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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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란 질병은 소리없이 찾아 온다. 의사로부터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은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마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3그램>은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서 비롯되지만, 그 과정은 힘겹고, 그 과정을 거쳐 나가게 되면 희망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고 할까.

 

 

작가 자신이 27살에 겪은 암투병기이기에 책의 내용은 상당히 사실적이다. 병원에 입원했었거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들도 실감있게 표현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책 속의 그림들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리얼하고도 다양하게 그려 내고 있다.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도 이 책의 내용처럼 아주 사소한 변화에서 오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배가 나온다고 해서 난소암에 걸렸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저 살이 쪘겠거니,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래도 의심이 된다면 동네 병원, 그리고 조금 더 큰 병원, 나중엔 종합병원으로...

 

 

 

27 살에 난소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 입원, 수술 전의 이야기,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 머리 속을 스쳐가는 생각들, 수술, 입원실에서의 작은 시비들, 항암치료, 퇴원, 정기검진 등의 환자들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술실을 들어갈 때의 그 심정은 그 누구나 다 같을 것이다.

" 엄마, 언니, 그리고 내 남자 친구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p. 51)

 

 

입원 환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한 장의 책 속에 담아 낸 이 그림.

환자들의 모습에는 자세한 얼굴 표정을 그려 넣지도 않았건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난소암에 걸린 사람의 투병기라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릴 것만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보다는 투병과정을 통하여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환자들의 마음과 일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에 병실에서 무료하게 일상을 보내는 환자들에게는 이 보다 더 위로가 되는 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할 책 제목인 '3그램'은 난소 한 개의 평균 무게라고 한다. 3 그램이 얼마나 작은 무게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3그램의 난소에 붙은 암 덩어리, 그것은 더 작은 무게일 것이다.

그렇게 작은 3그램이란 무게가 난소암 환자들에게는 그 어떤 무게보다 더 무겁고 힘든 상황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의 작가는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희망을 찾는 순간까지의 작은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눈물을 흘리면서 읽기 보다는 한 장, 한 장, 한 컷, 한 컷을 공감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세상의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책인 것이다.

그리고, 책 속의 또 하나의 작은 책인 <NEVER GIVE UP>은 아주 작고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그 울림은 아주 크게 다가온다.

 

 

환자들이 아니라도, 그 누구에게나 " NEVER GIVE UP"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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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심리코드 - 인류 역사에 DNA처럼 박혀 있는 6가지 인간 심리
김태형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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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니고, 어떤 한 개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런 생각에 반기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도 결국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공유하는 집단 심리에 의해서 좌절되거나, 불운하게 끝을 맺은 사례들을 많이 보아 왔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 개인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심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속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움직여 온 여섯 가지 인간의 심리코드를 찾아 낸다.

세계사 심리코드 1 : 기억|미래를 꿈꾸게 하는 동력
세계사 심리코드 2 : 탐욕|폭주하도록 설계된 인간 본성
세계사 심리코드 3 : 우월감|패배주의자들의 위험한 가면
세계사 심리코드 4 : 통제욕|변화를 욕망하는 사람들의 자기 혁명
세계사 심리코드 5 : 개방성|지속 가능한 미래의 전제 조건
세계사 심리코드 6 : 종교|병 주고 약 주는 양날의 칼

첫 번째 세계사 심리코드는 기억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전을 사례로 들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가져 오는 사례로, 한국 응원단의 'AGAIN 1966'를 말한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과 이탈리아 경기전이 있었는데, 당시에 북한의 승리를 빗대어 카드섹션을 선보인 것이다. 붉은 악마의 예상대로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과거의 나쁜 기억은 패배를 가져다 주게 된다.

승리의 기억은 후세에게 낙관주의와 용감성을, 패배의 기억은 후세에게 비관주의와 패배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르네상스는 어떤 과거의 기억이 살아 난 것일까?

물론, 그리스 로마의 고전문화에 대한 부활과 재생이라는 의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약동하는 생명력과 자유로운 창조력을 중시했던 그리스 로마의 전통을 되살려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성을 부활시킨 것이 르네상스이며, 그것은 과거의 긍정적인 기억이 되살아 난 문예부흥인 것이다.

두 번째 세계사 심리코드는 탐욕인데, 이것은 전쟁과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되짚어 볼 때에 가장 많이 일어난 사건은 전쟁이다.

