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이 좋다 - 불영사 자연 그대로의 밥상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 3
일운 지음 / 담앤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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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만을 하는 스님들의 먹거리는 주변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로 담백하게 차려지는데, 그 음식들에는 몸에 좋은 성분들이 가득 담겨 있다.

산과 들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들을 보면 우리의 밥상에는 전혀 올라오지 않는 식물들이 많이 있다.

어릴적에 집 뒷뜰에는 가죽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뭇잎을 식재료로 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불영사에서는 가죽나무를 이용하여 가죽나물전도 부치고, 가죽 겉절이도 한다.

 

그밖에 특이한 식재료로는 불영사가 있는 경북 울진의 앞 바다의 바위에 붙어 있는 도박을 이용하여 도박전을 부치기도 한다.

 

곤드레는 예전에는 좀 생소한 식재료였지만, 요즘에는 곤드레 나물과 곤드레 밥으로 많이 이용되지만 부지깽이나 금낭화도 나물 볶음에 응용된다.

불영사의 일운 스님과 비구니 스님들이 직접 만들어서 투박한 접시에 담아낸 사찰음식은 영양밥, 스프, 튀김, 떡, 전, 볶음, 조림, 무침,찜 그리고 간장이나 된장으로 만든 장아찌 까지 132 종류의 음식을 선보인다.

  

 

 

 

그동안 사찰음식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 책들과 <사찰음식이 좋다>의 다른점이라면, 이 책 속에는 사찰음식이라기 보다는 퓨전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브로콜리 스프, 두릅 누드 김밥, 애호박 야채 스파게티, 누룽지가지 탕수이, 애호박 감자 샐러드, 무쌈말이 등도 소개되어 사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찰음식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약재와도 같은 풀 종류도 많이 있어서 사찰음식은 어떤 병에 약효가 있다는 식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아스파라거스는 혈압, 곤드레는 당뇨와 고혈압, 금낭화는 피부병, 취는 체내 염분 배출, 부지깽이는 해열, 국화는 간의 열, 대추는 신경안정, 참나물은 뇌 활성, 고구마줄기는 구토와 설사, 씀바귀는 암세표 억제에 좋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 속의 음식들은 화려한 요리가 아닌,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수수한 음식들이기에 조리법도 간단하여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음식들이다.

책 속에 나온 아욱죽을 보니, 엄마가 해주던 아욱죽 생각이 난다. 된장과 고추장이 3:1 정도로 들어간 아욱죽은 가을에 먹으면 식욕이 날 듯 한데....

얼마전에 씀바귀로 김치를 담꿨는데, 예전에 먹던 씀바귀 보다는 쓴 맛이 강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것들도 산에서 채취하기 보다는 농가에서 재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정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에 대한 내용을 담아내는 책임에도 책 속 구석 구석에는 스님이 전해주는 깨달음의 말씀이 함께 적혀 있다.

" 사람이 사람에게 정성을 다할 때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처럼 마음을 다한 음식은 그 하나의 재료가 사람을 살리고 세상도 밝힌다. " (p. 98)

" 같은 요리도 먹는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지듯 똑같이 펼쳐진 세상도 우리들의 마음에 따라 각기 다른 세상으로 태어납니다. " (p.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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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최갑수 ㅣ 달 ㅣ2010> - 정겨운 골목길을 따라서

 

 

 

 

 

 

 

 

 

 

 

 

 

 

여행은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예전에 살았던 곳, 추억이 깃든 곳을 찾아 떠나기도 하기에 낯익은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의 추억이 깃든 곳이 반드시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지는 않기에 예전의 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지,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였을지 살짝 궁금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날의 소꼽 친구와의 추억이 깃든 청파동 골목길을 아주 가끔씩 가보곤 한다. 내가 살았던  집은 그 누군가에 의해서 연립주택으로 탈바꿈을 해 버렸고, 아버지가 애지중지 아끼시던 복숭아 나무, 앵두나무, 넝쿨 장미, 그리고 라일락 나무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늦은 밤엔 집에 가는 길이 무서워서 아랫 골목 길로 가지 않고, 윗 골목 길에서 언덕을 뛰어 내리면서 '문 열어!!'하면서 소리치기도 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어느날 그 언덕을 가보니,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골목길은 아주 짧은 길이었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축대가 높은 어떤 집 근처를 지날 때는 그 축대에 죽은 고양이를 그려 놓았다고 해서 잔뜩 주눅이 들어서 살금 살금 지나가다가 막바지에 이르면 큰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가곤 했었다. 

