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 문화여행자 박종호의 오스트리아 빈 예술견문록
박종호 지음 / 김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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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관련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람이 '박종호'이다.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정신과 전문의, 오페라 평론가, 여행 저술가, 풍월당 대표.

'풍월당'이란 국내 유일의 클래식 음반 전문점을 말하는데, 그가 설립한 것이다.

이처럼 그는 오페라와 예술전반에 관한 칼럼을 쓰고 해설을 하고 있다.

그러니, 그를 일컬어 예술 평론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쓴 저서들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읽게 되었다.

그 책은 탱고에 관한 내용 뿐만아니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전반적인 이야기까지 함께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많은 상식들을 갖추게 되기도 하였다.

이번에도 그의 저서들을 둘러 보다가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는 책을 알게 되었다.

 

 

빈, 비엔나.

도시 이름만으로도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의 음율이 넘쳐 흐르는 것같은 이명을 듣게 된다.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 거리 곳곳에서 오페라를 선전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로 분장한 어릿광대들이 오페라를 홍보하는 곳.

그곳은 예술가의 숨결이 넘쳐 나는 곳이다.

십 여년 전에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는 쇤부른 궁전이나 벨베데르 궁전, 성스테판 성당 등의 아름다운 문화유산만을 찾아 다녔다.

그래서 저자가 소개해주는 박물관, 미술관, 건축물, 공방 등은 겉모습만 보고 스쳐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와 전통이 깃든 빈을 여행하는 것은 유럽의 중심을 보는 것이고, 빈을 아는 것은 예술을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보통은 빈을 이야기할 때에 음악의 도시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곳은 결코 음악만이 아닌, 미술, 디자인, 건축, 문학, 연극, 오페라 등이 최고의 수준을 이루었던 도시이다.

그래서 저자는 빈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해 준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부분들은 세기말 ( 이 책에서의 세기말은 1800 년대에서 1900년대로 넘어오는 때를 의미하기에 1900년을 전후한 19세기말을 지칭하는 것이다.)에 빈을 빛내고 사라져간 수십 명의 예술가들의 인생과 그들의 흔적을 찾아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빈에서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빈에 있는 중앙묘지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요즘에는 빈을 찾는 사람들이 클림트의 그림과 에곤실레의 그림들도 많이 보고자 한다.

 

 

" 실러의 시는 베토벤의 음악을 탄생시켰고, 베토벤의 음악은 다시 클림트의 미술을 탄생시켰으며, 클림트의 그림은 말러의 지휘를 불러 일으겼다." (p. 93)

'구스타프 말러'하면 '알마 쉰들러'가 따라 붙기 마련인데, 그녀의 남성 편력은 다른 책을 통해서도 읽었지만, 이 책 속에서도 여전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이기에 그에게도 특별한 인물이지만, 정신분석학에서는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발자취를 찾아가 보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은 빈에서 태동하였으며, 빈이 그 중심에 있기때문이다.

이렇게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는 빈을 중심으로 세기말에 활동을 하였던 예술가, 건축가, 정신분석학자의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려준다.

 

 

 

 

" 건축가로는 오토 바그너를 시작으로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 아돌프 로스, 요제프 호프만 등이 있다. 이어 화가들로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등이 있다. 작가로는 페터 알텐베르크, 아르투르 슈니츨러, 후고 폰 호프만슈탈, 칼 크라우스, 슈테판 츠바이크 등이 앞의 화가, 건축가들과 한 시대의 친구이자 동료들이었다. 그들과 교류한 지인으로는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등이 있다. 작곡가로는 구스타프 말러, 후고 볼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렉산더 쳄린스키, 아르놀트 쇤베르크, 안톤 베베른, 알반 베르크 등이 있다. 지휘만을 전업으로 하는 음악가들이 부상하면서 지휘자라는 새로운 직업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들이 바로 브루노 발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에리히 클라이버, 클레멘스 크라우스 등이다." (출판사 리뷰 중에서)

 

 

아름다운 빈의 모습과 함께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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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0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고민정 지음 / 행복한책장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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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를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

아나운서는 연예인 못지 않게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자 아나운서가 된다는 것은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재벌가의 며느리, '사'자 붙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아내, 외국계 회사의 전도유망한 사람의 아내.

