)

처자식이 있는 사나이의 사랑 이야기. 그가 마음을 빼앗긴 여자는 행복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주다가 만난 한강 인삼찻집의 주인.

술팔다가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은 병들고 나이들고, 초라한 여자.

" 그 날 그 삭막한 방과 여자의 서럽도록 야윈 몸을 보지 않았다면...." (p. 91)

사랑은 그렇게 찾아 왔지만, 사랑은 또 그렇게 사라지는 것일까~~

7화 : 일용할 양식.

동네 어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모습이기도 하다.

김포슈퍼는 쌀과 연탄 등의 일용잡화를 파는 가게. 100 미터도 안되는 곳에 형제 슈퍼가 들어 서게 되면서 작은 동네에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친다.

세일... 그리고 또 세일...

심한 경쟁 속에서 신난 것은 동네 주민들.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지만, 그 슈퍼는 경쟁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물건을 팔게 되고....

한 슈퍼가 망해서 사라질 때까지, 그러나 복병은 또 다른 곳에 있었으니, 싱싱청과물까지 한 몫을 거들게 되니...

결국엔....

8화 : 지하 생활자.

예전엔 연립의 1층 소유자에게는 지하 공간이 배당되었었는가 보다.

무궁화 연립 102호에 배당된 지하실을 세를 놓게 되고, 여기에 입주하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지하실에는 화장실이 없다. 계약당시에 얄미운 소유주는 화장실은 자신의 집 화장실을 쓰라고 하는데,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초인종을 누르면 집에 없거나, 있어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화장실 사용이 여의치가 않다.

생리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런데, 이 청년의 직장도 지하에 있는 공장이니, 두더지도 아니고, 집도, 일터도 지하실.

직장에서는 야근 수당 안주는 공장주에게 스트라이크. 이런 여세를 몰아서 주인 여자에게 담판을 지어볼까~~

<만화 원미동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나간 세월 속의 이야기여서 지금은 때론 코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당시의 서민들이 느꼈던 체감온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어렵던 시절, 그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한 몫을 한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이 만화가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2009년 어느날 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읽으면서 소설 속의 은혜 아빠가 자신의 모습처럼 비쳐 지게 된다.

그동안,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겨 다녔지만, 서울을 떠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다시는 in seoul 할 수 없을 것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은혜 아빠의 마음과 같았기에 이 소설을 만화로 그리기로 한다.

30년전의 원미동은 현재는 구시가지가 되었고, 상동과 중동은 신시가지로 엄청나게 변하였지만, 그때의 그 모습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렇게 만화 컷 속으로 들어가게 한 것이다.

원작자 양귀자의 글처럼,

" 나는 지극히 남루한 일상을 문자로 기록했고, 만화가 변기현은 그림으로 문장의 뒷면까지 기록에 더했다. 원작자마저 새로운 독자로 포섭했으니 이 만화의 앞날이 사뭇 기대된다. " ( 책 띠의 글 중에서)

원작자가 <만화 원미동 1>에 나오는 이사가는 은혜네 집의 짐 속에 있는 물개의 그림을 보고 자신이 생각했던 그 물개였음에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로 만화가는 원작을 잘 이해하고 만화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표현하지 못한 면까지도 만화가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만화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그런 부분들이 분명 소설 속에는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만화를 보고 원작 <원미동 사람들>이 궁금해 진다면 소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너무도 오래전에 읽었기에 만화를 보면서 '맞아,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 하는 생각들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문장, 문장, 작가의 문체들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지나간 세월인 1980년대의 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이 만화를 읽는 동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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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수필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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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의 <인연>, 민태원의 <청춘예찬>, 이양하의 <나무>.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수필들인가.

학창시절에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접했던수필들이지만, 아직까지도 수필의 몇 구절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박혀 있다.

그 수필들이 그처럼 아름답게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수필만이 가지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이면서 은유적 표현들이 그 빛을 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말 오랜만에 잡문이 아닌 수필다운 수필들을 담은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장정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책을 손에 잡는 순간 느껴지는 도톰하면서도 부드럽게 폭신거리는 질감이 느껴진다.

 

 

낯익지 않은 저자의 이름.

