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 시, 내 청춘을 위한 소울푸드 98편
이영미 엮음, 고부기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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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은 화려한 서른, 풍요로운 마흔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책 속의 글 중에서)

이 말은 스무 살을 서른 살이나 마흔 살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보기 보다는 스무 살 자체의 의미를 찾으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분명 스무 살은 날개만 안 달렸지 어디든지 날아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원대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를 펼치는 순간 들어오는 한 문장은 그야말로 눈이 화들짝 커지게 만든다.

스무 살을 이처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 그대들은 박살이 나도 좋은 청춘이니까요" (p. 7)

이 책의 구성은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월마다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와 저자의 체험이 담긴 생활 속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소개된다.

특히, 저자인 '이영미'가 26번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멘토가 되어 주는 활동을 하고 있기에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젊다는 것은 미숙하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청춘들에게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책하라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책 속의 글들은 부드럽고 온화하며 포근한 엄마 품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저자도 한때는 까칠한 사람이었기에 지인들은 그녀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흘러가는 세월 속에 지금의 그녀는 "괜찮다. 다 괜찮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 책에 시(詩)만 실렸다면 너무 감성적으로 흐를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의 산문이 실리게 되니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을 번갈아 내쉬게 되는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서, 한 번 읽고 책장을 넘기기가 아쉬워 지는 아름다운 시, 희망이 가득한 시에 매료되었다가, 다시 저자의 진심이 담긴 인생이야기를 읽게 되니, 마음은 더 푸근해지는 것이다.

저자의 바람은,

"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용기를 얻고 희망을 이야기할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요." ( p.77)

시인 용혜원의 시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1>은 몇 번이고 읽고 싶은 시이다.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1

- 용혜원 -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보금자리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p.p. 3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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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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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가 배달되기로 한 날' ( 책 속의 글 중에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이다. 엄마가 배달되다니...

<엄마 사용법>은 제 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이다. 그런데, 이런 문장들을 보니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현수는 엄마가 없다.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를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조립시 생명 장난감에는 엄마가 있다. 생명 장난감은 조립부품을 조립한 후에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면 생명이 들어온다.

현수는 전에도 생명 장난감으로 익룡이 있었는데, 조립하는 과정에서 눈을 붙이지 않고 깨어나기를 하는 바람에 여기 저기 부딪히다가 결국에는 나뭇가지에 걸려서 날개를 퍼득거리다가 파란 사냥꾼들에게 회수되었다.

그러니, 생명 장난감인 엄마의 부품 조립은 신경이 이만 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잘못 조립하면 엄마는 불량품이 되어 사냥꾼들에게 잡혀 가게 되는 것이다.

 

 

현수는 배달된 엄마를 '엄마 사용법'에 따라서 조심스럽게 조립을 하고, '깨어나기'까지 눌렸건만....

현수가 생각하는 엄마는 청소, 빨래, 요리만을 하는 그런 생명 장난감을 원했던 것은 아닌데, 깨어난 엄마는 그런 일 밖에는 해 주지를 못한다.

현수는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현수가 먼저 엄마에게 원하는 것을 해 보이게 된다.

현수는 엄마가 안아주고, 책도 읽어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엄마 사용법>은 로봇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감각을 가지지 않은 생명 장난감 엄마를 뛰어 넘어, 다정다감하게 자식을 돌 볼 수 있는 그런 엄마를 그리는 것이다.

로봇이 발달하는 시대에 한 번쯤은 엄마도 생명 장난감으로 탄생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진짜 엄마란 일을 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식을 마음으로 보살펴 줄 수 있어야 함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라면 현수처럼 진짜 엄마가 그리워질 것이다.

엄마 말을 잘 듣지 않던 아이들이라면 자신들의 가정에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예쁜 마음씨를 가진 현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생명 장난감 엄마이지만, 차츰 현수의 마음으로 다가오는 진짜 엄마같은 엄마.

