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 - 시험 잘 보며 세상 바꾸기
버텔 올먼 지음, 김한영 옮김 / 모멘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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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이 책의 저자인 '버텔 올먼'은 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였으며, 정치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변증법적 방법론과 사회주의 이론을 가르쳤으며, "미국에서 손꼽히는 변증법과 마르크스 방법론의 권위자"라고 칭해지기도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자본주의, 즉 우리 사회의 부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체제가 어떠한가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어떤가?

그들은 이런 주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주제는 어떤 것일까? 시험, 시험이다.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면 눈이 '번쩍'... 레이저 광선이라도 쏘아댈 것이다.

그래서 '버텔 올먼'은 학생들과 거래를 한다. 내가 시험의 법칙을 알려주겠다. 그 대신 내가 이 책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학생들로서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A학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생각해 보면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인가?

"나는 젊은이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시험을 잘 치르는 요령과 세상을 바꾸는 기량을 나란히 익혀, 무척이나 별나게 서로 엮인 이 한 쌍의 주제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았다고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 " (p. 10)

그러나 '버텔 올먼'은 공짜로 시험 잘 보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으니, 그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주의와 시험보는 요령을 단락 단락 섞어서 책을 꾸며 놓았다.

" 시험 요령과 정치적 사실 및 개념들이 푸가 음악의 대립하는 주제들 처럼 경합을 벌이게 된다. 시험 요령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구석 구석에 있다. " (p. 14)

눈치 빠른 학생들은 시험보는 요령만 골라서 읽을 수도 있으나, 이 다른 두 주제는 교묘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정치, 경제적인 내용들과 시험보는 요령을 함께 읽어 나가게 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이야기가 단락과 단락 사이를 오가면서 교차적으로 설명이 되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내가 더 관심이 있었던 내용은 시험의 법칙이었으니,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는 건너 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두 이야기는 별개의 내용이면서도 어떤 이야기에서는 일치되는 점들도 나오게 되니, 자연스럽게 책을 순서대로 읽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먼저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여기는 시험의 법칙은 정말 잘 짜여져 있다. 시험의 종류별로 그 시험에서 출제자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방법에서부터 어떤 답안지를 작성하여야 하는가를 정말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몇 년전, 고등학생의 공부를 도와 주기 위해서 EBS 방송을 각 과목별로 같이 들은 적이 있다. 내용 설명과 문제풀이까지 EBS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했는데, 문제풀이 과정에서 강사들은 시험문제를 파악하고 정답을 고르는 요령까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강사들 자신이 출제자이기에 문제를 출제할 때의 자신의 생각이 곧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니, 정답을 맞추는데도 요령이 존재하는 것이다.

OX 문제, 단답형, 선다형, 논술시험, 구술시험 등을 중심으로 답안 작성, 출제자의 심리 파악, 채점 요령까지 완벽하게 알려준다.

이것만을 숙지해도 이 책은 그 값을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왕이면 저명한 정치학 박사의 이론이 담긴 책이니, 그 부분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학창시절 변증법이나 마르크스 이론은 거의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웠던 기억이 난다.

마르크스 이론을 깊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었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의나 부조리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거기에 마르크스의 이론이 더해진다.

오늘날의 사회문제들을 주로 다루면서 비판적인 경향의 이야기를 늘어 놓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기에 유머러스하게 문제점들을 풀어나가는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잘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책 속의 삽화는 저자가 풀어 나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날카롭고 비판적인데, 그것을 보다 더 감각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하기에 그 삽화만으로도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 사실과 개념, 그리고 시험의 요령,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주제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발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하여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주의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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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 비교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삶 누리기
윌 보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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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개인의 내면에서 발견하는 것'이고 '행복해지겠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이 쉬운 원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머리로는 받아 들이지만, 가슴으로는 받아 들이지 못하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넘쳐 나는 것이다.

