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오사카 (2017~2018년 최신 개정판) Close up (에디터) 3
유재우.손미경 지음 / 에디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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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오사카를 갔다 온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이런 말을 전했다. '오사카에서 정말 한국인을 많이 만났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한국 여행자들은 빨간색 책을 들고 다니더라'는 말이다.

바로 그 빨간색 여행 가이드북이 <클로즈 업 오사카>인 것이다.

여행 가이드북 중에 여행자들이 많이 가지고 다니는 책으로는 시공사에서 나온 <Just go>시리즈, 알에치코리아에서 나온 <100 배 즐기기>가 있다.

이 책들은 지역별로, 나라별로 구성되어 있어서, 필요한 지역이나 나라를 중심으로 구입하면 세계의 웬만한 곳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다 찾아 볼 수 있는 여행가이드북 시리즈이다.

그런데 비하여 <클로즈업>은 홍콩, 일본, 도쿄, 오사카에 관한 4권의 책만이 나와 있어서 그 범위가 좀 적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클로즈업>을 가지고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떤 여행정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만큼 이 책의 저자들이 약 20 여 년간을 발로 뛰어 다니면서 취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클로즈업> 4권은 모두 유재우와 손미경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인데, 유재우는 대학시절 배낭여행을 가는 것을 시작으로 '잠깐 나갔다 올께요'하고 나가서는 8개월동안 실크로드 횡단 여행을 할 정도로 집떠나는 일이 일상인 사람이다. 그는 지금까지 42개국 500 여개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물론, 한 번 갔다 온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서 그 도시들을 여행한 것이다.

그 결과, 유재우와 손미경은 엘에치코리아의 < 100 배 즐기기>의 유럽, 캐나다, 호주와 뉴질랜드, 홍콩, 도쿄 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정도의 여행 전문가가 집필한 여행정보책이라면 신뢰감이 갈 것이다. 아니, 정말 한국인의 여행 스타일에 잘 맞는 구성으로 책을 꾸몄다.

책표지는 빨간색 바탕인데, 그 책표지를 둘러싸고 있는 또다른 겉표지는 오사카 시내 지하철 노선도, 교토 시내 버스와 지하철 노선도로 되어 있다.

그런데, 책표지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표지가 너무 얇아서 들고 다니면서 여행하다 보면 구겨지기 쉽다는 것이다. < 100 배 즐기기>처럼 비닐포장이 되어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펼치면 앞부분에 Map Book이 있는데, 도시의 정밀지도이기에 분철을 하여서 가지고 다니면 길을 찾기에 좋은 것이다.

버스노선도, 지하철 노선도, 그리고 오사카, 교토, 나라 전도 등이 실려 있다.

책은 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 아스카, 고야산으로 나누어서 그 지방에서 반드시 해야할 것들을 알려준다.

우선 여행자들의 일정에 맞게 스케줄짜기부터 시작하여 초보 여행자들을 위한 공항 관련 사항, 도시와 도시의 이동에 필요한 사항 등도 빠짐없이 알려준다.

심지어는 소요시간까지를 생각하여 시간대별 코스짜기까지 알려주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곳 중에 고야산이 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이즈미 교카'의 <고야산, 초롱불>이 생각난다. 책제목만으로 감성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엉뚱하게 이계(異界), 魔界, 요괴... 한밤중에 읽기에는 좀 소름이 짝~~ 끼치는 그런 으시시한 소설이었다.

이 책에 실린 2편의 소설 중에 <고야산 스님>은 1900년작으로 행각승인 '리쿠민사 슈초'가 기차에서 우연히 이야기의 일인칭 화자인 '나'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같은 여관에 들어가 하룻밤을 같이 지내면서 잠들기 전에 행각승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에 만났던 (요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그래서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고야산.

고야산은 오사카 남부의 작은 산악도시인데, 해발고도가 800 m의 고지대로 1,000 m 의 험준한 고봉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이다. 이곳은 1,200 년에 걸쳐서 세워진 사찰이 100여개가 있다고 하는데, 이곳이 '극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으로 신자와 참배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이즈미 교카'가 그런 소설을 썼던 것인가 보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오사카, 교토, 나라 등에 관한 여행정보를 얻으려면 이만한 책도 없을 것이다.

따뜻한 봄날, 벚꽃이 활짝 핀 때에 가면 좋은 여행지이기도 한 곳들.

