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면 어릴때의 기억부터 떠오른다. 그당시에는 직장으로 책 팜플렛을 가지고 오는 책 세일즈맨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세일즈맨으로부터  전집으로 된 세계명작동화, 고전문학 전집, 세계여행 관련 서적을 비롯하여 식물도감에 이르는 책들을 사오시곤 했다. 그때 읽은 책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길을 걷다가 앙상한 가지의 나무를 보면서 그 나무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고, 들판에 초라하게 돋아난 잡초를 보고도 그 이름을 알 수 있는 것, 이렇게 하찮은 들풀까지 의미있게 마음에 담아 놓을 수 있는 것도 다 어린 시절의 책읽기에서 온 것이다.

그런 나에게 독서는 살아오는 날들 속에서 단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생활 습관이자 가장 큰 관심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이광수, 김동리, 염상섭 등이 쓴 한국문학전집 등을 읽기 시작했고, 해외작가들의 단편 소설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헤르만 헤세, 펄벅 등의 불후의 명작들을 읽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는 읽다가 읽지 못하고 접어 둔 책도 다수가 있다.

'스콧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그당시의 나로서는 몇 번을 읽으려다가 읽지 못하고 책장 속에 꽂아 놓았던 책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읽으니, 그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마침내 그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까지 맛 볼 수 있었다.

<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럴드 ㅣ 김영하 역 ㅣ 문학동네 ㅣ 2009>

'스콧 피츠 제럴드'의<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된 것은 작가 김영하의 영향이 크다. <여행자: 하이델베르그>를 읽은 후에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그의 작품들을 골라 읽기 되었고, 최근작인 <살인자의 기억버>까지 섭렵하다 보니 김영하의 번역본이라면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번역자인 김영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 이 소설은 능란하게 짜여진 플롯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다. 문체는 절제돼 있지만 유머도 잃지 않는다. " (p. 228 - 번역자 김영하의 글 중에서) 

그러나, 책읽기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몰입이 잘 안된다.  소설의 구성이 단순하다고 할까?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옆집에 사는 개츠비에 대한 항간의 루머들이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빛나고 화려한 파티의 중심에 있는 개츠비. 그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눈길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더라.', ' 밀주나 석유, 도박, 주식 투기 등으로 돈을 번 졸부라고 하더라' 등...

개츠비를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별의별 황당한 루머들이 난무하다.

이 소설은 90여년 전인 1925년에 쓰여졌으니, 소설의 시대적 배경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이야기이다.  개츠비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를 못했지만 전쟁에 참전하고, 그를 계기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 미국의 그당시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에 의해서 이룩된 나라인 미국, 미국의 보잘 것 없던 지위가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과 개츠비의 인물이 가진 캐릭터는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개츠비는 신흥부자를 대변하는 뉴머니라고 할 수 있고, 그가 사랑하던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은 뉴잉글랜드의 명망있는 가문을 대변하는 올드 머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번역을 한 김영하의 작품해설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들이다. 작품해설을 읽고 나니,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명확한  구도가 잡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책 뒷부분의 작품해설을 꼭 읽는다.

그런데,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  그녀는 상류 사회를 대변하는 여성으로, 한때 개츠비가 사랑했던 여자이지만, 개츠비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과정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런 걸림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데이지는 충분히 개츠비를 배신할 여지를 가진 여자이다. 허영에 사로잡힌 화려함을 쫒는 여자이기에....

그걸 알았다면 개츠비는 그런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래도 개츠비는 데이지를 사랑했을 것이다. 개츠비의 사랑은 데이지를 향한 사랑이기는 하지만 또한 그 사랑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축적한 부는 그의 사랑인 데이지를 찾는다면 완벽할 것만 같으니, 그녀를 찾기 위해 개츠비의 저택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운명이란 개츠비의 편이 아니었던가. 그가 찾은 데이지는 이미 톰 뷰캐넌의 아내가 되었으니.

그래도 그들의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을 사랑한 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사랑을 되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까지도 뒤짚어 쓴 개츠비를 남겨 놓고 데이지는 남편과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개츠비의 사랑은 이처럼 허망하게 끝나 버리니...