청파동. 그곳은 내가 어릴 적에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 놓은 일본인들의 고급 주택들이 많았는데, 그 집들은 높은 축대 위에 넓은 정원이 딸린 집들이었다. 그래서 은행장 집도 있고, 육군 준장 집도 있고, 사업가의 집도 있었다. 

철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동네였는데,  우리집 담장에도 항상 꽃들이 피어 있었다.  

넝쿨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고, 라일락 향이 진하게 풍기던 우리집은 이제 그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동네 마저도 을씨년하기 짝이 없는 동네로 변해 있었다.

바로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의 한 꼭지가 '단편으로 남아 있는 골목의 흔적, 서울 청파동 만리시장길'이다.

만리시장길도 어릴때에 가끔씩 엄마를 따라서 갔던 시장이지만, 우리집은 주로 청파시장을 이용했었다.

여름날 저녁이면 가족들이 효창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도 했었다.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내가 살던 동네를 책 속에서 만나니, 감회가 깊다고 해야 할까.

 

 "서부역에서 숙명여대쪽으로 바라다 보면 언덕 능선을 따라 성냥갑 같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용산구 청파동이다. 한 때 일본식 주택과 한옥, 서민형 주택 등 다양한 양식의 집들이 어울려 독특한 공간감을 빚어냈지만, 1990년대 중반이후 연립주택이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서울의 여느 동네처럼 평범해져 버리고 말았다. 옛 골목길의 풍경은 청파동 여기 저기에 단편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p.33)

 

이처럼 최갑수는 강남의 번화한 거리들이 아닌, 강북의 어찌보면 퇴락해 가는 동네들, 가파른 계단을 오르 내리는 서민들의 모습이 힘겹게 다가오는 골목길이나 소읍의 초라한 골목들을 지난 1년 동안 휘젓고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동네 어르신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아 놓았다. 

골목 길에서 마주치는 주름살 굵은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의 이야기를 정겹게 들려준다.

진안 백운면 원촌 마을의 독특한 간판들. 인쇄체가 아닌 손글씨가 멋들어진... 그래서 이 곳은 진안의 간판마을로 자리매김을 한 곳이다.

 

CF나 VJ 특공대를 비롯한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소개되기도 했던 철길마을.

지금은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지만,  사진기를 둘러맨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철길 양편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낡은 판자집들이 묘한 정취를 빚어낸다. 하루 두 차례 열차가 다녔지만 2008년 중반부터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 (책속의 글 중에서)

 

부산 문현동의 벽화마을.

허름한 집들이 즐비한 마을에 그림쟁이들에 의해서 벽화가 그려지니 마을엔 꽃이 피고, 새가 날고....

글쓴이가 찾은 곳들은 깨끗하게 단장한 그런 곳들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 그래서 계단 따라 오르고 올라가야 하는 곳들. 지저분하고 추하고 가난한 모습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그 속에서 버려진 깡통과 빨래줄에 꽂혀 있는 빨래 집개마저도 정겹고 운치있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서 이렇게도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고, 인간미가 물씬 풍겨 난다. 

시인다운 서정적 문체와 여행기자다운 느낌있는 사진이 함께 어우러져서 소박하고 잔잔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우리 비록 가난하더라도 이렇게 모여 살면 그럭저럭 견딜만하지 않을까, 비슷한 자세로, 비슷한 모양새로, 같은 풍경을 나누며 살다보면 우리 좀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  (p. 113)

 

또, 여행자는 길을 떠난다. '유쾌한 골목, 정겨운 골목- 서울 낙산 이화동, 삼선동 1가'

이곳은 얼마전 TV프로그램 '1박2일'에서 소개된 곳인데, 이승기가 '천사 날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곳인데, 그 이후에 밤낮없이 관광객이 몰려와서 떠들어 대고 사진을 찍어 대니, 살아가기 불편해진  주민들의 진정으로  '천사날개'가 철거되었다. 

'1박2일' 이전에도 디카족들에게 촬영장소로 소문난 곳이었는데, 매스컴을 타게 되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민의식이 없어서야.....

낙산공원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백민섭의 설치 작품 '가방든 남자와 강아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가방든 남자와 강아지는 오늘도 낙산을 지키고 있다.

한 권의 책으로도 넉넉하게 그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북촌 한옥마을'까지.

 

홍제동의 개미마을의 벽화, 그리고 통영의 동피랑.

