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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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공감만화 3종세트>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주말엔 숲으로>인데, 30대 여성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만화 속의 그림은 어설픈듯하기도 하고 엉성하게 그린 듯하기도 하여 도무지 디테일을 찾아 볼 수 없고, 책의 내용도 평범한 일상 속의 생각들을 담았는데, 이 책들을 읽다보면 '아니, 내 생각과 참 비슷한데...'하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먼저 출간되었던 마스다 미리의 만화 3종세트는 여성들의 꿈, 결혼, 휴식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에는 '지금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다각도로 생각하게 만들고, 그들의 휴식을 들여다 본다.

결혼을 하여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무의미한 듯한 일상 속에서 자신이 꿈꾸었던 미래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반추해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가 3권이 출간되었다.

<수짱 시리즈>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수짱의 연애> 그리고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다.

그중에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모리모토 요시코는 수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36살 독신으로 카페의 점장을 맡고 있다. 특별히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이 시리즈의 <수짱의 연애>도 관심이 간다.

수짱은 퇴근길에  조카인 아카네(30세,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다)와 마주치는 경우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직장생활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가족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중에 그 두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있으니,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되는 직장동료와의 관계이다.

좋아할 수 없는 사람, 아니 마주치면,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불편한 사람,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싫은 사람이 있다. 싫은 사람을 떠올리는 순간,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삐걱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싫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직장에서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니...

수짱이나 아카네는 싫은 사람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는다.

직장내의 권력을 가진 사람과 인척관계라는 이유로 거들먹거리거나, 심지어는 친척에게 잘 이야기 해주겠다고 하는 밉상.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험담을 늘어 놓은 사람.

업무처리시마다 가르쳐 주건만 배우려는 생각은 없이 당연히 그 일을 처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주말이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근무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

늘 자기 유리한 대로만 하는 사람.

" 그 불쾌한 느낌.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말을 혼잣말인 듯 해 버리고 이쪽에서 반응하면 '농담'이라고 딴청을 부린다." (책 속의 글 중에서)

 

"짜증나 !!  짜증나 !!"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뒤숭숭해지니...

싫다. 이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그것을 보거나 듣거나 상대하는 것이 불쾌하다'이다.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 사소하게 싫은 몇 개가 마치 장롱 뒤의 먼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쌓여 가고

  커다란 먼지 뭉치가 된다. 그렇게 청소기로 빨아들일 수 없도록 미움이 커진다. " ( 책 속의 글 중에)

이런 상황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을까?

수짱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대하는 것 조차가 괴로우니,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묘책을 생각한다.

그의 선택은?

이 책은 얇은 만화책으로 '심심하니까 읽어 볼까' 하는 생각에 책을 들게 되지만, 읽다보면 내 이야기같은 그런 내용이기에 공감을 갖게 된다.

특히 만화 속 주인공인 수짱은 30대 싱글로 그 연령층이 갖고 있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만화로 전해준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든 만나게 되는 '아무래도 싫은 사람',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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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를 점령하라 - 99%의 화폐는 왜 그들만 가져가는가
마르그리트 케네디 지음, 황윤희 옮김 / 생각의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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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인류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낸 독창적인 발명품이다. 그런데 이런 화폐가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기도 하고, 극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에게 편중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화폐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건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한 이익을 만들고, 가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화폐는 그런 모습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화폐를 점령하라'는 2011년 9궐 뉴욕의 주코티 공원에서 부를 차지하고 있는 1%의 부자들에게 외쳤던 월가를 '점령하라'를 연상시킨다.

거대한 투자 은행들의 부패와 국민의 이익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정부를 향해서 외쳤던 '점령하라'와 '화폐를 점령하라'는 일맥상통하는 점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늘어나는 부의 격차와 채무때문에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점령'이란 의미는 소수가 독점하는 무언가를 다수에게 되찾아 준다는 의미를 가졌다는 점이다.

인류가 화폐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지금과 같은 화폐 시스템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시점에서의 화폐 시스템을 보면 부를 소유한 계층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하여 화폐는 부를 더욱 편중시킨다는 점이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면 이자를 받고,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내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화폐 시스템이 부를 가진 사람들의 지갑을 배불려 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화폐 시스템은 공평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본다.

* 기존 화폐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 그동안 이런 시스템을 개혁하지 못한 이유.

* 어떤 방식으로 구조적 결함을 수정할 것인가.

* 개혁을 촉진하기 위해 각자가 할 일.

