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9 : 살다 나는 오늘도 9
미셸 퓌에슈 지음, 올리비에 발레즈 그림,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나를 움직이게 하는 철학책 시리즈' 《나는, 오늘도》는 시집 형태의 작고 얇은 책이다. 책표지도 단색으로 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책을 펼치면 파리 소르본 대학의 철학 교수인 '미셸 퓌에슈'의 짧은 글들과 함께 '올리비에 발레즈'의 일러스트가 그림 동화책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쉬우면서도 마음에 와닿는다.

'도대체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면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깨우쳐 준다.

우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철학책 시리즈' 《나는, 오늘도》을 살펴보면 '우리가 매일 생각하고, 경험하고, 행동하는 9가지인 '사랑하다. 설명하다, 수치심, 걷다, 먹다, 말하다, 원하다, 버리다, 살다' 를 주제로 9권으로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나는 이 시리즈의 9 번째 권인 <살다>를 읽기로 했다.

 

저자 소개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 철학적 개념을 인간의 몸과 마음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풀어 나가는 저자의 집필 방식은 사람들이 실제로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삶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게 한다. " (저자 소개 글 중에서)

거창한 이 문장만큼이나, 이 책의 내용은 특이하다. 그것이 바로 저자의 집필방식이다. '살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철학자는 생명의 역사, 진화론,  생태계, 생명과 생태계의 특징인 구조적 질서, 삶을 사는 방식, 삶의 형태와 결과, 인생의 의미, 가치 등을 순서대로 풀어나간다.

그렇다면 꽤 어려운 철학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그런 내용들을 아주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일러스트가 이 책을 아주 쉽게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살다'를 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생명.

이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 생명의 특징은 / 목적을 가지고 있고, / 목표를 겨눌 수 있으며,/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는 것이다. " (p.p. 18~20)

모든 생명체 중에 인간은,

" 인간은 자신만이 유일하게 가치있는 생명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은 그저 단순한 우월감이나, 다른 생명들의 존엄과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맹목일  뿐 아니라 근시안적이며 스스로의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오만의 소산이다. " (p. 64)

그리고 삶에 대하여, 특히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불행임을, 그런 삶은 비록 성공을 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삶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철학자들은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생각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 (p. 78)

<나는, 오늘도 philosopher?> 시리즈는 "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펴봄으로써, 삶을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 시켜 보자" (책 소개 글 중에서)는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독자들에게 철학자가 쓴 책들은 읽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철학이 우리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철학자가 쓴 에세이이다. 

" 하루에,

  나의 행동  딱 하나만,

  깊게 생각해보기.

  그렇게

  나 자신이 되기, 매일 매일 조금씩 " (책띠 속의 문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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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의 닥터 콘서트 - 힘 없는 환자가 아닌 똑똑한 의료 소비자 되기
홍혜걸 지음 / 조선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건강 100세 시대'

그동안 인간의 수명은 의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건강하게 살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람들은 의사 못지 않은 건강 상식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넘쳐 나는 의학 정보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수치, 혈당수치, 내시경 검사 등에 관한 것은 자연스럽게 몇 명이 모이면 대화의 내용이 되고 있다.  그와 함께 일반들은 잘못된 의학상식이나 민간요법도 많이 알고 있으니, 그런 부분들은 오히려 득이 아닌 해가 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홍혜걸은 '생로병사의 비밀'을 비롯한 의학 프로그램에 나오기에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간지 의학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TV조선> '홍혜걸의 닥터 콘서트'란 메티컬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방송의 50회 방송 대본 중에서 우리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의 구성은,

PART 1 : 생활습관 바로잡기

PART 2 : 흔한 증세 다스리기

PART 3 : 성인병 바로 알기

PART 4 : 한국인의 최대 사망원인 암

PART 5 : 현대의학의 새로운 화두, 부교감신경과 면역 염증

책을 펼치면 우선 글자크기가 커서 몇 줄 읽다보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정도이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내용들은 우리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로 꽉 차 있다.

일반인들도 의학 상식은 많아졌지만, 그래도 어떤 질병에 걸려서 병원을 찾게 되면 진료과정에서 속시원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밀려드는 환자로 인하여 한 명의 의사가 진료하는 환자수가 많다보니, 의사의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받고 약 받고 이런 과정이다.

요즘에 나오는 의학 관련 책을 보면 반드시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똑똑한 의료 소비자'로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아야 할 듯하다.

우리들이 궁금했던 내용은 저자는 꿰뚫어 보듯이 잘 설명해 준다. 각 질병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먼저 설명해 주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의학상식,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 준다.

특히, '닥터 홍의 한 줄 처방'은 정말로 궁금했던 내용들만을 골라서 엮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건 의학 전문 기자로 지내면서 취재과정에서 환자들의 의문점을 제대로 알아 낸 결과라고 생각된다.

'다이어트, 음식 10계명, 운동 10계명' -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 정리해 본다.

