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무늬영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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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을 시작으로 읽게 된 한강의 작품들.

장편소설에서 동화, 그리고 산문집까지 장르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었다. 신선하다고 해야할까,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는 작가가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고 부른 노래 CD까지 들어 있었다.

동화는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두었고, <희랍어 시간><바람이 분다, 가라>는 같은 작가의 소설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이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읽기가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다.

얼마전에 출간된 '한강'의 세 번째 소설집인 <노랑무늬영원>은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단편소설은 장편소설 보다는 짧기에 함축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자칫하면 작가가 그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감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노랑무늬 영원>도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끝머리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를 빌리면,

" 단편은 성냥 불꽃 같은 데가 있다. 먼저 불을 당기고, 그게 꺼질 때까지 온 힘으로 지켜본다. 그 순간들이 힘껏 내 등을 앞으로 떠밀어 줬다. " (p. 308)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수 년 동안 작가의 고통과 그 흔적이 남긴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7편의 단편소설에는 자주 나오는 소재들이 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 또는 언젠가 알았던 사람의 죽음에 대한 소식, 특별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탄하지도 않기에 어긋나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 네팔이나 인도 여행, 꿈(악몽)이야기, 말을 듣지 않는 손 이야기 등이 작품마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서 들어가 있다.

7편의 이야기 중에 <왼손>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왼손때문에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신경숙의 소설집인 <모르는 여인들>에 실린 '그가 지금 풀숲에서'의 아내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어떤 이유였던간에... 그래서 힘들어 하고, 아파한다. 그러나 외부로 그런 것들을 나타내기 보다는 내면에 숨겨 놓고서.

작품들은 그것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밝아지기 전에>와 이 책의 표제작인 <노랑무늬영원>이다.

<밝아지기 전에>는 직장 동료였던 은희 언니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노랑무늬영원>은 화실에 가던 중에 검은 개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 개를 쳤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 사고로 인하여 손을 다치게 된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물론, 집안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되고...

그런 중에 어느 사진관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 속의 한 남자를 떠올리게 된다. 등산길에 단 한 번 만났던 그 남자의 근황을 알게 되는데...

그녀가 교통사고가 났던 그 시절에, 그래서 힘겹고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 그 시기에 그 남자는 미국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친구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도마뱀의 학명이 '노랑무늬영원', 불도마뱀, Fire Slalmander 이다. 그 도마뱀은 사고로 한쪽 발을 잃었는데,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느꼈던 상실감, 무력감은 이 한 장의 사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2가지 이야기로 인하여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고로 인하여 힘겨운 2년을 살아 가던 때에 그가 알던 그 누군가는 총탄에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

타인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마뱀의 잘린 발에서 새 살이 돋아 나듯이, 자신도 언젠가는 아픈 마음과 몸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파란돌>에 나오는 한 문장도 이 책에 담긴 작품들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여기에 적어 본다.

" 그러니 당신에게 물어도 되겠어요.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를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을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는 꿈 속의 당신, 부풀어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촉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껴지나요. 살아 있다는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 (p. 215)

극한 상황에 몰린 냉정한 인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그들이 더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리기 보다는 조금씩 세상곁으로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강'은 이 7편의 소설을 10 여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회복일 것이다.

노랑색이 가진 희망, 그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읽었던 '한강'의 소설들은 그리 달달한 소설들은 아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룰루 랄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아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한강의 소설들이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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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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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 있을 때가 있다. <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를 읽으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의 FM- RADIO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언니와 함께 방을 쓰던 나는 잠결에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시그널 뮤직은 그래서 너무도 정겹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이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아니 눈물이 나올 정도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감성에 젖게 된다.

이 때에 들었던 음악 중에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익, 'Marie Osmond 의 'Paper Roses', 카펜터스의 ' Yesterday Once More', kansas의 'Dusty In The Wind'등은 지금 들어도 그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추억 속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들이다.