화폐시스템에서 구조적 결함을 야기하는 것은 이자 구성 요소 중에 유동성 프리미엄과 인플레이션조정항목이다. (이자 구성 요소는 은행 서비스 수수료,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인플레이션 오프셋)

흔히 이자를 대출을 했을 경우에 지불하는 비용이라 생각하는데, 자세히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모든 가격은 이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이자의 기능을 제한하는 모델로 스웨덴의 JAK 은행이 있다. JAK은행에서는 단기적 이윤 추구에 집착하지 않고 조합원 모두를 위한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대출 이자 대신에 대출금에 해당하는 저축 포인트를 삭감하는 경영을 한다. 이자 대신 디머리지 시스템을 운영한다.

* 디머리지 (Demurrage) : 주어진 기간동안 화폐를 보유할 때 내야하는 비용, 상품 화폐의 경우에 보관비 수수료와 같은 개념이다.

디머리지 시스템은 금리 소득을 통해 부를 늘려가는 것을 막고 돈을 회전하게 하여 필요한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금리를 통햔 공짜 소득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새로운 개념의 대안 화폐들도 있는데, 교육화폐, 건강화폐, 글로벌 기준 화폐, 탄소 화폐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대안 화폐는 복리를 바탕으로 성장에 집착하는 기존 시스템을 보안하고, 사회복지를 증진시킨다.

이 책의 저자는 약 30년간에 걸쳐서 화폐에 관한 연구를 하여 얻어낸 이야기를 이 책에서 풀어나간다.

경제학 원론의 첫 페이지를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경제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나에게는 어려운 내용들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저자는 최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각종 자료와 도표 등을 함께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예전에는 은행의 금리가 높아서 얼마의 종자돈만 있으면 돈이 돈을 벌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요즘의 금리는 낮아서 저축이나 적금이 목돈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은행 금리가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이런 화폐 시스템이 부의 편중을 가져 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화폐 시스템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그래도 이런 책을 통해서 화폐를, 은행을, 경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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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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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에서 시작하여 <흐르는 강물처럼>,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오자히르>, <브리다>, <알레프>에 이르기까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망설임없이 읽게 된다.

<연금술사>에서 우리가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면, <브리다>에서는 생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책을 읽으면서 찾게 만들었다.

코엘료의 작품 중에 가장 나중에 읽은 <알레프>는 그가 1986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았던 때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2006년에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되면서, 그 마지막 코스인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서 만나게 되는 터키 여인 힐랄과의 인연을 토대로 작가 자신의 체험을 담은 소설이다.

<연금술사>, <오 자히르>, <브리다>, <알레프>는 모두 인생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알레프>에서의 물음처럼 " 당신은 지금 몇 개의 인생을 살고 있느냐?" 등의 질문을.

그리고 그의 소설 속에는 영적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곤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아크라 문서>는 소설이란 장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인생을 살아 가면서 우리에게 봉착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 어떤 지혜를 가지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잠언집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파울로 코엘료'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도 역시 독자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2011년 심장수술을 받게 되면서 그동안에도 몇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면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그래서 <아크라 문서>는 그의 삶에서 우려나온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1945년 12월, 상 이집트의 함라돔이란 마을에서 파피루스가 담긴 항아리가 발견된다. 항아리 속에는 천 여 페이지에 이르는 기원저 1세기 말에서 기원후 180년 사이에 작성된 그리스어 번역본 인 텍스트가 들어 있었다. 그 내용은 오늘날 성서에 포함되지 않은 외경 (外經)이었다. 외경이라고 이 문서처럼 여성이 작성했다는 이유로, 아니면 예수의 신성한 사명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덜 길고 덜 고통스럽게 묘사했을 경우에 성서에 포함되지 않은 텍스트를 말한다.

이 문서는 이집트 국경너머 아크라에서 다수 발견되었기에 '아크라 문서'라고 불리며 이곳 저곳에 팔려 다니다가 이집트 박물관에 보관된다.

그 내용들이 이 소설 속에 소개된다.

성경말씀에 나오듯,

콥트인이 말을 마치자 어느 상인이 청했다. "패배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책 내용중에서)

이런 식으로 패배, 패배자, 고독, 쓸모, 변화, 아름다움, 확신, 사랑, 성교, 통합, 우정, 우아함, 운, 기적, 불안, 미래, 충심, 무기, 적 등에 관해서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대답을 하여 주는 형식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 우리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정의와는 다른 내용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생각이 틀렸다기 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그 이상의 개념으로 설명이 된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읽다 보면 우리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했던 패배, 패배자, 불안. 적, 고독 등에 대하여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임을 깨닫게 된다.

