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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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잔의 커피 속에, 잔잔히 흐르는 음악 속에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사랑이 깃들여 있다면 그곳을 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치바현의 아주 작은 해안가 마을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카페가 있다.

이곳을 찾으면 하얀 강아지가 손님을 맞이해 준다. 오른쪽 앞다리가 무릎 아래쪽(사람으로 치면)까지 잘려진...

카페에서는 창문 너머로 후지산이 보이고, 앞에는 바다가 파랗게 펼쳐져 있다. 이 작은 카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지개가 피어있는 곶의 모습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이다.

카페의 주인인 에쓰코는 정성을 가득 담아 한 잔의 커피를 내놓는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면서...

무지개 곶의 찻집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에 우연히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한 번 이 곳을 알게 되면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이곳을 찾게 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지친 삶을 내려 놓고, 음악을 듣고 주인 할머니인 에쓰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 여름으로 나누어져서 6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된다.

첫번째 이야기는 아내의 장례식을 막 끝낸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다. 그는 아내를 급성골수 백혈병으로 잃고 4살짜리 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엄마를 잃은 딸에게 태어나서 4년 동안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내가 하던 것과 똑같은 일상과 언행을 하려고 하는 그의 앞에 9일이란 연휴가 놓이게 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딸과 함께 보낼 것인가?

마침 그날은 비 개인 후의 아침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활짝 피었다. 딸은 그 무지개를 잡으러 가자고 한다. 그래서 떠나게 된 무지개 찾기 모험.

차를 타고 달리던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 작은 찻집, 도착하자 마자 그들을 맞이하는 하얀 강아지.

아빠와 딸은 그곳에서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어나는 한 폭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잔잔히 울려 퍼지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그는 도예가였기에 나중에 무지개가 그려진 찻잔을 선물하게 되고, 에쓰코는 그 찻잔을 애지중지 아끼면서 손님들에게 따뜻한 차를 담아 낸다.

이렇게 <무지개 곶의 찻집>속의 주인공들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고, 삶에 지쳐서 어딘가를 헤매다가 우연히 이곳을 찾게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취업의 실패를 거듭하던 젊은이가 취직을 포기하려는 마음으로 가지고 방황하던 중에 이곳을 만나게 되기도 하는데, 에쓰코는 그에게,

"망설여질 때 로큰롤처럼 살기로 하면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한 곡의 음악은 '서핑 사파리'

경제 불황으로 살 길이 막막한 칼갈이가 어느날 밤에 몰래 이 카페에 숨어든다. 자신이 만든 날카로운 칼을 한 손에 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 도둑 앞에 나타난 한 폭의 무지개 그림, 그림에 매료되어 있을 무렵에 어디선가 커피 끓이는 소리와 함께 조용히 울려 퍼지는 멜로디.

'더 프레이어'가 잔잔히 들려 온다.

" 조, 조용히 해 돈 돈 내놔."

"나는 지금 조용히 하고 있고, 돈은 저기 있잖아요, 뭐 조금 밖에 없기는 하지만"

도둑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추락한 모습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15년간 에쓰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에쓰코를 사랑하기에 그녀에게 은근히 청혼을 하는 의미로 틀어주기를 희망했던 <러브 미 텐더>.

그리고 그가 에쓰코에게 남기는 선물. 천체 망원경과 달 나라의 작은 땅.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사랑은 한 사람은 곶에서, 한 사람은 배 위에서 떠나 보내게 되지만, 그것이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가슴이 아픈 사랑이야기 인 것이다.

또한, , 에쓰코가 어려서 부터 키웠던 조카 고지의 이야기.

그리고 에쓰코의 남편의 이름을 그대로 딴 하얀 강아지 고타로의 이야기.

에쓰코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지만, 유기견이었던 고타로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에쓰코가 왜 이곳에 정착하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남편이 남긴 마지막 작품인 저녁놀에 물든 바다와 무지개가 그려진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마음을 잔잔하게 울린다.

그리고 책 속의 6편의 이야기에는에쓰코가 틀어 주는 음악이 한 곡씩 함께 한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모리사와 아키오가 치바현에 있는'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하여 그곳의 경치와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소설로 썼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6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마음에는 잔잔한 물결이 어린다.

에쓰코가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였던 음악이 귓가에 잔잔하게 흐른다.

