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프랑수아 를로르의 저서 중에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 있다. 거의 10 년전에 출간된 책인데, 요즘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그 이유는 '달빛 프린스'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온 여자 연예인이 이 책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출간당시에 읽었으니, 지금은 겨우 줄거리 정도 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렇지만 책표지에 나와 있는 문장은 지금까지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데, 이 문장은 다른 책에서도 인용된 것을 읽을 적이 있다.

"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 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 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 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날인 것 처럼"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중에서)

<꾸뻬 씨의 행복여행>을 쓴 프랑수아 를로르는 프랑스 파리의 권위있는 정신과 의사인데, 자신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실화 소설을 썼다.

그 중의 대표적인 심리치유 소설이 <꾸뻬 씨의 행복여행> <엑또르 씨의 사랑여행> <엑또르 씨의 시간여행>이다.

이 소설들의 주인공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정신과 의사이다. 마치 자신의 분신과 같은.

각각의 책에서 꾸뻬 씨는 행복을 찾아서, 엑또르 씨는 사랑을 찾아서, 시간을 찾아서 신비한 나라를 탐험한다.

나는 그 3권의 책 중에 <엑또르 씨의 사랑여행>은 아직 읽지를 못했다.

흔히, 우리들은 이런 말들을 하곤 한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가?" Yes or No.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한탄하는 사람, 지루한 시간을 견디다 못해서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냐고 투덜거리는 사람.

엑또르 씨가 만난 환자들도 이와 다르지는 않았다.

꼬마 엑또르는 학교 생활이 너무 지루해서 시간이 너무 늦게 간다고 말하고,

또 어떤 환자는,

" 시간이 느려졌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즐길 시간을 갖고 싶어서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구요." (p. 15)

시간을 늦추고 싶어하는 사빈.

자신의 수명을 개의 수명으로 계산하는 페르낭.

시간을 앞당기고 싶어하는 꼬마 엑또르.

그리고 엑또르가 사랑하는 사람인 클라라.

엑또르는 환자들의 치료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의 일상 속에서 시간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의 꿈 속에서도 시간은 존재하고 어떤 계시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가 꾼 이상한 꿈, 달리는 기차 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늦추지도 못하고, 종착역만을 향해서 가는 그 꿈을 꾼 후에 그는 시간을 찾아서 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첫 번째 여행은 시계가 없다고 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얼음의 나라, 이누이트족의 마을을 찾아간다.

이누이트족은 매년 겨울마다 석 달씩 계속되는 하루 밤을, 매년 여름마다 석 달씩 계속되는 하루 낮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에스키모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는 그 개념부터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시간이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계절이 되돌아 오는 것 처럼, 태양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 처럼, 사람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 11. 당신의 손목시계를 감춰버려라. 가끔씩 짐작으로 시간을 기록해라, 그러고 나서 손목시계의 그것과 비교해 보라." (p. 99)

엑또르 씨는 시간에 대한 생각들을 작은 수첩에 적어나가는데, 윗 문장은 그가 이누이트 족의 마을에서 느낀 시간에 관한 단상을 적은 것이다.

우리도 한 번 시계를 감추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시간을 측정해 보는 것이다.

다음 여행지로, 그는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돌아간다는 중국으로 간다. 중국에는 그가 만나고 싶은 노스님이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노스님은 어느날 훌쩍 세상에서 사라져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그래서 세인들은 노스님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의 하나는 스님의 나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 모든 사람들....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든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일종의 상징이네. 그래서 나는 내 나이를 알게 될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종교를 향해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지, 마치 그렇게 하기만 하면 틀림없이 오래 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 (p. 264)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엑또르 씨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현재가 곧 영원이며, 그것이 전부인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을 깨닫게 된다.

이해할 듯,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되는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키워드이다.

이 책은 심리치유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기계발서나 심리 관련 서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책의 내용 중에도 엑또르의 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것은 그의 행동에 대한 암시이자, 시간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엑또르 씨는 작은 수첩 속에 시간에 대한 단상들을 꼼꼼하게 적어 나간다.

그 단상은 번호가 매겨져서 25번에 이른다. 그리고 마지막 번호가 없는 방법이 소개된다.

" 번호가 없는 방법 : 현재가 곧 영원이며, 그것이 전부인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애써 보라" (p. 272)

시간 !

지나가 버린 시간, 잃어버린 시간, 지금의 시간, 그리고 다가올 시간들.