어려서는 시인을 꿈꿨으나 '머뭇거리고 서성거리다가 아까운 날들을 떠내려 보냈다'(저자 소개글 중에서)는 그녀.

'쓰는 일을 통한 자아 확장과 소통의 기쁨을 가장 큰 성취고 소득이라 생각한다. 삶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와 불가해한 은유들을 정관(靜觀)의 여유 속에 풀어내고 싶어 수필 쓰기를 선택했다. ' (저자 소개 글 중에서)

 

 

저자가 직접 쓴 자신을 소개하는 글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녀의 수필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딸을 시집보내서 장모가 되었다는 글이 있는 것을 보아 인생의 연륜이 쌓였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한 주제, 한 주제 따라 읽어 나가게 되는데, 처음의 글들은 다소 평소 우리들이 쓰지 않는 단어들과 관용어구들, 수식어들, 그리고 정제된 언어들이 부담스럽게 읽는 속도를 방해한다.

수필이 갖는 은유적 세계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 낯선 단어들이 껄끄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수필이 가지는 진솔한 내용들이 내 머릿속에서는 붕붕 떠다니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멋을 한껏 부린 것같기도 하고, 글쓰기를 훈련받은 듯한 느낌이 그리 달갑지 않지는 않다.

피천득 님의 추천사 중에,

" 그의 글은 정적이면서도 지적입니다. 반짝이는 예지, 조금만 드러낼 줄 아는 자제력, 정제된 언어 그런 것들로 해서 그의 글은 아름답습니다. 그의 글에 대해서라면 나는 어떤 찬사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 (책 표지 뒤, 피천득 글 중에서)

 

 

아~~ 그동안 나는 너무도 쉬운 글들, 달콤한 글들, 읽는 순간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글들에 너무도 많이 적응이 되어 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정적이고, 지적인 글, 정제된 언어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다니....

이런 생각들이 오고 가면서 읽어 나가게 되자, 이제는 저자의 글들이 또렷이 다가오기도 한다.

이 수필들은 주제마다 어려운 글들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조금씩 평상적인 글들과도 만나게 되고, 짧은 글 속에서 빛나는 은유의 표현에 길들여지기도 하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저자의 마음도 드러나고, 어떤 사물의 이치를 통찰하는 날카로운 저자의 눈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글들 속에 빠져 들기도 하는 것이다.

 

 

" 삶은 농담 같은 진담, 목숨은 예외없는 필패 (必敗). 그보다 더 쓸쓸한 일은 무심한 척, 쾌활한 척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속으로만 진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는 일의 시름과 덧없음마저 춤으로 환치할 줄 아는 저 가을 억새들처럼. " (p.39)

 

" 사랑은 언제 깊어지는가.

마주하는 동안에는 서로에게 취하여 그리움의 키를 늘이지 못한다. 구석진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부재가 주는 외로움 속에서, 만남과 만남 사이 적막한 틈새에서 내밀하게 가지를 뻗고 뿌리를 내린다. " (pp. 94~95)

 

 

" 처음 두모악에 들렀을 때 김영갑 선생은 이미 떠난 뒤였다. 갤러리를 맡고 있던 그와 사진 이야기를 하며 느릿느릿 친해졌다. 인생이 살아볼 만한 것은 예정된 운명이 아닌 우연과 돌발성 때문일지 모른다. 그 돌발성마저 누군가 정교하게 연출해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p. 128)

 

 

" 갯무꽃이 몽환적으로 흔들린다. 해안가를 따라 지천으로 피어난 연보랏빛 꽃들은 목하 한창 우화중이다. 조금 있으면 날개 여린 부전나비가 되어 하늘 저 편으로 날아가 버릴 같다. 오늘은 바람도 출타중인지 꽃너울 저편, 갈맷빛 바다가 평화스럽다. 바람 없는 날에는 바다가 일쑤 시울시울 졸고 앉았다. " (p242)

 

처음 책을 손에 잡았을 때는 그렇게 낯설게 다가오는 글들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한 주제, 한 주제... 넘어가면서 저자의 마음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수가 있을까?

삶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표와 불가해한 은유들을 정관(靜觀)의 여유 속에 풀어내고 싶어 수필 쓰기를 선택했다. ' 는 그녀의 수필.

