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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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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은 책읽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다양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제목이 말하듯이 책을 읽는 시간과 공간 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 자신이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일을 하면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책읽기에 대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자기 자신의 책읽기의 의미, 가치, 즐거움 등을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쳐서 서울에서 가장 컸던 종로서적센터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아마도 많을 것이다. 종로 2가에 위치한 이 서점은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나도 친구들과의 약속을 이곳에서 한 적이 많다. 약속시간이 되기 이전에 미리 도착해서 각 층을 돌면서 새로 나온 책을 펼쳐 보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책을 읽어보고는 구입하기도 했던 그곳은 이미 그곳에 존재하지는 않는 곳이다. 그런데도 마음 속에는 언제까지나 추억이 깃든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종로 서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인터넷 서점이 없던 시절의 책과의 인연을 이곳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간단하게 한 마디로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책에 관한 내 생각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리라. 그냥 책이 좋다. 읽을 책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그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가는 것이 즐겁다.

인생의 시기와 단계에 따라서 인생 체험이 다르니 독서 체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책 속에서 그 내용을 옮겨 보면,

" 청춘의 독서가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한 불타는 독서라면, 중년의 독서는 내면적 성숙을 위한 고요한 독서가 될 것이다. " (p. 84)

" 읽고 싶은 책이 많은 사람들은 정년이후의 삶을 겁내기는 커녕 오히려 기대한다. 모든 세속의 의무로부터 해방된 상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정년 후의 인생이야말로 깊이 느끼고 깨닫는 원숙한 사색의 시기가 될 수 있다. " (p. 88)

그렇다. 어찌 청춘의 독서와 노년의 독서가 같을 수가 있겠는가? 자신의 인생 단계에 따라서 책읽기의 의미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인생은 여러 개의 장들로 구성된 한 권의 책과 같아서 책의 한 장이 끝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슴에 남겨주듯이 우리의 인생도 단계마다 거쳐야 할 독서가 있다.

책읽는 장소에 대한 내용 중에 묘지에서의 책읽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르게 서양인들에게 묘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근처에 있는 공원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기에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묘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 묘지는 죽은 자들의 안식처이지만 때로 산 자들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 (p. 189)

( 사진출처: 내 사진첩에서 - 뉴욕 트리니티 교회내의 묘지에서 책을 읽는 사람 )

우리들은 지하철의 짐짝이나 먼지가 아닌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책읽기는 우리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좀 더 길고 넓게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내용은 책의 첫 부분에 담겨 있는 '독자 권리 장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간추려 보자면 '책은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또 아무 책이나, 중간중간 건너 뛰며,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보다 더 흥미로운 내용은 '책을 읽을 권리'가 있기도 하지만, '책을 읽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만들어 낸 17개의 조항이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조항이 첨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읽기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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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인문여행 시리즈 7
이향우 글 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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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 소년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미술대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에 처음 가본 궁궐이다. 당시만 해도 경회루에 올라가서 그림을 그릴 정도로 개방이 된 곳이었다.

그후에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봄, 가을로 교내 글짓기 대회와 미술대회가 있어서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가는 기분으로 드나들던 곳이다. 그후에도 덕수궁이나 창경궁은 몇 년에 한 번쯤은 생각날 때마다 들려 보곤 했다.

한적하게 거닐면서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기에 여유로운 고궁 구경은 생각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들이 미처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돌담이나 석수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작년에 '1박 2일'을 통해서 경복궁이 소개되어서 다시 한 번 가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경복궁>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오래도록 소장하면서 경복궁을 갈 때마다 참고하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복궁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조선왕조가 한양에 세운 다섯 궁궐 중에 최초의 궁궐인 경복궁의 창건 역사, 궁궐 이름의 유래, 전각의 위치와 의미, 굴뚝과 돌담, 석수 등에서 주의깊에 살펴 보아야 할 것까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유럽의 아름다운 궁전과 비교하더라도 우리의 궁궐은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우면 옛 조상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물론, 우리의 궁궐의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의 궁궐을 잘 알고 있는가에 따라서 느끼는 매력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 광화문에서 한국일보사 쪽으로 걷다 보면 옛 건축물이 도로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건축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이어지는 궁장의 양끝에는 서십자각과 동십자각이 있었다. 서십자각은 일제가 전차를 다니는 도로를 만들면서 헐어 버렸고, 동십자각은 광화문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독립된 망루 형식을 갖추고 있는 문으로 지금의 자리에 을씨년스럽게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광화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서부터 경복궁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는다면 경복궁의 이곳 저곳을 살펴 볼 수 있다.

