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 가로세로그림책 2
베르나르 샹바즈 지음, 바루 그림, 양진희 옮김 / 초록개구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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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 센터 쌍둥이 빌딩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9,11 테러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승객을 태운 2대의 비행기를 납치하여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하였던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테러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지 10년이 지나서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는 잿더미로 변했던 곳에 빌딩이 들어서기 위해서 공사가 한창이었고, 일대는 교통이 통제되어 공사장 망치소리와 공사 차량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바로 근처에 있는 소방서에는 그날의 희생자들의 모습이 돋을 새김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뉴욕에서 찍은 사진 중에서)

 

그날의 아픔은 희생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낫시르에게도 그날의 기억은 마음 속에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집트에 살고 있지만, 낫시르는 미국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슬람교를 믿지만, 낫시르는 종교 보다는 야구를 더 좋아한다.

9,11 테러 그당시 열 살이었던 낫시르는 단짝 친구인 존과 함께 그날을 목격했다.

그들은 학교에서 동물원 견학을 가서 구경을 하던 중에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빌딩에서 사람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도 보았다.

 

 

 

그날 이후 여름휴가를 함께 즐기며, 이집트를 함께 여행하자던 존은 냉랭한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 너희 아빠가 이슬람교도라서 그래!" 존의 대답에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 내 이름은 낫시르야! 빈 라덴이 아니라고! "나는 펄쩍 뛰었다.

" 너 여기서 볼일 없으니까 꺼져, 이 아랍놈아 !" ( 책 속의 글 중에서)

 

 

9.11 테러이후에 싸늘하게 식어 버린 우정.

비단 친구사이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그이후에 이슬람을 혐오하는 분위기는 확산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보복 공격으로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였다는 핑계로 미국이 여러나라와 함께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킨 후에 또다시 그곳에는 전쟁이 터진 것이다.

<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는 어린이들이 읽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깊이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중심으로 .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슬람교도 혐오주의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그림책의 글을 쓴 '베르나르 샹바즈'가 프랑스 출신으로 소설가, 시인 그리고 역사학자이기에 9.11 테러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까지를 끄집어 내서 이슬람교도 혐오주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것도 그림책의 짧은 글들을 통해서 미국인이지만, 이슬람계인 부모를 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을 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소설적인 상상의 이야기와 역사적인 사실이 공존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는 글과 그림 이외에도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사진이 실려 있고, 그 사진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해석해 준다.

 

 

그림을 그린 '바루'도 프랑스 출신의 아트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로 9.11 당시 뉴욕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기에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실감있는 그림들이 나올 수 있었고, 특히, 일러스트에 신문을 오려 붙이는 기법으로 사실적인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책이기에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 어린이들에게 이슬람 세계와 미국과는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가를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림책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게 해 주고, 무조건 이슬람계라고 해서 혐오하는 것은 나쁜 행동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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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회화의 혁명 - 도미에에서 샤갈까지
게오르크 슈미트 지음, 김윤수 옮김 / 창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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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사진으로나마 보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부터일 것이다. 미술 관련 책이나 해마다 연초에 집에 걸리는 달력을 통해서 보았다.

그런데,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작품은 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서 본 사진들이 아닐까 한다.

고흐의 <해바라기>, 마티스의 <금붕어>, 뭉크의 <절규>, 샤갈의 <나의 마을>, 클림트의 <키스>등은 그렇게 알게 된 작품들이다.

내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가을이면 열리는 국전을 단체관람하기 위해서 줄게 줄을 서서 보곤 했는데, 그것이 내가 한국 화가들의 작품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는 외국 유명작가들의 초대전을 보게되고, 해외여행 중에는 그 도시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다니며 세계적인 미술 작품을 보면서 황홀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미술 관련 서적들도 전혀 낯설지 않게 즐겨 읽게 되는 장르의 책이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 알아 가는 미술사조나, 화가들의 일상과 작품 경향에 관한 지식들은 차후에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근대회화의 혁명>은 아주 작은 책이지만 알찬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이 책 속의 내용은 서양 근대미술사의 권위자인 '게오르크 슈미트'가 꽤 오래 전에 쓴 글들 10편을 엮은 것이다. 그것도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

1955년 1월 초순에서 3월 중순까지 바젤 방송국에서 매주 월요일 15분간에 걸쳐서 방송된 내용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7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던 적이 있는 책이다.

