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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맘대로 신간평가단 도서 베스트 5

 

(1)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2)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3) 책읽기 좋은 날

(4)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

(5)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2. 내 맘대로 한 권만 고른다면?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위화

  '위화'의 책은 <가랑비의 외침>밖에 읽어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번에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라고 해서 가벼운 신변잡기로 생각하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책,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였다고 해도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들을 검열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티벳에 대한 강압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30년동안에 정치 혁신, 경제적 발전은 이루어 졌지만, 그 화려함 뒤의 그늘이 있음을 알고 있었지요. 

위화는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로 부터 지금의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 개의 단어로 오늘의 중국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문화대혁명 시기의 이야기는 잔인하고 처절하기도 하고,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엾기도 하네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 이 책은 중국의 현대사를 조명해 볼 수도 있고, 위화의 글쓰기 과정도 엿 볼 수 있습니다.

 

 

3. 남기고 싶은 말

11기 신간평가단 에세이 부문의 평가단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중에도 서평기간을 맞추어서 좋은 서평들을 남게 주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신간 평가단 담당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문자를 보내시거나 글을 올리시는 시간을 보면 퇴근 시간이 많이 지난 시간인데도 업무를 보시는 듯하더군요.

덕분에 신간평가단은 좋은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알라딘  신간 평가단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좋은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4. 건의사항

신간평가단에 선정되신 분들 중에 책은 받고 서평을 남겨 주시지 않으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그동안 12권의 책을 받으시고, 적게는 3~4권의 서평만 남기신 분도 계십니다.

파트장으로서 그분들의 서재를 찾아 다니면서, 때로는 알라딘 서재에 오지 않는 것 같아서 다른 블로그를  찾아서 글을 남긴 적도 있는데, 신간평가단으로서 서평을 쓴다는 것은 최소한의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으로 인하여 신간평가단이 되고 싶었지만, 선정되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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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2-12-2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님, 활동하시면서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늘 저보다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하기도 했고요!! :)
12기 활동도 잘 부탁드려요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라일락 2012-12-24 17:36   좋아요 0 | URL
담당자님,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더 즐거웠습니다. 파트장이 아니었다면 다른 분들의 서평을 읽지 않았을텐데, 이런 기회가 주어졌기에 좋은 서평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12기에도 좋은 책 많이 읽고, 행복해질 것같아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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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장한 시기는 투철한 반공정신을 요구하던 시대였기에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그리 많이 읽지를 않았다. 그래서 중국 문학이라고 하면 낯설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의 저자인 '위화'는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세계적인 작가라고 일컬어진다. 그렇지만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첫 번째 장편소설인 < 가랑비의 외침/ 위화 ㅣ 푸른숲 ㅣ2007> 밖에 없다.

위화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는 <가랑비의 외침>, < 살아간다는 것>, <허삼관 매혈기>가 있는데, 이 3작품을 '인생의 3부작'이라고 일컫는다. 그것은 이 소설들은 유년, 장년, 노년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이기에 순서대로 읽으면 작품 이해가 더 쉽기 때문이다.

그중의 <살아간다는 것>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서 <인생>이란 영화로 만들어져서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내가 읽은 <가랑비의 외침>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조각 조각 흩어진 유년의 기억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파편적 기억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한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은 지는 좀 오래되어서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저자가 유년시절과 소년시절을 보냈던 1966년부터 10년간 진행된 문화혁명을 전후한 이야기이기에 암울하고 칙칙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위화의 산문집이다. 흔히 산문집이라고 하면 신변잡기를 늘어 놓는 경우가 많아서 읽은 후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산문집은 위화의 필력을 알 수 있기도 하고, 내용들이 알차서 읽은 후에 이전에 알지 못했던 중국의 모습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0년동안에 급성장을 하였다. 1960년대의 문화대혁명이 정치권력의 새로운 분배를 가져왔기에 중국 풀뿌리 계층에 거대한 기회를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면, 이후의 개혁개방은 경제권력의 새로운 재분배를 가져 온 것이다.

