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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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 작가의 책 중에 <두근두근 내인생>과 <7년의 밤>이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김애란과 정유정은 그렇게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나 역시 2011년이 끝나면서 두 작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17살의 조로증 소년의 이야기로 조기 노화현상에서 오는 아픔과 어느날 살며시 찾아오는 사랑의 감정 등을 '두근두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아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들을 누군가는 간절히 소망하고 있으니, 그런 것들을 가진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말해주고 싶기도 한 작품이다.

김애란의 소설은 <두근두근 내 인생>만을 읽어 보았기에, 다른 작품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작가는 2008년부터 2012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예지 등에 발표했던 8편의 단편소설을 모아서 <비행운>이란 책을 펴냈다.

 

 

비행운...

비행운( 飛行雲)? 비행운 (非幸運)?

과연 작가는 어떤 비행운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 ‘비행운’은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형식으로(飛行雲),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非幸運)에 발목 잡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책제목인 '비행운'은 이렇게 중의적인 표현인 것이다.

이 책 속에 실린 8편의 단편소설들의 주인공들의 삶이 말해주듯이, 그들의 삶은 고단하고 힘들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

특히 <물속 골리앗>에 나오는 모자의 이야기는 너무도 처참할 정도로 갈갈이 찢기워지는 삶의 모습을 대하게 된다.

철거를 한 재개발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숨죽이며 살고 있는 가족, 아버지는 체불 임금을 받으려고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시위를 벌이다가 실족사하게 되고, 어머니와 함께 텅빈 재개발 지역에서 나가지 못하고 살아가는 하루 하루의 삶의 모습, 누군가가 버리고 간 유기견이 서서히 굶어 죽는 소리를 들어 가면서, 전기와 수도가 끊겨서 어둠 속에서 굶주리며 생계를 유지하는 모자.

그들에게 닥친 폭우는 모든 것을 삼키듯이 휘몰아치고....

어머니를 모시고 그 속을 빠져나가려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되고, 어머니의 사체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면서 죽음과 싸우는 소년의 이야기는 마치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를 다시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마지막 작품인 <서른>은 서른이란 나이가 가져다 주는 감상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에 읽게 되었지만, 그 속에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의 자화상 그 보다 더한 자화상이 담겨 있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에 20살 재수생 시절에 '노량도' (노량진, 합격해야 나갈 수 있다고 해서)의 쪽방에서 만났던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이야기이다.

" (...)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을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 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정말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 " (p. 293)

그녀에겐 꿈많던 소녀시절이 이렇게 고단한 인생, 나쁜 일들의 연속,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어느날 옛 남자 친구의 꼬임으로 '선진국형 신개념 네트워트 마케팅(다단계 판매)에 들어가게 되고, 그 남자 친구의 꼬임은 그녀를 그곳에 끌어 들이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 집단에서 감금당하고 감시당하면서 다단계 판매를 하게 되고, 그 마지막 단계는 누군가를 그 집단에 끌어 들이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녀의 옛 남자 친구가 그렇게 그녀를 배신했듯이, 그녀 역시 거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 자신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그녀를 잘 따르던 제자를 그곳에 대신 끌어들이는 것으로 탈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변변한 직업이 없는 사회에서 기를 펴고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행운(飛行雲)을 보기를 원하는, 동경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비행운(非幸運)의 악순환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김애란의소설에서 대개 비행운의 꿈은 아이러니컬하게 구조화된다. 비행운의 꿈을 꾸면 꿀수록, 그러니까 비행운에 대한 동경이 핍절할수록, 비행운(非幸運)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비행운(飛行雲)과 비행운(非幸運)사이의 속절없는 거리에서 작가 김애란은 우리 시대의 의미심장한 서사 단층을 마련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그물을 짠다. 비행운 (飛行雲) 구름 그림자에 가려진 비행운(非幸運)의 속사연을 웅숭깊게 펼친다." (우찬제의 해설 중에서, p. 323)

작가의 8편의 단편을 읽으며서 때론 징그러운 벌레가 나와서 판을 치고 다니기에, 가난한 인생들의 이야기가 암울하기에, 불행에 불행이 거듭되기에, 이렇게 지지리도 운도 없는 인생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소외된 이웃에 대한 생각과 배려의 마음을 가져 보게 되는 것이다.

 

(사진출처 : Daum 검색, 한겨레 신문 기사 중에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처럼 후줄근한 이야기를 작가 나름의 필치로 잘 표현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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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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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읽게 되었던 '끌림'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속 깊이 다가오는 글들과 사진들....

심각한 책도 아니건만, 읽으면서 마음에 무엇인지 모를 것들이 하나 하나 들어와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픈 것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것같기도 하고.... 정체 모를 그 무엇이.

