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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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부두교 주술사들이 저주를 걸어서 탄생시킨 살아 있는 시체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이런 좀비들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서 있는 괴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은 인간을 잡아 먹거나 물어서 전염을 시키기도 한다. 좀비들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로는 2007년에 발행된 <고고학>이란 책에는 기원전 3000년경에 고대 이집트시대에 좀비가 실제로 존재한 흔적을 무덤 내부의 벽에서 찾았다. 머리가 없는 좀비 벽화나 수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시신들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다만 가설에 불과한 것이지 입증된 연구 실적은 없다.

이보다 더 오래된 기록으로는 18세기 중반에 서인도제도의 아이티에서 발굴되었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비 불신론자라고 할 수 있으며 소설이나 드라마, 만화 등에서나 등장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한 지금에도 신종 바이러스 등의 공포에 시달리다 보니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좀비와 연결 지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좀비 제너레이션>은 신종바이러스의 증세인 고열, 구토, 갑작스러운 사망, 발병 전파가 빠르다는 것을 좀비가 나타나는 징후들로 보고 있다.

그래서 좀비사태의 발생 직후부터 이동 과정, 이동하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규합할 것인가, 안전지역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비가 필요한 것인가, 좀비에 대처하는 행동요령,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아 놓은 추리소설이다.

그렇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만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내용들이 또 담겨 있다. 좀비를 죽이기 위한 도구는 어떤 것을 제작하여야 하는지, 도시를 비롯한 섬 지역까지 좀비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서 설명해 주고 있으니, 이 책이 소설책인지 아니면 좀비 대처 매뉴얼 책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서울 인근 지역에 좀비가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쓰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서울에 좀비가 나타나서 아수라장이 되어 도망을 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들과 함께 살아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슬기롭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가에 대하여 며칠 간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좀비가 나타나고 초기 봉쇄에 실패하게 되니 전국은 좀비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게 되면서 이들 좀비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물고 뜯고 죽이게 되고, 이렇게 죽은 사람들은 다시 좀비가 되니 좀비는 늘어난다.

썩어서 흐릿해진 눈동자와 검게 타바린 얼굴의 좀비들을 피해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군대가 지키고 있는 M 타워를 찾아 가야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들과 세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 와중에도 매뉴얼을 완성시키야만 하니... 각 상황별로, 장소별로 살아 날 수 있는 생존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초점을 좀비에게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에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비들에 대한 방어도 중요하지만 생존자들 간의 관계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나, 동료들은 나의 생존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좀비 박물지'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좀비의 역사, 의미, 이들과의 싸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하여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좀비라는 것의 실체가 꼭 시체가 다시 살아 돌아 온 것과 같은 흉악한 모습의 좀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종 플루나 에이즈, 살인 진드기 등과 같이 갑자기 어디론가에서 나타나서 전염병처럼 전파되어서 사람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그 모든 것이 바로 좀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특한 구성으로 짜여진 책이기에 독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점들이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과 같은 관점으로 책을 쓴다는 것도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도 함께 가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좀비 제너레이션>과 같은 책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좀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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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4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일락 2013-05-24 08:32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한승원 작가의 딸이기도 한 한강은 <몽고반점>으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문장력이 뛰어난 소설가이다. 작가는 1993년에 <문학과사외>에서 시로, 서울신문에서는 단편 <붉은 닻>으로 문단에 등단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에는 소설, 에세이, 동화 등이 있는데, 한 사람의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장르마다 그 느낌이 새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을 여기에 소개한다.

 

<희랍어시간 / 문학동네 ㅣ 2011년)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 이야기

 

 

 

 

 

 

 

 

 

 

 

 

내가 한강을 알게 된 것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이 실린 책을 통해서 였지만, 그때에는 그리 잘 알지 못하는 작가였기에

그 작품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후에 책을 통해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 책은  <나는 우연을 끌어 안는다 / 노지혜, 바다봄, 2011>였는데, 그 책의 내용 중에 노지혜가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 문예창작학과를 다니게 되는데, 그때의 선생님이 한강이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강은 노지혜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하는데, 그 책이 바로 한강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눈물상자>였다. 그래서 읽게 된 <눈물상자>는 '그 눈물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 (눈물 상자 중에서) 순수한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눈물상자>를 읽으면서 그 짧은 동화 속에 담긴 글들이 마음 속에 큰 여울을 만들어 주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한 작품 한 작품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 독자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노지혜의 글쓰기 선생님인 한강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접한 한강의 소설은 <희랍어 시간>인데, 이 책은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칭찬이 자자하던 소설이다.

