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전에 TV에서 섬진강 시인인 '김용택'의 삶의 모습이 담긴 이야기를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초등학교 교사였으니, 학생들과의 수업 장면들이 소개되었다.

대도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수업 방식으로 수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학생들에게 시를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학창시절에 시를 지어 보라고 하면 얼마나 당황했던가?

머리 속은 금방 하얗게 변해 버리고 말았었다. 시란 산문과는 달라서 시를 쓰는 형식도 생각해야 하고, 함축적인 시어도 생각해야 하고....

그런데, 김용택 시인은 학생들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시를 쓰도록 했다. 학생들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시라고 말하곤 했다.

어찌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그런 시들이 시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일상 생활 속에서 시를 접하게 하고, 시를 써 보게 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정록 시인은 자신의 72살 어머니가 무심코 내뱉는 말들에서 시를 찾아 낸다. 시인이 이 책의 서문인 '시인의 말'에서 밝히듯이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다. 빙의는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어머니의 말에서 시를 찾아내게 되는 것이다.

" 시의 품새와는 사뭇 다르니 시마(詩魔)도 아니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지않았으니 빙의(憑依)도 아니었다.

서른 편 쯤 쓰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를 낳으신 어머니가 수천수만임을.

아주 옛날에도 나를 낳으셨고 지금도 출산중임을

앞으로도 나는 계속 태어날 것임을" (p. 6)

이 시집에는 이정록 시인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쓴 <어머니학교>라는 시가 어머니의 나이만큼 72편이 실려 있다.

시들을 읽어 보면 어머니가 그저 말하는 것이 곧 시로 탄생된 것이다.

흔히, 어머니들이 말하는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몇 권이 될거야'라고 말씀하시듯이, 어머니들의 말은 때론 산전수전 다 겪은 삶의 연륜이 쌓인 말일 경우가 많듯이, 시인의 어머니도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쌓인 삶의 연륜이 그대로 말로 표현된 것이다.

그래서 그 말 속에는 삶의 지혜가 있고, 철학이 있고, 해학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툭 뱉어낸 그 말들을 시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시인의 역량이 아닐까.

다듬어지지 않은 어머니의 말씨가 그대로 담겨 있다.

퉁명스러운 말씨이기도 하고, 무심히 건너는 말씨이기도 하고, 사투리가 듬뿍 담긴 말씨이기도 하다.
분명 시인도 아니고, 학교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촌에서 사셨기에 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자연의 이치를 알고 있는 어머니, 삶의 지혜가 쌓인 어머니.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받아 적는 것으로 한 편, 한 편의 시가 쓰여진다.

물 (어머니학교 12)

티브이 잘 나오라고

지붕에 삐딱하니 세워논 접시 있지 않니?

그것 좀 눕혀 놓으면 안 되냐?

빗물이라도 담고 있으면

새들 목도 축이고 좀 좋으냐?

그리고 누나가 놔준 에어컨 말이다.

여름 내내 잘금잘금 새던데

어디에다 물을 보태줘야 하는지 모르겄다.

뭐가 그리 슬퍼서 울어 쌓는다니?

남의 집 것도 그런다니? (p. 30)

이 시를 읽은 느낌이 어떤가?

일상의 체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새가 목 말라 할까봐 그걸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검은 눈물 (어머니학교 32)

타닥타닥 !

튀기는 소리가 아니라

호호! 식히는 소리라야 해.

성난 새끼 추스를 때에는, 구름이

구름에 스미듯 촉촉이 젖어야지.

개펄을 치고 오르는 진흙범벅의 어깻짓이 아니라

슬며시 날개를 접는 품새라야지. 접은 날개깃

다시 한 번 추스르고느 먼 노을이나 바라봐야지.

가랑비 맞는 짚불처럼 검은 눈물 들이켜야지.

토닥토닥 ! 성난 새끼 추스릴 때에는. (p. 61)

눈물 비누 (어머니학교 47)

비누나 비누갑마냥

쉬이 더러워지는 게 삶이여.

처음부터 때가 껴 있던 게 아니라

골골 때가 탄 거지, 미움이나 원망이란 것도

무언가 다가와 몸 부리고 간 흔적 아니겄냐.