15분간 방송된 10편의 글이지만, 그 내용은 근대회화를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그 어떤 책의 내용보다 깊이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근대회화의 혁명적인 변화시기에 각기 정점에 있었던 화가인, 도미에, 씨슬레, 반 고흐, 고갱, 마띠스, 깐딘스키, 쎄잔, 브라끄, 끌레, 샤갈의 삶의 이야기와 회화 경향, 그리고 근대회화에 미친 영향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다.

이들은 " 색채와 형태에 대한 별개으 법칙을 가진 조형 언어를 통해 말하며, '아름다움'이란 것에 대해서도 별개의 관념을 지니고 있" (p. 12)는 화가들이다.

석판화가인 '오노에 도미에'는 19세기 가장 인기 있었던 화가 중의 한 사람인데, 그의 작품 <돈 끼호떼와 산초 빤사>를 통해서 화가가 근대회화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본다.

<돈 끼호떼와 산초 빤사>은 이전까지의 관습을 무너뜨리는데 첫 발을 내디딘 작품이다.

 

 

씨슬레의 <마을길>은 인상파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밝아진 그림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조형성이 없고 그림의공간은 분위기가 없다. 현실의 색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상파 그림의 화려함과 부자연스러움은 인상파 화가들이 색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보색 대비의 법칙을 응용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경향인 것이다.

 

 

반 고흐의 인생이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책은 시중에 너무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니, 몇 권 정도는 읽었는데, 이 책 속에서는 짧은 내용이나마 비중있게 반 고흐를 다루고 있다.

특히, 반 고흐의 <자장가>와 고갱의 <시장>을 비교하면서 어떤 점이 일치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를 살펴 본다. 거기에 씨슬레의 <마을길>, 도미에의 <돈 끼호떼와 산초 빤사>까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본다.

 

 

색채, 필촉, 윤곽표현, 해부학상의 데포르마 시옹, 구도 등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니, 이 책을 읽은 후에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 반 고흐는 결코 그림을 '꾸며서' 그리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직접 보고 체험한 것 외에는 그리지 않습니다. 반면 고갱은 자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만들고 또 꿈꿉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그림을 구축하고, 고갱은 자신의 그림을 구상합니다. " (p. 82)

" 반 고흐는 진실의 광신자였으며 고갱은 미의 광신자였습니다. 반 고흐는 고뇌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고생은 그것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반 고흐는 마음 속 깊이 울리는 것은 청량함이지만 고갱의 그것은 우울입니다. 반 고흐는 인생을 깊이 신뢰했지만 고갱은 별개의 신앙을 동경했습니다. " (p. 88)

또한, 고갱과 마띠스의 그림도 비교 설명해 준다.

깐단스끼의 그림을 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한데, 그의 회화는 자연주의적 미술을 넘어 비대상적 추상미술의 세계를 그려 낸 것이다.

 

 

하늘을 나는 듯한 공상 속으로 빠져 들게 하는 샤갈 역시 근대회화의 혁명을 주도한 화가인 것이다.

 

 

" 미술을 감상하는 최상의 방법은, 역시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고 좋아하는데 있다. " (p, 202)

물론이다. 미술사조를 생각하고, 화가들의 회화 경향을 분석하고, 화폭의 색채, 구도, 필촉을 주의깊게 살펴 보는 것도 좋지만, 미술 감상이란 내가 그 그림을 처음 보면서 느낀 그 느낌이 가장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 참, 좋다!!" 하는 생각을 갖고 즐겁게 감상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러나, 어떤 회화 작품인든지간에, 좀더 많은 미술에 관한 지식을 갖고 감상한다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근대회화의 변모 양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1955년에 쓴 책이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도 이 책이 주는 깊이는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짧은 시간에 근대회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출 수 있는 고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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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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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은 그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김려령의 성장소설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김려령 작가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니는 타이틀은 <완득이>의 작가라는 수식어이다.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으로는 <완득이>와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가 있기에 어느 정도 작가의 작품 성향을 짐작할 수는 있다.

 

 

<완득이>는 세계적인 성장소설인 < 호밀밭의 파수꾼>에 비견할만한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의 문학성을 갖추지는 못했다.

흔히,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들이 다루고 있는 가정환경이 불우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결손가정에서 공부도 못하고, 싸움만 잘하는 아이가 가정과 학교에서 겪게 되는 힘든 생활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완득이>가 다른 성장소설보다 특이한 것은 난장이 아빠와 이혼한 베트남 엄마, 문제 학생보다 더 문제스러운 똥주 선생, 왕따 윤하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활기차게 전대된다.

어른들이 읽으면 좀 뻔한 이야기와 전개이기는 하지만, 청소년 성장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소년들에게는 깨달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하여 <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완득이>보다는 주인공의 연령이 더 낮아진 초등학생들이 등장하며서 이야기의 소재, 구성, 전개 등이 깔끔하면서도 더 감동적인 동화이다.