개츠비는 사랑할 가치 조차 없는 여자를 사랑했던 것일까. 데이지는 개츠비의 화려함에 그를 사랑한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했던 무책임한 여자였던 것이다.

개츠비가 열었던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여 왁자지껄 떠들고 취한던 그 많은 사람들은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줄을 잇고,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다'는 우리의 속담이 생각난다.

"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우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p.p. 224~225)

그것만으로도 개츠비의 삶은 공허하였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건 이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의  부와 지위에 집착하는 허영에 찬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란 책 제목에 붙은 '위대한'이란 수식어는 과연 타당한 표현일까. 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개츠비가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무가치한 존재를 사랑한 개츠비에 대한,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각에서 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좀 낯설게 느껴졌고, 이야기의 내용도 단순하여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는데, 소설의 끝부분에 와서 그 모든 이야기들이 완결되는 과정에서 이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김영하의 번역이 아니었다면 그의 작품해설에 힘입지 않았다면 결코 이번에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다 말 뻔한 소설이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ㅣ 이인규 역 ㅣ 문학동네 ㅣ 2012>

 

그리고  또 한 권의 읽다 만 책인 <노인과 바다>

고등학생이 내가 읽은  <노인과 바다>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별로 없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큰 물고기를 잡은 노인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인 것이다.

그 책은 너무도 지루하고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래서 읽던 중에 책을 덮어 버리고 지금까지 <노인과 바다>를 읽지 않았다.

'헤밍웨이'하면 <노인과 바다>를 많이들 언급하지만, 나에겐 그저 지루하기만 했던 그 기억이 전부였다.

책읽기를 좋아해서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책에 빠져 있던 열 몇 살 소녀에게는 그 여름의 무더위가 <노인과 바다>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이후, 나는 이미 줄거리는 다 알고 있는 책이니, 구태여 <노인과 바다>를 다시 펼쳐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를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된 <노인과 바다>를 읽게 되었다.

까만 책표지를 접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읽다만 그 책이란 점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내 손길은 빨라졌고, 내 눈은 이미 책 속에 빠져들었으며, 내 가슴은 이미 깊은 감동으로 벅차 올랐다.

왜 많은 사람들이 <노인과 바다>를 불후의 명작이라고 이야기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출판 작품이기도 하고, 1953년에는 퓰리처 상을 받았고,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던 작품이 <노인과 바다>이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노인과 바다>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짧지만, 그 느낌은 그 어떤 작품보다 깊이가 있었다.

 

♡ 노인과 소년의 서로에 대한 믿음.

소설의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아마도 우리의 어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노인이다.

젊은 시절에는 제법 물고기도 많이 잡고, 패기가 넘쳤었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늙고 기운이 없는.

더군다나 84일째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는 외롭고 쓸쓸한 노인이다.

"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과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p.10)

여기에 노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항상 챙겨주는 소년 마놀린.

노인에게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웠고, 함께 큰 고기를 잡았던 기억을 가진 소년이 있기에 이 소설은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노인이 먹을 저녁 끼니가 없지만, 노란 쌀밥이랑 생선 요리 한 냄비가 있다는 말을 믿는 척하면서 먹을 것을 챙겨 주는 마음.

그리고 비록 지금은 노인곁을 떠나 다른 배를 타지만 그 누구보다도 노인을 존경하고 보살펴 주는 그 마음이 푸근하다.

"물론, 유능한 어부들이 많을 테고 그중엔 훌륭한 어부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고는 할아버지뿐이에요." (p.24)

노인과 소년의 친밀한 관계가 이 소설의 뒷부분에서 바다에서 사투끝에 돌아온 노인을 본 소년의 눈물이 그것을 더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제는 다시 노인과 함께 배를 타겠다는 소년의 마음은 노인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은 노인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노인이 바다 위에서 힘들 때마다 항상 독백처럼 읊조리는 한 마디의 말.

"그 애가 곁에 있으면, 그 애가 곁에 있기만 하다면" (p.86)

♧ 노인의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불굴의 의지

84일째 물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이 85일째 바다로 나간다. 노인에게 85는 행운의 숫자이다.