그동안 수필다운 수필을 접하지 못했던 날들이 많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정제하고 정제해서 쓴 글들에서 저자의 글쓰기의 아름다움을 느껴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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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뉴욕
이숙명 지음 / 시공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책제목에 나라이름이나 도시이름이 적혀 있으면 반드시 한 번은 그 책을 검색해 본다. 그렇게 해서 사게 된 책들이 여행 에세이들인데, 이 책도 역시 '뉴욕'이라는 도시명에 사게 된 책이다.

여행관련 책들 중에 여행가이드북인 랜덤하우스의 <~ 백 배 즐기기>, 21세기 북스의 <일생에 한 번은 ~>, 가치창조의 <~이 번지는 곳, ~>, 혜지원의 < ~에 반하다>는 시리즈로 출간된 책들인데, 책 내용이 그 책들만의 독특한 면을 가진 여행관련 책들이다.

그밖에는 여행에세이로 여행작가들의 책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단연 이런 책들은 책 속의 사진들이 분위기가 있는, 느낌이 좋은 사진들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보면서 두 가지를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

그동안 읽었던 뉴욕관련 책으로는 <THIS IS NEW YORK /조은정 ㅣ 테라 ㅣ 2011>이 가장 아끼는 책이기도 하다. 여행자에게는 좋은 가이드북이 되기도 하지만,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뉴욕을 저자만의 감각에 맞게 구성하여 많은 볼거리를 주는 책이다.

아주 짧게 뉴욕을 여행할 적이 있는데, 그때에 집에 있는 뉴욕 가이드북 중에서 2권을 골라서 가지고 갔는데, 그때 가지고 간 책이기도 하고, 여행시에는 이 한 권의 책만이 여행의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어쨌거나, 뉴욕>은 잔잔한 여행의 이야기가 담긴 감성적인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게 되었지만, 그보다는 뉴욕에서 몇 개월간 생존하기 위한 좌충우돌 체험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미드의 영향인지 청춘들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지가 뉴욕이 아닐까 한다. 그들에게 뉴욕은 '스타일'이자 '로망'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는...

이 책의 저자는 영화 잡지 <프리미어>, 패션잡지 <엘르>에서 에디터로 일을 하였다.

7년동안, 멋진 잡지를 만드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어떤 직장보다 시간에 쫒기면서 일을 하여야 했기에 그 후유증은 더 컸던 것이다.

"마침내 피곤과 무기력, 배임의 끝에 도달했다. " ( 책 속의 글중에서)

그래서 그녀는 그런 일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서, 멈추고 싶어서 떠나기로 결심한다.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 무엇보다 내겐 뉴욕이냐 런던이냐가 아니라 한국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p. 48)

그녀가 뉴욕을 선택한 것은 여성들의 로망이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도피처'를 찾다가 선택하게 된 곳이다.

" 낯선 풍경 속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생각도 감정도 없이 누구와도 부대끼지 않으며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진공상태. 그거면 족하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CF의 카피도 아니고, 이렇게 모든 것을 털어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자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 부양가족이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에 떠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자체가 직장인들의 로망이 아닐까.

 

 

그래서 도착한 뉴욕에서 몇 개월을 살기 위해서는 거처할 집을 구해야 되는데, 웨스트엔드 애비뉴 64번지에 그럴 듯한 스튜디오가 월 1,300 달러란다.

고물가의 뉴욕에서는 말도 안되는 가격인데, 그러니 사기를 당할 수 밖에.

그래서 뉴욕의 법정에까지 서게 되는 사연.

그리고 패션리더들의 이야기, 미트 패킹의 나이트 클럽에 입성한 이야기.

마지막에는 그의 직장에서의 일의 노하우를 살려서 초특급 할리우드 여배우 '리브 타일러'(반지의 제왕의 요정 아르웬 역)의 인터뷰 작전까지 소개된다.

 

 

 

이 책을 여행관련 감성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려고 한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어느 직장 여성이 삶의 한 자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간 뉴욕에서의 '리얼 좌충우돌 체험기'라고 생각하면 이 책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 어쨌거나, 뉴욕' 인 것이다.

큰 기대없이 심심할 때에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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