김려령은 어릴 적에 증조 할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기에 그녀가 작품을 쓰는데, 그런 점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가시고백>에 담겨 있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 내 삶의 어느 부분은 싹둑 잘라내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 내가 만난 누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싫었고, 어떤 사람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살아 보니 그런 일을 겪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은 겁니다. 생의 결이 추억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 (p. 288)

역시, <가시고백>도 작가의 삶 속에서 녹아 들었던 어떤 부분들이 작품으로 승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가시고백>이 모두 어린이의 동화, 청소년의 성장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으면서도 책을 덮는 순간 가슴 속에 따뜻함이 넘쳐 흐르는 작품들이다.

<가시고백>의 캐릭터들도 <완득이>의 캐릭터 못지 않게 특색이 있다.

유치원 시절에 선생님의 가방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뛰어난 손재주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해일.

" 나는 도둑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누구의 마음을 훔친 거였다는 낭만적인 도둑도 아니며, 양심에는 걸리나 사정이 워낙 나빠 훔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계형 도둑도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한 도둑이다. " (p. 51)

해일의 가정은 평범한 듯하기도 하지만, 때론 시끄럽기도 하고, 정이 넘치는 듯하지만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듯도 한 흔히 볼 수 있는 중산층 가정이다.

지란은 이혼한 엄마와 새 아빠로 구성된 가정에서 살고 있기에 친아빠와의 관계, 새 아빠와의 관계에서 작은 방황을 하게 된다.

이밖에 학교 친구인 진오와 다영이, 형인 해철이 소설의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소설의 첫 이야기가 해일이 지란이 가지고 온 새 아빠의 전자 수첩을 훔치는 장면과 아무런 거리낌없이 훔친 물건을 중고 시장에 팔고, 그 돈을 예금하는 이야기로 시작하기에 조금은 칙칙하고 문제성이 많은 그런 청소년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해일이 엉뚱하게 병아리를 부화하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활기차고 생동감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손재주가 뛰어난 도둑, 병아리를 부화시키고 키우는 아이가 한 인물이라는 것이 <가시고백>이 가지는 뛰어난 설정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완득이>의 똥주 선생님 못지 않은 담임 선생님이 등장한다.

흔히,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권위주의적이고, 학생들을 성적으로 자리매김하는 교사가 아닌,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는 선생님이다.

" 고등학생의 뇌는 무조건 대학으로만 채워져야 할 것처럼 세상이 떠들어 대는 바람에, 본인들도 그래야 하는지 알고 0.1점마저 절박해 한다. 대학을 통과하지 않으면 추레한 인생이 될 거라는 무언의 협박에 점수와 동떨어진 세계를 탐색하는 아이들은 죄라도 진 것처럼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 (p. 111)

해일이 물건을 훔친 후에 써 놓았던 일기는 '나는 도둑이다'라는 독백으로, 자신이 도둑질을 하게 된 연유가 적혀 있는 듯하지만, 그 독백이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되는 과정이 이 소설의 내용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자신의 허물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 있을 때에 '독백'은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소설 속의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아픔은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믿어주고 보살펴주고, 아껴줄 때에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야 마음 속에 박힌 가시를 뽑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가시를 뽑아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친구들에 대한 작은 관심과 신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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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미스터리 논픽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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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추리소설을 단 한 편도 읽지를 않았다. 어떤 책을 썼는가를 검색해 보았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그리 많이 읽히지 않았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작가가 이미 20 년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신간이 출간되지 않았기에 모르고 지나쳤던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41세에 등단하여 약 40 여년간에 걸쳐서 천 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것도 다양한 장르에서.

아무튼 <미스터리의 계보>를 통해서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었는데, <미스터리의 계보>는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다.

 

 

이 작품은 1967년 8월 11일부터 1968년 4월 5일까지 '주간 요미우리'에 연재 되었던 것으로, 원래는 5편의 에피소드가 소개되는데, 이 책에서는 3편만을 담아 놓았다.

책을 읽는내내 책 속 인물들의 끔찍한 살인 행각에 '차라리 논픽션이 아닌 추리소설이라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인간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엽기적인 이야기들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첫 번째 이야기인 <전골의 먹는 여자>는 인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골? 인육?

대충 어떤 이야기일까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1940년대에 군마현의 산골 마을에서 한 여자가 전처의 딸을 살해하여 인육으로 만들어 전골로 끓여 먹은 것이다.

