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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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저자인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를 먼저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책인데, 꽤 많은 독자들이 읽은 책이다. 그건 책제목이 주는 강렬함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세상에서 설 자리가 없는 답답한 젊은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좋은 제목인 것이다. 그럼, 왜 88만원 세대일까?

"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이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의 출판사 책 소개글 중에서)

이런 가설을 바탕에는 일본의 '버블 세대', 유럽의 '1천 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와도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사회문제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에게 '세대간 불균형'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학 관련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2012년 3월에 <88만원 세대>의 절판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 '처음에 이 책을 쓰면서 생각한 변화는 벌어지지 않았다.' 또한, "'세상에 준 기여보다 부정적 폐해가 더 많게 된 책, 청춘들이 움직이지 않을 이유를 삼게 된 책' 이라며 절판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죽어도 바리케이트를 치지는 못하겠다는 20대만 더 많아졌다.' 고 말하면서 '청춘이여, 정신 좀 차려라' 는 글을 덧붙였다고 한다. (<데일리 이슈> 기사 중에서 발췌)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전에 읽기는 했지만,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읽을 당시에도 <88만원 세대>라는 책제목에 이끌렸던 것만이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우석훈'은 누구일까?

그는 생태경제학을 전공하였다. 환경과 경제적인 이슈를 결합시키는 글을 주로 많이 쓰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성장을 위한다는 명목하의 생태계와 농촌을 파괴하는 건설경기 부양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고,

미세먼지 등 대도시의 환경재난으로 기형아가 탄생하게 되는 문제 등도 다루었고,

서울시의 뉴타운 공사와 재개발 공사에 대해서도 환경 단체를 통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관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모피아>라는 소설을 쓴 것이다.

이 소설은 시나리오 형식으로 시도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되어 부산 영화제에 출품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에는 소설로 출간되어 독자들 앞에 나오게 된 것이다.

'모피아'라는 단어부터 익숙하지 않다. 얼핏 '마피아'가 떠오른다. 이 단어는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다. 재경부 출신들이 정부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말하며, 이들은 정부의 권한보다도 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에 의해서 경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정부도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에 걸쳐져 있다. 바로 코 앞에 닥친 18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로 들어서는 정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모피아>에서는 보수 집권당이 패배를 하고 '시민의 정부'가 집권을 하게 된다.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던 정부는 '모피아'에 의해서 경제 쿠데타를 당하게 되고,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결정권을 총리에게 넘겨 주게 된다.

'모피아'의 실체를 미리 감지했던 한국은행 외환은행 팀장이다가 대통령 경제 특보가 된 오지환이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의미는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피아'의 실체를 알려주고 그들이 어떻게 정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기 위한 생각이 더 많을 것이기에 소설의 재미는 독자들이 각자 읽으면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내용들이 결코 소설의 창작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기도 했기에 그가 알고 있는 '모피아'의 실체가 소설 속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로 본다면 여기 저기 어설픈 구성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이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것은 소설적인 재미만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 관점에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출간시기에 있어서는 좀 민감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다음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는 것이 읽는 독자들에 따라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작가인 위화가 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 위화 ㅣ문학동네 ㅣ 2012> 에 보면 중국에서는 '텐안문 사건'이 일어난 6월 4일은 인터넷상에서 금지어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위화를 비롯한 중국인들은 이 날짜를 써야 할 경우에는 5월 35일로 쓴다고 한다. 일종의 언론 탄압을 빠져 나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모피아>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그런 점이었다. 저자가 '모피아'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것이 다큐멘터리 형식이라면 어떤 제재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출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이란, 허구의 이야기이면서도 현실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또한 2014년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날이기에 어떤 정부가 들어섰는가에 이의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대통령 후보 중에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떠나서 소설의 출간 시기가 대통령 선거 후 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재미로 읽기보다는 우리들이 잘 모르는 어떤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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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2-12-1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피아란 소설, 혹시 노무현 때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건 아닐지요. 우석훈 선생님이 비슷한 얘기를 글에서 하신 적이 있어서요. 글구..출간시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시는군요. 우울한 얘기지만 전 이미 포기해서요.ㅠㅠ

라일락 2012-12-14 07:44   좋아요 0 | URL
이 소설의 배경은 2014년인데, 2012년 대통령 선거로 시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그 정부가 모피아의 경제 쿠데타에 의해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기에 출간시기를 앞당겼거나 늦추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 독일의 문화, 역사, 그리고 삶의 기록들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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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을 만나라> 시리즈는 어느 여행관련 시리즈보다 내용이 꽉 찬 책이다.