무지개 카페를 찾은 한 사람만을 위한 커피,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맞는 한 곡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 걸즈 온 더 비치 (Girls On The Beach), 더 프레이어(The Prayer), 러브 미 텐더 (Love Me Tender), 땡큐 포 더 뮤직 (Thank You For The Music)...

지금 이 순간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 중의 한 곡을 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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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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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세계문학전집 속의 명작들은 거의 중,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다. 중학교 때는 주로 한국문학전집이나 해외 작가들의 단편집을 읽었고, 고등학교 때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헤르만 헤세 등의 불후의 명작을 읽었다.

아마도 내가 <노인과 바다>를 처음 읽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것이다.

독후감 숙제로 필독 도서 목록이 나왔고, 그 목록의 책중에 집에 헤밍웨이 전집이 있어서 <무기여 잘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노인과 바다>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던 중에 <노인과 바다>는 이야기의 줄거리도 별로 없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큰 물고기를 잡은 노인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인 것이다.

그 책은 너무도 지루하고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래서 읽던 중에 책을 덮어 버리고 지금까지 <노인과 바다>를 읽지 않았다.

'헤밍웨이'하면 <노인과 바다>를 많이들 언급하지만, 나에겐 그저 지루하기만 했던 그 기억이 전부였다.

책읽기를 좋아해서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책에 빠져 있던 열 몇 살 소녀에게는 그 여름의 무더위가 <노인과 바다>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이후, 나는 이미 줄거리는 다 알고 있는 책이니, 구태여 <노인과 바다>를 다시 펼쳐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를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된 <노인과 바다>를 읽게 되었다.

까만 책표지를 접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읽다만 그 책이란 점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내 손길은 빨라졌고, 내 눈은 이미 책 속에 빠져들었으며, 내 가슴은 이미 깊은 감동으로 벅차 올랐다.

왜 많은 사람들이 <노인과 바다>를 불후의 명작이라고 이야기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출판 작품이기도 하고, 1953년에는 퓰리처 상을 받았고,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던 작품이 <노인과 바다>이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노인과 바다>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짧지만, 그 느낌은 그 어떤 작품보다 깊이가 있었다.

♡ 노인과 소년의 서로에 대한 믿음.

소설의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아마도 우리의 어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노인이다.

젊은 시절에는 제법 물고기도 많이 잡고, 패기가 넘쳤었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늙고 기운이 없는.

더군다나 84일째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는 외롭고 쓸쓸한 노인이다.

"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과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p.10)

여기에 노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항상 챙겨주는 소년 마놀린.

노인에게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웠고, 함께 큰 고기를 잡았던 기억을 가진 소년이 있기에 이 소설은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노인이 먹을 저녁 끼니가 없지만, 노란 쌀밥이랑 생선 요리 한 냄비가 있다는 말을 믿는 척하면서 먹을 것을 챙겨 주는 마음.

그리고 비록 지금은 노인곁을 떠나 다른 배를 타지만 그 누구보다도 노인을 존경하고 보살펴 주는 그 마음이 푸근하다.

"물론, 유능한 어부들이 많을 테고 그중엔 훌륭한 어부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고는 할아버지뿐이에요." (p.24)

노인과 소년의 친밀한 관계가 이 소설의 뒷부분에서 바다에서 사투끝에 돌아온 노인을 본 소년의 눈물이 그것을 더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제는 다시 노인과 함께 배를 타겠다는 소년의 마음은 노인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은 노인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노인이 바다 위에서 힘들 때마다 항상 독백처럼 읊조리는 한 마디의 말.

"그 애가 곁에 있으면, 그 애가 곁에 있기만 하다면" (p.86)

♧ 노인의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불굴의 의지

84일째 물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이 85일째 바다로 나간다. 노인에게 85는 행운의 숫자이다.

이미 87일째 고기를 잡지 못했던 최고의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행운의 숫자인 85일째의 날은 정말 행운이 따라주었다.

순식간에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무게감은 대단하다.노인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센 물고기. 줄을 등 뒤로 넘겨 걸치고 물고기와의 사투가 시작된다.

노인은 물고기의 심리상태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늠해 본다. 언제 물 위로 뛰어 오를지, 언제 배 옆을 원을 그리며 돌 것인지....

