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여영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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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담요>를 처음 접하는 순간, 너무도 깜짝 놀랐다. 6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에 놀랐고, 2 만원이 훨씬 넘는 가격에 놀랐다. 그리고 책의 뒷표지에 빽빽하게 채워진 이 책의 수상 내력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만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잘 짜여진 구성과 스토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래픽 노블 작가인 크레이그 톰슨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우선 나는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의 형태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했다. 궁금하여 사전을 찾아 보니,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책의 한 형태로,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 만화책을 일컫는 말로, 보통의 만화잡지보다는 튼튼하게 제본되어 있는데, 대체로 인쇄 도서와 같은 재료와 방법을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만화책이라고 보기에는 제본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물론, 책의 내용도 그렇고.

또한 이 책이 자전적 이야기라고 했는데, 책 속에는 작가의 이름인 '크레이그 톰슨'이란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야기는 크레이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동생과 한 침대를 사용하면서 겪게 되는 재미있는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추억이기에 재미있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상은 그리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는 않았다.

동생과 침대 속에서 다툼이 있거나 소란을 피우면 아버지는 그를 골방에 가두곤 하였다. 학교에서도 촌놈 취급을 받으면서 왕따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그림을 그리는 시간, 그리고 아직 진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할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은 해 보는 그런 성장기를 보낸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리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던 그에게 한 가닥 밝은 빛이 비치게 되는데, 그것은 레이나와의 만남이었고, 그녀를 만나러 갔던 며칠의 기억이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도 그의 삶 속에는 성경의 구절 구절이 함께 하였고, 첫사랑의 기쁨 속에서도 성경 말씀을 되새겨 보게 되지만, 그는 어느날 집을 떠나면서 약 7년간 교회를 다니지 않는 젊은이로 변해 있기도 한다.

작가의 문학 작품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닌 만화만의 특색을 살려서 이런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대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잔잔한 듯하다가도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강한 표현이 나타나기도 하는 만화의 기법은 읽는내내 눈을 사로잡게 된다.

청춘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강한 사랑이야기도 크레이그에게는 서서히 다가오는 작은 설렘들의 모임이었고, 어느날, 그 사랑은 결실을 맺지만, 서로 또 떨어져야 하는 그런 애달픔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향해 부딪혀 나가는 그 모습이 오늘날의 크레이그 톰슨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미국의 천재 그래픽 노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였으니,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주목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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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멋진 하루 - 1학년 2학기 통합 교과 수록 도서 가로세로그림책 3
신시아 라일런트 글, 니키 매클루어 그림, 조경선 옮김 / 초록개구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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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그리고 또 하루 ♬

어제와 오늘이 같은 날처럼 느껴지고, 내일도 오늘과 같은 날처럼 느껴질 것만 같은 하루 그리고 또 하루.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하루라는 개념이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씨앗을 심을 수 있어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그밖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매일 매일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하루.

아이들에게 하루는 멋진 날들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 나는 어떤 일을 할까?

오늘 나에게 어떤 일이 찾아 올까?

기대하고 하루를 보내요?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런데, 과연 그렇게 멋진 날들만 있을까?

때로는 흐린 날도, 거센 비가 몰아 치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벌써 오늘이란 곧 지나가는 것이며, 지나간 날들은 다시 돌아 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멋지게 보내요.

오늘 하루를 우리 스스로 가득 채워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스러운 아이인가?

이 그림책의 글들은 마치 시처럼 운율을 가지고 있어서 읽으면서 시를 읊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ㄷ.

엄마와 아이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한 번은 엄마가 읽어 주고, 한 번은 아이가 읽어 본다면 정말 아름다운 한 편의 시가 될 것 같다.

특히 이 책의 그림은 밝은 노란색과 연한 하늘색이 바탕이 되어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으며, 그림은 검은 종이에 밑그림을 그린 후에 공작용 칼로 선을 따라 오려 내는 기법을 썼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오려내는 작업을 하여야 하기에 밑그림이 있기는 하지만 오리는 과정에서 원래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은 마치 하루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하루와는 다른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된다면 그림책을 읽어 본 후에 책 속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아이와 함께 이 작업을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놀이동산을 가기로 했는데, 어떤 일이 생겨서 못 가게 된 경우나, 아이가 즐겁게 놀다가 다쳐서 하루를 힘겹게 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매일 반복되는 날들은 새로운 날들이고, 그 날들은 언제나 멋진 날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멋진 날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하루를 멋진 날들로 채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면 좋을 것이다.