그런 정치적 변화와 경제 성장은 중국을 정치 지상주의에서 금전지상주의의 중국으로,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결핍의 시대에서 낭비의 시대로, 본능이 억압된 시대에서 욕망이 넘치는 시대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렇게 지난 30년간의 중국을 살펴보면 극단에서 극단으로 빠르게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극단에서 극단은 아직도 도농간에, 계층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부의 편중이 심각하여 그것은 중국의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서의 중국의 화려함, 그리고 그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그늘과 어둠을 이 책에서는 저자의 개인사, 가족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변화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분석해 보는 것이다.

위화는 중국을 10개의 키워드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등극하여 국제사회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지만, 텐안문 사건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들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은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에서는 이런 금지된 단어를 비롯한 문장들을 걸러 내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중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했고,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는 미국, 유럽,남아메리카 등지의 여러 나라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도 출간이 되었지만, 중국에서는 출간할 수 없는 책이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비판적이 글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빛이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또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보다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물 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 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인민' 중에서)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오늘날의 중국에 맞추어져 있으며, 오늘날의 중국의 삶의 모습과 함께 중국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문화대혁명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오늘날의 중국의 모습이 열 개의 키워드로 축약된 것이다.

10개의 키워드 : 인민, 영수(領水),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山寨), 홀유(忽悠)

키워드 중에는 중국인들만이 알 수 있는 키워드도 있다.

영수. 그것은 마오쩌둥을 일컫는 단어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영수는 신성하고 위대한 단어였으며, 그가 어떤 존재였던가를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마오는 때와 흐름을 살필 줄 아는 정치인의 소양과 시인의 고집을 지녔다고 하는데, 그의 주도면밀한 계획은 항상 즉흥적이었가고 한다. 진짜 영수가 서거한 후에는 산채(가짜)영수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위화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가 어떻게 책을 읽었고, 어떻게 글을 썼는가를 말해준ㄷ.

그 시절에는 서양의 소설들이 독초소설이라고 해서 모두 사라지고 사람들을 통해서 남겨진 몇 권의 책들이 암암리에 필사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사회가 얼마나 통제된 사회였던가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끔찍하고 처절한 이야기들은 문화대혁명 시대에 부정적 인물로 꼽혀서 자아비판을 받고 처형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심지어 처형장면을 보기 위해서 처형장을 메우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 (p. 124)

그의 소설인 <가랑비의 외침>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들이 이 책 속에 더 상세하게 씌여져 있는데, 소설이 아닌 현실 속의 이야기이기에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위화는 대자보를 붙이고 공개처형 장소를 찾아 다닐 정도였기에 그의 글은 피비린내와 폭력이 난무했다고 한다. 그런데, 꿈 속에서 자신의 공개처형 장면을 접한 후에 예전의 글에서 탈피하여 이성적인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 사실 삶과 글쓰기는 아주 간단할 때가 있다. 어떤 꿈 하나가 어떤 기억 하나를 되돌리면,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변하고 마는 것이다. " (p. 157)

우리에게 낯선 키워드로는 '산채'와 '홀유'가 있다. 이 키워드 역시 중국을 대변해주는 것들이다.

'산채'는 모방, 짝퉁을 이야기하는데, 심지어는 그들이 그렇게 위대하고 신성하게 여기던 마오쩌둥 산채 선발대회, 산채판 인터뷰까지 있다고 하니, 중국인의 짝퉁은 상품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이었다.

'홀유'란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허풍, 선동, 헛소리, 헛소문, 사기, 조롱, 희롱 등의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이 단어는 빠른 속도로 전국을 풍미하면서 산채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 사회의 윤리와 도덕성 결핍과 가치관의 혼란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위화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서 중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중국인이라면 숨기고 싶을 것만 같은 중국의 현대사 속에서의 중국인의 생각과 행동을,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의 부도덕적인 모습까지를 분석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위화는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 '고통은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자신의 고통을 함께 쓴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 아닌 글을 통해서 중국의 숨겨져 있었던 모습을 (미루어 짐작은 했지만) 그대로 접할 수 있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배낭에 담아 온 중국 / 우샹후이 ㅣ흐름출판 ㅣ 2012>이 있다. 대만의 존경받는 지식인인 '우샹후이'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중국을 종단여행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인데, 여행기라기 보다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책이다.

아버지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지리, 교육, 사상, 현재의 상황까지 함께 공부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중국의 미래와 그것이 세계사에 미칠 영향까지를 아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만인이 보는 중국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대만인이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인의 부도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에 중국인이 읽기에는 좀 거북스러운 점들이 있는 책이다.