얼마나 큰 물고기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줄을 당기고, 풀어주고.... 이틀 낮밤을 물고기와 신경전을 벌인다.

" 물고기야" 노인은 다정하게 , 하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죽을 때까지 네 놈과 함께 가겠다." 아마 저 놈도 나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지, 노인은 생각했다. " (p. 54~ p.55)

이때의 노인은 노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성취감에 그 어떤 일이 닥쳐도 결코 물고기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 노인의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

노인은 잠을 잘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집에까지 가지고 가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 마음 뒤에는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흐른다.

그리고, 지나가는 휘파람 새에게 구태여 매의 존재를 말해주기 보다는 어차피 스스로 충분히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이 휘파람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작은 배에 잠시 앉았다가 가는 것을 바랄 따름이다.

"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게 말이다." (p. 57)

노인은 물고기와의 여러 차례의 힘겨루기끝에 자신이 잡은 청생치를 배옆에 묶어 둘 수 있게 된다. 코에서 꼬리까지 5.5미터, 무게 700 kg의 대단한 크기의 물고기를.

그러나, 그 물고기를 발견한 청상아리가 가장 맛있는 부위를 뜯어 먹고, 겨우 청상아리를 쫓아 내자, 물고기의 피냄새를 맡은 삽날코 상어, 갈라노 상어 들이 계속적으로 달겨든다.

한 부위, 한 부위 뜯겨져 나갈 때마다 노인의 마음도 뜯겨져 나가는 듯하다.

차라리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볼 수 없는 심정이 되는데...

" 이게 다 꿈이라면, 그래서 내가 저 물고기를 낚는 일이 아예 없었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애당초 너를 낚은 게 잘못이었어." (p. 115)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떤 물고기도 잡을 정도로 강인했던 노인은 이처럼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정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소설을 읽은 후의 전체적인 느낌

<노인과 바다>는 쿠바 연안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는 노인의 이틀 낮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도 헤밍웨이가 쿠바의 아바나에서 바다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그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에 바다 풍경이나 고기잡이, 그밖에 바다 생물인 해파리, 바다거북, 새, 청상아리, 삽날코 상어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실감있게 표현되고 있다.

노인이 바다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면서 그 물고기의 무게에 의해서 배가 향하게 되는 배의 방향이나 움직임, 물고기의 상태 파악 등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문장 역시 짧은 내용의 이야기인 것을 생각할 때에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문체가 돋보인다.

그런 전체적인 표현 속에 산티아고 노인의 독백이 잔잔하게 책 속에 깔리는 것이 노인의 강인한 도전 정신과 함께 부드러운 인간미가 넘쳐나가 하기도 한다.

만약에 이 소설 속에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동행을 하는 구성이었다면 이처럼 노인의 늙고 외로운 모습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얀 마텔 ㅣ작가정신 ㅣ2004>에서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구명보트 안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여야만했던 소년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산티아고 노인의 경우가 강도도 약하고, 기간도 훨씬 짧기는 하지만, 같은 류의 설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강한 감동을 주는 <노인과 바다>가 나에게는 그동안 지루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다시 읽을 생각조차 하지를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제대로 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데도 나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과 바다>처럼 이런 작품은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되는 청소년들은 이전의 나처럼 <노인과 바다>가 그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노인과 물고기와 벌이는 한바탕의 싸움이라는 생각 밖에 못 할 것이다.

노인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고, 소년의 눈물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언젠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 유시민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2009>를 읽으면서 내가 청소년기에 읽었던 세계 문호들의 명작들이 배경지식없이 줄거리 위주로 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때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책들을 읽지 못하고 있다.

매일 매일 새로 출간되는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읽다보니, 오래전부터 많은 독자들에게 불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언젠가 읽었으니까 하면서 다시 읽게 되지를 않는다.

앞으로는 좀더 그런 책들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읽다가 덮어 버렸던 <노인과 바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읽으니, 그 감동은 배가 되는 것같다.

이래서 불후의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의 손에 들려지게 되고,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마음에 더 깊은 감동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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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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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읽으면서 소설 속에서 세종을 만나기도 했고, 신윤복과 김홍도를 만나기도 했다.