이미 87일째 고기를 잡지 못했던 최고의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행운의 숫자인 85일째의 날은 정말 행운이 따라주었다.

순식간에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무게감은 대단하다.노인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센 물고기. 줄을 등 뒤로 넘겨 걸치고 물고기와의 사투가 시작된다.

노인은 물고기의 심리상태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늠해 본다. 언제 물 위로 뛰어 오를지, 언제 배 옆을 원을 그리며 돌 것인지....

얼마나 큰 물고기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줄을 당기고, 풀어주고.... 이틀 낮밤을 물고기와 신경전을 벌인다.

" 물고기야" 노인은 다정하게 , 하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죽을 때까지 네 놈과 함께 가겠다." 아마 저 놈도 나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지, 노인은 생각했다. " (p. 54~ p.55)

이때의 노인은 노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성취감에 그 어떤 일이 닥쳐도 결코 물고기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 노인의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

노인은 잠을 잘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집에까지 가지고 가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 마음 뒤에는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흐른다.

그리고, 지나가는 휘파람 새에게 구태여 매의 존재를 말해주기 보다는 어차피 스스로 충분히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이 휘파람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작은 배에 잠시 앉았다가 가는 것을 바랄 따름이다.

"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게 말이다." (p. 57)

노인은 물고기와의 여러 차례의 힘겨루기끝에 자신이 잡은 청생치를 배옆에 묶어 둘 수 있게 된다. 코에서 꼬리까지 5.5미터, 무게 700 kg의 대단한 크기의 물고기를.

그러나, 그 물고기를 발견한 청상아리가 가장 맛있는 부위를 뜯어 먹고, 겨우 청상아리를 쫓아 내자, 물고기의 피냄새를 맡은 삽날코 상어, 갈라노 상어 들이 계속적으로 달겨든다.

한 부위, 한 부위 뜯겨져 나갈 때마다 노인의 마음도 뜯겨져 나가는 듯하다.

차라리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볼 수 없는 심정이 되는데...

" 이게 다 꿈이라면, 그래서 내가 저 물고기를 낚는 일이 아예 없었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애당초 너를 낚은 게 잘못이었어." (p. 115)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떤 물고기도 잡을 정도로 강인했던 노인은 이처럼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정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소설을 읽은 후의 전체적인 느낌

<노인과 바다>는 쿠바 연안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는 노인의 이틀 낮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도 헤밍웨이가 쿠바의 아바나에서 바다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그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에 바다 풍경이나 고기잡이, 그밖에 바다 생물인 해파리, 바다거북, 새, 청상아리, 삽날코 상어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실감있게 표현되고 있다.

노인이 바다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면서 그 물고기의 무게에 의해서 배가 향하게 되는 배의 방향이나 움직임, 물고기의 상태 파악 등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문장 역시 짧은 내용의 이야기인 것을 생각할 때에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문체가 돋보인다.

그런 전체적인 표현 속에 산티아고 노인의 독백이 잔잔하게 책 속에 깔리는 것이 노인의 강인한 도전 정신과 함께 부드러운 인간미가 넘쳐나가 하기도 한다.

만약에 이 소설 속에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동행을 하는 구성이었다면 이처럼 노인의 늙고 외로운 모습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얀 마텔 ㅣ작가정신 ㅣ2004>에서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구명보트 안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여야만했던 소년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산티아고 노인의 경우가 강도도 약하고, 기간도 훨씬 짧기는 하지만, 같은 류의 설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강한 감동을 주는 <노인과 바다>가 나에게는 그동안 지루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다시 읽을 생각조차 하지를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제대로 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데도 나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과 바다>처럼 이런 작품은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되는 청소년들은 이전의 나처럼 <노인과 바다>가 그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노인과 물고기와 벌이는 한바탕의 싸움이라는 생각 밖에 못 할 것이다.

노인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고, 소년의 눈물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언젠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 유시민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2009>를 읽으면서 내가 청소년기에 읽었던 세계 문호들의 명작들이 배경지식없이 줄거리 위주로 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때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책들을 읽지 못하고 있다.

