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을 쿠다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작가K 지음 / 청어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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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매가 꾼 천 년의 꿈을 현서는 쿰으로 표현한다. '꿈을 꾼다'는 '쿰을 쿤다'로 표현된다.

'꿈을 꾼다'와 '쿰을 쿤다'는 표현의 방법만이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꾸는 꿈, 그것은 잠을 자는 동안에 자신의 내면 세계를 반영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쿰'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꿈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은 아주 혼란스럽다.

소설 읽기를 통해서 뭔가 명확하게 다가오는 그 느낌들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SF소설을 즐겨 읽지를 않는데, <쿰을 쿠다>는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상력의 세계이기에 난해하기만 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고양이 섬이라 불리는 곳의 눈꽃 마을에서 일어난다.

소년의 죽음. 자신의 집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죽음의 모습.

이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단순한 살인 사건처럼 보였던 것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들의 나열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후뇌 실험을 하는 집단의 이야기, 그리고 그 실험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 사람만이 이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등장인물들 중에는 이 실험을 위한 요원들과 실험 대상자들이 여러 명이 등장하게 된다.

자신의 꿈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꿈에 접촉할 수 있는 프레디.

프레디에 의하여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

" (...) 제서가 죽던 날 서로 똑같은 꿈을 꿨던 것처럼 그때도 서로 똑같은 꿈을 꾸었다. 어쩌면 제서도 11월 17일 저녁에 똑같은 꿈을 꿨는지 모른다. " (p. 162)

아이데카 ?

이건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용어인가?

과학의 더듬이에 걸리지 않는 물질. 유령이 존재하는 메아리인 것처럼 아이데카는 꿈의 메아리란다.

쿰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데, 현실의 뇌가 육체를 통제하지 못하고 쿰에서 겪는 죽음을 현실의 육신에게 그대로 물려준다고 하니...

제서의 죽음, 그리고 잇달아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바로 '쿰'이다.

단순한 추리소설로 생각하여 읽게 된 소설에서 실체가 잡히지 않는 것들을 대하게 된다.

바로 SF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독특한 상상력과 스릴, 반전...

이 책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이 황금펜 영상 문학상 금상 수상작이기에 영상 문학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로 제작된다면 그 또한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작품이기는 하나, 책을 읽은 후의 생각은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SF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또다른 흥미를 자아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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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예담

 

     테오의 여행 테라피네요. 테오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읽게 된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을 통해서 입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여행에서의 감성적인 글과 함께 여행지의 색다른 모습

     을 책으로 펴내곤 하지요.

     짧은 글들에서 느껴지는 테오의 마음, 아마도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지요.

     그런데, 그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우린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 생각을 해 왔는데요.

     마음에 잔잔한 여울이 생기는 듯한 그의 책에 반했어요.

     그래서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도 읽게 되었지요.

     역시, 여행에세이지요.

     이번에 출간된 이 책도 그래서 관심이 갑니다.

 제가 누군가의 글에 필이 꽂히면 끝을 봐야 할 정도로 그 작가에 몰입을 하는 편이어서 꼭 읽고 싶었던 책입니다.

 

2.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정희재 / 갤리온

 

  정희재 역시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읽고 좋아하게 된 작가입니다.

  <지구별 어른, 어린왕자를 만나다>도 물론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는 그 발상이 흥미롭네요.

  우린 왜 이것도 잘 해야 하고, 저것도 잘 해야 하고...

  그것은 꼭 해야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해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정희재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할 권리 30가지가 소개됩니다. 즉, 모든 사람들은 ~ 을 하라고 하지만, ~ 을 하지 않아도 될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3.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 정호승, 안도현... / 공감의 기쁨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등 6명이 시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같아요.

  아름다운 시, 아름다운 사랑.

  서로 연관성이 있는듯한 이야기입니다.

  3명의 시인과 3명의 평론가들은 시인은 재능을 타고 난 것도 아니고,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가 좋아서 시인이 되었다고 하네요.

  주옥같은 시를 쓰는 시인, 그리고 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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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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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는 우리나라의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일본 작가이다. 작가의 소설 중에 가장 처음 읽었던 책은 <키친>이었다.

그후에 우연히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읽게 되었는데, 그 여운이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할머니라고 알려져 있는 아르헨티나 할머니. 그러나 한 소녀에게는 어머니를 잃은 후의 상실감과 슬픔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힘이 되었던 할머니와 소녀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새로운 책이 출간될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읽게 되었다.

