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보다 재미있는 세계 100대 명화 재미있는 100대 시리즈
박현철 지음 / 삼성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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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보다 재미있는 세계 100대 명화>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위한 미술감상 책이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미술시간을 통해서 유명한 화가들의 명화를 배우기도 했고,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통해서 직접 예술품을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명화를 접할 기회가 적었기에 널리 알려진 작품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서양의 미술 작품 속에는 그리스도교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나 그리스, 로마의 신화가 담겨 있거나 역사적 사실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배경지식이 없다면 전혀 작품 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는 어린이들에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 100 편을 소개해 주고, 해설을 곁들여 줌으로써 어린이들이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준다.

또한 명화를 감상하면서 어린이들의 관점에서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도 있게 해주기도 한다.

조토의 <입맞춤>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이 작품의 입맞춤이 존경의 입맞춤이나 인사의 의미를 갖는 입맞춤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예수를 미워하는 무리들에게 팔아 넘기기 위한 입맞춤임을 성경 말씀을 근거로 그린 그림이라는데서 알아 내야 한다. 그러니 <입맞춤>은 유다가 예수의 얼굴을 모르는 병사들에게 그가 예수임을 확인시켜주는 배반의 입맞춤이 된다.

랭부르 형제의 벽걸이 그림 중의 1월에 해당하는 <극히 호화로운 공작의 기도서>는 이 당시만해도 화가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원근법을 적용하다 보니 오히려 어색한 느낌을 갖게 하는 그림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 프리마베라>는 신화의 내용이 담겨 있고,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최후의 심판>은 성경말씀을,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모습을, 브뤼헐의 <네덜란드의 속담> 속에는 수십개의 네덜란드 속담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위인들과 관련된 그림으로는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 소크라테스의 죽음>,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역사 속의 어떤 사건을 그림 속에 담아 놓은 것이다.

르누아르의 <뱃놀이 일행의 점심식사>는 어떤 곳의 어떤 날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이 책은 왼쪽 페이지에는 명화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명화의 해설이 실려 있다. 거의 대부분의 명화들이 15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서 그려진 그림들인데,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작품들이다.

또한 명화에는 화가가 그림 속에 어떤 의미를 담아 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상법을 알게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해골, 비둘기, 책, 시계 등이 어떤 그림에 어울리지 않게 담겨 있다면 그것은 그 시대에 화가들이 그림 속에 그런 것들을 그림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어릴적부터 책을 통해서 명화를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커서도 명화 감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에게 명화를 감상하면서 예술적인 감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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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오래 살게 하는 50가지 방법 - 동물행동학 전문가가 전하는 '내 고양이 행복하게 만드는 환경 및 건강 지침서'
카토 요시코 지음, 강현정 옮김, 안상무 감수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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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가 않다. 어릴적에 본 영화 속에서 자신을 귀여워 해주던 주인이 죽게 되자 고양이는 주인의 복수를 해 주던 장면이 나왔었다. 그때의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뜩하였다.

그후에도 길고양이들이 아파트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사람의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는 모습에 고양이보다 내가 더 놀랐던 적이 많기에 고양이를 보면 그리 귀엽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파트 뒷쪽에서 새끼를 낳은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앙증맞은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그 고양이는 아파트 쓰레기통에서 가끔 마주치던 고양이의 새끼였다.

새끼 고양이를 본 후에는 장마철에 비가 억수처럼 내리면 길양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추운 겨울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면 또 길양이들이 잘 있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자연 현상의 변화에도 살아 있는 길양이들을 보니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달리 생존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끔은 우리 강아지의 사료나 캔 사료를 고양이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에 갖다 놓기도 했다. 새끼까지 이끌고 먹이를 찾아 다니는 모습이 애처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에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읽다가 작가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 것을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책 속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가 준 길양이의 사료는 고양이가 아닌 새들의 먹이가 되었고, 그로 인하여 고양이들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고양이를 키워 보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길에 떠돌아 다니는 고양이만을 보아 왔기에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내 고양이 오래 살게 하는 50가지 방법>은 고양이의 생태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고양이와 개는 살아가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강아지는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지만, 고양이는 사람의 손길이 없어서 얼마든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속성과 성격이 전혀 다른 동물이다. 개는 무리생활을 하기를 좋아하기에 주인의 가족을 자신의 무리로 인식한다. 그리고 상하관계가 뚜렷하여 자신이 어떤 곳에서 살게 되면 서열을 정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을 리더로 생각하여 충성을 다한다.