이 시리즈의 저자들은 각각 다르다.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도 있고, 문화나 예술에 심취한 사람도 있고, 그 지역에서 생활인처럼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내용이 알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의 저자인 '박성숙'은 재독작가이다. 약 14년간 독일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동안에 그녀가 느꼈던 한국과 독일의 문화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된다.

우리는 독일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독일'하면 떠오르는 것이 제 2차 세계대전, 히틀러, 근면 절약 등이기에 경직된 사회를 생각하기 마련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독일인들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기에 거기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도 많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첫 이야기는 동화의 도시들을 여행하게 된다. 그림형제가 쓴 동화는 세계 방방곡곡의 어린이들이 읽었으니, 동화의 도시는 추억이 깃든 도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가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느낀 점 중에 광화문의 변화를 들고 있다. 서울에 사는 나도 광화문 거리의 변화는 낯설기만 하다.

거대하기만 한 세종대왕 동상 그리고 이순신 동상, 뻥 뚫린 광화문은 볼품없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새로 짓는 서울 시청사의 모습은 거리와도, 다른 건축물과도 어울리지 않는 졸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거리를,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을까?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는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부셔 버린 것이다. 그래서 온통 새것으로 바꾸려고 한다. 역사성이나 그것이 가진 의미는 뒤로 한 채로....

그런데 비하여 독일은 부수기 보다는 보존하는데에서 그 의미를 더 찾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기디엔 교회가 그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포탄을 피할 수 없었던 교회는 천장이 날아 갔지만, 사방 벽들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그 벽들이 하늘을 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 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는 <하노버의 열린 책장>이다.

" (...) 당신은 이 책장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당신은 마음에 드는 책을 빌릴 수도 있고, 반납할 수 도 있습니다. 만약 빌린 책이 마음에 들면 반납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다른 책을 가져다 놓으세요. 책이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소유하고 싶으면 가져도 됩니다. 그런데, 만약 책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읽어야 겠지요.

당신의 집에 책이 아주 많아서 가져다 놓고 싶다면, 책장 안에 꽂을 수 있을 만큼만 가져 오세요. (...)

즐거움을 주는 책 ! 책은 친구 !" (p. 67)

이런 생각, 이런 마음이 독일의 국민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네카어강을 끼고 발달한 아름다운 도시 하이델베르크.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일에 가면 꼭 들리는 유명한 도시인데, 이곳에는 <황태자의 첫 사랑>의 레스토랑 '춤 로텐옥센'이 있다. 한국 여행객들은 이곳에 오겠다고 일주일 쯤 전에 예약을 하고는 전날 취소를 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론 취소도 안하고 오지를 않으니...

그래서 레스토랑의 주인은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은 듯하다니, 우리는 왜 이렇게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 (...)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회를 위해 필요한 규율을 작은 것까지 개인의 도덕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규정지어 놓은 세밀함이다. 또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작은 법이지만 법을 무서워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놀랍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를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살 만한 나라로 만들어 주는 근간이 바로 엄격하고 주도면밀한 이들의 법이요. 또 그 법을 말없이 지켜주는 사람들의 준법정신이다. " (p. 224)

이 책은 분명 여행관련 서적이지만, 책 속에는 독일의 도시,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독일의 문화, 생활상이 담겨 있다.

<일생에 한번은 ○○을 만나라> 시리즈는 각 지역마다 특색있게 구성되어서 같은 시리즈이지만, 색다름을 느끼게 해주는 책들이다.

그래서 출간될 때마다 꾸준히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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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냉장고 - 가전제품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냉장고의 진실
KBS <과학카페> 냉장고 제작팀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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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냉장고가 처음 들어오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는 학기초가 되면 가정환경 조사서를 써오라고 했는데, 거기에는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들에 대하여 체크하는 항목도 있었다.