매일 매일 새로 출간되는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읽다보니, 오래전부터 많은 독자들에게 불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언젠가 읽었으니까 하면서 다시 읽게 되지를 않는다.

앞으로는 좀더 그런 책들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읽다가 덮어 버렸던 <노인과 바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읽으니, 그 감동은 배가 된 것 같다.

이래서 불후의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의 손에 들려지게 되고,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마음에 더 깊은 감동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고전은 이야기의 내용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성향, 작가가 작품에서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들은 별로 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 보면 이 책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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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탐정들
정명섭.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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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탐정들>이란 책을 펼치는 순간 떠오르는 TV 드라마가 있다. 1971년 가을부터 1974년까지 798회에 걸쳐서 방영된 <여보, 정선달>이다.

이때의 시대적 상황에서 국민들은 뭔가 속시원하게 한 방 날아오는  통쾌함을 맛보고 싶었을텐데, 그런 국민들의 정서를 잘 반영한 드라마이다. 드라마의 내용은 조선시대가 배경인데, 정선달은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한다. 구름따라 바람따라 이곳 저곳으로 다닌다. 날이 어두워져 주막집에 머물면서 그 지역의 민심을 살피기도 하는데, 어김없이 그곳에는 사건사고가 기다리고 있다. 살인사건을 비롯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것을 데리고 다니던 하인과 함께 해결하는 내용이다. 고전해학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드라마는 권력층의 비리 등을 파헤치기도 해서 시청자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이 드라마의 내용은 야담야사, 어사 박문수, 오성과 한음 등의 이야기에서 차용하기도 했다. 암행어사의 신분이었던 정선달이 조선시대의 탐정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조선시대에 무슨 탐정이냐?' 하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때에도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사건 수사를 하였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조선에도 시신의 부검이 이루어졌는데, 타살이 의심되는 시신은 3차례 검시를 받고, 그래도 의문이 있으면 다시 검시를 했다. 당시에도 법의학 서적이 있었는데, <무원론>에 각주를 덧붙인 <신주무원론>에 따라 검시를 하였다. 사체의 색과 형태, 사체의 모양 등을 관찰하여 검시소견을 내놓을 정도였으니, 주먹구구식의 수사는 아니었다.

<조선왕조실록>, <흠흠신서>에는 조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들이 기록되어 있기도 한데, 그 내용을 보면 관찰력과 세심함으로 범인을 잡은 사례들이 있다.

이 책에는 13건의 강력 사건이 담겨 있는데, 그를 해결하는데 16명의 조선의 명탐정이 소개된다. 흥미로운 것은 세종, 연산군, 정조, 정약용 처럼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왕이나 학자들도 있다.

물론, 왕들은 직접 수사를 하기 보다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지혜를 빌려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사건들은 조선시대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이다. 그런데 그 사건들을 파헤치고 해결한 사람들을 명탐정이라고 명명하면서 그들이 사건을 해결한 방법들과 유사한 외국 명탐정을 비교하여 실어 놓았으니, 조선 명탐정 대 외국 명탐정의 사건 해결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세종은 왜관 통도사 이춘발이 한밤중에 살해된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는데, 그의 세심하고 치밀한 성격과 억울한 백성을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살해동기가 무엇일까, 살인자가 노리는 목적은?, 철저한 현장검증으로 증거를 찾아라 !!

세종의 탐정기질은 증거와 정보를 전해 들은 후 그것만으로 추출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서양의 명탐정 모스 경감과 유사하다. 이들은 '앉아서 범인을 체포한 명탐정'이다.

패륜아, 폭군이지만 그에게 또 하나의 타이틀을 붙인다며 명탐정, 연산군.