여행 에세이를 좋아해서 이 책, 저 책 읽다보니, 여행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고, 그래서 집어든 여행 에세이였건만, 여행 정보는 단 한 줄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저자가 세계 곳곳의 길 위에서 느낀 단상들이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쓰여졌건만 왜 이렇게도 마음속 깊이 다가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일상을 떠나서 느끼는 마음들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과, 분위기에 덧입혀져서 가슴이 저려오는 아름다움이 있었기때문이리라.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

가진게 없어 불행하다고 믿거나 그러지 마라.

문밖에 길들이 다 당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주인이었던 많은 것들을 모른척하지는 않았던가.

나는 누구 인생의 무지개가 되면 안될까?

그 누가 내 인생의 무지개가 되면 안될까?

환상을 건드려서 이미 부서졌다지만

희망을 건드려서 무지개가 되잖아. 저렇게

('끌림'의 특색중의 하나는 책에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

'이병률'이 쓴 '끌림'은 이렇게 그당시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여행 에세이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었다. 그이후에 '끌림'과 유사한 여행 에세이들이 봇물터지듯이 많이 간행되었고.

그런 '끌림'이 5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되어서 우리앞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 가슴에 와닿을까 하는 생각에 집어든 '끌림'

처음 출간된 '끌림'이후의 5년의 세월이 그 책 속에 여기 저기 끼워져 있었다.

그가 너무 좋아서 한 달간 머물렀다는 베네치아의 모습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산마르코 광장의 모습이 그의 카메라에 여러 각도에서 찍히고....

그리고,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정한 모습이 아름답게 그의 카메라 프레임안에 들어왔다.

이제는 '이병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길위의 나그네'라는 생각이 들곤하는 그의 이야기들은 감성적이고 여운이 한참동안 남는 글들로 우리곁에 또다시 찾아 온 것이다. 너무 아까워서 빨리 읽고 싶지 않은 그의 글들. 그리고 사진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끌림'속의 '옥수수 청년'을 새로운 '끌림'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겨운 이야기이다.

잠깐 검색끝에 그의 '끌림'음반이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는 내용 (8/9출시예정)

"TRAVEL NOTES 끌림"
"길" 위에서 사랑한 사람과 인연 그리고 음악 이야기 -

시인이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 작가 이병률이 50여개국, 200여 도시를 돌며 남긴 순간순간의 숨결 같은 기록을 담은 "끌림"을 음악으로 만난다… 정서를 음악으로 연결시켜 "길"위의 추억들, 그 떨림의 감성을 전해주는 음악.

음반은 또 어떤 음악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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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인문학 책상 위 교양 21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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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한민국 미술 대전'이라고 칭하지만 1941년부터 1981년까지는 국전이라고 하는 미술 전시회가 해마다 가을에 열렸다. 국전은 미술계의 신인 공모를 위한 것으로, 여기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화단에 들어 갈 수 있는 등용문의 역할을 했다.

서양화, 동양화, 조각, 서예 등의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수작을 뽑아서 상을 주고, 그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해마다 국전을 관람하는 것은 연례행사였다. 전시된 작품을 보기 위해서 몰려드는 관람객은 상당히 많아서 줄을 서서 전시장에 들어 가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주로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했는데, 그것이 나의 미술 작품에 대한 안목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후에도 국전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전시회, 외국 유명 미술관 소장의 작품 전시회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 가곤 했다.

여행을 갈 경우에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들려 보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의외로 좋은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지창조>나 <최후의 만찬>,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고흐, 피카소, 르느와르 등 유명화가의 미술작품을 볼 때는 정말 입이 딱 벌어져서 닫히지 않을 정도로 황홀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주로 화가에 대해서,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작품이 발표될 당시의 상황이나 반응, 화풍 등에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특히 서양 미술을 감상할 때는 신화나 성경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동안에 출간된 미술관련 서적들은 이런 관점으로 작품 해석을 한 책들이 많다.

그런데, 그와는 좀 다른 시각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동서양의 미술 작품을 매개로 하여 인문학, 고전으로까지 심화해 나가는 그런 시각으로 쓴 책이 <미술관 옆 인문학>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인 것이다. 미술작품 감상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경험에 대한 문제 의식을 사회적, 철학적으로 확장하는 영역까지 다룬다는 것이다.

미술 작품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거울은 거울인데,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 거울이 아닌 오목 거울, 볼록 거울, 깨진 거울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미술작품 속에 숨겨진, 아니면 투사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 작품을 해석해야 하고, 그것은 일반인들로서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는 6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미술작품을 먼저 보고 그것과 관려뇐 인문학, 고전에 접근해 본다.

그래서 미술관 옆에는 인문학이 있다.