바로 탐욕으로 인하여 일어난 전쟁. 탐욕은 힘과 거짓말이란 2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힘이 부족하다면 거짓말로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빼앗을 수 있기도 한 것이다.

15 세기 유럽인들이 동방으로 향한 것, 그것은 탐욕이란 심리코드로 인한 것이다.

저자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끝이지 않는 미국의 전쟁인 테러와의 전쟁, 악의 축제거 등도 탐욕과 관련지어서 설명한다.

20 세기 냉전 시대가 붕괴되면 우리들은 지구상에 평화가 오리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기대일 뿐이었다. 인간의 심리 코드 중의 하나인 탐욕은 항상 존재하고 있기에 지구상의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다.

세번째 세계사 심리코드인 우월감은 열등감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한 자기 과시인 것이다.

세계사에서 영광을 차지했던 나라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위력은 문화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거대한 영토를 차지했던 칭기즈칸도 세계사에서 오래 존재할 수 없었던 것은 찬란한 문화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문화란 그것을 창조한 사회집단의 정신세계가 담겨 있는 것이기에 그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문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미국 문화는 전통적인 유럽 문화와 비교해도 그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천박하다. 게다가 미국 문화는 제국주의적이고 침략적인 이데올로기를 제외하더라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쾌락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문화, 천박한 물질만능주의 문화, 지독한 개인 이기주의의 문화, 탐욕스러운 과소비 문화로 점철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력과 패권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미국 문화의 영향력도 빠른 속도로 감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p.p. 111~112)

물론 저자의 주장처럼 미국 문화가 유럽 문화에 못 미치는 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도 나름대로의 문화를 가진 국가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문화를 이 정도로 폄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다.

아마도 그동안 저자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전념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계사 심리코드 네 번째인 통제욕은 사람이 지닌 다양한 동기 중 역사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간은 역사 속에서 자연과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며, 이것은 변화를 욕망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시민혁명이 여기에 속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세계사 전반에 걸쳐서 인간의 통제욕을 실현하기 위해 진화와 혁명을 일으킨 사례들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봉건주의 사회, 시민혁명, 메이지 유신, 자본주의 시대, 월가의 점령시위에 이르기까지 에서 찾아 내는 것이다.

다섯 번째 세계사 심리코드는 개방성, 이것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새로운 것, 긍정적인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는 개방적인 태도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 뿐만아니라, 국가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다.

여섯 번째 세계사 심리코드는 종교이다. 십자군 전쟁을 비롯하여, 이슬람교의 정복 전쟁 등, 세계사 속의 굵직한 사건들이 종교로 인하여 일어난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저자의 생각처럼 종교가 국가보다 우위를 차지하면서 국가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 저자는 종교에 관해서도 보편적인 생각보다는 좀 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종교라는 비과학적 세계에 대한 집착, 권력과 부를 탐하는 것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미국의 대 테러 전쟁, 특정 종교의 유일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를 따지는 유아적 흑백 논리의 문제점 들을 비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자이기에 역사의 흐름을 따라서 역사를 분석하기보다는 사건 사건을 중심으로 역사 속의 사건들을 6가지 심리코드에 맞추어서 분석한다고 볼 수 있다.

역사의 커다란 줄기 속에서 그 가지에 해당하는 단편적인 사건들을 사례로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심리학자의 시각에서 세계사의 장면들을 분석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사례들이 세계사 전반에 골고루 걸쳐서 분석됐다고 하기 보다는 근현대사에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은,

좀더 깊이있고, 폭넓게 역사를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고,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미국에 의해서 자행된 전쟁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어난 것임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세계사 속에서 심리 코드로 다루는 빈도가 너무 치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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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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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영복의 책을 읽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깐, 주문한 책들 속에 끼어 있는 <변방을 찾아서>를 보는 순간 너무도 얇은 책임에 약간은 실망감이 들었다.

 

 

책을 구입할 때에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저자의 책은 별다른 검색없이 구입하기에 이런 일이 나에게는 자주 일어난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저자의 책들로는 <더불어 숲>, <나무야 나무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등이 참 좋았던 책들이다.