나에게 시간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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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조선 프린스 - 조선왕실 적장자 수난기
이준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비운의 조선 프린스>의 '들어가는 글'에 써 있는 저자의 글에 공감이 간다. " 이책을 집필하게 된 데에는 (....)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판한 역사책을 읽어보면 너무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내용 일색이라 전혀 와 닿지 않는다' (....) " (p. 8)

역사책에서도 이러하니, 역사를 소재로 한 역사 드라마나 역사 영화는 더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연출된다. 그래서 역사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 중에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가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때론 그 장면이나 상황이 뇌리에 박혀서 그것을 그대로 역사적 사실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에 오류가 있음을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저자도 어떤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말하지만 이라는 단서를 달아 놓은 부분들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조선의 왕자들에 관한 이야기 중에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많다. 2번의 왕자의 난을 일으켜서 왕위에 오르는 이방원, 세종에게 세자 자리를 내 주어야 했던 양녕대군, 광해군에 의해서 증살된 영창대군, 아버지에 의해서 뒤주 속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 인조의 견제 때문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되는 소현세자 등.

그런데, 이렇게 잘 알려진 왕자들의 이야기들 마저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잘못된 지식을 그대로 알고 있을 뻔한 사실들도 책 속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조선 왕실의 왕위 계승자 결정은 적서차별, 적장자 계승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독자들은 적장자 우선이라는 것 조차도 일반적인 왕위계승 원칙이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조선 특유의 권력 세습 방법이고 이로 인하여 조선의 왕자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거나, 있는 듯 없는 듯이 살아야만 하는 가엾은 신세이기도 했다.

세자가 되지 못한 왕자들은 벼슬길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가지고 있는 재물로 방탕한 생활을 하는 한량 신세였다. 왕이 된 왕자는 자신의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왕위를 넘 볼 것 같은 왕자나. 서자 왕자들을 경계해야만 했다. 그래서 왕자들 중에는 유배길에 오르거나, 반역이란 죄목으로 처형을 당하기도 했다.

정종은 이방원으로부터 자신의 입지를 보장받기 위해서 불노와 지운을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내치기도 했다. 한량으로 알려진 양녕대군도 세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은 하나, 워낙 불미스러운 일이 많다 보니 세자의 자리를 충녕대군(세종)에게 내 놓아야만 했다.

월산대군과 제안대군은 왕이 된 성종보다는 왕의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왕이 될 수 없었다.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적장자는 영창대군이 아닐까 생각된다. 선조의 적장자였지만 이미 광해군이 세자로 책봉되어 있었기에, 선조의 죽음은 영창대군의 앞날을 어둡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증살이라는 방법으로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니, 조선시대의 적장자 중에 단종과 더불어 가장 참혹하게 생을 마감한 왕자이다.

인조때 청나라 볼모로 잡혀 갔던 소현세자에 대한 내용은 다른 사학자가 쓴 책을 통해 소현세자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분석을 한다.

인조가 자신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경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가 심양주재 조선대사로 조선 국왕의 업무까지 활동영역을 넓히는 모습은 인조에게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강력한 정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조선시대의 왕자는 동화 속의 백마탄 왕자만은 아니었다. 왕은 항상 형제들을 자신의 왕좌를 위협하는 존재로 생각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아들까지도 의심의 눈으로 보아야 했으니...

조선에는 27명의 왕이 있었는데, 그중의 적장자는 7명 뿐이었다. 조선초기에 세워진 적장자 계승 원칙은 이로 인해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왕자들의 기록이 담긴 사료을 통해 왕자들의 삶을 추적해 보았다. 그리고 기록으로는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의 전후 상황들 예리하게 분석하여 비극적인 왕자들의 기록을 유추해 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집필기간이 5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쉽게 써진 책은 결코 아니다. 그만큼 역사 속의 왕자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결과물이다.

독자들은 흥미위주의 역사책, 역사 드라마, 역사 영화만을 접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비운의 조선 프린스>같은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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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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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얇은 만화책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이거 내 이야기가 아니야 !'하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지 않는 여자들은 없을 것이다.

결혼을 했다면 결혼을 한 상황에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일본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는 잘 표현하고 있다.

만화책 속의 그림은 어설프거나 엉성하게 그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다. 그래서 얼핏 몇 장을 들춰보면 성의없는 그림들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섬세하게 짜여져 있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얼마전에 '마스다 미리'의 만화 3종 세트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주말엔 숲으로>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그중에 처음 읽게 된 책이니, 다른 책의 내용은 잘 모르겠고지만, 책제목으로 유추하여 보건대, 여성들의 꿈, 결혼, 휴식을 다루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여성들이 가지고 있던 꿈, 하고 싶었던 일, 그것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듯한 상황이 들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마흔 살 생일을 갓 넘긴 미나코는 초등학교 다니는 딸 리나을 둔 평범한 전업주부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하여, 가사일에 충실한 일상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된다.
리나의 고모는 독신주의자이다. 아니 꼭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독신주의자라고 남들이 말한다. 가끔씩 리나의 엄마가 외출을 할 때에 직장에 월차를 내고 리나를 돌봐 준다.