위화라는 중국인 작가가 본 중국, '우샹후이'라는 대만인이 본 중국....

두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민낯의 중국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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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 역사와 추억이 깃든 우리 맛 체험기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부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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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팠던 시절에는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음식은 한 끼를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잡지책이나 신문 등에는 맛집에 대한 정보가 많이 실리고, TV프로그램에서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되는 맛집들은 방송에 나온 후에 얼마간은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빈다. 기다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가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에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돌아 온 기억도 있으니, 이렇게 추천되는 맛집들은 되도록 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경우에도, 리포터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격양되어서 듣기도 거부할 정도의 큰 소리로 감탄사만을 연발하기도 하고, 갓 잡아 올린 펄떡 펄떡 날뛰는 생선들을 카메라에 비치면서 떠들어 대기도 한다.

맛집 관련 프로그램들은 너무도 많이 방영되고, 프로그램의 성격은 대체적으로 어수선하다.

그렇다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맛집에 관련된 책들은 어떨까?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맛집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을 읽으려고 했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만약에 목포에 가게 된다면 맛있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디에 가면 맛있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이상으로 좋은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세 PD (손현철, 홍경수, 서용하)가 각각 제작한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KBS스페셜>, <역사 스페셜>, <환경 스페셜>, < 열린 음악회>, <TV 책을 말하다>, <다큐멘터리 3일>, <낭독의 발견>, <차마고도 > 등이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이런 프로그램들은 여러 번 보았기에 프로그램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기에 세 PD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차마고도>는 상당히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 왔었다.

이렇게 세 PD는 한국의 맛 문화권의 제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목포플 첫 미행지(味行地)로 삼았다.

" 여행지에서의 맛 체험은 그 땅과 바다, 숲에서 나온 식재료를, 우리 몸이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접촉해서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 (p. 7)

그렇기에 이 책 속에 담긴 맛기행은 맛집을 선전하기 위해서 과장된 내용을 싣고 있거나,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하지도 않는다.

차분하게 그 음식을 만들어 낸 목포의 자연과 문화를 맛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먼저 목포에 대한 소개로 부터 시작하기에 그 음식이 그 지방에서 발달하게 된 역사적 고찰이나 지역 설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목포란 고장의 역사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먼저 들여다 보아야 맛에 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목포, 그 지방에 음식에 대한 옛기록이나 자료들을 문헌에서 찾아서 알려주는 것이 향토 음식을 이해할 수 있는 원천이 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세 PD가 제작했던 프로그램들도 그렇지 않았던가 !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민어, 홍어, 낙지를 들 수 있다.

★ 목포의 얼굴이자 귀족 물고기인 민어~~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광어'

'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있단다.

복달임이란 한여름 복날 먹는 음식을 말하는데, 민어탕이 일품이라는 이야기이다.

♥ 전라도의 잔치에는 홍어가 빠지면 안된다고 한다. 홍어라면 삼합을 떠올리게 된다.

" 홍어의 삼합은 발효의 총체가 아닐 수 없다. 발효된 홍어와 김치 그리고 삶아 기름을 뺀 돼지고기를 발효된 막걸리와 함께하면, 발효의 오케스트라가 입안에서 펼쳐진다. " (p. 69)

♣ 낙지: 목포는 낙지요리의 천국이라고 한다. 연포탕도 일품이지만, 세발낙지, 밀국낙지, 기절낙지....

밀국낙지란 태안 사람들이 세발 낙지를 부르는 말로 수제비국에 넣어 먹는 낙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절낙지는 무엇을 일컫는 말일까?

기절낙지는 탕탕낙지라고도 하는데, 산 난지를 회로 먹기 위해서 칼로 탕탕 친 낙지 위에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을 뿌린 것을 말한다.

목포에서는 아니지만, 탕탕낙지를 먹을 때에 낙지는 분명 칼로 자라졌음에도 슬슬 죽어 있어야 하는 낙지가 슬슬 움직일때의 그 느낌...

인간의 잔인함을 생각하면서도 꼬들꼬들한 낙지맛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낙지호롱이라고 나무 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구워낸 것도 맛이 기가 막히다.

목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으로도 콩물, 조기, 팥죽 3가지를 꼽는다.

