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반하다 반하다 시리즈
박정아 지음 / 혜지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 가이드북은 꼭 여행을 떠날 목적으로 읽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나라나 어떤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게 되기도 한다.

특히 여행관련 서적은 나라별로, 도시별로 각각의 저자에 의해서 시리즈로 나와 있는 책이 많다.

혜지원에서 나온 <~~에 반하다> 시리즈는 타이뻬이, 홍콩, LA, 라스베가스, 밴쿠버, 상하이에 관한 책들이 나와 있다.

LA 와 라스베가스는 유강호, 홍콩과 밴쿠버는 박정아, 타이뻬이는 양소희, 상하이는 임은지가 썼다.

그중에 가장 먼저 읽게 된 도시가 라스베가스 그리고 홍콩이었다.

 

 

그 도시 모두 여행을 갔다 온 후에 읽은 책들이기에 책의 내용이 어떤지를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 ~ 에 반하다> 시리즈는 처음 그 도시를 가게 되는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몇 %가 부족한 책이 아닐까 한다.

 

 

 

책들은 대부분 공항 정보에서부터 시작하기는 하지만, 잘 짜여진 여행 계획서까지 보여주는 여행 가이드 북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어설픈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게 된다.

그것은 이 책의 저자들이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난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여행서에 있는 내용들이 빠지고, 이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저자도 역시 다른 여행서에서 프레임 밖으로 밀려났던 모습들을 많이 담았다고 책의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그래도 독자들이 이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날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는다면 그런대로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밴쿠버는 우리나라와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도시로, 미국의 시애틀이 지척에 있다.

직항으로 10시간이 걸리는 도시. 그러나 아무래도 도시 이름만 들어 왔지, 시애틀의 이모 저모를 책 속에서 접한 적은 없는 것이다.

캐나다 국기 속의 빠알간 단풍잎을 볼 때 마다 느끼던 아름다움이 이 책 속에서는 밴쿠버의 자연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다.

캐나다는 다민족 국가이며, 밴쿠버에는 전체 인구의 60% 가 유색인종이라고 한다.

그래도 매년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것을 보면 천해의 자연환경의 덕분이 아닐까 한다.

밴쿠버에는 흔들다리가 두 개 있다고 한다. 하나는 유료인 카필라노 현수교이고, 또 하나는 무료인 린 캐년 현수교라고 한다.

카필라노 현수교는 길이가 137 m , 높이가 70 m 인데 걸을 때마다 흔들거려서 스릴 만점이라고 하는데,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촬영지이고, 린 캐년 현수교는 협곡 사이을 이어주는 흔들다리이다.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의 도시이기에 도심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해변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다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잉글리시 베이, 그리고 제리코 비치를 시작으로 해변이 이어지는 것이다.

항상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듣고 살 수 있다니 그것도 행복이 아닐까....

 

 

밴쿠버를 360 도로 조망할 수 있는 최상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나인은 한 시간에 360도를 회전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밴쿠버의 모습,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밴쿠버는 도시의 역사가 짧으니, 이렇다 할 관광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곳곳에 개성만점의 동네들이 있고, 그곳에는 특색이 있는 집들, 대저택들이 있어서 그곳을 찾아 보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 될 듯하다.

유럽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퀸 앤, 빅토리아, 에드워드 건축양식의 집들이 그 대표적인 볼거리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볼거리, 먹거리 등에 관한 정보는 여행중에 좋은 자료들이 될 것이다.

 

 

 

 

 

꼭 여행을 떠날 목적이 아니라도, 밴쿠버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 작가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에세이
조정래.박범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낯선 풍경 속을 흘러가며, 떠나 왔음을 실감한다.

이 실감을 더해 줄 길벗을 만나러 가는 길.

나는 여행 중이다. " (p, 338. 하일지 편에서)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에는 문인 15 명의 길떠남이 담겨 있다.

책 속의 작가들은 이미 나와는 몇 십년 전부터 책으로 만나왔던 분들이다.