같은 그림책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어떻게 읽고, 어떻게 느끼고,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그림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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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티 - 디지털 혁명에서 살아남는 7가지 법칙
스테판 올랜더.아자드 아메드 지음, 백승빈 옮김 / 시드페이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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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를 지칭하는 말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속도전쟁의 시대'라는 말은 너무도 공감이 가는 말이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말한다면,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피드하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한층 높은 차원의 스피드 경영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잘 나가던 기업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가는 것은 변화의 속도에 편승하지를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나이키 디지털 스포츠 부사장 '스테판 올렌더'와 세계 최대 디지털 에이전시인 AKQA의 회장 '아자즈 아메드'는 그들이 기업현장에서 경험하고 얻은 경영전략, 신제품전략, 광고전략의 교훈과 깨달음을 이 책에서 풀어 놓는다.

새로움과 경이로움으로 넘쳐 나는 변화의 시대에서 디지털 혁명은 위협이 아닌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 지금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두 명의 공동저자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고, 경험도 달랐지만, 그들의 처음 만남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에 대한 통찰력과 관찰, 열정만 같았다.

이들은 이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대담형식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속도전의 시대에서 기업이 살아 남고 발전할 수 있는 영원불멸의 7가지 법칙을 알려준다.

속도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코닥, 폴라로이드, 블록버스터(비디오 대여점 체인업), 소니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서점체인 중에는 보더스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온라인을 포기하는 순간 소비자와의 연결을 잃게 되었고, 그것은 보더스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비하여 아마존은 고객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 분석하고 그를 활용하여 지금도 서점업계에서 굳건히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기업들에게 있어서 가장 금기시해야 할 점으로는 정점에 올라간 순간, 현실에 안주하다보면 몰락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려면 남들과는 현격하게 다른 경험이 필요하고, 이것은 관습으로부터 탈피하는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사례를 들어 보아도, 서비스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런 저런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엄청난 규모의 가입자를 다루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오늘날 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페이스북은 돈을 벌 목적으로 서비스를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보다 훌륭한 서비스를 제곡하기 위해서 입니다. " (p. 60)

애플리케이션 나이키 플러스 러닝 등의 개발 이야기는 숨겨졌던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었기에 그것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성공한 기업은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초창기 점포 정신을 잊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 책 속에는 기업의 성공신화와 실패한 기업의 원인 분석이 함께 담겨 있다.

랜스 암스트롱 재단을 후원하는 노란 리브스트롱 팔찌의 이야기는 불가능할 것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든 이야기이다. 6백만 개를 제작하여 1달러에 판매하려고 했을 때에 아무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7천만 개를 판매하였으며, 그 판매 금액은 암투병 환자들에게 1억 달러가 돌아갔으니...

이 책 속에 담겨진 글 중에 가장 인상깊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은,

" 최고의 광고는 광고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3장의 주제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기술이 아닙니다. 상상력입니다. "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속도전의 시대에서 기업이 살아 남고 발전할 수 있는 영원불멸의 7가지 법칙'을 하나의 법칙을 한 장에서 다루면서 그 장이 끝날 때는 ' IN SUMMARY'로 요약해 놓았기에,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간추린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아도 좋을 것같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필요한 마케팅 전략은 이 한 권의 책 속에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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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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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상은 부당한 법 집행에 탈옥을 도와주는 친구가 있었지만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면서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과 그의 부인이 악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명성과는 다르게 우리들이 그의 가르침이나 사상을 접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름이 더 잘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에 의해서 쓰여진 이 책은 일생에 한 번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플라톤은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하였지만,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본 후에 정치에 뜻을 두지 않았다.

