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의 책들 중에 <장기 비상시대>, <탐욕의 시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등을 읽었습니다. 다른 출판사의 책들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책들을 읽었지만, 그 내용은 그 어떤 책들 보다 알찼던 것을 느끼게 됩니다. 주로 인문관련 책들을 읽었기에 마음의 양식도 많이 쌓였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갈라파고스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교양을 쌓을 수 있고, 읽은 후에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출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갈라파고사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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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책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다. <비밀>이란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이 책을 함께 읽는데,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모모가 이웃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라는 부분까지 읽어주고 그 다음은 자신이 떠난 후에 읽어 보라고 했다 고 한다. 드라마와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이 문장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밀>이란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기로 했다.

먼저, 작가인 '에밀 아자르'에 대해서 알아보자. 요즘 화제가 되는 '조앤 k 롤링'의 <쿠쿠스 쿨링>은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발표되었다. 영국 출판계와 언론들은 이 소설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내 놓았다. 신인작가의 소설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기자의 추척으로 이 소설의 작가가 '조앤 K 롤링'이나는 것이 밝혀졌다. 가난한 이혼녀이자, 무명의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녀가 <해리 포터>로 인하여 일약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오르면서 부와 명예를 갖게 되었지만, 새로운 작품은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선입견을 떠나서 독자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인정받은 작가들 중에는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책을 낸 작가들이 더러 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로맹 가리'이다.

'로맹 가리'는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유태인이지만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소설가, 외교관, 영화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는데, 동일인에게는 한 번 밖에 주지 않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2번 수상한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건 바로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도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는 1956년에 <하늘의 뿌리>로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을 수상한 후에 <자기 앞의 생>으로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또 공쿠르 상을 받았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4권의 소설을 펴냈는데, 그당시에도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인물일 것이라는 설이 떠돌고 언론의 추적을 받기도 했지만, 교묘하게 자신의 오촌 조카가 '에밀 아자르'인 것 처럼 활동을 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에밀 아자르'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로맹 가리'는 불행하게도 1980년 권총 자살을 하면서 자신의 유서에서 이런 사실들을 밝힌다. 그 내용은 그가 죽은 6개월 후에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란 글로 세상에 발표된다.

   

이 책에는 소설 <자기 앞의 생>의 뒷 부분에 이 글이 함께 실려 있다.

그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 시작하는 것, 다시 사는 것, 다른 존재로 사는 것이 내 존재에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글 속에 자신의 심경을 담아 놓았다.

'로맹 가리'에게 '에밀 아자르'는 새로운 탄생, 다시 시작함, 모든 기회를 다시 한 번 가져다 주는 그런 의미의 가명이었을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episode)가 있는 <자기 앞의 생>은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 소설의 사회적 상황이나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소재들이 지금의 시점에서 읽기에는 그리 가슴에 확 와닿지는 않는다. 그리고 비루한 인생들의 이야기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혀지기 보다는 소설 속의 글들이 거칠기도 하고, 반복되는 내용들이 있어서 현대작가의 소설들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꺼칠꺼칠하게 다가온다.

몸을 팔아서 살아가는 창녀. 성 전환자. 병든 자, 아내를 죽인 아버지, 정신병자, 유태인, 아랍인, 아프리카인 등의 단어 만으로도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고초를 겪고 살아 남은 로자 아줌마와 그가 돌보는 아랍인 아이인 모하메드 (모모)의 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로자 아줌마는 강제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에 프랑스 뒷골목에서 몸을 팔면서 살아가다가 늙은 뚱뚱이 아줌마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까지 올라가는 것 조차 힘겨운 그런 몸으로 창녀들의 아이를 돌봐준다. 불법 매춘을 하는 여자들은 아이를 키울 수 없기에 창녀들은 그들의 아이를 로자 아줌마가 돌봐 주는 댓가로 돈을 준다. 그녀의 집에는 7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데, 아이들의 엄마가 연락을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경우에는 아이들은 누군가의 집에 입양이 되기도 한다.

모모는 자신의 나이도 잘 알지 못한다. 열 살인가 했지만, 어느날 나타난 아버지에 의해서 열네 살임을 알게 된다. 열네 살 모모는 어릴 적에는 로자 아줌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말썽도 부리고, 거짓말도 하고, 창녀들 주변을 맴돌기도 하는 아이이다. 자신의 엄마를 죽인 정신병자 아버지가 나타났을 때는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그의 아들이 아닌 척 할 정도로 적응력이 강한 아이이기도 하다.

