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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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작가'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모두 수상한 작가 김연수.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이러 저러한 이유로 많이 읽지는 못했다.

겨우 내가 읽은 작품이라고는 소설 <원더 보이>와 에세이 <지지 않는다는 말>이 고작이다.

<원더보이>는 조금은 어수선한 생각들을 하게 해 주었기에 작가의 명성에 비해서 그다지 큰 감동은 없었던 소설이다.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같다)

또한 <지지 않는다는 말>은 에세이이기에 소설가의 에세이란 신변잡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여기 저기 한 번쯤은 실렸던 글들이기에 소설가의 진면목을 알아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글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정말, 이 소설은 김연수 작가를 새롭게 평가하게 된 작품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는 이 소설을 끝내면서 그 다음에 <작가의 말>을 싣고 있다. 그중에 한 문장을 여기에 소개하면,

"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소설에서 그가 쓰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이 책을 덮은 후에 한동안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확실하게 내 생각이 작가의 생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는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양모 앤의 죽음으로 인하여 양부는 젊은 여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카밀라에게 전달되는 여섯 개의 상자.

그 상자 속에는 유년의 물건들이 들어 있다. 그 상자 속의 물건들은 그녀의 입양된 삶의 분량만큼이기에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인 것이다. 그 <너무도 사소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서 글을 쓰게 되고 그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게 된다.

26살 카밀라 포트만(정희재)에게 '자신의 뿌리찾기'라는 기획의 프로젝트가 출판사로부터 의뢰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의 고향인 진남을 찾게 된다.

17살 미혼모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여러 사건들.

엄마인 정지은의 존재를 속이려는 사람들과 어딘지 석연치 않은 진남 사람들의 차가운 언행.

진남 여고의 교장인 김미옥은 왜 친모인 정지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출생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사라져 버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조각들은 하나 하나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 저는 제 엄마를, 그녀의 고통을, 절망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 번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 (p. 148)

정지은의 아버지는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투신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벌어지게 되는 냉혹한 현실들.

소설 속에는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학교를 비롯한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하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 거기 고통과 슬픔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고통과 슬픔이었다.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은 고통스럽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는 심연이 있고, 고통과 슬픔은 온전하게 그 심연을 건너 오지 못했다.

심연을 건너와 우리에게 닿은 건 불편함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없기를 바랐다. 그럴 수 밖에. 그때 우리는 고작 열여덟 살, 혹은 열아홉 살이었으니까. 우리는 저마다 최고의 인생을 꿈꾸고 있었으니까. " (p. 286)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 있었다는 심연.

정지은의 고통과 슬픔은 진남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외면당한 고통과 슬픔. 그것은 오히려 정지은을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러나 진남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조각들은 '아카이브'를 만들었고, 그것은 모든 진실이 담겨 있는 곳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각 부마다의 화자가 바뀐다. 제 1부는 카밀라, 제 2부는 정지은, 제 3부는 우리 등으로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는 것이다.

제 2부에서 카밀라의 친모 정지은은 사후의 세계에서 자신의 딸을 지켜보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12년의 카밀라, 혹은 1984년의 정지은' (소설 속의 소제목)

"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카밀라가 찾고 있던 모든 진실은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밝혀진다. 그 사실들만으로도 이 소설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작가는 그 이상의 무언의 이야기를 이 소설 속에 담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독자들이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인 것이기도 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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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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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락 세대, 내 아들은 도시락에서 급식으로 바뀌는 세대를 거쳐 왔다.

나에게 도시락은 엄마의 따뜻한 정이라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등교길에 도시락의 반찬들이 하얀 쌀밥을 물들여서 그 부분을 먹지 않고 그대로 남겨 오기도 했고, (그땐 밥과 반찬을 도시락에 함께 담았었다) 추운 겨울날에 조개탄을 때는 난로에서 도시락을 데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먹기도 했고, 때론 도시락 반찬인 김치가 흘러 내려서 교과서를 더럽히기도 했었다.

