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지 않았다면 작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의 탁월한 글쓰기를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문화의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양인들에게는 낯익은 이야기이지만, 그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지는 신화였다.

우리의 전설이나 신화에 나오는 신과는 달리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신들은 신적인 존재이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복수와 배신 등을 거침없이 하는 신들이다.

제우스 신을 비롯한 신들을 부르는 명칭도 그리스어와 로마어가 다르고, 신화의 버전도 여럿이기에 신화를 제대로 알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윤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존의 서양의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정서에 맞게, 그리고 신화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게 5권의 책으로 구성하여 펴냈다. 1권부터 5권까지는 몇 년간에 걸쳐서 출간되었는데, 한 권 한 권 사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이윤기의 이름 앞에는 작가, 번역가와 함께 신화학자(신화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게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재미있게 읽던 중에 우연히 TV에서 조영남이 인터뷰어가 되어 이윤기를 인터뷰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두 사람 중의 누군가의 집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는데, 이를 통해서 이윤기의 작품과 그가 번역한 작품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윤기의 책들을 대출 받아 읽기 시작하다가  그후에는 한 권씩 사서 읽었다.   

그렇기에  이윤기는 내 독서의 한 부분을 형성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2010년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니 그의 글을 좋았했던 많은 독자들에게는 큰 슬픔으로 다가왔으리라.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이윤기의 글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이미 생전에 다른 책에 실었던 글들 중에서 글쓰기와 번역, 신화쓰기, 우리말, 언어 등에 관한 39편의 에세이로 엮어졌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가일텐데, 그 첫문장에 대한 생각부터 글쓰기를 마치는 순간까지의 그의 경험적 글쓰기는 아주 짧은 글을 쓰는 경우에도 그의 글쓰기에서 배울 점들이 많다.

특히 그는 창작활동도 했지만, 약 200 편이 넘는 책을 번역한 우리나라 최고의 번역가이다. 그는 번역의 중요성과 정확한 번역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번역가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이 번역후에 자신이 번역한 책에 대해서 오독과 오역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을 읽은 독자라면 그 소설이 단순한 소설이 아닌 중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장미의 이름>은 그가 번역한 역서 중에 그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지만 가장 비참하게 만들어 준 책이라고 술회한다. 그건 이 책을 읽은 독자 중에 철학을 전공한 학자가 오독과 오역을 지적하게 되는데, 그것을 받아 들여서 다시 재번역 작업을 한 이야기는 번역가의 고충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화해석에 이의를 단 사람이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이 책은 <그리스 로마신화>의 번역서가 아닌 그의 창작서이기에 그 의견을 받아 들일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한다.

신화란 다른 전승에 의해서 책을 쓸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윤기의 딸은 전범(전범)으로 스승 삼아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한다. 그가 추천해 준 책은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과 <예찬>이다. 이 책 역시 나에게도 의미있는 책인데, 언젠가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소설가 '신경숙'이 추천하는 책이 <짧은 글 긴 침묵>이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이라고 해서 선뜻 구입했는데, 그렇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장에 꽂아 두었는데,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니 과연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번역한 김화영의 산문을 읽어 보았다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윤기는 '미셸 투르니에'와 그의 책을 번역한 '김화영'을 선생님, 그가 존경하는 선생님임을 밝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전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말을 제대로 표현하고 발음하는 것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게 된다.

여러 개의 언어를 읽고 말하고, 우리말로 쓰고 옮길 수 있었던 언어적 재능을 가졌던 이윤기, 그는 우리 문학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윤기의 글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책장의 한 부분은 이윤기의 책들로 채워져 있다. 그 책들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 지금은 그 책들이 어떤 내용이었는가도 가물거린다. 어떤 문장들로 채워졌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윤기의 글들이 참 좋았었다는 그 생각만을 또렷하게 지워지지 않고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랭 드 보통'의 이름 앞에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가, 한국 독자를 좋아하는 작가를 들라면 '알랭 드 보통'과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읽게 된다.

'알랭 드 보통' 앞에 붙는 수식어 중에는 '철학적 사유', '철학적 접근'도 있다. 그는 일상적인 주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작품을 쓴다.