 

( 사진 출처 : Daum 이미지 검색)

한강의 글은 시인으로 등단하여서 그런지 어떤 작가의 글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평범하지 않은 문체가 돋보인다. 어떤 문장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도, 주인공도 평범하지는 않다.

인문학 아카데미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남자와 여자.

남자는 유전적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그렇게 대를 이어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마흔 살이 다가오면서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남자는 독일에 건너가서 살다가 홀로 한국에 오게 되고, 지금은 희랍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희랍어....

오래 전에 죽은 말, 구어(口語)로 소통할 수 있는 말이다. 그가 희랍어를 공부하게 된 것도 독일 학생들 사이에서 희랍어를 잘 하는 동양 학생이 되기 위함이었다는 것은 그의 독일 생활에서의 어려움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는 한때 사랑을 느꼈던 사람이 있었지만 그녀를 잃게 되었다.

" 그곳은 이곳보다 일곱 시간 늦게 해가 뜨지요. 이제 멀지 않은 날에, 내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필름 조각을 꺼내 들 때 당신은 새벽 다섯시의 어둠 속에 있겠지요. 당신 손등의 정맥을 닮은 검푸른 빛은 아직 하늘에서 다 새어나오지 않았겠지요. 당신의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고, 타오르며 글썽이던 두 눈은 눈꺼풀 아래에서 이따금 흔들리겠지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가 걸어 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p 49)

 

여자는 태어나기 전부터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엄마가 임신중에 의사 장티푸스에 걸려서 약을 복용해야 했기에 엄마는 그녀를 유산시키려고 했었다. 그런데, 유산 직전에 태동을 느끼게 되고....

" 하마터면 넌 못 태어날 뻔 했지" 이 문장이 품고 있는 섬뜩한 차가움은 그녀에겐 마음의 아픔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십대에 그녀는 말을 잃어 버렸었다. 그리고 말을 찾았지만, 결혼, 그리고 이혼,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또다시 말을 잃어 버리게 된다.

그녀는 아카데미 희랍어 강좌의 수강생이다.

"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챦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 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p15)

 

" 조각난 기억들이 움직이며 무늬들을 만든다. 어떤 맥락도 없이. 어떤 전체적인 조망도 의미도 없이. 조각 조각 흩어졌다가 한 순간 단호히 합쳐진다. 무수한 나비들이 일제히 날개짓을 멈추는 것처럼. 얼굴을 가린 냉정한 무희들 처럼 " (p 100)

두 사람이 각각 신체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공통점이기도 하겠지만, 남자가 시력을 잃어가는 것은 운명적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고, 여자가 말을 잃어 가게 된 것은 마음의 상처가 가져다 준 의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쨌든 마음에 큰 멍울이 한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들의 왜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희랍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문자이다. 그리고 구어로만 소통할 수 있는 문자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 보다는 그들의 지난 날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는 희랍어 수업을 통해서 만났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그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희랍어 시간을 통해서도 어떤 공감을 느끼지도 않았었다.

그들에게는 흘러가 버린 시간들, 지나간 세월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흔적들은 사라져 가야만 하는 것들일 것이다.

어느날 두사람이 새의 출현으로 겪게 되는 장면들에서 그들은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고, 서로가 상대방의 모습에서 서로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인연의 기쁨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당신은 아마 짐작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따금 나는 당신과 긴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했는데.

내가 말을 건네면 당신이 귀 기울여 듣고, 당신이 말을 건네면 내가 귀 기울여 듣는 상상을 했는데.

텅 빈 강의실에서 희랍어 수업의 시작을 기다리며 함께 있을 때, 그렇게 실제로 당신과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p173)

책의 내용중에는 희랍어의 이탤릭체 문장들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흥미롭기도 하다. 중간 중간에 나온는 철학적인 사유들 또한 낯설기는 하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특색이기도 한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3인칭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남자와 여자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기도 한 것이다.

 

 

나는 별로 길지 않은 장편 소설인 < 희랍어 시간>을 덮는 순간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노랑무늬 영원/ 문학과지성사 ㅣ 2012>

 

 

 

 

 

 

 

 

 

 

 

 

 

<희랍어 시간>을 시작으로 읽게 된 한강의 소설 중에 두번 째로 읽게 된 소설은 <노랑무늬 영원>이다. 이 소설을 읽기 이전에 한강의  동화와 산문집을 먼저 읽었는데, 장르마다 색다른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었다. 신선하다고 해야할까,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는 작가가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고 부른 노래 CD까지 들어 있었다.

동화는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주었고, <희랍어 시간><바람이 분다, 가라>는 같은 작가의 소설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이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읽기가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다.