동피랑은 동쪽 피랑(벼랑)에 자리한 마을이란 뜻으로 통영의 '몽마르뜨'라고 한다.

나는 통영을 여러 번 찾았건만, 동피랑을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를  따라서 숨가쁘게 골목길을 오르내리다 보니,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중에 우리의 초라하고 가난한 마을에는 유독 벽화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일환 등으로 화가, 미술대학생 등에 의해서 그려진 벽화.

내가 사는 동네의 중학교 담벼락에도 여러 해 전에 동화 속의 그림들이 그려졌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어쩌보면 유치하기도 하고, 그리 잘 그리지도 못했던 그림들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여러해가 지나니, 이제는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얼룩덜룩 벗겨지고 퇴색하여 흉물이 되어 버렸다.

동피랑에 그려진 그림들은 2년 후에 다시 그려진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전국 여기 저기에 그려진 벽화들을 제대로 관리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기게 된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졍겨운 사진들과 골목 길 이야기.

1년의 발자취가 그대로 담긴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

넉넉한 마음으로 읽고 보고 느끼게 되는 그런 책이다.

 

삶은 긍정이라고,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할 때도 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을 사랑하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

꽃 앞에서 잠시 이렇게 생각했다.

 (P383)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 최갑수 ㅣ 예담 ㅣ 2007>

 

 

 

 

 

 

 

 

 

 

 

 

 

 

 

<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텐데 / 최갑수 ㅣ 달 ㅣ2010>를 통해서 알게 된 시인 '최갑수'

그 책 속에는 나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떠 올리게 하는 장소가 소개되었다. '서울 청파동 만리시장길'

청파동은 내가 한 살 때에 이사를 한 곳이다. 높은 축대가 있는 집이었는데, 이 집은 아버지가 땅을 사서 지으신 집이다.

아버지가 소유하셨던 최초의 집인데, 그 집을 지을 당시에 집을 짓고 아직 축대를 쌓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 높은 언덕 위에 예쁜 꽃이 피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 나는 아장 아장 걸어가서 그 꽃을 만지려고 하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놀란 엄마가 뛰어 왔을 때는 이미 나는 그 아래로 떨어지고...

그런데 운명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아래에 계시던 아저씨가 나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아주 높은 곳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 높이는 아마도 4~5 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는 내가 대학교를 졸업한 해 5월까지 살았으니, 나의 성장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을 책에서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최갑수의 여행 에세이는 나에게 특별한 책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지독한 외로움이 담겨 있는 에세이를 읽노라면 나까지도 외로움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듯하다.  

그 외로움이 싫다기 보다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독인 것같아서 느낌은 좋다. 

그 고독 속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미움도, 불만도, 불행도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감정들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최갑수 시인의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간다.  

 

책 속의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까지 평화로워진다.

시인은 언제부터 이처럼 감성적인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을까?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일간지와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는데, 우연한 기회에 여행전문기자가 된다. 그리고 지금은 프리랜서 여행작가이다.

카메라라고는 만져 보지도 않은 그가,

여행이라고는 떠나 본 적도 없는 시골 촌놈이,

여행전문기자가 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우연이었던 것이다.

" 내 손에 카메라가 쥐어진 것은,

내가 길 위에 서게 된 것은,

내가 그 음악을 듣게 된 것은,

내가 너를 만나게 된 것은....." ( 작가 소개글 중에서)

 

시인의 글은 시인다운 감성이 뚝뚝 떨어진다. 사진은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이라기 보다는 초점이 맞지 않은 듯, 아니면 비에 적은 듯, 은근하게 다가오는 그런 사진들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한 권만 읽었어도, 그가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그의 몇 권의 책을 읽다 보면, 책의 구성과 내용이 비슷비슷하여, '언젠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그의 그런 책들에 중독이 되었다.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은 2007년 3.30에 초판 1쇄에 들어갔는데, 2012년 8.17일에 벌써 초판 25쇄이다.

책제목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우리에게 이 말은 ' 천부당 만부당'한 말이 아닌가.

내가 지금 당장 '나를 위해서만' 이란 생각을 행동에 옮긴다면, 우리집은, 내 직장에서의 업무는...

당장 지구가 'all stop' 될 것같은 이 불안감.

그러나 그건 기우일 뿐이다. 내가 없다고 해도 어떻게든 세상은 돌아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살 수가 없다.  

 

" 아직도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우리 모두는 정말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다가올 불행한 날들이 두려워졌을 정도니까

그런 날들이 우리 기억 속에 분명 하루쯤은 존재하고 있다.