내가 끌어들인 거품이 가슴 속 어둔 골짜기에

둥지를 튼 거지, 다음 몸이 들어와 살 부빌 것 생각해서

사금파리나 면도날은 어떻게든 파내야지.

주름살은 날카로운 게 빠져 나간 자리여.

그 마음 골짜기 다스리는데는 눈물만 한 비누가 없어야.

모든 강물의 원천은 눈물샘이여.

남몰래 넘치는 눈물 한 방울. (p. 81)

<어머니학교>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지 않다면, 아들이 이런 시들을 쓸 수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시들을 읽으면서 어머니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렘이 번지는 파리 감성여행 In the Blue 9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가수 싸이가 파리의 에펠탑 광장에서 2만 관객이 열광하는 가운데 <강남스타일>을 선보이면서 '말춤'을 추었다.

지구촌이 <강남 스타일>의 '말춤'으로 들썩 들썩.

(사진출처 : Daum 검색, 싸이 트위터에서)

파리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도시 1순위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파리를 다녀온 사람들 중에는 기대가 너무 컸기에 '생각보다는 별로 좋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파리.

파리에는 예술이 있고, 문화가 있고, 유행이 있고, 낭만이 있다.

그런 것들은 '파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거리의 풍경들까지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아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번짐 시리즈>는 이제 9권으로 늘어 났다. 감성적인 글들과 멋진 풍경이 담긴 사진들, 그리고 수채화로 그려진 풍경들....

마음 속에서 이 책들의 나라나 도시들은 수채화처럼 번져 나간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모으던 책이 이제 7권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여기에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번짐 시리즈>가 있다.

<설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 김현정 ㅣ 가치창조 ㅣ 2012><설렘이 번지는 파리 감성여행 / 백승선 ㅣ 가치창조 ㅣ2012>이다.

이 두 권의 책은 며칠 간격으로 출간되어서 얼핏 혼돈을 가져 올 수가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분명 내가 읽은 책은 파리에 관한 번짐 시리즈였는데, 저자가 다른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이곳 저곳 인터넷 서점을 돌아 다니면서 검색을 해도 저자의 이름이 다르다.

그래서 차근 차근 검색을 하니, 두 권의 책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은 백승선의 <설렘이 번지는 파리 감성여행>이다.

백승선은 그동안 읽었던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에 빠져서 그후로 읽은 번짐 시리즈의 공동저자이거나 단독 저자이기도 하다.

공학도였다는 저자에게 어느날 찾아 온 '책만드는 과정'의 경이로움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 한순간도 책 없이 살 수 없지만 여행없이도 살 수 없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책과 사진과 여행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 ( 저자 소개글 중에서)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저자의 얼굴이 수채화로 그려져 우리에게 소개된다.

파리를 3번을 가도, 4번을 가도 언제나 에펠탑 아래에서 서성거린다는 저자를 따라서 파리를 여행한다.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인 에펠탑은 파리의 어디에서도 우뚝 솟은 그 모습을 대할 수 있다.

아마도 에펠탑이 가장 멋있는 순간은 석양이 지면서 에펠탑에 점화가 되는 그 순간이 아닐까 한다.

에펠탑의 불이 하나 둘 켜지는 순간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은 탄성을 지른다.

그 모습을 센 강을 흐르는 유람선 위에서 보았던 그때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에펠탑을 가까이에서 볼 때의 철구조물의 모습은 나에겐 거대한 괴물처럼 다가왔지만, 멀리에서 보는 에펠탑은 운치가 있다.

센 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에 앉아 있으면, 파리의 유명한 건축물도 만나게 되고, 강둑에 앉아서 사랑을 속삭이는 파리 시민의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세계 최대 박물관이라고 하는 루브르 박물관에는 약 40만 점 이상의 예술품이 소장되어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 보려면 하루가 다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예술품들은 경이롭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모나리자>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미술품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이다.

그 그림의 배경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림의 크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파리에서 찾아 보아야 할 많은 곳들.

노트르담 성당, 개선문, 샹제르제 거리,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뤽상부르 고원, 몽마르트르 언덕, 사크레퀴르 성당 그리고 파리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르사이유 궁전.

파리에서 갈 곳은 많고, 그곳들에는 역사가 있고, 예술이 있고, 문화가 숨쉬는 곳들이다.