그런데 비하여 고양이는 단독생활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새끼일지언정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울타리에서 몰아내 버린다. 무리를 싫어하고 리더도 만들지 않는다. 사람과 개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양이들이 방목이 될 경우에는 이런 원칙에 의해서 살게 되지만 사정은 달라진다.

방목으로 생활하는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가 쫒아내면 어른 고양이가 되어서 다른 곳에 적응하여 살게 되는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주인이 쫒아내지 않기에 어른 고양이가 안 되고, 사람과 살아가는 새끼 고양이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정보을 담아 놓았다. 그 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을 했을 중성화 수술에 관한 내용이다.

만약,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는다면, 1년째에는 9마리, 2년째에는 45마리, 3년째에는 225마리로 늘어나게 된다. 자연에서 살게 된다면 이런 속도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생존경쟁에서 죽게 되는 고양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고양이의 개체수는 생각한다면,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고양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밥을 주는 방법, 화장실 설치, 기본적인 환경 조성, 발톱 깎아주기를 비롯한 위생 문제, 놀아주기, 고양이의 행동 관찰하기, 질병, 노후관리까지 고양이를 기를 때에 필요한 내용들을 이 책에서는 꼼꼼하게 짚어준다.

고양이가 아플 경우에 응급처지 방법도 알아 두면 좋은 정보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주인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다가 언젠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그때에 어떤 일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양이의 마지막 순간을 주인은 어떻게 맞이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마지막 이야기이다.

마지막 순간은, 주인의 품 안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갈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이 책을 통해서 해소되었다.

고양이의 가치관은 인간의 가치관과는 다르기에 고양이는 고양이의 삶을 살아갈 때에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은 책의 크기가 작고 얇아서 앙증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책 속의 내용도 한 페이지는 설명으로, 그리고 옆에는 그 내용을 만화로 그려 놓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고양이를 입양하기 이전에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고양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다가 그리스의 어떤 여행지에서 길양이를 돌보아 주던 '김영하' 작가가 떠오른다. 끝까지 보살펴 줄 수 없지만 그래도 여행지에 머무는 동안에 고양이를 돌보던 작가의 마음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에세이인 <랄랄라 하우스>에 나오는 그 고양이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도 궁금해진다.

고양이와 오랫동안 함께 살고 싶다면 고양이의 습성을 알고 그에 따라서 고양이와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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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아이 밥 - 1일 필요 영양에 맞춘 108가지 일품요리
김영빈 지음, 이선경 감수 / 수작걸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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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할 때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이의 밥상일 것이다. 남편의 밥상과 아이의 밥상은 같은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더라도 같은 식단으로 꾸며질 수는 없다. 그렇다보니 끼니마다 아이의 밥상을 고려한다는 것이 힘들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 식재료를 이용한 반찬을 한 가지 정도 더 만드는 경우가 많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지면 아이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없게 된다.

<한 그릇 아이 밥>의 저자인 김영빈은 요리연구가이기는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남편의 밥상과 아이의 밥상을 따로 준비하는 번거로움에 때론 귀찮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이에게 균형있는 식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한 그릇 아이 밥'을 생각해 내게 된다. 한 그릇 속에 밥과 반찬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메뉴를 생각해 낸다.