그 하루의 향기가 불행한 날을 잊게 만든다. " (p. 47)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가오는 지독한 외로움.

마음이 푹 꺼질 것만 같은 슬픔.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져야만 했던 아픔.

 

"목련이 피고 짐은사랑과 꼭 닮았더라.

툭툭 꽃망울 터트리며 환하게 피다가

검은 꽃잎 낭자하게 뿌려놓고 지듯

사랑도 그러하더라.

필  때는 담장 너머 아득한 거리에서 피다가

질 때는 발에 질끈 밟히며 걸음을 서성이게 하더라." (p. 137)

 

 

시인의 사진처럼 흔들리면서도 외롭지만 외롭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그런 감정.

그래서 이 책은 읽으면서 '생각에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센티멘탈해지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어야 하는 것만큼 센티멘탈한 일은 없어," (p.27)

그리고 더 확실한 것은 저자 자신은 '여행중독자'인 것이다.

" 여행은 아스피린처럼, 파스처럼, 잘 만든 문장처럼, 불후의 재즈처럼, 연애의 입술처럼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 덜컹거리는 열차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든, 버스 안에서 졸든, 비행기 창문으로 뭉게구름을 바라보든, 낯선 도시의 여관방에 홀로 남겨져 빗소리를 듣든, 바닷가를 헤매든, 깊은 산속에 버려졌든, 다만 이곳에 있지 않음이 그에게는 곧 여행이었고 행복이었다. 여행은 삶의 진짜 속살을 보여주었다. " (p. 196)

 

" 당신은 왜 여행을 떠나나요?

누군가는 사랑을 버릭 위해

누군가는 남루한 삶을 견디기 위해

누군가는 깨달음을 위해

누군가는 밥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누군가는 지구의 사랑과 평화를 위해

 

그러니까 이 세상의 여행자가 모두 100 명이라면

여행을 떠나는 데는 100 가지 이유가 있는거야.

그런 질문은 참아주길 부탁해. " (p. 265)

 

시인은 말한다.

이 책에 '실린 것들은 시도 아니고, 산문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라고.

독자들에게 이 책에 실린 것들이 아주 사소한 우연이었으면 좋겠다고,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행복이었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아무리 큰 슬픔도, 큰 아픔도 모두 내려 놓을 수 있을 것같으니, 독자들에게는 행복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당신에게, 여행 / 최갑수 ㅣ 꿈의 지도 ㅣ 2012- 최갑수의 빈티지 트래블

 

 

 

 

 

 

 

 

 

 

 

 

내가 읽은 책과는 책표지가 다르다. 그러나 내용은 같은 책.

시인 최갑수, 나는 그의 시를 한 권도 읽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여행에세이는 그동안 여러 권을 읽었기에 최갑수는 시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여행자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따라, 글을 따라 가는 여행은 언제나 마음이 포근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 속에는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도 이름이 난 곳은 모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우리나라 감성 여행지 99곳이 소개된다. 사진과 글, 그리고 작가가 고이 간직했던 그곳에 대한 정보가 'TRAVEL NOTE'올려져 있다.

이 아름다운 곳을 '언제 가면 좋을까' ' 어떻게 가야 할까' '그곳에서 무엇을 볼까' ' 촬영 포인트는'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먹을까' ....

한때는 역마살이 꼈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휘젓고 다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를 간다는 것이 때론 썩 내키지가 않을 때가 많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에서 꽉 막히는 도로 속에 갇혀 있었던 경험들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기 때문인 것같다.

학창시절에는 배낭을 메고 사람이 더 이상 탈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시외버스를 타고도 즐거웠었는데...

완행 기차를 타고 쉬며 쉬며 가는 여행길도 즐겁기만 했는데....

그런데, 이책을 읽다보니 훌훌 털고 어디론가 가야만 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또 겨울대로 아름다운 곳이 이 책 속에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복사꽃이 아름다운 곳,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곳, 맑은 물이 흐르는 곳, 대나무나 자작나무가 울창한 곳...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치타슬로(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호된 곳)인증을 받은 증도의 소금밭.

횡성의 이름도 예쁜, '미술관 자작나무 숲'

가평의 산골짜기에 유럽풍 건물이 들어선 작고 귀여운 '쁘띠 프랑스'

청송의 주산지.

" 기이한 풍경이다. 물 속에 나무가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모습이란!