그녀들의 결혼은 이렇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청자들 앞에 나서는 자리이기에 화려하고 세련된 치장은 기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도 이런 화려함때문에 여자 아나운서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그 사회로 들어가기는 더욱 힘들어 진 것이 오늘날의 세태이다.

이런 아나운서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아나운서가 고민정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이름앞에 따라 다니는 '시인의 아내'라는 수식어때문이다.

 

 

'시인'하면 머리 속을 스쳐가는 '궁핍함' 이라는 단상때문일 것이다.

역시 고민정 아나운서의 남편인 조기영 시인은 가난했다. 오로지 시인의 길만을 걷는 사람이기에 그의 생활은 넉넉하지 못했다.

그들의 만남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저자가 대학 2학년때인 20살에 같은 학교의 11년차 선배를 만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었으니....

'힘없는 이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어서 운동권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던 중에 만남이 이루어 진 것이다.

그리고 7년이란 열애기간, 몇 번의 아나운서 시험에서의 실패끝에 드디어 KBS 아나운서가 된다.

아나운서로 살아간다는 것도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마치 천국과 지옥의 맛을 보는 것과 같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맡기 위해서는 동료도 경쟁자일 수 밖에 없고, 원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었다고 해도 시청율에 신경을 써야 하고, 개편때마다 마음은 콩닥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그래서 떠났다. 6년차 아나운서라는, 시인의 아내라는, 딸이자 며느리라는 모든 수식어구를 떼어내고 보통 사람들 틈에 섞인 '나'를 한 발 뒤로 물러나 보고 싶었다.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을 수 있는 곳에서 내 감정을 자유롭게 털어내고 싶었다." (p. 122)

그래서 남편과 함께 1년간 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떠난 곳이 중국이다.

이 책에는 그 1년간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달간의 샹그릴라 여행, 그후에 칭다오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자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었던 이야기,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를 1달간 여행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녀가 샹그릴라를 찾아 가게 된 것은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이곳이 이상향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샹그릴라는 해발 고도 3300 미터에 위치한 곳으로 지금은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보다는 실망감을 느끼게 되는 곳으로 변했다고 한다. 오히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위뻥이란 곳이 진짜 샹그릴라인 것이다.

 

 

 

그녀는 열애 시절에 시인의 옥탑방에서 행복을 느꼈듯이, 칭다오의 대학 기숙사의 좁은 방에서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 생활하는데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행복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다.

 

 

물론, 그녀도 " 세상과 시인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면서 힘겨운 날들이 있었기에 세상의 많은 것들에서 홀가분해지고 싶었고, 그가 떠난 1년간은 그녀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한 것이다.

그 선물이 그녀에게 행복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준 것이다.

 

 

 

" 동료의 집이 부자 동네에 있는 고급 브랜드의 넓은 평수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하루가 다르게 갖고 싶은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올 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항상 누군가보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좋아 보이고 싶은 욕망때문에 또다시 물질에 끌려 다니지는 않을까? 어린 아이들이 흙과 돌멩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내듯이 그 무언가가 있든 없든 항상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럴때마다 난 기숙사 작은 방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 (p. 164)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리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관대로 살고자 해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자들이 자신의 삶에 행복감을 느끼며 살다가도 동창생들의 모임에 다녀 오는 길은 어깨가 축 늘어지게 된다. 그런 자리에는 반드시 물질, 권력, 명예 등을 내세우는 그 누군가가 주도권을 잡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일상 속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던 그 마음이 일시에 사라지게 된다. 부럽다는 느낌과는 또다른 그런 느낌들....

주관이 아무리 뚜렷해도 왠지 허전해지는 그런 마음.

 

 

이 책을 읽으면서 화려한 사회 속에서, 가끔씩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저자가 아름답게도 느껴졌지만, 벌판에 홀로 선 야생초처럼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존경하는 남편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 있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니, 세상과 타협하기 보다는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 갈 것이다.