한때는 절필을 선언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은교>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박범신,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대하소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을 읽었던 그 시절의 조정래, 비록 이야기는 짧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이 아름다워서, 애절해서 가슴이 짠하였던 동화와 시로 만났던 정호승...

책읽기의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우리 문단의 중견 작가들이 어린 날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 오랜 그리움이 밀려 오는 곳, 자신의 첫 소설의 첫 장면의 무대가 되었던 곳, 자신의 작품을 취재하기 위해서 넘나들곤 하던 곳, 문인들의 문학관이 있는 곳 등을 여행한다.

그것도 길벗과 함께.

 

 

 

첫 여행자는 <은교>의 박범신이다. 소설이 영화로 상영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는 영화감독 정지우와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와 함께 청산도를 찾는다.

" 여행이 좋은 건,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해야 하는 일상과 달리, 그저 가슴으로 느끼면 되는 '일탈'의 편안함 때문아닐까. 느리게 걸으면서 풍경을 사랑하다 보니,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했던 내 연애시절이 생각난다. " (p. 23, 박범신 )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 유열과 자신의 일상의 반경인 관람헌을 찾는다. 물결을 바라보는 마루라는 뜻을 가진 관란헌.

 

 

그리고 그들은 부안의 채석강, 모항에서의 갯벌 체험, 격포 해수욕장을 거쳐 곰소, 그리고 내소사까지 동행을 한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의 무대가 되었던 김제의 만경 평야에서 소리꾼 장사익과 함께 자신의 문학관이 있는 곳, 그리고 다른 작품의 배경이 된 곳까지 추억여행을 떠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과 동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김탁환과 남희석.

그들은 형, 아우 하는 사이인데, 그것은 자녀들이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근처에 살다보니, 해외여행까지 함께 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던 것이다.

김탁환의 글솜씨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때는 군복무 시절의 해군사관학교 국어 교관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그는 16년 전의 자신의 소설의 첫 페이지의 그 장소를 찾아 간다.

<불멸의 이순신> 8권이 탄생한 곳으로.

 

 

이 책에 소개되는 문인들의 글쓰기의 산실인 작업실도 공개된다.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그들이 떠나는 여행지는 단 한 곳이 아닌, 그곳을 기점으로 1박 2일, 2박 3일을 함께 해도 좋을 곳들을 여행하는 것이다. 그 코스가 책 속에 담겨져 있으니, 이 곳을 찾을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여행 가이드 북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인들이 직접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썼기에, 문인들의 글솜씨 만으로도 한 편의 짧은 산문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들이 찾은 곳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곳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은 그 자체가 예술 사진이 되는 것이다.

 

 

 

성석제가 찾은 여행지에서 살짝 들어가 본 시골 이발소.

" 때로는 낡고 오래된 곳일수록 더 아름다워 보인다. 손대지않고, 꾸미지 않고, 그대로 같은 자리를 지켜 온 한결같음에 괜스레 가슴 한 켠이 짠해지니, 이제 나도 나이를 먹은건가." (p. 428)

정호승이 간 강진의 다산 초당으로 가는 길에는 땅 위로 드러난 소나무 뿌리가 계단이 된 곳이 있다.

내가 자주 산책을 가는 길에도 이런 길이 있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고, 마치 남루한 옷이 너덜너덜 찢겨진 것같아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던 소나무 뿌리들을 이 책 속에서도 만나게 된다.

 

(산책길에 찍은 사진 중에서)

 

"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 (p. 455)

 

 

마지막으로 여행의 백미는 별미라고 했던가.

그들은 각자의 여행지에서 맛난 시골 밥상을 받기도 하고, 그 지방의 특별한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이렇게 문인 15명은 그들 나름대로의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을 길벗과 함께 여행하면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문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 겨울의 추억이 또 하나 내 안에 새겨진다. 언젠가 메마르고 척박해진 내 가슴에 이 추억이 뜷고 나와 소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 구효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욕망해도 괜찮아>의 저자인 김두식은 그동안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ㅣ 창비 ㅣ 2009>,<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ㅣ 창비 ㅣ2010>로 많은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대학교수이다.