6~8세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에 아이들의 1일 권장 섭취량이 얼마인가 알고 있는가? 우리는 성인들의 1일 권장 섭취량을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 보다 적은 양의 식사를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남아의 경우에는 1일 권장 섭취량이 1600 kcal, 여아의 경우에는 1500kcal 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의 1일 권장 섭취량과 필요 영양소를 아침식사, 점심식사, 오후 간식, 저녁 식사로 나누어서 섭취할 수 있도록 메뉴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아침에는 아침식사 메뉴에서, 점심은 점심 식사 메뉴에서.... 이런 식으로 선택하여 아이 식단을 꾸밀 수 있다.

각 메뉴에는 5대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게, 그리고 채소, 육류, 생선류의 밸런스를 따져서 만들었다.

아침에는 두뇌활동을 돕는 한 그릇 식사를, 점심에는 고열량 칼로리가 듬뿍, 오후 간식은 부족한 영양소 보충, 저녁에는 가볍게 소화 잘 되는 음식으로....

메뉴별로 총열량,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로 나누어서 1일 총 열량의 몇 %에 해당하는가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간단한 레스피까지 담아 놓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음식들은 모두 한 그릇에 담겨진다. 거기에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면 좋을 국과 반찬은 따로 몇 페이지에 걸쳐서 담아 놓았다.

딱 한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들은 아이들이 먹을 음식이기에 색감, 모양 등에서도 아이가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예쁘게 만들어진 음식들이다.

'잔채소 스팸무스비'의 경우를 보면, 냉장고에 굴러 다니는 자투리 채소를 다져서 밥과 함께 주먹크기로 빚고, 스팸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놓는다. 다시 스팸을 조리장에 조린 후에, 밥에 스팸을 올려 김으로 띠를 둘러 놓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팸이지만, 그냥 밥과 스팸을 후라이팬에서 조리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밥에는 야채를, 스팸은 데쳐서 기름기를 빼서, 밥과 스팸, 김을 아름답게 장식 하는 것이다.

아이가 먹는 음식이기때문에 김밥, 롤, 덮밥, 볶음밥을 응용한 음식들이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선보인다.

점심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닭가슴살 칼국수, 궁중식 골동면, 감자크림 파스타, 흑임자 우유 국수 등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음식으로, '빼빼로 볶음밥'이 있다. 춘권피에 볶음밥과 치즈를 올려 말아서 기름에 튀기거나 오븐에 살짝 굽는 음식인데, 평소 식탁에서 볼 수 없는 음식이기에 아이들의 눈길을 끌 것 같다.

떡볶기도 고추장이 들어간 떡볶기가 아닌, 궁중 떡볶기로, 아이의 한 입에 맞게 조랭이 떡과 표고버섯에 간장으로 밑간을 하여 볶은 떡볶기이다.

가정에서 아이 음식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인 현미, 흑임자, 흑미, 참나물, 버섯류, 단호박, 새싹, 견과류 등을 음식의 재료로 사용한다.

책의 뒷 부분에는 'Bonus Recipe'로 아이가 아플 때.... 감기& 해열, 설사, 구토, 변비, 체력 보강을 위한 을식과 레시피가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의 1일 권장 섭취량, 1일 필요 영양소, 5대 영양소가 균형있게 들어간 음식들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음식을 보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게 예쁘게 한 그릇에 담아 놓았다.

요즘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중에 '아빠 어디가'를 보면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런 장면은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인데, 아이들에게 올바른 식사 예절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밥 안 먹는 아이들 때문에 밥그릇을 들고 다니는 부모들. 아이 혼자 먹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숟가락을 들고 먹여 주는 부모들에게 이 책에 실린 음식들을 소개해 주고 싶다. 아이들이 이런 음식을 보면 호기심이 생겨서라도 충분히 스스로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른들도 밥맛이 없거나 새로운 메뉴의 음식을 먹고 싶을 때에 이 중의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음식은 정성이기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의 음식들이 생각나게 된다. 좀더 간편하고 새로운 음식이 먹고 싶다면 이 책의 음식들을 만들거나 응용해서 자신만의 밥상을 차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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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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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망설임없이 읽을 수 있다. 그건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대부분의 소설은 200쪽 안팎의 짧은 이야기들이고, 작품 속의 배경을 아름답게 표현하기에 책을 읽으면서 어떤 풍경을 연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작가는 잊을 만하면 한 작품을 선보이고, 또 잊을만하면 한 작품을 선보이기에 꾸준히 그의 작품을 읽게 된다.