자가용, TV, 냉장고, 피아노, 전축 등이 거기에 해당되었는데, 선생님들은 가정환경 조사서의 항목들에 얼마나 많이 체크가 되어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 종례시간에 각 항목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손을 들도록 했다.

'집에 자가용이 있는 사람, 손들어 봐' 이런 식으로...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학생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었지만, 거의 모든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냉장고가 있는 사람은 손들어 봐 '라고 하셨으니, 냉장고는 가정의 필수 가전제품이 아닌,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니, 우리집에 냉장고가 생기던 그 날은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분 좋은 날이었던 것이다.

수박 화채를 먹으려면 얼음 가게에 가서 얼음을 사서 그 그릇에 넣고, 바늘과 망치를 가지고 깨뜨려서 넣어야 했지만, 냉장고가 생기면서 얼음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었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샤베트나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니, 정말 신나는 일일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여름에는 냉장고를 가동시키고, 겨울에는 꺼 놓는 집들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기술로 만든 최초의 냉장고의 용량이 120리터라고 하니, 그 정도 밖에는 안 되었을 것이지만, 이런 냉장고는 가정의 귀중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한가?

가족형태는 핵가족화, 1인 가정으로 형성된 집들이 많은데도, 냉장고는 대형화가 되어 가고 있다. 양문형은 기본이고, 냉장고 용량도 2012년에는 910리터까지 생산되고 있으니, 거기에 조금 못 미치는 대형 냉장고가 각 가정에는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이다.

그것 뿐인가, 김치 냉장고도 있는 것이다.

가끔씩 연예인들의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의 집에는 대형 냉장고도 1개가 아닌 2개에 김치 냉장고도 2개 정도가 놓여 있는 것이다.

대관절 왜 그렇게 큰 냉장고가 몇 개 씩 필요한 것일까.

도시에서는 몇 분만 나가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이런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이 KBS <과학카페>에서 다루게 된 '냉장고의 두 얼굴'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TV로 보지는 않았지만, 책으로 출간되었기에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과연 우리 가정의 냉장고에는 어떤 물건들이 들어 있을까?'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사례자 경림씨의 집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약 2시간에 걸쳐서 680 리터급 양문형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끄집어 냈다.

냉동실에는 2년된 동치미, 3년된 묵은 동치미, 4년이 지난 소시지, 심지어는 5년된 막대사탕까지 나왔다.

냉장실에서는 쉰 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왔는데, 채소칸에서는 서른 가지가 넘는 음식 재료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종류만 약 150가지

엄청나지 않은가. 그래서 제작진은 이 냉장고에 들어 있는 물건만으로 식생활을 해 보도록 주문을 하였다. 며칠동안 시장을 보지 않고 그럴듯한 식사를 할 수 있었을까. 무려 40일간을 냉장고 속의 물건만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경림씨의 냉장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은 차이는 있겠지만, 각 가정의 냉장고는 이렇게 포화상태이고, 언제적 음식인지도 모를 음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냉장고를 식재료나 음식을 보관하는 만능으로 과신하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집은 그렇지는 않다. 최소한의 식재료만을 냉동보관한다. 되도록이면 그때 그때 사서 음식을 장만하는 하려고 하기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위암 사망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그것은 과일 섭취량이 늘어나게 된 것과 냉장보관을 할 수 있으니, 음식의 염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와같이 냉장고의 대형화 추세를 추적하다 보니, 냉장고의 역사, 음식, 건강, 질병, 과학기술, 경제적인 가치, 전 지구를 지배하는 시스템의 문제, 현대인의 욕망과 습관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고찰을 한다.

그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는 뉴욕의 프리건 이야기이다. 소비의 천국이라는 뉴욕의 맨해턴에 밤이 되면 대형 검정 비닐 봉지들이 등장하게 된다. 쓰레기 봉투이다. 이것을 뒤지는 사람들이 프리건이다.

떼거지~~ 아니 꽃거지...

아니다. 그들을 거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버젓이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만들어 졌다가 버려지는 쓰레기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자들이다.