인문학만으로도 어려운데, 미술관에서 인문학으로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꽤 어려운 책이겠구나'하고 읽기를 포기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많이 보아온 작품들, 처음 접하는 작품들 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무진장 많이 나오는 것이다.

코로는 풍경을 주로 그리던 화가인데, 후기에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아마도 책읽는 여자를 가장 많이 그린 화가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책읽는 여자를 많이 그린 이유는 책을 읽는다는 지적인 호기심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상의 사실적인 모습에 중점을 두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조선시대의 윤덕희도 <책 읽는 여인>을 그렸다. 윤덕희의 할아버지가 윤선도이기에 그는 아마도 집안에서 많이 접하던 여인이 책읽는 여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는 패옥 대신 책을 든 여인. 이 작품을 통해서 외모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여성들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양과 동양의 같은 주제의 미술작품. 그리고 이 작품들을 보면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이라는 어려운 책 속의 내용으로 들어간다.

이 책은 현대 여성해방 운동의 교과서라고 불리우는 책이니, 미술작품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서,

할스의 <유쾌한 술꾼>,< 류트를 켜는 광대>는 웃음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웃음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야기한다.

조선시대의 회화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느낌을 주었던 최북의 <풍설 야귀인도>는 처음 보는 작품인데, 최북은 한국의 반 고흐라고 할 정도로 기이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미술의 특성 중에 독창성이 뛰어나서 성공한 작품으로는 조영남의 화투그림들을 들 수 있다.

그는 정말로 튀기 위해서 화투라는 소재를 선택했다고 한다.

화투그림을 통해서 도박과 투기 천국이 된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빈부 격차때문에 일어난 현상임을 상기시킨다.

미술작품이란 개인의 생각만을 반영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집단적인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창(窓)이라고 하니, 미술작품 속에서 인문학적 고찰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작품들 속에서 또다른 인문학적 고찰을 한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미술작품만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발상을 가지고 작품을 대하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아니라면 이런 시도를 할 수 조차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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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79
홍명진 지음 / 사계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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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북한주민들이 우리나라로 온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탈북자들에 대한 기억으로는 북한에서 일가족과 몇몇 친척까지 함께 배를 타고 내려왔던 김만철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초중학생까지 있었던 김만철 가족의 이야기는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매스컴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전혀 다른 체제에서 생활하던 탈북자들이 이곳에서 자리잡고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탈북자들이 우리사회에는 2000 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미 황석영 작가는 <바리데기>를 통해서 탈북소녀를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설의 바리는 영혼이나 짐승과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초능력에 가진 아이였고, 북한을 탈출해서 중국을 거쳐서 런던으로 들어간다.

바리의 이야기에서는 탈북소녀의 삶이 제3국을 통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삶과는 차원이 다른 삶이었기에 특별한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겪는 문화적 충격은 어떤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혼돈스러움,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들에게 보내는 편견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홍명진은 청소년 소설을 통해서 탈북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맛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밤에 14살 승규는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도망을 친다.

어릴적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기에 온가족이 북한을 탈출한 것이기는 하지만, 탈북 과정에서 누나의 손을 놓쳐서 어머니와 단 둘이 남게 된다.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서 우여곡절끝에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승규는 17살(실제로는 19살)이 되지만, 누가 보면 중딩이라고 할 정도로 왜소한 아이이다.

어머니는 밤에 식당일을 해서 번 돈을 누나를 한국으로 데려 오기 위해서 중간책에게 보내다 보니, 승규는 검정고시 학원에도 다니지 못하고 혼자 공부를 해야 한다.

승규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도와주는 복지관의 노애리 복지사에 의해서 밴드부에 가입하여 드럼을 치게 되고, 어느날 어머니는 누나가 중국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다. 갈등 구조가 얽혀 있지도 않고, 극적 요소가 강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바로 그것은 탈북 청소년의 내면세계를 묘사하기 위한 이 소설의 특징인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들과 같은 탈북 아이들. 그들은 우리의 청소년과 그리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그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기에는 많은 제약들이 있다. 사람들의 편견이 항상 뒤따라 다니고,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 (...) 우린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그런데 눈치 보지 말고 해. 니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게 옳다고 믿는다면 뭐든 열심히 하는거야. 너도 알잖네.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p. 86)

바로 승규의 경우가 그런 것이다. 그의 앞에 놓인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어머니가 식당일로 벌어 오는 돈은 누나를 한국으로 데려올 비용으로 쓰이게 되니, 승규는 공부를 할 돈도 없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누나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니...

이보다 더 암울한 현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현실을 무덤덤하게,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다.

오늘의 삶이 힘들어도, 비참해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승규의 삶이 더 안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결말도 확실한 결말이 아닌,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여운을 남겨준다.

그래도 승규가 앞으로 밝게 살아갈 것같은 것은 복지관 밴드부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 밴드부의 명칭이 '우주비행'.