그 엄마를 파란 사냥꾼으로 부터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엄마와 함께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싶은 현수의 마음이 잔잔하게 가슴속에 들어온다.

<엄마 사용법>은 가정의 소중함을, 그리고 엄마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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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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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를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파옴을 느끼게 된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그 힘겨움이 한 소녀의 마음에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호기심으로 가득한 소녀.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을 보는 순간에도, 인체의 신기함을 아는 순간에도, 동물과 식물의 생태계를 보는 순간에도 소녀에게는 할아버지가 함께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발견하는 순간 소녀는 마음을 빈 병 속에 가두어 버린다.

마음을 병 속에 가두어 목에 걸고 다니는 그때부터 소녀에게는 호기심도 사라지고, 열정도 없어져 버린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이 되어 주었던 할아버지의 부재가 그만큼 소녀에게 아픔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우리는 어른들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그 아픔은 어른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마음이 아플까봐>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이런 그림책으로는, <무릎딱지/ 샤를르토 문드리크 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ㅣ 한울림 어린이 ㅣ 2010>< 사랑하는 아빠 / 싱지아 훼이ㅣ 주니어 랜덤 ㅣ 2011>있다.

<무릎딱지>는 온통 빨간색으로 그려진 그림책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아이는 혼자서 그 슬픔을 삭힌다. 혼자 울고, 혼자 앉아서 엄마를 생각하고, 화를 내고...

아이는 자신이 그렇게 아픈데도,

" 걱정 마, 아빠 내가 아빠를 잘 돌봐줄게" ( 무릎 딱지 중에서)라는 생각을 한다.

 

 

 

 

<무릎 딱지 중에 나오는 그림 중에서>

 

아이는 엄마 냄새가 새어 나가지 않게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꼭꼭 닫아 놓는다.

엄마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귀를 막고 입을 다물고, 엄마 목소리를 기억해 낸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의 무릎에 상처가 났다. 그 순간에 들리는 엄마 목소리.

" 괜찮아, 우리 아들. 누가 우리 착한 아들을 아프게 해? 넌 씩씩하니까 뭐든지 이겨 낼 수 있단다. " ( 무릎딱지 중에서)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으면 손톱으로 긁어서 또 상처를 낸다.

왜, 그럴까 ? 아이는 자신의 마음 속에 울려 퍼지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아이는 무릎에 상처가 나서 아파도, 엄마 목소리를 듣는 편이 더 좋은 것이다.

<사랑하는 아빠>는 엄마를 잃은 소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엄마가 부탁했던 '아빠를 돌 봐 드려라'라는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절망에 빠진 아빠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소녀의 노력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사랑하는 아빠 중에서>

 

<무릎딱지>, <사랑하는 아빠>, < 마음이 아플까봐>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의 어린이들의 마음이 잘 나타난 그림책이다.

마음을 닫아 버리기 보다는, 슬픔에 잠겨 있기 보다는 그 아픔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 준다.

<마음이 아플까봐>에서는 소녀가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병 속에 갇혀 있던 마음을 다시 꺼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아픔은 누군가의 작은 배려로 떨쳐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픔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프다고, 상처를 받았다고, 마음을 숨겨 버리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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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동화는 내 친구 67
강무홍 지음, 소복이 그림 / 논장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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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하루'란 같은 날들의 연속이 아니다.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린이들은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힘겨운 날들이 있기도 하고, 때론 생각하지도 않은 작은 일에 감동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린날의 추억 속에 오롯이 떠오르는 사람이 아빠일 것이다.

엄마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에게 가장 든든한 사람은 아빠가 아닐까 한다.

엄마와는 또다른 존재로서 어린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아빠.

그런 아빠와 어린이의 이야기가 <아빠하고 나하고>이다.

 

 

 

이 동화책 속에는 5권의 짧은 글들이 담겨 있는데,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강무홍'의 추억 속의 일기장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글들인 것이다.