작가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소설들이 길지 않고 짧기때문에 부담감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독자들에게는 작가의 소설을 즐겨 찾을 수 있게 되는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소설 속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은 이야기, 유별나지 않은 이야기,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그 무엇인가가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치유와 희망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부모 중의 누군가의 외도로 인한 불행한 가정사에서 오는 부모의 이혼이나 사망, 또는 이성간의 배신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 속에는 삶에서의 아픔이 음식에 의해서 치유되는 경우도 상당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나나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음식 관련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바나나의 작품은 거의 같은 맥락에서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큰 차이를 가져 오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문체가 유려하고 섬세하여서 <무지개>와 같은 소설은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타히티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 한 폭의 풍경화를 대하는 듯하기도 하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지금까지 제 작품 중 가장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5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그녀의 소설 주인공들이 거의 그렇듯이 <막다른 골목의 추억>의 주인공들도 그 무언가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청춘들이다.

불행했던 가정사로 인하여, 성장기에 가해진 치명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인하여, 그들은가슴에 묵직한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마치 이 소설의 제목이 말하듯,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여 빠져 나가야 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처럼.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였다고 해서 그리 슬퍼하거나,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하지는 않고, 그들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가는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유령의 집>

철거하기 직전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죽은 노부부의 유령이 보인다면 섬뜩할 듯하지만, 막상 그 유령의 모습을 보게 된 셋 짱은 그 부부의 느릿느릿, 아니 흐늘 흐늘한 삶의 움직임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들을 가다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면서 만난 이라쿠라와의 서로 구속하지 않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 (...) 언뜻 보면 단순한 인생이지만, 실은 칠대양을 탐험하는 것에 필적할 만큼 거대한 흐름에 속하는 무엇이다. " (p. 63)

두 번째 이야기 <엄마>

사원 식당에서 먹게 된 카레에 투입된 약물로 인하여 어린시절에 엄마로 부터 받았던 학대를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불안정해진 엄마는 딸을 학대하였지만, 그녀에겐 그 시절의 나쁜 기억은 없고 오로지 아름다웠던 장면들만 떠오르는 것이다.

분명히 어릴 적에 엄마와 어떤 일이 있었을테지만...

" 심심하고, 영원하고, 마코토에게 가장 행복했던 아주 잠깐의, 이 세상에서 휴식하던 시간의 길동무로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함께일 수 있었던 것을, 나는 지금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 (p. 150)

세 번째 이야기 < 따뜻하지 않아>

어린시절 이웃집에 살고 있던 남자 아이와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남자아이가 생모에 의해서 죽음을 맞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 이 추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자 작가의 이야기이다.

네 번째 이야기 <도모짱의 행복>

아버지가 젊은 비서와 바람이 나고, 그로 인하여 부모는 이혼을 하게 되고, 엄마는 갑자기 죽게 되는데... 도모짱에게는 16살때의 강간을 당한 아픔이 있는데...

그래도 가장 고독했던 밤의 어둠 속에서도 벨벳 같은 밤의 빛,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 별의 반짝임, 벌레 소리 등... 그런 것들에 안겨 있는 도모짱은 행복하다.

다섯 번째 이야기 < 막다른 골목의 추억>

미미는 다카나시와 양가 부모가 만나고 약혼 반지를 교환한 사이인데, 다카나시의 전근으로 인하여 그로부터 연락이 뜸해지게 된다. 생각끝에 그의 집을 찾아가나, 그곳에서 다른 여자와의 동거를 확인하게 되고...

그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 외삼촌의 가게인 막다른 골목의 2층 방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일하는 니시야마를 만나게 되는데...

" 이곳에서 지낸 며칠... 유기잔 속으로 푹 꺼진 것처럼, 슬픈 필터를 통해서만 보았던 풍경은 내 마음에 꼭꼭 새겨져 았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p. 214)

이처럼 5편의 짧은 소설들은 막다른 골목끝에 서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것은 큰 절망감임에도 일상의 단편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추억 속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것이다.

아주 담담하게, 아주 사소한 일인 것처럼....

요시모토 바나나가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게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었던 것처럼.

삶을 살아 오는 동안에 마치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듯한 상황에 빠져 본 경험이 있는가?

그때 나는 어떻게 그 골목을 빠져 나왔었는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아우성을 치고 발버둥을 치면서 힘들어 했었던가?

아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아픔들도, 그 막막함도 결국에는 삶의 한 단면이고,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헤쳐 나오지 않았던가.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 아픔은 결국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언젠가는 치유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답답한 사람들이라면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지금은 막다른 골목일지라도 그것은 언젠가는 추억 속의 한 부분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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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신작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가 방금 도착했네요.

이 책은 출간 전에 독자 모니터가 되어서 가제본으로 읽은 책입니다.