물론, 이 소설들은 역사 속의 인물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역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소설의 허구성이 많이 가미된 작품들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역사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정명 작가만의 색다른 감각과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탁월한 능력때문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그 어떤 작가들보다도 작품을 쓸 때에 많은 자료들을 찾고 오랜 기간에 걸쳐서 구상하고 쓰고 다듬고 다시 쓰기를 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천년 후에>를 쓸 때는 3년간을 매일밤 틈틈히 썼고, <뿌리깊은 나무>는 10년의 구상과 집필을 거쳐서 독자들 곁에 온 소설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조선시대의 '훈민정음' 창제를,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과 '김홍도'의 풍속화가 소재가 되는데, 여기에 살인이라는 장치가 가미되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는 <다빈치코드>나 <장미의 이름>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정명의 소설 중에 '악의 추억'은 또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기존의 소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상도시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다.

살인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살인사건으로 연결되면서 다른 죽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살인사건은 단순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충격은 도시 전체로 번지게 되는 '다중 나선형 연쇄살인'인 것이다.

<악의 추억>은 <천년 후에>, < 뿌리깊은 나무>, < 바람의 화원>처럼 2권으로 구성되지 않은 한 권짜리 소설이지만 이 소설이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을 읽은 후에 마음 속에 긴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증오와 사랑, 기쁨과 슬픔은 상반된 감정이지만 심리적인 자극이란 점에서 같아요, 극도로 증오하던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거나 기쁨이 극에 이르면 눈물을 흘리는 현상말이예요, 범죄자를 증오하고 뒤쫓으면서도 그들을 동정하는 형사의 심리도 마찬가지죠" "정반대의 감정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뇌가 감정을 착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죠" (악의 추억 p. 195)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 무엇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무엇이 '욕망'인지 '의심'인지 인간의 내면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동안 이정명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가졌던 좋은 느낌들때문에 <별을 스치는 바람>을 주저 없이 읽기로 했다.

몇 개월 전에 읽었던 구효서의 <동주 >를 떠올리면서 다시 윤동주를 만나 보고 싶기로 했다.

작가 '구효서'는 시인 윤동주 앞에 붙는 '민족', '저항'이라는 관형사를 조심스럽게 벗기고, 그가 반한 윤동주의 얼굴, 눈빛, 미소 등 사진에 박힌 그 모습 그대로를 재발견하고 싶어서 <동주>를 썼다고 한다.
<동주>는 미스터리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언어, 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윤동주의 죽음을 통해서, 그의 유고의 추적을 통해서 언어를 말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시인에게서 시인의 언어인 한국어를 번역하게 하는 것은 그의 시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의 제목은 <동주>이지만 윤동주는 이 소설의 화자도 주인공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뭔가 좀 아쉬웠던 마음을 <별을 스치는 바람>을 통해서 채워 보고 싶은 마음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세종대왕에 이어서, 신윤복, 김홍도 그리고 이번에는 윤동주.

윤동주의 시 한 구절 정도는 우리 국민이면 읊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지는 시인 윤동주.

이정명은 그의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 책장을 넘기는 손이 바쁘기만 하다.

윤동주가 옥사를 하기 1년전인 1944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이 소설의 발단이다.

간수중에 가장 악질인 스기야만 도잔이 살해당한다. 아주 처참한 모습으로.

철창 속에 갇힌 조선인 죄수들. 그 중에 최치수가 살인범으로 잡히게 되는데....

살해된 스기야만 도잔의 안 주머니에서 나온 모서리가 낡은 갱지 한 장.

그 갱지 속에 씌여진 시와 살인사건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스기야만 도잔은 간수이자 검열관인데, 인정사정 없는 냉혹한 자, 거칠고 잔혹하기 그지 없는 자이다.

그런데, 의외로 의무실의 간호사 미도리는 그를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의 모습과 그 음률이 좋아서 피아노 조율을 배우기도 했었다는 스기야만.

한 인간의 내면 속에는 이처럼 완벽하게 다른 면이 존재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살인 사건을 맡게 된 간수인 '나'는 독방의 변기통 아래로 뚫린 탈출구를 발견하게 되고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제까지 밝혀 지지 않았던 스기야만 도잔과 히라누마 도주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책으로 만남을 가졌던 장소까지.

그들은 시(詩)라는 고리와 책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스기야마 도잔은 악랄하기 그지 없는 간수이자 검열관인데, 원래는 글을 알지 못했다. 검열을 위해서 글을 배우게 된다.