저자의 경험이 담뿍 담겨 있는 글들이기에 더욱 마음 속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재판>과 세 번째 이야기인 <자랑스러운 거야>는 학교에서의 생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아빠의 역할을 생각하게 해 준다.

<재판>은 어느날 건이가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 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준식이 일행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심술궂게도 자신의 동네이니 지나갈 수 없다고 한다. 겁이 난 건이는 얼떨결에 모레까지 이천 원을 주기로 약속을 한다. 그러나, 건이에겐 돈이 없다. 엄마는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니...

 

 

이렇게 시작된 일이 점점 커져서 준식이에게 줄 돈은 삼천 원으로 늘어나고, 드디어 준식이는 돈을 받으러 건이네 집에 온다.

이 사실을 안 아빠는 준식이와 건이의 사건을 재판을 하게 되는데.

아들편을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거기에 준식이와 아빠는 친해지기까지하니...

<자랑스러운 거야>도 학교 생활에서 비롯된 이야기인데, 선생님께서 어제 청소를 하지 않고 집에 갔다고 꾸중을 하시자, 얼떨결에 고자질을 해 버린다.

" 청소 안하고 간 건 박진수예요. 내가 몰래 도망치는 거 봤는데요 !"

현우는 곧 후회를 하게 된다. 자신이 비겁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프고 두렵고 괴로운 현우에게 아빠는 힘이 되어 준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칠 수 있는 그런 자식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아빤 그런 우리 현우가 아주 자랑스러워, " 자, 랑, 스, 럽, 다!

 

두 번째 이야기인 < 사과가 봉봉봉>과 다섯 번째 이야기인 <어린나무>는 사과밭에서의 이야기를 들려 주다.

저자가 과수원에서 보낸 어린 날의 추억이 가슴에 풋풋하게 전해져 온다.

<사과가 봉봉봉>은 어느 여름날, 아빠와 어른들은 사과밭에 물을 대고 소독을 하기 위해서 밭에 가면서 정아는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몰래 사과밭에 숨어 들어가기는 하지만, 들켜서 쫓겨난 정아는 밭에 물을 대자, 일찍 익은 사과들이 떨어져서 물을 따라 동동동 떠내려 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예쁜 사연을 담은 편지처럼, 사과편지가 동동동.

이 이야기는 예쁜 사과편지처럼 유난히도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나온다.

컹컹컹, 쿨렁쿨렁, 봉봉봉, 탕 타 푸르르르!, 펄쩍펄쩍, 폴짝폴짝, 삐죽삐죽, 동동동....

어린이들이 어떤 경우에 어떤 의성어와 어떤 의태어를 사용하여야 하는가를 알려 주기도 하지만, 이런 의성어, 의태어로 인하여 이야기는 더욱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린나무> 역시 사과밭이야기인데, 봄에 늙은 나무를 뽑아 낸 자리에 심어 놓은 어린나무.

"우와, 이렇게 작은 나무도 있어? 이것도 사과나무야?"

작은 사과나무가 자라는 모습에 흥분한 정아.

사과나무는 작은 열매를 맺게 되지만, 아빠는 열매 한 개씩만 남겨 놓고 모두 따버리고, 작은 받침대를 괴어 놓는다. 작은 한 개의 열매는 점점 커져서 나무가 달고 있기에 힘겨워 보이지만, 이렇게 힘들게 무거운 열매를 달고 있는 건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함인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니, 여기에서 우린 어린 사과나무를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밤 한 알을>은 아빠가 베개 속에 넣어준 작은 밤 한 톨에서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가정에서 엄마보다는 과묵하고 표현을 잘 안하는 아빠이지만, 아빠는 자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때론 작고 세심한 부분에서 아빠의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 생각하면 큰 일도 아니고, 아무런 일도 아니건만, 어린시절에는 나 혼자는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일처럼 생각되던 일들.

그래서 어린이들은 하찮은 일에도 혼자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다.

이때 어린이들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이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아빠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서 먼훗날 아빠를 생각할 때에 '우리 아빠는 이런 아빠였어'하고 행복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하고 나하고.