주산지를 찾은 사람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연못은 주왕산 자락을 담고 몸을 비튼 왕버드나무를 담고 구름을 담고 흔들린다." (p. 100)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의 다산 초당가는 길.

가 볼만한 곳, 분위기가 있는 장소는 이 책 속에 모두 모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같은 곳이라고 해도 계절에 따라서 그 빛이 다르고,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서 그 감동이 다른 것 또한 여행이 아닐까.

" (...) 여행이란 게 마음 속 한 켠에 맑은 시냇물 흐르게 하고 열목어 두어 마리 키우는 일, 사는 게 팍팍하거나 괜히 안쓰럽게 느껴질 때 개울물을 빤히 들여다 보는 일, 그런 일 아닐까 하는 섣부른 생각도 가져 본다. " (p. 135)

강진의 영랑 생가의 뒷마당에 동백꽃이 낭자하게 떨어졌다. 동백은 나무에 피어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빨갛게 땅위에 떨어진 모습에서 더 애처러움을 느끼게 하는 꽃이 아니던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책, 그리고 시인이 들려주는 작은 목소리의 이야기들을 듣는 듯한 글을 읽는 것만을도 마음이 따뜻해 진다.

그래서 나는 최갑수 시인의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된다.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 최갑수 ㅣ 상상출판 ㅣ 2012> - 여행을 내가 나를 꼬옥 껴안는 것

 

 

 

 

 

 

 

 

 

 

 

 

 

 시인이자 여행가인 최갑수를 일컫는 또다른 말은 '생의 탐색가, 시간의 염탐자, 길의 몽상가'

 이 책을 통해서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이름이 비슷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이 책을 사게 되었고, 내가 워낙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기에 무심결에 구입하게 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와닿는 책이었다.

저자는 문학동네에 시 <밀물여인숙>이 당선되면서 등단을 하게 되었고, 책, 출판, 글쓰기와 관련된 몇 번의 직장을 거치면서 프리랜서로 전업을 하게 된다.

언제든지 훌쩍 떠나기를 즐기는 그에게 직장이란 버거운 곳이었을 것이다.

그는 1998년이후 지금까지 약 14년 동안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인생의 대부분이 이렇게 자유를 만끽하는 삶이다.

 

 

 

 

그렇다면 여행을 잠시 멈추었을 때는 어떨까?

그때도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요리를 하고, 시를 쓰고 여행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 날의 그는 어느새 지구본 옆에 다가 서서 다음앤 어디로 떠날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고 하니 그는 영락없는 생활 여행자이다.

마음에 드는 한 권의 책을 손에 넣은 나는 책 속에 빠져든다.

여행 에세이, 포토 에세이가 가져다 주는 마음의 여울이 잔잔하게 펴져 나간다.

사진 속의 여행지가 어디인지 구태여 밝히지 않아도 그 사진 속의 얼굴들이 이 여행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는 책 속에서 웃는 모습을 찍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웃어 보여주고, 외로운 모습을  찍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외롭게 보이라고 했다.

사진 속의 얼굴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을 보니, 그의 여행은 행복했었나보다.

 

 

 

 

 

 

느낌이 있는 사진, 최갑수만의 눈으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책 속의 글들도 간결하다. 아주 짧막한 글들도 있고, 두서너 페이지에 이르는 글들도 있지만, 시인다운 감각으로 써내려가는 글들이 마음 속에 알알이 보석처럼 박혀온다.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하고, 삶의 지혜가 되기도 하고, 인생을 되짚어 보게도 하는 글들.

여행에 대한 단상, 사랑에 대한 단상, 인생에 대한 단상.....

 

#008 다른 사람을 만나려거든 여행하라

 

여행은 새로운 공간과 장소를 만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시간과 조우하는 일이기ㅗ 하다.

공간의 새로움이 아닌 시간의 새로움을 느끼는 일.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가늠한다.

 

그래서 여행은 당신을

여행을 떠나기 전의 당신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010 여행은....

 

여행은...

내가 나를...

꼬옥...

껴안는 일이라고 해 두자.

 

 

그러나, 여행이 마냥 좋기만 했겠는가?

때론 불편하기도 하고, 힘겹기도 하였을 것이다.

" 피곤해요. 좀 피곤하군요."

(...)

" 피곤해요, 정말이지 피곤해요."

이렇게 말하기도 하는 것이다.

 

#045 우리가 놓쳤던 사랑들은 별이 되지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 일찍 포기한 사랑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사랑들이 모여서 저기 빛나고 있다.