 

리나는 엄마와 고모 사이에서 결혼을 한 여자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의 생활과 생각을 엿 보게 된다.

물론, 아직 어려서 잘 이해 하지는 못하지만....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에서, 대화 속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와 꼭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일을 하는 고모의 생활을 들여다 본다.

"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고모는 종가시나무같다. 아까의 작은 나무. 푸르디 푸르러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울타리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벚꽃나무처럼 모든 사람이 이름을 알아 주는 것도 아니다. 종가시 나무.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가시나무는 사실은 커다란 나무이다. 그런데도 종가시나무는 울타리 역할까지 잘 해낸다. 벚꽃나무는 할 수 없는 일을 종가시나무는 하고 있다. " (p. p. 22~25)

엄마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존재감, 고모가 원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보장.

전업주부 엄마와 직장여성인 고모는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니, 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처지와 고민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는 경쟁의식이 있다.

그것을 작가는 디테일하게 잘 표현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연결해 주는 리나가 없었다면 이 책은 무미건조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의 눈에 비친, 어린이가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가 엄마와 고모의 이야기를 좀더 사실적이고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녀들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은근슬쩍 가르쳐 준다.

갑자기 책을 읽다가 한숨이 푹~ 나온다. 젊은 날에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건만, 언제부턴가 존재는 하지만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진 일상이 리나 엄마의 생각도 같기에.

그러나, 금방 깨닫게 되는 것은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엄마는 '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라고 말하지만.

그럼, 엄마는 지금 뭐지? 투명인간? 엄마는 여기 확실하게 있는데도 이상한 말을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는 모두 나무가 되는 게 아니라 새에게 먹히거나 밟혀서 으깨지고 새싹이 나올 수 없는 곳을 굴려 다니기도 한다. 나무가 되는 것은 도토리에게 아주 힘든 일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엄마는 이미 '있다.' 그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다. 분명히 이 도토리에게는...." (p.p. 124~125)

엄마도, 고모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을 리나는 알고 있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꿈? 일? 성취감? 도전? 자존감? 보장?.... 그밖에 또다른 어떤 것?

독자들은 두 여자가 자신들의 일상에서 찾지 못했던 것들을 리나의 생각을 통해서 찾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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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김진송 지음 / 난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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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토막을 깎고 다듬어서 만든 목물, 그 목물을 다른 목물과 연결을 하니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아니 그 목물들은 홀로 있어도 멋있다.

술을 마시는 할아버지, 잠을 자는 아이, 그 아이를 들여다 보는 해골, 거미, 의자, 강아지, 새끼 새에게 벌레를 물어다 주는 어미새, 사다리를 타고 보름달에 오르는 사람....

충분히 이 목물들은 홀로 있어도, 함께 있어도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면 빙그레 미소가 떠오른다. 아마도 독자들은 자신의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아들이 어릴 때에 레고를 가지고 놀았다. 레코는 그 종류가 다양하여서 얼마든지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난감이다.

똑같은 레고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언제 만드느나에 따라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만드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그런데, 아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장난감 통에 있는 다른 장난감들을 함께 배열하면서 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 장난감을 그곳에 배열하였는가를 이야기하면서 놀았다. 문득, 그 장면이 떠올랐다.

이 책의 저자인 작가이자 목수인 김진송도 아들처럼 나무토막을 다듬으면서 이야기를 생각하였을 것이다. 페트롤리우무스의 전설을 떠올리면서, 로봇아이를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기도 했고, 개와 의자를 보면서 개를 닮은 의자를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움직이는 목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톱니바퀴를 몇 개를 달아야 할 것인지, 톱니바퀴의 크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에 달아야 할 것인지, 세밀하게 계산한 설계도와 제작과정이 목수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쳐간다. 작가이자 목수인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목물을 다듬었을까, 아니면 목물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생각했을까? 물론, 그 순서가 무슨 상관이 있으랴.

작가의 이야기가 있어서, 목수의 예술작품이 있어서 좋기만 한데....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목물 작품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닮아 있다. 이야기는 말을 엮어서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고, 목물은 부분 부품이 모여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톱니바퀴가 물려서 기계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곧 작품이 된다.

저자는 그가 만든 목물들을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라고 표현한다. 목수에겐 목물을 만드는 것이 이야기의 시간을 이미지의 시간으로 바꾸는 일이었던 것이다.