2012년에 출간된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그녀의 소설 주인공들이 그렇듯이 마음 속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5편이 실려 있었다.

불행한 가정사, 성장기에 당한 치명적인 사건,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그런 것들이 가슴 속에 남아 있어서 치유가 안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연히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에 느끼게 되는 막막함. 그러나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 나갔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소설의 특징은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저 담담하게 세상을 살아가지만 가슴 속에는 응어리가 남아 있고, 그 아픔은 천천히 치유되어 가는 모습을 잔잔한 터치로 다룬다.

<사우스포인트의 연인>도 출간소식과 함께 어느새 내 손안에 들어와 있는 책이었다. 큰 감동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너무도 익숙한 캐릭터와 이야기의 전개가 비슷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또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읽게 되는 책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이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라서 독립하여 자신의 일을 하는 딸의 이야기, 카페를 할 수도 있고, 작은 레스토랑를 할 수도 있고... 그리고 떠나간 사랑에 대한 못견딜만한 그리움은 아니지만 가끔은 생각나는 그런 그리움...

역시, <사우스포인트의 연인>도 그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또다른 새로운 소설이다.

이 소설은 내가 읽지 않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인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후 15년만에 그 후일담을 쓴 소설이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주인공들의 아들이 <사우스포인트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인 다마히코이다.

테트라는 초등학교 시절에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고, 빚쟁이에 몰려서 엄마와 함께 야반도주를 한다. 그때 자신의 남자친구인 다마히코에게 한 장의 편지를 전하게 되고, 군마에 자리를 잡은 후에 서로 만남을 가진다.

그러나 다마히코 엄마의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성격탓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하와이에 모여 살게 되면서 그들은 이별을 한다.

다마히코 엄마와 테트라의 엄마는 모두 가정보다는 자신의 삶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그 기준은 완연하게 다르다.

다마히코의 엄마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남편이 곁에 있으면 그 강한 빛이 거슬려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사람이고, 테트라의 엄마는 힘든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로 기분을 돌려 버리는, 사람으로 주위 사람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타입이다.

테트라는 말만 가족이었지 문제투성이인 가정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것들, 가정에서 얻을 수 없었던 사랑을 마히코와 그의 엄마, 기요 아저씨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다마히코가 하와이로 간 후에도 자연스럽게 서로 연락이 끊기게 된다. 테트라는 주문제작을 하는 퀼트 아티스트로 일을 하는데, 어느날 우연히 자신이 다마히코에게 야반도주하면서 보냈던 글귀가 우클렐라의 가사로 쓰여져서 들려오는 것을 듣게 된다.

수소문끝에 우클렐라를 연주한 사람이 다마히코의 동생이라는 사실과 다마히코는 백혈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의 동생이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이다.

다마히코의 동생을 통해서 하와이의 사우스포인트에서 그의 엄마 마오와 아빠인 하치의 사랑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

테트라는 죽은 다마히코를 위한 퀼트 제작을 위해서 하와이에 가게 되고, 마오와 하치가 사랑을 이루었던 사우스포인트에서 다마히코와 그의 동생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되고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데...

사우스포인트는 하와이섬 남쪽 끝에 깎아 지른 듯한 절벽인데, 온갖 색깔이 존재하는 이 세상의 끝같은 장소이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운명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확률이 아닐까.