<나무야 나무야>도 꽤 얇은 책이기는 하지만, <변방을 찾아서>는 그 보다도 더 얇은 150 쪽이 채 안 되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짧은 글들은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변방을 찾아서'의 글을 모은 것이다.

그당시 취재 대상이 되었던 곳은 저자가 그동안 의뢰를 받아서 현판, 문학비, 추모비 등의 글을 써 주었던 곳들을 찾아 떠나서 그곳의 이야기를 담아 내는 것이었다.

연재 글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변방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공간적인 의미에서 그렇지만, 성격상으로도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공간이 아닌 곳이다.

주류담론으로부터 소외된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 누구도 변방이 아닌 사람이 없고, 어떤 곳도 변방이 아닌 곳이 없고, 어떤 문명도 변방에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이 없다.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다름 아닌 자기 성찰이다. " (p. 13)

먼저 저자는 '책머리에'서 그가 쓴 글씨를 찾아서 떠났던 8곳의 성격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책의 내용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내용이다.

 

8곳의 변방은 다음과 같다.

꿈은 가슴에 담는 것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우리 시대에도 계속 호출해야 하는 코드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통한의 비련, 그 비극적 파토스
박달재
탈근대의 독법으로 읽는 『임꺽정』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지혜, 시대와의 불화
오대산 상원사
역사의 꽃이 된 죽음 앞에서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김개남 장군 추모비
민초들의 애환, 700리 한강수
서울특별시 시장실의 '서울'
새로운 시작을 결의하는 창조 공간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

 

한국의 변방인 강원도, 그곳에서도 또다시 변방인 초당동에 있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기념관은 바로 근처의 이율곡, 신사임당의 유적지와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되는 곳이다.

이율곡, 신사임당이야, 도도한 주류 담론이었기에 허균과 허난설원의 기념관이 더욱 변방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998년에 벽초 홍명희 문학비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글씨를 써서 보내 주었는데, 이곳은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곳이다.

홍명희의 아버지는 경술국치 후 자결을 한 애국자였고, 홍명희 역시 항일운동과 신간회 창립 등를 통해서 독립 운동가로 활약을 했지만, 해방후에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여 월북을 하게 된다.

이후에 북한에서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부수상, 과학원 원장 등의 요직을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이런 이력이 보훈 단체 회원과의 마찰을 빚게 되는 것이다.

 

 

상원사 현기 스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음 것은,

" '깨달음은 없다' 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마저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는 불화와 긴장 그 자체가 지혜인지도 모른다. 용과 고래의 한판 쟁투가 우리 시대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혜의 현실적 모습인지도 모른다. " (p. 103~105)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날벼락같은 일로 인하여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을 하였고, 그후에도 오로지 변방에서도 가장 막다른 변방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그의 생각 역시도 주류 담론이 아니었기에 언제나 변방에 밀려 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저자가 써 준 글씨 마저도 변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여정을 따라 가는 길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어쩌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 '변방을 찾아 가는 길' 이란 결코 멀고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 (p. 143)

 

 

저자는 역사 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변방이 영원한 변방이 아니었음을 은연 중에 이야기한다.

 

 

<변방을 찾아서>는 얇은 책이었기에 순신간에 읽어 내려 갈 수는 있었지만, 책 속의 내용은 가볍게 읽어 내려 가기에는 묵직한 바위처럼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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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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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중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주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데, 깔끔한 슬라이드와 설득력있는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청중들을 사로 잡는 쇼와 같은 마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에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반복적 연습이 담겨 있는 그만의 프리젠테이션 !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 속에서 이미 애플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애플 문화였음을 알 수 있기도 하였다.

애플의 경영 방침은 철저한 '비밀주의'와 '효율성'을 거부한다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일반인의 출입이나 언론의 방문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는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는 곳이다.

그래서, 애플의 신제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그 어떤 사소한 것까지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애플 직원들은 상부 조직에 의해서 직접 관리가 이루어지기에 제한적인 권한만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영은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방침이었기에 그가 없는 애플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세상의 이목은 집중되기도 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애덤 라신스키'는 경제 전문지 <포춘>의 기자로 IT 와 금융 분야 전문 기자이다. 외부인으로는 애플 경영에 대하여 가장 깊숙이 탐구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애플의 경영에 대하여 다각도로 분석을 하여 <Inside Apple>이란 책을 쓰게 되었다.