엄마는 모르는 좋은 추억들을 남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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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면 -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설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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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책, 사람을 읽다. 사람, 책을 읽다'라고 하니... 이건 <책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이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책'이 화자가 되어 자신을 읽는 사람을 읽어 내는 것이다.

2부에서는 '사람'이 화자가 되어 책을 읽어 내는 것이다. 모두 24 권의 책과 2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 소개되는 책은 널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쉽게 읽지 않는 책들이다.

그중에서 <열하일기>, <하멜 표류기>, <내훈>은 읽어 본 책이지만, <<양환집>, <추안급국안>, <임원 경제지>, <양아록>, <호동거실>등은 전혀 어떤 류의 책인지도 모르는 책들이다.

그래도 저자는 24권의 책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엮어 나가기에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1부에서는 책이 '나'란 1인칭 화자가 되어 자신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읽어낸다는 발상부터가 흥미롭다.

과연 책들은 자신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마음까지를 얼마나 잘 읽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첫 번째 이야기는 <근사록>을 곁에 두고 읽곤 하던 조광조의 마지막 모습을 묘사한다. 유배지에 있으면서도 임금이 자신을 부르리라는 마음을 놓치 않았던 조광조.

의금부 도사가 왔을 때도 임금의 은전을 기대했건만...

<근사록>은 마지막 그날의 조광조의 눈빛에서부터 마음까지도 읽어 낸다.

<교우론>은 사람의 마음을 더 세밀하게 묘사한다. 서양인인 할러 슈타인에게 천상과 산수를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그를 찾는 홍대용, 그의 눈에는 서양 문물이 신기하기만 한데, 이 이야기는 홍대용과 할러 슈타인, 그리고 고가이슬의 만남을 담은 편지 내용을 근거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갑신정변에 연루되었던 이점돌,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결코 양반은 아니다. 그의 심문과정은 <추안급국안>이란 책을 통해서 밝혀진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추안급국안>의 존재 조차 몰랐을 것인데, 국가의 중대 죄인을 심문한 기록이 책으로 엮여져 있는 것이다.

선비가 임원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기록한 책인 <임원경제지>는 서유구가 수년간에 걸쳐서 편찬한 책이다.

2부에서는 사람이 책을 읽는다. 1부에서 보다 좀 더 친근감있게 다가오는 것은 사람이 책을 읽는다는 것의 당연함 때문일 것이다.

이항복과 그를 유배지에서 마지막까지 수행했던 정충신의 기록은 배신이 난무하던 조선시대에 귀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던 사회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을 양육하면서 겪은 일과 느낌을 기록한 책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이문건은 이런 이야기를 <양아록>에 담아 놓았다. 책의 내용은 16년간의 기록이고, 처음에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의 모습에서 시작되지만, 어느새 그 아이는 머리가 굵어지면서 할아버지에게까지 대들게 된다.

" 어느새 머리가 커진 숙길은 이제 고분고분하게 노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자신을 책망하는 노인을 비웃었고, 노인의 가르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좌부승지로 일하며 임금의 눈과 귀 노릇을 했던 노인 앞에서 자신의 경전 해석이 옳다고 주장하며 목청을 높였다. 노인은 할 말을 잃었다. 훈계도, 회초리질도 소용없었다. 노인의 기력만 쇠하게 할 뿐이었다. " (p. 157)

성종의 어머니였던 소혜왕후 한씨 (인수대비)의 내훈은 잘 알려진 책인데, 이 책을 한씨가 쓰게 된 계기는 성종비를 간택하기 위한 매뉴얼이었는데, 결국에 며느리 윤씨(연산군의 어머니)는 그 어떤 왕비보다도 악덕을 저질렀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상상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만큼 저자는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이 남긴 기록들을 바탕으로 그 상황에 맞는 설정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인물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역사 속의 한 장면을 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사람과 책은 이렇게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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