그곳에서 Must know, Must See, Must Eat, Must Do, Must Bu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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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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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가 상당히 인기 있었던 청소년 소설이지만, 그 책을 읽지를 못했다. 그리고 <아가미>도.

그렇기에 소설가 '구병모'가 남성 작가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여성작가이다.

그녀의 소설 중에 첫 번째로 읽게 된 <피그말리온 아이들>

그동안 '피그말리온 효과'무엇인가를 알고 있었기에, 이 소설을 접할 때는 제목만으로 해피엔딩을 생각했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흔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로 해석된다.

그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 있다.

키프로스의 왕이자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갈라테이아'라고 하는 여인상을 조각한다.

원래 '피그말리온'은 여성들의 결점을 많이 알고 있었기에 여성을 좋아하지는 않았기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갈라테이아'라는 조각상을 만들 때는 자신의 취향을 충실히 반영한 이상형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피그말리온'은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한다. 그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상아 조각상은 인간 '갈라테이아'로 환생하게 된다.

(그림검색: daum: 장 레온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그래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 '피그말리온 효과'인 것이다.

그러니 <피그말리온 아이들>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생가할 수 밖에...

이 청소년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은 우울하고, 서글프고, 세상의 어두운 한 단면에 부딪혔지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어른들의 세상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마치 '공지영'의 <도가니>를 다 읽은 후에 느낌가 흡사하다. 사회의 불의를 알고 있지만, 어찌 할 수 없는 그 암담함이 마음을 콱 막는 듯하다.

<도가니>는 출간될 당시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임에도. 왜 정부는, 사회는 이런 상황을 모두 눈감아 주거나, 아니 동조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고, 다행히도 <도가니>가 영화화되면서 사회의 수면 위로 떠 올라서 어느 정도의 시정이 이루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가공의 세계인 소설 속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뉴스 등을 통해서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방송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서는 선의 탈을 쓴 악마들에 의해서 이런 상황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가슴이 답답해 지는 것이다.

소설 속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낙인도라는 작은 섬에는 로젠탈 스쿨이라는 학교가 있고, 약간의 주민만이 살고 있다. 로젤탈 스쿨은 일반학교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곳에 온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났거나 성장한 아이들이다. 범죄자의 자녀이거나 고아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누군가에 의해서 이 학교로 들어 오게 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게 된다.

'너희들은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학교의 보호를 받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부모가 간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 정직하게 빌어 먹는 일꾼이 될 것인가?'라는 두 갈래 길에서 후자를 선택하게 되고, 그래서 학교의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너희는 너의 부모와 다른다. 너희는 너희 그 자체다.가난도 범죄의 대물림도 끊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날 수 있다. 너희는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그걸 실현할 수 있다. " (p. 94)

그러나, 정말로 '로젠탈 스쿨'은 불우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올바르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곳일까?

이곳의 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서 마 피디와 곽이 찾아 오게 되면서 '로젠탈 스쿨'에 감추어진 진실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된다.

마 피디는 얼마 전에 학교를 취재하던 중에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여학생을 도와주지 못했는데, 그 여학생은 얼차려 도중에 호흡곤란으로 사망을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마 피디는 그후에 심한 트라우마에 빠지게 되고...

그후에 취재하게 되는 학교가 '로젠탈 스쿨'이다. 이 학교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학교인데, 어딘지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이 있다.

학생들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는 로봇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유롭지 못하다. 학교 수업이외에도 그들은 노동을 하기도 하는 듯하다.

식사후에는 알 수 없는 알약을 먹게 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한다.

엄격하게 통제된 철장 속에 갇힌 죄수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전달받는 훈련된 로봇같기도 하고...

조금씩 드러나는 학교의 실체와 학생들의 생활, 졸업후에도 학교에 얽매여 있는 그들.

취재를 통해 학교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서 지하실에 갇혀 있는 아이들까지 발견하게 된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이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지만, 이런 사실을 은폐하도록 하는 지시가 떨어진다.

결국에 마 피디가 이들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 이 아이들은 모두 갈 데가 없습니다. 성인이 되고 자립하기까지,여기가 집입니다. 뼛속 깊이 여기에 적응하고 있어요. 어느 쪽이 아이들을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 보시지요. 어디가 풀려나는 곳이고, 어디가 묶여 있는 곳인지를요. 다시 말하지만,아무런 대안없이 이 아이들을 길바닥에 풀어 놔 보았자 갈 곳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여기서 자신들의 능력껏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기대 목표를 성취하지 못해서 일정 부분 제재를 가하는 일이 없지야 않겠지만 다른 학교라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우리의 기준과 방식에 따라 생활하는데 당신들의 기준을 우리한테 갖다 끼워 맞추고서 그것이 폭력이니 아니니를 따진다는 것 무의미합니다. " (p. 241) - '로젠탈 스쿨 교장의 말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조각상은 인간 갈라테이아가 되었지만, 그녀는 과연 그녀의 의지대로 살 수 있었던 것일까?