로자 아줌마가 병에 걸리자 모모는 아줌마를 돌봐 주어야 하는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된다. 로자 아줌마는 뇌질환으로 치매 현상까지 오고, 서서히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의사는 로자 아줌마를 병원으로 옮기기를 권한다. 그러면 로자 아줌마는 병원으로, 모모는 빈민구제소로 가게 되는데....

모모는 생각한다. 안락사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로자 아줌마가 병원에서 오랜 세월을 식물인간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이렇게 사회로 부터 멸시받는 소외계층에 대한 삶을 조명해 본다.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보다는 비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혈연관계도 아닌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준다. 처음에는 보호자의 입장이었던 로자 아줌마가 모모에게 보호 받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지만, 모모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로자 아줌마를 돌보는 일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상황도 좋지 않으나, 로자 아줌마와 모모에 기울이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 준다.

모모는 자신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하밀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이처럼 소외받는 사람들에게도 생은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 속에서 찾아야 한다.

모범적인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은 우리 시대의 모자지간의 정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간섭하고 엄마의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려는 우리 시대의 모자의 관계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기에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덮기 직전에 펼쳐지는 장면은 어쩌면 매스컴을 통해서 보았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로자 아줌마가 강제 수용소에 잡혀 가던 때의 그 무서움과 같은 두려움이 있을 때마다 가곤 하던 지하층의 '유태인 피난처'. 그곳에서 발견된 두 사람.

 

하밀 할아버지가 들려준 "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없이는 살 수 없다." 는 그 말 한 마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배우지도 못하고, 가진 것도 없고, 심지어 가족도 없는 그들에게도 생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이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도 생은 존재한다. 그리고 사랑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생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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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23년간의 삶 그리고 결혼생활이 단 5일간의 외출끝에 새로운 삶을 찾게 되었다~~

" 인생은 그랬다. 지금 세상의 중심에 있다가도 한순간에 휩쓸려 사라질 수도 있는 것, 바로 그런게 인생이었다." (p. 109)

우린 살아 오면서 인생의 고비마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다. 먼훗날 그때의 선택이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한 적이 숱하게 많을 것이다.

인생을 되짚어 볼 때에 후회되는 순간이 어찌 없겠는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또다른 선택이 나를 어떤 인생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반전의 묘미에 이끌려서 읽게 되는 책이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다. 

2010년 6월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작가의 소설은 9작품 10권이다. <리빙 더 월드>와 <행복의 추구>를 제외한 7 작품의 소설을 읽다보니 이제는 작가의 소설이 너무 익숙해서 별 감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파이브 데이즈>를 읽기 시작했다.

역시 그의 소설은 흡입력이 강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몰입하게 된다. 

로라는 단 5일간의 외출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침내 '진정한 나를 찾아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뭐~ 평범한, 흔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탄탄한 구성, 치밀한 전개, 등장인물의 상황과 심리묘사가 작가의 다른 소설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마음에 와닿는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남자 작가임에도 작품마다 여자 주인공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 이 소설에서도 여주인공 로라의 심리 묘사가 잘 표현되어 있다.

로라는 결혼 23년차인 40대 초반의  병원 영상의학과 기사이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누구 보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살아 가는 듯하지만, 마음 속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동안 살아 오면서 느낀 절망과 실망,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대학 입학시에는 반액 장학금을 준다는 보드윅 대학 대신 전액 장학금을 주는 메인주립대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의대 졸업도 가능할 수 있었건만, 사랑의 후유증으로 지금의 위치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대학시절 만난 연인과의 사랑, 유산 그리고 연인의 사고사...

그 아픔이 가시기 전에 만난 지금의 남편인 댄과의 결혼 생활은 그저 밋밋한,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 될 그런 날들의 연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댄에게 찾아 온 회사의 정리해고로 인한 실직은 그들의 가정에 균열을 가져 오게 된다.

"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인생에서 정말 바라는 게 뭔가요? 우리는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 사람들은 대답한다. 행복,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하는 것, 두려움 없는 생활, 돈, 섹스, 자유, 가족의 안녕, 자아발견.. 모든 대답이 다 그럴싸하지만 원하는 바를 정말 손에 넣은 사람이 있을까? CT스캔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통해 나는 인생을 보았다. 그 눈 속에 들어 있는 공포와 희망, 죽음의 신에게 붙잡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분, 막다른 길에 다다르더라도 벗어날 방법이 있을거라 믿을 수 밖에 없는 심정...." (p. 97)

로라의 삶은 마치 스피큘레이트 암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암에 대한 내용이 이 소설의 첫 페이지에 나온다.