가해자인 아키코나 그녀의 남편, 그리고 전처의 딸까지 지능 장애가 있기는 했지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자행된 것이다.

너무도 가난한 살림에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식량을 구걸하여 끼니를 때웠는데,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이웃집에서 무를 마지막으로 얻어 왔다. 남편은 무를 넣고 끓인 음식을 모두 먹고 나갔는데, 전처 딸이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전부터 곱지 않게 보던 마음이 있었는데, 살해하고, 그것을 끓여서 가족들에게 내 놓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일어난 지 8개월 후에 전처딸이 행방불명이 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조사를 하게 되면서 범행이 밝혀지게 된다.

작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그 전에 일본에서 일어났던 인육 사건을 파헤친다. 1902년에 일어났던 11살 아이를 나병 환자가 살해하여 먹은 사건을 함께 분석해 나간다.

내가 어릴 때에도 이와 비슷한 소문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거지도 많았고, 나병 환자들도 많았다.

가끔씩 깡통을 든 거지떼들이 몰려 와서 '밥 좀 주세요~~'하고 외친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밥 한 그릇과 김치를 깡통 속에 부어 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거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병 환자였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나병 환자들이 어린이를 잡아 가서 간을 빼 먹는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나병 환자들이 사람고기를 먹으면 낫는다는 속설이 있었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작가는 인육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그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가를 인간의 심리 등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써 나간다.

마치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다운 싸늘한 시선으로 사건을 구성해 나가기에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두 번째 이야기인 <두 명의 진범>은 사법부의 병폐를 꼬집어 내기도 하고, 증거를 조작하여 살인범을 만들어 내는 경찰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출발은 우리나라에서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사형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억울하게 사형을 언도 받은 사람이 사형이 집행된 후에 진범이 나타난다면 그것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사형이 집행이 이루어진 피고 중에 정말 억울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까'라는 것이다.

언젠가 사형수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형수들은 자신에게 언젠가 형이 집행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종교에 귀의하기도 하고, 마지막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데, 그들을 보면 정말 사형수인가 아닌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사형수들이 있는데, 스님도 그런 경우에 그가 범죄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방법이 없었다고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바로 <두 명의 진범>은 검찰과 경찰이 어떤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음을 이야기해 준다.

이 이야기는 <스즈가에서 일어난 하루 살인사건>인데, 하루의 내연남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자, 목격자의 증언에 대해서도 조사를 소홀하게 되고, 그를 올가미에 엮어 놓는 일에만 치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범이 살인을 하고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에 들어가서야 그 사건의 범인으로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억울하게 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자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이나 검찰은 처음 범인으로 정해 놓았던 사람에게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검사와 피고의 문답, 피고의 자백 내용, 진범의 자수 내용, 경찰의 처음 수사 시작부터 피고를 풀어주는 과정까지의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다각적으로 조명해 본다.

세 번째 이야기는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이다.

이 사건은 몇 십 년전에 의령에서 일어났던 연쇄 권총 살인 사건과 비슷하다. 우순경 사건이라고도 하는데, 더운 여름날 동거녀와 말다툼 끝에 술을 마시고, 총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책 속에 나오는 사건은 193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두, 세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위고, 할머니와 누나 밑에서 자란 청년이 산간 농촌 마을의 주민 서른 명을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바탕에는 일본의 산간 지붕에서 행해지던 악습인 요바이 풍습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요바이 풍습은 밤에 여인의 침실에 잠입하는 것으로 성적문란을 일으키는 풍습이었는데, 이밖에도 동족간의 혼교 관습도 이 고장에는 있었다.

청년은 마을 여자들과 문란한 관계를 맺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과 관계가 있었거나 연정을 품었던 여자들을 포함해 동네 주민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다.

그는 폐병이 걸리기도 했고, 하는 일없이 백수건달로 살아가는 자신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사격 연습까지 하면서 살인을 계획하는 것이다.

자신을 배신한 여자들, 마을 사람들의 뼈에 사무치게, 바보 취급당했던 자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쳐 주려고 살인을 했다고, 유서에 밝혀 놓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

이 책에 실린 논픽션 3편은 소설이라고 해도 끔찍할 것이나,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재조명해 보는 이야기이기에 그 잔혹함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이야기들은 1930년대에서 1940년대에 걸쳐서 일본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비단 그 시대, 그 곳에서만 일어난 살인사건이 아니라, 유사한 사건들이 지구촌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을 준다.

미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무차별적인 총기 사건은 범인의 연령이 낮아지기도 하고, 예전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즘에는 사이코 패스에 의한 잔인한 살인사건들도 일어나기에 픽션이 아닌 논픽션인 <미스터리의 계보>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을 것이다.