내 추억 속의 도시락은 엄마를 생각나게 한다. 이른 아침에 딸들의 도시락 여러 개를 한꺼번에 놓고서 밥을 담으시곤, 밥의 훈기가 빠지도록 뚜껑을 열어 두시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매일 매일 정성이 담긴 도시락 반찬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언제나 반찬이 모자랐지만, 그때는 다른 친구의 반찬은 손도 못 댈 정도로 비위가 약한 편이었다.

그런 내가 도시락을 싸게 된 것은 아들이 5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일주일의 하루는 반찬만 싸가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는 도시락을 싸다가 급식실이 만들어졌고, 중학교 때는 급식시설이 갖추어 지지 않아서 도시락을,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급식을 하였으니, 도시락과 급식을 번갈아 가면서 하다 말다를 한 셈이 된다.

이미 아들 세대는 도시락도 많이 변화가 되어서 점심때까지는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보온 도시락에, 국과 반찬, 과일까지를 곁들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내일 도시락 속에는 어떤 반찬과 어떤 후식을 담아 줄까' 하는 생각은 귀찮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고민(?) 이었던 것같다.

그래서 도시락은 나에게는 추억이기도 하고, 따뜻한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다.

이렇게 따뜻한 사랑이 담긴 도시락에 관한 이야기를 <도시락의 시간>에서는 풀어 놓는다.

도시락의 주인공, 도시락의 모습, 그리고 그 도시락과 주인공이 담긴 모습.

이렇게 한 사람의 도시락에는 3장의 사진과 함께, 주인공의 삶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아베 나오미'는 원래는 남편인 '아베 사토루'가 기획했던 도시락에 관한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을 이야기와 사진이 함께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내는 다양한 계층의 주인공들을 만나서 취재하고, 남편은 사진을 찍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도시락 취재를 시작할 때에는 딸을 임신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으니, 오랜 세월을 전국을 돌면서 도시락의 주인공을 찾고, 취재하고, 도시락 사진을 찍어 온 것이다.

"도시락 뚜껑을 좀 열어 봐도 될까요?" 라는 말에 누군가는 흔쾌히, 또 누군가는 겸연쩍게, 그리고 누군가는 수줍게 살며시 도시락 뚜껑을 열어 준다.

이 책에 수록된 39명 주인공의 도시락.

 

 

 

 

일본인의 도시락이어서인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밥과 반찬. 그런데, 밥의 한 가운데에는 빨간 매실 장아찌가 꽃처럼 박혀 있기도 하고, 김가루나 멸치가, 그리고 깨가 뿌려져 있기도 하다.

밥과 반찬이 한 도시락 안에 함께 담겨 있기도 하니, 우리의 도시락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같은 것은 그 도시락 속에는 추억이 담겨 있고,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도시락을 싸 준 사람의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 그리고 진솔한 이야기가 도시락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무척이나 소박한 도시락도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의 자른 김 두 장으로 만든 커다란 주먹밥 한 덩어리.

 

우사를 돌면서 우유를 짜기에 짬이 날 때에 먹어야 하기에 주먹밥이 제격인 것이다. 도시락을 싸기 위해서 새벽잠을 설칠 아내를 위해서 자신이 직접 쌌다는 주먹밥 한 덩어리.

간호사겸 말 체중 확인 담당자인 이시이 하루미가 딸에게 싸 준 도시락에는 계란말이가 하트모양이었단다.

" 엄마! 도시락에 행복 모양이 들어 있었어요!" (p. 39)

 

 

자신의 아이들을 세계의 영웅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키티 도시락'을 싸 주었다는 사람도 있으니, 도시락은 그저 도시락이 아닌 사랑과 희망의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 엄마의 도시락은 항상 맛있었지만 운동회 날에 텐트 밑에서 먹은 유부초밥과 김밥은 정말로 특별했어요. (...) 코가 상큼해지는 초밥 냄새 ! 그런게 참 좋았어요. 음. 이런 말을 해서 그런지 그게 갑자기 그리워지네요. 애들은 맛보다는 소리와 냄새로 기억을 저장해 두나 봐요 " (p.p.88~89)

소박한 도시락 속에서 잊혀졌던 추억들이 살포시 살아난다.