" 무한한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떠다닐 수만 있다면, 힘들고 괴롭던 생각 날려버리고...." (책 속의 글 중에서)

청소년들이 <우주비행>을 읽는 것을 계기로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편견이 아닌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는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다문화 가정들이 많이 늘어나기에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탈북자들도 차츰 늘어나기에 그들과 어우러져서 살아 가는 사회가 될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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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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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에게 '그 섬'은 제주도이다. 아니 제주의 초원, 오름, 바다였던 것이다.

작가는 항상 제주도의 풍경을 담는 사진을 찍었다. 1982년에 제주를 알게 된 gn에 '그 섬'에 정착하면서 제주의 풍광을 뷰파인더에 담는 작업을 했다.

사진의 주제는'외로움과 평화' - '김영갑'의 일생의 모습과 같은 주제이다.

작가는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을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바쳤다.

 

 

 

 

하루의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사진 작업을 할 필름과 인화지를 사는 것은 그에게는 '밥'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것은 '내 사진에 표현하고 싶은 주제(마음)가 다르기 때문이다. 찍고 싶은 사진만 찍으며 살아가는 사진장이로 만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 할 정도로 인생 그자체가 사진 찍는 작업 뿐이었다.

낮에는 제주, 마라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밤에는 현상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인화작업을 하는 것이다.

일출사진을 찍겠다고 서둘러 마라도에 나타났다가는 제대로 된 사진도 찍지 못하고 오전 배로 떠나는 사진 작가들의 행동에 사진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설명해 준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풍경만이 아닌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감동까지 담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풍경을 담기 위해서 그는 제주에 홀로 남아 사진 작업을 했던 것이다. 사진 작업은 끊임없는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기에....

20여년 넘게 섬의 모습을 찍는 작업을 하고 살던 그에게 그당시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인 '루게릭'병이 찾아오게 되고, 카메라를 잡은 손이 떨려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하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열게 된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며, 갤러리에는 자신의 생명과 맞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국제적 수준의 아트 갤러리이며 그가 루게릭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갤러리인 것이다. 갤러리 마당은 제주의 상징인 '바람','돌','사람'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2004년에 출간되었고, 작가 사망후인 2007년에 내용은 그대로인채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진에 미쳐서 살아 온 김영갑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투병과정의 이야기가 구술형태로 씌어진 포토 에세이이다.

제1장의 주제가 '내마음의 풍경'으로 '제주의 자연속에서 풍요로운 영혼과 빛나는 영감을 얻었던' 삶과 사진 작업의 이야기라면

제2장은 '한라산, 내 영혼의 고향'으로 사진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에 루게릭병을 앓게 되는 투병의 기록인 것이다.

그리고, 책에는 작가가 어느날 섬에 홀려서 정착하게 되었던 '그 섬'의 사진들이 약 70여컷이 소개된다.

그런데, 사진만을 보면, 그곳이 제주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잔잔하면서도 느낌이 있는, 그의 평생의 사진 주제였던 '외로움과 평화'가 깃든 사진들이다.

제주가 관광지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기에 그런 제주의 낯익은 모습을 기대한다면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관광객이 아닌 오로지 '섬'이 좋아서 그 곳에 머무르게 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 본 자연의 모습, 가식적이 아닌 자연 그래로의 본연의 모습이 그의 사진속에 담겨 있다.

그의 사진은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그냥 외롭고 평화스러운 것이다.

또한, '초원'은 초원대로, '오름'은 오름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영원의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모습처럼 드러내 놓고 보이지도 않고, 꾸밈이 없는 순수한 모습에서 외로운듯 평화가 깃든 모습이다.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p180)

작가는 항상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집념으로 카메라의 셔터를누렸다.

그런 작가에게 루게릭병으로 카메라를 들 수 조차 없었던 때의 생각이 드러난 대목을 소개해 보겠다.

'카메라를 잡을 수 없는 사진가의 삶은 날개 잃은 새의 운명처럼 시련의 연속이다. 폭풍치는 바다에서 날지 못하는 새는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다. 새는 더 이상 짙푸른 하늘을 꿈꾸지 않는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는 사진가는 고민하지 않는다. 눈, 비, 바람, 구름, 안개에 마음이 달아 오르지 않는다. 편안하게 바라보며 잃어버린 것보다는 얻은 것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뿐이다. 이제 마음으로만 숱한 사진을 찍는다 절망하자면 한없이 절망스런 상황이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한다.'(p234)

사진에 일생을 바친 작가가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제주도의 올레길을 걷다 보면 그의 갤러리를 발견할 수 있고, 갤러리를 둘러 보는 과정에서 김영갑의 담은 사진 풍경에서 '외로움과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그의 사진 작업의 열정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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