그의 작품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내가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작품 중에서 2~3번째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을 이렇게 어렵게 풀어나간 소설책이 있을까?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 보잉기 안에서 1인칭 화자와 클로이(여)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의 사랑의 과정을 그 어떤 작가도 생각해 낼 수 없는 특별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는 비행기 탑승의 확률 계산으로 부터 시작한다. 보잉기의 내부 그림까지 곁들여 가면서 계산한 확률은 5840.82분의 1이란다. 이것이 두 남녀의 '낭만적 운명'에서 정해진 필연적 사건의 만남이 될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이후의 과정별 상황 전개의 심리적 분석, 어떤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 그때의 철학적 분석 등이 계속 이어진다. 모든 상황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마르크스, 자유정치, 공포정치까지 동원하여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마음의 갈등을 느낄 정도로 ('이 책이 소설이 맞아?'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친 후에 읽게 된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작품들은 그의 독특한 글쓰기가 오히려 익숙함으로 다가왔다.<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작가가 르포라이터가 되어 현장에 직접 뛰어 들어서 일의 과정을 모두 체험해 본다.

발트해를 가로질러 펄프를 운반하거나, 참치를 잡거나, 다양한 비스킷을 개발하거나, 들판에서 떡갈나무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전선을 놓거나, 회계처리를 하거나, 탈취제 자동판매기를 발명하거나, 항공사를 위해 강도가 높아진 코일 튜브를 만드는 등의 일을 작가가 직접 그곳에 가서 체험하여 글을 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따라 다니면서 인터뷰도 하고, 취재도 하고, 체험도 한다.

<공항에서의 일주일을>을 쓰기 위해서는 히드로 공항에 자리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낸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는 종교 전반과 세속적인 영역을 비교하기 위해서 기독교, 유대교, 불교를 다루고 있다.

이정도의 열정적이고 사유적인 글쓰기 스타일이라면 어떤 내용의 글을 쓰든지간에 그의 책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저자는 철학자이자 미술사가인 '존 암스트롱'과 함께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예술에 관한 책을 펴냈다. 이 책 속에는 회화, 건축, 디자인, 공예, 사진 등의 예술 작품 140 여 점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얼핏 140 여점의 예술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보다는 책의 주제에 따라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작품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장치로 예술 작품이 소개된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소주제는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인데, 이들이 예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으로 기억, 희망, 슬픔, 균형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을 든다.

" 삶이 고단할수록 우아한 꽃 그림은 우리를 더 깊이 감동시킨다. 눈물이 나온다면 이는 그 이미지가 얼마나 슬픈가에 반응해서가 아니다. 유리병 속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국화를 그린 사람은 그의 자화상이 말해주듯, 인생의 비극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 (p. 20)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관심이 가는 내용이 있는데, 그건 예술의 7가지 기능 중에 '균형회복'에 관한 내용에 한국의 백자 달 항아리가소개된다.

" (...) 이 항아리는 쓸모 있는 도구였다는 점 외에도,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항아리는표면에 작은 흠들을 남겨둔 채로 불완전한 유약을 머금어 변형된 색을 가득 품고, 이상적인 타원형에서 벗어난 윤곽을 지님으로써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가마 속으로 뜻하지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 표면 전체에 얼룩이 무작위로 퍼졌다. 이 항아리가 겸손한 이유는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여서다. 거기엔 자신을 과도하게 특별한 존대로 생각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지혜가 담겨 있다. 항아리는 궁색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의 존재에 만족할 뿐이다. " (p. 42)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되는 내용이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이다. 오늘날, 예술은 인생의 의미에 버금갈 정도로 높게 평가되어 있다. 나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 등에서 명성이 자자한 작품들을 많이 볼 기회가 있었다. 간혹은 그 작품들을 보면서 '스탕달 신드롬'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러나, 유명한 예술작품들에 모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현대작품으로 갈수록 작품들을 보면서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에 느끼는 인간의 심리는 자신이 그런 작품을 이해도 하지 못한다는 무능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 작품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인간의 예술적 이해부족이나 수용능력의 부족 탓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곧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의 답과 같아 질 것이다.