요즘은 사라져 가는 도시락. 그래서 요즘 세대에게는 도시락의 추억마저도 존재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락이 있었기에 더욱 친밀한 관계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 우리의 가족 관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사랑의 마음이 없이 조리사에 의해서 만들어진 급식으로 자라는 우리의 자녀들이기에 마음은 메말라가고, 도시락에 담긴 아련한 추억은 먼훗날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햇살이 따끈 따끈한 가을날, 자녀와 함께 도시락을 싸서 가을 나들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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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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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것인가 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라고 하는 박찬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기자 생활을 하던 중에 이탈리아 영화에 매료되어서 시칠리아로 떠나게 된다.

시칠리아라고 하면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의 장화 코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마치 장화로 톡 차면 어디론가 멀리 날아갈 듯한 곳에 위치한 곳이다.

아마도 시칠리아 하면 마피아가 생각날 것이다. 저자에게도 이런 질문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마피아가 많다는 시칠리아에는 왜 가냐?'고.

그러나 그는 시칠리아에서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수료하고 귀국하여 셰프생활을 하면서 때때로 책을 출간한다.

그가 쓴 몇 권의 책 중에 나는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 ㅣ 나무수 ㅣ2010> 읽어 보았다.

제목이 말하듯이 파스타에 관한 이야기와 레시피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파스타가 사진으로 소개된 책이다.

소설가를 꿈꾸던 사람답게 책 속의 글들은 필체가 두드러지고, 음식이야기답게 맛깔스러운 글들이다.

그런 나에게 셰프이자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박찬일의 책 중에 두 번째 읽게 된 책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이다.

역시 유명 작가의 에세이보다도 알차고 문장력이 뛰어나고, 맛의 달인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내 기억 속의 맛들도 추억과 함께 얽혀 있음을 가끔씩 느끼곤 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추억의 많은 부분은 맛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엄마와의 추억 속에서 떠오르는 음식들 중에는 냉면이 있고, 칼국수가 있고, 카레가 있고, 청어구이가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 속에는 광화문 뒷 골목에서 맛본 매운 냉면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꽤 유명해서 인근 중고등학생들로 붐비던 그 냉면집.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비빔냉면을 먹은 후에는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야 그 매운 입맛을 가라 않힐 수 있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명동 뒷골목의 허름한 튀김집에서 먹던 튀김과 막걸리.

무교동 뒷골목의 매운 낙지 볶음.

내 기억 속의 맛집은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일까....

그곳에서 우린 암울했던 시대를 헤쳐 나갔었다. 언론 통제가 얼마나 심했던지 말조심을 해 가면서.

박찬일의 추억 속의 이야기들 중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엇비슷한 시대를 살아 왔기에.

청춘들에게는 '언제 적 이야기인가?' 할 정도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 수박 화채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더운 여름날 큰 수박 한 통은 화채로 만들어져서 가족들에게 각각 한 그릇씩 안겨진다.

그때에 꼭 필요한 것이 얼음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얼음은 겨울에는 석유를 팔고, 여름에는 얼음을 파는 집에 가서 사와야 했다. 얼음집에 가면 냉동고에서 큰 직사각형 모양의 얼음이 나오고 주인은 톱으로 이 얼음을 서걱서걱 쓸어서 한 덩어리를 새끼줄에 묶어서 준다.

녹으면 안되니까 빠른 걸음으로 집에 가지고 오면 어머니는 큰 바늘을 얼음 위에 대고 망치로 톡톡 쳐서 먹기 좋은 형태로 잘라 수박 화채 속에 넣어 주셨다. 그 시원한 수박 화채.

수박 화채를 먹은 날은 잠자다가 깨어서 화장실을 가야 했기에 옆에 있는 언니를 깨우곤 했었다.

수박 화채 이야기를 통해서 흘러간 어린 날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박찬일의 추억 속의 맛을 따라 가는 것은 나의 추억 속의 맛을 따라 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1부는 유년시절의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하여 친구, 지인들과 함께 돌아다닌 국내 이곳 저곳에서 만난 음식이야기 이고, 2부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과 해외여행에서 만나게 된 이국적인 요리 이야기이다. 마지막 3부는 문학 작품에 나오는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초로 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1박 2일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게국지'이야기도 흥미롭다. 태안반도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서 만나게 되는 어떤 식당의 할머니 이야기.