저자가 애플은 " 비상식적일 정도로 위대한 (insanely great) 회사다" (p.7) 라고 말할 정도로 애플은 현대 경영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의 회사이다. 그런데도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기에 다른 회사들에게 애플의 경영을 본받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경영은 다른 회사에 적용하기에는 애매 모호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애덤 라신스키가 애플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애플의 임직원은 아무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전직 직원이나 애플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만이 취재에 응하였던 것이다.

애플의 역사를 1976년 워즈니악이 애플 컴퓨터를 만든 때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때에, 아니면, 애플의 잡스화 ' job -ian'가 본격화된 것이 1997년부터 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애플은 다른 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너무도 빠른 성장을 하였던 것이다.

이런 바탕에는 스티브 잡스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잡스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결단력과 설득력을 갖추었으며, 놀라운 창의력을 가진 완벽주의자이다. 그렇기에 자아도취적이고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애플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세밀하게 조직의 하위단계까지 직접 관리를 하였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행위를 해 왔던 것이다.

그는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은 물론이고, 제품 포장 박스까지도 신경을 쓸 정도였기에 그 모든 것은 애플과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 세부적인 것까지 집착에 가깝게 챙기고 제품의 자잘한 기능 하나 하나까지 집중하는 것은 경쟁자와 애플을 차별화하는 핵심요소이다. " (p. 87)

이 책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애플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들의 분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떠난 후의 애플이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는데, 그는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팀 쿡에게 CEO 의 자리를 넘겨 주게 된다.

그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잡스가 없는 애플은 반 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애플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분석에 따르면,

잡스는 자기 주위의 인재들을 각자가 지닌 재능에 따라 자신의 확장판으로 만듦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해 주는 인물로,

현재 애플의 CEO 인 쿡은 빈틈업는 시스템 전문가로 공급망과 물류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의 관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으로,

" 그는 진실성에서 비롯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 (p. 150)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는 기술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폰 개발자인 스콧 포스톨은,

" 그는 영민하고 소박하며 재능있는 엔지니어이며, 특히 멋진 발표자 그 이상입니다. " (p. 158)

책 속에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대하는 자세'라는 아주 짧은 내용도 실려 있다.

뉴욕 5번가의 애플 스토어와 LA의 애플 스토어를 들렸던 경험이 있기에 책 속에 담겨 있는 애플 스토어에 관한 내용은 애플의 아주 작은 단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애플의 모습임을 느끼게 해 준다.

" 애플 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은 다른 판매점에 들어 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깨끗하고 넓은 테이블 위에는 직접 만져 보고 사용해 볼 수 있는 애플 제품들이 놓여 있다. 유리로 된 우아한 나선 계단으로 연결돼 있는 2층으로 올라가면 푸른색 티셔츠릉입은 판매원들이 고객을 도와주는 지니어스바가 자리잡고있다. 다른 곳에서는 '세일즈 전문가'들이 돌아 다니며 고객의 질문에 답하고 제품을 설명한다.

애플 스토어의 판매원들은 절대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이 먼저 사고 싶어 안달 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구매를 강요하겠는가?' (p. 217)

테이블마다 놓여진 애플의 제품들을 마음껏 경험해 보고 사고 싶으면 사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세일즈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구입하고 싶으면 구입할 수 있는 애플 스토어에는 항상 고객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제품을 경험해 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흥미로워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있게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애플의 내부는 너무도 높은 벽으로 둘러 싸여 있기에 완전히 애플을 파헤쳤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들이 많이 있다.

저자가 팀쿡을 2010년 10월 20일 애플 본사에서 열린 제품 발표회 후 몇 달 동안에 걸쳐서 취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는 공식적인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애플은 잡스의 경영 방침인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애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철저함과 완벽함이 있었기에, 거기에 애플의 비밀주의가 함께 했기에 애플의 명성은 오늘날에 이른 것이고,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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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박삼철 지음 / 나름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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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는 자주 걸어 다녔던 길들.

정동길, 광화문 거리, 북촌길, 인사동길...

그러나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이 길들 중의 몇 곳을 가끔씩 가게 되면서 그 길 위에서 추억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많이 변한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걸으면 좋은 길들. 그런 길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 오롯이 박혀 있다.

도시는 삭막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데, 그런 삭막함을 달래주는 조형물들.