그의 저서로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헌법의 풍경>과 같은 책들이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의 저서를 단 한 권도 읽지를 못했다.

 

 

저자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이 책을 읽고서 그의 저서들을 골라 가면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을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글솜씨는 누군가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는 거침없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혹시, 거침없는 글이라고 해서 '막말'을 떠 올릴 수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자신의 내면, 그리고 사회적 현상들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모두 까발리듯이(?) 털어 놓는다.

'까발린다'는 표현이 좀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2011년 10월부터 6개월에 걸쳐서<색, 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제목 그리고 부제인 "나와 세상을 바꾸는유쾌한 탈선 프로젝트'라는 글에서부터 의문이 들게 된다.

'욕망', '탈선' 이란 단어는 긍정적 의미 보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욕망'이란 사전적 의미는 '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하게 바라다' 이지만, 언제부턴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멘토가 아닌 여전히 자라는 과정에 있는 40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고 말한다.

우리들의 내면에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과시 욕구가 존재하고 있기도 하고, 지금까지 가정에서, 학교에서 배운 상식들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욕구가 존재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저런 욕구들이 담겨 있고, 그런 욕구는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들을 의식하는 상황 속에서만 숨겨져 있는 것이지, 호시탐탐 남들이 보지 않는 이면에서는 탈선으로 이어져 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저자는 이 책에서 9 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솔직하고 명쾌하게 분석한다.

계(戒) 와 색(色)의 세계에서, 즉 규범과 욕망 사이에서 계의 테무리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색을 훔쳐 보거나 살짝 그 속으로 들어 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의 심리분석이나 사회적 배경 분석을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 체험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분석해 나간다.

"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 (p.22)라는 르네 지라르의 말을 인용한다.

계 속에 갇혀 있는 욕망에 대한 분석은 마치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처럼 용감하고 통쾌하기도 하다.

" 자신이 욕망의 덩어리임을 인정하고 나면, 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한결 따뜻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 (p. 42)

특히, 이 책의 2장 - 욕망을 통해 스캔들이 왔다 : 학벌문제와 희생양 사냥

3장 -사랑에 빠진 아저씨 : 제 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 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정아와 변양균'의 이야기에서 그 핵심을 찾고 있다.

신정아의 책< 4001>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 책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학벌문제와 엘리뜨 (책에 나온 창비의 표기법을 따른 것임) 계층의 탈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우리 내면의 욕망을 조금만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변실장은 그저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중년의 초상일 뿐입니다. 겉은 어른이지만, 속은 여전히 충분히 불태우지 못한 '소년'의 열정이 남아 있는 사람이죠. 바로 저처럼 말입니다. " (p. 71)

 

 

계 (戒)에 갇혀서 공부만 하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 인생의 대부분을 지내왔던 엘리뜨 계층의 탈선이었던 <4001> 속의 '똥아저씨'는 변실장이 아닌 현실의 인물이 아닌 중년 남성들의 욕망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 스캔들', 최영미 시인의 시 <돼지들에게>의 일탈하는 아저씨들을 '계'와 '색'이란 관점에서 분석하여 본다.

그리고 여기에 '사냥꾼이 된 아저씨들'이 마치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남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표면적으로 보면 '계'의 사람들이지만, 숨겨진 '색'의 농도만큼 더 맹렬하게 돌을 던진다는 점에서 사실은 '색'의 사람들이라 할 수 있죠" (p. 94)

욕망과 규범 사이에 놓인 사람들에, 사회에 대한 분석은 예리하다.

6장 - 색의 인간, 계의 인간 : 성북동과 형 에서는 형과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경제적 계층과 사회적 계층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 나간다.