'로젠탈 스쿨'의 학생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 갈라테이아와 결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세상에는 부모와 교사, 또는 누군가의 갈라테이아들이 있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의 욕망에 의해서 만들어진 갈라테이아처럼.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피그말리온(독재자)들이 있는 것이다.

로젠탈 스쿨의 학생들은 누군가의 욕망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의 소유가 된 로봇인 것이다.

그 누군가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기에 피그말리온의 지시에 따라 살고 있는 것이다.

노동의 댓가로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어떤 불의의 상황에서도 묵묵히 악마의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졸업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달이 학교에 돈을 보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불의가 판치는 세상. 그런 상황이 불의, 부정, 인권말살 등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지도층은, 사회는 그것을 모르는 척 눈감아 주는 것이다.

'로젠탈 스쿨'의 그물에 갇힌 그 순간부터 그들은 피그말리온의 아이들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말살된 피그말리온의 욕망에 의해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도가니>와 너무도 닮은 이야기.

암울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일 수도 있는 이야기. 그래서 이 소설을 마지막 장을 넘기는 손은 떨리고, 마음은 안타까운 것이다.

이제껏 우리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조각상 갈라테이아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상과 취향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색다른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작가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또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부모에게서 고의이든, 아니든 버림받은 아이들.

그래서 그 누군가는 그 아이들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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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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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서 신간서적이기에 선뜻 구입한 책이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채로.

그만큼 하루키의 책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큰 기대를 하고 읽었던 <상실의 시대>를 읽고 '이게 뭐지?' 하는 그런 느낌은 그의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아도 '하루키답다 ' 하는 생각으로 바뀐 지 오래 되었다.

<잠>은 하루키의 신작 소설은 아니다.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긴 중편소설 정도의 분량의 소설이다.

책의 페이지 수는 100 쪽이지만, 일러스트, 작가후기까지 포함되니, 내용은 그 쪽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2편의 장편소설이 성공을 거두게 된 후에, 마음이 얼어 붙었다고 한다. 소설을 쓸 마음도 나지 않아서,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하루키 나이가 마흔을 맞았을 때이니, 성공후의 후속작에 대한 두려움과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마음의 경직, 나이가 가져다 주는 억압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당시 (1989년) 그는 로마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봄날 단숨에 2 편의 소설을 쓰게 되는데, 그것이 <잠>과 < TV피플>인 것이다.

그후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카트 멘쉬크'가 이 소설에 일러스트레이션을 하였다.

그래서 <잠>을 일컬어 '하루키 소설과 일러스트의 만남' 또는 '소설 ×아트'라고 말한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하루키는 다른 작품들도 단편소설일 경우에는 출간 후에 세월이 많이 흐르면 작품을 손보기도 하는데, 이 작품을 2010년에 '버전업'하였다.

그래서 지금 우리들의 책상 앞에 놓이게 된 <잠>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최소한 몇 번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 보았을 것이다. 그 보다도 더 심한 경우에는 불면증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옆에서 단잠을 자는데, 나홀로 깨어 있어야 하는 밤은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잠>의 주인공인 여자는 17일째나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병원에 가 보라고 하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불면증은 불면증이 아닌 불면증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타당한 것은,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밤이 아닌 낮에는 멍한 느낌이 들거나, 잠이 올 것 같은데, 그녀는 밤에 잠을 이루지 않고도 낮에는 일상 속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은 어느날 밤에 소위 말하는 '가위눌림'이라는 악몽을 꾼 후부터이다.

잠 안 오는 밤에 그녀는 무엇을 할까?

처음에는 곤히 잠든 남편곁을 나와서 브랜디를 마시게 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책장 속에 파묻혀 있던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를 꺼내 든다.

그 소설에서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정도일 뿐이다.

학창시절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결혼후에는 거의 책을 놓아 버렸던 그녀에게 <안나카레니나>는 학창시절 읽었던 그때의 그 느낌과는 다른 또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안나카레니나>를 읽고 또 읽으면서 소설의 매력에 빠져 버리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소설 속에는 다양한 수수께끼와 시사로 가득차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러시아 고전문학에까지 심취하게 된다.