" 이런 이미지 앞에서 초조해지는 까닭은 작품을 즐기기에 앞서 작품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느껴서다. " (p. 87)

이 문장에 공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예술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기술적 해석, 정치적 해석, 역사적 해석, 충격가치 해석, 치유적 해석이 있는데, 저자는 그중에서 치유적 해석에 그 비중을 둔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좋다라고 하는 이유는 그 작품이 우리의 영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자신이 무엇을 위안하고 되찾으려 하는지를 안다는 것이 유용하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치유적 존재로서의 예술을 생각한다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의 가치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관람자를 인도하고 위로하는 치유 존재여야 한다. 그렇다면,현대미술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우리가 예술을 즐기는 방식이나 시스템, 시장, 사회까지도 바뀌어야 한다.

 

예술작품이 비자금의 세탁 방법이나 뇌물로 이용되기도 하고,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자신들의 예술적 안목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동원된다면 예술은 그 자체로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기존의 예술을 대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특한 시각으로 예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전해준다.

'알랭 드 보통' 의 앞서 출간된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생각들이 이 책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그런 내용들은 기존의 예술관련 서적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기에 신선하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례자들의 안식처, 에르미타를 찾아서 - 스페인에서 만난 순결한 고독과 위로
지은경 지음, 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페인 북부의 피레네 산맥 사이에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흩어져 있는 '에르미타'

에르미타는 은둔지,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 세상과 뚝 떨어진 집 이라는 의미의 건축물을 말하는데, 이 건축물은 대부분 중세시대에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온전한 에르미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축물 보다는 허물어진 건축물의 일부만을 볼 수 있는 곳도 많다. 

에르미타의 흔적을 찾아서 겨울이면 스페인의 북부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으로 그 모습을 남기는 사진작가가 있다.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벨기에인이지만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유럽 등에서 사진 작업과 전시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진과 교수로 활동을 한다.

그는 매년 겨울, 에르미타 프로젝트를 위해 스페인 북부를 가는데, 이번 7번째 에르미타를 찾아가는 길에는 전시기획자이자 에디터인 지은경과 함께 한다.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순례자들의 안신처, 에르미타를 찾아서>이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 각 지역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 책들에서 '에르미타'에 관한 내용을 읽은 적은 있지만 이와같이 체계적인 프로젝트로 '에르미타'를 찾아 그 모습을 담은 책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중세시대 스페인인들의 일부가 왜 도시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곳에 에르미타를 지었을까?

에르미타는 '세상으로부터 믿음과 삶에 대한 다른 비전을 가졌던 수도자들과 은둔자들의 거처이자 수도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터키에 가면 이와 비슷한 곳을 만날 수 있다. 카파도키아에는 기암괴석으로 된 지형을 깎아서 그곳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데린구유에는 이슬람으로부터 기독교를 지키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 땅 속에 지하도시를 만들었는데, 미로 속에 사람들이 기거하던 주거공간, 예배당, 식당, 부엌을 비롯한 제반시설, 포도주를 만들던 곳, 곡식을 빻던 흔적까지, 심지어 묘지까지 지하 속에 건설하였었다.

에르미타도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신의 종교 생활을 위해서,  멀고 먼 길을 떠나온 사람들이 만들 건축물이다.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그동안 에르미타 사진을 575채을 찍었다. 에르미타의 모습과 어울리는 하늘은 파란 하늘이 아니다. 눈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잔뜩 찌푸린 그런 하늘이 에르미타의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기에 혹독하게 추운 스페인 겨울의 황량한 산악지대를 7년째 돌아다닌다. 

 

 
 

그는 에르미타 촬영을 위해서 '핀홀 카메라(나무상자로 만들어진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원시적인 카메라, 바늘구멍 사진기)를 가지고 다닌다.

핀홀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오랜 시간동안의 노출로 사진을 밝고 약간은 흐리게 만들어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주위를 왜곡시키는 효과로 고립된 세계의 건축물이 가진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

하얀 눈이 내려서 나무가지들에 크리스털 눈꽃이 반짝거리는 모습과 인디고 블루의 하늘, 이것이 에르미타와 조합을 이룰 때에 진정한 에르미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세상과 떨어져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과는 이런 조합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에르미타 중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도 있다. 세월은 흘렀지만 옛 이야기는 그곳에 함께 남아 있다. 그리고 에르미타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서는 철학과 진리와 삶의 지혜까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소, 양, 늑대 등의 동물 이야기.