이 책을 펼치자 마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은 책 속에 담긴 24곡의 음악들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가 어느 한 시점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왜 그 이야기가 음악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상황과 당시의 음악 세계 등에 관한 이야기이니 내용은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책 속의 음악들의 음율을 생각하면서 음악을 듣기보다는 음악을 읽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24곡의 음악이야기는 이미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다수가 있다. 헨델의 '메시아'. 사이먼 앤 가펑클의 ' El ConderPasa', 존 레논의 'Imagine', 레조 세레스의 'Gloomy Sunday' ,모차르트의'Requiem', 윤심덕의 '사의 찬미' , 알라 푸가체바의 ' 백만 송이 장미' 등은 여러 책들이나 영화 등에서 다루었던 소재들이기에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읽게 되니 그 배경을 더 잘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샌프란시스코에 반하다>에서 살짝 이야기되었던 스콧 맥켄지의 노래 'San Francisco'는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라는 단순한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그 배경이나 이 음악의 확산은 생각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퍼져 나갔으며, 1968년의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서도 불려졌던 노래이다. 한 때 미국을 휩쓸었던 히피의 대안문화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온 세계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일깨우는 화해의 노래이기도 하다.

" 노래는 머리에 꽃을 꽂고,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과 화해하자고 말하고 있다. " (p. 27)

헨델의 '메시아'가 끝나면 모든 관객은 기립박수를 치는 것이 통상적인 광경이다. 이 음악을 작곡할 당시에 헨델은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상황이었다. 그런 어느날 그에게 전달된 제닌스의 한 편의 시에서 출발한 음악이 '메시아'이다. 이 곡은 연주에만 총 2시간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긴 곡이지만, 헨델의 영감은 단 3주만에 이 작품을 작곡할 정도로 정열적이었던 것이다. 악보만 무려 260장에 달하는 대작인 '메시아'를 듣는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헨델의 위력이 아닐까.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코러스 '할렐루야'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 El ConderPasa'는 페루인의 혼이 담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1532년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정복으로 페루가 침략을 당하게 되자, 침략자와 맹렬하게 싸운 인물이 투팍 아마루 2세이다. 그는 스페인의 지원군에 의해 쿠스코 광장에서 비참하게 처형을 당한다. 그러나 잉카의 후예들은 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그가 콘도로로 다시 태어나 안데스 산맥에 둥지를 틀고 영원한 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18세기 이후 이 이야기는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래로 불려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 El ConderPasa' 이다.

그래서 이 곳은 신대륙 발견의 역사와 함께 핍박받았던 잉카인들의 혼이 담겠다고 할 수 있다.

'Gloomy Sunday' 는 자살을 부르는 노래라고 알려진 곡이다. 193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행처럼 번진 자살사건. 자살자의 곁에는 이 악보가 있거나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하는....

20세기의 자살이 자살을 부르는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Gloomy Sunday' 의 작곡가인 레조 세레스의 약혼자의 자살, 그리고 작곡자 자신의 자살....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인데, 알라 푸가체바의 '백만 송이 장미'도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의 소심한 사랑이 탄생시킨 노래이다.

" ... 그러나 만남은 짧았고

곧 밤 기차가 그녀를 데려갔네.

그래도 장미의 노래가 그녀 곁에 있었네.

불행한 화가의 삶도 꽃으로 가득했다네." - 알가 푸가체바의 ' 백만 송이 장미' 중에서 -

아름다운 멜로디, 우울한 멜로디, 슬픈 멜로디 뒤에 얽힌 그 음악이 나오게 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고 그 음악을 듣는다면 훨씬 그 음악이 가슴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주 재미있는 한 편,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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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읽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알게 된 시리즈로는 가치창조(쉼>의 '번지는 ' 시리즈, 21세기 북스의 <일생에 한 번은> 시리즈, 알에치코리아의 < 100배 즐기기>, 혜지원의 <반하다>, 에디터의 <클로즈업> 그리고 시공사의 <소도시 여행> 등이 있다.

이 시리즈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 읽는 책들이기에 새로 출간되는 책이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니 이런 책들은 여행을 갈 때에는 좋은 친구가 되는 책들이다. 그런데, <번짐>시리즈와 만나게 된 것은 크로아티아를 여행하고 싶은 맘에서 출발하였다.

동유럽을 여행하긴 했지만, 지금부터 십수 년전에 했기에 그당시만해도 동유럽을 여행간다고 하면 좀 위험한 나라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었던 때이다.

