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빠하고 나하고 ㅣ 동화는 내 친구 67
강무홍 지음, 소복이 그림 / 논장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들에게 '하루'란 같은 날들의 연속이 아니다.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린이들은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힘겨운 날들이 있기도 하고, 때론 생각하지도 않은 작은 일에 감동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린날의 추억 속에 오롯이 떠오르는 사람이 아빠일 것이다.
엄마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에게 가장 든든한 사람은 아빠가 아닐까 한다.
엄마와는 또다른 존재로서 어린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아빠.
그런 아빠와 어린이의 이야기가 <아빠하고 나하고>이다.
이 동화책 속에는 5권의 짧은 글들이 담겨 있는데,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강무홍'의 추억 속의 일기장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글들인 것이다.
저자의 경험이 담뿍 담겨 있는 글들이기에 더욱 마음 속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재판>과 세 번째 이야기인 <자랑스러운 거야>는 학교에서의 생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아빠의 역할을 생각하게 해 준다.
<재판>은 어느날 건이가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 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준식이 일행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심술궂게도 자신의 동네이니 지나갈 수 없다고 한다. 겁이 난 건이는 얼떨결에 모레까지 이천 원을 주기로 약속을 한다. 그러나, 건이에겐 돈이 없다. 엄마는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니...

이렇게 시작된 일이 점점 커져서 준식이에게 줄 돈은 삼천 원으로 늘어나고, 드디어 준식이는 돈을 받으러 건이네 집에 온다.
이 사실을 안 아빠는 준식이와 건이의 사건을 재판을 하게 되는데.
아들편을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거기에 준식이와 아빠는 친해지기까지하니...

<자랑스러운 거야>도 학교 생활에서 비롯된 이야기인데, 선생님께서 어제 청소를 하지 않고 집에 갔다고 꾸중을 하시자, 얼떨결에 고자질을 해 버린다.
" 청소 안하고 간 건 박진수예요. 내가 몰래 도망치는 거 봤는데요 !"
현우는 곧 후회를 하게 된다. 자신이 비겁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프고 두렵고 괴로운 현우에게 아빠는 힘이 되어 준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칠 수 있는 그런 자식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아빤 그런 우리 현우가 아주 자랑스러워, " 자, 랑, 스, 럽, 다!
두 번째 이야기인 < 사과가 봉봉봉>과 다섯 번째 이야기인 <어린나무>는 사과밭에서의 이야기를 들려 주다.
저자가 과수원에서 보낸 어린 날의 추억이 가슴에 풋풋하게 전해져 온다.
<사과가 봉봉봉>은 어느 여름날, 아빠와 어른들은 사과밭에 물을 대고 소독을 하기 위해서 밭에 가면서 정아는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몰래 사과밭에 숨어 들어가기는 하지만, 들켜서 쫓겨난 정아는 밭에 물을 대자, 일찍 익은 사과들이 떨어져서 물을 따라 동동동 떠내려 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예쁜 사연을 담은 편지처럼, 사과편지가 동동동.
이 이야기는 예쁜 사과편지처럼 유난히도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나온다.
컹컹컹, 쿨렁쿨렁, 봉봉봉, 탕 타 푸르르르!, 펄쩍펄쩍, 폴짝폴짝, 삐죽삐죽, 동동동....
어린이들이 어떤 경우에 어떤 의성어와 어떤 의태어를 사용하여야 하는가를 알려 주기도 하지만, 이런 의성어, 의태어로 인하여 이야기는 더욱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린나무> 역시 사과밭이야기인데, 봄에 늙은 나무를 뽑아 낸 자리에 심어 놓은 어린나무.
"우와, 이렇게 작은 나무도 있어? 이것도 사과나무야?"
작은 사과나무가 자라는 모습에 흥분한 정아.
사과나무는 작은 열매를 맺게 되지만, 아빠는 열매 한 개씩만 남겨 놓고 모두 따버리고, 작은 받침대를 괴어 놓는다. 작은 한 개의 열매는 점점 커져서 나무가 달고 있기에 힘겨워 보이지만, 이렇게 힘들게 무거운 열매를 달고 있는 건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함인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니, 여기에서 우린 어린 사과나무를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밤 한 알을>은 아빠가 베개 속에 넣어준 작은 밤 한 톨에서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가정에서 엄마보다는 과묵하고 표현을 잘 안하는 아빠이지만, 아빠는 자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때론 작고 세심한 부분에서 아빠의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 생각하면 큰 일도 아니고, 아무런 일도 아니건만, 어린시절에는 나 혼자는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일처럼 생각되던 일들.
그래서 어린이들은 하찮은 일에도 혼자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다.
이때 어린이들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이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아빠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서 먼훗날 아빠를 생각할 때에 '우리 아빠는 이런 아빠였어'하고 행복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하고 나하고.
엄마는 모르는 좋은 추억들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