(사진출처 : Daum -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사진출처 : Daum - 왼쪽: 플라톤 조각상, 오른쪽 : '아테네 학당'의 부분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철학을 확립한 철학자들로, 고대 철학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저서도 남기지 않았기에 그의 사상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라이프티우스, 크세노폰 등의 저서에서 언급되고 있는 부분들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크라테스의 언행이 잘 나타난 저서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향연>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은 이 책들을 읽어 보기도 전에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에 책을 펼쳐 보려는 생각 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이런 책은 철학을 공부하거나, 그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을 거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첫 작품인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B.C. 399년 소크라테스가 자신에게 제기된 고발 사건에 대해서 법정에서 자기를 변호하는 과정을 담아 놓은 것이다.

고발사건은 초기 고발과 후기고발로 나눌 수 있는데, 초기 고발의 경우에는 소크라테스가 자연현상에 관한 문제를 탐구하고 사론(邪論)을 정론(正論)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고발이다.

후기 고발은 나라에서 섬기는 신들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며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고발이다.

물론, 이런 고발은 소크라테스를 따르는 청년들이 많아지기에 거기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 자기는 소피스트도 아니고, 자연 철학자도 아니며, 자기의 유일한 지식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뿐이라고 변론을 한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인정하는 대신 다른 새로운 신들을 믿음으로써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 여러분은 이 점을 고려하여 아뉘토스의 말을 따르든지 말든지, 나를 무죄방면 하든지 말든지 하십시오, 아무튼 나는 백 번 죽는 한이 있어도 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 (p. 45)

거기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의연하고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설득한다. 작은 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재판을 받게 되면 애걸복걸, 눈물로, 가족들을 동원해서 최대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물론, 소크라테스를 아끼는 사람들은 동정심을 유발하라고 까지 했지만 그는 자신을 고발한 사람들이 자신을 해코지하기 위한 의도였음을 주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변론을 보면,

" (...) 하지만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 어느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가는지 신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 (p. 69)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논리적이며 당당함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와같은 변론에도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구형받고 독약을 마실 시간이 가까워 오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친구 크리톤이 감옥에 찾아와서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권한다. 그 이유 중에는 자식들을 위해서도 탈옥을 하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그때의 이야기인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의 대화가 그대로 담겨 있는 책이 <크리톤>이다.

첫 장면은 크리톤이 감옥에 찾아와서 단잠을 자는 소크라테스를 깨우지 않고 그대로 보고 있는데, 잠에서 깨어난 소크라테스는 꿈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음을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는 탈옥할 수 없는 이유를 문답형으로, 묻고 대답하면서 친구를 이해시킨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안된다' 것이다.

" 사랑하는 친구 크리톤이여, 잘 알아두게, 나에게는 국법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들리는 것만 같네. (...) 지금 내 생각이 그러하니 자네가 이의를 제기해도 소용없네. (...) 그렇다면 그만두게, 크리톤, 그리고 국법이 권하는 대로 하세. 신께서 우리를 그쪽으로 인도하시니까. " (p. 99)

그 다음 이야기가 쓰인 책이 <파이돈>이다.

파이돈은 엘리스 출신으로 노예로 팔러 왔다가 해방이 되어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죽자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에 친구인 에케크라테스를 만나게 된다. 에케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그의 마지막 몇 시간 동안을 알고 있는 파이돈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마시는 순간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했었으며, 집행관은 독약을 마신 후에 어떻게 하면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 준다. 이 책 속에는 처음에는 파이돈과 에케크라테스의 대화가 실려 있고, 그 다음에는 파이돈이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소크라테스는 의연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다. 독약을 마시기 전에 소크라테스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는 아내를 집으로 돌려 보낸다.

" 에케크라테스, 우리 친구는 그렇게 최후를 맞으셨소, 그분께서는 우리가 겪어 본 우리 시대의 인물들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정의로운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오." (p. 234)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향연>은 비극작가인 아가톤이 레나이아 제의 비극 경연에서 우승한 것을 자축하기 위한 잔치에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에로스에 관해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담아 놓고 있다. 그런데, 아폴로도로스는 나이가 어려서 그당시에 잔치에 갈 수가 없었고, 그 자리에 갔었던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아리스토데모스한테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다시 친구에게 해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존재하는 액자소설 형식을 가지고 있다.