얼마전에 출간된 '한강'의 세 번째 소설집인 <노랑무늬영원>은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단편소설은 장편소설 보다는 짧기에 함축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자칫하면 작가가 그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감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노랑무늬 영원>도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끝머리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를 빌리면,

" 단편은 성냥 불꽃 같은 데가 있다. 먼저 불을 당기고, 그게 꺼질 때까지 온 힘으로 지켜본다. 그 순간들이 힘껏 내 등을 앞으로 떠밀어 줬다. " (p. 308)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수 년 동안 작가의 고통과 그 흔적이 남긴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7편의 단편소설에는 자주 나오는 소재들이 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 또는 언젠가 알았던 사람의 죽음에 대한 소식, 특별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탄하지도 않기에 어긋나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 네팔이나 인도 여행, 꿈(악몽)이야기, 말을 듣지 않는 손 이야기 등이 작품마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서 들어가 있다.

7편의 이야기 중에 <왼손>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왼손때문에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신경숙의 소설집인 <모르는 여인들>에 실린 '그가 지금 풀숲에서'의 아내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어떤 이유였던간에... 그래서 힘들어 하고, 아파한다. 그러나 외부로 그런 것들을 나타내기 보다는 내면에 숨겨 놓고서.

작품들은 그것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밝아지기 전에>와 이 책의 표제작인 <노랑무늬영원>이다.

<밝아지기 전에>는 직장 동료였던 은희 언니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노랑무늬영원>은 화실에 가던 중에 검은 개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 개를 쳤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 사고로 인하여 손을 다치게 된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물론, 집안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되고...

그런 중에 어느 사진관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 속의 한 남자를 떠올리게 된다. 등산길에 단 한 번 만났던 그 남자의 근황을 알게 되는데...

그녀가 교통사고가 났던 그 시절에, 그래서 힘겹고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 그 시기에 그 남자는 미국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친구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도마뱀의 학명이 '노랑무늬영원', 불도마뱀, Fire Slalmander 이다. 그 도마뱀은 사고로 한쪽 발을 잃었는데,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느꼈던 상실감, 무력감은 이 한 장의 사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2가지 이야기로 인하여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고로 인하여 힘겨운 2년을 살아 가던 때에 그가 알던 그 누군가는 총탄에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

타인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마뱀의 잘린 발에서 새 살이 돋아 나듯이, 자신도 언젠가는 아픈 마음과 몸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파란돌>에 나오는 한 문장도 이 책에 담긴 작품들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여기에 적어 본다.

" 그러니 당신에게 물어도 되겠어요.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를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을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는 꿈 속의 당신, 부풀어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촉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껴지나요. 살아 있다는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 (p. 215)

극한 상황에 몰린 냉정한 인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그들이 더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리기 보다는 조금씩 세상곁으로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강'은 이 7편의 소설을 10 여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회복일 것이다.

노랑색이 가진 희망, 그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읽었던 '한강'의 소설들은 그리 달달한 소설들은 아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룰루 랄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아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한강의 소설들이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이 분다 가라/ 문학과 지성사 ㅣ 2010>   한강의 새로운 소설쓰기가 돋보이는 작품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이전에 읽었던 한강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문체의 소설이다.

한강은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 인터뷰를 통해서 "소설의 방식을 부수면서, 동시에 소설의 육체를 가진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가 의도했던 소설의 방식을 벗어난 그런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에 내가 알고 있던 소설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들을 느끼게 된다.

우선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의 대화내용이 대화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도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어느날 접하게 되는 단짝 친구 인주에 관한 기사이다. 그 기사에는 인주의 삼촌이 그린 먹그림이 인주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미시령 고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죽음이 자살로 소개된다.

인주에 관한 모든 것을 가진 강석원이란 미술 평론가에 의해서 인주에 관한 평전의 출간과 유고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희는 인주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는 강석원의 실체와 그가 꾸미는 일들을 밝히려고 한다.

강석원은 인주가 남긴 모든 걸 가진 자, 그림들을, 기록들을, 체취까지 가진 자이다.

인주의 작업실이었던 곳에서 밤에는 광인처럼 밤을 지새우는, 명징한 논리로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가는 자, 인주의 삶을 신파극으로 만들려고 하는 자이다.

 

강석원의 눈을 피해서 인주의 작업실에서 가져온 사진 뒷면에 희미하게 씌여진 글씨을 토대로 또 다른 사실을 밝혀 나간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정희와 인주와 인주 삼촌 동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면서 그 세사람의 마음 속의 상처들을 더듬어 간다.