♡ 콩물 - 이것은 두유라고 할 수 있는데, 메주를 만드는 흰콩을 갈아서 그 물을 병에 담아 놓고 먹는데, 목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으니...

목포는 호남의 곡창지대로 쌀 생산량이 많은 곳이지만, 그 어떤 지역보다 배가 고픈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쌀을 수탈해감에 따라 쌀이 없으니, 대체작물로, 콩과 팥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콩물은 목포의 눈물과 마찬가지인 것이ㅏ.

♧ 팥죽 : 팥죽하니까 엄마가 동지날 가마솥에 끓여 주셨던 팥죽이 생각난다. 가득 끓여서는 동지날 먹고, 남으면 차게 두었다가 먹어도 맛있었던 동지 팥죽.

그런데, 목포에서는 동지날이 아니어도, 분식집이나 시장주변의 식당 등에서 팥죽을 어렵지 않게 아무날이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조기라고 하면 어릴적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봄이면 조기를 한가득 사셨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사월 초파일 무렵이 아니었는가 싶다. 우리집에는 계절마다 생선 등을 가져다 주는 장사가 있었는데, 조기철이면 조기를 가지고 왔다. 100 마리 정도는 되었을 것 같은데, 그 많은 조기를 장독에 차곡차곡 넣으시고는 켜켜이 소금을 왕창 뿌려 두셨다. 그리고는 장마철이면 독에서 조기를 꺼내서 쪄서 주시곤 했다. 간장게장도 역시 게가 많이 나는 철에는 팔팔한 게를 수십 마리를 사셨는데, 그 게들을 함지박같은 곳에 넣으면 옆걸음을 쳐서 슬슬 빠져 나오곤 했다.

우리 자매들은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도망다니기도 했는데, 어머니는 그 게를 잡아서 깨끗이 씻어서 독에 넣곤 하셨다. 게를 씻는 과정에서 게의 다리에 물리기도 하셨는데, 그렇게 해서 담군 간장게장은 맛이 들면 밥상 위에 올라왔다.

노랗게 알이 보이는 게딱지는 뜨거운 밥을 비벼서 맛있게 먹곤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울 엄마는 정말 살림꾼이셨던 것같다. 손맛 역시 좋으셔서 김장김치는 이 사람, 저 사람이 얻어가서 먹고는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하셨으니....

이 책 속에서는 조기매운탕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이외에도 목포의 간식으로는 크롬빵, 무화과, 쑥꿀레 등이 소개된다.

목포 음식은 개성이 뚜렷하고 강하기에 같은 전라도 음식인 전주 음식과는 또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책. 그러나 그 맛있는 음식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목포의 역사가 그 음식들을 만들어 주기고 했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자취가 그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한 것이다.

구태여 목포에 가면 이 집에 꼭 들려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목포에서 먹어 보아야 할 음식 이야기에 곁들여서 이 음식은 이 집에서 맛보면 좋을 것같다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게만 해준다.

그래서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각 내용이 끝나는 마지막 부분에 음식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만을 기록하고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이 전국을 발로 뛰면서 음식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했듯이,

<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는 세 PD의 세심한 취재와 옛기록이나 자료 조사 등을 바탕으로 목포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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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노트 공부법 - 하루 15분
와다 히데키 지음, 정윤아 옮김 / 파라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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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트는 학습을 하기 위한 보조 자료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정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학습 효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오래전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그당시에 명강의로 유명했던 서한샘 선생님의 강의 방법을 개그 소재로 삼았던 적이 있다.

강의도 강의지만, 그 강의에서는 노트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함께 보여 주었다. 강의를 하면서 중요한 부분에 별표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필요한 부분은 '밑줄 쪼악 ~' , '돼지 꼬리 땡땡' 등을 하라고 하는 위트있는 강의였는데, 그만큼 강의도 중요하지만, 강의내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노트정리가 중요하기에 명문대를 입학한 학생들의 잘 정리된 노트 정리법이 책으로 출간되기도 하였고, 그들의 공부 방법이 함께 설명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책은 박철범의 <박철범의 하루 공부법>이나 김현수의 < How to English> 등이 떠오른다.

이 책들은 학생들이 직접 공부를 한 이야기와 함께 노트정리법이 실려 있다.