특히 세바스티안과 10년 넘게 좋은 친구로 지냈던 가스파 이야기는 작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스페인의 아름다운 자연 속을 뛰어 다니면 자유를 만끽했던 개. 가스파는 어느날 트럭에 치어서 죽게 되니....

스페인 여행기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순례자의 길인 산티아고 가는 길.

그 길 보다 더 황량한 길이 에르미타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의 끝이 어디로 닿게 될지 우리는 절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수많은 꿈을 꿀 수는 있다. 어떤 이는 부자가 되기를  꿈꾸고 어떤 이는 성공을 꿈꾼다. 어떤 이들은 긴 여행을 떠나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만남을 꿈꾼다. 에르미타 여행에서도 기다림은 가장 긴 시간을 차지했다.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으며 또 많은 절망들을 알게 해 주었다. "     (p. 60)

 

이 책은 오래전에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수도하던 곳이기도 했고, 은둔자들의 공간이기도 했던 에르미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과거 속의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 당시의 상황과, 그들의 생활과 가장 닮은 모습을 찍으려는 한 사진작가의 긴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랄랄라! 런던 - 최신개정판 랄랄라 시티 가이드 3
맹지나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랄랄라! 런던>의 저자는 맹지나이다. 그녀의 첫 작품은 <카페 이탈리아>이고, 그 이외에도 <크리스마스 인 유럽>을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쓴 여행작가이다.

그러나 그 보다 그녀를 더 유명하게 한 것은 2011년에 SBS의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에 출연하여 가수 준비를 하옇고, 가수 비의 콘서트 댄서로, 드라마 OST의 보컬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호주 관광청 주최이 '꿈의 직업' 한국인 후보로 뽑히기도 했고, EBS 라디오 영어 프로그램의 DJ 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영어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중국어 등도 할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또한, <꽃보다 남자>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김범과는 사촌지간이라 하여 검색어에 뜨기도 했던 적이 있다.

내가 읽은 저자의 책에는 <크리스마스 인 유럽>이 있는데, 아름답고 낭만적인 유럽의 크리스마스의 정경을 담은 책이다. 책표지부터 빨간 색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책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크리스마스 풍경,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음식 등이 소개된다.

유럽에 익숙한 저자인지, 그가 쓴 또다른 책은 <랄랄라 ! 런던>과 <랄랄라 ! 파리>가 있다. 유럽을 여행한다면 필수코스가 되는 런던과 파리, 그중에 런던에 관한 책을 살펴본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박지성의 QPR 경기장 투어 등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한데, 책 출간당시에는 신선한 최신 정보였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여행정보책이 가지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은 빨간색 이층버스를 타고 런던 시내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을 비롯한 런던 여행자에 많은 정보를 알려 준다.

먼저 히드로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방법을 시작으로, 런던에서 3~4일을 여행할 여행자, 7일 정도 여행할 여행자, 그리고 런던은 물론, 근교까지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추천 여행지를 알려준다.  

런던을 여러 지역으로 나누어서 그 지역에서의 볼거리, 먹거리, 숙소, 레스토랑, 카페, 마켓 등의 정보를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런던의 전체적인 지도와 함께 세부적인 지도가 책 중간 중간에 있으며, 책의 부록으로는 그 지도들이 분리하여 런던 여행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이고, 정확한 정보이기에 런던 여행을 간다면 이 책을 들고 가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의 사회는 '제2의 구텐베르크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전자출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서점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되면서 서점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도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 책을 구입했을 때의 기쁨, 헌 책들에서 풍기는 책 냄새. 때론 날카롭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책의 모서리에 손을 베이기도 하지만, 종이책에는 향수(鄕愁)가 있다. 

어릴적에 아버지가 사다 주시던 책들을 읽다가, 집근처 대학가 대형서점에 처음 간 날, 서점을 가득 메운 책들에 놀란 적도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안국동 고서점가의 케케묵은 책들이 신기하기도 했고, 참고서를 사러 들락거리던 '문장사'라는 서점은 학생들에게 몇 % 할인을 해 줘서  남은 돈으로 '꿀빵센터'라는 빵집에 들려서 군것질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서점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서점은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 일 것이다. 몇 명의 소설가의 책 속에서도 이 곳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들을 보았으니...