얼마전, 야구 천재라고 불리던 야구인의 죽음. 한 개인의 불행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하면 그의 죽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행복이란 운수가 아닌 운명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아 나섰던 '파랑새'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비온 후에 걸리는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존재로 생각하기에 행복이 바로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음에도 그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의 저자인 '웰 보웬'은 미국의 현직 목사이다. 그러나 순탄한 삶을 살아 오지는 않았다. 아버지와의 불화, 목사가 되기 이전에는 생계를 위하여 세일즈맨을 하였고, 첫 번째 아내와는 이혼을 하였다. 거기에 목사가 된 후에도 신도들과의 갈등을 겪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왔다.

그런데, 지금은 행복을 이야기하고 다닌다. 사람들에게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는 '당신의 행복을 헤아려 보라 - 행복해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하여 자신의 행복지수를 나름대로 체크하고, 당신이 행복해진다면 어떤 것이 달라질 것인가' 등을 기록하도록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의 행복지수'를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리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기에 '나의 행복지수'는 나름대로 생각해 보아도 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것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적은 것을 가진 것도 아니니, 많고 적음이라는 가치가 자신의 잣대에 좌우되는 것이기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면 적은 것도 많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2009년 1월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실린 기사 중에 행복의 정의를 보면,

" 행복이란 무엇인가? (...) 행복은 '환희'로 가슴이 터져 나갈 듯한 상태라기 보다는, 만족을 느끼며 느긋해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p. 29)

많은 심리학자들은 인간에게는 고정된 행복지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정된 행복지수란 일상생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가 회귀할 수 있는 행복의 고정지수인 것이다.

평소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잠시나마 행복지수가 떨어지지만, 다시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는 행복감 만큼 되돌아 오는 지수를 일컫는 말인데,

이 책에서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고정지수를 높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이것을 실천하기를 권하다.

지속가능한 높은 행복지수로 가는 길은 우리의 생각을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다스리는데서 온다.

책제목을 한 번 생각해 보자.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고 반복해서 말하면 한 번 말할 때보다 행복지수가 '팍~ 팍~' 올라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바로 마음이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다. 마치 '아브라카다브라'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내면에 흐르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단 번에 없애주는 명상요법의 경우에는 그 방법까지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좋은 일만 있고, 만나는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때론 행복지수를 유지하다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면 행복의 분위기가 산산조각이 나는 경우가 있다.

'만나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만나면 불쾌한 사람'이 있다. 나도 옛 직장 동료 중에 그런 사람이 한 사람있는데, 직장 생활 중에도, 직장을 떠난 후에도, 요즘에도 불가피하게 1년에 한 번, 몇 년에 한 번은 만날 기회가 있는데,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씁쓸하다.

만나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만남의 자리에서 언제나 주도권을 잡고 이야기를 펼쳐 나가지만, 그 이야기의 대부분이 자화자찬 일색이고, 그런 와중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척, 겸손한 척할 때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잘해 주는 것 같으면서 뒤통수를 칠 때는 그로 인하여 행복지수가 마구 마구 내려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나쁜 마음에서 그렇다기 보다는 자라 온 환경이 어릴 적부터 '오냐, 오냐'하면서 떠 받들어 자랐기에 그런 성격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같이 있으면 불편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존재들을 인디언들에게 내려 오는 관습인 '성스러운 광대'로 생각하라고 일깨워준다.

'성스러운 광대'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역할을 하는데, 그들이 나를 일깨워 내 잠재의식의 어떤 부분을 치료해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악마가 아닌 천사로 생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 그 사람의 행동이 당신 자신의 행동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생각의 전환이 이처럼 행복과 불행을 왔다 갔다 하게 만드는 것이니, 행복은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가슴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저자는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 말, 행동, 습관. 성격, 운명 등으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들을 제시해 준다.

" (...) 행복은 당신의 운명이라고 (...) 행복은 당신이 가야 할 목적지다. 적절한 생각, 말, 행동, 습관, 성격 등을 동원한다면 당신은 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 (p. 353)

습관에 있어서는 요즘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으니 이 책과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 행복은 우리가 배양하는 마음의 습관에 달려 있다. 그러니 매일 행복한 생각을 실천하라, 명랑한 마음을 갖도록 애쓰고, 행복의 습관을 개발하라, 그러면 인생은 하나의 지속적인 축제가 된다. " (p. 299)

이 책은 사례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이해가 쉽고, 읽기에 편한 책이다.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담겨 있기에 '행복 교과서'라고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견딜 수 없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본다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생각하면, 행복이 찾아 오고, 불행한 마음으로 생각하면 불행이 찾아 오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새해 새 마음으로 읽으라는 의미에서 우리곁을 찾아 온 책이라고 생각된다.

