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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유시찬 신부의 인생공감
유시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신부님, 유시찬 신부님이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마음 공부 에세이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잣대에 의해서 스펙 쌓기에 전념을 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인 <아침마당> '목요특강'에서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스티브 김(김윤중)의 특강이 있었다. 그는 2000 달러를 들고 미국에 건너가 30년 만에 20억 달러의 부를 이룬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사람인데, 2001년부터 '꿈, 희망, 미래재단'을 설립하여 서울과 연변 등의 6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발단을 마련해주고 있다. 특강 중에 가장 강하게 다가온 것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싫다면 책을 덮어라'하는 이야기였다.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향해 나가라는 메시지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읽으니, 이 책의 저자인 유시찬 신부나, 스티브 김이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귀한 나만의 꽃자리'( 책 속의 글 중에서)가 있기에, 청춘의 시간을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청소년들에게 마음과 영혼을 위한 스펙 쌓기를 권하는 이야기이다.
예전의 공부란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와 마음을 닦기 위한 마음공부가 병행하거나 지식 쌓기 보다는 마음 닦기에 더 중점을 두었음을 고전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실상은 어떠한가?
이 책은 진정한 나를 찾으라고 말한다. 마음을 날씨에 비유하자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고, 비오는 날도 있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도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로 생기있고 힘이 나는 날도 있고, 슬픔에 잠기고 화가 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날씨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살아 가듯이, 어떤 마음의 움직임도 모두 좋은 것이라 인식하고 받아들이면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받아들이다 보면,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연애와 결혼도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삶의 한 과정이다. 설렘과 기쁨, 감동과 환희, 그리고 독하고 쓴 비연의 맛까지...
결혼이라는 것이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 하는 것일지라도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사랑이란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걸고 스스로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마음 공부이며 수행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까닭은 자기 존재의 완전성을 이루기 위해서 입니다. " (p. 49)

이 책의 저자인 신부님은 청소년들의 멘토이다. 멘토가 생각하는 멘토란?
'멘토를 넘어선 인생의 등불같은 참된 '스승'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하기'를 하지 않았던가?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을, 단 한 마디의 말을 건네 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그건 요즘 스승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학창시절 선생님의 품성이 좋아서 따르고, 대화를 나누고, 졸업을 한 후에도 연락을 하던 그런 우리의 선생님들을 청소년들을 잃어가고 있다. 그건 사회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선생님과 학생간의 끈끈한 정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학창시절의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 보면 어떤 분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분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들릴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그런 스승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 스승이란 단순한 멘토의 역할을 훌쩍 넘어선 존재입니다. 삶 자체를 겨누고, 존재 본연의 질적 향상을 노리며, 인생이라는 강 한복판에서 물살의 방향을 틀어 쥐는, 그런 존재가 바로 스승입니다. " (p. 59)
저자는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 속에 들어오는 단어는 '중(中)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전체를 취하고 아루는 것, 기쁠 때는 슬픔을, 건강할 때는 질병을, 명예흘 누릴 때는 모욕을, 부귀를 누릴 때는 가난을 바라보며 그 전체를 취하는 것, 한쪽에만 집착하지 않는 것.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中, 그 이상의 중이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책의 끝부분에서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할까 망설여지게 된다.

평범한 나에게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이라는 질문, 그 의미부터 생각하게 된다. 저자의 글처럼 대단한 인간적 업적이 아닌 깨달음의 정신과 열매를 남겨야 하는 것이리라.
유위적(有爲的)인 삶이 아닌 무위적(無爲的)인 삶에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말인데,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아직은 거기까지 이르지 못할 정신적 연령을 가졌기에....
물론, 이 책은 청소년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기에 많은 독자들이 이 물음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많은 책들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함께 생각하게 해 준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꼭 마음에 새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 그 어딘가 나만의 꽃자리가 있다."는 말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나만의 자리찾기를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