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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에 언론 매체의 취재 경쟁은 치열하다. 특종을 잡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니 그 결과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하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느냐에 치중하다 보니 선정적이고 폭로적인 보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황색언론 ( yellow journalism)이라고 한다.
그 유래는 1895년 캘리포니아 광산 재벌의 아들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뉴욕 저널>지를 인수하면서 <뉴욕 월드>의 퓰리처와의 신문 발행 부수 경쟁에서 비롯된다.
1889년 퓰리처가 <월드> 일요일판에 황색 옷을 입은 소년 '옐로 키드'만화를 실었는데, 이 만화를 그린 시사만화가가 변절을 하게 되면서 <월드>의 만화는 조지 B 룩스가 그렸는데, 두 경쟁지의 연재 만화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두 신문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사용된 술수를 지칭하여 '옐로 저널리즘'이라고 하게 되었다.
아마도 <월드>의 퓰리처와 <저널>의 허스트가 벌인 선정적인 취재경쟁은 그 보다 조금 앞 선 1897년 6월에 일어난 살인사건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사건은 경찰의 수사 보다도 더 발빠르게 보도된 신문기사와 추측들이 이 사건을 좌지우지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도 신문사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했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그 당시로 돌아가서 두 신문이 대중들이 열광하는 선정성에 부응하기 위하여 어떻게 취재를 하였으며, 어떻게 보도를 하였고, 거기에 경찰과 재판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를 완벽하게 재현하여 준다.
특히 이 소설을 쓴 '폴 콜린스'는 '과거에 묻힌 미스터리'를 고서적과 오래된 잡지, 신문, 서신 등을 뒤져서 지금은 잊혀진 사건들 뒤에 숨은 사연과 의미를 밝혀 내는 능력이 있는 작가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당시에 이 사건이 일어난 뉴욕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을 뒤흔들 만큼 충격적인 토막 살인사건이었기에 <뉴욕 저널>과 <뉴욕 월드> 이외에도 열 개가 넘는 신문들이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하여 보도하였기에 엄청나게 많은 내용이 그당시의 각종 신문에 담겨 있기에 그만큼 이 사건에서 끝내 풀리지 않았던 비밀을 추적하기에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이 토막살인 사건은 이스트강에서 아이들이 건져낸 머리없는 상체 시신의 발견에서 출발된다. 팔과 다리는 있으나, 얼굴이 없고, 가슴에는 도려낸 흔적이 있는 하체가 잘려져 나간 시신은 붉은 색 방수천에 싸여 발견된다. 처음에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그건 의대생들이 시신을 해부한 후에 이렇게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 시체 토막이 그곳에서 떨어진 브롱크스의 숲에서 발견된다. 이번에는 팔다리가 없는 몸통이다. 그 시체는 한 사람의 것임이 밝혀지고,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게 되지만, 어렵지 않게 신원이 파악된다. 그 중심에는 신문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한 몫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살해한 사람을 밝히는 것도 신문사이다.

그를 알아낸 석간 <저널>의 헤드라인은,
" <저널>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다. 살인범 낵 부인 !" (p. 93)

퇴근길 사람들은 <이브닝 저널>을 사기 위해 신문을 파는 꼬마들 앞에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그러나, 보도경쟁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몇 차례에 걸쳐서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신문들의 부수 경쟁이 치열해진다. 그 과정에서 <저널>과 <월드>의 기자들은 목격자를 조작하기도 하고, 범죄현장을 훼손하기도 하고, 근거없는 비난을 퍼붓기도 하면서 도덕적이고 공정한 보도 보다는 선정적이고 조작된 보도까지 일삼게 된다. 거기에 이 사건에서 파생되어 나올 수 있는 문제들까지 기사화된다.
이 소설은 19세기 말, 뉴욕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을 법정 추리소설 처럼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논픽션이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공개되고, 수사과정, 신문의 취재 경쟁, 범인 검거와 감옥에 수감될때부터 그곳에서의 생활, 법정에서의 변론, 마틴의 사형집행 모습까지 신문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재구성하였다.
이 소설은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하나는 <월드>와 <저널>의 취재 경쟁에서 비롯되는 황색언론의 탄생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요즘의 취재 경쟁도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떻게 하면 다른 매체보다 신속하게, 자극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여 줄 것인가에 몰두하다 보니, 언론 매체들은 진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소설을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기사들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게 된다. 보도의 생명은 정확성이고, 도덕적이여야 하고, 공정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기사를 접한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이 사건은 치정 살인사건이라는 것이다. 낵부인을 둘러싼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이 작가의 소설로 국내에서도 많이 읽히는 작품들이 있다고 하니, 그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