2013년은 행복 고정지수가 지난 해 보다 조금 더 올라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덮는다.

물론, 이 책 속의 내용들을 실천하려는 마음으로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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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모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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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일까?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이와같은 일이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가정에서.

<대한민국 부모>는 바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족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2명의 심리학자와 1명의 인문학자가 공동으로 쓴 책인데, 그들은 '이승욱의공공삼담소'에서 만난 대학민국의 부모와 그들의 자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날 부모와 자녀들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파헤쳐 나간다.

상담실에 온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 중에는 그들의 대화를 그대로 소개하고 있는데, 리얼하게 전개되는 대화를 읽으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어떻게 이렇게 일그러지고 망가졌는가?' 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이다.

부모를 향해서 욕을 서슴치 않고 뱉어 내는 아이들. 자녀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일거수 일투족까지 관찰하고 간섭하면서 아이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부모들. 특히 자녀를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아이들을 사육하는 엄마들.

오죽하면 아이들은 다시 태어난다고 하면, 아무 것도 안하고, 먹고 놀기만 해도 사랑받는 개로 태어나고 싶다고 할까.

그러면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개보다도 서열이 낮으니... 그들은 돈은 벌어오지만 뭐하러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권위도, 영향력도 없는 '찌질이'.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노라며 억울해 하며 자식을 포식하며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미친년'.

오해하지 마시라. 위의 글들은 책 속에 나오는 내용들 중의 일부일 뿐인데도, 내가 써 놓고도 섬뜩할 정도이니, 저자들이 상담소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가감없이 썼는가를,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가정의 현실임을 어떻게 하겠는가.

"아이들에게 공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유를 불문하고 그냥 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그건 부모의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현재 아이들에게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 공부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일 뿐이라는 점이다. " (p. 26)

책 속의 사례를 소개하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아들을 닥달해서 삼수끝에 의대에 입학을 시켰고, 드디어 의사가 되었는데, 아들에게서 이런 내용의 글이 날아 왔다고 한다.

" 당신의 아들로 산 것은 지옥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을 떠나니 더 이상 찾지 마십시오. 찾는다면 또 떠날 것이니 저를 제발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 (p. 63)

성장기에는 부모의 간섭을 참고 견뎌서 명문대를 가고,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장도 얻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떠나 버린 딸의 이야기도 있다.

특히 엄마들은 자녀들을 자신의 소유물이란 생각과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이라 생각하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말하는 훌륭한 엄마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사회적으로 성공시킨 엄마, 자신이 하지 못했던 완벽한 자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거기에 자녀를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은 신분상승을 위한 교두보라기 보다는 신분하락을 막아주는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 작용하여, 만약에 자녀가 30,40 대 가장이 되었을 때에 제 앞가림도 못한다면 부모의 노후는 암담할 것이라는 생각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 자신이 숨이 막힐 정도로 사방이 콱 막힌 느낌이니,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즈음에는 자녀 교육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부모들도 아이들의 문제가 부모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의 생각을 조금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의 5부 에필로그에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이제 무엇을 할까'라는 주제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고쳐 나가야 할 것들이 22가지 수록되어 있다.

그중의 몇 가지를 소개하면,

삶의 기준을 '남들 타령'을 하지 말고, 자기자신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 부모들이 먼저 자신의 고유한 삶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부모들의 삶을 어떻게 가치있게 살아 갈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엄마는 자식과 남편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지 말아야 한다. 자식에게 집착을 할 때에 아이들은 수렁 속에 빠지게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문제이기 이전에 부부의 문제인 것이다.

