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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훈의 그랜드투어 : 지중해 편 - 사람, 역사, 문명을 거닐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세계사 여행 ㅣ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유럽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는 5년간에 걸쳐서 3권이 출간되었다.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서유럽 편>에서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동유럽 편>에서는 러시아, 오스트리아, 독일을,
이번에 출간된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지중해 편>에서는 그리스, 터키, 스페인을 다루고 있다.
서유럽 편은 읽지를 못했고, 동유럽 편에 이어서 지중해 편을 읽게 되었다.
Grand Tour - 유럽 귀족들의 노블레스 여행
그랜드 투어가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 오래전부터 유럽의 상류계층에서는 자녀가 일정 나이가 되면 여행을 시켰다. 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넓히고, 가치관과 태도를 확립하고 교양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삶의 목표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즉, 역사가 시작되고 문명을 꽃피우며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한 장소와 시간을 찾아서 거닐고 사색하며 성찰하는 여행을 하도록 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데, 그들이 여행지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정립해 나가는지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무작정 아무런 사전 지식도 쌓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타인들에게 '나도 이곳을 여행했다'는 자랑을 하기 위한 여행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송동훈의 그랜드투어>는 제대로 된 여행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송동훈의 그랜드투어는 '문명의 시원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기에 '유럽 문명 여행'이자 '세계사 여행'인 것이다.
오래전의 역사를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을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에서 여행자는 많은 것을 사유하고 통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그랜드 투어. 그것은 배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것이다.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속에서 배움을 찾는 것이다. "
" 역사를 움직이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 동인 (動因) 에 대한 의문! 그랜드 투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 / 동유럽편 p. 230)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지중해 편>에서 다루고 있는 나라인 그리스, 터키, 스페인은 그 어떤 나라보다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리스와 스페인은 오늘날 유럽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고통을 받는 나라이니, 역사는 이렇게 흐르고 흐르면서 발전과 쇠퇴를 거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스는 서구문명의 발상지이자 역사상 최초로 민주주의를 창조한 나라이기에 가는 곳마다 민주주의의 역사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
솔론의 개혁, 클레이스테네스의 '도편 추방제, 페리클레스 , 마라톤 전투 등의 역사적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접하게 되니 그 느낌이 새로워진다.
잊고 있었던 세계사의 한 축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니...
" 그 위대했던 역사의 현장을 아테네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프닉스 언덕, 디오니소스 극장, 아고라, 마라톤 평원, 살라미스 해협, 그리고 아크로 폴리스 ! 그들의 업적은 남의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의 업적이다. 그들은 과거가 아니다. 우리가 꽃피운 오늘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내일이다.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시공을 초월하여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 (p. 15)

터키를 여행하기 전에는 터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건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가 기독교 중심의 유럽 강대국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세계에 대한 오류와 축소가 터키가 가진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터키의 이슬탄불은 수백 개의 모스크와 현대적 건물이 함께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그곳은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풀이었기에, 그리고 오스만 튀르크의 정복으로 이슬람 문화가 함께했던 곳이기에.
터키는 그 이전의 문명인 히타이트, 프리지아, 리디아 문명이 개화했고, 페르시아, 로마, 비잔티움 제국, 이슬람 제국의 핵심이었던 곳이다.
21 살의 청년인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이곳을 점령할 수 있었다니...


" 콘스탄티노풀을 원한다고, 그 도시를 나에게 가져다 달라고. 위대한 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
모든 도시의 선망의 대상이자 질시의 대상인 도시 ! 비록 쇠락했다지만 여전히 콘스탄티노풀은 비잔티움 천 년 제국의 수도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청년 술탄의 명령으로 콘스탄티노풀의 운명은 결정됐다. " (p179)
당시 21살의 청년 술탄 메흐메드 2세는 콘스탄티노풀을 점령함으로써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스탄불의 한 복판에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는 하기아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
하기아 소피아를 보면서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술탄 메흐메드 2세를 생각하게 된다. 하기아 소피아를 가득 메웠던 기독교 예술은 이슬람 술탄에 점령당하게 되지만, 건축물을 허물기 보다는 기독교 모자이크 그림 위에 덧칠을 하였으니, 지금 우리는 그때의 그 모습의 일부나마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기아 소피아가 '비잔틴 예술의 백미'라면, 블루 모스크는 '이슬람 예술의 절정'인 것이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도 부럽지 않은 화려함을 자랑하는 돌마바흐체 궁전에 가면 건축물과 예술품의 섬세하고 화려한 모습에 황홀해 지게 되는데, 그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크리스털 계단과 샹들리에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곳에서 터키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근대국가 터키'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개혁통치를 했던 위대한 지도자.
그래서 돌마바흐체에서 그가 죽은 시간인 '9시 5분'에 멈추어 선 시계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스페인이 누리던 영광, 그것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톨레도, 안달루시아, 세비아, 엘 에스 코리알, 그 모든 곳에서 스페인 역사의 부분, 부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부분이 모여야 제대로 된 스페인이 완성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독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서로를 인정하고 살았으며, 그 위에 찬란한 문명이 건설 된 것이다.
관용과 공존이 있었던 곳. 대항해 시대의 한 페이지를 썼던 나라.
그 영광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사라졌다고 모도 사라진 것은 아니고, 그 영광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곳들이 잔존하는 것이다.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는 단순한 여행 정보 책이 아니다. 이 책 속에는 역사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역사의 주역이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세계사라고 하면 지루하게 생각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는 책 속에 담긴 나라들을 통해 세계사 여행을 할 수 있기에 유익함이 함께 한다.
역사 속에서, 인물들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세계의 어떤 나라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그 나라에 대한 역사와 인물,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