저자는 여러 번의 파리 여행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해서 아쉬운 마음을 담아 돌아 온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 다시 '갓 볶은 커피향이 가득한 작은 카페의 빨간 소파에 몸을 맡기'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수채화의 잔잔함이 마음 속에 번지는 그런 감성적인 파리 여행을 안내해 준다.

"언젠가 새들처럼

멀리 날아서

높이 날아서

미지의 세상에 닿으면

그리운 마음

아련한 마음

모두 잊고 다시 노래할 거야

그리곤

또 다시 어디론가 날아가야지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는

그곳으로 " (책 속의 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3
이즈미 교카 지음, 임태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일본작가의 작품들은 많이 읽히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지금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를 읽으려는 생각을 가졌을 때만해도 작가에 대한 정보조차 없는 상태에서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초롱불 노래>의 이미지가 잔잔한 느낌을 준다는 단상만을 가지고.....

이런 단상은 책표지를 펼칠 때까지도 남아있었는데, 작가 소개를 보는 순간 '확' 달아나고 말았다.

이계(異界), 魔界, 요괴... 한밤중에 읽기에는 좀 소름이 짝~~ 끼치는 그런 으시시함이 있는 작품인 것이다.

우선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의 작가인 '이즈마 교카'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즈마 교카(1873~1939)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살았던 것이다.

이 때는 각국이 근대화의 열풍이 불던 시기이고, 특히 일본의 서양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던 때이기 '문학' 역시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서양 문학의 영향으로 리얼리즘에 입각한 소설들이 쓰여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즈미 교카'는 금속공예가 아버지와 예능인 집안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자라면서 전통문화를 많이 접해 왔기에 일본 낭만주의 문학에 작가 나름의 독자적인 경지를 열어나가게 되는 것이ㅏ.

그가 소재로 삼았던 것은 이계의 공간과 고전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에 요괴, 민담, 설화, 전통문화 등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즈미 교카'는 자신이 작품활동을 하던 시대에는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당시 독자들이 서구문학에 영향은 받은 작품들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즈미 교카'는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된다.

특히, 일본인으로서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설국>을 쓴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를 흠모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이즈미 교카'라고 하면 '환상문학의 대가'라고 칭하고 있으니, 요즘 환상소설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들은 특히 주목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를 읽으려는 이 무지한 독자는 이 책의 제목 사이의 점조차 발견을 하지 못하고 스님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초롱불 노래를 연상했으니...

나 자신도 좀 황당스럽다.

이 책은 <고야산 스님>과 <초롱불 노래> 두 작품을 묶어 놓은 것이다.

책자체가 얇으니 거의 100 페이지 남짓한 이야기들이다.

<고야산 스님>은 어릴적에 우리 자매들이 한 방에 누워서 잠이 들기 전에 엄마, 아니면 그 누군가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연상하게 만든다.

잠들기전에 듣는 이야기들은 좀 등골이 오싹한이야기들이었다. 달걀귀신이야기, 팥죽이야기, 화장실이야기 등.... 그 이야기를 들으면 밤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기 무서워서 동생을 꼭 깨워서 같이 가곤 했다. (실내에 있는 화장실이었는데도....)

아니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센괴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연상되는 그런 느낌의 작품이기도 하다.

뿌연 안개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같은......

이 작품은 1900년작으로 행각승인 '리쿠민사 슈초'는 기차에서 우연한 이야기의 일인칭 화자인 '나'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같은 여관에 들어가게 되고 하룻밤을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되는데, 잠들기 전에 '나'는 행각승에게 그동안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고, 그 이야기가 바로 자신이 젊은 시절에 겪었던 마녀(요괴)와의 만남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또 그 이야기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삼중 액자소설'이다.

행각승과 나의 만남 이야기.

그리고 행각승이 들려주는 마녀를 만나게 되는 체험담..

그리고, 영감이 들려주는 마녀의 정체와 그 지방에서 일어났던 홍수이야기.