 

(사진 출처: Daum 검색 - 고민정의 트위터에 올라 왔던 사진)

 

2011년 12월에 결혼 6년만에 득남까지 하였으니 그렇게 그녀는 행복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녀는 7년의 열애끝에 시인으로부터 '청혼'이란 시로 청혼을 받았다고 한다.

 

 

청혼

- 조기영 -

외로움이
그리움이
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작은 옥탑방에서도
그대를 생각하면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
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늦은 계절에 나온 잠자리처럼
청춘은 하루하루 찬란하게 허물어지고
빈 자루로 거리를 떠돌던 내 영혼 하나 세워둘 곳 없던 도시에
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서 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걸음마다 질척이던 가난과 슬픔을 뒤적여
밤톨같은 희망을 일궈주었던 당신.
슬픔과 궁핍과 열정과 꿈을 눈물로 버무려
당신은 오지 않은 내일의 행복을 그렸지요.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이 시렸을 뿐.

수 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
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
그대에게 별빛이 되고
나로 인해 흘려야했던 그대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

가을을 감동으로 몰고가는 단풍의 붉은 마음과
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을 모아,
내 눈빛이
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의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 그 날 이후,
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푸른 하늘에
구름을 끌어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대의 사랑에 대하여 쓰며
천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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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언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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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을 읽기 전에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어서 검색을 해 보았다.

1990년 9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토요일, 일요일 8시에 방영되던 <몽실언니>이다.

오래전의 기억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인기리에 방영되었기에 많은 시청자들의이 많이 기억하는 드라마일 것이다.

6.25 전쟁이 시대적 배경인데, 가난하고 힘든 삶 속에서도,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동생들을 돌보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몽실이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물을 많이도 흘리게 했던 드라마인데, 권정생의 <몽실언니>라는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동화가 원작인 것이다.

그리고 권정생이 쓴 동화인 <강아지 똥>도 생각이 나는데, 이 그림동화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강아지 똥을 더럽다고 비웃고 천대하지만, 결국에는 강아지 똥이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내용의 동화인데, 이 세상에서 보잘 것 없고 천대 받는 것들도 다 쓸모가 있음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 <강아지 똥>은 모두 가장 낮은 곳의 이야기이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져다 주는 희망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이야기들이 작품으로 쓰여질 수 있었던 것은 권정생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는 것을 <빌뱅이 언덕>을 통해서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을 고국에 남겨 둔 채로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에서 권정생을 낳게 되고, 해방이후에 화물열차의 구석에 앉아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청소부였는데, 쓰레기 더미 속에서 헌 책들을 골라서 아들에게 읽히게 되고, 그것이 훗날 권정생이 작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너무도 가난하여 집을 떠나 거지 생활을 하면서 떠돌아 다니다가 안동의 어떤 마을의 교회 종지기가 된다.

전쟁과 가난, 부모의 죽음과 작가 자신의 오랜 병고....

심지어 거지로 떠돌다가는 죽을 결심까지도 하였던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가난하고 병들고, 쓸쓸하고 외롭고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언제나 희망이 살아 있는 것이다.

 

<빌뱅이 언덕>은 2007년 세상을 떠난 권정생의 산문집으로 이런 작가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표현되고 있다.

 

 

책의 1부가 작가의 자전적 산문들이라면, 2부와 3부는 1970년부터 2000년대에 걸쳐서 우리들의 삶과 사회를 성찰한 산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인 빌뱅이 언덕은 작가가 1983년에 <몽실언니>를 쓰게 되어 계약금으로 받은 돈을 가지고 작은 오두막집을 짓게 되는데, 그 언덕이기도 하고, 5년전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서 유해를 뿌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빌뱅이 언덕은 작가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함께 하는 그의 안식처인 곳이다.

이 책 속의 산문들은 이미 절판된 책 속에 담겨 있던 글들이 상당수에 달하기에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던 글들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 가족 이야기, 6.25 전쟁 이야기, 오늘날의 교육, 종교, 통일, 평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글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작가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서 썼기에 그 산문들을 통해서 작가의 삶의 모습을 좀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부록으로는 몇 편의 시와 함께 아주 짧은 동화 <30억 잔치>라는 글이 실려 있다.

 

 

 

빌뱅이 언덕

 

하늘이 좋아라.

노을이 좋아라.