 

 

#084 단도직입적으로 뚜벅뚜벅

 

빙빙 돌리지 말고....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단도직입적으로 뚜벅뚜벅 다가가서는

 

'난 널 사랑해.'

 

그게 사랑을 고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어차피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까.

 

#088 꽃 한 송이 때문에

 

꽃 한 송이 때문에

길을 멀리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089 자신을 먼저

 

터키 이스탄부

보스포루스 해협 앞에서

아프리카 소녀 레임이 말했다.

 

초이,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군요.

여행을 좋아하니까요.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만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이 세상에서

얼마나 쓸모있는 존재인지 알고 있죠.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선 자신을 먼저 사랑할 것.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여행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여행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ㅣ것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곧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기에.....

그의 사랑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 3가지'

* 책읽기 - 자신만의 사간을 만들어준다.

* 글쓰기 - 하루에 원고지 3매씩 글쓰기를 권한다. 글쓰기는 스스로를 상상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주기에 어떤 주제, 어떤 글이라도 좋다. 일기, 영화평, 독서평, 음악평 등.

* 여행 - 자주, 견문을 넓힐 수 있으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1998년부터 14년 간에 걸쳐서 32개 나라 120여 개 도시의 길 위에서 느꼈던 모든 생각들과 그 모습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어떻게 그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낼 수 있겠는가.

아직도 그에게는 다 담아내지 못한 생각들과 사진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여행자의 눈, 시인의 글로 쓴 책이기에 그 느낌이 애잔하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최갑수 ㅣ 예담 ㅣ 2013>-최갑수의 Sentimental Travel

 

 

 

 

 

 

 

 

 

 

 

 

 

 

 

최갑수는 2007년 봄, 여행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순간들을 시적인 글과 사진으로 녹여낸 첫 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으로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이 책은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의 개정 증보판이다. 

최갑수 시인의 포토 에세이에 이제는 중독이 된 것일까. 시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꼭 읽어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읽었던 시인의 에세이에서는 지독한 외로움이 묻어 났었는데, 이제는 그런 고독감 보다는 아름다운 사진들과 감성적인 글들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나 보다. 서른이 넘어 마흔하고도 다섯 달이 지난 때에 쓴 글들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 그의 몸은 길 위에서 단단해졌고 정신은 투명해졌다.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멘 순간에야 그는 비로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나는 꽃과 구름과 바람과 사람들은 구체적이었다. 그것들은 살아 있었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꽃과 구름의 말을 배우고 바람의 표정을 읽었다. 조그만 나사가 천천히 회전하며 나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박히듯, 그는 여행을 떠나 길을 따라 돌며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 (p. 20)

나는 장마가  내리기 시작된 첫 날,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방울 방울 떨어지면서 울려 퍼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비오는 날에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 Sentimental Travel' 이다. 책 제목이 말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사랑, 그리고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을 뜻한다고 하니, 그래서 책의 내용들이 진한 외로움 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 /먼 길이었네. / 매화가 필 무렵에서 은행잎이 질 무렵까지. / 철길을 걷듯 아슬아슬하게 //

 

잡아야 하는 사랑이 있다면 놓아주어야 하는 사랑도 있는 법./ 어디선가 날아온 은행잎 하나가 발치에  떨어진다네. / 그때 그 시절은 지금쯤 어디에서 당나귀처럼 새파랗게 웃고 계시는지.....//

서른 넘어 맞이하는 이별은 대부분 그대로 영원한 이별이 되지. / 그때 고백했어야 했어. /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래야 우리는 이별하지 않았으리라. //

곧 찬 서리가 내리고 가을은 끝이 나겠지. / 찬바람이 불면 찬 바람이 부는대로 /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대로 / 이런저런 핑계로 떠나간 그대들을 생각하겠지. //

나는 오래된 다방 귀퉁이에 앉아 찻잔을 쓰다듬는다네. / 떠나간 사랑들은 모두 아름답고 / 가을의 모든 저녁은 쓸쓸하여라. // " (p. 191)

이 책 속에는 시인이 거쳐간 국내외 이곳 저곳의 사진들과 함께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곳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들이 감성적인 글로 담겨 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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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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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 나라인 대한민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우리나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저자인 '다니엘 튜더'는 우리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책제목을 보는 순간,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문장에는 공감이 갔지만,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문장에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들이 갈등의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쁨을 잃' 었다는 생각까지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제를 보니 < Korea : The Impossible Country>로 되어 있으니, 어쩌면 필자의 생각과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창시절,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로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한강의 기적'이었을 것이다. 일제의 강점기에서 벗어나 해방이 되었지만 곧바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는 폐허가 되었었는데, 그후 60 여 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을 생각한다면 가장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한강의 기적'이란 눈부신 경제성장을 말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난 25년간 일궈낸 정치적 발전도 함께 생각해야 할 듯하다.