연산군 2년 초계군수 유인홍의첩이 남자 종과 간통을 하다 전처 소생의 딸에게 발각이 된다. 그래서 딸을 살해하게 되는데, 이 소식은 합천에서 한양에 있는 왕의 귀에 까지 들어오게 된다. 그건 유인홍이 딸의 의문의 죽음을 외면한 채 첩을 두둔하니, 그를 안타깝게 여긴 백성들의 입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연산군은 유인홍을 한양으로 데려와 취조를 하도록 하는데, 왕이 직접 8가지 심문 내용을 만들어서 지시한다. 연산군이 명탐정인 것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었던 것인데, 이와 비교되는 서양의 탐정은 아르센 뤼팽이다. 연산군과의 닮은꼴은 뤼팽의 앞에는 '괴도 신사' 또는 '괴도'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신사와 괴도의 양면성, 뤼팽은 부자들의 돈과 재물을 탈취하고, 무능한 경찰을 조롱하면서 가난한 자들에게 통쾌감을 주었다.

조선 최고의 명탐정으로는 정약용을 꼽는다. 한때 형조 참의였던 다산 정약용은 몇 년동안 해결되지 않은 살인사건들을 한 번 쓱 보고 처리할 정도로 명탐정 기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이당시에 미제사건들이 많이 해결되었다. 거기에 도움을 준 것이 시신을 살펴본 의원의 검시 보고서인 <검시장식>이 큰 역할을 했다. 정약용은 <심리록>을 통해 정조때에 사형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조사기록을 남겼는데, 1775년 12월부터 1800년 6월까지 30개월 동안에 1112건의 살인사건 판결이 있음을 적어 놓았다.

그의 또다른 저서인 <흠흠신서>에는 정약용이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살인사건에 대한 조사기록과 판례 들을 적어 놓기도 했다.

이런 정약용을 코난도일의 소설 속에 나오는 셜록 홈즈와 비교한다. 셜록 홈즈은 '현장의 증거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이다.

 " 이후 정조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약용의 관직 생활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1818년, 18년간의 기나긴 강진에서의 유배에서 풀려난 정약용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을 저술했다. 그리고 앞의 두 책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흠흠신서> 역시 이때 쓰게 된다.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살인사건에 대한 조사기록과 판례를 적은 것이다. 그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백성들이 없도록 지방관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기록들을 적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함께 적었다. 범죄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 그의 이런 모습은 진실을 밝혀내는 탐정의 모습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 (p.p. 204~205)

정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울산 태화강에서 건진 시신, 살아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물에 빠뜨린 살인사건, '타살이냐?, 자살이냐?' , '타살이라면 누가 죽였을까?'

이 사건은 <흠흠신서>에 기록된 사건인데, 정조는 현장 검증도 직접 심문도 하지 않았지만, 오직 백성들의 억울함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사명감으로 정약용의 도움을 받아 오빠가 누이를 죽었음을 알아낸다. 

성군들이 명탐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 책에 실린 13건의 살인사건, 거기에는 16명의 직간접적인 명탐정의 활약이 있다. 살인사건들은 소설로 재구성이 되고,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 이 사건의 해결에 도움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과 가장 유사한 서양의 명탐정의 사건 해결 방법 등이 소개된다.

이 책을 통해 조선의 사회상 중의 사건 사고 해결 방법과 능력을 알아 볼 수 있다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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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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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책에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있다. 이 책은 경제 불황기에 한국인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경제 문제 중에는 중산층, 세대 갈등, 국민연금, 부동산, 재테크 등이 있다. 그에 관한 질문을 각종 지표와 정책을 바탕으로 답변을 해 준다.

그래서 알게 된 사람이 선대인이다. 그는 부동산 호황기이던 2008년에 이미 부동산은 하락기에 접어 들었음을 가장 먼저 예측하였다.

어제도 KBS TV <심야토론>의 주제가 '위기의 부동산, 해법은?'이었다. 나는 TV를 보는 대신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한다>를 읽었는데, 그만큼 우리 국민들에게 당면한 문제로 다가오는 사안 중의 하나가 '부동산'에 관련된 것이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게 되었고, 집이 없는 사람들은 전세난에,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전세집에 대한 문제와 언제 집을 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로 마음이 뒤숭숭하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지만, 그 대책들이 서민들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도 국민들이 부동산과 관련되어 어떻게 대처하여햐 할 것인지 갈팡질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선대인 소장의 예측이 맞는지 아니면 틀렸는지는 지금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몇 년 후에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예측을 살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참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에 대한 생각은 '집을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노후 세대들에게 통했던 이런 과거의 부동산 패턴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요점이다.