어떤 쓰레기 더미에서는 베이글이 몇 백개씩 튀어나오고, 먹을 수 있는 사과도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다.

" 어떤 사람들은 우리 프리건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음식을 먹는 걸 보고 역겹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진짜 역겨운 것은 계속해서 나오는 많은 쓰레기에요. 쓰레기 다이빙을 하면 보통 이 정도의 양이 나와요.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거죠. " (p.188)

또 특이한 사진작가의 이야기도 나온다. 3년 6개월동안 누군가의 냉장고를 찍어 온 사진작가이다.

" 냉장고 안을 보면 자연히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그건 편견에 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하지만 냉장고는 겉보기보다 더 심오한 개개인의 일상을 담고 있다. 마치 사람에게 겉모습과 다른 참 모습이 숨어 있는 것처럼. 냉장고는 그 사람을 보여주는 거울, 그 이상의 현실을 비춘다." (p.217)

냉장고는 잘 이용한다면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 주지만,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커져만 간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비우듯, 각 가정의 냉장고도 되도록이면 비우고, 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작은 냉장고, 속이 꽉 찬 냉장고보다는 빈 공간이 많은 냉장고가 아름다운 그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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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거시기다 - 카피, 시, 혹은 아이디어를 위한 메타포 50
윤제림 지음 / 난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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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줄줄이 사탕'이 있었다. 그 CM 송은 지금도 기억한다.

'아빠 오실 때 줄줄이, 엄마 오실 때 줄줄이, 우리집은 줄줄이 사탕'

간장으로는' '닭이 운다, 꼬끼오. 아침마다, 꼬끼오. 맛을 낼 땐 ○○간장, 꼭 낀다고 꼬끼오.'

그후에 기억나는 카피로는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예요'.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 등.

단 한 줄, 아니면 몇 줄, TV 광고를 15초 광고라고 하니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 카피라이터와 소비자의 동행은 결국 소비자와 광고주의 동행을 만듭니다. 한번 인정받은 동행의 자격은 쉽사리 깨지거나 버려지지 않지요. 좋은 기억을 함께 한 길동무는 평생의 반려가 됩니다. 어떤 상품이나 기업이 누군가의 인생에 으뜸가는 파트너가 되는 것보다 더 이상적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p. 62)

그런 카피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담겨 있는 책이 <카피는 거시기다>이다.

책제목 참 거시기하다. 그런데, 이것은 저자가 카피, 시 혹은 아이디어를 위한 메타포 50개를 소개하는데, 그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카피는 ~~이다' 이것이 책 속 꼭지의 제목이고, 그것을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담아서 카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이런 메타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중의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카피는 걸어다닌다, 카피는 구름 속의 부엌칼이다, 카피는 돌밭의 버팔로다, 카피는 놀라움의 기록이다,
카피는 러브레터다 , 카피는 장물臟物이다 , 카피는 거시기다, 카피는 물음표 너머에 있다 ,카피는 발에서도 나온다 ,카피는 오해를 푸는 일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바로 카피를 말해주는 것들.

이 책의 저자인 '윤준호'는 그동안 광고회사를 두루 다니면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 '윤제림'이란 이름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하다.

30 년간의 카피라이터의 생활 속에서 건져낸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광고에 대한 이해와 카피,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 카피의 착상이나 표현방법'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흔히, 우리는 카피라고 하면 광고문안이나 광고를 구성하는 일체의 문안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지도록 해준다.

인간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든 방법과 도구를 두루 활용하는 것을 카피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유능한 카피라이터는 상품들에 숨겨져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하고, 그 속에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밀의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딱정벌레에 비유하였을 때에 회사 관계자나, 이 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에서는 과감하게 이 표현을 수용하였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처럼 광고의 게임은 소비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는 극적 반전인 것이다.

카피에 대한 50개의 메타포 중에 '카피는 거시기다'을 생각해 보자, '거시기'는 대명사도 될 수 있고, 명사도 될 수 있고, 동사, 부사, 형용사도 될 수 있는 괴상한 말이다.

모든 언어를 대변하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이 '거시기'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거시기'가 무엇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종합 대행'의 말인 것이다.

그러니, 카피는 거시기다.