부부관계가 좋을수록 자녀에게 집착을 하지 않으며, 부모는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거나, 부모니까 대접을 받으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흔히, 자녀들이 시험준비를 하니까 집안의 경조사에 빠져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공부하는 아이라고 해서 봐주거나 책임을 덜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이 책 속에는 저자들이 상담한 사례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거기에 저자들의 자녀가 겪었던 문제점들도 소개한다.

대한민국 이대로는 절대 안된다. 부모가 바뀌어야 하고, 아이들이 바뀌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엄친아' '엄친딸' 누가 만들어낸 말인가?

먼저 대한민국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매스컴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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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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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 ?

도무지 알 수 없는 단어인 '현시창' - 그것은 '현실은 시궁창'이란 말의 줄임말이다. 흔히들 더럽고 보잘 것 없는 것을 지칭할 때에 '쓰레기'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시궁창'이라니...

'쓰레기'보다도 몇 갑절 더럽고 깜깜하고 아무런 희망이 없을 것 같은 단어인 '시궁창'이 그 누군가의 현실을 이야기한다고 하니, 책제목만으로도 가슴은 먹먹해진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는 순간 과연 왜 현실을 시궁창이라고 표현하였는가를 깨닫게 되면서 가슴은 시리도록 아파온다.

얼마전에 읽은 <벼랑에 선 사람들 / 제정임, 단비뉴스취재팀 ㅣ 오월의 봄 ㅣ 2012>을 다시 떠올리게 되니 '세상은 왜 이다지도 춥고 쓸쓸하고 힘겨운가'하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벼랑에 선 사람들>이 폭넓은 연령대의 소외받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현시창>은 청춘들, 아니 청춘이기는 하지만 청춘과 같을 삶을 살지 못하는 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연령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책의 저자인 '임지선' 기자의 나이와 엇비슷한 청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했지만, 이 책 속의 청춘들에겐 그 문장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화려한 문장이던가...

아플 틈 조차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저자가 한겨레 신문의 기자로서 취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노동, 돈, 경쟁, 여성 등의 키워드로 나누어져서 24건의 사연이 소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같은 연령대의 대학생 이야기이지만, 그의 싸늘한 죽음은 빈부의 격차가 가져온 결과라고 아니 말할 수 있을까?

독학으로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세종대 호텔 경영학과에 입학하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되고, 그 빚은 1,000 만원 가량이 되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서울시립대에 들어가게 되지만, 그에게는 대학생으로서 누려야 할 것들을 즐길 시간적 여유도,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군대에 갔다와서 복학할 때까지 학비를 벌기 위해서 냉방제작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이마트 냉동장치를 보수하러 갔다가 질식사를 하게 된다. 군복무 중에도 봉급을 아껴 동생에게 5만원씩 부쳐주던 그였건만.

이 학생의 사망도 안타깝지만, 사건 발생후에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그 사실이 더 가슴이 아픈 것이다.

당진 제철소에서 섭씨 1,600 도에 달하는 펄펄 끓는 용광로에 빠져 죽은 청춘의 이야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추운 겨울 점거 농성을 벌이던 이야기.

스물 셋 꽃다운 나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서 세상을 떠난 노동자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삼성 기흥공장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그녀는 '디퓨전 및 세척 공정'을 맡았었는데, 이 일은 손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약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쓰이는 화학약품은 불산, 이온화수, 과산화수소, 황산암모늄 등 화학물질이 혼합된 액체인데, 이것이 백혈병의 발병요인이었다.

그런데도, 삼성측에서는 처음에 그녀의 죽음을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동료 중에도 백혈병 사망 사고가 있고, 산재 투쟁이 거세지자, 회사는, " 10억을 줄테니 삼성을 비판하지 말아 달라"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2011년 3월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온양 공장에서 일어난 백혈병 피해자는 74명, 그중에 26명이 사망했다. 그래도 이것이 우연의 일치이고, 산업재해가 아니란 말인가?

한때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사건, 부모가 세살짜리 아이를 살해한 사건, 의사가 자신의 임신한 부인을 살해한 사건, 대출 사기단에 가짜 결혼, 캄보디아 신부 폭행 사건 및 살해 사건 등, 매스컴을 오르내리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소개되는 24편의 이야기들이다.