그리고 '옴베르트 에코'의 호텔 미니바 이야기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순한 맛집과 요리를 소개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 어떤 요리 속에 담긴 추억, 그리고 사람이야기. 그리고 맛이야기이다.

또한 맛 이야기 속에서 문학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앤소니 보뎅'의 <쿡스투어/ 앤소니 보뎅 ㅣ 컬처 그라퍼 ㅣ 2010> 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기도 한데, 요리의 재료로 쓰이게 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참 가슴이 아프다.

 

연한 고기를 얻겠다고 어린 송아지가 식재료로 쓰여지거나, 산낙지나 문어에 가해지는 고통을 느낄 것이 분명한 방법들은 인간의 잔인함을 느끼게 해 준다.

 

책 속에는 몇 종류의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소개되기에 한 번 셰프의 방법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박찬일의 추억 속에 맛이 함께 하듯, 내 추억 속에도 맛이 함께 하기에 이 책을 읽으며서 추억 여행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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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 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 In the Blue 5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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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선'의 <~이 번지는 > 시리즈가 7권으로 늘어났다.

2012년에만 3권의 번짐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이다.

번짐시리즈의 특징인 감성적인 글들과 멋진 풍경이 담긴 사진, 그리고 번짐이 잘 나타나는 수채화.

이 3박자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은 유럽을 여행하게 되면 만나게 되는 건축물들의 붉은 지붕만을 따로 모아 놓은 여행 에세이, 감성 에세이 인 것이다.

어디쯤에서 내가 이 붉은 지붕들을 내려다 보고 황홀해 했던가를 생각해 본다.

하이델베르크, 베네치아, 부다페스트, 피렌체, 프라하...

그리고 붉은 지붕이 아닌 잿빛 지붕들도 만났었던 기억이 난다.

파리, 잘츠부르크, 임스테르담, 인터라켄....

흘러간 날들에 유럽의 한 복판에서 붉은 지붕도 만났고, 잿빛 지붕도 만났고....

유럽의 각 도시의 붉은 지붕, 잿빛 지붕은 이 한 권의 책 속에 모두 다 모였다.

잿빛 지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건물마다 삐죽 삐죽 올라온 빨간 굴뚝이 특색이다.

건물의 방 갯수만큼 올라온 빨간 굴뚝이 잿빛 지붕과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이 책은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번짐시리즈>를 통해서 마주쳤던 익숙함이 더 강하다.

지붕들이 이 책의 주제인만큼, 책 속의 사진들의 눈높이는 붉은 지붕을 볼 수 있는 첨탑이나 언덕 등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들이다.

붉은 지붕, 잿빛 지붕은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또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사라예보의 붉은 지붕을 보면서 저자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라는 책을 떠올린다.

나 역시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곳이다.

" 이런 풍광을 날마다 볼 수 있다면 아무리 걸어도 나의 여행은 지치지 않겠지" ( 책 속에서)

저자는 이 풍경 속에서 자신이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 골목 골목, 건물 사이를 흐르는 수로와 그 위로 수채화처럼 그림자처럼 비치는 오래된 건물. 그림 속 풍경같은 이곳에서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 (책 속에서)

그리고 떠남에 대해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 사람들은 누구나 어디론가 늘 떠나고 싶어한다. 일상에 지친 여행자는 낯선 풍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걷기만 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소박한 정답을 발견한다. " ( 책 속에서)

유럽의 붉은 지붕과 잿빛 지붕을 사진과 수채화 그리고 감성적인 글들과 함께 읽는 재미를 이 한 권의 책은 우리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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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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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기 밀리언 셀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춘은 분명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임에도 많은 아픔이 따랐던 것은 사실임에 틀림이 없다.

아주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던 시절임에도 아름다우면서도 아픈 기억들이 오롯이 떠오르기에...

'그 시절 나는 어떤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였던가 ?'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책이다.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청춘들에게 몇 권을 사서 선물을 했다.

그리고 지난 연말에 책관련 시상식에서 '란도샘'을 만나게 되었다. 대학교수이기에 유창한 언변을 구사하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수상 소감을 이야기할 때에 주머니에서 꺼내던 메모지가 인상적이었다.