글로 가득찬 책들이 말하지 못했던 그 부분들을 이미지로 가득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일을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가 하였을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기계장치가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책표지의 순하디 순한 강아지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집 강아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진다. 동물병원에서 누군가의 집으로 팔려간 강아지가 이 집, 저 집을 거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그곳에 적응해가는 이야기를, 작은 두 눈망울은 언젠지도 생각나지 않는 흘러간 시간 속에서 엄마 개의 젖을 먹고, 형제자매끼리 물고 뜯던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듯한 촉축함이 묻어난다.

이야기가 있기에 추억이 있고, 이야기가 있기에 꿈이 있는 그런 이야기 속으로 잠깐 들어가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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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는가 - 9세기 바그다드의 지식혁명
조너선 라이언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책과함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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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서남아시아의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자살 테러사건이 머리를 스치고 갈 것이다. 그래서 이슬람 세계하면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폭력이 떠오른다.

학창시절에 배운 이슬람의 포교활동에 관한 내용 중에는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이슬람의 호전적이고 폭력적인 면을 나타낸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유럽 중심의 세계사가 가져다 준 잘못된 지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를 여행하게 되면, 그들의 찬란한 문화를 보고 어리둥절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들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이슬람 문화와 매치가 되지 않기때문이다.

흔히, 중세 유럽을 암흑시대라고 하는데, 그것은 기독교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과학, 천문학, 철학 등은 설 자리가 없었으니, 자칫 잘못하면 위대한 과학적 성과를 이루고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처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 반면에 이 시기에 이슬람은 과학, 수학, 의학 등이 발달하면서 아랍문화가 번창한 때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와는 반대로 생각해 왔을 것이다. 이슬람이 야만적이고, 유럽은 문명인들이라고....

" 방위각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대수학에서 숫자 영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기술용어들이 아랍인들의 소중한 유산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는 그보다 세속적인 영역에서도 일상 음식들 (예를 들면 살구, 오렌지, 아티초크 등)에서부터 제독, 범선, 몬순 같은 항해 용어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에 아랍의 영향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까? 심지어 모리스 춤 같은 전형적인 영국 전통 춤도 실은 무어인의 춤이 변형된 형태로서, 그 기원은 아랍 음유시인들이 이슬람 스페인의 귀족들을 즐겁게 해주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 (p.p.36~37)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게 계기가 되는 사건이 십자군 전쟁인데, 처음에는 교황의 선동에 의해서 '하느님이 원하신다!'고 연호하면서 전쟁터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전쟁은 차츰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변질된다. 그래도, 십자군 전쟁이 세계사에 남긴 변화는 상당히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이슬람 학문이 서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유럽인들은 이슬람 문화가 번창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용감한 기독교 학자들은 지식을 찾아서 이슬람 세계로 가게 되고, 이슬람의 과학지식과 철학 사상을 서양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것이 결국에는 르네상스의 기본정신이 된다.

서양인들은 십자군 전쟁 이후에도 아랍문화가 근대과학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거나 왜곡시키거나 때론 비난을 일삼아 왔다.

'이슬람은 폭력으로만 전파된다', ' 이슬람은 억압적이다', '인간의 성을 타락시킨다'

이슬람의 술탄을 하렘이나 일부다처제와 관련지어서 부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무함마드는 엉터리이며 악마의 도구이고, 그리스도의 적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중세의 유럽과 이슬람을 생각해 본다면, 아랍의 과학이나 문화없이는 오늘날의 서양 문명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너선 라이언스'는 이슬람 국가에서 20 년 넘게 에디터와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알게 된 지식들을 토대로 아랍학문이 중세 기독교 세계의 나라들과 그로 부터 탄생한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당시, 영국인, 배스 애덜라스는 아랍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안티오크에 들려 천문학과 수학에 관한 귀중한 서적들을 가져 오게 되는데, 그것이 서양의 학문에 기여하게 된다.

시칠리아의 루지에르 2세는 70 여 권의 아랍문헌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사람들에 새로운 학문을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이슬람 문화가 이처럼 번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 왕조인 아바스 왕조의 왕립 도서관인 '지혜의 집'이 있었다. 이 도서관은 칼리프의 지원하에 학문을 연구하고, 고전을 번역하는 일을 하였는데, 이곳에는 약 40만 권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었으니, 당시 서양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암흑기의 중세 유럽은시간관념 조차 없었던 무식하고 야만적인 족속들이 살고 있었고, , 중세 이슬람에는 체계적인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서양 중심의 역사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과연 이 모든 사실들을 전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린 유럽인들을 너무 높게 평가해 왔었던 것은 아닐까? 중세의 무지함에서 벗어나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된 것은 그들의 역량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그런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슬람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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