젊은 시절에 행각승이 깊은 산 중에서 약장수가 만나게 되는데, 그는 갈림길에서 아모고개로 향한다. 그런데, 그 길의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를 구하기 위해서 그의 뒤를 쫓아가다가 수난을 당하게 되고, 마침내 산 속의 외딴집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미모의 여인과 바보가 있다. 그리고 동네 영감과 동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속의 험한 산 속의 풍경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요상하고 기이하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하게 되고, 외딴 집의 아름다운 여인의 행동이 요괴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고 나면, 여인의 행동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고야산 스님>은 마계를 다룬 작품 중에는 가장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다음 작품으로 <초롱불 노래>는 이 이야기를 읽는 초반에는 생소한 이야기에다가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혼돈스러울 정도로 집중이 힘들고, 이해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이 작품에는 두 공간이 존재하기때문이다.

하나는 우동가게인데, 이곳에서는 떠돌이 악사가 자신의 지난날의 이야기를 안주인과 안마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이다.

또 다른 공간은 미나토야 여관인데, 소잔의 딸 오미에가 <해녀>를 춤추는 장면이 전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속에는 노가쿠와 관련이 있는 네 사람이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다가 이야기가 두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었다.

또한, 일본의 인명, 지명, 전통문화에 관한 내용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기에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막히게 되는 것이다.

<초롱불 노래>는 책의 뒷부분의 해설부분을 참조하면 영화적 연출기법을 다수 반영하였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많은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책을 읽기에는 집중력을 많이 요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두 작품은 <고야산 스님>은 이해하기가 쉬운 편이었지만, <초롱불 노래>은 좀 집중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를 통해서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일본 문학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었다.

마계, 요괴는 일본의 애니매이션 영화 등을 통해서 접해 보았지, 문학작품을 통해서 읽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낯설기만 한 것이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는 것은 책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의 장점인 것이다.

이래서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김재진 지음 / 시와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인 '김재진'은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서 당선되어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그후에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되게 된다.

그런데, 그의 꿈은 첼리스트가 되는 것이었기에 첼로를 전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불교 방송에서 방송 피디로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영성적인 음악을 CD로 기획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있는 지금까지의 흔적을 보면 '치유와 위안을 전하는' 일들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치유의 시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를 이전에 알고 있었을까?

아니다, 나는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를 통해서 시인 김재진을 처음 만나게 된다.

이 책 속에도 어김없이 그의 마음이 담긴 '위로와 치유의 시' 80편이 실려 있다.

" 그의 시는 사람들의 아픈 구석을 어루만진다. 이를테면 그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아픔부터 눈에 들어 오는 시인이다. " (p. 138)

백 마디의 말 보다도, 몇 장의 글 보다도 그의 시 몇 편을 감상해 보는 것이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누군가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햇볕과 그 사람의 그늘을

분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두운 밤 나란히 걷는 발자국 소리 같아

떨어져도 도란도란

가지런한 숨결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 속에 가려 있는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새 바람 들여 놓듯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p. 29)

새벽에 용서를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 닫게 했음을.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p. 34)

내 안의 어둠이 내 밖의 사랑과 만나 빛이 되기를

내 안의 파도가 내 밖의 바다와 만나 새가 되기를

내 안의 분노가 내 밖의 거룩함과 만나 용서가 되기를

내가 뭔가를 간절히 원하며 기도할 때마다

갈망하는 그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내가 세상으로부터 상처 받는 그 순간마다

이름으로부터 많은 것 배우게 하소서.

내가 고독함에 시달리는 그 순간마다

묵묵히 외로움 받아들이는 섬으로 있게 하소서. (p. 71)

바람, 나

내 안에 바람이 있다.

내 안에 불이 있다.

내 안에 산이 있고

내 안에 오래도록 묻어둔 항아리가 있다.

내 안에 피는 이 꽃들을,

숨 막혀 터질 것 같은 향기를,

전할 수 없어 아쉬워라 그대여

빛나던 그 별들을 다

헤아릴 수 없어 안타까워라.

우리가 우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우리 속에 있으니

나는 나 하나로 가득할 뿐 부족할 것 없다. (p. 103)

특히, 이 책은 눈과 귀와 마음으로 읽는 최초의 동영상시집이다.

이 책 속에 있는 QR 코드를 휴대전화로 찍으면 음악과 영상시를 감상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서양의 신화인 '그리스 로마 신화'는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서양의 꽃에 관련된 전설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전설, 설화들은 그리 잘 알고 있지 않은 듯하다.