조카랑 함께 갔던 자리였기에 수상식이 끝난 후에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때에 '란도샘'은 중년을 위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했기에 일명 <결리니까 중년이다>를 기대했는데,

우리곁에 먼저 찾아 온 책은 '흔들리며 어른의 문턱에선' 25세에서 35세에 이르는 '어른 아이'를 위한 책이다.

" 계절은 봄을 건너 뛰고, 인생은 청춘을 건너 뜁니다. " ( 프롤로그 중에서)

나도 그때엔 천 번을 흔들리면서 어른이 되었을까?

대학을 졸업하면서 직장을 다니게 되고, 그곳에서 많이 부딪히면서, 사랑을 하기도 했고, 이별을 하기도 했고, 또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정말 많이도 흔들리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내 아이가 '어른 아이'가 되었으니...

'란도샘'은 책이란 '말하는 매체', ' 들려주는 매체'이지만 어른의 문턱에 선 이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동안 '란도샘'을 멘토로 삼았던 많은 '어른 아이'들의 생생한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 인생이 펼쳐지는 터전인 직장에서 자네가 차츰 역량있고 성숙한 존재로 자라난다는 사실, (...) 진실로 자네를 행복하게 해 주고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돈이나 승진, 안정이 아니라, 자네의 성장이란 말이야. 성장은 중요한 단어야. 존재와 동의어일 만큼." ( p. 25)

이 책에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 중의 하나는 " 리셋 ! 내 인생" (p.p. 40~47)이다.

컴퓨터 작업을 하던 중에 이런 경우는 여러 번 경험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내용을 다 잃어 버릴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뜰 경우에 ' 예'를 누를 수 밖에 없는 경우.

인생에서도 이런 경우에 처할 수 있는데, 그때 지금까지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한다면....

시간은 우리를 저절로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생에는 정답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인생에는 어떤 정답이 있는 듯이 똑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그에 대비하는 것을 '퓨처 마킹'이라 한다.

" 즉, 자신의 일을 현재 다른 사람의 일과 비교하지 말고, '미래의 자기상'을 세우고 그 모습을 위해 차근차근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타인을 벤치마킹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퓨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 (p. 129)

삐뚤삐뚤 돌아가도 괜찮고, 속도를 줄여서 빠르게 가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찬은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건만, 우리는 왜 그리도 완벽한 모습을, 잘나간다는 타인과 똑같은 모습이 되기 위해서 쾌속으로 달려만 갔는 것인가 ?

요즘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 버린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이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것 저것 재고 생각하고... 미리 겁내고... 자유로움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이다.

'란도샘'은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가 '겨우 어른되기'를 시작한 이들에게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흔들릴 수 밖에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 누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흔들려도 괜찮다'고 이야기 해 주었던가?

그것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말해 줄 수 있을까?

" 이 봄, 나는 아픔 끝에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삶의 여백도 그 값어치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조금 너그러워도 괜찮다는 사실을. 성실에 조화된 여백은 삶의 보물이다. " (p. 155)

" 당신이 몇 살이든 무엇을 꿈꾸든 아직 살아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 사실만 마음에 새길 수 있다면, 인생시계 따위는 이제 던져 버려도 좋다. " (p. 276)

" 그대, 마음의 서랍을 열어 보라. 무엇이 들어 있는가?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면서 쌓아 놓은 청춘의 꿈들이 아직 거기 있지 않은가? 혹시 차갑게 식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지금 꺼내라. 먼지를 털고, 물을 주고, 불기를 지펴, 묵혀 뒀던 그대의 그 꿈에 다시 온기를 돌게 하라 " (p. 291)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그 누가 읽어도 마음에 가라 앉았던 꿈에 다시 온기를 돌게 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겨우 어른되기'를 한 이들에게도, 앞으로 어른이 될 청춘들에게도,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오래전에 어른이 된 이들에게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독자 모니터 500 명 중의 한 사람이 되어서 가제본을 읽었고, 이 책이 출간된 후에 또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은 '겨우 어른되기'를 시작한 이에게 선물을 했다.

앞으로 흔들리며, 흔들리며 어른이 되어갈 이들에게 흔들려도 어지럽지 않기를 바라면서.

청춘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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