형이 일탈자였다면, 자신은 도덕적 감시자였다는 것이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책의 주제 중에 7장 - 플레이 보이 : 몸과 살이 소통 이 섣불리 이야기하기에는 껄끄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성과 순결 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수단으로 말과 글과 살이 있다고 한다.

말과 글의 소통이 살의 소통보다 중요하고 고상하다고 믿는 분위기이지만, 실상은 인생을 뒤흔든 것은 살의 소통이란다.

우리는 그만큼 살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그 모든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살의 소통을 즐기라 고 말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사랑과 성, 순결에 대한 이야기가 전보다는 많이 유연해 졌다고는 하지만, 자칫 이성적 판단을 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역효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어서 색의 선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색을 넘어간 사람들의 행동들에 대해서 남이 어떻게 즐기는지에 레이더를 꺼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보는 저자 역시 '계' 안에서 모범생의 길을 걸어 왔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엘리뜨 계층이라는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 집안에서, 교장인 아버지에, 교사인 어머니, 학교에서는 최상위권의 성적, 24살에 사법고시 합격, 검사출신, 대학교수, 형과 누나도 대학교수이니..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에 만날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던 계층에 한정된 이야기들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저자 역시도 자라면서 일탈자인 형과는 달리 도덕적 감시자 로 살아 왔기에, 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삶을 살아 왔고, 살고 있으며, 선의 테두리를 넘어 가고 싶은 욕망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그는 계와 색의 구분을 짓지 않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려는 태도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은 책 속의 내용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 선, 넘을 수 없으면 넓혀라." (p. 291)고 말하니까.

저자는 '자신과 다른 세계를 접하게 되면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 보다는 경계선을 넓혀라' 그리고 '너무 규범에 갇히지 말고, 살살 놀면서 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겉으로는 계에 얽매여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색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예리하게 분석하는 거침없는 이야기가 신선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계'를 중시하였기에, '색'에는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의 내용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의 말처럼

" 선, 넘을 수 없으면 넓혀" 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욕망을 부인하고 억압하기 보다는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이면, 건전한 방법으로...

남에게 들키기 싫은 자신의 속마음까지 훌훌 털어 놓는 저자의 글들이 신선해서 그의 다른 책들을 곧 읽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은 PD 들이 자신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자들과 함께 화면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PD가 <1박 2일>의 나영석 PD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PD 들의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굴욕적인 상황까지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도를 가장 먼저 한 PD가 김영희 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쌀집 아저씨'라는 캐릭터로 스튜디오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출연은 신선한 시도였던 것이다.

그이외에도 촬영 현장의 소리를 함께 녹음한다거나, 자막을 넣는다거나 하는 획기적인 기획을 시도한 PD이기도 하다.

그에게 2011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사건은 그에게 다람쥐 체바퀴돌듯 돌아가는 숨막히는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살벌한 시청율 싸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다는 것은 부담감이 많은 일일 것이다.

당시 새로운 기획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였다. 첫 방송의 첫 출연자인 이소라의 등장과 그의 노래에 대한 시청자 평가단의 반응은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 주었다.

그런데,첫 번째 탈락자가 김건모가 되었던 것이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의 싸늘한 분위기, 후배 가수들의 황당한 표정,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김영희 PD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그에게는 크나큰 실수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일로 인하여, 떠나게 된 남미 여행.

홀로 떠난 여행, 60일간의 여행기간 동안에 29번의 비행기를 탔다고 하니, 제대로 된 여행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배경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러나, 책이 배송되어 온 순간의 느낌은 싸늘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금사막'이라는 아름다운 경관만으로도 남미 여행의 꿈을 책으로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받아 든 <소금사막>은 내용이 궁금하여 몇 장 넘기는 순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보다는 여백이 더 많은 책. 사진보다는 김영희 자신이 남미를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더 많은 책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분위기 있는 남미의 골목 골목, 정열적인 탱고에 관한 사진과 글을 기대했었던 나에겐 좀 황당한 책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60일간의 여행을 스케치 북 한 권과 디지털 카메라 속에 담았고, 그것의 일부를 이 책 속에 실어 놓은 것이다.