술 - 조금씩 마신다면 보약

담배 - 백해무익

커피- 적당히 마시면 중추신경 각성효과로 피로를 이기고 머리를 맑게,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

영양제 - 약이 아닌 보조식품이다. 특히 비타민 D 단일제제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과량 복용시에는 몸에 쌓인다.

칼슘제 - 우유 2~3잔 정도

오메가 3 - 매일 등푸른 생선 1마리씩 먹어라, 견과류와 함께

비타민 D - 매일 말린 표고버섯 2~3점씩 먹고 15분 이상 햇볕에 노출.

현대인들이 챙겨 먹는 영양제의 효능을 위와 같이 정리해 본다. 매일 식품으로 챙겨 먹을 수 없다면, 먹어야 되겠지만, 일상 생활에서 균형잡힌 식사를 한다면 꼭 필요하지는 않으며 약이 아닌 보조식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뇌졸중과 심장병은 시간을 다투는 병인데, 심장은 3분만 뛰지 않아도 뇌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4분이 지나면 뇌사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가 꼭 알아 두어야 할 것인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이다. 주위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에 신속한 응급처치가 생명을 살릴 수도 있음을 알고,평소에 그런 것에 대비하여야 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통해 뱃살을 빼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의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심장병 - 돌연사의 그림자

뇌졸증 - 순식간에 행복을 앗아간다.

당뇨병 - 합병증이 더 무섭다.

고혈압 - 침묵의 살인자

콜레스테롤 - 혈관 속의 시한폭탄

암 - 첨단과학이 발달한 시대이지만 우리 세애에서 암의 완전 정복을 불가능하기에 조기발견이 최선의 방법이다.

일반인들이 받는 종합 건강 검진에 대해서는 꼭 알아 두어야 할 것 같아서 여기에 적어 본다.

" 건강 검진 만큼은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CT나 PET 처럼 고가 검진을 통해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고, 정작 중요한 내시경과 초음파는 숙련되지 않은 의사에게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합검진 보다 부위별 전문가를 각각 따로 가서 받는 선별 검진을 권고합니다. 다소 번거롭지만 비용을 아끼면서 제대로 된 검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225)

물론, 이 내용도 맞기는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들이 꼭 알아야 할 각 질병에 대한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고, 그 질병에서 파생되는 의문점들이나 잘못된 의학정보를 알려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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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생각의 궤적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출간될 때마다 한 권, 한 권 읽으면서 로마의 역사를 비롯한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인이 아님에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 사랑은 나에게도 전염이 되어서 로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주홍빛 베네치아>, <은빛 피렌체>, < 황금빛 로마>처럼 추리기법을 쓴 로마의 역사소설을 읽었고,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같은 로마의 멸망을 다룬 역사 서적까지 읽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에 시오노 나나미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십자군 이야기>까지 읽으면서 로마를 알게 되었다.

<생각의 궤적>은 시오노 나나미가 1975년부터 2012년까지 37년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발표했던 글들 중에서 뽑은 글들로 엮은 책이다.

 

 

 

2. 남자를 위하여 / 김형경 / 창비

 

나는 김형경의 친필 사인본이 담긴 <사람풍경>을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이 내가 읽은 김형경의 첫 책이고, 그후에 <천 개의 공감>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심리치유 에세이를 쓰는데, 이 책은 남자를 이해하기 위한 여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결국에는 남자들도 잘 모르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형경의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글들이 남자에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이 책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조화로운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3.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이유경 / 다시봄

 

   소설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를 전하는 에세이는 참 많이도 출간되었다. 이 책도 결국에는 책 이야기일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소설 속에서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들에 담겨져 있는 의미까지도 찾아 본다. 물론, 저자 나름대로의 소설 읽기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부분이 더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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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의 책들 중에 <장기 비상시대>, <탐욕의 시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등을 읽었습니다. 다른 출판사의 책들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책들을 읽었지만, 그 내용은 그 어떤 책들 보다 알찼던 것을 느끼게 됩니다. 주로 인문관련 책들을 읽었기에 마음의 양식도 많이 쌓였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갈라파고스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교양을 쌓을 수 있고, 읽은 후에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출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갈라파고사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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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책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다. <비밀>이란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이 책을 함께 읽는데,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모모가 이웃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라는 부분까지 읽어주고 그 다음은 자신이 떠난 후에 읽어 보라고 했다 고 한다. 드라마와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이 문장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밀>이란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기로 했다.

먼저, 작가인 '에밀 아자르'에 대해서 알아보자. 요즘 화제가 되는 '조앤 k 롤링'의 <쿠쿠스 쿨링>은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가명으로 발표되었다. 영국 출판계와 언론들은 이 소설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내 놓았다. 신인작가의 소설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기자의 추척으로 이 소설의 작가가 '조앤 K 롤링'이나는 것이 밝혀졌다. 가난한 이혼녀이자, 무명의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녀가 <해리 포터>로 인하여 일약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오르면서 부와 명예를 갖게 되었지만, 새로운 작품은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선입견을 떠나서 독자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인정받은 작가들 중에는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책을 낸 작가들이 더러 있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로맹 가리'이다.