서로 가지고 있는 고통은 다르지만, 그 깊이는 그 누구의 상처가 더 깊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아픔들을 간직하고 있는 세 사람, 그 아픔은 그들의 이후의 삶에도 족쇄처럼 따라 다니면서 그들을 억매이게 하는 것이다.

" 내가 아픈 곳은 달의 뒷면 같은 데예요,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썩어 가는 곳도 거기예요.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 (p. 219)

 

사진에서 발견한 희미한 글씨의 뜻을 찾아가다가 알게 되는 인물인 류인섭. 그의 사무실에서 보게되는 미시령 사진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인주의 가족사를, 그리고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인주의 엄마가 겪은 고통이 무엇이었는가를, 그리고 그것이 훗날 어떻게 얽히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건들의 내막은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정희에 의해서 밝혀지게 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다시 쓰기를 거듭하면서 4년 6개월만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작가가 자신의 열과 성을 바쳐서 쓴 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다 읽은 후에 <희랍어 시간>이란 소설에서도 나오는 장면들이 여러 장면 겹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의 등장, 그리고 등장인물 중의 한 여인이 다리를 절고 있다는 설정이 겹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읽었던 부분들이 나중에 어떤 의미로 다가옴을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 있기에 한 번 읽고서는 이 소설을 읽었다고 이야기하기가 좀 힘든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한강은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또다른 새로운 면이 발견되는 작가이다.

다음에는 한강의 작품들 중에 가장 먼저 읽었던  동화인 <눈물상자>와 <붉은 꽃 이야기>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눈물상자 /문학동네 ㅣ 2008> 순수한 눈물

 

 

 

 

 

 

 

 

 

 

 

 

앞에서도 썼듯이 <눈물 상자>는 한강이 쓴 동화이다.

눈물~~

한 방울의 눈물이 가지는 의미는 참 많을 것이다.

눈물의 종류도 다양할 것이다.

이 책 속의 눈물을 수집하는 아저씨의 말을 빌리자면,

" 주황빛이 도는 이 눈물은 화가 몹시 났을 때 흘리는 눈물... 회색이 감도는 이 눈물은 거짓으로 흘리는 눈물.... 연보랏빛 눈물은 잘못을 후회할 때 흘리는 눈물... 진한 보랏빛 눈물은 부끄럽거나 자신이 미워서 흘리는 눈물... 분홍빛 눈물은 기쁨에 겨워 흘리는 눈물... 연한 갈색의 저 눈물은 누군가 가엾다고 느껴질 때 흘리는 눈물이란다. " (p16)

눈물에 무슨 색깔이 있으랴만은....

동화의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슬픔의 눈물뿐이 아니라, 자연의 현상에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눈물이 많은 아이이다.

그래서 '눈물단지'

" 눈물단지래, 울보래요, 눈물단지래, 울보래요." (p8)

어느날, 놀림의 대상이었던 눈물단지에게 나타난 눈물을 수집하는 아저씨와 그가 가지고 온 검은 가방 속의 수많은 눈물들.

그리고 아저씨 소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복숭아빛 작은 새, 꼬리와 깃털은 신비로운 푸른빛을 띤 푸른 휘파람새. 또는 파란 새벽의 새라고 불리는 새.

아저씨가 찾는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인 순수한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이 태어나기 전의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이 죽은 뒤의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들 사이에 고인 눈물.

그 눈물에 닿는 것만으로,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한단다.

"순수한 눈물이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뜨거움과 서늘함, 가장 눈부신 밝음과 가장 어두운 그늘까지 담길 때, 거기 진짜 빛이 어리는 거야. " (p63)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눈물 상자>이다.

요즘, 싸늘하게 식어 버린 마음으로 불의와 부정과 불신이 난무해도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사람들.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앞에서도 묵묵히 아무런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들.

이렇게 눈물마저 메마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위선의 눈물, 거짓의 눈물인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가 <눈물 상자>를 쓰게 된 동기는 어린이극인 <눈물을 보여드릴까요?>라는 어린이극을 보고 눈물은 모두 투명하지만 그것들을 결정으로 만들면 각기 다른 색깔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눈물에는 그만큼 다양한 의미의 눈물이 있는 것이다.

그 눈물 중에서 순수한 눈물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이 동화를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눈물이 닿는 것만으로도, 아무리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마음도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 순수한 눈물을 우린 흘릴 수 있을까....

 

<붉은 꽃 이야기 / 열림원 ㅣ 2003> 詩說- 시적인 이야기

 

 

 

 

 

 

 

 

 

 

 

계곡에서부터 내려온 맑은 물처럼 청정한 느낌이 좋아서 한강의 소설을 또 읽게 되었다.