그래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를 이곳 저곳 돌아 보았다. 그러니 크로아티아나 루마니아, 불가리아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크로아티아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었는데, 눈에 뜨인 책이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였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글과 함께 번짐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수채화, 그리고 멋진 풍경 사진은 내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모은 책이 벌써 10권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11권까지 나왔는데, 그중에 프라하에 관한 책만 아직 갖추지를 못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처음에는 백승선, 변혜정이었지만,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 설렘이 번지는 파리감성여행><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은 백승선이, <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은 김현정이, 그리고 유럽을 너머 미국 뉴욕으로 가서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은 문지혁이 썼다.

몇 년간에 걸쳐서 <번지는>를 따라잡다 보니, 책 속의 수채화도 미세하게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셀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에는 수채화가 사라져 버렸다. 이 책에는 감성적인 글들보다는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여행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할까?

떠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 그들에게 여행은 어떤 빛깔일까?

그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 <번짐> 시리즈라고 생각된다.

                                           

 

 

 

 

 

 

 

 

 

 

 

 

 

 

<행복이 번지는 크로아티아> -2009년에 쓴 서평 중에서

크로아티아 !!

듣기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가보고 싶은 나라....

10년전에 동유럽을 여행할 때는 이 지역자체가 소련의 위성국가들이었기에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기우를 해야만 했다.

그당시 크로아티아는 여행지로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곳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과 맞서야 했던 곳이니 여행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전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크로아티아... 아드리아의 보석이라고 불리면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광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이 책은 다른 여행서와는 달리, 가는 방법도, 주요한 관광지의 정보도 상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지은이가 이곳을 여행하면서 찍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광의 사진들, 그리고 이 사진을 다시 펜화(?)로 그린 잔잔한 채색화, 그리고 아주 간단한 글들.....

그렇치만 어떤 긴 글의 설명보다도 이곳의 사진들이 크로아티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자극한다고나 할까?

 

두브로브니크. 플리트비체,스플리트, 자그레브의 네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이 소개된다.

책속의 짧은 글들이 많은 감동을 주고 눈부신 천혜의 풍관에 마음이 설레이는 그런 책이다.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중에서

" 미소가 번져 웃음이 되고

웃음이 번져 행복이 된다.

나의 미소와 당신의 웃음이

우리의 행복이 되는

여기,

달콤함이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번지는 곳,

벨기에"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 서평 중에서

불가리아, 은은한 장미향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하면 장미향수가 생각난다.
그리고 불가리아는 장수의 나라이니 요구르트도 생각이 난다.



번짐시리즈 세 번째 책이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이다.
그리 쉽게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 곳을 백승선, 변혜정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번짐시리즈에서 이미 낯익어진 감성적인 글들. 운치있는 사진들, 수채화풍의 그림.
3가지를 모두 그대로 갖춘 책이지만, 식상하다는 생각보다는 반갑다는 생각이 더 드는 채이다.
이 책은 여행 정보지가 아닌, 여행길에 느낀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기에 더 정감이 간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길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서평 중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수채화의 느낌이 백승선의 <번짐 시리즈>의 책 느낌과 같기에 출간될 때마다 구입하게 되는 책.

 

이 책들에 소개되는 도시나 나라가 독자들이 여행한 곳이라면 추억을 되새기면서,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라면 언젠가 가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니,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본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짧은 글들과 함께 사진, 수채화가 돋보이는 책이다.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서평 중에서