가제본도 정말 예뻤는데....

그런데, 오늘 문학동네에서 500 권 한정 특별판과 <란도샘의 도란도란 인생어록> 미니북, 문학동네 세계 문학전집 중에서 희망했던 3권의 책이 도착했습니다.

이미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예약 주문을 했는데, 그 책도 오늘 도착한다고 하네요.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책은 난도 샘의 친필 사인본입니다.

이 책은 가제본으로 읽었지만, 천천히 다시 한 번 읽고 서평을 쓰려고 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듯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이제 막 어른이 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어른이 되었지만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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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2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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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있을까 ?

<별을 스치는 바람 2>의 200 페이지를 넘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옴을 느낀다.

시인이 한 줄의 시도 쓸 수 없다는 것.

시인이 시를 모국어로 쓸 수 없다는 것은 시인이기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아름다운 시어들, 읽으면 가슴 속에 알알이 박히는 윤동주의 시들.

별, 바람, 그리움, 어머니, 프랜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패, 경, 옥.....

그가 읊던 그 시어들이 너무도 슬프게 다가온다.

동주는 자신이 조선인들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것으로나마 글을 쓴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마저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 그에게 찾아온 상실감.

인간 생체 실험에 의해서 차츰 영혼이 황폐해지고, 기억을 잃어가는 동주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감옥 음악회에서 조선인들의 입을 통해서 들려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듣겠다고 자신에게 처치되는 주사가 생체 실험임을 알면서도 그를 원하는 동주.

인간은 야수의 탈을 쓰고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야수의 탈을 쓰고 천사의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기야마의 잔혹한 폭행과 고문. 그것은 의무동의 원장의 지적이고 온화한 얼굴 뒤의 야수의 모습과 대비된다.

얼핏 영화 <피아니스트>가 떠오른다.

나치를 피해 홀로 남은 스필만은 허기와 추위와 고독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겨우 연명하여 가던 중에 독일 장교에게 발각이 된다.

냉혹하기만 한 독일 장교는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고 그들은 음악으로 교감을 하게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피아노 곡으로 스필만과 독일 장교를 연결시켜 주었다면, <별을 스치는 바람>은 문학을 통해서 윤동주와 스기야만, 윤동주와 '나'(유이치)가 연결이 시켜준다.

스기야마가 윤동주의 시와 글과 문학적 소양에 매료되었듯이, 그의 후임인 '나' (유이치)도 문학으로 동주와 교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스기야마는 동주의 시를 불태울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시들을 지켜 주기 위해서 감옥소 밖에서 연을 날리던 소녀와 연싸움을 하도록 하여 동주의 시를 감옥 밖으로 날려 보낸다.

시들은 날개는 없었으나 연에 실려 바람을 타고 담장을 넘어 간다.

스기야마와 마찬가지로 '나'도 동주에 대해서 애잔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동주의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전쟁이, 일본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 그의 기억은 벌레먹은 잎사귀같았다. 그는 자신이 죄수임을 알았지만 왜 그곳에 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이 시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어떤 시를 썼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그의 머릿속에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들이 남아 있을지 궁금했다. " (p. 235)

1945년 11월 30일, 감옥문을 걸어서 나가겠다고 이야기하곤 하던 동주는 그해 2월 16일 세상을 떠나 그가 노래하던 별을 따라 간다.

그는 이미 '별을 헤는 밤'의 마지막 연을 통해 자신의 생을 예견한 듯한 시를 우리에게 전하고 갔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별을 헤는 밤 중에서)

<별을 스치는 바람>은 작가가 윤동주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던 연구자들의 논문과 자료, 그의 동생과 후배, 그리고 그의 생애를 다룬 책과 시집 등을 참고로 하여 한 편의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소설의 구성도 탄탄하고, 감성적인 문체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반전도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에필로그에서 종전후에 '나'(유이치)는 전범 수용소에서 심문을 받게 된다.

그 중에 한 대목이 인상적이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 내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합니다. 나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잔인한 시대를 살아 남았다는 것으로도 나는 유죄입니다. " (p. 289)

바로 일본인들에게 읽히고 싶은 문장이다.

요즘도 독도 문제를 비롯하여 일제 강점기에 한일간에 일어났던 문제들에 대해서 망언을 일삼는 일본 정부의 고위 관료들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다.

"잔인한 시대를 살아 남았다는 것으로도 나는 유죄입니다. "

책장을 덮으며 윤동주를 생각해 본다. 그의 시들을 기억해 본다.

"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별을 헤는 밤 중에서)

그리고 작가 이정명을 생각한다. 역시 기대 이상의 좋은 소설을 나에게 선사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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