이 책 속에는 그동안 저자가 쓴 카피 문구가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의 광고 헤드라인이 " 9시 뉴스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라고 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금방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암자를 돌아다니면서 쓴 시인의 감성 에세이집이니.

카피란 이처럼 진술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닌 요약, 함축, 상징, 비유, 암시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카피라이터는 활을 쏘는 사람인 동시에 과녁인 소비자를 끌어 당기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화살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게을리하고 있다.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아니고, 이메일보다도 더 편리한 카톡이나 문자로 소통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날리는 한 줄의 문장을 카피처럼 날려보면 어떨까?

분명, 그 글을 받는 사람은 한 줄의 문장에 매료되어서 당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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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In the Blue 10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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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페인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플라맹고, 투우, 축구, 가우디, 콜럼버스, 산티아고 ...

그 이외에도 많은 것이 떠오르지만, 그것을 아우르는 것은 열정이 아닐까 한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스페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아닌 듯하다.

전 세계인이 가고 싶어하는 나라 1위도 스페인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이곳에 가보리란 생각을 가지고 <열정이 번지는 스페인>을 읽기 시작한다.

가치창조에서 출간된 <번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를 읽은 것이 2009년이니 벌써 3년간에 걸쳐서 이 책들을 읽게 되는 것이다.

In the Blue 열 번째 책인 것이다. 크로아티아, 벨기에, 불가리아, 폴란드, 베네치아, 유럽의 붉은 지붕, 프라하, 파리감성여행, 파리 지성여행 그리고 스페인.

언제나 이 책들을 읽으면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 그리고 일러스트의 은은한 번짐이 마음에 속삭인다. '빨리 떠나라'고.

<열정이 번지는 스페인>은 스페인 전체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바르셀로나를 저자를 따라서 여행하는 책이다.

바르셀로나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그의 천재적 재능과 독특한 건축미학이 돋보이는 곳이다.

구엘공원, 카사 바트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현실세계가 아닌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건축물들이 가우디의 상상력과 천재성을 말해 주는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책에서 처음 보았던 때의 기억은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도 있었지만, 너무도 튀는 건축양식들 때문에 과연 이런 건축물이 도시의 다른 건축물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만약에 우리나라 어떤 도시에 이런 건축물이 들어선다면 대중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어떻게 보면 스페인이기에 가능한 건축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타일을 그리도 좋아하는 가우디는 깨진 타일의 아름다움까지도 소화해 낼 수 있는 건축가이다. 자연을 꼭 닮은 그의 작품들, 푸른 지중해를, 햇살이 찬란하게 비치는 태양을, 뱀이나 카멜레온과 같은 동물을, 옥수수와 해초와 같은 식물을, 심지어는 해골까지도 그의 건축물을 빛나게 하는 소재들인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백 이십년 이상 짓고 있음은 무엇을 이야기해 주는 것일까?

아직도 공정의 60% 정도를 지었다고 하니, 2026년에 완공을 볼 수는 있을까?

" 언제 이 성당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까?"

" 이 성당 건축 의뢰인은 하나님이신데, 그 분은 무척 가난하십니다. 하지만 그 분은 영생하는 분이시니 바쁜 분이 아닙니다. 쉬엄 쉬엄 지어도 큰 문제는 없지요"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렇게 가우디의 건축물을 둘러 보면서 또다른 바르셀로나를 보기 위해서 떠난다.

바르셀뇨네타 해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돌아와 도착한 곳인 포트벨.

몬주익 언덕, 카탈루냐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미로 미술관 등을 찾아 본다.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로 부터 시작된 번짐시리즈는 처음에는 좀더 감성적인 글들로 새로운 여행 서적의 모습으로 다가왔는데, 이제는 여행정보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이 담긴 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도 그런 책들과 차별화가 되는 것은 같은 건축물이나 풍경을 소개하러라도, 카메라가 잡아내는 프레임이 색다르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행서적 등을 통해서 가우디의 건축물 사진을 많이 보아 왔지만, 이 책에서 보는 사진들은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동안 보아 왔던 <번짐시리즈>의 일러스트와는 약간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열정과 자유의 나라, 스페인을 한 번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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