마오와 하치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던 곳인 이곳에서 그들의 아들이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확률도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사랑은 숙명적으로 찾아 올 수도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다마히코가 아닌 유키히코의 엷은 그림자라면, 그 곁에 있는 테트라도 그 옛날의 테트라의 유령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첫사랑이란 만날 수 없을 때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 나는 이곳에서 어디에소 없는 유럽으로 괴로움을 안은 채 살아가겠지,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이 섬이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게 하는 마술을 부릴 뿐이다. 그 결심은 파도처럼 밀려왓다. 밀려가면서 점점 커졌다. " (p. 212)

이 소설은 중간에 어떤 트릭이 있기는 하지만, 그 트릭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더 명확하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꽃을 좋아하나보다. 자신의 필명이 열대지방에서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해서 '바나나'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 소설에는 레후아꽃이 나온다.

(자료검색 : daum 이미지 검색에서 - 바나나꽃)

(자료검색 : daum 이미지 검색에서 - 레후아꽃)

" 응, 레후아 꽃은 칼라우에아 언저리에서 보는 게 최고니까 보러 가자, 빨간색이 검은 지면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몰라, 빨간 새의 깃털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나 싶게 여기저기 피어 있어. " (p. p. 212~213)

최근 출간된 책 중에 <문학 속에 핀 꽃들/ 김민철 ㅣ 샘터사 ㅣ 2013>이 있는데, 문학 작품 속에 나오는 꽃 이야기라고 한다. 이 책 속에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속의 꽃을 찾아 넣어도 좋을 듯하다.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들, 그러나 그 속에는 사랑이 있고, 이별이 있고, 아픔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조용히 치유해 가는 주인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

이 소설은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후일담이기에 함께 읽어도 좋지만, 꼭 안 읽어도 이 책을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리고 하와이를 그렸다는 점에서는 <환상의 하와이>와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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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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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은 중학교 성적에 의해서 인문계 고등학교와 실업계 고등학교로 나누어져 입학하여야 할 때일 것이다.

물론, 자신의 진로를 일찍 결정한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앞날의 멋진 목표를 향해서 한 발자국 먼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이 책 속의 내용이나 일반적인 통념에 의해서 본다면 인문계에 진학할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이 마지못해 선택하게 되는 고등학교이기도 하다.

<꼴찌들이 떴다 !>는 춘천의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생인 호철, 재웅, 기준, 성민. 네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 여름에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성장소설이다.

청소년 문학상인 '제2회 블루픽션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기대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른 청소년 소설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소재가 신선하면서도 생동감을 갖는 소설로 만들어 준다.

흔히 청소년 소설은 학교 생활 부적응자, 왕따문제, 그리고 그런 원인을 가정에서 찾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 소설에서는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현장실습이라는 과정과 경제적으로 낙후해가는 외딴 마을과의 연계가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계기를 갖게 해 준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에,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대다수이기에 학교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현장실습을 나가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이다. 호철을 비롯한 4인방은 학교 성적은 바닥이요, 자격증 하나 없으니, 현장실습은 나가지도 못하고, 아침이면 늦게 피씨방에 들렀다가 점심이나 먹기 위해서 학교에 들렀다가 돌아오곤 한다.

그런 그들에게 원주에 있는 공장에서 월급 90만원의 현장실습 제의가 들어온다. 먼저 실습을 나간 학생들에 비해서 적은 월급이지만, 그들은 감지덕지 일을 하기로 한다.

그들은 원주에서 계약서를 쓰고, 산을 넘어 어떤 마을에 도착하게 되는데, 하는 일은 송전 철탑을 세우는 터 다지기 일을 하는 막노동일이다. 읽어보지도 않고 작성한 계약서가 덫이 되어 할 수 없이 일을 하지만 견딜 수 없어서 탈출을 하다가 잡히기도 하면서 우여곡절의 생활이 지속된다.

이 소설은 시작은 청소년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기력하고 목표도 없고 꿈도 없는 학생들의 일상이 그려지지만 그 부분을 지나면 청소년 소설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큰 틀 속에서 우리들이 접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속속 노출된다.

