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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평점 :
<하루키, 하루키>는 일본판으로는 <사람과 문학- 무라카미 하루키>로 일본 벤세이 출판의 <일본의 작가 100인> 시리즈 중의 한 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하면 국내 독자들에게도 인기있는 작가이기에 큰 관심이 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4년 권위있는 문학상인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곧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을 비롯한 하루키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2004년 노벨 문학상은 터키의 '오르한 파묵'에게 돌아 갔다.
지금까지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수상)와 '오에 겐자부로' (1994년수상)가 있으니, 일본인으로서는 세 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 왼쪽 :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른쪽: 오에 겐자부로 - 사진출처 : Daum 검색)
내가 가장 먼저 읽은 하루키의 소설은 <상실의 시대 >이다. 일본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으로 발표된 작품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알았다기 보다는 그당시에 TV에 나오는 CF가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음악이 흐르면서 상큼한 느낌의 여자가 <상실의 시대>를 읽고 있고, 그 곁으로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광고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하루키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 Norwegian Wood'에서 그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하루키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그가 결혼후에 재즈 카페인 '피터 캣츠'를 운영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고, 그의 작품들 속에는 어긋없이 음악이 인용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Q84>에 인용되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하루키의 책과의 만남은 <세상의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하루키의 마라톤 이야기와 일상이 담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더 흥미로운 책으로는 일본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논픽션으로 다룬 <원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도 있다.
최근의 작품으로는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도 하루키의 에세이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어떤 상황이 겹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소설 속의 캐릭터나 상황은 그의 삶 속의 어떤 부분들에서 가져온 것들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하루키의 에세이를 통해서는 그의 삶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찌 하다보니, 하루키의 책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그런 하루키의 모든 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키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철저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문학적 이야기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고 한다. 또한 그의 저작권 관리는 부인이 하고 있는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일화로는 몇 년전에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두 여주인공이 하루키의 고등학교 시절의 여자친구인 K와 부인인 요코씨가 아닐까 하는 추측성 기사를 썼다가 큰 곤혹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키의 작품 무대나 개인사와 연관되어 하루키가 언급한 이외의 글을 쓴 작가는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얼마나 까칠한 성격이면 하루키의 소설이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판매되는데도 한국 독자들을 위한 사인회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 <하루키, 하루키>는 어떤 책일까?
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본 작가 100인>에 관한 시리즈이다.
그래서 1부는 평전, 2부는 하루키의 작품의 줄거리와 작품감상포인트, 그리고 마지막에 하루키 연보가 담겨져 있다.



살아있는 작가의 평전이라고 하니, 이 책의 저자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같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평전에 쓴 글들은 오로지 하루키에 관한 연구서, 소설, 에세이, 대담, 인터뷰 기사, 편지 등에 드러난 사실을 근거해서만 썼다고 밝힌다.
평전부분에서는 하루키의 성장기나 가정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그가 밝힌 부분만을 쓰고 있다. 하루키는 비교적 일찍 결혼을 하여, 그가 좋아하는 재즈 카페를 열게 되는데, 그의 결혼과 삶의 모습이 부모에게는 탐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루키가 문단에 데뷔하는 것은 29살인 1978년 봄이고, 데뷔작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인데, 그가 <위대한 캐츠비>의 작가인 F.스콧 피츠제럴드를 좋아했기에 미국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경쾌하고 세련된 글을 선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다음 작품인 < 1973년의 핏볼>은 <군조>라는 문예지에는 실렸지만, '아쿠타가와'상에는 낙선되었는데, 그는 이 상에 연연했다는 것을 다른 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은 <하루키, 하루키>를 읽는 과정에서 하루키의 초기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재즈 카페를 운영하던 때에 밤에 한 장씩 쓴 작품으로 짧은 40개의 장으로 되어 있으며, <1973년의 핀볼>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니, 시간이 되는대로 한 번 읽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이 책의 평전부분은 하루키의 작품들을 따라서 그 작품이 쓰여지게 된 배경과 작품의 성격 등, 그리고 일본 문단의 반응, 심사평 등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2부인 하루키의 작품 소개는 먼저 줄거리를 소개하고 작품마다의 감상 포인트를 제시한다.
하루키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번역 출간되었지만, 그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다수 있어서,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올해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면 더욱 빛났을 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하루키의 인생을, 하루키의 문학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