" 그러나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번을 기약하면 된다. 다음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그 다음에는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포기하는 사람이 패배자이고, 그 외에는 모두 승리자이다. 언젠가 그대가 귀기울여 듣는 자들을 향해 역경의 시절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세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얻을 것이다.

 행동할 적기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다.

다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마라.

상처를 자랑스럽게 여겨라. " (p. 33)

" 고독은 모든 비밀을 드러내 밝힌다. 그러므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고독 속에서 그들은, 간과했을지도 모를 사랑을 발견해낼 것이다. 고독 속에서 그들은, 그들을 버리고 떠난 사랑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 (p. 45)

" 우정은 강물과 같다. 강물은 바위들을 빙 돌아 골짜기와 산에 적응하여 흐르다가, 때로 움푹 들어간 곳에 고이기도 한다. 그러다 웅덩이가 차오르면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목적지가 바다임을 강물이 잊지 않듯, 참된 우정은 그 존재 이유가 타인에 대한 사랑임을 잊지 않는다. " (p. 117)

"매 순간 사랑의 힘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다.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 풍경을 즐긴다고 해서 크게 잘못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갈수록 멀리까지 내다 볼 수 있게 되고,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 (p. 137)

" 슬픔에 잠겨 있을 때에도 우리가 주변의 삶에 눈감지 않게 도와주소서, 피어나는  꽃,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게 하시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의 노랫소리, 근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하소서" (p. 144)

콥트인들은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집에 가서 이 이야기를 기록하라고 말한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외워서 기억하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말로 듣거나 글로 읽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찢겨, 그 너머에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테니. 그대들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 (p.194)

성서의 말씀들이 누군가의 기억으로, 또는 누군가의 기록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처럼.

<아크라 문서>의 마지막 문장처럼, 우리는 이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었으니, 축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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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다 다르다 - 유럽의 길거리에서 만난 그래픽 디자인 디자인은 다 다르다 1
황윤정 지음 / 미술문화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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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마주치게 된다. 도로표지판, 버스나 지하철 노선도, 철도시간표, 공연 포스터, 전시포스터, 광고 인쇄물, 길거리 벽화, 그라피티, 쓰레기통, 우체통, 공공시설물, 벤치 등.

그런데, 그런 길거리 그래픽은 이웃나라인데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그 특색이 다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각 나라마다 다른 특색을 나타내는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서로 비교해 주고, 그것들의 다름이 나라 마다의 자연환경, 역사적 맥락, 현대의 사회상황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을 그 사례로 들고 있다.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에 관한 책이기에 많은 사진들을 싣고 있는데, 그 사진들만으로도 각 나라의 길거리그래픽 디자인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 

간단하게 유럽의 길거리 그래픽의 특색과 그 이유를 알아보면,

독일 - 최소의 물자로 최대의 효과를.

독일의 디자인을 알려면 자동차 회사인 BMW로 부터 찾아야 한다. BMW 본사의 건물 디자인, BMW 박물관 내의 벤치, 티켓 개찰구에서 간결하고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엿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그래픽 디자인은 질서와 규칙에 강한 독일 제품의 특징과도 맞아 떨어진다.

길거리의 포스터를 보아도 그림이나 사진을 넣지 않은 기하학적 구성과 단순한 색 배합의 포스터가 눈에 명확하게 들어온다. 간결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이런 디자인은 독일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척박한 땅에, 일조량이 부족한 기후, 통일국가를 이룩하지 못한 역사적 배경,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독일을 고질적인 물자 부족 현상에 시달렸기에 이런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기하학적 형태의 디자인이 발달하게 된다.

스위스 - 독일과 비슷하게, 그러나 독일보다 아름답게.

스위스는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이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독일처럼 깔끔하고 간결하다. 그러나 독일이 기능성에만 치우쳤다면 스위스는 기하학적 문자를 다양하게 병용시킨 디자인으로 독일과 비슷하지만 기능성과 함께 심미성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 꽃무늬와 몬드리안이 만나다.