" 암의 모양은 흡사 민들레처럼 생겼다. 어떤 악성종양은 모서리가 날카로운 별 모양 싸구려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암은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민들레 모양에 가까웠다. 꽃잎은 떨어지고 바늘 같은 홀씨들이 드러난 사악한 모양의 꽃.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그 모습을 '스피큘레이트 스트럭처'라고 부른다." (p.7)

로라는 분명 지혜로운 아내이고, 두 아이 (대학생 아들, 고등학생 딸)의 좋은 엄마이다. 결혼 후 이렇다 할 여행도 한 번 가 보지 못했던 로라에게 방사능과 학술대회에 가는 기회가 주어진다.

학술대회가 열리는 보스턴에서의 72시간의 일탈. 로라는 호텔 체크인을 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들른 보험 세일즈맨인 코플랜드를 만난다.

로라와 코플랜드는 우연히 영화관에서 만나게 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특히 문학 이야기는 둘 사이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데...

그리고 로라는 미술학도인 아들과 치어리더인 딸의 이야기를, 코플랜드는 수학천재이지만 양극성 기분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평소의 자신들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늘 꿈꾸던 모습으로 변신을 하는 둘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일생에 단 한 번 밖에 없을 것 같은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단 이틀간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예고할까~~~

이 책의 주제는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즉, 인생에 있어서의 선택이 과연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라'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자식이 때문에 그럭저럭 사는 삶, 꿈도 희망도 없는 그런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찾아라'이다.

그렇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의 삶을 찾아야 되겠지...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로라의 남편인 댄은 정리해고가 된 후에 직장을 구하다 18개월 동안 실직 상태에 놓이게 된다.  아버지의 술주정에 두려움을 갖고 살았지만 아버지는 댄에게만은 애정을 쏟았었다. 그러나 자라온 환경이 그러니 강한 남자가 되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왔다. 로라가 댄과 결혼을 한 것도 사랑의 마음 보다는 위안을 받기 위한 것이 더 많았다. 댄이 18개월의 실직끝에 얻은 직장은 전에 다니던 회사의 창고지기... 자존심이 팍~ 상할 일이지만, 그는 마지못해 그 직장에 다니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로라가 보스턴 학술대회에 간 후에 차고 정리 등을 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보스턴에서 돌아온 로라에게서 느껴지는 낯선 느낌들, 그리고 이혼 선언.

많은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로라의 새로운 삶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리라...

그런데 나는 '박범신'의 소설인 <소금>이 생각난다.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 생각난다. 추레한 모습의 아버지들, 아내와 자식 앞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아버지들.

<파이브 데이즈>에서의 로라의 아들과 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소설 속의 이 아이들에게도 힘든 상황이 닥쳐 왔는데, 그들이 찾는 것은 로라이고, 아버지는 자식을 이해 못하는 외톨이일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파이브 데이즈>의 코플랜드가 더 공감이 간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로 인하여 문학의 뜻을 접고 원하지 않는 직업인 보험세일즈맨을 하게 되었으며, 결혼생활 역시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각자 평행선을 그으며 이어지는 결혼 생활, 그리고 아들 빌리로 인하여 파생되는 슬픔들 때문에 힘겹게 살아 왔다.

보스턴에서의 단 며칠의 일탈, 낯선 가죽 재킷을 입고, 유행하는 안경으로 바꿔 끼고, 사랑에 들떴던 코플랜드였지만, 그는 결국에는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코플랜드는 먼훗날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코플랜드가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40대 초반의 로라가 찾은 새로운 인생, 자기 자신의 진정한 삶. 살아갈 날이 많은 로라에게 그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댄의 삶이 너무 초라하고 서글퍼 보인다.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부푼 꿈에 들떠 있던 코플랜드가 원래의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 것도 그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으면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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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리더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29
질리 헌트 지음, 이현정 옮김, 최진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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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교양 서적이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이라는 주제로, 유전공학, 사형제도, 인구조절, 줄기세포, 테러, 자연재해,이주, 공정무역, 에너지 등에 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리즈이다.

그 시리즈의 29권은 <리더 누가 되어야 할?>이다.