시인이기에 문체 역시 서정적인 긴 시를 읽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주는 것도 한강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산뜻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글 속에 담겨진 내용은 소소한듯하면서도 마음에 깊은 여울을 만들어준다.

불교적 색채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어떤 불교의 교리도 강요하지 않는 듯한 <붉은 꽃 이야기>

한꺼풀 한꺼풀 고운 마음으로 만든 붉은 연등이나 붉은 연등보다 더 붉고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자목련의 모습이나 모두 모두 가슴이 시리도록 큰 아픔을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 불빛은 제가 불빛인 줄 알았을까. 붉은 꽃 속에서 제가 밝혀져 있었던 것을 알았을까" (p.102)

<붉은 꽃 이야기>는 주인공 선이가 7살, 남동생 윤이가 4살 되던 해에 사월 초파일 연등식에서 연등을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윤이는 그 많은 붉은 연등들 보다 하얀 연등을 좋아한다. 마치 하얀 꽃인양.

하얀 연등은 죽은 사람에게 달아주는 영가등이니, 뭔가 상서롭지는 않다.

동생 윤이와 함께 연등을 보던 중에 선이는 붉은 연등이 줄지어 있는 연등 행렬에 정신을 잃고 붉은 등을 따라가다 동생을 잠깐 잃어 버리게 되고, 오빠에게 혼된 꾸지람과 함께 빰까지 맞게 된다.

연등을 본 후에 윤이는 또 다시 그 하얀 꽃을 본 날을 기다리지만, 작은 사고로 인하여 죽게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중학생 선이는 절로 들어가게 된다.

 

7살 어린 선이이 본 붉은 꽃, 그 붉은 연등은 인연의 끈이 아니었을까....

윤이를 잃은 마음의 상처는 하얀 꽃이 아닌 붉은 꽃으로 깨달음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한 순간에 다가온 인연을 속세를 떠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로 인하여 깊은 깨달음을 갖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내용이나 문장이나 아주 간결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서정적 문체가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 이 소설을 통해 우리들이 삶이란 매순간 상처와 각성의 되풀이에 의해서 성숙된다는 것을 깨닫는 데 있다. " ( 시인 박형준의 글 중에서)

<붉은 꽃 이야기>의 내용 중에는 선이가 초파일 연등에서 보았던 붉은 꽃을 그리는 장면들이 묘사되는데, 그와 걸맞게 책 속의 그림이 소설을 돋보이게 해준다.

"붓 아래서 삶과 죽음을 뛰어 넘고, 먹물 유희 가운데 영원의 생명을 노래하라" (원담 스님의 글 중에서)

간결하지만, 깊이있는 소설과 어우러진 그림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잔잔하게 여울지는 연못의 연꽃을 보기도 하고, 바람이 살랑거리는 대나무 숲을 여행하게도 해준다.

그래서 <붉은 꽃 이야기>는 가슴에 큰 여울이 된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 비채 ㅣ 2010 > 작가 한강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다.

 

 

 

 

 

 

 

 

 

 

이번에는 작가의 사생활이 담긴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산문집이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작가의 성격이나 생각그리고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하기에...

그래서 고른 책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이다.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에 페이지 수가 400 페이지를 넘어가면 은근 부담감이 생긴다.

그런데, 한강의 책들은 아주 얇다. 이 책 역시 200 페이지가 채 안된다.

"한강 산문집, 노래 CD 수록" 이란 책표지 귀퉁이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즐겨 듣는 CD려니 했더니, 한강 작사, 작곡, 보컬 이라고 하는 CD가 책 뒷표지 안쪽에 고이 들어 있다.

 

한 권의 산문집을 샀는데, 이게 무슨 횡재란 말인가 !!

그녀는 "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왔으니까." (p.6)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만 소박하게 담자고....

이 책 속에는 흘러간 추억 속의 노래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 노래에 얽힌 오래되어서 빛바랜 추억담까지.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음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꿈 속에서 선명한 피리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그 노래의 소절을 적을 수 있으니.

어느날은 가사없이 피아노와 첼로, 목관악기의 합주를 꿈 속에서 듣고 오선지에 그려 넣을 수 있으니.

" 아직도 새로운 노래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잠깐 지나가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걸까. 한두 마디 가사가 입술에 붙고, 다음의 선율과 가사가 한 몸으로 딸려 나오는 순간의 느낌은 그때마다 신비롭다. " (p. 32)

노래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여, 가곡, 소리, 가요, 팝송 등의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노래인 <황성옛터>,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인 <짝사랑>.