광화문 앞에는 육조 관아가 배치되어 있던 육조거리가 있었다. 지금은 의정부터만 휴식공간으로 되어 있고, 다른 관아는 표석으로만 그 위치를 알려준다.

2010년 광화문 복원사업으로 세종로 육조거리를 지나 광화문으로 곧장 걸어 들어 가면 경복궁을 만날 수 있따. 경복궁의 정전이며 국가 공식행사가 열리던 곳, 왕이 만조 백관으로부터 조하를 받는 의식을 하던 곳이다.

근정전의 월대의 돌조각들에는 조선 석공들의 해학적 심성이 묻어 있다. 세상 풍파를 다 겪은 것 처럼 조각된 원숭이, 어미 젖을 빨고 있는 새끼 해태 등....

왕의 집무실인 사정전,왕의 사적인 공간이었던 강녕전, 왕비의 공간인 교태전....

그런데, 왕비의 거처였던 교태전을 흔히 교태를 부리다는 뜻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 뜻은 천지, 음양이 잘 어우러져 태평성대를 이룬다는 뜻이다. (교태 : 交泰)

교태전 뒤뜰에 왕비를 위하여 조성된 인공화계인 작은 동산인 아미산의 굴뚝 4기에는 꽃담 치장을 한 모습이 아름답다.

교태전의 바깥 담장, 자경전 서편 담장의 꽃담 치장은 조상들의 미적 감각을 살펴 볼 수 있다.

경복궁은 임진왜란에 의해서 불탄 것을 고종이 즉위한 후에 흥선 대원군에 의해서 중건이 되었는데, 격조 높은 조선의 궁궐 건축의 아름답고 화려함을 보여준다.

조상의 삶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궁궐 여행은 앞으로도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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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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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과거에 일어난 하나 뿐인 이야기이지만 그 사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시선은 여럿이며 끊임없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역사의 기록은 승자들에 의해서 씌여지기에 패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씌여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이야기, 어떤 이유로 숨겨졌던 이야기, 아니면 새로운 평가를 해야 할 이야기 등이 43편 실려 있다.

이 책은 저자인 박은봉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FM은 내 친구>와 <밤의 디스크 쇼>에서 '세계사 뒷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93년 2월부터 1년 2개월동안 방송한 내용들을 <세계사 뒷 이야기/ 박은봉 ㅣ 실천문학사 ㅣ 1994>로 펴냈던 책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역사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생각했던 독자일지라도,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읽는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은 역사 이야기이다.

그동안 역사책 읽기를 좋아해서 많은 역사 관련 책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서인지, 언젠가 읽었던 세계사 뒷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많이 실려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첫 장에서는 베토벤,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아폴리네르, 헤세, 주령비와 장순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남몰래한 사랑의 이야기도 있고, 첫사랑이야기도 있다.

그 중에 차이코프스키와 나데즈다 폰 메크의 사랑은 정신적 반려자 관계를 유지한 특이한 사랑이야기이다.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였기에 미망인인 나데즈다 폰 메크와의 사랑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13년동안에 걸쳐서 서로의 사랑, 인생, 음악,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1100 통이나 주고 받았으며, 나데즈다는 차이코프스키에게 매년 6천 루블을 보내줄 정도로 경제적인 도움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나데즈다는 자신의 시골 별장에 차이코프스키를 초대하여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는데, 그때에 나데즈다는 서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산책 시간표를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있었고, 그때에 차이코프스키는 정중히 인사만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하니, 두 사람의 사랑은 정신적인 사랑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꿈과 욕망의 장에서는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콧대가 높았다는 클레오파트라를 재조명해 본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기록은 로마 입장에서 쓴 로마 전기작가인 플루타르크가 쓴 <영웅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야기들인데, 그녀를 요염한 여인으로 일컫는 것은 강대국인 로마에 맞서 이집트의 독립을 지키고자 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는 2천년 가까이 선망 섞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숨은 이야기 중에는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위, 촉, 오, 세 나라 중에 유비가 다스리던 촉이 다른 두 나라에 비해서 열세에 놓여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소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한다.