우선, 네덜란드는 집의 지붕에서부터 디자인의 특색을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집의 규모가 세금과 연결되었기에 집을 좁게 짓기는 했지만, 지붕만은 호화롭게 장식했다. 그것이 그 집을 나타내는 부의 상징과도 같았기에, 네덜란드의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꽃무늬 패션은 네덜란드 디자인의 오밀조밀하고 화려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책 속의 사진들만 보아도 독일과 스위스에서 보았던 디자인보다는 아기자기하고 화려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디자인은 세속적이고 사치스러웠던 상인계급의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사실적인 아트워크가 강하게 나타나고, 선명하고 명료한 가독성을 지닌 디자인이다.

프랑스 - 모든 것이 ART !

프랑스 건축은 단순하고 특이하고 아름다운데, 거기에 대중에게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중한 예술의 깊이가 있다. 프랑스 예술에는 자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 네덜란드 디자인이 채도 놓은 원색을 즐겨 사용한다면, 프랑스 디자인은 중채도와 저채도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부드러우면서도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 보인다.

또한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은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예술성이 있는데, 이건 프랑스의 강력한 회화전통과 맥를 같이한다. 그래서 프랑스 길거리 그래픽은 꼭 미술관처럼 다양하고 자유로운 회화적 표현이 넘쳐난다.

영국 - 영국 신사와 펑크족의 기묘한 동거
영국을 가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전통적인 건축물과 초현대식 건물이 뒤섞여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런던 브릿지와 노먼 포스터의 런던 신시청사의 모습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미적 감각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풍광이다.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서로 다른 양면이 공존하여 디자인의 이중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색감도 파격적이어서 강한 형광빛이 도는 자극적인 색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영국은 일관된 경향의 디자인을 찾아보기 힘든 모순적인 이중성이 공존하는 디자인의 특색을 보여준다.

 

유럽의 몇 나라를 한 번에 여행하다 보면 같은 문화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나라들에서 각각 다른 특색의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만나게 되는데, 나라 마다의 특색은 확연하게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런 디자인에는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 사회적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 (...) 독일은 엄격한 군인 같았고, 스위스는 깔끔한 수학자 같았으며, 네덜란드는 사치스러운 무역상 같았다. 프랑스는 주근깨 가득한 발랄한 화가 지망생이었고, 영국은 지킬과 아이드였다. " (p. 275)

한 나라의 정체성과 미감은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 책은 디자인 관련 책이기는 하지만, 유럽 여행을 가면 길거리 그래픽도 눈여겨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를 가지게 된다. 거기에서 그 나라의 예술과 디자인의 역사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담겨져 있는 포스터, 건축물, 공공시설물 디자인, 도로표지판 등을 통해서도 그 차이점은 확연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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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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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의 작가 김려령을 '완득이의 작가'라고 말한다. 나 역시 '김려령'의 작품을 <완득이/ 김려령 ㅣ 창비 ㅣ2008>를 통해서 처음 읽었다.

<완득이>는 청소년 소설, 성장소설로 그런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문제학생이 바로 완득이다. 난장이 아빠와 이혼한 베트남 엄마를 둔 옥탑방에 사는 완득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싸움만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런 완득이 보다 더 문제스러운 선생님, 왕따 선생님인 똥주 선생님의 등장은 이 소설을 신선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거칠고 험한 말이 쏟아져 나오지만, 누구 보다도 똥주의 비행을 눈감아 주고 은연중에 정을 느끼게 하는 똥주 선생님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그저 그런 성장소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청소년들의 가정생활이나 학교생활을 잘 파악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청소년들이 자신의 학교 생활, 가정생활과 이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불우한 가정형편 속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그래서 <완득이>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이다.

그후에 읽은 작품인 <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김려령 글, 장경혜 그림 ㅣ 문학동네어린이 ㅣ2011>>는 <완득이>보다는 주인공의 연령이 더 낮아진 초등학생들을 위한 그림동화인데, 이야기의 소재, 구성, 전개 등이 깔끔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김려령은 어릴 적에 증조 할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기에 그녀가 작품을 쓰는데, 그런 점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또다른 장편소설인 <가시고백/ 김려령 ㅣ비룡소 ㅣ2012>>의 작가의 말을 보면,

 " 내 삶의 어느 부분은 싹둑 잘라내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 내가 만난 누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싫었고, 어떤 사람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살아 보니 그런 일을 겪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은 겁니다. 생의 결이 추억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 (가시고백 중에서, p. 288)

역시, <가시고백>도 작가의 삶 속에서 녹아 들었던 어떤 부분들이 작품으로 승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가시고백>은 주인공인 해일이 물건을 훔친 후에 써 놓았던 일기는 '나는 도둑이다'라는 독백으로, 자신이 도둑질을 하게 된 연유가 적혀 있는 듯하지만, 그 독백이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되는 과정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자신의 허물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 있을 때에 '독백'은 '독백'이 아닌 '고백'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소설 속의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아픔은 혼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믿어주고 보살펴주고, 아껴줄 때에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야 마음 속에 박힌 가시를 뽑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가시를 뽑아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친구들에 대한 작은 관심과 신뢰이다.  