한 번은 들어 보았던 이야기이기에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기사를 대할 때에는 사건 사고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이처럼 한 권의 책으로 묶이니, 그 전후 이야기들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기사를 이야기 르포르타주로 재구성을 하였기에 살아 있는 현실로 독자들의 가슴 속에 들어오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현시창'으로 다가오는데는 사건은 일어났고, 그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그 사건을 책임지고, 보상해 주고, 개선해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약자들이기에 피해를 보고도 묵묵히 입다물고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더 시궁창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변하지 않고는 이런 가슴 아픈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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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9 - 고종실록 - 쇄국의 길, 개화의 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9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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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크고 작은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있기에 웬만한 사람들은 조선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역사적 시점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가공의 인물도 등장시키고, 있지도 않았던 사건을 전개시키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작품을 보고 픽션이 아닌 정사로 착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정확한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조선왕조 실록>를 읽어보면 좋겠지만, 그 방대함과 어려운 한문 표기때문에 읽으려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왕조 실록>을 한글로 번역할 경우에 320쪽 짜리 책 413권이 나온다고 하니 조선왕조 500 년의 역사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기록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조선왕조 실록>이 왕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기록한 것은 조선의 왕들은 사관이 없이는 관리를 만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속에는 왕의 언행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고, 조선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군사. 외교 등의 다방면에 걸친 역사적 사실들이 기록되어 있기에 조선사를 알기에는 이 보다 더 좋은 책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은 그동안 18권이 출간되었고, 이제는 '고종실록' 속의 이야기가 소개될 차례이다. 19 번째 이야기라는 것으로 아직은 이 책의 마지막 권이 아니라는 안도감으로 책장을 펼쳐 보게 된다.

고종실록에 담겨 있는 내용들도 이미 많은 역사 소설,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수도 없이 소개된 이야기들이다.

흥선 대원군과 신정왕후 조대비의 암암리의 결탁으로 이루어지는 고종의 왕위계승, 조대비의 수렴청정, 대원군의 정치 야망, 개혁과 개혁. 그리고 명성왕후의 드라마틱한 정치 참여와 삶의 여정....

여기에 서양 열강들이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조선에 들어오기 위한 사건들인, 제너럴 셔먼호 사건, 병인양요, 신미양요.

서양의 문물과 개항을 반대하는 대원군의 정책들.

역사 학자인 윤효정은<풍운 한말 비사>에서, 박은식은 <한국 통사>에서 '대원군이 누구인가'에 대해 소개한 글을 아주 짧은 단 몇 컷의 만화에 담아 놓았는데, 실록이 아닌 학자들이 그를 보는 시각도 감지 할 수가 있다.

어쩌면 독자들은 <고종실록>이라는 것만으로도 흥선 대원군과 명성왕후의 서슬이 퍼런 정치적 대결 양상을 기대하였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은 스치듯이 지나가 버린다.

그 보다는 개화기의 역사적인 사실 중에 큰 획을 긋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과 같은 대사건이 이 책의 말미를 차지한다.

'갑신정변'이야기는 정변의 실패로 일본으로 망명을 간 김옥균, 박영효 등의 이야기가 20권에서 이어진다고 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을 읽다보면 실록의 기록에 기초를 두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그 이외에도 야사와 다른 서적들에서 얻은 지식들을 토대로 이 부분은 저자의 해석임을 말해주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고종실록>의 경우에는 일본의 의도적인 간섭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실록만을 참고로 하는 것은 정확한 진실을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조선 왕조 500 년의 기록이 이렇게 실록으로 남아 있으니, 우리들이 조선의 역사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은 19권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어린이들에서부터 성인까지 그 누가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이들이라면 아직 조선의 500 년 역사를 잘 알지 못하니까, 1권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좋겠고, 역사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1권에서 19권까지 자신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책을 순서에 관계없이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다.

만화로 그려졌기에 책읽기 싫어하는 독자들에게도 만화책을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조선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의 역사를 한 번쯤을 읽어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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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5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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