 

해거름 잔솔밭 산허리에

기욱이네 송아지 울음소리

 

찔레 덩굴에 하얀 꽃도

떡갈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하늘이 좋아라

해질녘이면 더욱 좋아라.

- 안동문학 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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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amsung - 세계 최강 삼성 경쟁력의 비밀
배덕상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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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에 <인사이드 애플/ 애덤 라신스키 ㅣ청림출판 ㅣ 2012>를 읽은 적이 있다. 워낙 철통 보안으로 유명한 애플사이기에 저자인 애덤 라신스키가 애플의 내부에 숨겨진 이야기를 모두 취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내 놓기에는 역부족인 책이기는 했지만, 애플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애플사가 다른 기업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게 된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 주고 있었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나 경영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이었고, 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의 애플을 누가 경영할 것이며, 경영자가 될 것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런데, 국내 기업인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인사이드 삼성>이란 책은 <인사이드 애플>을 읽은 나로써는 비슷한 구성과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주저 없이 읽게 된 책이다.

삼성은 우리나라 총생산량의 10%를 점유하는 기업으로 경제 경영 전문 잡지인 <포브스>에 의하면 글로벌 기업 순위 20위에 들어가는 세계적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사이드 삼성>도 <인사이드 애플>과 같이 삼성의 역사와 경영 방침,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소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는데, 그것은 나의 선입견일 뿐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삼성을 구성하는 인력인 삼성맨에 대한 이야기이다.

삼성맨의 채용, 승진, 퇴사, 업무 분위기, 그들의 일상, 문화 등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삼성맨이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어야 도움이 되는 책인 것이다.

저자는 삼성맨들의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첫 번째 사례인 2009년 삼성 전자 xx 센터에 입사한 신입사원 12 명의 스펙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명문대만을, 높은 스펙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 삼성의 인재 선발 기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입사원 SVP 과정, 시간표 등도 공개한다.

삼성의 PDCA 원칙은,

P : Plan, D: Do, C /Check, A : Act 이다.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경력 사업의 채용 사례도 소개된다.

그러나 삼성맨이 되었다고 해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삼성에 입사한 1년차들의 약 30%가 퇴직을 하게 되고, 과장급으로 올라가면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퇴직이 더 많다는 것도 삼성맨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이야기해 주는 대목일 것이다.

" 삼성맨은 누구나 될 수 없으며, 삼성맨으로 버틴다는 것 또한 업무에 대한 열정과 끈기없이는 불가능하다. " (p. 123)

이밖에도 삼성의 회의문화, 회식문화, 업무 분위기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은 삼성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가져다 주는 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에 입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인 것이다.

같은 책이라고 해도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전혀 아무런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책이 있는데, <인사이드 삼성>이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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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소도시 여행 - 예술가들이 사랑한 마을을 걷다
박정은 글 사진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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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고 싶은 곳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스티브 베리가 쓴 <호박방 1,2 / 스티브 베리 ㅣ 밝은 세상 ㅣ2006>을 읽고 부터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군대에 의해서 문화재 약탈이 이루어졌는데, 그때 사라진 호박방을 소재로 쓴 책인데,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그 소설의 소재인 예카테리나 궁전의 호박방은 그후에 완벽하게 재현되었다고 하는데, 그 모습과 함께 제정러시아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

그곳과 함께 여행해 보고 싶은 곳이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도시 마다의 특색이 있고, 카톨릭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고,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다닐 수 있기에 가보고 싶은 곳이다.

 

스페인에 관한 여행서적이나 여행 에세이는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그중에 한 몫을 하는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으로는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노터봄 ㅣ 민음사 ㅣ 2010>가 가장 수준높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스 노터봄'은 이 책을 통하여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게 되는 성당과 수도원의 건축 양식의 에 대한 설명에서 부터 시작하여 문학과 예술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해박한 지식으로 소개해 주고 있기에 여행에세이의 장르를 뛰어 넘어서 문학적, 예술적 차원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들려주던 종교적인 순례길, 명상의 길에서 벗어나 '세스 노터봄'만의 독특하고 차원높은 새로운 순례길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스 노터봄'의 < 산티아고 가는 길>은 다른 산티아고 관련 서적들과는 차별화가 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스페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갖고 읽게 된 <스페인 소도시 여행>은 시공사의 여행관련 책인 소도시 여행의 시리즈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정은은 열 다섯 살 때 배낭여행을 꿈꾸었다고 한다.