   

이렇게 김려령의 소설 3편을 되짚어 보는 것은, 이번에 읽게 된 <너를 봤어>는 그동안 내가 읽었던 김려령의 작품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소설을 읽은 후에 그 내용을 곱씹어 보면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들의 마음 속에는 아픔이, 그 아픔의 상처가 깊이 파여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 너를 봤어>는 김려령이 쓴 첫 성인소설이다.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 19금 소설? 내숭떨지 않는 사랑이야기" (인터뷰 기사 중에서)라고 말한다.

<너를 봤어>는 지금까지 읽었던 김려령의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성과 폭력'이 소설 속의 여기 저기 박혀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정수현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탄한 삶을 살아 온 듯 보인다. 무난히 등단하여 중견 소설가로 자리매김을 했고, 베스트셀로 작가인 아내를 두고 있으니...

같은 길을 가는 부부이지만, 그들의 결혼은 자신만이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오만으로 시작된 결혼이었다.

" 내 사랑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나를 가졌고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만 알며 됐다. 부부면서 아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 나는 결혼 삼년 만에 이혼을 원했다. 잘못된 결혼이었다. 엉키고 엉켜 버리는 게 최선인 원고처럼 아내는 나를 버리고 나는 아내를 버려야 했다. " (p. 109)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류였음을 정정이라도 하듯이 아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아내의 자살도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자살이라기 보다는 자살 방조, 자살을 감지하고도 묵인한 흔적이 있다.

" 사랑은 흥정이 아닌, 삶의 모습으로 얻는 것이다. " (p. 64)

아내의 자살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정수현의 불우한 성장기이다.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와 형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은 형은 동생인 수현에게 폭력을 가한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수현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왜 아버지는 수현을 때리지 않았을까?

품행이 올바르지 못했던 어머니로 인하여 그의 출생이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던 어느날, 저수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 났을까?

아버지와 형의 폭력, 그들의 죽음은 수현의 트라우마가 되어 사랑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 온다. 후배작가인 서영재와의 사랑.

가족으로부터 받아 보지 못한 사랑때문에 결코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에게  풋풋하고 설레이는 사랑이 찾아온다.

이 소설 속에는 출판계 이야기가 중요한 배경이 된다. 수현, 아내, 영재, 도하 등이 작가이고, 출판 일을 하기에 그런 부분들이 작가의 경험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동, 청소년 소설을 주로 쓰던 작가의 변신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정의 폭력이 가족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다. 부모에게 맞고 자란 아이들이 크면 폭력적으로 변하여 다시 그들의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고 한다.

끔찍하게 싫었던 기억이 뇌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은연중에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니....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폭력 때문에 그 연결고리를 끊고자 하는 살인도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수현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들은 그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했던 짐이었다.

" 아버지가 자식 손에 죽고, 형이 동생 손에 죽었다. " (p.115)

소설이나 행동발달서들을 읽어 보아도 어릴 적의 충격적인 사건들은 무의식 세계에 감추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사람의 인격과 자의식이 되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것은 가족간의 화목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만히 보면 참 예쁘게 살 수 있는 사람인데,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나 어떤 행위들로 힘들어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볼 때 안쓰러웠어요. 한 사람만 놓고 보면, 건드리지 않으면 자기 할 일 하면서 잘 살 사람인데 옆에서 건드려서 망쳐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소설 속 수현도 잘 살려고 애썼던 사람인데 예기치 않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발적인 사건을 겪고 그것을 평생 지고 살아가게 돼요. 죄의식에 짓눌러 싫어도 싫다는 말을 못하고. 자신을 끔찍하게 만든 현장을 봤을 때, 그게 본인에게 나온 악의인지, 누구한테 씌어서 한 행동인지,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가의 인터뷰 기사 중에서)

김려령은  지금까지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로 독자들에게 알려졌는데, <너를 봤어>를 통해서 성인소설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그만큼 독자들의 계층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완득이의 작가'로만 김려령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너를 봤어>를  읽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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