부동산은 2008년 이후 대세 하락기에 들어가면서 강남, 분당을 비롯한 대형 평형의 아파트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쯤에서 부동산 하락은 바닥을 쳤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저자는 최소한 앞으로 4~5년이상은 하락기에 머물거나 부동산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그 이유로는 주택공급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이고, 노령가구의 증가로 이들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내놓을 물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인구 감소, 1인가구, 2인 가구의 증가, 노령화 등을 들고 있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지원 대책은 하우스 푸어나 렌트 푸어들을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집값을 떠받치기 위한 대책이기에 빚잔치에 끼어 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소득 여력이 적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무리하게 빚으 내서 집을 사도록 부추겼고, 저금리에 따른 고물가와 재별 편중 경제심화로 가계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도 빚을 내 생활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쯤 이때에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부동산의 하락과 그 집을 사기 위해서 받은 대출로 인하여 이중고를 겪고 있을 것이다.

"전세가 상승세도 이제 한계에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집값에 비하면 대부분 '깡통전세'가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전세가가 올라왔으므로 더 올라갈 여지가 크지 않다. (...)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지금은 집을 살 시기는 아니다. 치솟는 전세난에 힘겹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무너지는 부동산을 떠받치는 희생양이 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어려운 여건이지만 최대한 '안전한 전세'를 골라 버티기를 바란다. " (p. 125)

부동산 빚더미는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는 결국 부채, 금융권 부실을 증가시켰고, 건설업계는 잠재부실이 수면 아래에서 커지다가 이제는 그 거품이 무너지면서 급격히 부실화되고 있다. 은행권도 2008년부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의 매매가가 반토막 정도가 났으니, 이제는 바닥이라는 생각을 많이들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집값이 바닥권이 아니다. 현재는 대세 상승을 마무리한 후 이어지는 대세 하락기의 초반이다. 그렇다면 하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전망이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이런 경제 예측시에는 꼭 인구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데, 그 역시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그것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침체시키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 향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 펼쳐질 가까운 미래의 모습

* 대한민국 부동산을 예측하다.

* 대세 하락기, 이렇게 대응하라 등을 차근차근 읽어보면 우리들이 궁금해 하는 부동산에 관한 답이 담겨 있다.

이제 부동산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려던 시대는 지났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택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집은 투자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닌  편안한 주거공간(사용중심)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는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 들기까지는 7~10년 정고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 시대는 저물고 다유형 소량생산시대가 될 것이며, 중대형 수요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지금 알지 못하면 모두가 후회하는 대세 하락기 생존법! ' (책표지 뒷면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궁금해 하는 부동산에 관련된 사항들을 속시원하게 풀어준 부동산 예측서이다. 이 책의 내용을 믿거나 말거나 그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 이 책은 우리의 궁금증를 어느 정도는 해소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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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완간을 축하합니다. 바둑판 앞에는 오목을 둘 때만 앉아 본 나에게 이 책은 처음에는 좀 생경스러웠다. 그건 이 책의 배경으로 조훈현 9단과 녜웨이핑 9단이 1989년 9월에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최종국)의 기보 해설이 바탕이 된다. 이 대국이 어떤 대국이었는지, 녜웨이핑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바둑을 둘 줄 안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바둑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라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미생(未生)이란 바둑에서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는데, 두 집을 만들지 못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 바둑 용어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으니,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미생>은 바둑의 세계에 직장생활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니, 미생이란 책 제목 자체에서 직장생활의 애환이 묻어 나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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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일본여자들처럼 - 매일 채소를 찾게 되는 놀라운 변화
강한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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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읽은 책 중에 <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ㅣ 큰나무 ㅣ2010>이 있다. 이 책을 쓴 '강한나'는 대학시절부터 VJ, MC, 리포터, 기상 캐스터로 일하였으나, 어느날 일본으로 건너간 후에 일본 사랑에 빠져 3권의 일본 여행 에세이인 <동경 하늘 동경>, < 우리 흩어진 날들>, < 교토, 휴>을 썼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방송을 통해서 본 적은 없었다.  유명세를 탄 저자들이 쓴 책들의 상당수가 볼거리는 많아 눈은 즐거울지 몰라도, 읽은 후에 남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의외로 그녀의 글은 깔끔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아름다웠다.