내 기억 속의 폴란드는 언젠가 기억은 없지만, 교과서에 실렸던 퀴리부인의 일화에서부터 시작된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침략을 당한 뼈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에게 가장 큰 아픔을 당했던 나라.
바르샤바의 80%가 파괴되었고, 바르샤바 인구의 2/3인 65만명이 사망했으며,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나치의 수용소가 아직도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나라.
그리고, 폴란드는 퀴리, 코페르니쿠스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큰 인물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한, 누구나 알고 있는 폴로네즈나 야상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한 쇼팽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여행자는 쇼팽의 심장이 숨쉬는 희망의 도시 바르샤바
비스와 강가의 서정적인 도시 토룬
난쟁이들과 숨바꼭질하는 곳 브로츠와프
중세의 숨결이 배어 있는 500년 고도 크라쿠프
그리고.... 아픔을 품은 슬픔의 장소 아우슈비츠
이야기한다.
바르샤바하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생각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선율은 쇼팽의 녹턴이 아닐까.
이 영화를 몇 번 보고는 녹턴에 빠져 버렸었던 때도 있다.
황량한 폐허의 도시 바르샤바. 그곳에서 홀로 남은 한 사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를 발견한 나치장교와의 음악으로의 교감.
영화 속 장면, 장면이 지금도 선할 정도로 완전히 <피아니스트>에 빠져 버렸었다.
그것은 다시는 그곳을 절대로 찾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가졌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모습이 폴란드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내 가슴에 자리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추억이 번지는 곳 유럽의 붉은 지붕> 서평 중에서

흘러간 날들에 유럽의 한 복판에서 붉은 지붕도 만났고, 잿빛 지붕도 만났고....

유럽의 각 도시의 붉은 지붕, 잿빛 지붕은 이 한 권의 책 속에 모두 다 모였다.

잿빛 지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건물마다 삐죽 삐죽 올라온 빨간 굴뚝이 특색이다.

건물의 방 갯수만큼 올라온 빨간 굴뚝이 잿빛 지붕과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이 책은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번짐시리즈>를 통해서 마주쳤던 익숙함이 더 강하다.

지붕들이 이 책의 주제인만큼, 책 속의 사진들의 눈높이는 붉은 지붕을 볼 수 있는 첨탑이나 언덕 등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들이다.

붉은 지붕, 잿빛 지붕은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또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사라예보의 붉은 지붕을 보면서 저자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라는 책을 떠올린다.

나 역시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곳이다.

" 이런 풍광을 날마다 볼 수 있다면 아무리 걸어도 나의 여행은 지치지 않겠지" ( 책 속에서)

저자는 이 풍경 속에서 자신이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 골목 골목, 건물 사이를 흐르는 수로와 그 위로 수채화처럼 그림자처럼 비치는 오래된 건물. 그림 속 풍경같은 이곳에서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 (책 속에서)

그리고 떠남에 대해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 사람들은 누구나 어디론가 늘 떠나고 싶어한다. 일상에 지친 여행자는 낯선 풍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걷기만 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소박한 정답을 발견한다. " ( 책 속에서)

 

 

 

 

 

 

 

 

 

 

 

 

 

 

 

<설렘이 번지는 곳 파리지성여행> 서평 중에서

파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도시를 여행할 때에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문화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한다.

볼거리는 많으나 시간은 없으니, 훌륭한 예술품을 바로 눈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할 때의 그 마음.

대부분의 여행자는 파리에서도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다.

설렘의 장소이지만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곳들인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에는 38만점의 컬렉션이 있으나, 그 중에 1/10 인 3만 5천점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것도 하루종일 관람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작품들인 것이다.

" 거칠게 말하자면 루브르에는 '이렇게 그려야 해서' 그린 그림이, 오르세에는 '이렇게 그리고 싶어서 '그린 그림이 있다. 예술의 정의도, 방법론도 달라졌다. 둘 사이에 우열을 따질 수는 없다. 그저 세월이 흘렀고 시대와 기술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듯 예술도 그랬을 뿐이다. " (p. 255)

설렘이 번지는 파리감성여행>이 감성에세이라면 <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파리의 역사, 문화, 건축, 예술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파리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그동안 파리에 관한 여행서만도 수십 권을 읽었지만, 그 책들마다 특색이 있는 것은 역시 여행이란 여행자에 따라 그 도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여러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 같은 듯, 다른 파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렘이 번지는 파리감성여행> 서평 중에서

파리를 3번을 가도, 4번을 가도 언제나 에펠탑 아래에서 서성거린다는 저자를 따라서 파리를 여행한다.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인 에펠탑은 파리의 어디에서도 우뚝 솟은 그 모습을 대할 수 있다.

아마도 에펠탑이 가장 멋있는 순간은 석양이 지면서 에펠탑에 점화가 되는 그 순간이 아닐까 한다.

에펠탑의 불이 하나 둘 켜지는 순간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은 탄성을 지른다.