촉이 있던 곳은 내륙이었기에 소금을 구하기 힘든 곳이다. 그러나 인간은 소금을 먹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촉나라에서는 어떻게 소금을 구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땅을 깊이 파 내려 가서 깊이 1Km 정도 내려가면 염수층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염수층의 물을 끌어 올려서 솥에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기에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기원전 1세기에 땅을 파 내려가면 천연가스와 석유가 나오는 우물이 있음을 알고, 그 우물을 화정(火井), 석유를 석칠(石漆)이라 불렀다고 하는 기록이 6세기에 쓴 양신의 책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 중국인들의 시추술은 서양인보다 1900년 앞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묘비명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도 다른 책에서 읽고는 웃음을 참아 낼 수 없었는데, 이 책에도 소개된다. 수학에 문자를 최초로 사용한 디오판 토스의 묘비명이다. 디오판토스가 몇 살에 세상을 떠났는지 한 번 계산해 보기를....

이 무덤 아래 디오판토스는 잠자고 있다. 이 경이에 찬 사람을 ! 여기에 잠자는 이의 기예의 힘을 빌려 묘비는 그 나이를 적는다. 신의 축복으로 태어난 그는 인생의 6분의 1을 소년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인생의 12분의 1이 지난 뒤에는 얼굴에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7분의 1이 지난 뒤 아름다운 여인을 맞이하여 화촉을 밝혔으며, 결혼한 지 5년만에 귀한 아들을 얻었다. 아! 그리고 그의 가엾은 아들은 아버지의 반 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그 뒤 4년간 정수론에 몰입하여 스스로를 달래다가 일생을 마쳤다. (p. 306)

이 책 속의 내용은 서양의 이야기, 동양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시대를 불문하고 고루 담겨져 있다. 그중에 우리 역사 속의 이야기중의 하나는 TV 역사극의 단골 메뉴인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야기이다.

흥미위주로 많이 소개되었던 이야기이기에 그 내용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왕비 자리를 두고 폐비가 되었다가 다시 왕비가 되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두 인물 위주의 이야기는 다분히 역사적 관점보다는 두 여인의 삶에 더 비중을 두고 이야기거리가 되지만, 과연 장희빈은 희대의 요녀였고, 악녀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남인이 집권하면 장씨가, 서인이 집권하면 민씨가 등장하는 역사속의 정치적 쟁점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요즘 TV 드라마로 방영되는 장희빈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그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역사를 왜곡하게 되는 폐단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의 역사를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문제성이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 속의 43편의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들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역사 속의 중요한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책은 누가 어떤 관점에서 썼느냐에 따라서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역사 속에 중요한 사건들, 숨겨진 사건들, 재평가해야 할 사건들을 이 책 속에서 골고루 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이니, 역사를 싫어하는 독자들도 한 번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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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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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모의 책 중에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는 짙은 외로움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대부분을 길 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그에게 여행은 생활이자 불치병임에는 틀림이 없다.

언제 떠나서 언제 돌아오리라는 기약도 없이 발길이 닿는 곳에서 머물고 싶으면 몇 달이고 머물다가 문득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면 훌쩍 떠나는 그는 8년간에 걸친 사랑이 단 8분도 채 안되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나 버리는 아픈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그는 길 위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언젠가는 '폭풍같은 후회'를 할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에게 날라온 소식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니....

그래서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는 짙은 외로움이 뚜욱~ 뚜욱 ~ 떨어지는 감성적인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라면 그 치유 방법은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 변종모의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와 그리 다르지 않은 감성적인 글들이 담겨져 있다. 그 글과 함께 실린 사진들은 사진을 보는 순간 글 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 것만 같은 느낌이 있는 사진들이다.

 

구태여 두 책을 비교하자면, 책 속에 담긴 여행지는 같은 곳일지라도 그 곳에서 느끼는 생각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는 외로움이 담겨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에는 조금은 그 외로움이 덜어진 느낌이 든다. 그것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함께 나눈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먹기 위해서 준비하는 조촐한 식사, 누군가가 만들어 준 한 끼 식사, 스스로가 먹기 위해서 한 음식 이야기가 외로움을 덜어내 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행 중 길 위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그 사람들이 소박하게 내 놓았던 음식 이야기, 그리고 그가 만들어 준 음식의 레시피(?)가 담겨 있다. 레시피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그냥 그만의 음식 만드는 방법이 몇 개 소개된다.