여대생들이 좋아할 그런 책 쯤으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그 책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강한나'는 그후에 일본에서 방송활동을 하면서 이번에는 채소 홀릭에 빠진다. 그리고 일본에서 만난 여자들의 채소 사랑과 채소로 만든 음식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채소는 일본 여자들처럼>은 일본 생활에서 찾은 일본인들의 일상 속의 식습관을 통해 채소종류, 효능, 채소를 맛있게 먹는 법, 채소에서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얻는 법, 채소를 먹는 건강한 식습관 등을 알려준다.

우선 책을 펼치면 큼직한 글씨와 사진, 삽화, 레시피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 책의 빈공간이 많다는 것이 한 권의 책으로 엮기에는 좀 부족한 원고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부분이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을 흐리게 해 준다.

채소에 대한 깊은 지식과 상식 보다는 일본인들의 식습관에서 찾아낸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간에 이 책을 읽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식습관에 적용해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 채소는 '사랑(愛)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난 사토코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생각을 했다. 자기 몸을 사랑하는 사람,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사람, 사랑하는 이의 몸을 챙기고 싶은 사람, 결국 인간의 마음에 사랑의 씨앗이 싹트면, 그 사랑은 '채소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p. 122)

     

채소를 먹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비타민과 미네랄 공급을 위해서이고, 비만, 고혈압, 골다공증 등의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노화방지,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채소와 과일에는 피토케미컬이 함유되어 있다. 피토케미컬은 활성화 산소를 없애주고, 암예방를 해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주고 염증을 감소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에 350 g의 신선한 채소를 먹어야 하는데, 이 양은 그리 적은 양이 아니다. 그러니, 어떻게 섭취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또한 하루에 다섯 가지 색깔 (청, 적, 황, 흑, 백)의 채소를 먹어야 한다. - ' Five a Day'

일본인들이 주로 많이 먹는 채소는 양배추, 생무, 죽순.

또한 일본인들은 '네바네바 야사이'라 부르는 끈적대는 채소를 좋아한다. 마, 낫토, 미역, 다시마, 알로에, 오쿠라, 모로헤이야 등.

이 책은 요리책은 아니지만, 채소 종류에 따라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가 소개된다. 요리라기 보다는 궁합이 맞는 채소들을 어떻게 함께 먹느냐는 수준의 레시피이다.

거기에 저자가 일본에서 만난 일본 여자들이 주로 식단에 올리는 레시피도 공개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채소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알려주는 방법 중에 '그린 스무디'와 ' 디톡스효소 시럽'은 꼭 따라해 보면 좋겠다.

'그린 스무디'는 채소중심의 원액주스를 말하는데, 달달한 맛의 과일과 산미를 내는 과일 그리고 짙은 녹색 잎 채소를 배합하는 주스이다.

' 디톡스 효소시럽'은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천연 효소를 발효시킨 것인데,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나 이 효소를 이용하여 또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이미 '그린 스무디'와 ' 디톡스 효소 시럽'은 우리나라 주부들 중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흥미로운 내용은 일본에서 연구되어 일본인들을 열광시킨 '50℃ 세척'이다. 채소를  50 ℃의 뜨끈한 물에 씻는 것을 말하는데, 목욕물이 45 ℃ 인 것을 생각하면 채소를 씻는 온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채소, 과일 등의 세포에 수분을 흡수시키는 현상이기도 하고, 표면에 묻어 있는 오염물질과 산화물질을 깨끗이 증발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채소 고유의 단맛과 식감을 높여주기 때문에 '신채소 혁명'이라고 한다.

" 50 ℃ 세척법은 생각의 반전이다. 연약한 채소를 따듯한 물에 담가두면 채소는 시들지 않고 반대로 다시 살아난다. " (p.214)

채소와 과일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것들을 우리의 식습관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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