리더, 즉 지도자의 자질을 나쁜 리더와 좋은 리더의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리더란 우리가 속한 집단을 결속시키고, 집단이 추구하는 목료를 달성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에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리더의 결정은 그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기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리더의 자질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능력, 즉 위기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기에 어떤 사람을 리더로 선출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휘한 지도자도 많지만, 그에 반하여 세계를 위기에 빠지게 한 지도자가 많다.

책의 구성은,

1장 : 누가 리더가 되어야 할까?

2장 : 제2차 세계대전의 리더들.

3장 : 냉전 시대의 리더들

4장 : 식민지배와 인종차별에 맞선 리더들.

5장 : 타락한 리더들

6장 : 미래의 리더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계적인 대공황을 뉴딜정책으로 이겨나갔으며 라디오를 통하여 국민과 소통을 하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대중 매체를 통해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의 리더들은 확실하게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로 구별할 수 있기도 하다. 완전한 권력을 손에 쥐고 독재자로 군림하면서 나치국가를 형성했던 히틀러를 누가 좋을 리더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리더들에 대하여 이 책에서는 <간추려 보기> <생각해 보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냉전시대의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시초프도 함께 생각해 볼 리더이다. 냉전시대에 자본주의,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 미국과 소련은 많은 국가들이 전쟁을 하게 만들기도 했고, 분단을 조장하기도 했다. 리더란 자국의 이익만이 아닌 세계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식민지배와 인종차별에 맞선 리더들도 알아 본다. 인도의 독립을 위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한 간디,

'효과가 보장된다면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따르겠지만 남아공 정부가 평화 시위자들에게 폭려글 행사했기에' 만델라는 전략을 상황에 맞게 변경한다. 이처럼 같은 저항 운동이라도 그 시기와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리더는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비리, 권력 남용, 부정축재 등으로 국민들을 힘들게 한 타락한 독재자들인 리더들도 알아본다.

이렇게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들이 역사 속에서 어떤 행보를 했는가를 통해 진정한 리더의 조건을 알아본다.

그렇다면 미래의 리더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해 힘씁니다. 그래서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요." (p. 95)

이 책은 초등학생들에게 리더의 조건을 생각해 보게 해 주는 동시에 다양한 역사 속의 리더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리더의 선출 방법 등과 함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초등학생들에게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생각을 깊이있게 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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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김동영 지음 / 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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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부턴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워진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설들, 그중에서 내 취향에 맞는 소설을 골라 읽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때문이다.

SF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일 경우에는 이 분야의 소설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로맨스 소설도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서 골라 읽기는 하지만, 읽은 후에 깔끔한 느낌이 안 들기에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설을 선택할 때는 장르에 따라서, 작가에 따라서 호불호가 선명하게 나누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소설 보다는 읽고 난 후에 산뜻한 느낌이 드는 여행 에세이나 감성 에세이를 주로 읽게 된다.

그런 책을 주로 쓰는 작가 중에는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이병률',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의 '변종모', <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의 '백승선', <보통의 존재>의 '이석원',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김동영'이 있다. 이들 작가의 책들은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인데, 사실 이런 책들은 읽으면서 분위기 있는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가슴이 뻐근해 질 정도의 외로움과 슬픔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여행의 기쁨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전에 <보통의 존재>의 '이석원'이 <실내인간>이라는 첫 소설집은 냈다. 소설가가 아닌 그가 4년에 걸쳐서 쓰고 다듬고, 쓴 소설이기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는데, 이야기의 주제는 좋았지만, 어딘지 어설픈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작중 인물인 용휘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주는,

" 인간이, 자신이 믿는대로 자신만의 탑을 높이높이 쌓아가다. 마침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되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 (실내인간 p. 266)

우린 어떤 것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속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기에.

 

내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을 꼭 잡았다고 해서 그것이 절대 불변의 것은 아니며, 그건 어쩌면 그저 허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나만 위로할 것>의 작가인 '김동영'도 이번에 첫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그의 첫 번째 여행 에세이인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는 출간 후에 그리 잘 팔리지는 않았던 책인데, 어느날 연예인이 그 책을 들고 TV에 나오면서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게 된 책이다.

미국의  대중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서른 살을 맞아 훌쩍 미국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의 230일간의 여행의 에세이이자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감성 에세이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참 좋다 !!

김동영은 노래를 작곡하기도 했고, 음악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기에 그의 책에는 항상 음악 이야기가 함께 한다. 물론, 그가 쓴 장편소설인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에도  소설 중간 중간에 음악이 흐른다.