소녀가 꿈꾸었던 꿈은 이루어져서 그녀는 세계 60여 개국을 여행한 여행작가로서 여행관련 서적을 쓰기도 하고, 방송출연, 여행 관련 강연까지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쓰기 전에 그녀는 이미 스페인을 몇 차례 다녀왔는데, 출판사의 원고 청탁을 받게 되어서 다시 한 번 스페인의 소도시를 찾아 떠난다.

스페인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의 소도시를 이 책 속에 담았다고는 하지만, 책 속에 소개되는 도시들은 이미 대부분 잘 알려진 도시들이다.

스페인 여행자라면 꼭 가보는 곳들로 채워져 있다.

첫 이야기로 테루엘을 소개해 준다. 이 곳에는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만날 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견줄 만한 '디에고와 이사벨'의 이야기가 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테루엘의 연인들은 관 속에 누워서도 못 이룬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듯하다.

저자는 테루엘의 관을 들여다 보다가 돌장식 틈으로 미이라의 모습을 보기까지 했다고 하니...

 

 

유럽 여행 중에 느낄 수 있는 유럽인들의 죽음에 대한 시각은 우리와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비엔나의 중앙묘지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등 음악가들의 묘가 있는데, 묘를 형성하는 조각들이 아름다워서 마치 공원을 찾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유럽의 성당은 지하나 뒷뜰이 묘지로 형성되어 있는데, 성당 뒷뜰의 묘지들은 각종 조각들과 꽃들이 어우러져서 휴식공간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책 속에는 한 지역의 이야기가 끝나면 'travel memo'로 가보기, 맛보기, 머물기, 둘러보기 등에 관한 정보를 실어 주고 있다.

 

 

스페인의 음식인 하몽과 파에야.

그리고 발렌시아에서 맛보아야 그 맛이 진짜 맛이라는 오르차타와 파르톤을 맛보며 그녀는 여행을 계속한다.

스페인에서 어찌 가우디를 빼놓을 수 있겠는가.

사르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1882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아직도 공사중인데,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는 언제 완공이 될 것인지 모른다고 했으나, 이 책에서는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단다.

100% 헌금으로 짓는 성당이라고 한다.

2010년 후반부터 성당 내부가 공개되었는데, 성당은 3개의 파사드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를 소개해 주는 사진 속에 예수의 부활 나이 33을 뜻하는 마방진, 성당 입구의 상징 중의 알파와 오메가.

 

 

부드러운 빛이 사선형태의 빗살 무늬를 타고 내려오는 천국의 느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길을 떠나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검은 성모상을 만난다.

 

 

 

예술가 달리의 그림은 많이 보았지만, 달리와 갈라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달리는 자신이 존경하던 사람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하는데, 그들의 사랑의 흔적은 달리 박물관, 달리의 집에서 찾아 볼 수 있다.

 

 

 " 여행은 지역마다 독특한 테마가 있다. 어떤 곳의 테마는 역사고, 어떤 곳의 테마는 음식이다. 그런 면에서 마드리드의 테마는 미술이 아닐까? 16세기 황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최고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느니 말이다. " (p. 252)

마드리드에서 만날 수 있는 거장들은 피카소, 벨라스케스, 고야, 무리요 등.

 

 

 

 

 

 

저자는 자신이 언젠가 걸었던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를 다시는 걷지 못할 줄 알았건만, 그 길 위에 또 서게 된다.

 

 

 

 

그 길에 관한 이야기는 책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이 길에 대한 내용을 읽고 싶으면 다른 책을 함께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 하면 떠오른는 세르반테스, 돈 키호테, 프라도 미술과, 구겐하임 미술관, 마앙, 투우....

이런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스페인 소도시 여행>의 시원한 블루의 책 표지는 무더위를 날려준다.

 

 

물론, 스페인의 여름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워서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 아니지만, 언젠가 스페인의 이 길 저길을 걸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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