< 하루 15분. 기적의 노트공부법>도 역시 실제로 열등생이었던 저자가 낙서식 노트를 이용하여 어떻게 공부하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은 정신과 의사이지만, 비지니스를 심리학에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와다 히데키 식의 낙서식 노트를 소개하게 되자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항상 꼴등만하던 열등생이 낙서식 노트 공부법으로 도쿄대 의학부에 합격하였다고 하니, 그 진가가 입증된 것이 아닐까.

학창시절이나 아니면 자녀들의 노트 정리를 한 내용을 훓어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각종 색깔의 펜과 형광펜까지 동원하여 깔끔하게 정리한 노트가 과연 학습효과를 높일 수가 있을까?

저자는 그와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 놓는 것이다.

노트 필기의 포인트는 언제든 다시 보았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와다 하데키의 노트는 낙서장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학습을 하는 도중 도중에 선생님의 농담까지도 필요하다면 필기를 하여야 하기에 그가 소개하는 노트는 깨끗한 노트가 아닌 것이다.

효과 만점의 노트는 노트 공부법의 핵심이고, 정보처리 능력을 높여 주기에 학습 효과가 증대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트는 단순한 기록장이 아니라, 공부할 내용을 좀 더 기억하기 쉽도록 가공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의 설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느낌까지 '설명부족!'. '너무 어려워!'와 같은 생각을 깨알처럼 써 놓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강의 스타일별로 노트 필기법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과목별로 어떻게 노트 정리를 하여야 하는가를 직접 노트 정리를 한 것을 토대로 설명해 준다.

낙서식 노트 공부법의 포인트는 하루 15분 복습에 있다. 그래서 매일 노트 복습 → 매주 노트복습 → 매월 노트 복습 등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 과목이라고 하여도 비문학, 현대문, 고전문학, 현대시의 노트 작성 요령이 조금씩은 다른 것이다.

저자는 명문대 입학생의 낙서식 노트를 소개하면서 2시간의 예습보다는 알찬 15분 노트 복습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낙서식 노트 정리법은 수업에 집중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고, 수업내용을 완전히 마스터 할 수 있는 노트 정리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마다 공부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꼭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개성에 맞게, 자신의 공부 스타일에 맞는 노트 공부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꼼꼼히 읽어 보면 어떻게 자신만의 노트 정리를 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많은 경우를 생각해 보아도, 우등생들의 노트는 보기 좋고, 깨끗하기 보다는 낙서식의 글들이 여기 저기 적여 있었던 것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루 15분의 알찬 노트 복습법으로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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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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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

제목부터 기분이 별로 안 좋다. 개를 비하하는 그런 문구가 마음에 안 든다.

'개 같은'이란 수식어는 '인간보다 못하다' 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사실은 개처럼 충직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니 '기분이 엉망인 날'이란 의미로 받아 들이며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첫 장면부터 중학교 3학년생인 강민이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찡코를 발로 차고, 때리고, 들어서 바닥에 내팽겨 치면서 '죽여 버리겠다' 고 난리를 피운다.

찡코는 유기견이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찡코를 강민이는 4년전에 집으로 데려와서 아버지의 허락을 겨우 받아서 키우고 있는 사랑스런 강아지다.

찡코는 강민이를 따르고, 강민이는 찡코를 보살펴 주면서...

그런데, 그 날도 집 밖에서는 아버지와 형이 싸우고 있었다. 아버지는 험한 말을 하면서 형을 때리고 있었다. 이런 일상이 싫었던 강민이는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싶었다. 맨날 싸움과 폭력이 난무하는 집.

그 집에서 일어나는 그런 광경이 너무도 싫었다. (싫어도 너무 싫어~~)

그래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찡코는 강민이에게 달려 들어 핥키는 것이다. 강민이는 그 순간 자신이

죽이고 싶었던 대상이 찡코로 변하게 되면서 잔인하게 강아지를 죽여 버린 것이다.

하얀 털에 갈색 점이 있는 코가 유난히도 찌그러져 못 생긴 찡코는 그렇게 갔다.

첫 장면부터 청소년의 잔인한 행동은 읽는 마음을 언잖게 만든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는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강민이의 상처투성이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옆집 누나 미나의 상처 받은 마음도 함께 담겨 있다.

강민과 미나는 비슷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거울처럼 닮은 상대방의 모습을 통해서 투시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폭력은 뒷골목에만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학교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가정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가하는 폭력만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많은 청소년 소설들은 사회 폭력이나 학교 폭력, 가정 폭력만을 다루어 왔다.