(...) 하지만 나는 글을 쓰는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 무엇 때문에 이 길을 가려 하는지 아직까지 잘 모른다. 하지만, 손을 움직이면 마법처럼 써지는 글을 볼 때마다 내가 써 내려간 글들은 내가 가질 수 없는 도달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이유이며 원동력이다. ( 작가 소개글 중에서)

그래서 그는 첫 장편소설을 썼다. 물론 그의 감성적인 여행 에세이를 생각하고 이 소설책을 읽기 시작한 나에게는 좀 혼란스러울 정도로 이야기의 소재나 주제가 특별하다.

잔잔한 감성에 호소하는 청춘들을 위한 소설책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89살 노인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도 현 시점이 아닌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줄기세포 이식수술로 노인같지 않은 노인들이 존재하는 시대, 성형수술로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젊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시대.

이제 100 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도래하였는데, '백 년 보다 긴 인생'을 살아야 할 노인들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도, 삶의 낙도 없으니 그것이 오히려 힘겨울 뿐이다.

나라에서는 좀비처럼 죽지 않고 살아가는 노인들이 골칫거리이고, 불사의 시대에 국가는 일정 나이가 된 노인들의 자살을 방조하기까지 하니...

 

87세 정년을 맞은 노인이 89세의 나이로 죽기까지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 담아 놓았다.

 

" 인류는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 그냥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시간만큼 사는 게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비밀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힌 것이다. " (p. 106)

120 세까지도 살 수 있는 노인은 줄기세포 이식수술로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노인이 되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게 된다. 30대가 아니기에 20대 처럼 불안하지도 뭔가를 기대하거나 원하지도 않게 되었으니... 두 번의 이혼으로 부인을 떠났고, 아들과 딸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도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가족이면서도 남 보다 못한 자식이고... 자신의 죽음 앞에나 나타나겠지...

이 책을 읽으며서 가장 슬프게 다가오는 문장은,

" 넘치던 젊음은 이게 어디로 간 걸까?" (p. 160) 하는 노인의 속마음이다.

은퇴자의 마을로 떠날 준비를 하는 노인에게 살포시 찾아 온 카페 주인 J와의 꿈이 아닌 '꿈과 같은 현실 속의 사랑'

2번의 이혼으로 사랑을 두려워 하면 살았던 노인이 진정한 사랑을 아는데는 90년이란 세월이 걸린 것이다. 그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각인된 좋은 추억...

" 어쩌면 아는 것은 과거고, 의심하는 건 현재이며, 모르는 것은 미래인지도 모른다. 과거는 지독하건 좋건 간에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남기 마련이고, 현재는 그저 늘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 놓을 수 없는 채로, 그저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흘러가고 지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 183)

불사의 시대, 자살의 시대가 될 12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아니 그리 소설 속의 이야기만을 아닌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가 될 이 시대가 된다면 과연 사람들은 지금 보다 더 오래 살 수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죽지 못하는 시대에 별 희망없이 살아가는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 그들은 시간의 방대함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헛된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혐오하는 일이 벅차 자살을 통해 영겁에 가까운 삶이라는 무거운 코트를 벗어 던졌을 것이다. (...) 어쩌면 그들에게 있어 죽음은 '살아 남은 자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슬픔이지만 죽은 자들에게는 미련도 남지 않는 긴 여행의 끝'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p. 234)

소설의 끝부분에 '안락사'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문제는 소설 중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시대가 자살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 보다 죽는 것이 행복일지라도, 주어진 생명을 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당사자가 그걸 원한다고 해도 그건 아니지 않을까....

많은 소설들이 과학의 발달이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족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언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 연장, 환경파괴, 첨단 무기 생산 등.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아마도 이 책은 '나이듦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연령층'이 읽는다면 훨씬 소설을 이해하기도 쉽고 공감을 갖게  될 것이다.

작가의 2권의 에세이를 통해서 작가는 깊이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상당히 음악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이라는 주제를....

"꽃은 언젠가 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삶도 유한하기에 살아 있는 순간이 의미 있는 것. 저물어가는 붉은 노을이 아름다운 것처럼 모든 것은 끝이 있기에 소중하다는 그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잠시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완벽하게 영원한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책 소개글 중에서)

책을 읽은 후에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을 다듬으면서 책소개글을 읽다가 이 부분이 좋아서 여기에 적어 본다.

이석원의 첫 장편소설인 <실내인간>이나 김동영의 첫 장편소설인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는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단한 소설가들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꼭 쓰고 싶었던 글들을 소설로 엮어낸 이 두 작가의 소설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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