책과의 첫 만남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간결한 그림 속에 자필로 쓴 짤막한 글들은 나름대로 가슴에 와 닿는 문장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림과 사진 사이 사이에 쓴 산문들은 그의 삶을,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진실된 마음이 엿 보이기에 그 글들은 마음 속에 와 닿는 것이다.

 

 

 

"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 나를 가장 정신차리게 하는 질문.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은,

" 지금 하세요 !

NOW or NEVER !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릅니다.

인생... 지금이 전부입니다. " ( 책 속의 글 중에서)

 

 

 

첫 느낌보다는 책 속으로 들어 갈수록 마음에 와닿는 글들이 있지만, 그렇고 하더라도, 책의 내용에 비하여 책값이 너무 비싸다.

정가 : 16,500 원. 판매가 : 14,850원

 

 

작가 지망생들이 여러 해를 고생하여 글을 쓰고, 쓰는 과정을 거듭하면서도 단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는 현실에 비하면, 이런 책들은 '날로 먹는 것같다'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나오는 대사 중에서)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문득, 북유럽 Nordic day 어느 날 문득
방지연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면서 내용을 살펴 보면서 책을 고르는 것은 재미도 있고,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선택할 수가 있다.

그런 반면에, 인터넷 서점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구입한 책이 내가 생각했던 책과는 전혀 다른 책일 경우가 종종 있다.

어제 구입한 책들 중에 두 권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Nordic day>와 <소금사막>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구입한 책들 중에서 이 두 권의 책을 보는 순간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런 책이었어?'

북유럽의 풍광과 남미의 풍광과 함께 감성적인 글들을 읽고자 했는데....

두 권의 책을 읽는데는 2시간도 안 걸리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Nordic day>의 저자인 방지연은 소규모 1인출판을 운영하면서 <도쿄 맑음>, <와타시노 교토>,< 오산보>란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런데, <Nordic day>는 그녀가 운영하는1인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 아니라,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인 여행서를 전문으로 출간하는 북노마드의 책인 것이다.

그동안 북노마드의 책을 많이 읽었기에 신뢰감이 가는 출판사였기에, 망설임없이 선택한 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펼치는 순간, 여행 정보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기도 아니고....

책표지에 적힌 '심플, 자연, 사람 그리고 낭만.... 북유럽 디자인 이야기'.

북유럽 디자인이라면 <핀란드 디자인 산책/ 안애경 ㅣ나무 수ㅣ 2009>를 통해서 '자연을 닮은,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을 생각하는 디자인'이 북유럽의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그 책은 각종 디자인 사진들를 함께 실어 주어서 흥미롭게 읽었고,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Nordic day>은 그런 전문적인 디자인 관련 책도 아닌 것이다.

저자가 2009년 6월 5일부터 21일까지 여행를 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일정과 함께 간단한 여행지 정보를 싣고, 이것 저것 자신이 여행 준비를 했던 노트와 여행하면서 기록한 글과 사진들을 담아 내고 있을 뿐이다.

 

 

 

 

디자인 박물관, 글라스 박물관, 우체국, 수공예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 아울렛, 벼룩시장, 헌책방, 서점, 팩토리 숍 등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함께 사진들을 올리고 있다.

책으로 출간하기엔, 너무도 소소한 것들, 그리고 박물관에 관한 정보도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다 알 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정보인 것이다.

 

 

 

 

 

또한, 자신이 갔었던 카페나 빵집에서 먹은 음식을 올리고 있었다. 나중에 저자 소개글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맛있는 베이글을 만드는 작은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하니, 그래서 올린 글들이고 사진인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출간하여 독자들에게 선보이기에는 너무도 소소한 것들이 담겨 있기에, 내가 이 책을 구입할 때의 마음은 산산히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 누군가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이고, 도움이 될 수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