그런데, 그외에도 가정에서 형제간에 가해지는 폭력도 존재하는 것이다.

'형제는 싸우면서 자라는 것이지' 하는 생각에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형제간의 폭력, 그래서 거기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강민이의 엄마는 강민이가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이듬해 죽게 된다. 어린 강민이는 식물인간의 의미도 몰랐다. 아마도 엄마가 식물처럼 파란 잎이 돋아날까, 나뭇 가지가 생기나 할 정도로.

엄마가 죽은 후에, "집안은 폭력의 현장이 되어서 패고 맞고, 소리치고, 부수는, 개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 (p. 75)

그런 가정 폭력은 아버지와 형사이에 일어났지만, 아버지가 없을 때에는 형이 동생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심부름처럼 시키던 일들이 차츰 거센 폭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미나 역시 오빠의 폭력 속에서 성장기를 보낸다. "

" 그러다가 집에 오면 이유도 없이 나를 때렷어요. 재미 삼아, 장난 삼아, 쳐다보면 재수 없게 왜 쳐다보냐고 때렸고, 가만히 있으면 멍청하다고, 무슨 말을 하면 오빠한테 개기냐고 때렸어요. 글쎄, 나보다 두 살이나 더 먹은 게 어린 동생을 그렇게 쥐 잡듯 해서는 안 되잖아요" (p167)

강민은 찡코를 잔인하게 죽인 후에, 난폭해지게 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미나도 살이 찐 하마같은 자신의 외모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정신과 병원에서 미나는 찡코의 사진을 보게되고, 그 사진을 본 후에 사진 속의 강아지가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를 듣게 되고, 그것은 처음에는 찡코가 강민에게 보내는 신호인 줄 알지만, 사실은 미니가 기억하기 싫어서 잊어 버린 머루가 보내는 신호임을 알게 된다.

자신도 강민이 처럼 머루를 죽였던 그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머루는 미나에게 '그앨 사랑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강아지, 찡코와 머루.

강아지들은 강민과 미나를 마음의 상처로부터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동생을 때리는 행동은 가정내에서 부모가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에서 배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동생을 때리는 행동이 형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동생을 때리는 것이 장난처럼, 재미로 행해지다가 습관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폭력의 수위도 차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부모가 자식을 때리니까. 형이 동생을 때리니까. 오빠가 동생을 때리니까.

이런 생각으로 정당화 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강민과 미나가 살아온 기억들은 온통 상처 투성이이다. 폭력보다 더 무서운 기억인 것이다. 그래서 그 기억중의 일부는 하얗게 잊혀지기도 한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에.

"언제까지 그렇게 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래?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바로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서로의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가정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강민과 미나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지고, 그 과정에서 가족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그 대화는 가정 폭력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단서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잠깐 떠오른 기억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어느 집에 엄마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그 집에 할머니가 와서 살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심심할 것 같으니, 엄마는 작은 강아지를 누군가에게 얻어와서 기르게 되었다.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서 돌아다녔는데, 할머니의 손에는 긴 회초리가 들려 있었다. 그 작은 강아지가 할머니의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면 회초리로 때리면서 돌아 다녔다.

그 모습을 보는 마음이 참 안 좋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강아지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갔는데, 아파트에서는 키우기 곤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내려 갔는데...

어느날 1층인 그 집에서 개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갔다 돌아오던 중이어서 베란다 틈사이로 그 집의 광경이 보였다. 대학생 정도 나이의 아들이 혁대를 가지고 그 개를 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순간 아들과 내 눈이 마주치면서 그 아들은 개를 때리는 행동을 멈추었다.

그후에 그 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엄마는 사회적 위치가 아들을 잘 키워야할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직장 생활로 인하여 제대로 된 가정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강아지를 대하던 그 모습은 고스란히 지성과 이성을 갖추어야 할 나이의 손자에게 각인 된 것이라고 본다.

강아지가 잔인하게 죽는 장면으로 소설이 시작되었기에 그때의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인 <개같은 날의 인생>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의 독자들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의 대사들이 리얼리티를 중시해서 비속어가 난무하는 것이 읽기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요즘 청소년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니, 이런 것들도 부모 세대들이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정교육과 언어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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