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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 시들한 내 삶에 선사하는 찬란하고 짜릿한 축제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 수많은 영화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도시, 파리.
'파리'하면 상제리제 거리를 거닐면서 샹송이 흘러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파리를 여행한 사람 중에는 파리를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낭만적인 파리를 상상했던 사람들은 여행자로 붐비는 파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건 파리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 파리는 낭만의 도시였지만, 파리지앵으로 부딪혀야 하는 파리는 그리 녹녹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방인들이 느끼는 마음이라고 한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손미나가 2009년부터 3년간에 걸쳐서 파리지앵으로 살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에 담아 놓았다.
그녀는 아나운서 시절에 돌연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고, 그후에는 여행작가로, 소설가로 변신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 주었다.
이번에는 파리지앵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준다. 에펠탑 근처에 위치한 집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집주인과의 이야기, 바로 앞집에 살고 있는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의 싸늘한 반응 등은 그녀가 파리지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울 것인가를 말해준다.

현실 속의 파리를 만나면 이처럼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파리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런 우여곡절 중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정다운 이웃들을 만들어 나간다.
<파리에선 그대가 똧이다>는 손미나의 소소한 파리지앵의 삶과 함께 프랑스의 교육, 언어, 습관, 사랑법 등이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가도 이야기해 준다.
파리에서 그녀가 느낀 점 중에는 프랑스는 '등수가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 꽃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
제각각 다른 향기를 지닌 존재들 인데,
어떻게 한 줄로 세우고 번호를 매긴단 말인가 " (p.14)
그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성적 뿐만 아니라, 성과, 재산의 정도에 있어서 등수가 매겨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우리의 의식 속에는 1등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 나만의 인생철학 없이 맹목적인 성공을 위해 치닫는 삶의 속도에 휘말려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 돈 등을 가짜 인생, 가짜 1등을 추구하는 일에 낭비하지는 않는다. 삶의 비극적인 요소들을 인정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 능력, 외모 등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 (p. 123)
손미나의 첫 장편소설인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손미나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2011>는 바로 그녀가 파리지앵으로 살아가던 그 때에 쓴 책이기에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에는 그녀의 소설쓰기에 대한 도전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에서 시작하여 '나도 과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데, 그녀는 장편소설을 쓰고는 싶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런 중에 파리에서 프랑스 문인협회에서 황석영, 신경숙, 김영하 등의 작가를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황석영 작가는 " 꼭 써요, 소설. 그 대신 잘 써야 해, 잘 !" (p.177)라는 격려의 말을 해준다.

" 글쓰기는 80 퍼센트의 고통스러운 시간과 20 퍼센트의 기쁜 순간이 혼합된, 행복하기 힘든 비율의 작업이다. 그러나 그 20퍼센트가 어찌나 강렬한 기쁨인지, 나머지 80퍼센트를 다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 (p. 255)
" 나는 '소설 쓰기란 험하디 험한 진흙밭을 뒹구는 일임과 동시에, 티끌만큼의 때도 묻지 않은 자신의 영혼을 마주해야만 가능한 일이다'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p. 375)

그녀의 도전이 아름답고, 그녀의 열정이 눈부셨던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는 출간당시에 읽어 보았는데,
한 편의 장편소설 속에 연애소설, 여행소설, 예술소설, 추리소설이 어우러져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소설 속의 섬세한 문장들은 마치 그곳에 내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글솜씨가 돋보였다.
그 소설의 배경이 된 지중해 연안의 '레미모자' 와 '프로방스의 보니외'의 아름다운 풍경 속 이야기가 이 책에도 소개된다.

(사진출처: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중에서)
" '꽃을 밟지 않고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다 !' 5월의 봄레미모자를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 (p. 315)
여행작가에서 소설가로 변신하는 과정과 창작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가 앞으로도 또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파리를 비롯하여 프로방스, 코트다쥐르, 봄레미모자 등의 아름다운 풍경들과 함께 세잔과 고흐의 흔적을 찾아 떠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파리 15구에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파트에서 하게 된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가로서의 첫 발을 내딪는 손미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을 것이다.
" 어떤 빛깔을 지닌 사람이든 파리에서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헤밍웨이가 말했듯, 젊은 시절 파리에 살았던 것은 크나큰 행운일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은 내가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삶을 빚어가든지 움직이는 축제처럼 내 영혼에 빛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p. 423)


그동안 손미나가 쓴 몇 권의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인이다. 넓은 세계를 향해 자신의 생각과 꿈을 펼쳐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런 삶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 물씬 풍기는 글들이다. 특히 이 책 속에는 단순한 파리지앵의 삶 보다는 첫 장편소설을 쓰게 된 과정이 담겨 있어서 글쓰기 작업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