그 모습을 센 강을 흐르는 유람선 위에서 보았던 그때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에펠탑을 가까이에서 볼 때의 철구조물의 모습은 나에겐 거대한 괴물처럼 다가왔지만, 멀리에서 보는 에펠탑은 운치가 있다.

센 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에 앉아 있으면, 파리의 유명한 건축물도 만나게 되고, 강둑에 앉아서 사랑을 속삭이는 파리 시민의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세계 최대 박물관이라고 하는 루브르 박물관에는 약 40만 점 이상의 예술품이 소장되어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 보려면 하루가 다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예술품들은 경이롭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모나리자>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미술품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이다.

 

그 그림의 배경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림의 크기에 압도당하게 된다.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서평 중에서

현실세계가 아닌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건축물들이 가우디의 상상력과 천재성을 말해 주는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책에서 처음 보았던 때의 기억은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도 있었지만, 너무도 튀는 건축양식들 때문에 과연 이런 건축물이 도시의 다른 건축물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만약에 우리나라 어떤 도시에 이런 건축물이 들어선다면 대중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어떻게 보면 스페인이기에 가능한 건축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타일을 그리도 좋아하는 가우디는 깨진 타일의 아름다움까지도 소화해 낼 수 있는 건축가이다. 자연을 꼭 닮은 그의 작품들, 푸른 지중해를, 햇살이 찬란하게 비치는 태양을, 뱀이나 카멜레온과 같은 동물을, 옥수수와 해초와 같은 식물을, 심지어는 해골까지도 그의 건축물을 빛나게 하는 소재들인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늘어 놓았던 여행책자들도 꼭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 나라에 대해서, 그 도시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생각이 날때마다 읽곤 하는 책들이다.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 서평 중에서

그러나, 뉴욕의 첫 인상은 그리 밝거나 희망적이 아닐 수도 있다.

지저분한 지하철 역, 거리의 쓰레기 더미, 홈리스의 눈빛.

아주 특별한 곳일 것이라는 생각은 한순간에 실망으로 변하기도 한다.

뉴욕을 처음 찾는 여행자들이 느끼게 되는 실망감은 며칠 그곳에 머물다 보면 슬며시 사라지고, 뉴욕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여행자가 많이 가는 곳, 거리의 찻집, 맛있는 음식점을 돌다 보면,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넘쳐 나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은 이야기가 번지는 곳이 되는 것이다. 그곳에 내가 있고, 이야기가 있기에 아름다운 도시인 것이다.

<이야기가 번지는 곳 뉴욕>은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문지혁의 여행 에세이이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기 직전인 2005년 1월에 훌쩍 뉴욕으로 떠난다. 180일간 미국 전역을 돌며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게 된다.

그가 미국을 가게 된 것은 구직과 사랑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작가의 길을 걷기 위해서 한국종합예술대학원 서사창작과에 입학하여 글을 쓰기 시작한다.

" 나는 오랜 꿈을 간직해 오던 작가의 길을 걸어 가겠다고 결심했다. 이제는 꿈을 '닮은' 현실이 아니라 꿈 자체를 좇아야 겠다는 다짐과 함께 " (책 속의 글 중에서)

 

<번짐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가 출간된 것은 2009년 5월이었고, 나는 이 책을 2009년 11월에 읽었다. 그리고 11번째 책이 출간될 때까지 1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한 권, 한 권의 서평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그 감정이 가슴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나온 곳 중에 아직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스페인을 여행해 보지 못했다. 그곳들에 가게 된다면 다시 이 책을 꺼내서 읽고 가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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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3-01-2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라일락님..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해서 다 가지고 있어요**
반갑고 또 글과 사진이 좋아서 읽고 인사남깁니다!
잘읽었어요^^

라일락 2013-01-22 00:19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책이 마치 수채화의 번짐 효과처럼 가슴에 잔잔하게 번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지요.
이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같은 책으로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반갑네요.

oren 2013-01-2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짐>시리즈가 무려 11권이나 나와 있었군요. 다음에 언젠가 이들 나라로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을 때 꼭 이 책들을 사서 들고 다니며 읽고 싶네요.
2년 쯤 전에 제가 잠시 만났던 어떤 분은 '불가리아'에서 직접 가져온 '아주 특별한 와인'을 꺼내 놓고 '불가리아'에 관한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를 침이 넘어가도록 들려주시던 기억도 납니다.(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불가리아 명예대사쯤 되시는 것 같더라구요.)