종로에서의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던 종로서적은 그당시 내가 가본 가장 큰 서점이었다. 층별로 서적을 분류해 놓아서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문고판 서적이라도 한 권 구입하는 날이면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 서점에서 모든 책을 구입하니 그런 재미를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광화문에 나가게 되면 꼭 들리는 곳이 교보문고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서점. 그래서 우리의 추억도 메말라가는가 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책표지가 온통 하얗다. 겨울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책크기도 200mm×247mm로 일반책으로 옆으로 놓은 크기의 2배가 조금 안된다. 책 속에는 몇 명의 포토 그래퍼가 찍은 서점의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글 보다는 사진이 더 많아서 마치 사진첩을 보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 곳, 그 서점에 대한 소개글, 그리고 3편의 interview 와 3편의 column 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시미즈 레이나'는 세계 각국의 서점 100 여곳 이상을 취재하고 그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곳을 이책에 소개해 준다.

 

서점은 도시의 광장 역할을 하기도 했고 그 지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책이라는 지적 유산을 이어가며 사회에 교훈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산토리니 섬 북쪽 끝에 ATLATIS BOOKS 가 있다. 산토리니 섬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캐나다인과 미국인 친구가 개점한 서점이다. 서점을 둘러보니 책분류표가 손글씨로 씌여져 있다.

요즘 서점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천천히 서점에 머물면서 마음이 가는 책을 꺼내 읽고, 읽고 싶으면 사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떠나도 좋을 그런 서점.

유럽의 박물관 중에는 기차역이, 기계들이 들어차 있던 곳이 변한 곳들도 있는데, 서점에서도 이렇게 변신을 한 서점들이 있다.

기차역, 성당, 궁전, 주택. 극장이 점으로 변한 곳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서점이면서 카페등 다양한 휴식공간의 역할을 한다.

영국의 Barter Books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차역이 서점이 되었다. 19세기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인데, 이 서점이 만드러지게 된 과정도 재미있다. 교환서점이기에 다 읽은 책을 가져 오면 가져온 책의 가치만큼 다른 책으로 교환을 해 준다.

서점에 붙어 있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 Bring me my Bow of burning gold' , '  Bring me my Arrows of desire', '  Bring me my Chariot of fire'

밀라노의 디에치 꼬르소 꼬모 북숍은 패션의 도시에 있는 서점답게 조명, 테이블, 바닥, 창가 블라인드까지 완벽하게 디자인 된 서점이다. 이곳에서는 책을 뒤적이기 보다는 인테리어에 매료될 듯하다.

벨기에 브뤼셀의 Cook & Book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레스토랑과 서점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브뤼셀 사람들은 맛있는 와인과 요리를 음미하며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고른다. 브뤼셀 교외에는 즐거움 가득한 대중적인 책방이 그네들의 삶을 밝고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었다. " (서점 소개글 중에서)

어린이가 주인공인 그림책 서점도 있으니, 어린이들에게는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서점은 1906년에 문을 열었으니 100년이 넘은 서점이다. 우리에게도 이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파리의 센 강을 사이에 끼고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는 라탱지구에 위치한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파리와 관련된 여행 책자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진 서점이다.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는 성당이 서점이 된 경우인데, 13세기에 건축된 고딕성당이 2006년에 서점으로 거듭났다.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극장으로 지은 건물이 서점이 되었으니, 관람객들이 앉아 있던 곳들에 서가가 마련되니 마치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는 책들이 줄지어 다가오는 듯하다. 이곳은 약 35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책이 있는 공간은 그곳이 어디건간에 행복한 곳이다. 책이 있어서 행복한 공간,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20곳의 서점을 구경하는 재미는 그 어떤 책을 읽는 즐거움과 비길 것이 안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서점이 그곳에 속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학동 헌책방 거리를 비롯한 헌책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들, 그리고 전국적으로 차츰 사라져 가는 서점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 아니라도, 시간이 된다면 그곳들을 찾아가 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사자. 그 책을 볼 때마다 그날이 기억될 수 있도록....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