'로맹 가리'는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유태인이지만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소설가, 외교관, 영화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는데, 동일인에게는 한 번 밖에 주지 않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2번 수상한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건 바로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도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는 1956년에 <하늘의 뿌리>로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을 수상한 후에 <자기 앞의 생>으로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또 공쿠르 상을 받았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4권의 소설을 펴냈는데, 그당시에도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같은 인물일 것이라는 설이 떠돌고 언론의 추적을 받기도 했지만, 교묘하게 자신의 오촌 조카가 '에밀 아자르'인 것 처럼 활동을 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에밀 아자르'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로맹 가리'는 불행하게도 1980년 권총 자살을 하면서 자신의 유서에서 이런 사실들을 밝힌다. 그 내용은 그가 죽은 6개월 후에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란 글로 세상에 발표된다.

   

이 책에는 소설 <자기 앞의 생>의 뒷 부분에 이 글이 함께 실려 있다.

그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 시작하는 것, 다시 사는 것, 다른 존재로 사는 것이 내 존재에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글 속에 자신의 심경을 담아 놓았다.

'로맹 가리'에게 '에밀 아자르'는 새로운 탄생, 다시 시작함, 모든 기회를 다시 한 번 가져다 주는 그런 의미의 가명이었을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episode)가 있는 <자기 앞의 생>은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 소설의 사회적 상황이나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소재들이 지금의 시점에서 읽기에는 그리 가슴에 확 와닿지는 않는다. 그리고 비루한 인생들의 이야기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혀지기 보다는 소설 속의 글들이 거칠기도 하고, 반복되는 내용들이 있어서 현대작가의 소설들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꺼칠꺼칠하게 다가온다.

몸을 팔아서 살아가는 창녀. 성 전환자. 병든 자, 아내를 죽인 아버지, 정신병자, 유태인, 아랍인, 아프리카인 등의 단어 만으로도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고초를 겪고 살아 남은 로자 아줌마와 그가 돌보는 아랍인 아이인 모하메드 (모모)의 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로자 아줌마는 강제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에 프랑스 뒷골목에서 몸을 팔면서 살아가다가 늙은 뚱뚱이 아줌마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까지 올라가는 것 조차 힘겨운 그런 몸으로 창녀들의 아이를 돌봐준다. 불법 매춘을 하는 여자들은 아이를 키울 수 없기에 창녀들은 그들의 아이를 로자 아줌마가 돌봐 주는 댓가로 돈을 준다. 그녀의 집에는 7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데, 아이들의 엄마가 연락을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경우에는 아이들은 누군가의 집에 입양이 되기도 한다.

모모는 자신의 나이도 잘 알지 못한다. 열 살인가 했지만, 어느날 나타난 아버지에 의해서 열네 살임을 알게 된다. 열네 살 모모는 어릴 적에는 로자 아줌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말썽도 부리고, 거짓말도 하고, 창녀들 주변을 맴돌기도 하는 아이이다. 자신의 엄마를 죽인 정신병자 아버지가 나타났을 때는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그의 아들이 아닌 척 할 정도로 적응력이 강한 아이이기도 하다.

로자 아줌마가 병에 걸리자 모모는 아줌마를 돌봐 주어야 하는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된다. 로자 아줌마는 뇌질환으로 치매 현상까지 오고, 서서히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의사는 로자 아줌마를 병원으로 옮기기를 권한다. 그러면 로자 아줌마는 병원으로, 모모는 빈민구제소로 가게 되는데....

모모는 생각한다. 안락사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로자 아줌마가 병원에서 오랜 세월을 식물인간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이렇게 사회로 부터 멸시받는 소외계층에 대한 삶을 조명해 본다.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보다는 비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혈연관계도 아닌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준다. 처음에는 보호자의 입장이었던 로자 아줌마가 모모에게 보호 받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지만, 모모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로자 아줌마를 돌보는 일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상황도 좋지 않으나, 로자 아줌마와 모모에 기울이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해 준다.

모모는 자신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하밀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이처럼 소외받는 사람들에게도 생은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 속에서 찾아야 한다.

모범적인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은 우리 시대의 모자지간의 정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간섭하고 엄마의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려는 우리 시대의 모자의 관계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기에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덮기 직전에 펼쳐지는 장면은 어쩌면 매스컴을 통해서 보았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로자 아줌마가 강제 수용소에 잡혀 가던 때의 그 무서움과 같은 두려움이 있을 때마다 가곤 하던 지하층의 '유태인 피난처'. 그곳에서 발견된 두 사람.

 

하밀 할아버지가 들려준 "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없이는 살 수 없다." 는 그 말 한 마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배우지도 못하고, 가진 것도 없고, 심지어 가족도 없는 그들에게도 생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이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도 생은 존재한다. 그리고 사랑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생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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