그 부분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 엄마의 추억 속의 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노래는 <찬송가>가 아니었을까?

그 이외의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기억하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노래는 여러 곡이 떠오른다.

거나하게 술을 드시고 오신 날에 <메기의 추억>이나 <베사메무쵸>를 몇 소절 부르시던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 음악에 대한 추억은 그 보다 더 많이 있다.

아버지의 학창시절에 모으고 모은 돈으로 사셨다는 음악가들의 명곡이 담긴 레코드판, 그리고 틈틈이 마련하신 가곡이나 가요 레코드판.

일요일 아침이면 온가족은 골목청소, 화단청소, 마당 청소에 동원되고, 아버지는 그 레코드판을 크게 틀어놓으셨다.

그때 들었던 곡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였다. 간혹 <동백 아가씨>나 <황성옛터>를 트실 때는 우리 딸들은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가슴 속에 꼭꼭 간직하고 있었던 오래된 추억이 이 책을 읽으니 솔솔 가슴 속에서 튀어나온다.

한강이 이 책에 소개하는 노래들과 함께 추억을 되새겨 보듯이....

Let it be, You needed me, 황성옛터, 보리수, 엄마야 누나야, 보리밭, 짝사랑,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 정태춘, 박은옥의 촛불 등.

 

아마도 젊은 세대들은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노래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노래들도 여러 곡이 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유행했던 노래들이기에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깃든 노래들인 것이다.

 

오래된 노래가왜 좋을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한강은 이런 글로 답한다.

" 가끔 그렇게 옛날의 감각으로, 아주 오래 모니터에 앉아 이메일을 쓴다. 문자 메세지를 보낼 때도 이렇게 쓸까, 아니면 저렇게 쓸까, 고민하여 몇 분을 보내 버릴 때가 있다. 글쓰는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편지를 쓰던 습관 탓이지 싶다. 오래된 노래가 좋은 까닭은, 혹시 오래된 마음이 좋아서 일까?" (p. 119)

" 우리가 가장 나약할 때, 가장 지쳤을 때, 때로 억울하거나, 서럽거나 후회할 때, 가장 황폐할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다. 땅 속 캄캄한 곳에서부터 잔뿌리들로 물줄기를 끌어올려 잎사귀 끝까지 밀어 올리며. 그러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때로 이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고요한 몸, 더욱 고요한 눈길로 이들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어느날 거울을 보았을 때, 내 그을린 얼굴 대신 한 그루 낮고 푸른 나무가 비칠 때까지." (p.142)

한강의 글이 다소곳한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듯이,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10곡의 노래도 그녀를 닮아 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작품들, 그 속에는 작가의 서정적인 문장들이 돋보이고, 그 문장들은 모여서 읽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듯, 그녀의 노래도 그렇게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이렇게 한강은 단아하면서도 시심이 담긴 문체의 글들을 많이 쓰는 작가인데, 각 작품마다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앞으로도 작가의 책 중에서 아직 못 읽은 작품들을 골라서 읽으려고 한다.

한강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위에 소개한 책 중에 한 권을 우선 읽어 보도록 권하고 싶다. 그러면, 아마도 한강의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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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 - 시간산책 감성 팟캐스터가 발로 쓴 인도이야기
김지현 글.사진 / 서교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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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그녀는 감성 음악 팟캐스트 <김지현의 시간산책>의 팟캐스터이면서 대학에서 관현악과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십 대 중반에 걸쳐져 있는 나이에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유학을 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로 나갈 것인가....'

이 나이의 청춘들이라면 그 누구나 갖고 있는 진로 선택에 대한 생각인데, 그녀는 과감하게 그 모든 고민을 내려 놓고 인도 배낭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사전 준비 조차 없는 장기간의 배낭여행.

물론, 처음에는 홀로 떠나는 인도 배낭여행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잘 다녀오라'는 말로 딸의 홀로서기를 지원해 주게 된다.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특별한 여행지인 인도. 그러나 이곳에서 여대생의 성폭행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니 안심하고 갈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지인이 나에게 '인도를 같이 가지 않겠느냐?'하고 물었을 때에 '지금은 너무 열악한 곳인 것같아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로, 인도 여행은 나에게는 별로 내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간직된 문화유산이나 아름다운 풍광에는 끌리지만, 여행중에 견디어 내야 할 어려움이 너무 많을 것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인도여행에 대한 관심은 있기에 그동안 많은 인도 여행기를 읽어 보았지만, 이 책의 내용에서도 나오듯이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소똥과 오물. 장소에 관계없이 여기 저기에서 '1달러'를 구걸하는 사람들, 화장실 등을 비롯한 청결 불량상태, 대중교통수단의 난폭운전, 바가니 요금,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면서 행인에게 입히는 타박상.