히라누마 도주, 즉 윤동주는 어떤 계기로 해서 조선인들의 편지를 일본어로 대필해주는 일을 하게 되는데, 스기야마의 검열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문장력을 발휘하여 편지 대필을 해 준다.

이를 검열하던 스기야마는 윤동주의 글에 차츰 차츰 매료되고 그의 시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가 편지 대필에서 언급하는 책들이나 작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문학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잔인하기만 한 스기야마의 마음을, 그의 혼을 사로잡는 윤동주의 시들.

검열을 위해서 들었던 붉은 펜을 내려 놓게 만드는 윤동주의 편지글들.

차마 압수된 윤동주의 책들과 시를 불태우기를 두려워하는 스기야마의 마음.

윤동주가 시를 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것을 도와주려고 하는 스기야마.

" 시인은 깊은 산 속의 오솔길을 안내하듯 문장의 미로를 펼쳐 보였다. 스기야마는 헐떡이는 사냥개처럼 인용된 작가들과 작품을 찾아 서가 틈을 헤맸다. (...) 밤새 미심쩍은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를 헤맸다. 불온한 문장을 찾을 수 없었지만 문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했다. 히라누마 도주는 순결한 시인일지 모르지만, 교활한 글쟁이기도 했으니까. " (p. 213)

이 소설 속에는 윤동주의 시들이 다수 소개된다. 그리고 윤동주가 좋아하던 시인들인 '프랜시스 잠', '라리너 마리아 릴케'의 시들도 함께 실려 있다.

이 책 속에 실린 시에서 어쩌면 이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윤동주의 시를, 그리고 다른 시를 읽는 것도 또한 큰 재미이기도 하다.

스기야마의 살해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 '나' 역시 어머니가 중고 책방을 하는 가정에서 자랐기에 책벌레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그 역시 살인 사건을 통해서 윤동주의 시를, 그리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졌기에 이 사건이 차츰 차츰 미궁에서 새로운 단서들이 나타나는 것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 것인지 번뇌하게 된다.

가르치지 않아도, 변화를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고 스스로 변화하게 되는 하는 것은 그 무엇때문일까?

스기야마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시킨 것은 그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문학, 책, 시....

참혹한 후쿠오카의 형무소 안에서도, 비열한 전쟁 속에서도, 잔혹한 인간들로부터의 탈출구가 된 것은 바로 문학의 향연이 아니었을까.

윤동주는 스스로 1945년 11월 30일에 형을 마치고 걸어서 후쿠오카 형무소를 나가겠다고 이야기하곤한다.

과연 그는 형을 마치고 형무소를 걸어서 나올 수 있었을까....

이미 결론을 알고 있기에 그에게 가해졌던 생체 실험의 이야기를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읽으면서 더 이상 조선어로 시를 지을 수 없었던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그리고 시인과 검열관으로 만났지만 윤동주의 시로 인하여, 윤동주의 편지 속의 문학작품들로 인하여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이 전쟁 중에 만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아직도 제 2차 세계대전 중의 침략 행위와 그 당시 자행되었던 수많은 일들을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에게 이 책은 꼭 읽어 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한 문장, 한 문장. 한 구절, 한 구절.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 읽어야 할 정도로 필치가 두드러진다. 빨리 읽어 내려가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력이 뛰어나다.

또한 이정명 소설의 특징인 빠른 전개와 강한 끌림이 있기에 속도감이 붙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2부로 들어가면서 더 큰 감동과 가슴이 아려오는 슬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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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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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님의 청소법>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책이 있다. 약 10 여년 전에 읽었던 <단순하게 살아라 /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로타르 j. 자이베르트 공저ㅣ 김영사 ㅣ 2002>이다.

요즘은 '많은 것들을 가지기 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그당시만 해도 '삶을 단순화하기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하는 책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것들이 내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책상을 정리하는 방법에서부터 시간, 건강, 인간관계를 단순화시키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었다.