한전의 일을 하청받은 천마산업이 원주의 아파트 신축 공사장으로 몰려간 막노동자 대신에 학생들을 현장실습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을 시키고, 그들을 계약서 작성을 빌미로 그곳에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나,

고압선 철탑을 건설 할 때에 주민들이 노인계층이라고 정확한 정보나 사전 협의없이 막무가내로 공사를 하는 일, 그리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을 깡패를 동원해서 억압하는 일 등은 사회적인 문제들이기도 하다.

산골마을에 더덕을 비롯한 농산물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하는데, 어느날 그들이 노래방을 가기 위해서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일을 계기로 철부지, 말썽꾸러기 꼴찌들은 노인들만 사는 동네를 위해서 새로운 일을 생각해 내게 된다.

인터넷을 통한 동네 카페 만들기와 직거래 장터 싸이트 만들기와 노인들을 위한 컴퓨터 수업을 하게 된다.

아직 시작해 보지도 않은 청소년들,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톨이가 된 청소년들. 그래서 그들은 좌절하고, 어디엔가 숨어서 지내다 보니, 그런 청소년들끼리 모이게 된다. 그들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그들에게 감겨진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다 보니 그들은 탈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내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부모와 선생님이 원하는 길로 가야만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꿈이 있을 수도 없고, 목표가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꼴찌들을 위한 꼴찌클럽을 만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4명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무엇일까?

그놈의 '엄마 친구 아들!'

" 야, 너희들 이 세상에서 제일 공포스럽고 짜증스러운 단어가 뭔 줄 아니?" (p. 237)

" 그래! 그지, 엄마 친구 아들 !" (p. 238)

공부에는 영 젬병인 청소년들이 두메 산골 다락방에 모였으니,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기막힌 인연.

호철, 재웅, 기준, 성민, 세연, 희진, 은향.

그들이 생각해 낸 "꼴찌 클럽 !"

누구 하나 골찌에게는 관심이 없다. 무시하고 깔보고,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꼴찌는 더 많이 혼난다.

어느 학교, 어느 반, 어느 동네, 어느 곳에나 일등이 있듯이 꼴찌도 있다.

세연이는 백댄서의 꿈을 가지고 있고, 희진이는 코디의 꿈을 가지고 있고, 은향이는 여군 군악대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들도 호철, 재웅, 기준, 성민이나 마찬가지로 꼴찌들이지만 그들은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는 청소년 소설이라면 해피엔딩의 결말이 있겠지만, 전형적인 소설의 틀을 갖춘 결말은 없다.

근처 미륵암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육법대사, 7번 낙방을 했다지만 두메산골 노인들이나 꼴찌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법률 지식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행보...

빠른 속도로 들판길을 달려 추동리로 오는 경찰차. 경찰차는 더덕 도둑을 잡았기 때문에 이 마을에 오는 것일까? 아니면, 육법대사에게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을까?

소설은 거기에서 그냥 끝나 버린다.

이 소설은 구태여 꼴찌 청소년들의 대화를 정화해서 담아 놓지도 않는다. 그들의 말씨 그대로 담아 놓는다. 어떤 이야기를 미화시켜 쓰지도 않는다. 꼴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 놓기에 가정에서 학교에서 소외당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사회의 잣대로 청소년들을 바라보지 말고, 청소년들의 잣대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도록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젠, '엄마 친구 아들'이야기는 그만 하면 어떨까, '니 형은'. '니 동생은'과 같은 형제간의 비교도 하지 않으면 어떨까.

이 소설은 소재면에서 학생들이 산골마을로 현장실습을 나가서 막노동을 하게 된다는 설정도 신선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전형적인 소설의 틀을 벗어났다는 것도 신선하다.

들판에 핀 한 송이 들꽃도 제 모습이 있고, 피는 시기가 있건을,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없을 것인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는 날이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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