이런 내용이 전개되면서 하루키는 <안나카레니나>의 소설 내용이나, 이 작품의 작가인 '톨스토이'에 대한 견해를 책 속에 비쳐준다.

평범하고 행복한 주부가 불면으로 인하여 자신의 세계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가 일상에 찌든 현시대의 주부의 모습과도 같음을 문득, 문득 느끼게 된다.

어제와 그제가 뒤바뀌어도 아무 지장이 없는 그런 날들.

이런 일상에서 탈출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녀의 불면증때문인 것이다. 이건 주부들이 편안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자아를 찾아가는 탈출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하루키는 분명 남성임에도 여자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1Q84/ 무라카미 하루키 ㅣ 문학동네>에서도 '아오마메'의 여성 심리를 잘 표현했듯이.

그런데, 여기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하루키' 문학이 아닌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밤마다 깨어서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 밤중에 차를 타고 집 밖으로까지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헤쳐 나가야만 하는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결말은 독자들의 상상 속으로~~

<잠>은 하루키의 소설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이 소설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일러스트라고 생각된다.

가장 강렬한 일러스트는 흑과 백의 조화가 아닐까. 거기에 은빛까지 첨가된다면.

동화책에 <눈 감으면 보이는 상상세상/ 조대연 글, 강현빈 그림 ㅣ 청어람주니어 ㅣ 2010>은 흑과 백, 그리고 금색이 첨가된 일레스트레이션이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다.

만화책인 <신 신 /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ㅣ 휴머니스트 ㅣ 2011>은 흑과 백의 농담만으로 그린 만화이다.

이런 책들이 컬러판 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데, <잠>의 일러스트도 그렇게 강렬하게 책 속의 내용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하루키가 자신의 성공 뒤에 온 무력감에서 소재를 얻어서 '하염없이 깨어 있는 여자의 일탈'을 소설로 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오래전에 쓴 소설이지만, '버전업'을 해서 인지 오늘날의 일탈을 꿈꾸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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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안도현 아포리즘
안도현 지음 / 도어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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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연어>,< 연어 이야기>를 통해서 시인 안도현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오 년 전에 연약한 어린 연어의 몸으로 상류에서 폭포로 뛰어 내렸다.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바다라는 커다란 세상 속으로 거침없이 헤엄쳐갔다.
(..)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죽음을 무릎쓰고 초록강을 찾아 돌아왔다. 바로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죽음을 뛰어넘었고, 이제 그들 스스로 거룩한 죽음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안도현의 <연어> p.130)

눈맑은 연어와 은빛 연어의 아름다운 사랑, 그러나 슬픈 사랑인 <연어/ 안도현 ㅣ 문학동네 ㅣ 1996>

이 책은 1996년에 출간한 이후로 100 쇄를 기록하였다.

연어의 먼 여행은 거칠고 험하지만, 무수한 벽에 부딪히면서도 연어들은 그들의 자유를 찾아서 바다로 간다.

그리고 연어는 모천회귀의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알을 낳기 위해서 자신의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 오는 것이다. 그곳에서 알을 낳고 보호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시인은 연어가 다시 바다에서 초록강으로 돌아 올 수 있는 것은 연어와 알로 연결된 끈이라는 설정, 아니 그것은 설정이 아닌 진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연어들은 앞으로도 계속 초록강을 떠나고, 거친 바다로 향하고,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의 바다로 스며들고, 또다시 초록강으로 거슬러 올라올 것이다.
영영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연어>와 <연어 이야기/ 안도현 ㅣ 문학동네 ㅣ 2010>를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내가 기억하는 시인의 글이다.

이번에 출간된 안도현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는 시인이 30 여년간 문학활동을 하면서 펴낸 동화, 산문집 등에서 빛나는 문장,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골라서 엮은 책이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한 번쯤은 읽었을지도 모를 그런 글들만을 모은 것이다.

'안도현 아포리즘'이라고 책 표지에 쓰여 있는 '아프로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즉, 금언, 격언, 경구, 잠언을 일컫는 말이다.