'다니엘 튜더'는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때에 한국을 찾게 된다. 19살 청소년이었던 그는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역전승을 하는 순간을 보게 되고, 그 순간 한국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다니엘 튜더'의 한국 사랑의 시작이었다. 현재 갓 서른 살을 넘긴 그가 쓴 이 책은 대한민국를 전체적이면서도 개괄적으로 소개를 해준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너무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쓴 책이다.

그동안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온 나라이기에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 이처럼 꼼꼼하게 우리나라를 분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세밀하게 밀착 취재를 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다니엘 튜더'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공부하고 MBA과정까지 마쳤으며,  한국에서 미국계 증권회사와 한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였고, 2010년부터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한국 관련 칼럼 등을 많이 써왔다.

그런 학력과 경력을 감안하더라도 그는 한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이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을 보는 시각이 넓다는 것을 이 책을 몇 페이지만 읽어도 금방 알 수가 있다.

11년간의 한국 사랑으로는 결코 터득하기엔 쉽지 않은 내용들은 읽으면서 우리나라 청년들도 잘 알지 못하는 내용들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부터 경제, 정치, 사회, 문화, 토속신앙, 종교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내용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약 60여 건의 인터뷰를 하여 얻은 지식들도 큰 역할을 했다.

저자는 '이 책은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출발점' ( 책 속의 글 중에서)이라 말한다.

책의 구성을 보면,

PART 1 불가능한 기적

 오늘날의 한국이 있게 된 경제성장과 민주화
PART 2 차가운 현실

 '불가능한 기적'을 요구하는 경재의 다양한 양상
PART 3 소프트파워

 한국 영화, 대중음악, 밤문화 등을 소개
PART 4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인의 情의 정서, 주거문화, 식문화
PART 5 무엇을 믿고 따를 것인가
 한국인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주는 무속신앙, 불교, 유교, 기독교
PART 6 우리가 남이어도 ‘우리’일 수 있다면
 새로운 한국

특히, 3부에서는 한국의 恨과 대중문화를 다루면서 특집으로 영화배우 최민식의 인터뷰를 실어 놓았다.

" 한국 정치는 지역, 나이, 이념에 따른 극심한 분열로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한 쪽이 다른 쪽을 이기면 정책이 극단적으로 뒤집히고, 정치인들은 성숙한 토론 문화를 만드는 대신 표를 얻기 위해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게 된다. " (p. 89)

" 한국은 운명의 방향을 거의 180도 바꿔낸 나라다. 가난했고, 폐쇄적이었으며, 일방적으로 타국 문화의 영향을 받고 원조를 받았던 한국은, 오늘날 부유하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나라들 틈에서 세계를 향해 무언가를 돌려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앞으로 세계 다른 나라들과도 자연스럽게 더욱 친밀해 질 것이다. " (p. 257)

단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가 된 대한민국은 GDP 수치로 본 경체적 차원의 성공 뿐만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성공까지 이루었다. 그러나 지역갈등과 정치적 대립은 오늘날에도 나타난다.

또한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국민들은 언제나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은 만족할 줄 모른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한국인들의 삶의 만족도나 자살률, 행복 수치 등을 통해서 잘 나타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인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때론 외국인에게 우리의 민낯을 들킨 것 같아서 민망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느끼고 있었던 한국에 대한 이야기, 숨기고 싶었던 한국에 대한 이야기, 우리들을 되돌아 보게 하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나라를,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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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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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하르트 톨레'는 독일 출신으로, 달라이라마와 틱낫한과 함께 21세기를 대표하는 영적 교사이다.

그는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통해서 '에고'를 알아 차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관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 '나'와 '나의 이야기'를 내려놓고 삶 전체를 껴안을 수 있는 영적인 깨어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에고란 모든 상황에서 나를 말하고 싶어하는 우리 안의 존재인데 지위, 명예, 신앙, 고급 브랜드의 상품, 외모 등과 동일시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가를 결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부단히도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고, 더 많은 것을 향한 욕망을 채우려고 한다.

소유라는 허구를 통해 그 물건과 동일시되면 그 물건이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견고함과 영속성 덕분에 자신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순간의 우리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 타인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는 우월감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라고 말한다.

