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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 기 코르노의 자전 스토리
기 코르노 지음, 김성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생의 마지막 순간은 그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그 순간을 알고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순간을 전혀 짐작도 못 한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아버지의 경우에는 3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셔서 직장에서 심근경색증으로 돌아가셨으니, 아버지 자신과 가족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침 식사 맛있게 하시고, 출근을 하셨으니...
어머니의 경우엔 평소에 기력이 없으셔서 한약을 드시던 중에 고열에 시달리시게 되고, 그것은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종양이 있었기에,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고, 푸르른 5월에 투병을 시작하여 장맛비가 내리는 7월에 먼 길을 떠나신 것이다.
중환자실을 오르내리시며, 겪으셨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 가시기 전날, 병실에서 뵙고, 갑작스럽게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가셨기에,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 드릴 수도 없었다.
돌아가시던 새벽에 내가 꾼 꿈은 하얀 옷을 입고 병실을 나오시는 모습이었다.
난 그 꿈이 병실을 나오시는 꿈이었기에 길몽이라고 생각했지만, 부음을 듣고 깨달았다. 하얀 옷의 의미를.
여기에서 꿈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의 저자인 '기 코르노'는 북미와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치유심리학자로 명성이 있는 사람이다. 20여 년간 전 세계를 돌며 강연, 자기계발 워크숍을 이끌어 왔으며, TV프로그램도 맡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승승장구에 자만심에 빠져서,
" 난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는 사람이야" 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청천벽력의 말을 듣게 된다. 림프종 4기.
"감기가 아니라 암이라고 한다..."
그때 그는 암 4기가 어떤 정도인가를 알지 못했다. 암에는 5기, 6기로 있으려니 했다고 한다.
나중에 의사에게 그는 암 4기의 의미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암의 마지막 단계가 4기임을 알았다면 그는 그 말에 질려서 죽었을 것이라는 회고담을 말한다.
자신의 죽음앞에서 명성있는 심리치료사는 일반인들과 달랐을까?
우리의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진다. 그도 정신분석가이기 이전에 나약한 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에 가졌던 저자의 마음이었고, 역시나 그는 투병과정에서 인생을 새롭게 배우는 학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사건, 만남, 생각, 치유훈련에 대한 생생한 체험의 내용을 그대로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
2006년 여름부터 2009년 여름까지의 자신이 암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써내려간다.
이미 그의 병은 주요 장기 3군데까지 퍼졌는데,
" 이 병에 대한 해결책은 의사가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거야" (p. 35) 하는 생각에서 그 해결 방법을 정신분석학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미 그는 대장염으로 20년간 고생을 했는데, 10년전부터 대장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치유 방법은 대체의학으로 다스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암에 걸리게 된 원인과 치유방법을 자신의 안에서 찾아 보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그 원인을 찾게 된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를 학자의 길로 가도록 했으며, 그가 그토록 유명한 정신분석가로 강단에 서고 있지만, 아버지는 그것 마저도 학자가 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인정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의 3장부터는 기 코르노가 암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질병의 심리적 측면의 고찰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같은 경험이라도 그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기때문에 어떤 경험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로 쌓이게 되고 그것이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질병의 심리학적 원인은 이런 감정들이 몸 속에 쌓이게 되고, 화가 되는 것은 간에 쌓이고, 슬픔이 되는 것은 폐에 쌓이고....
그는 병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야 병의 의미가 모습을 드러내고 치유의 길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너무도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것에 암의 치유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암을 다스리기 위해서 시도했던 세포들과의 대화법, 수련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상태가 우리 몸이 지닌 병을 치유하는 작용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치유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한의학이나 기에 관련된 내용도 몇 번 언급이 되는 것을 보니, 그런 것들에도 지식이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인용되는 책인 신경정신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의 예를 들기도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3년간 살았던 그가 '의미요법'이란 인본주의적 치료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바로 그 수용소에서 가장 잘 견뎌 낸 사람은,
"풍요로운 정신생활과 수행을 통해 공포를 초월하며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 (p. 215)는 것이다.
기 코르노의 경우에는 암을 물리치기 위한 화학치료 방법과 함께 자신이 스스로 병을 다스리는 심리요법을 함께 사용했던 것이다.
"뭘 어떻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그게 통했네요 ! 암이 크르노씨 장기들에서 사라졌어요. (...)" (p.253)
환자에게 이보다 더 희망적인 말이 어디 있겠는가.

책의 뒷부분에는 그의 소올 메이트인 야나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녀는 기 코르노보다 1년 일찍 암 진단을 받게 된다. 가슴에 두 개의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과 화학요법을 받기를 권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고, 심리치료만으로 투병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저자는 병의 원인을 그녀의 성장 단계에서 찾아내게 되고, 그녀가 수술과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도 그녀의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찾아내게 된다.
병원치료를 거부했던 야나는 온 몸에 암이 전이되어 결국엔....
" 기쁨은 우리를 빛나게 해주고 슬픔은 우리를 어두워지게 만든다.
기쁨은 반짝반짝 빛은 내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고 삶의 의욕을 준다.
슬픔은 우리를 어둡고 무겁게 만들어 계속 살아갈 기운을 빼앗는다. " (p. 217)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많은 정신분석 학자들이 꿈에 대한 해몽으로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 보는 것처럼, 기 코르노가 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꾼 꿈들에 대한 해몽, 야나가 꾼 꿈, 그리고 야나가 투병을 하는 과정 과정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곁에서 함께 했던 기 코르노가 꾼 꿈에 대한 해몽이 치유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일치된다는 것이다.
질병이란 마음에서 온다는 것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다가온다.

저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는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초연함'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자신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해 보는 것이다.
명상이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요즘 같은 봄날에는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고 잠깐 생각을 가다듬거나, 파릇파릇 물오르는 나무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아니면, 하얀 목련꽃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순간의 휴식들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