4 편의 이야기는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에게 제기된 고발 사건의 변론, 투옥, 탈옥을 권하는 친구와의 대화,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순서대로 읽으면서 그 시대상과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향연>은 앞의 작품들과는 따로 읽어도 무방한 작품으로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선입견만으로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전의 향기를 이 책을 통해서 느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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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하루 -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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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역사 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아 왔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처럼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하드라마로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를 보면, 역사를 왜곡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역사물들은 흥미를 위주로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많은 오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록은 믿을 수 있을까?

실록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있어서도 의구심이 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조선의 실록 편찬에 있어서는 '태조실록'이후에 선왕이 죽으면 바로 다음 대에 실록을 편찬하였다.

정상적으로 왕권이 적자승계가 되었다면 모를까 왕자의 난이나 반종 등에 의해서 왕권이 계승되었다면 선왕에 대한 실록이 제대로 쓰여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선조실록>, <현종실록>, <숙종실록>, <경종실록>등은 수정, 개수, 수정까지 거친 <수정실록>이 있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가 좀더 객관적으로 조선 왕들의 일상에서부터 정책 등을 알기 위해서는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함으로써 조선시대에 대한 통각(통일적인 감각)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이 책의 저자인 '이한우'는 역사 연구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조선왕조실록>을 2001년부터 2007년에 걸쳐서 통독함으로써 조선 왕들의 일거수 일투족, 그들의 일상, 정책, 사상등을 연구하게 되면서 여러 권의 책들을 펴내게 된다.

저자의 인문학적 깊이와 기자 출신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필치가 책의 바탕이 되어서 책 읽기가 수월하면서도 흥미롭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왕의 하루'라는 의미가 왕의 일상만을 다루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훨씬 넓고 깊이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의 하루를 통해서 왕들의 일생을 살펴 본다는 의미로, 이 책은 조선사 전체를 다루고 있다.

제1부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
1부 에서는 조선의 5명 왕이야기가 나온다. 그들 왕에게는 어느날 보다도 힘들고 어려웠을 하루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추체험(追體驗)한다. 물론, 실록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조선왕조실록>을 통독했기에 그 당시에 왕은 이렇게 행동했으며,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는 이야기이다.

조선이 건국하던 날의 태조 이성계, 중종반정 당일의 연산군, 인조반정 당일의 광해군, 소현세자의 마지막 하루, 정조의 최후의 날이다.

이 날들은 천지개벽을 했던 날,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이기에 그 어느 하루보다도 더 길고 극적인 날이다.

물론, 저자는 사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실록에 기록되지 않은 뒷 이야기까지 추론해 낸다.

" 소현세자, 보기에 따라서는 조선의 개화, 서구화, 근대화를 300년 앞 당길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역사에서 그러하듯 위대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인물들은 종종 비운의 삶을 살다 갔고, 소현세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 (p. 136)

제2부 군신이 격돌한 전쟁의 하루

이방원과 정도전, 수양과 김종서와 한명회, 중종과 조광조 등의 이야기와 함께, 실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조선에는 총 27명의 왕이 있었는데, 학계에서는 독살을 당했거나 독살 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왕을 8명으로 꼽고 있다. 예종, 인종, 선조,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

그리고 왕위를 둘러싼 권력투쟁에 희생당한 소현세자와 사도세자까리를 같은 범주에 넣는 것이다.

이런 독살이나 희생을 당한 왕들이 조선 중기 이후에 몰려 있는 것은 그만큼 조선 정치 체제가 취약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3부 하루에 담긴 조선 왕의 모든 것

왕의 즉위식, 제왕학 수련, 묘호제정, 효와 불효, 국혼등이 이루어지는 현장 속이 왕의 하루를 다루고 있다.

보통 왕의 즉위식은 선왕의 부음이 있은 후에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니, 눈물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왕이 죽은 후의 묘호는 어떻게 제정했는지, 왕과 세자는 어떻게 갈등하고 대립하였는지, 왕실에서 치러지는 혼례의식은 어떠했을까 하는 이야기가 자료들과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의 <역사의 이면 읽기>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이나 그 당시의 상황들을 보충설명해 주는 부분들이기에 책읽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독자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고, 사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도 사료나 사관들은 미처 쓰지 못한 부분들까지 다루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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