거기에 여자들에게는 피해 갈 수 없는 엉덩이 성추행 사건....

아무리 삶의 깊은 성찰을 가져다 주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선뜻 여행길에 오르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곳에 가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젊음이 있다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기는 한가 보다.

이 책의 저자는 홀로 인도에 갔지만, 뉴델리 공항에서 소미언니와 진이를 만나서 같이 인도 여행을 하게 된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많은 에피소드도 담겨 있고, 인도의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녀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누군가 내게 해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답하리라. "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perface 중에서)

"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어떤 기준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내면에서의 상대적인 행복은 불행이 있을 때만 존재한다. " (p. 158)

그녀의 나이에 터득하기에는 너무도 큰 선물과도 같은 깨달음이 아닐까.

그녀는 여행중에 불가촉 천민 소년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KFC에서 동반자들과 함께 먹을 치킨을 사들고 나오는 순간 만나게 된 소년이 치킨을 구걸한다. 소년에게 치킨 한 조각을 들려주고 온 그날밤 그녀는 슬픔과 번뇌에 빠져서 이유 모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치킨 한 조각을 받아든 소년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본 가장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소년은 아마도 이런 행운을 다시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이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소년은 이후에도 동냥을 당연시 할 수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는 네팔을 찾았던 지인에게서도 들었던 이야기이다. 콜라를 마시고 있는 그에게 다가온 소년은 아무 말도 없이 그 모습을 부러운 듯이 쳐다 보았다고 한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서 콜라를 들려 주니, 아까워서 꿀꺽 꿀꺽 마시지도 못하고 핧아 먹더라는 이야기였다.

빈곤한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여기 저기에서 '1달러'를 외치면서 따라 오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우린 신중한 행동을 하여야 할 것이다.

라자스탄의 조드푸르는 블루시티로 유명한 도시이다. 브라만이 모여 살면서 자기들의 영역 표시를 위해서 집 문에 파란색을 칠하면서 블루시티가 되었다.

바라나시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보나 카페의 주인은 이런 말을 한다.

" 세상은 바라보는 대로 보이는 거야. 느낄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거야. " (p. 251)

그녀가 인도 배낭여행을 통해서 느낀 가장 큰 성과는,

" 모든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찾는 게 인도 여행을 하며 얻은 소중한 성과다. 인도는 자유를 그릴 수 있는 나라니까 말이다. " (p. 285)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경쟁 속에서 살아 온 날들을 돌아 보면서 인도여행이 가져다 준 이 소중한 성과를 마음 속에 새기면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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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루 다른 행복 - 부처 핸섬, 원빈 스님과 함께 가는 행복의 길
원빈 지음 / 이지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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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단 한 번 뿐인 하루이지만, 그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은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불행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떠하셨는지요?

<같은 하루 다른 행복>은 영화배우 원빈과 같은 법명을 가지고 있는데, 법명의 뜻은 '해와 달처럼 둥글게 빛나 세상을 밝히는 존재가 되라'는 의미라고 한다. 영화배우 원빈 만큼이나 멋진 외모의 젊은 스님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삶의 혜안을 가지게 해 준다.

" 내가 행복의 길을 향하며 알게 되고 경험했던 정보들을 공유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썼던 글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들을 모아 이 책을 편집했습니다. " (서문 중에서)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그런 글들을 모았기에 책 속에 담겨 있는 글들은 어렵지 않고 쉬운 글들이지만 우리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글들이기에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스님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공부를 하기 위해서 천안의 광덕사에 들어 갔는데, 그곳은 스님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자식을 얻기 위해서 100일 기도를 드렸던 곳이고, 그 자식이 바로 스님 자신인 것이다.

어찌 보면 그건 우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절에서 젊은 스님과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때에 스님은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인연임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법우님, 우리가 왜 이 자리에서 이 순간에 만났을까요" (p. 18)

질문을 했던 스님의 말씀은,

" 실은 우리가 전생에 이 자리에서 이 순간에 다시 만나기로 한 도반이었어요. 기억나요?" (p. 18)

그렇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그는 스님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스님은 젊은 스님답게 한 장소에 머무는 절이 아닌 걸어다니는 법당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걸어 다니는 법당'을 운영한다. 스님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좋아요', ' 댓글', '공유하기'를 통해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녀에게 당신이 물려 주는 것은 바로 '당신' 자체입니다. 또한 당신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역시 당신의 '부모님'자체입니다. 그렇기에 자녀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부모님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면, 그들을 바꾸려 하지 마시고 자신이 바뀌면 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 자녀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자신의 행복입니다. " (p. p. 64~65)

"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막연해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것들,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 (p. 82)

지금

바로 지금 !