바로 <단순하게 살아라>와 비슷한 유형의 책이 <스님의 청소법>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ㅣ 21세기북스 ㅣ2010>처럼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집착을 버리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청소법'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코이케 류노스케'도, 이 책의 저자인 '마스노 순묘'도 일본인 스님이기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하게 살아라>와 <생각버리기 연습>이 한 권의 책에 묶인 것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스노 순묘'는 일본 겐근지의 주지스님이며, 대학교수이다. 그리고 '선(禪)사상과 일본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선의 정원 ' 창작 활동을 하는 정원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책 속의 저자 소개 글 아래에 있는 7가지 문장만을 기억하고 실천해도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모두 이런 생각에 잠길 것이다.

"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지금 당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 것일까요?"

그렇다. 몇 개월 전에 거의 십여 년을 살던 곳을 떠나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다지 소비성향이 강하지 않기에 꼭 필요한 물건들만을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사짐을 싸기 위해서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

몇 십년 전에 썼던 물건에서부터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까지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어디에 박혀 있다가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2년 정도 안 입은 옷은 거의 입을 확률이 없는 옷이다. 그런데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옷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거의 그렇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안 쓰는 물건은 그냥 다 버려야 할까.

그것은 아니고, 물건을 버리기 전에 재활용할 방법이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라'고 하니까 정말 잘도 버리는 우리 국민들.

물건을 사기도 잘하지만, 물건을 잘 사는 사람들은 버리기도 잘 하는 듯하다.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나오는 물건들.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서 구입되었다가 사용도 하지 않고 버려지는 물건들.

외국의 경우처럼 'Garage sale' (자신들이 안쓰는 물건을 차고에 내놓고 파는 것)이나 Vintage Market (중고 시장), 혹은 Car Boot Sale (자기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자동차 뒤 트렁크나 탁자에 쌓아 놓고 파는 시장)등과 같은 거래가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짊어지고 사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욕심, 집착, 분노, 미혹이라는 것들이 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님은 그래서 청소를 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청소란 더러움을 털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을 닦아 내는 것입니다." (p. 17)

청소후에 가벼워지는 마음, 상쾌해지는 마음, 그것은 집착이나 연민을 내려 놓게 하고, 욕심, 허세에서 자유로워지게 하고,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게 하고, 더러움이나 먼지를 깨끗하게 없애 주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이 책을 통해서,

청소와 정리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 실제로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 장소별 정리정돈 습관을 가르쳐 준다.

집에 들어오는 관문인 현관에서부터 시작하여 신발정리, 거실, 화장실, 욕실, 주방, 침실, 서재, 정원.

그리고 우리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과 서류정리까지.

이사를 하면서 불편했던 점 중에 하나가 어떤 물건이 어디에 놓여 있느가 하는 것이었다.

바뀐 집 구조때문에 같은 장소에 같은 물건이 놓이지 않은 경우가 있기에 그 물건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낭비해야 했는데, 항상 같은 장소에 정리를 잘 해 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물건을 줄이면 줄일수록 기분도 산뜻해지고 행동에도 헛됨이 없어집니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로 침실을 정돈합니다. " (p. 146)

" 마음의 흐림을 제거하면 언제가는 저절로 진실이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청소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닦듯이. 찌든 때를 벗겨 내듯이." (p. 178)

스님은 각 장소별 청소법을 가르쳐 주면서 '100 일동안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깨끗해진 방에서 좌선할 수 있도록 좌선 방법까지 친절하게 그림으로 알려준다.

바쁜 현대인들, 직장에 가기도 힘겨운 아침이지만, 꼭 아침에 청소를 하면 좋지만, 안되면 아침에 잠깐 10분 정도의 시간을 내서 정리라도 하고 출근을 하라고 하니...

이것도 힘들다면 출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벗어 놓은 옷들이라도 정리하면 어떨까 생각된다.

오늘은 우중충하던 날씨도 활짝 개고 따뜻한 햇살이 창문 너머로 들어온다.

오전에 청소까지 말끔하게 끝내니, 마음도 산뜻해진다.

바로 이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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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을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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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기에 서울의 이곳 저곳에는 추억이 깃든 곳이 많다.

그래서 서울의 가볼 만한 곳이나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에 대한 책들을 그동안 여러 권을 읽어 왔다.

<다시, 서울을 걷다>를 처음 만나게 된 그 순간에도 서울의 유서깊은 곳에 대한 단순한 답사기 정도의 책일 것이라는 단상으로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책과 함께 비닐에 싸여서 온 지도 한 장.