"모든 고통과 불행의 원인인 '자기 자신'이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와 '나는 누구인지' 깨닫고 진정한 '삶으로 다시 떠오르는" (p.p. 18~19) 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특히,  깨어있는 행동은 외부의 목적- 무엇을 하는가 - 과 내면적인 목적 - 깨어남과 그 깨어 있음을 유지하는 것 - 이 조화를 이룬 행동을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며,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의식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일화와 철학적 내용을 통해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하는데, 내용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이미 2008년에 이 책의 원제인 <A New Earth>를 <NOW> 라는 책제목으로 출간한 적이 있으나, 번역가인 류시화 자신이 자신의 번역의 오류를 깨닫고 절판시켰다가 재번역을 하여 5년만에 재출간을 하였다고 하는데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너무 에고이즘에 빠져서 살았기에 그로부터 벗어나기가 힘겨운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새로운 깨달음과 깊은 이해라는 매우 특별하고 의미있은 장소로 우리를 인도' 하고자 하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서 에고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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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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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크리스천'은 빅뱅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의 역사, 즉 137억 년 동안의 역사를 아우르는 ' 빅 히스로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조금은 생소할 지도 모르는 '빅 히스토리'란 우주, 지구, 생명, 인류의 역사를 통합 학문의 방법을 통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이해하려는 학문을 일컫는 말인데,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러 학문 분야를 통하여 우주, 지구, 지구상의 생명, 인류의 진화 등에 관한 내용을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내용처럼 137억 년간에 걸쳐서 일어난 일들을 여러 분야의 학문을 융합시켜서 종합적으로 이해한 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빅 히스토리'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지식을 근거로 여러 학문을 연결 짓는다는데에 큰 의미가 있다.

저자는 우리 역사 속에서 많은 임계 국면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 8가지를 간추려서 8가지 임계국면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1) 빅뱅 (137 억 년 전)

(2) 별의 출현 (135억 년 전)

(3) 새로운 원소의 출현 (135억 년 전)

(4) 태양계와 지구 (45억 년 전)

(5) 지구상의 생명 (38억 년 전)

(6) 집단학습 (20만 년 전)

(7) 농경 (1만 1000 년 전)

(8) 근대혁명 (250년 전)

이 책의 내용은  '빅 히스토리'프로젝트의 기본 텍스트의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미국과 호주에서는 9~10학년 학생들을 위해 개설되고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연령대가 중3~고1 학생들에 해당하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중3~고1 지적 수준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설명으로 짜여져 있다.

이 책은 8가지 임계 국면의 기원에서부터 그 의미를 찾기때문에 그 누구나 이 책을 통해서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우주의 기원, 별의 기원, 지구의 기원, 인류의 기원....

모든 이야기는 기원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에 대한 질문은?

" 어떻게 모든 것이 시작되었는가?" 이며 이런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했던 학자들의 이야기와 학설들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 여러분은 어떤 주장을 믿는가?" 라는 질문에 우린 어떤 답을 말할 수 있을까?

옛 사람들의 학설들, 그 학설은 세월이 흘러서 그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입증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우린 어떤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주장이건, 주장의 신뢰성의 판단 기준은 직관, 권위, 논리, 증거가 있는데, 그런 과정을 생각해서 신뢰했던 학설마저 세월이 흘러 틀렸다고 판명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예를 들자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자신이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는 지구중심설을 주장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후에 코페르니쿠스에 의해서 태양중심설이, 다시 뉴턴에 의해서 우주의 천체들이 완전하고 투명한 천구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중력이 존재한다는 설이, 다시 에드윈 허블에 의해서는 우주는 영원하지 않으며, 무한하게 크지도 않다는 설이 나오게 된다.

 

또한, 알프레드 베게너는 1912년에 대륙이 움직여서 현재의 대륙의 위치가 되었다는 설을 발표하지만 40여년 동안 무시를 당해왔다. 그러나 지질학자인 해리 헤스가 해저확장설을 주장하면서 증거를 제시하게 되면서 대륙이동설과 판구조론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137억 년에 걸쳐서 일어난 것들에 대한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 새로운 증거의 출현으로 기존의 주장들이 무너지게 되면서 등장한, 모든 것의 기원에 대한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을 살펴 보게" ( 책 속의 글 중에서) 된다.

학창시절에 과학 시간을 비롯하여 역사, 지리, 사회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생각나면서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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