지쳐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힘들지? 괜찮아. 잘한 거야. 고마웡" 하고 말해 보세요.

그의 마음을 쓰다듬어줄 수 있을 거예요.

지금

바로 지금 !

지쳐 있는 나에게

"힘들지 ? 괜찮아. 잘한 거야. 고마워" 말해 보세요.

나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세요. (p. 130)

웃자, 자유롭고 싶다면

웃자, 멋져지고 싶다면

웃자, 평화롭고 싶다면

웃자, 웃자, 웃자. (p. 190)

이 책은 우리들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물어 본다. 소통을 원한다면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함을 일깨워 준다.

타인을 탓하기 전에 내 자신을 돌아 보아야 하며, 타인이 변하기를 원하기 보다는 내 자신이 변하여야 함을 말해 준다.

요즘 열풍처럼 부는 몸짱 만들기, 다이어트 등의 건강을 위한 운동만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도 운동을 시켜 주어야 한다.

원빈 스님과 함께 떠나는 행복한 마음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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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행 백서 - 일상이 즐거워지는 여자들의 주말 여행
김정원 지음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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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정원은 월간지 기자로 10년 이상을 근무했다. 패션, 뷰티, 디자인, 웨딩 등 다양한 분야의 매거진에서 일을 했는데, 그녀의 업무의 특성상 마감을 앞두고는 눈코 뜰 새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원고 마감후에는 며칠간의 달콤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아마도 그녀에게 여행은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자 좋은 추억을 남겨 줄 수 있는 것이었던가 보다.

지금은 프리랜스 기자와 여행작가로 일하면서 떠나고 돌아오기의 반복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1년 동안 그녀의 여행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여자 혼자 또는 여럿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우리나라 여행지 10곳을 엄선해서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여행지는 부산, 경주, 통영, 전주, 제주, 강릉, 안동, 강화도, 서울이다.

이 곳들은 내가 적어도 2번 이상은 샅샅이 둘러 보았던 곳이다. 서울은 태어난 곳이고, 성장한 곳이며, 지금까지도 살고 있는 곳이기에 잘 알고 있는 곳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 저곳을 돌아 보았기에 너무도 낯익은 곳이다.

부산은 초등학교 시절에 방학때마다 몇 년간 머물던 곳이고, 당시 부모님을 따라서 해수욕장을 가기도 했고, 커서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도 했던 곳이다.

경주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몇 차례 갔던 곳이고, 결혼 후에는 아들에게 유적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 갔던 곳이다.

그밖의 곳들도 학창시절에도 갔었고, 결혼 후에는 가족의 주말여행이나 방학여행으로 많이 찾았던 곳이기에 이 책 속에 소개되는 곳들은 거의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이다.

구태여 10곳의 여행지를 계절별로 나누자면, 봄에는 여수, 전주, 제주. 여름에는 부산, 제주, 강릉, 통영. 가을에는 안동, 경주, 강화도. 겨울에는 부산을 추천한다. 이곳들을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각 지역별로 Best Plan, 여행지, 맛있는 음식점, 편안한 숙소, 특산물 등을 소개해 준다.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보다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 그 지역에서 가 보고 싶은 곳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뚜벅이 여행을 추천한다.

그러고 보니, 국내여행을 갈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뚜벅이 보다는 자가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쩌면 그런 여행은 편안한 여행은 될 지 모르겠으나, 낭만과 운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처럼 뚜벅이 여행의 매력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쓴 이가 미혼 여성이어서 그런지 그녀는 여자 혼자 떠나도 좋은 곳들을 많이 소개한다. 그리고 여행길에서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서 그곳의 별미를 맛보아도 좋은 맛집도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의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은 지금도 두렵기에 엄두가 나지는 않는다.

경주를 알려면 남산에 올라야 할 것이나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가지는 않는 곳이다. 제주의 올레길 20코스도 아직 걸어 보지 못한 길이다. 서울 성곽길 거리인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의 능선을 잇는 성곽길 4개 코스는 총 23km로 국보와 보물을 포함하여 170 여개의 문화유산이 흩어져 있는 곳인데, 이곳 역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그렇다. 책장을 넘기면서 책 속에 소개된 10 곳의 여행지를 모두 가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그 곳들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 이 책은 여자 여행백서라고 하지만, 꼭 여자만을 위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리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봄도 이제 끝자락에 왔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1박 2일로 어딘가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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