지도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우선 지도 속의 서울의 이곳 저곳을 눈으로 훑어 보면서 마음 속에 간직된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내 보았다.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놀던 곳들, 학창시절의 생활 반경이 되었던 곳.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에 거쳤던 곳들, 들렀던 곳들...

서울은 나에겐 그만큼 의미있는 곳이고, 추억이 깃든 곳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 일상을 걷다.

제2부: 장소를 걷다.

제3부: 의미를 걷다.

제4부: 문화를 걷다.

이 책의 첫 이야기인 '서울 지하철 제1호선'에 관한 내용은 바로 내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으로 쓰러진다. 그날은 지하철 1호선의 개통식도 있었던 날이었던 것이다.

그날 오후 갑자기 날씨가 어두컴컴해졌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 시각에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라 안은 어수선했지만, 지하철을 처음 대하는 서울 시민들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지하철 역으로 몰려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알고 있는 서울 지하철 제 1호선. 그러나, 이 책 속에서는 왜 지하철을 건설하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지하철 건설에 관한 비화들을 들려준다.

 

 

세종로를 거닐면서 만나게 되는 세종대왕 동상을 보면서 그 동상이 얼마나 권위주의적이며 전근대적인 디자인인지를 말해 준다.

 

 

성수대교의 붕괴, 소공동 차이나타운의 역사와 사라짐, 서울 마지막 달동네인 백사마을...

달동네 이야기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88 올림픽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판자촌 철거, 철거후에 밀리고 밀려서 가게 되는 곳.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하는 백사마을은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두메 산골같은 그런 곳. 거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의 3부 '의미를 걷다'는 한국 현대사에서 이슈가 되었던 곳들인 '남영동 대공분실', 위안부 문제로 시위의 현장이 된 '일본 대사관', 을사 늑약의 현장인 '중명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의 거리를 걸으면서도 잊혀졌던 곳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 곳들에 대하여 역사적 고찰에서 부터 시작하여 사회적인 분석까지를 담아 낸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서울 답사기로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책이다.

마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을 때에 느끼는 것처럼 저자가 답사하는 곳에 대하여 모든 분야에 걸친 고찰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30대 후반 이후에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호기심을 자료를 찾고, 직접 그곳을 가서 보고, 생각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의 기자 정신이 보통 사람들은 거리의 겉모습만을 보는데 반하여 그는 거리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청진동의 피마길을 가본 적이 있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 피마길은 평민들이 '만들어낸 공간'이 아니라 지배층에 의해 '주어진 공간'이자, 계급사회라는 특성상 힘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규율에 의해 '반강제된 공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백성들이 피마길을 수동적으로 받아 들였던 것은 아니다. " (p. 265)

허름하기는 했지만, 그곳에는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 먹거리 골목이었다. 해장국, 녹두 빈대떡, 낙지볶음...

대학 다닐 때에 청진동 낙지볶음을 먹기 위해서 여러 번 들렀던 곳이다. 너무도 매콤한 낙지볶음에 막걸리 한 잔.

이곳은 단순히 재개발해야 할 곳은 아니었다. 서민들의 애환이 깃들었던 곳이고, 추억의 공간이고, 현대사의 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개발에 의해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그나마 좁은 피맛골이 만들어졌지만, 옛날의 그 정취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재개발 당시에도 이곳은 조선시대의 상업 활동의 중심지였기에 구들장, 고랫등을 포함한 어물전 유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대로 덮어 버렸다고 하니....

" '역사적인 장소'라는 것은 그냥 눈에 보이는 장소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의 창고'이며 '문화적인 전통과 가치의 저장소'다. 기념할 만한 건축물이나 공간에는 단순히 흘러간 옛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해왔고 함께 해 갈 사람들의 지혜와 희망이 숨어 있다. " (p. 309)

 

저자는 이미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 가는 역사를 만나다/ 권기봉 ㅣ 알마 ㅣ 2012>를 펴낸 적이 있다.

 

 

이 책은 앞의 책과 시리즈로 엮어 졌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서울에 있는 곳들 중에서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현장들을 저자가 찾아 다니면서 그곳에서 우리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과거에 치중된 이야기들이지만, 과거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과거는 현재로 연결되는 것이고, 또 현재는 미래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우리가 알 것은 알고, 고칠 것은 고치고, 느낄 것은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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