라일락 2013-01-22 00:21   좋아요 0 | URL
아마도 앞으로도 시리즈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유럽에서 그칠 줄 알았는데,바다 건너 뉴욕까지 갔네요.
처음에는 저자가 같았는데, 지금은 각 책마다 저자가 달라지네요.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러브캣 2013-02-1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모았어요 ㅎㅎ 볼수록만족하는 시리즈지요

라일락 2013-02-19 07:44   좋아요 0 | URL
아직 1권을 못 모았습니다. 프라하인데, 그 책도 곧 구입하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반하다 - 서니베일체리의 101가지 샌프란시스코 다이어리 반하다 시리즈
유강호 지음 / 혜지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출판사 혜지원에서 나온 책 중에 <반하다> 시리즈가 있다. 여행 관련 서적인데, 여행 에세이가 아닌 여행 정보책이다. 지금까지 타이베이, 홍콩, 라스베이거스, LA, 밴쿠버, 부산, 하와이, 파리,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들이 각각 출간되어 있다.

그중에 홍콩, 밴쿠버, 라스베이거스, LA를 읽었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책을 검색하다 보니, <샌프란스시코에 반하다>가 나온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유강호'인 것도 반갑게 느껴진다. 2011년에 <라스베이거스에 반하다>< LA에 반하다>를 읽고 서평을 남겼는데, 어느날 보니, 그 서평에 댓글이 달렸는데, 저자가 남긴 글이었다.

서평을 쓰다 보면, 이런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한데, 책을 통해서 저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인 '유강호'는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의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이다. 1990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으며, LA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을 하였으며, 지금은 여행작가로 세계를 돌아 다닌다.

작가가 살고 있는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서니베일인데, 이곳은 스티브 잡스가 산책을 하곤하던 사과 과수원길이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 23년간을 살았으니, 그녀는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이 도시에 대한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에 가이드 북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다.

나처럼 지금 당장 샌프란시스코를 갈 계획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시그널 뮤직이 경쾌한 오카리나 연주로 시작되는 TV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보고는 정말 낭만적인 도시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또다른 TV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일밤>에서 연출한 <바람에 실려>에서 임재범이 Pier 39에서 '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를 부르던 장면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아름답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미국이들에게도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좋아하는 도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뉴욕의 지성과 LA 의 열정, 파리의 미를 소유한 도시, 개방적인 미국에서도 그 어느 도시보다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도시가 샌프란시스코이다.

미국 서부에서는 LA 다음의 국제도시이지만, 그 면적은 LA의 1/10 밖에 안 된다. 그리고 이곳에는 45 개 이상의 언덕이 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의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인생은 언덕"임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얼핏 발견되는 풍경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1906년에 대지진이 일어나서 도시는 모두 파괴되고 도로는 구겨지고...

불타는 화염을 막기 위해서 남아 있는 건물들을 파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이너마이트를 아낌없이 사용해서 샌프란시스코의 자랑스런 건물들을 인간의 손으로 파괴해야만 했었다니...

샌프란시스코 초고의 전망대, 트윈 픽스.

꼬불꼬불 롬바드 스트리트 & 러시안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금문교.

다문화지역임을 말해 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 맛있는 리틀 이탈리아, 노스 비치,동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재팬타운, 보헤미안의 헤이트, 애시버리.

그리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의 문화체험.

와인의 향연, 와이너리.

근처의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옐로스톤 국립공원.

이 책 속에는 101가지의 다이어리가 있는데, 가장 먼저 반드시 가 보아야 할 Best Top 12를 소개해 준다.

그리고 도시의 곳곳에서 둘러 보아야 할 장소들을 알려주니, 이를 중심으로 여행 루트를 짜면 좋을 것이다.

현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레스토랑, 간단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카페 등도 상세하게 안내해 주니, 여행자라면 한 번 쯤 가 보면 좋을 것이다.