'바리데기'라는 설화를 알고 있는가?

이 설화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황석영'의 <바리데기/ 황석영 ㅣ 창비 ㅣ 2007>를 통해서 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바리'는 탈북소녀인데, 보통의 소녀가 아닌 영혼이나 짐승과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소녀이다. 중국을 거쳐 런던으로 밀항을 하고, 여러 차례의 어려움 끝에 파키스탄 청년과 결혼을 하게 되지만, 행복은 잠깐 그녀는 미국의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게 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설화 속의 '바리'처럼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면서 용서와 구원의 생명수를 찾아 다닌다는 이야기이다.

황석영 작가의 뛰어난 소설적 감각으로 설화와 초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인종, 종교, 문화, 이데올로기를 넘어 전쟁과 테러가 없는 인류를 만들어 나간다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번에 읽게 된 '박정윤' 작가의 <프린세스 바리>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황석영의 <바리데기>와는 또다른 느낌의 설화 '바리'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 옛날 옛적에 불나국이라는 나라에 외귀 대왕님이 있었어. (...) 그개 일곱 번째 아기를 잉태했지. 길대 부인 마마는 사내아이를 얻은 꿈을 꾸었다고 오귀대왕께 말했는데, 낳고 보니 일곱째도 공주였던거야 (...)" (p. 169)

그래서?

이 설화에서 처럼, 연탄공장 사장 부인은 딸을 줄줄이 여섯을 낳고, 아들 낳기를 고대한다.

산파가 받는 아이는 아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산파에게 애를 받도록 하지만, 그것도 효험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낳게 된 일곱 번째 아이는 어미에게 버림받고 산파의 손에 들려서 그 도시를 떠나게 된다.

산파와 그녀의 어릴적부터의 라이벌 관계였던 토끼에 의해서 키워진 바리의 파란 만장한 삶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프린세스 바리>에 등장하는 배경은 수인선이 지나가는 잘 나가던 도시.

공단지역이 있고, 차이나 타운이 있고, 양키 시장이 있는 곳.

그러나 지금은 수인선이 폐쇄됨에 따라 낙후하고 몰락한 도시. 그 도시에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

그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어릴적부터 성장기에 보아 왔던 곳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소설 속의 '바리'처럼 아들을 낳기를 원했던 집안의 아홉 딸 중의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바리'처럼 죽음으로 가는 길로 안내하는 능력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독초를 다룰 줄은 모르지만, '바리'가 느꼈을 생각들의 일부분을 공유하기도 했던 것이다.

" 그들은 아무도 아프지 않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나는 토끼 할머니가 읽어준 이야기처럼 내가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거칠고 험한 길을 떠나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그곳에 내 자리는 없었다. 나는 그들의 고요한 생활을 휘젓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는 평범하고 반듯한 그들의 삶에 끼어들 자신이 없었다. " (p. 114)

설화 속의 '바리'의 이야기는 지역에 따라서, 구술자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와 '프린세스 바리'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암울하고 칙칙하고 읽은 후에 느낌이 멍멍하다는 것은 같을지 몰라도 두 이야기가 추구하는 바는 다른 것이다.

<프린세스 바리>의 바리는 가장 본능적인 인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잠시 출생의 비밀을 더듬어서 자신의 가족을 찾아가지만, 그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기 싫어서 말없이 돌아서야 하는 것이다.

학교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잘 사는 것에 욕심도 없고,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

그러나, 세상은 그런 그녀를 가만 놓아 두지를 않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용하려는 자들도 있는 것이고, 그녀의 행복을 짓밟는 자들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행하는 자살 안내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서슴없이 고통받는 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도와주기도 한다.

<바리데기>를 읽은 후에도 마음에 개운한 느낌보다는 무언지 모를 앙금들이 가라 앉았는데, <프린세스 바리>도 역시 읽은 후의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다.

이 소설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제 2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인데, 제 1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인 <난설헌/ 최문희 ㅣ 다산책방 ㅣ 2011>때도 그런 생각들이 들기도 했었다.

소설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개운함이나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여운보다는 암울한 삶의 여인들의 모습이 칙칙하게 남게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