얼마 전에 읽은 '공지영'의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공지영 ㅣ 폴라북스 ㅣ 2012>가 '공지영 앤솔로지'로 그녀의 25년 문학 인생에서 썼던 책들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 간직하고 싶은 글 365을 뽑아 낸 글이었는데, 같은 의미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좀 더 새로운 작가의 글을 원하지만, 작가들은 이렇게 자신의 글들중에 일부를 한 권의 책으로 모아 놓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작가들이 새로운 창작 활동을 등한시하고 사회참여 운동만을 하다가 자신의 책 여기 저기에서 뽑은 글들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낸 것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출판사에서 먼저 이런 책을 내 보자는 권유를 했을 것이고, 거기에 자신의 문학 인생 몇 년을 끄집어 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독자가 보는 이런 책들에 대한 편견아닌 편견일 것이다.

시인 안도현의 글이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인데, 그의 이런 글들의 바탕에는 사물을 보는 여유있는 시각이 아닐까 한다.

들섶에 핀 들꽃들 마다 이름이 있음을 느끼고 그 이름을 불러 주려는 마음, <연어>를 쓸 때는 연어의 생태를 알기 위해서 대형 수족관을 집에 만들어서 관찰하는 마음들에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단 두가지라고 한다. 이 세상을 지긋지긋한 곳이라고 여기거나, 이 세상을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 둘 중에 어떤 방법을 택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은 좌우된다. " (p. 35)

"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른다. 흐름을 멈춘 강이란 이 세상에 없다. 속이 깊은 강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 (p. 153)

" 비 오는 날의 낙숫물 소리를 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는 절대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사람은 언제 낙숫물 소리처럼 아무리 사소한 것도 속이지 않게 될까. " (p. 175)

책의 내용 중에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라는 주제로 1~12까지 실려 있는데, 너무도 공감이 가는 차이이다.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지만, 그 속에는 뼈있는 말이 숨겨 있기도 하다.

시인의 30 년 문학인생을 이 한 권의 책으로 그 일부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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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가서 빼먹지 말아야할 52가지
손봉기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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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왜 떠나느냐?, 어떤 형태의 여행을 떠나려고 하느냐?, 여행을 가서는 무엇을 보고 느끼려고 하느냐? '에 따라서 여행 전에 준비하여야 할 사항들이 달라지게 된다.

한때는 패키지 여행이 대세였지만, 여행이 보편화됨에 따라서 이제는 자유 여행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패키지 여행을 유명 관광지에서 인증샷이나 찍고 오는 여행으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행을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나, 항공, 숙박, 교통 편을 여행자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패키지 여행을 떠나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느냐 하는 문제도 여행자가 어떤 것을 보기를 원하느냐, 무엇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지 여행가들 중에는 자신이 유명 관광지가 아닌, 오지만을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을 하기를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과 다른 관점을 가진 여행자들에게 그들의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행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고, 어떻게 갔다 오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아마도 대학생들이 가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유럽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도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많이 떠난다.

이렇게 유럽에 처음으로 자유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읽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 < 유럽여행 가서 빼먹지 말아야 할 52가지>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손봉기'는 유럽 현지에서 약 10 여년 가까이 가이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일년 중에 4개월은 유럽에서 보낸다.

그래서 유럽 자유 여행자를 위해서 유럽 여행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해야 할 52가지 가이드 정보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이 책에는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프랑스에서 꼭 가보아야 할 관광지를 소개해 준다.

그 내용은 어떤 여행 정보 책자에서든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곳들이기에 다른 책을 통해서 이런 정보를 얻었다면 꼭 이 책을 다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럽 여행에 관하여 전혀 어떤 상식도, 지식도 없다면 한 권의 책 속에 이 모든 곳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들이 담겨 있으니, 이 책은 좋은 여행 가이드 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사전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에 따라서도 풍요롭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하는 여행가들이 많다.

그저 아무런 준비없이 여행을 떠나서 부딪혀 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런 발상은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위험한 이야기임에도 그 말을 그대로 따르는 초보 여행자도 간혹 있게 된다.

그러나 '얼마나 알고 여행을 떠나느냐, 그렇지 않은가' 는 현지에 도착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여행의 축복을 받는 순간이다. 철학에서는 실존을 현존하는 자아에서 벗어나 본연적인 자아로 나아가는 것이라 한다. 이는 지적 감성적 정신적 변화와 함께 영적인 변화가 이루어 졌을 때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행만큼 실존의 과정을 통한 진실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것이 있을까 " (p. 342)

유럽을 처음 떠나는 자유 여행자들이라면, 자신의 여행 포인트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추어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부록에 해당할 수 있는 '여행 tip'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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