이런 사건을 다루는 작가의 노련함은 소설에서는 상상력이 더 가미될 것이고, 이런 사건에서 감지된 사람들의 심리도 작가의 소설에서 큰 몫을 할 것이다.

그러니, '미쓰모토 세이초'의 추리소설이 어떤 작품인가 몇 작품은 읽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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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메르헨 문지아이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서정 옮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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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나 어른이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나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나 안데르센의 동화 몇 편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엄지 아기>, <못생긴 아기 오리>,< 임금님의 새 옷>은 너무도 잘 알려진 동화이다.

그렇다면 안데르센은 몇 편의 동화를 남겼을까? 약 160여편의 동화를 남겼고, 그 동화들은 1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니,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안데르센의 동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읽던 안데르센의 동화, 그리고 아들이 어릴 때에 읽어 주던 안데르센의 동화.

그 동화들은 아름답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지만, 읽은 후에도 깊은 감동을 주었던 것은 안데르센 동화의 특징인 풍자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동화 속에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 바탕에는 삶의 지혜도 있었고,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도 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 속에 하나 가득 교훈적인 것들이 새겨졌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게 된 안데르센의 동화들.

<안데르센 메르헨>을 보는 순간, 책의 크기나 책의 두께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지만, 워낙 이야기들이 재미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속에는 안데르센 동화 43편이 실려 있다. 혹시 '메르헨'이란 뜻이 궁금할 수도 있겠다.

'메르헨'이란 독일어로 전래동화, 설화, 민담, 동화 등을 일컫는 말이다.

책 속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들도 있지만, 전혀 읽은 적이 없는 동화들도 다수 담겨 있어서, '안데르센 동화' 를 잘 알고 있다고 뽐내는 어린이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안데르센 동화집이 시리즈로 몇 권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동화가 <야생 백조>이다. 아마 그때는 이 제목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엘리자와 열 한 명의 오빠 이야기인데, 새 왕비가 들어오면서 이들은 궁에서 쫒겨 나게 된다. 왕비의 마술에 오빠들은 백조로 변하여 그물에 엘리자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중에 마술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묘지에 있는 쐐기풀로 사슬 갑옥을 만들어서 오빠들에게 입히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엘리자는 쐐기풀에 찔려 가면서 옷을 짓다가 어느 나라의 왕비가 되지만, 11벌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 쐐기풀을 구하러 묘지에 갔다가 마녀로 오해를 받고 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처형장으로 가면서도 갑옷을 짓던 엘리자는 드디어 11벌의 갑옷을 만들어 엘리자 주변을 훨훨 날아 다니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오빠들에게 던져 준다.

하얀 백조가 늠름한 왕자로 변하는 순간, 나는 너무도 기뻣었는데....

이 책 속에서 그 이야기를 읽으니, 어릴 적의 우리집이 그리워진다. 그때의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처음 읽는 동화인 것같으나, 읽다 보면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동화들도 있으니, 이 책은 나를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시켜준다.

중국 이야기를 해 주겠다면서 안데르센은 <나이팅게일>이야기를 해 준다.

노래를 잘 부르는 나이팅게일.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지만, 황제는 나이팅게일의 존재를 외국의 책을 통해서 알게 되니...

 

 

숲에서 잡아 와서 궁에서 키우지만, 사람들은 나이팅게일보다 더 아름다운 인조 나이팅게일를 만들어 낸다. 보석으로 치장한 인조 나이팅게일은 언제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똑같은 노래를 똑같은 리듬으로 부르지만, 결국 태엽이 풀려서 고장이 나게 된다.

그래도 끝까지 황제를 지켜주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는 새는 나이팅게일이다.

황제에게 나이팅게일이 하는 이야기는 자신이 궁전에 와서 황제에게 노래를 불러 준다는 것을 비밀로 해 달라고 한다. 나이팅게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에....

어른이 읽어도 동화 속에 감추어진 작가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안데르센의 동화는 동물들을 등장시켜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다. 일단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에 대한 풍자와 위트가 담겨 있어서 안데르센이 말하고자 한 것을 깨닫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안데르센 메르헨>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가 유명한 독일의 그림책 작가이기는 하지만, 그의 그림은 상상력을 잘 나타내기는 했지만, 환상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안데르센 동화의 풍자적인 요소와는 맞아 떨어지지만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점이 있을 것이다.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 읽으면 좋을 동화책 <안데르센 메르헨>

어른 들은 추억 속으로, 어린이들은 상상 속으로, 날아가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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