가끔은 그런 조형물들을 보면서 왜 이곳에 저런 모습으로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조형물들이 유명 예술인들의 값비싼 예술품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때론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거리의 예술품들을 만나기도 한다.

<도시 예술 산책>에서는 길 위의 작품 147개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

여러 책들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기는 했지만, 같은 장르의, 같은 주제의 그런 어떤 책들보다도 깊이 있고, 폭넓은 이야기들이 담겼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대략 3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시의 작품들을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평가해 주는 내용, 그리고 도시와 예술을 다양한 주제로 풀어나가는 도시 담론, 그리고 서울의 9개 동네길의 마을 예술지도 그리기로 꾸며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영문학을 전공했다. 스포츠 조선 문화부에서 미술을 담당하게 되는 첫 직장생활을 울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첫 직장생활 6년만에 다른 부서로 옮길 때는 울면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물론,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그만큼 예술과는 동떨어진 전공을 가졌던 사람이었기에 더 열심히 예술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6년간에 걸친 직장생활이 그를 이주헌, 이섭,김진하 등 선배 큐레이터들과 함께 미술 기획사를 차릴 수 있게 했고, 끝내는 공공미술을 전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내용은 그저 도시의 공공미술 작품만을 보여 주고, 설명해 주는 단계를 훌쩍 뛰어 넘어 다양한 주제로 도시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예술 작품의 설명은 문학, 철학, 사상 등과 접목되어서 상당히 수준높게 이루어진다.

이 책에 실린 몇 몇 작품들은 도시를 거닐면서 마주쳤던 예술품들이기에 낯익은 작품들이다.

삼청동 국제 화랑의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지붕 위를 걷는 여자>, 낙산의 백민준 작가의 <가방 든 남자와 강아지>, 옛 정동의 배재학당의 교사 한 채와 조각 기둥. 63 빌딩 앞의 <생명의 숲>, 대치동 포스코 센터의 <아마벨> 등.

" '시간의 디자인'이 공간 곳곳에 여울져 흘러 시간과 공간, 그 속의 기억으로서의 사건이 함께 산다." (p. 96 - 옛 배재학당의 모습에서)

작년 겨울에 광화문의 <해머링 맨>이 털모자를 쓴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노동자의 모습을 거대하게 표현한 모습도 모두 작가가 의도한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사진 출처: 나의 사진첩에서)

시민 참여 작품인 <서울, 황금알을 품다>, <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는 작가의 생각에 따라 시민들이 그 자리를 메우는 참여가 필요한 작품들이고, 그래서 그 의미가 더 큰 것이다.

특히 <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는 잊혀진 장소에 서린 기억을 한데 모아, 공동의 기억창고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한다.

'돌을 쌓아 주세요, 바위가 소원을 들어 줍니다.'

돌을 쌓는 그 손길에 소원을 바라는 그 마음이 함께 할 수 있으니, 아니 좋을 수 있겠는가 !

포스코 센터에 있는 아마벨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신선한 발상이라기 보다는 좀 거부감이 생겼는데, 실제로도 '아마벨'의 설치 배경이나 그 후의 철거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예술품들을 보면서 그 의미가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쉽게 된다.

그러나,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작가에겐 표현할 자유가 있지만, 보는 이에겐 해석할 자유가 있다" (p. 150) 는 것이다.

내 맘대로 해석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내가 본 예술 작품은 내 수준으로 보이는 것이기에.

신선한 발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작품에 최정화의 <천개의 문>이 있다. 이것은 건물 리모델링의 공사 가림막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파사드라고 해서 디자인이 화려하고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철제로 막아 놓던 것을 지나 산뜻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변화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게 되는데, 최정화의 <천개의 문>은사람들이 실제 거주했던 집의 방문 711개로 만든 가림막이다.

발상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도시 곳곳에는 내가 천천히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예술품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 : 나의 사진첩에서)

마지막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9개 길을 따라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지도와 함께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서울의 이 길들로 나가보면 어떨까

 

" 걷자, 느리게, 살자, 느리게.

그러면 도시가 작품이 된다. 삶과 일상이 예술이 된다.

더는 전원을 꿈꾸며 삶을 유예하지 말자.

바로 이곳, 도시에서 '다른 삶'을 살자." (책 뒷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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