여행 계획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목적에 맞게, 여행 계획은 없지만 샌프란시스코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에 맞게, 그 누가 읽어도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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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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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다보니, 책을 펼쳐 몇 장을 읽다보면 읽었던 책인 경우가 간혹 있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도 이지상의 신작 에세이가 아닌 2007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라는 것을 책을 읽던 중에 알게 되었다.

이지상의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은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 이지상 ㅣ 북하우스 ㅣ 2004>이다.

체코의 프라하성에는 아주 좁은 길이 있다. 예전에 이곳에는 황금을 가지고 세공을 하는 연금술사들이 살았기에 황금소로라고 불리는 길이다. 이 골목의 집 중에 No.22는 카프카의 작업실로 쓰이던 곳이라고 하여 어느 집보다도 여행자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그곳을 갔었던 적이 있기에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끌려서 읽게 된 동유럽 여행기이다.

그후로 여행작가 '이지상'의 책들을 가끔씩 읽곤 했다. <길 위의 천국>,< 언제나 여행처럼>, <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 질 것이다>등을.

그리고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의 개정판 이전의 책도 읽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그리 새롭지는 않다. 오랜 친구의 여행기를 읽고 또 다시 꺼내 읽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ㅣ 달 ㅣ 2012>의 작가인 '이병률'은 그의 여행의 시작이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여행이란 떠나고자 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길을 떠나게 되고, 때론 배낭을 짊어지고 길 위를 떠도는 삶을 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지상'도 역시 고등학교때부터 그의 상상은 세계 각 지역을 헤매고 다니는 것이었고, 오죽하면 당시에 밀항선을 타고 나라 밖으로 나가고자 인천항구를 어슬렁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생활 중에 떠난 첫 번째 여행에서 돌아 온 후에 그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그리곤 돌아왔다가 다시 떠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잠수하고 싶을 때, 완전한 익명성을 즐기고 싶을 때는 도시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로 깊이깊이 잠수해 익명의 여행자가 되어 게으르게 빈둥거리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에서 잠시 벗어나 숨구멍을 좀 트면 바쁘게 살아오느라 잃어 버렸던 모든 것이 되살아나 우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 (p. 35)

이 책 속에 담긴 글들은 그가 그런 일상을 블로그에 올려 놓았던 글들을 다듬어서 정리한 글이다. 그러니, 그에게 첫 여행지였던 대만에서부터 인도, 유럽, 아프리카 등의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 때의 느낌들, 그리고 현재는 대학 강의를 하면서 만난 학생들과의 대화, 블로그에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던 생각들이 함께 담겨져 있다.

그가 1988년부터 약 25년간에 걸쳐서 여행자로, 아니면 몇 달씩 어떤 곳에서 현지인처럼 살았던 삶에서, 그리고 지금은 비교적 국내에서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하게 되면서 느꼈던 것들 중에서 가장 그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여행과 현실사이"라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 오고 싶을 때 돌아 오는 그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한없이 부러워 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여행기를 쓴다는 것의 어려움, '왜 여행기를 내야 하는가"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이다. 30대 초반부터 삶은 여행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어찌 그런 생각을 안 해 보았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이 책 속에 진솔하게 담아 놓았다. 그래서 그는 누눈가 여행작가가 되려고 하거나,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면 " 무조건 떠나라"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난 여행자들이 떠나기 전의 자신의 자리로 돌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인것이다.

현실적 여행자가 되었다가 모든 걸 훌훌 털어 버리는 방랑자가 되기도 했었던 그였기에,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행 이야기와 함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 여행과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성공과 명예의 수단이 아니듯이, 이제 자기 인생의 수단이 되기에는 여행이 너무도 애틋해진다. 사랑하는 연인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좋기에 불안해도 그 길을 가는 것이다. 물론 상처입고 가다가 깨지고 자기의 삶이 망가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삶은 원래 그런 모험으로 가득 찬 길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며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 (p. 208)

끔찍하게도 여행을 사랑했기에 그는 그 길을 갔지만, 여행작가들의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만을 보고 그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길 위에서 보냈던 그의 25년의 삶의 모습은 그였기에 가능했고, 그 였기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저 일생에 몇 번, 아니 단 한 번이라도 우리다운 여행자로 변신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를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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