말하자면, '음식이 가져다 준 먼 곳의 당신 이야기'이다. (작가는 유독 당신이란 지칭을 많이 쓴다)

" 세상은 아직도 많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길 위의 당신들. 그때 당신이 보잘 것 없다 말한 그 한 그릇이 나에겐 너무나 넘쳐 났으므로, 언젠가 그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따뜻한 한 끼, 그기로 그것을 채워주던 따뜻한 시간들. 그 속에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prologue 중에서)

 

훈자에서, 그리고 이집트에서 또 다시 만났던 그녀, 그녀와 그의 공통점은 길 위에서 같은 슬픔을 맞이했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길 위에서 듣게 된다면 그 슬픔은 얼마나 클까?

그녀가 해 준 따뜻한 한 그릇의 식사는 하얀 쌀밥과 고소하게 볶아진 감자볶음. 이 소박한 한 끼의 식사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길 위에서 맛보는 행복이 아닐까.

새해 아침에 엄마가 끓여 주던 만둣국을 생각하면서, 그는 사과를 뚝뚝 잘라 넣고 사과향이 새콤하게 번지는 만둣국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만난 잠깐의 가족들과 그 음식을 먹기도 한다.

 

푸리에서는 '진짜 피자를 먹고 싶다는' 브론과의 생각의 일치로, 푸리에서 방갈로르까지 피자를 사기 위해서 기차를 타고 달려 가기도 한다.

" 페페로니 가득한, 브론이 말하던 진짜 피자. 치즈가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지고 고소한 빵에 자글자글 기름이 흐르는, 브론이 말하던 그 진짜 피자. 이 뜨거운 남인도의 열기보다 더 열정적인, (...) 어느 지독한 여름날에 문득 오늘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저지른 이 무모함이 따뜻한 한 조각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 (p. 147)

그러나 " 늘 지나고 나면 후회하는 것이 삶이고 늘 후회하면서도 반성하지 못하던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가 버렸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후회만 남는 것들이 있다." (p. 60)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단 한 마디의 말씀, " 밥은 먹고 다니냐?" (p. 223) 그러나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말. 그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새콤 달콤한 물김치가 길 위에 선 그의 머리 속에 맴돌기도 한다.

 

여행자에게는 홀로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월남쌈인데, 그는 제법 전문가다운 레시피를 공개한다. 아니 월남쌈은 재료의 종류가 많다고 가격이 비싼 것이아니고, 번거로운 요리 과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의 말처럼 칼질만 조금 열심히 하면 여러 명이 즐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월남쌈을 만들어서 함께 먹기를 청하니, 이제 그는 그리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기억 속에도 어떤 여행지에서 맛 본 잊을 수 없는 음식들이 있고, 그 음식을 함께 먹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내가 해 준 음식이 아니고, 그가 해 준 음식이 아니건만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 따뜻한 인사 나 그 보다 더한 결속이 될 수도 " ( 책 속의 글 중에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은 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그 느낌들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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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4 - 하지만 언젠가 봄이 오리라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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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은 만화가 서나래의 필명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그녀의 사진이 나오는데, 어딘지 그의 만화 주인공을 닮았다. 그건 바로 <낢이 사는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만화가가 된 것은 대학 시절에 미니홈피에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다이어리 형식의 만화를 올렸는데, 인기가 폭발적이었고, 2004년부터는 개인 홈피를 열어서 만화를 연재했다.

그녀의 만화들은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책으로 엮어졌고, 이번에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2>의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지금은 부모로 부터 독립하여 직장인이 된 남동생인 '식'과 함께 살고 있으며, 냥이 3마리도 그녀의 가족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뚱이의 기생충 감염이야기와 웅이의 배뇨이상에 대한 만화도 실려 있다.

2012년 낢은 서른이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서른이 되면 경제적 여유도 있고, 후배들에게 삶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나이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남들은 서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만, 그녀는 어쩐지 멋있어 보이는 나이라고 생각했건만, 역시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나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거의 비슷한 일상 생활이 계속된다.

그래서 낢의 이야기는 처음보다 그리 많이 달라진 것은 없다. 가족들이 만화의 소재가 되고, 자신의 일상이 만화의 소재가 된다. 그리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으면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낢이 사는 이야기>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2의 마지막 이야기로, 그녀의 나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와 직장에서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가 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려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낢의 책 중에 <낢부럽지 않은 네팔여행기>가 있는데, 이번 책에는 중국 나들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몽골에서의 나무 심기 봉사를 한 나흘간의 이야기이다.

이 책으로 시즌 2가 끝나니, 앞으로는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곁에 찾아 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20대를 넘어 30대에 들어선 낢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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